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정말로..." 아쿠아리움은 구석에 있기 좋은 곳입니다. 수경은 음울한 푸른 물에 잠기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아쿠아리움의 구석진 곳을 찾아서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고래상어입니다... 같은 나레이션이 들리는 곳에도 있었다가.. 물고기에게 먹이주기 체험을 관람하가도 했어요. 참여하지는 않은 것은.. 장갑이 젖는 것도 있지만.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가라앉을 것만 같았습니다. 조용한 공간으로 접어들었을 때. 아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하얗고 큰 해파리가 너울거리는 것 앞에 있는 이를 한참 가만히 바라보다가. 사라질까 말까 고민했어요.
"안녕...하세요. 이경 씨.." 닿지않을 만한 작은 소리로 말을 한 것 같지만요. 옅은 물흐름만이 들리는 아쿠아리움의 고요는 그 목소리를 전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매물 보러 다니는 일상(new!) 변주=K,A -옷 정리or구매 일상 변주=예전 옷 발견? -오래된 상처를 헤집는 해후 -진호와 함께 콩콩함을 체험해봐요(?) 변주=선화라고 불리는 존재를 만날수도..? -싸이코패스 뺨치는 기레기or머저리 기레기 ㄴ맵고 일단 한번 쫓겨났으니까 봉인에 가까움 -스킬아웃이나 아무튼 범죄를 저지르려다 막힌 자의 발악으로 던진 게 머리에 정통으로 명중해서 뻗어버림 -포탈건 같은 ASTC 물품들 시험해보는 일상 -가위를 든 수경 -바닷가
잊고 싶은 것. 잃어버린 것. 되찾았기에 어딘가 슬픈 일이다.. 수경은 어느순간 놀이공원의 지도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대관람차라는 말에....조금 눈을 굴려 피하면서
"하지만 대관람차는 마지막인걸요." "마지막에 타고 나서 엄청나게 많은 일이 벌어진다고 들었어요." 아 아거 또 인터넷이 애 인식을 버려놨네. 허공에서 보는 건 가능해요. 라고 말을 하면서...
"손 놓으시면 저 못 이동시키니까요.." "혹시.. 이걸 붙이고 계시는 건 어때요?" 라고 말하며 꺼내든 건.. 끝부분이 좀 끈적한 채찍입니다. 이걸 잡고 있고 끝부분을 붙이고 있으면 허공으로 올라가도 이동을 슉 할 수 있다는 발언이군요. 진짜 줄없는 번지점프가능이구나? 물론 동의한다면의 일이다.
"아니면 그냥.. 슉 이동하면서 돌아보는 거에요." 일단 지도랑 좌표는 있으니까 가능하다는 거군
하얀 소년은 하늘거리는, 하얀 해파리를 보고 있다. 물은 일반적으로 푸른색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 아쿠아리움도 그것에 충실히 맞춰, 푸른 조명들을 너무 밝지 않게 이어두었다. 적당히 밝게 꾸며진 물 아래를, 적절한 관람을 위한 어두운 관내가 언듯 심해처럼도 보였다. 그런 분위기 마저도 노린 것일까, 하얀 소년은 담담히 생각하며 고개를 느릿히 올렸다.
하얀 해파리가 유영한다. 그것은 헤엄이라거나 수영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유영이라는 표현이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적어도 소년은 그렇게 느꼈다.
이 아쿠아리움에는 분명 많은 것들이 있지만 소년은 굳이 그것들을 돌아보지는 않았다. 바다 아래 숨어든 듯한 이곳이 썩 나쁘게 느껴진 것은 아니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물과 친하지는 못했다. 종이는 젖으면 못 쓰게 되니까..
"...아, 안녕하세요~ 수경씨죠?"
나지막한 목소리에 반응이 그리 늦지 않았다. 무기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무감각한 얼굴에 순식간에 표정이 맺히며 소년이 방긋 웃었다. 그는 예전, 인면조와 듀라한으로 만났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평범한 사람.
깜빡. 나른하게 잠에 취해서 반쯤 감겨있는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온 메세지였다. 생각? 나를? 누가? 잠에 사로잡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뇌가 쉽게 답을 도출해내지 못한다.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커튼과 액정 불빛이 섞여서 눈이 부셨다. 낮게 잠긴 신음을 웅얼거리고 엎드린 채 베개에 얼굴을 뭉개며 혜성은 다음으로 온 새 메세지로 넘겼다.
이건 또 뭐람. 도르륵, 눈부심을 피해 굴러갔던 그늘에 잠긴 파르스름한 눈동자가 액정에 떠오른 메세지를 읽는 것처럼 도륵 구른다. 느른한 웃음이 희미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건 누구인가요?]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하는 자는 무엇이라 지칭해야 옳은가. 후회와 후회가 겹쳐지다보면, 그것으로 신중함을 배울 수 있을까. 느리게 뇌가 굴러간다.
마지막 메세지가 아직 알람창에 떠 있었다.
>[방에 꿀이라도 숨겨 놨냐? 아침에 밥 먹으러 가자, 깨우러 간다. 거부권은 없다.]
모든 메세지보다, 의문스러운 메세지다. 자신에게 이런 메세지를 보낼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혜성은 꽤 오랫동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아니 의식적으로 교류를 줄여가고 있는데 누가 보낸거지 이건. 액정 위의 시간을 흘끗 바라보고 혜성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여분의 베개를 끌어안고 둥글게 몸을 말았다.
여름이었다; 어떤 글에 붙여도 그 끝을 아련하게 해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족 없이 사실만 표하는 것인데도 오히려 감정의 배제에 의해 읽는 이로 하여금 글쓴이의 정리된 심적 상황을 여운있게 포장해준다.
