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 situplay>1597032992>576 )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그러게 내가 한냐般若도 아닌 오니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남김 없이 아마노자쿠天邪鬼라도 되었으면 얼마나 좋아요? 신격마저도 잊고, 친히 비사문천毘沙門天이나 내려와 당신은 그 발에 즈려밟혀 지겨운 그 삶을 끝낼 수 있었을 텐데."
기만하는 자의 속죄를 거두어들이고자 존재하는 신이 기만을 염오해 일체 근절시키려고 하는 시점에서 이미 신으로서는 틀렸다고 볼 수 있겠지. 신격을 기억하여 붙잡는 것은 도리어 장애. 그리하여 티끌만도 못한 처지라고 이야기했건만,
당신도 여태 보아왔던─ 권력자에게 앙심을 품어 끌어내리고자 신에게 비는─ 하잘것없는 것들과─ 똑같은 눈을 하고 있구나. 뭐, 놀라울 일도 아니다. 으레 그러한 족속들은 자신이 품은 마음이 실은 하잘것없으며 남의 마음과 다를 바 하나 없는 숭고하지조차 못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 사실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무너져내리거든. 그렇더라도 한때 얼굴을 마주했던 가까운 신이, 신으로조차 요괴로조차 남지 못하고 내 곁에서 떠나 의미조차 없이 스러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은 실로, 실로 아쉬운 일이었다.
불위 불나방 한 끝으로 불타도 혹한 날갯짓
지독한 독을 품은 여신의 노래가 이 인세도 신세도 요세조차 아닌 곳에서 읊조려지고...
"......불나방火取虫은 여름의 계어季語. 아아, 그렇게 생각하면 봄이 멀어져가고 있어요. 정기고사만 넘기면 어느새 여름으로 한 발짝, 하여 봄으로부터도 한 발짝... 꽃이 떨어지고 말겠네요..."
그러나 꽃이 떨어지는 것만은 아쉽지 않아서, 꽃이 피어나고 시드는 모습이라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보아온 신은 창문 너머로 흔들거리는 잎틈새빛木漏れ日을 넘겨다보면서 그리도 감정조차 없는 듯한, 그리도 무감한 낯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녹슨 채로나마 청동 장신구를 달아놓고 이름도 그렇게 짓고 말끝마다 행동끝마다 제 신격을 신경쓰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아오이는 대신으로서 자신감은 추락했어도 제 신격(청동과 기타등등)에 대한 정체성이랄지, 그런 자기인식만큼은 확고한 놈이거든. 그것이 아오이를 아슬아슬해 보이면서도 결코 요괴로는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힘이고, 그런 쪽에서 프라이드가 무의식적으로 드높다보니 제 신격을 어설프게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꼰-이 발동해서 고개를 잘래잘래 젓는 게 이 폐급신의 지독한 버릇이다. ( situplay>1597032957>76 독백에서도 어렴풋이 나와는 있지만 ) 그래서 사쿠야의 모습도 얘한테는... 신격을 잘 붙잡는다고 여기기에는 이젠 기만을 뿌리뽑겠다 하고 있고, 그렇다고 완전히 아마노자쿠가 된 것도 아니라서 "에잉 쯧쯧 그럼 차라리 오니라도 되지 그랬냐" 를 처음부터 헤이케모노가타리를(타이라노 키요모리의 평생 살아온 나이) 밑밥으로 깔면서 길게도 이야기를 이어온 것이다. 낡은 신 아니랄까봐 화법도 거시기해서 비루한 글실력으로 다 표현하기에는 힘에 부쳤다만... 참고로 타이라노 키요모리는 헤이케모노가타리에서 성자필쇠盛者必衰의 가장 대단한(?) 격이라며 추켜세워(?)준 인물로, 몇년만이지? 라는 사쿠야의 질문에 굳이 타이라노 키요모리가 평생 살아온 64년을 꼽은 것은 꽤 중의적인 대답이었지만 여백이 부족해 마저 쓰지 않는다.
무신은 시큰둥히 응수했다. 공부하란 잔소리 듣기가 싫어 밖으로 나돌고 있었건만 결국엔 그 귀찮은 짓을 스스로 해야 한다니.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만은 짧았다.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동한 탓이며,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묵묵하게 해 나가는 끈기야말로 무신의 몇 안 되는 성격적 장점 중 하나였다.
"대담하는 새 속심으론 이것저것 재어 보는 것은 아니고? 얼씬거리지 말라 을러놓고선 말 주고 받기로는 나 역시 매일반이니라."
무신에겐 타인의 속 짐작하는 재주는 없으니 우연히 들어맞은 대꾸였을 테다. 그렇게 의례적인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다시금 몸 돌린다. 돌아가려던 발길 잡은 의문 깨끗이 풀렸으니 그의 앞 막아서는 것 이젠 더 남지 않았으리라. 멀어지는 등 뒤의 기척 생생히 느끼며, 무신은 문득 조금 전의 대화를 복기했다. 별 볼 일 없는 신이라.
글쎄. 이 세상엔 절대란 없다. 가장 하잘것없던 존재가 땅 위에 더는 적수 없을 강대한 존재가 되기도 하며, 또 같잖은 무력감에 짓눌려 꺼지기도 하는 세상인데. 예측할 수 없는 의외성이야말로 최후까지 남는 진실된 강함이라 생각한다. 저 자는 어떨까. 과연 종극에까지 별 볼 일 없는 신으로 남을는지. ……그런 의문조차도 오래지 않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