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변덕스러운 스미레의 기분은 기본적으로 낙차가 크다. 하지만 이번엔 그게 좀… 심하게 컸다. 늘 눈썹만 살짝 찡그리던 그녀가 이번엔 이맛살을 있는 대로 구기며 "뭐?"하고 반문했다. 딱히 답을 바라고 뱉은 게 아닌, 반사적인 감정. 산뜻했던 기분이 단박에 차디찬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너, 지금.
괴물.
괴물이라고 했어?
머릿속에서 꼬인 실타래처럼 진득한 사념이 이리저리 뒤엉킨다. 뱃속이 응축되었다가 스스로를 살라먹는 겁화처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보석이 되어 흐르는 일족의 눈물, 죽음의 피바다, 탐욕스러운 끈적한 공기, 값을 매기던 눈, 잃어버린 이름.
뇌리를 스치는 치욕스러운 과거. 차라리, 차라리 괴물로 대했다면 '우리'들이 그런 취급을 받지도 않았겠지. 무엇보다 바다의 귀보를 탐낸 인간들이, 인간이. 감히 그런 발언을 해?
쿵. 책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한다. 대번 이목이 집중된다. 아랑곳 않고 이를 갈며 놈의 멱살을 틀어쥐려 했다. 감정을 억누르듯, 낮게 끓는 음성으로 귓가에 속삭여서.
"건방진 놈, 지금 무슨 개소리를 지껄여. 괴물? 그 괴물의 눈을 탐내 한 일족의 절반을 박살낸 게 인간이야. 너 눈앞에서 가족의 눈알이 뽑히는 광경을 본 적 있니? 없을 테지, 이 오만방자한 것아."
이를 갈며 한 자 한 자 씹어뱉는 문장에 악의가 그득그득 묻어나왔다. 청보랏빛 눈도 유독 어둑하니 독기 서림이 선연히 보였다. 허나, 그 깊숙한 곳에 심해와 같은 절망과 비탄. 격해진 감정으로 눈가가 발갰다.
"다신 내 앞에서 내 일족과 그 아일 욕보이지 말아야 할 거야. 그리하면 네 혀를 뽑아 백상아리의 먹이로 줘버릴 테니."
쿵- 상대방의 눈동자에서 읽을 수 있는 감정에 노기가 띄워지고 큰일 났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나는 책장에 밀렸다 툭 하고 어깨에 떨어지는 책들의 충격에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눈 앞의 요괴라고 자칭한 자의 분노가 너무나 두려워서 무어라 반응하지도 못하고 얼빠지게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의 분노는 대양의 폭풍과 같았고 그 눈에 깃든 절망의 깊이는 심해와 같았으니 나는 그 앞에서 무어라 말하지도 못하고 손을 덜덜 떨 수 밖에 없었다.
" 난, 나는 .. "
사과해야한다, 미움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눈 앞의 대상이 너무나 두려우니까. 공포와 비일상에 뒤엉켜 정신이 혼미해지기 직전에 내가 했던 행동은 ___________
노기를 띈 그 눈동자가 너무나 아름다워 갈취하고 싶어졌다
" .. "
반사적으로 스미레 라고 자신을 칭한 선배의 눈동자를 향해 축 내려갔던 손을 올려 뻗으려는 순간 애써 정신을 부여 잡으며, 덜덜 떨며 말했다
"해피―엔딩―이라니 속 편한 소리를. 다, 당연히 서―비스해줘야지... 내가 네 무시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 계산까지 하면― 아, 나왔다🎵"
짐짓 불만이라는 양 엉망인 외래어 실력을 뽐내면서 부루퉁하게 말하다가도 ―저쪽이 먼저 말을 놓자 자연스럽게 말을 아예 놓아버린 건 덤이다― 초코라떼를 보자마자 즉시 헤실거리면서 빨대를 물어 단맛을 즐겼다. 아! 쓴맛이 넘어가신다 넘어가신다~ 입안이 개운해지는 감각에 얼굴은 절로 싱글벙글해졌다.