여름이다. 경진이 그런 감상을 하는 것은 아련함 일절 없는 것일테다. 말 그대로의 뜻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회로는 있다: 물이, 물고기가 보고 싶다고. 그 작은 동기부여로 경진은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안부를 묻고싶었던 세명 중 한명한테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5초 준다, 가 5초(동안 렉걸리게 해)준다 였나. 동월이 사진을 보내면 메신저는 경진이 그것을 읽었다는 것을 일러바치되 경진의 답은 없었다. 동월의 기행에 굳은 것은 아니고, 약속장소(?)에 상대가 먼저 도착해있으니, 루트를 어떻게 짜야 최단시간 내에 도착할수 있을지 계산하는 것이였다. 곧 점 세개가 메신저 창에 찍히고 문자가 하나 올라온다.
[옆은 후식인가요?]
그 답을 끝으로 달리 문자가 더 오진 않았다. 5초 준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들어먹은건 아닌지, 약 15분이 걸려서야 설렁설렁 아쿠아리움에 입장해 동월을 찾으려 들었다. 압도적이였던 사진속 물고기 덕에 관련구역을 찾는것은 쉬웠고 곧 익숙한 남색 머리칼도 눈에 띄어 경진은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거리를 좁혀가며 무어라 물어왔다.
"선배 친구분은요? 어디 계세요?"
동월의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 막연히 친구였는줄 알고 묻나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약 밀거래 하는 일반인마냥 조심스레 가디건 품을 열더니, 잘 포장된 모듬회 대자 한판을 꺼내 자연스레 뜯어보인다.
아무렇지 않게 네글자를 보내고서 그저 기다렸다. 국거리... 음. 사실 이미 물속에 있으니 국거리랑 다른게 없지 않나(?) 아무튼 5초라고 말은 했지만 딱히 불만 가지지 않고 경진을 기다렸다. 15분이나 걸려 동월을 찾아낸 경진은, 동월이 무언가를 씹고있는 상어를 보고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실탄 사격을 보통 고등학생이 많이 해볼 수 있나? 같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랑이 보통 고등학생의 생활에 빠삭한 것도 아니고, 인첨공 안이라면 그럴 수도 있나 같은 감상으로 적당히 넘긴다. 어쨌든 경험이 꽤 있다는 거군.
"정말 사격만 하는 게임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사격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내용적인 요소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더럽게 재미가 없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으므로, 랑은 한양이 총기를 골라 들고 조준하는 걸 보았다. 표적은 거리별로 나뉘어져 있는 모양, 한 발 한 발 한양이 쏘던 걸 보던 랑은 적갈색 개머리판이 달린 소총을 집어들었다. 심플한 디자인을 보아 아마 ak 소총을 모티브로 만든 것 같다. 너무 구식 아닌가 싶지만.
"......"
장전 방식이나 파지법을 알려주는 홀로그램을 보면서 노리쇠를 당겨 고정했다가, 총기 옆을 탁 쳐서 노리쇠를 전진시킨다. 조정간은 단발로, 랑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은 뒤, 총열의 우드가드 부분에 왼손을 대어 쥔 채로 개머리판을 견착했다. 호흡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확인하고 나서. 표적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반동을 가정하고 너무 세게 견착해서 그런가?! 아니면 이 총의 영점이 처음부터 박살이 나있던가?! 평소에 쏴도 19~20 발은 맞추는데, 왜 갑자기 3발 밖에 못 맞추는 거야? 저 총 왠지 클리크 조정부터 해서 영점부터 맞춰야 될 것같은데. 봐봐 우쪽으로 지나치게 위치해있잖아...하도 오랜만에 쏴봐서 그런가? 에이, 서한양. 무슨 핑계를 대는 거냐. 못 쏜 거면 못 쏜 거지.
" 크흠.. 14발.. 너가 이겼네. "
하지만 3발 밖에 못 맞췄기에 뻘쭘하게 헛기침을 내뱉는 한양이었다. 그나마 내기를 안 걸어서 다행이라고 여겨야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이번 승부는 냉정하지 않은 게 어디야. 랑이 처음 쏜 거라면 잘 쏘는 편이라며 칭찬하고 싶지만, 3발 맞춘 입장에서 누군가의 실력을 운운하기에는 너무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정답이에요." "음...상품은...." 상품이라고 할만한거는... 이런 거 밖에 없다면서 수경이 무심코 산 고래 모양 키링 두 개를 머뭇거리면서 건네려 합니다. 수경은 이런 장신구는 잘 안하는 편이라서 어쩌지 하지만 기왕 산 거 선물로 하는 것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해서일까요.
"하늘을 바다처럼 유유히 유영하는 게 약간은 점수를 땄나봐요" 하지만 점수를 많이 얻지는 못했다! 탱탱! 튀는 것이 어쩌면 예측불허여서 점수를 짜게 받은 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수경주입니다.
"휘말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요." "저는 타인이 말을 놓는 건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수경입니다. 말을 놓는다고 해서 왜 너는 존댓말 안 써요? 같은 말을 할리가없잖아요. 수경은 꼰이 아니에요(?)
손을 잡고 다니자는 것에 조금 놀란 것 같습니다. 그야. 수경이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손을 잡기보다는 차라리 채찍같은것에 붙이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했을거니까요.
"그러면 처음에는 이걸로 가는 건 어때요..?" 그리고 수경이 가리킨 것은 누가봐도 진짜무서워보이는 무언가의 롤러코스터입니다. 설정상 크리에이터가 가장 무섭게 설계했고 그대로 지었다라나 뭐라나....는 건 농담이지만 그걸 진실로 믿어도 무방할 만큼 상당히 무서운 롤러코스터입니다.
