※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 situplay>1597032992>576 )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고작 놀이 하나 붙잡고 승패에 연연함만큼 멍청한 짓 또 없다지만, 무력하게 얻어맞기나 하는 제 캐릭터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경연 아닌 단순한 오락 주제에 랭킹이니 뭐니 성적을 가지고 순위나 매겨대니, 은연중 오기가 끓는다. 두판 연속 점수가 깎일지 모름에 으레 속까지 쓰리다. 저 손에 휴대폰 쥐여준 사람이 저인만큼 무어라 훈수 두기에도 처지가 애매했다.
결국 화면에 K.O 글자가 뜰 때까지 가만히 관망만 했다. 재차 대기 화면으로 돌아갈 즘 여학생 뒤로 밀착해 귓가에 대고 떠들었다.
"아쉽다. 한끝 차이였어."
앉아서 막다가 거리가 벌어지면 공격을 내밀어 봐. 결국 한마디 얹었다. 처음 잡아본 사람이 뭘 얼마나 능숙히 다룰 수 있겠냐마는... 어디로 보나 발악조차 못하고 얻어 은 형편이기에, 기본적인 공방 정도는 익히도록 해줘야 싸움이 돌아갈 듯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자면 그가 꼰대는 꼰대일지언정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신은 순순히 옆으로 물러나 류지가 앉을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또 다시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빛. 옆에서는 "어서 가르쳐 보아라."라며 재촉하는 괴팍한 조상님이 학생으로 앉아 있고, 방금 전 잉크를 쏟아 페이지 곳곳을 읽을 수 없게 된 엉망진창의 책까지. 교습할 의지가 절로 달아나는 환경이다. 그런 와중에 들린 말 하나에 무신이 설핏 입꼬리를 올린다.
"이제는 제법 섬길 줄을 아는군."
내내 불퉁한 표정 하거나 짜증스러운 표정 짓던 평소와는 달리, 무신은 드물게도 흡만한 표정이 되었다.
>>429 좋은 의견 내줘서 고맙다. 내 입장을 조금만 이야기해보자면, 다행스럽게도 조급해하는 건 아니고, 마침 3주의 휴식 기간을 벌 수 있었고 마침 이때가 청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여름 시즌을 앞둔 기간이니 홍보를 한다면 제격이겠다 생각해서 의견도 모으고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고 있는 것. 여름 이벤트들은 이벤트 도중에 들어오면 100% 즐기지 못하는 컨텐츠도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어장에 합류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라고 밖에 미리 언질을 놓는 느낌이지. 새 시트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사실 지금의 인원도 내 입장에서는 감사함을 이루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편이라서 그것대로 상관없다.
한차례 난리 법석을 떨고 나서야 진이 빠진 듯, 시로사키는 입을 다물고 휴대전화를 두 손에 든 채 고개를 숙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면 히무라가 뒤에서 몸을 밀착해온다. 시로사키가 느끼기에는 마른 장작이 타는 것보다 진한, 매캐한 연기에 휩싸인 느낌이 아니었을까. 거짓말을 해도 유분수지.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했는데 한 끗 차이라고 하다니 의도가 상당히 노골적이지 않은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아니아니, 이런 폭력적인 오락은 그만하는 게 좋겠어요."
사람을 수없이 잡아먹은 요괴가 폭력 운운하는 것이 조금 우습긴 하지만, 시로사키는 재빨리 손끝으로 취소 버튼을 연신 두드린다. 그러고서는 그의 품에서 몸을 빼내지 않고, 태연히 제 어깨에 턱을 걸치고 있는 얼굴 쪽으로 고개를 느리게 돌리는 것이다. 두 뺨이 닿을락 말락.
"아하하... 그런데, 거리가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요? 히무라 군. 아이들이 다 쳐다본다고요."
차분하고 앳된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휴대전화를 책상에 내려놓고, 팔 아래로 들어온 남의 손목을 확 잡아채려고 하는 소녀였다.
상식은 죄 던져버리고 말도 안 되는 기행만 일삼는 무신은, 평소의 성격관 달리 의외로 학습에 영민한 보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가장 기초 되는 알파벳 익히기는 빠르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신이라 해도 무리한 영역은 있었다. 학문의 신이 아닌 무예의 신, 더군다나 전술과 같은 지략적인 면의 대척에 선 신이니 학습 효율이 특출나지도 않다. 문자를 배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더라도 문법과 독해로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 심지어 무신의 심기를 가장 거스르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이 망할 말은 문자 읽는 방법이 어찌 이리도 제멋대로냐? th며 gh 이것은, 스-였다가 즈-였다가 오락가락하고, 후-인가 하면, 묵음이라고? 우롱하는 게냐?"
으득으득 이 갈며 짜증스레 말하는 신의 앞에 펼쳐진 책에는, Though, Thought, Tough, Through, Thorough라는 열받는 단어의 나열이……. 어순이 반대고 단어를 모르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어 읽기를 제멋대로 하는 것만큼은 짜증이 났다. 한자 하나에 음독과 훈독이 별개며 종종 음훈과 따로 노는 방식으로 읽는 언어를 쓰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닌데 말이다.
여하간 부아가 치밀어 펜 하나를 더 부숴먹기 직전, 적절한 타이밍에 물이 끼얹어졌다. 무신은 이때다 싶어 책을 휙 던져 버리곤―정말로 반대쪽 벽에 부딪칠 정도로 세게 집어던져 버렸다…….― 의자에 느른하게 몸을 기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류지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입을 여는데.
"어느샌가 나를 이름으로 칭명하는군."
분명 학기 전까지만 해도 저를 갑자기 카가리라 부르면 이상하지 않느냐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