"아무튼... 다음에도 오면 서비스 해주는 거 맞지?"
는 지극히 KAMISAMA적인 논리였지만. 풀어서 말하면, 사람의 죽음을 방관한 값은 해야하지 않겠냐는 거다...
그의 멱살을 틀어쥔 흰 손등이 압박되며 핏기 한 점 비치지 않고, 짐승 같은 송곳니가 드러났다. 잡티 하나 없는 낯은 야차처럼 일그러져있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요괴의 귀기. 한 명, 두 명. 순식간에 불어나는 이목. 이제는 도서관에 있던 전 학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됐다. 지체 높은 인어족으로서 사나운 기세를 갈무리 해야 함을 아나, 뿌리를 박아 세포와 핏줄을 태우는 분노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여, 거칠게 몰아쉬는 숨.
"신중히 대답해야 할 거야."
더듬어 입 떼는 놈에게 겁박하듯 뇌까린다. 머리가 뜨겁다. 이러다 뇌가 녹아내릴지도 모르겠다. 예민한 성정에 위장이 뒤틀리듯 아파온다. 그럼에도 짊어진 악의 하나로 놈을 노려보는 그때.
시야에 드는, 뻗으려던 손. 그리고 순간이나마 탐욕의 빛을 띠었던 눈.
그 눈!
스미레는 헛숨을 들이키며 멱살을 거칠게 놨다. 숫제 겁에 질린 낯이다. 눈앞에서 폭죽이 터지듯 플래시백이 연속적으로 찾아와 허리를 굽혀 호흡을 갈구했다가.
"너…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공포를 애써 감추며 표독스럽게 쏘아붙이곤, 뒤를 돌아 허겁지겁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 막레로 줘도 괜찮을까? 이렇게 끊고 다음에 만나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그리고 스미레 인성질... 잘 받아줘서 고마워.... 류지주는 천사 류지도 천사.....
기원전 천 년 경, 아타르가티스로부터 이어진 고결한 핏줄. 인어人魚. 비록 뿔뿔이 흩어졌으나 무수히 샘솟는 바닷물처럼 인어족도 그 규모가 상당했다. 나뉜 해역에 따라 일족이 나뉘었는데 사실상 실권을 쥔 집단은 크게 넷으로 <개시의 해국>, <순환의 참골무>, <종말의 모래지치>. 셋을 통합하여 위에 우뚝 선, 황족 격 <히비스커스>. 상징은 '영원'. 단단한 비늘 흠결 한 번 없으며, 세찬 꼬리짓 영구히 멈출 길 없으리. 인어의 눈물은 영영 부서지지 않는 그들의 가치임을. 피에서 피로 전해내려오는 혈족, 히비스커스의 가장 여리고 어린 핏줄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는 이제와선 바다와 가장 흡사한 인어였다. 급작스레 닥쳐오는 재앙, 휘몰아치는 풍랑, 사나운 해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죽음의 아가리. 그녀는 백곡왕처럼 변덕스럽고 때때로 천재지변이었다. 즉, 성질이 더러웠다. 타고나길 그랬던 건 아니다. 현명한 어머니와 어여쁘고 순한 언니들의 예쁨을 담뿍 받으며 살아 그때만 해도 세계를 향한 신뢰와 믿음, 온정으로 가득했다. 바닷속 궁전은 아름다웠고, 주변 만물은 수분을 한껏 머금어 생명력이 넘쳐흘렀다.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의 세상이 풍요로웠으니, 그녀 또한 모자람 없는 여유를 흩뿌리고 다녔다. 히비스커스 해역에 핏빛이 비치기 시작한 건 셋째 언니로부터였다. 인간을 사랑한 셋째 언니.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해표에 관한 주의에도 눈과 귀가 멀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던 순진하기 짝이 없던 우리 언니. 인간이 얼마나 교활하고 쇼에 특출날 수 있는지 몰랐던 우리. 몰래 인간을 만나고 다닌 지 일 개월째에 언니가 실종되고, 인적 전무했던 히비스커스 관할 해변가에 인간들이 한두 명씩 발걸음 하기 시작했다. 순환의 참골무가 당했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뒤이어 개시의 해국과 가장 단단함이 분명할 모래지치까지 잇따라 차례차례 무너졌다. 직후, 히비스커스 해역에서 실종된 인어만 이백여 명.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가 무심코 하늘을 쳐다봤다. 