"바로 갈 수 있어요." 새치기가 아닌 가장 빠른 방법은 텔레포트다. 인 걸지도.
"아니면.. 이거요?" 와 하이드로펌프 워터슬라이드 후룸라이드...라는 것도 가리키기는 합니다.
무의식이라는 것은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좀 더, 사람의 내밀한 속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는 소년이 타인의 정신에 접촉할 수 있기에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무심코' 사버렸다는 말이 소년에게 좀 더 깊이 다가왔다. 방금까지 짓던 밝은 것보다 좀 더 잔잔하게 표정을 정돈한 소년이 찡긋 눈짓했다.
양손으로 유한을 뚜까뚜까 때리려 하지만 아프게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속으로는 유한이보다 더 크겠다며 이를 갈고 있는 아지다.
"만세에에에엑"
아지는 바이킹에서 만세하는 사람들의 대단함을 안전바에서 손을 뗀지 3초만에 알아버렸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얘기는 아지가 금방 바에 손을 얹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죽을 뻔했다는 유한의 말에 힘빠진 웃음을 큭큭거리면서 내뱉는 아지다. 아지가 웃는 바람에 유한도 흔들린다.
동시에 할 만한 게임이라.. 막상 찾아보려고 하니깐 은근 없네. 흐으음.. 서한양 역시 게임에 대한 지식은 적어서 뭐가 어떤 게임인지 잘 모르는데 말이야.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랑이 선택지를 제시해주는데.
" 스페이스 인베이더? "
우주 침략자 뭐 그런 건가? 이름부터 무언가 고전스멜이 나는 걸.. 했더니 엄청나게 고전이었다. 갤러그를 연상케하는 우주배경 슈팅게임. 그러나 갤러그보다 고전으로 보이는 찐 고전의 정수였다. 고전이라고 해봤자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서한양인데.. 스타크래프트보다도 훨씬 고전으로 보이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러므로 소인배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경진의 기준으로 경진보다 작은 사람들은 소인배가 될테니 (??)
절규를 마친 동월은 느릿느릿 비척빅 일어나더니, 아까 다먹고 유일하게 남겨둔 젓가락으로 경진의 회를 한점 덥썩 집어먹는다. (!)
" Sad. " " 난 이미 상처받았어. "
그러면서도 남의 회는 맛있게 먹고있다. 남은 쓰레기는, 그저 근처의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관람하느라 이곳저곳 움직여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아쿠아리움 내부에는 쓰래기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중 하나에 동월의 쓰레기가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서 뚜껑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테다.
" ....그딴데 안간다. "
닥터피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동월의 안색이 옅하게 안좋아졌다. 아무리 영어고, 뜻이 의사라는 것만 있는게 아니기도 하고, 그 뒤에 피쉬가 붙긴 했다지만... 음. 연상되는 단어는 어쩐지 꺼려진다 해야할까. 그런 것이다.
전날, 4학구에 있는 그림자의 연구소로 추정되는 곳에 처들어가긴 했으나 역시나 캐퍼시티 다운을 뚫지 못한 은우는 결국 자신의 담당 연구원을 만나 과자나 얻어먹고 돌아왔다. 어제의 일로 조금 피곤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일어난 그는 적당히 놀이동산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야 놀이동산에서 나온 그는 끄응 소리를 내며 힘껏 기지개를 켰다.
내일은 사파리나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일단 지금은 누리랜드의 산책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특별히 볼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조깅을 하거나 그냥 걸어다니기에 딱 좋은 코스가 부지 한바퀴를 전체적으로 도는 느낌으로 놓여있었고, 은우는 딱 중간지점의 위치에서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그다지 티가 나지 않을지도 모르나 그 역시 저지먼트의 멤버이며, 그 중에서도 톱인 부장의 자리에 있었다. 체력관리는 확실하게 하고 있었으며, 체력 역시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이곳까지 달려서 약 30분. 한번도 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호흡과 무너지지 않은 폼을 유지하며 그는 계속해서 같은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처럼 이곳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후배의 뒷모습이 보이자 그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달리는 폼을 유지하며 그 후배가 있는 곳까지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근처에서 멈춰서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뺨을 긁적이며 그려낸 표정은 조금 입을 꾹 다문 표정일 것이다. 불쾌하다거나 하기 보다는 조금 당황스러움에 장난기를 섞은 얼굴. 그러다 다시 웃었다. 무섭든 두렵든, 조금은 진지하게 고민해준다는 게 소년은 그래도 약간은 기뻤다.
"..아, 미안, 배려가 없었네."
좀 더 보고 싶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게 맞았을 거 같은데. 미안하다는 듯 슬쩍 소년이 표정을 지우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수경은 소년을 내보내줬을 것이고..
"고마워."
소년은 아쿠아리움 앞에서 수경에게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으음, 나는 리조트로 돌아갈 거 같은데~"
오늘의 목적도 이미 이뤘으니까.. 소년의 가방에 들어있는 것을 떠올렸다. 소년은 놀이공원을 즐길만한 사람이 아니다. 이는 성격이나 감성의 문제보다는 다른 쪽인데, 보통 인기있는 스릴 계열의 놀이기구에 별다른 감상을 느끼지 못하는 탓이다. 놀이공원의 오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깎여나가는 인물이 최이경이란 소년이다..
