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열지 않고 형형하게 불타는 붉은 눈으로 알렌이 상황을 정리하듯 홀로 읊는 일련의 행동을 바라본다. 옆에 놓인 물 한 모금을 마셨다지만 여전히 입안은 얼얼했고 머리까지 열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자신이 간식 하나로 눈물을 흘리며 생각의 거름망을 거치지 않고서 되는 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이 마득찮았다. 게다가 알렌은 황당해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것 처럼 여태껏 중얼거림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허롭게 웃는다.
그 모습이, 이 상황이 묘하게 아니꼬워 쏘아보고 복수를 기약하며 부엌을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눈앞에 단 향이 나는 붕어빵이 들이밀어져 고개를 들어 이를 쥔 손의 주인을 쳐다본다.
"...여기에 와사비나 이상한 걸 넣지는 않은지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저 간식의 탈을 쓴 폭탄말고도 치약맛이 나는 순리를 거스른 이상한 맛의 빵도 있었단 말이에요." 마치 이단의 변명처럼 얼토당토 않고도 정도를 따르지 않은듯한 괴상한 맛이었다. 그나마 이 속을 넣을 때는 양심이 남아있었는지 향이 강하지는 않아 넘길수는 있었다.
"만일 또 장난질을 쳤다가는 그 땐 기도를 드려 그 세 배의 몫을 후일의 사후에 예비할 것이어요." 교주님 기도는 이런식으로 쓰는게 아닙니다...자신이 제대로된 끝을 보지 못하고 숨 넘어갈 뻔했으니 충분히 업의 저울에 달만하다고 속으로 괜히 우기면서 슈크림 붕어빵을 받아 의심하는 눈으로 한 번 바라본다. 조심스레 살짝 빵을 물어보니 퍼지는 속은 부드럽고 달달했다.
"여선양과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적당히 따뜻하고 달달한 맛에 이제서야 조금 마음이 풀렸는지 사나운 기색이 약간 누그러진다. 그 사이에 혼잣말을 듣고서 물어본다. //8
뭔가 자신이 활동함에 따라 시나리오가 쌓아 올려지기보다는, 시나리오에 레스주들이 끌려가는 식이 되어가다보니 점점 분위기가 더 쳐지는 식이 되지 않나,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드리기엔 아직 저 역시도 게이트 들어가 해낸 것도 없기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도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내린 결정 하나하나가 분명 '영웅서가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처럼, 헤비레인같은 인터랙티브 장르 게임에서 복선을 쌓아가듯 레스주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GM 스타일이 캡틴의 스타일이시라는 것을 존중합니다.
다만 계속해서 난이도 조절 실패와 하강하는 분위기들이 쌓이다 보면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하던가요. 오히려 '내가 이 행동을 하면 -10, 아니 -1000만큼의 역 스노우볼을 불러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로 변해 더욱 활동이 저조해지고, 더욱 분위기가 나빠지는 악순환을 분명 겪어본 입장인지라 제 의견을 한번 얹어 봤습니다.
사실 초기의 강산이도 대담하게 지르는 경향이 없진 않았을거라 생각해요.(과거사부터가 가출전적 있음...) 근데 지금 강산이와의 차이점은 이제 그게 자신이 바래서 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분명하게 있느냐 없느냐? 그런? 것일지도요?
초기 강산이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지르자! 같은 느낌이라면 지금은 내가 원하니까 이렇게 할거야! 가보자고!에 더 가까워졌긴 합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의념속성 바뀐 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니라 시나리오 1부터 차근차근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492 어 맞다. 이 게이트 관련 일상을 하면서 강산이가 중간에 망설인 건 별 이유 없고 그냥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엔 정보가 부족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보단 연구부 측과 코볼트들이 왜 적대하게 되었고 왜 각각 유물을 필요로 하는지, 에너지연구부를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겨나는지를 알고 나서야 결정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것이긴 하네요.
이건 좀 제 성향이 섞여들어가서 이렇게 된 거기도 하지만요... (무작정 지르기보단 사전 탐색 필수인...)
삶과 영혼이라, 매운 붕어빵 하나로 벌어진 희극에는 걸맞지 않은 퍽 무거운 단어다. 듣자마자 이마를 찡그리고는 불신과는 다른 의미를 담아 못마땅하다는 눈을 하다가 서서히 한숨으로 번져가며 표정이 누그러진다.
"무언가를 건다는 약속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 제 아무리 믿을 수 있는 관계라 하더라도 나중을 생각했을 때는 그 말이 독으로 돌아올 수 도 있어요. 특히나 삶과 영혼이란 단어를 신을 모시는 자 앞에서 거론하는 건 신중해야해요." 이 바보가 잠시나마 자신을 골리려 했다는 가설에 혹했던 것 자체가 민망할 지경이다. 도대체가 갑자기 풀이 죽은 얼굴을 하는 이유는 또 알 수도 없으니 평소 투명하여 알 것 같으면서도 이럴때면 제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힘들었다 .
"속재료를 넣은 사람은 여선양이었나요. 물론 그도 이를 지켜본 알렌군께서 말리지 않았으니 가능했을테니." 처음부터 끝까지 보조했을 뿐이라 최선을 다해 자신의 변호를 하는 알렌의 말을 듣는다. 변론을 마치고 아리송한 얼굴로 자신만의 의문에 빠진 그를 놔두고서 린은 눈을 내리고 매운 맛이 좀 가셔 평소의 텐션이 조금 돌아온 얼굴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다. 이 와중에 제가 잠시 정신을 팔린 와중 다시 회복했는지 해맑게 머릿속을 뒤집는 질문까지 한다.
"어머, 지금 저와 장난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음식문화 차이야 모를 수 있다. 레벨 40대의 검사가 아무리 모른다 한들 독을 다루는 사람이 미각이 예민하다는 걸 모를 수 있나. 턱을 손등으로 괴며 입꼬리만 올려 미소를 짓던 중에 그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뜩 스쳤다. 그녀가 봐온 그는 안심하다가도 황당무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다시 한숨을 쉬려하다가 대신 암살자와 일본인이라는 조건의 결합이 얼마나 매운맛에 약한 조합을 만들어내는지 설명을 시작했다.
"잘 들어요. 한 번만 설명해드리죠. 독을 다루는 암살자들은 이를 감별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저절로 맛에 예민해지는..." 이 와중에 뭔가를 바스락 과자를 먹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들어달라 짜증을 내려다 더 터무니 없는 광경을 목격한 린의 눈이 커졌다.
"...이 바보가!!" 곰팡이 핀 빵부터 시작해서 게이트에서 알 수 없는 이상한걸 먹어 금식처분까지 받았으니 충분히 타인이 먹다 남긴 것 정도야 아무생각없이궁금증에먹어볼수있다는생각을
"당장 내려놔요!"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납득하기를 실패한 뇌는 이성적인 생각의 흐름과 다르게 따로 놀아 즉각적인 행동을 하게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순간 하얗게 빈 머리로 린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