오와 열을 맞춘 까마귀 군락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쿵, 쿵. 심장이 불길하게 뛰었다. 재앙이 온다. * 노쇠한 인어족의 황제 피존 블러드가 적자에게 이름을 넘기고 서거했다. 맑고 새파랗던 히비스커스 해역에 핏물이 들어 더이상 푸른 빛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암암리에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살해당한 일들이 있어왔지만 이 정도 수준의 극심한 피해는 이례적. 전 황제의 유언으로 모든 인어족에게 비상 대피령이 내려졌고, 인어들은 대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깊은 심해로 피신했다. 대개라 함은 예외도 있는 법. 잃어버린 친족의 행방과 귀환을 기원하는 자들과 복수를 다짐하는 자들이 이를 악물고 뭍에 발을 내디뎠다. 거기엔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도 껴있었고, 짊어진 절망과 비탄과 분노의 깊이에 비해 순진했던 그들은 몇을 남기고 깡그리 인간의 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곳에서 인어들은 이름을 잃었다. 대신 주어진 것은 보석 칭호. 페리도트, 차보라이트, 시트린, 가넷, 토파즈, 아이올라이트……. 그곳에서 인어는 그저 거래되는 상품(보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행되는 폭력, 쏟아지는 보석. 채 마르지 않는 일족들의 눈물……. 비좁고 더러운 방 안에서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가는 울분을 기어코 씹어삼키며.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는 인어족의 복수를 위해 틈틈이 탈출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무언가 달랐다. 끈적한 탐욕의 공기가 어수선하게 변하고, 웅성이는 말소리가 커지더니. 낯빛이 희게 질린 인간들이 쏜살같이 어디론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달음박질에는 목적지가 하나가 아니고 불분명하였으니, 그저 달아다는 것에 그 뜻이 있겠다. 운 좋게 값을 매기느라 문이 열려있던 인어 몇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있던 전 인어가 탈출을 성공했으며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는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뭍으로 나온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느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태양조차 가릴정도로 공허에 가까운 칠흑. 칠흑의 깃털이 하늘을 증오로 뒤덮는 듯한 신격 아래 짙게 쌓인 붉은 인간 산. 그 옆, 당시 우리가 흘렸던 눈물— 보석들. 더이상 아름답지 않은, 핏빛으로 얼룩진 과거의 염증이 씻겨나가던 그 순간. 일평생 굽힘 없음이 마땅한 고결한 핏줄이 최초로 고개 숙인 그 순간. 지고하며 존엄하신 주신께 감히 청합니다. 「이 스미레가 당신 곁에 머무름을 허락해주소서.」 히비스커스의 숭고하고도 귀중했던, 허나 그 탓에 너무나도 순진했던 이올렛 할루키 히비스커스는 바다에 빠져 죽었고, 탐욕이 눌어붙은 스미레아오이시만이 살아남았다. (*글 중 '칠흑의 깃털이 하늘을 증오로 뒤덮는 듯한 신격'은 사쿠야 주가 창작한 문구임을 알립니다.)
비설 벌써 깐 이유… 아무래도 물가나 정세에 밝은 신요괴들은 인어족 역사를 알 것 같아서…… TMI. 시트에 기술된 인어에 대한 설명 중 <이들에게 주어지는 이름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보석의 명칭과 일치한다>는 문구는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것… 원래는 각자 인어들마다 이름이 있다는… 고런 설정……. 개연성을 위해서 밝히긴 했는데 이 이후 이것보다 어두운 내용은 나오지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