찾을 때 안 보인다는 말이 정말인 것 같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은우가 영 눈에 띄지 않았기에 리라는 예의 녹색 보석이 박힌 마법봉을 든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산책로까지 흘러온 참이었다. 부지가 넓다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마주치기 어려울 일인가. 사실 그냥 연락을 넣으면 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 재미 아닌가... 선물 줄 사람을 손수 찾아다니는 것 말이다.(아니다. 그냥 스스로 불러온 생고생이다.)
그래도 끝끝내 못 마주칠 운은 아니었던 거 같다. 설렁설렁 거닐고 있을 때 쯤, 문득 등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틀면 은우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가볍게 손 흔드는 모습에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어! 찾았다!"
상대가 본인의 이런 반응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 조금도 고려하지 못한 채로 발견에 대한 환희만이 입 밖으로 빠르게 터져나왔다.
"아 참. 이게 아니지. 안녕하세요, 은우 선배님! 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선배님은 어떠셨어요?"
찾았다라는 말이 나오자 은우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말로 추정하건데 아무래도 리라는 자신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런 의문이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보이는 환희에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안부를 붇는 것에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대답했다.
"여러모로 바쁘지. 조금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일도 있고, 부장으로서의 이런저런 일도 있고, 슬슬 인수인계도 고민을 해봐야 하고 말이지. 물론 당장은 아니고 11월은 되어야 시작할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도 미리 자료를 어느 정도 정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ㅡ사실상 3개월 정도 남은 셈이었다.ㅡ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허나 이내 보이는 웃는 모습. 그리고 줄 것이 있다는 말에 그는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줄 것? 갑자기 뭘? 이상한 것은 아니지?"
그녀가 이것저것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이상한 것은 딱히 없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지만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듯한 표현도 그렇고, 줄 것이 있다고 굳이 이야기하는 것에 그는 일단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혜우주가 저번에 저한테 말씀하신 적 있었죠, 뭔가 뾰족히 대응할 틈도 안 주고 와르르 쓸려가는 전개 싫다고. 그런데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시고서는 혜우주는 계속 그런 전개 말씀도 없이 일방적이고 반복적으로 계속 사용하고 계시네요. 저번에 자해 묘사 때도 그렇고 제로전 때도 그렇고 제가 최소 두 번 정도 이미 기함을 한 적이 있었죠. 그 때마다 제가 제 스스로가 심약한 탓으로 돌리면서 계속 넘겼는데, 세 번째쯤 되면 더 이상 제 심약함을 사과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제가 기함하거나 우는 햄스터 짤 올리는 걸 보실 때마다 반응이 귀엽다며 더 짓궂게 구셨는데,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그 중에 절반 정도는 진짜 뒷사람 눈에서 눈물이 나온 상황이에요. 눈물뿐 아니라 장난감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해요. 이번에는 진짜 화가 너무 많이 났어요. 그렇지만 그 내용 전부가 혜우라는 캐릭터의 서사고, 제가 괴롭다는 이유만으로 그 서사가 제한되는 건 저도 절대 원하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하나에요. 한 세 번쯤 됐으면 아 이 정도 수위면 이 인간이 펄쩍 뛰겠구나 할 만한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쌓이셨을 테니, 그 정도 자극적인(+낙폭이 엄청 큰) 묘사를 사용하실 거면 사전에 대략적으로 경고 정도는 해달라는 점, 제가 마음의 준비 할 시간은 달라는 점. 이번에 코+눈 출혈 묘사 쓰실 때 심장 부여잡고 기다리라고 하셨는데, 이 심장 부여잡으라는 게 찌통인 쪽으로인지 염장인 쪽으로인지 저 전혀 감을 못 잡았어요. 그래서 마음에 준비를 전혀 못했어요. 아무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금은.. 가벼워지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래도요" 무겁게 느끼게 됩니다. 아주 깊숙이...를 기억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날것으로 드러내려 하는 것은.. 고민될 만한 사안이잖아요?
"아뇨아뇨.. 저도 꽤 오랫동안 있었어서 나와도 괜찮앗ㄱ는걸요" 정말로 괜찮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고 나서. 나온 뒤에 물어본 결과를 듣고는..
"저는..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들어갈 것 같아요." 리조트로 돌아가신다면 보내드린 뒤, 돌아다니겠네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원하는 장소가 구체적일수록 정교하게 보낼 수 있다라는 말을 하며 수경은 보내드린다를 조금 더 강조합니다. 꼭 같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겠군요.
그리고 잘 보이지 않게 내려두었던 한쪽 손을 들어올려 들고 있던 물건을 드러내는 거다. 반짝이 가루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볼, 그 위아래로 장식된 동그란 녹색 모조 보석, 쓸데없이 화려한 바디를 가진... 마법봉이다. 장난감 마법봉.
"에어버스터 마법봉이래요. 멋지죠?"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손잡이 부분의 버튼을 누르면 쾌활한 아동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아마도 퍼스트클래스를 모티브 삼아 캐릭터를 제작했을 인첨공 내부 어린이 채널의 애니메이션일 것이다—가 흘러나오는 거다. 심지어 보석은 오색찬란하게 반짝이고, 플라스틱 볼 안의 반짝이 가루는 내부에 도는 바람으로 소용돌이 치듯 휘날린다!
사소한 말 한마디, 그것이 사람에게 어떻게 닿는지 소년은 아주 조금, 편린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고 활기찬 인사라거나, 그런것들. 허나 소년은 본성적으로 발랄한 인물상과는 거리가 있고 가끔은 생각이 지나치게 뻗어나가기도 하는 탓에 수경에게 다소 조심스러운 말을 더했다.
"음, 힘내."
하고.
"음, 그래도 말이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즐기고 있던 것 같아서."
제 주머니에 들어가있는 고래 키링을 떠올린 소년이 목덜미를 문질렀다. 계속 괜찮다고 하니까 소년도 더 말을 이어가지는 않았다.
"아 한 번 더는 괜찮아! 조금 생각할 거리도 있어서."
예를 들어 이 선물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겠는가, 에 대한 것. 그리고 거리를 걷다보면 뭔가 좋은 물건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제안은 고마우니까, 다음에 혹시 내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말해줘. 기억에 대한 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보통 여학생들 중에서 스타 하는 애들은 못 봤지만.. 혹시나 한다고 하면 일대일로 해보고 싶네. 내 엄청난 짬과 실력으로.. (대전 21승 236패) 스타크래프트가 어떤 게임인지 알려주고 싶단 말이야. 내 주종족인 테란으로 화력이란 게 뭔지 보여주마.
" 이거 보스가 없구나? 진짜 기록 세우는 게임이구만. "
한양은 싸울 때의 감각을 기억하며 살리기 시작한다. 상대의 미세한 움직임과 호흡도 캐치하는 동체시력과 반응속도를 이미지 트레이닝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하냐고? 아까 사격에서 당한 망신을 덮어야지. 이것 마저도 내가 죽을 쒀버리면.. 게임 못하는 서한양이라는 이미지가 새겨질지도 몰라. 싸움 못하고 , 능력 약하고 , 공부 못하는 건 상관없어. 근데 게임 못한다는 얘기는 못 참아.
물론 여기서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음 부장의 발표는 저지먼트에게 있어서 아주 큰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개인에게 알려주기보다는 모두가 있는 곳에서 정식으로 발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일단 말을 아끼기로 했다.
한편 기념품 샵이라는 말에 은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장난감'이라는 말에 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또 코뿔소와 관련된 무언가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코뿔소라면 괜찮다고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차라리 코뿔소가 더 낫다고 은우는 속으로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버스터 마법봉. 그것을 본 순간 은우는 순간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저게 여기에 있지?! 그런 경악이 섞인 감정 속에서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인첨공을 지키는~ 바람의 전사... 져스티스 에어버스터. 물의 전사... 져스티스 웨이버. 하늘과 바다. 수평선의 힘으로 악을 무찔러라~"
흘러나오는 주제가를 은우는 참으로 아련한 눈빛을 보이면서 정확하게 따라불렀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이 퍼스트클래스가 되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지시된 일이었다. 어린이용 마법전사물을 만드니까 거기에 웨이버와 함께 두 주인공 중 하나로 참가하라였던가. 촬영했고, 그때 방송되던 것까지 모두 하나하나 떠오르며 은우는 아련한 눈빛으로 마법봉을 잡았다.
"이게 왜 4학구 놀이동산에 있는진 모르겠지만... 엄청 그리운 물건인걸. 물론 고작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너... 혹시 2년 전에 인첨공에 있었니? 그래서 이걸 나에게 주는 거니?"
눈을 반짝이면서 지나칠수 없었다는 말에 혹시 그 방송을 본 것이 아닐까 싶어 은우는 난감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리라를 확인했다.
사방이 푸르르고 싱싱한 횟감이 곳곳에 있는데도 입맛이 싹 사라진듯한 표정이다. 동월이 집어간 회를 마지막으로 용기를 닫고 미지의 가디건 안 공간에 수납해둔다. 그래, 애니에서 사람들이 옷 안에 티비도 넣고 이것저것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첨공이나 이런 개그성 묘사도 어느 정도 현실성 있을거 같아 조금 두렵다.
“전 상처 안 받았으니 제가 이겼네요.”
그리고 근처의 쓰레기통에 겨우 시선이 간다. 아, 맞다. 잠을 너무 자서 기어코 뇌가 퇴화한 것인지, 공공장소에 쓰레기통이 당연히 비치되어 있으리란 사실을 까먹은 듯하다. 지 잘못 인정 않고 동월의 쓰레기만 가만 보다 뻔뻔한 말을 했겠지만.
“선배라면 쓰레기로 잠수함 만들었을줄 알고 물어본 건데.”
가벼운 분위기였다가 의외로 제안을 거절하는 목소리에 뒤늦게 동월의 안색을 살피고 통 이해 못하겠다는 듯의 당황이 느릿히 번졌다. 박호수 사건 당시를 회고해 본다면, 동월이 병원 내지 의료진려센터에 트라우마 비슷한걸 품고 있다는 것은 제아무리 눈치 없더라도 짐작 가능할테다. 트라우마 일절 없이 자라온 경진은 병원에 대한 동월의 공포의 깊이를 채 가늠조차 못하니, 어류와 의학의 관계성을 찾는데 부끄러울만큼 짧지 못한 시간이 걸렸다. 분위기 봐서 그때 그 사달이 난 이후, 잘 추스렸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생각이 짧아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러다 동월이 일부러 화제를 돌려주려 하는게 들리면 상응한다.
“그건 저희보단 애린 씨가 어울릴거 같지 않아요?”
자고로 거북이는 토끼 전용 탈것 아닌가? 그렇게 분위기 바뀌던가 싶더니, 돌연 원상태로 되돌아가는듯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지런히 놓은 도구들 하며 신중한 모습까지, 아마추어와는 어딘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녀였다. 물론 그런 도구들을 잘 다룰수 있는건 능력 덕분이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머릿속의 청사진과 그걸 어느정도 밖으로 내놓을수 있는 손기술이라고 둘러댈수 있으려나?
다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이라던가, 관심인지 경계인지 모를 시선을 향하는 동물들을 보면 등 뒤가 좀 따가울지도...
"이러나 저러나 저런 시선들은 무서운데 말임다..."
그렇다 해도 대충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손이 얼얼하다 느끼는 와중에도 마지막 조각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끼워맞추고선 어디선가 많이 본 포즈를 취하며 한손을 붕붕 휘둘렀다.
흐음, 그런가. 리라는 그런 은우의 답변에 눈을 가늘게 뜨는 듯 하다가 이내 맑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 또한 차기 부장 발표가 큰일인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누구 하나한테 미리 말해주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겠지. 이런 면에서 신중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며 은우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건 이어지는 반응을 기대하며 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이윽고 상대의 두 눈동자가 격렬히 흔들리는 순간, 리라는 깊은 곳에서 올라오려는 웃음을 힘껏 눌러 참을 수밖에 없었다.
"최고죠?"
뭐가 최고라는 건지. 하지만 만족스러운 얼굴은 곧 은우가 마법봉에서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정확히 따라부르자 조금씩 의아함으로 뒤덮여간다. 뭐지? 너무 잘 아시는데? 아, 이제 들어보니 가사 자체에 에어버스터와 웨이버라는 이명이 들어가 있구나. 저작권 허가(?)을 받기 위해서 제작 전에 사전 연락을 했던 걸까, 그래서 알고 있는 걸까...
"어?"
그러나 언제나 현실은 생각보다 대단한 법이다. 2년? 잠깐만. 이거 혹시... 정말 방송되던 애니메이션 주제가였나? 하긴 놀이공원 장난감에서 대사 있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게 희한하다고 여기긴 했다. 이런 곳에서 파는 장난감의 노래라고 해 봐야 가사 없는 효과음이 대부분이니까. 어라, 어라? 어?
"아뇨, 아뇨. 전 작년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2년 전? 그립다니... 은우 선배님. 혹시 이 노래 아세요?"
다만 은우의 추측은 빗나갔고, 대신 전혀 다른 가능성을 건드리고 말았다. 지금 이 순간, 리라는 숙소에 돌아가는 즉시 '인첨공을 지키는 바람의 전사 져스티스 에어버스터'를 검색해 볼 계획을 업데이트 하고 있었으니까.
성운의 목소리가 비틀거리며 네게로 떨어졌다. 어떤 전조도, 예고도 없이 몰아친 불운의 폭풍 속에 너를 잡아오는 것이라고는 그 흔들리는 목소리와 따뜻한 손뿐인데, 한순간에 와르륵 밀려든 불행의 파랑 앞에서 그 손의 온기가 너무도 보잘것없이 초라해지고 만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구급차를 부르는 것뿐. 그런데 그마저도 네가 막았다. 폰이 스륵, 하고 떨어져서는 바닥에 빡 하고 부딪힌다. 강화유리로 된 보호필름에 길고 커다란 금이 하나 생긴다. 네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에 네 손을 잡고 있는 성운의 손이 마주 파르르 떤다.
“······아픈 거잖아. 아프면 아프다고 해.”
비틀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것. 그러나 그건 반증으로 충분치 않았다. 성운은 남아있는 손으로 네 어깨를 잡고, 너를 다시 부드럽게 떠밀어 소파 위에 뉘어주었다.
“···줄곧 그러고 있었잖아. 네가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같이 있어달라는 말에, 성운은 네 손을 꾹 거머쥐었다. 손의 떨림을 감추고 싶었다. 그러나 감춰지지 않았다. 방금 너에게 일어난 일이, 절대로 단순한 코피나 두통 따위가 아니라는 것이 감춰지지 않듯이 말이다. 네 손을 꼭 잡고 너를 내려다보며, 성운은 그렇게 떨고 있었다. 네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성운의 손떨림은 점점 잦아들지언정 멈추지 않았다. 문득, 성운의 귓가에 까르르륵, 하는 신명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네 눈에 어쩌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창문 밖을 스쳐지나가는, 너보다 머리 하나 작은 꽁지머리를 한 소년의 검은 인영이 활기차게 창밖을 뛰어가며 까르륵 하고 웃는 것을. 성운은 네가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네가 손을 잡아당기자, 그대로 네 위로 순순히 끌려와 주었다. 네 별이 될 수 없다면 네 이불이라도 되고 싶었다. 이불치곤 쓸데없이 무겁고, 쓸모없고, 딱딱하겠다만, 그렇다고 해도.
···그리고 네 눈에, 성운의 턱관절에 힘줄이 불거지는 게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누군가 제삼자의 개입이 있다는 것은 눈치챘다. 그리고 그들이, 너 혹은 성운이 예상하던 것보다 이미 너의 더 깊은 곳까지, 더 가까이까지 영향을 끼치고 장악하고 있음도 눈치챘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우우.”
자신에게 마음을 바친 사람이, 자신이 마음을 바친 사랑이 이토록 아파하는데, 자신은 그저 아무 도움도 안 될 보잘것없는 손이나 움켜쥐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력하고, 허탈했다. 굳이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직후였어야 했나? 네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하잘것없고 쓸모없으며 가소로운 것인지 알려주기를, 바로 직후에 이렇게 마치 방금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를 쇠망치로 내리치듯 했어야만 했나? 아아, 그러나 언제는 삶이라는 것이 가엾은 약자들에게 그딴 편해빠진 사정을 봐주던가.
“우으윽, 우으우우우·········.”
커다란 고통을 당한 짐승이 낼 법한 신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얼굴이 그늘져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뚝, 뚝, 하고, 뜨거운 물방울 같은 게 네게 떨어졌다.
"알고 말고를 떠나서 이거, 일단은 나와 웨이버로 찍은 특촬물 노래니까 말이지. 질리도록 들었지."
에어버스터 버전, 웨이버 버전, 합창 버전도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까지 말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긴 했기에 은우는 굳이 그것까지 말하진 않았다. 이어 그는 가만히 그 마법봉을 바라보다가 제대로 잡으면서 아주 능숙하게 뱅글뱅글 돌린 후에 척 잡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15화에서 이런 식으로 돌리면서 기술을 쓰는 것도 있었던가. 참으로 아련하면서도 묘하게 애매한 감정이 들면서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그는 살며시 마법봉에서 눈을 떼어냈다.
"아마 OTT에서 찾아보면 유아용에 있지 않으려나. 아무튼 작년? 그렇다면 2년전은 아니로구나. 굳이 찾진 말고. 애들 보는 용이라서 내용이 심오하진 않아."
딱 유치원~초등학생이 볼법한 그런 부류의 내용이라고 하면서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그는 리라를 바라보면서 질문 하나를 가볍게 던졌다.
"스트레인지에서 날고 기는 놈이 있다지만 독보적인 존재. 악인이 천직인 사람이라니까? 어떻게 이런 본성을 숨기고 인첨공에 올 수 있었지? 거래는 확실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신뢰가 간다마는." ─ 3학구 위험도 4단계 스킬아웃 'Burn on'의 리더. 현재 스킬아웃 세력전에 휘말려 사망.
"메트로폴리스에서 그 양반이 나타나면 둘 중 하나야. 판돈 걸고 며칠 뒤에 죽나 내기하거나, 아니면 판돈 걸 새도 없이 조져버리거나." ─ 메트로폴리스의 도박중독자 김 모씨. 현재 상습 절도 및 강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마땅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순수한 거악巨惡을 상대할 수 있을까. 퍼스트클래스의 도움을 받기에는 너무 사소한 것 같고, 그렇다고 도움을 받지 않자니 확신이 없다." ─ 안티스킬 소수정예 특수 형사과 반장 아스트라페(서태휘)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올려서는 안 된다." ─ 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 '필리 데 솔리스'의 재단이사 겸 데 마레 전 수석 연구원 윤찬혁. 현재 차일드 에러 인신매매 및 연구자금 횡령, 연구기밀 누출 혐의로 체포되었으나, 수송과정 중 탈출하여 행방불명 상태.
"제멋대로의 폭군. 인간을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 원숭이 손, 패군. 내가 본 나리는 그런 분이다. 무엇이든 밀어붙이고, 손에 쥘 수 있는 자. 현실에 질려 비현실을 추구하는 자, 고압적이고, 본인 기준으로는 순수한 호의를 보이나, 인간에게 있어서는 재앙인 존재. 혼돈을 인간으로 빚어내면 이렇지 않을까 싶고, 스스로도 알고 있으나 애초에 이해할 수 없고 직언하는 자도 없었으니 고칠 수도 없는 듯하다. 나는 아직도 쭉정이를 거르는 행동이라며 수석 엔지니어를 불러 심문한 뒤 죄다 바다에 던져버리던 날을 잊을 수 없다." ─ 메트로폴리스 안드로이드 엔지니어 A.
"나는 감히 말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이, 이번에는 말을 올려볼까요. 그래요, 사람들은 두려워 하지만 나는 아니까요… 어떤 가면을 쓰는지, 내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무엇인지. 사실 나리께서는 아직…… 어린 분이세요. 그리고 겁도 많으시지요. 아…… 이제 당신도 알게 됐다고 생각하나요…… 유감이에요. 여기는 어둡고, 사람도 없거니와, '나만' 안다니까요……." ─ 메트로폴리스 수석 안드로이드 엔지니어.
"……내게 물어봤자 돌아올 말은, 없다고 보아요. 아무것도 묻지 말아…." ─ 목화 고등학교 저지먼트 라이노 소속, 현태오
PC, 패키지 게임보다는 아케이드 게임 기판을 더 자주 접했기 때문에 이름 정도는 들어봤으나 해본 적은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좀 심하게 취향이 고전적이지 않은가 싶지만...
"맞아."
스코어링의 개념을 사실상 처음 들여왔다고도 볼 수 있는 그런 기념비적인 게임이었으므로, 보스는 없이 끝없는 전투를 이어가야만 하는 게임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거기서 끝, 외계인을 막아내는 대공포가 파괴되면 지구는 멸망이다(?)
"좋아, 간다."
모처럼 같이 게임을 할 사람이 있으니 조금 즐겨도 괜찮겠지, 랑은 레버를 한 바퀴 돌리곤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결과는... 19스테이지까지 진출.(17*22/2=19.5) 조금만 더 했으면 20스테이지 이상도 넘볼 수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다. 최대 스테이지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무한정 계속하기엔 시간은 무한하지 않았으니 이정도면 충분히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꽤 하네."
17스테이지 즈음에는 랑이 먼저 격추되어 버려서 사실상 한양이 2스테이지 이상을 혼자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여기까지 온 건 한양의 덕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사격은 좀 애매했지만 이런 거 꽤 잘하는구만.
그랬단 말인가. 이번에는 리라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런 비하인드가 있을 줄이야. 빙글빙글 능숙하게 마법봉을 돌리는 은우를 보고 있으면 묘한 확신이 더 따라붙는다. 진짜구나. 세상에, 주소지 이름에도 에어버스터와 웨이버를 붙이고 15주년 행사 때도 두 사람을 내세워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걸 만들더니 하다하다 아동용 영상물까지 만들었단 말인가! 충격적이다. 퍼스트클래스라고 대놓고 밝혀진 인물이 단 둘뿐이니 별의별 곳에 다 등장하는 건 이해했지만 이건... 아니... 근데 내가 어린이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영 나쁘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OTT에 있구나."
이미 안 들리는 거 같다. 아니, 들린 것과 별개로 찾아볼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이미 호기심 전구에 불이 환하게 들어온 상황, 이 불을 끄지 않으면 잠들 수 없으리.
"으음~ 그러게요,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이어진 은우의 질문에 리라는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본다. 분명 안에 반짝이 가루가 든 녹색 마법봉 옆에... 분홍색 액체가 들어있는 파란색 마법봉이 있었지.
"아니다. 확실히 있었던 거 같아요. 놀이공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기념품샵인데, 지금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것도 보러 가시려고요?"
>>0 검은 늑대 머리띠를 씌워주고 끝내려고 했는데 어디서 난 건지 토끼 머리띠가 자신의 머리에도 씌워졌다. 솔직히 별로 안 어울리지 않나. 그리고 뭔가 늑대보다 커다란 토끼라고 하면 좀 무섭지 않은가, 정말 길쭉길쭉하게 생긴 토끼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던데.
"사실 난 보팔 레빗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 어쩌면 늑대 행세를 하며 달려들었을지도 모르는 리라를 침대에 방 안 소파에 안아다가 앉혀놨을지도 모른다. 같이 앉아있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오늘도, 방 안에 주로 있을 랑을 위해 리라가 숨겨 놓은 세 번째 선물을 찾는다. 처음엔 그냥 재미삼아 찾았는데 어쩌다 보니 오기도 생기고.
다만 그런 오기가 무색하게, 상자는 꽤 손쉽게 찾아냈다. 쉽게 찾아낸 상자를 탁자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서 상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아침 일찍부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그맣게 보인다. 이곳에 온 뒤로 계속해서 혹시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경계하곤 있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
불길하거나 위험한 일들만을 알아챌 수 있다는 건 그 당사자에게는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 수 있어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리라에게로 닿는 시선. 침대에서 같이 잠들 때마다 자신을 끌어안고 자는 탓에, 먼저 깨더라도 머리를 쓰다듬다가 다시 잠들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오늘은 잠깐 자세를 바꾸는 그 틈에 우연히 깨서 일어날 수 있었던 거고.
랑은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걸 확인하고는, 그게 무엇이었든간에 다시 침대 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 더 누워 있어도 되겠지, 내가 옆에 눕는 걸로 네가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빨리 버리고 잊어버리려고 하지만 쉽진 않지" 쿠폰 유효기간이 지나면 빨리 버리고 잊어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쿠폰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의 철현의 방식이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그는 기존에 모았던 쿠폰들을 다시 모으진 않는다. 전혀 다른 상점이나 또 다른 종류의 쿠폰을 모을 뿐이다.
"나중에 사고치면 말해. 세은이 정도는 속일 수 있을 정도로 해줄테니까."
부장은 못 속인다.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확률이 높지 않다. 워낙 일을 많이 떠넘겨서 그의 서류 처리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 원인일 것이다.
"혀가 파랗게 변했어" 물과 보리차로 목을 축이며 분위기에 취했던 그였기에 수경의 변화를 눈치채며 웃었다.
"그래? 그럼 난.." 한잔에 몇십만원하는 술을 가리키며 웃는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며 보리차를 가리킨다.
아마 방금 경진이 한 말이 칭찬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경진의 표정을 보고 화사하게 미소지은 동월은 어딘가로 사라지는 회를 보며 조금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 그거 애린이 가방이랑 같은 재질로 만든거니? "
항상 알 수 없는 물건이 나오는 가방을 떠올리며 픽 웃는다. 저지먼트엔 생각보다 도라에몽이 많은 듯 하다. 리라에몽에, 애린의 4차원 가방에, 경진의 4차원 가디건까지. 능력자 세상이 아니라 사실 21세기인가? 21세기 맞구나.
" 어뢰는 만들어봤다. "
하지만 물속에 침수된 쓰레기 어뢰는 유의미한 피해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능력으로 강화했더니 물고기를 3마리나 잡았더랜다.
" 토끼? "
흐음. 이라는 소리를 내며 거북이를 바라보던 동월은, 고개를 몇 번인가 끄덕거렸을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른, 거북이 등껍질을 잡고 바닷속을 유영하는 애린은....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울리는건, 거북이 위에서 파도타기를 하고있는 모습이었을테다.
" 뭐, 괜찮다고 해도 네가 어색한 분위기 계속 연출할 것 같으니까.... "
뒤늦은 사과에 고개를 살짝 돌려 흘기듯이 경진을 바라보던 동월은, 경진을 잡아 펭귄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려 했을 것이다. 과연 누리랜드 답게, 펭귄 먹이주기 체험 같은 것을 하고있으니.
그리고 경진이 성공적으로 그곳까지 끌려왔다면, 멱살에 이어 경진의 뒷덜미까지 잡고서...
" 경진&동월 콜라보. "
볼링 하듯이, 펭귄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슬라이딩을 시키려 할 것이다.
" 안면펭글링스드라이브스매쉬!!!!!!!!!!!!!!!!!!!! "
아마 저항했다면, 그저 펭귄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했겠지. ...겸사겸사 자기도 한입 하고.
가만 보면 은우도 은근히 장난기가 있는 것 같다, 는 감상이 리라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벚꽃 아래에서 즐겼던 왕게임와 진실게임 때의 악의 대마왕 에어버스터—묘하게 이름이 다른 것 같다면 착각이 아니다. 하지만 봄에 한 번 들었던 게 다음 여름까지 온전히 기억되기란 쉽지 않으니.—도 그렇고, 키메라? 도 그렇고. 의외인 것 같으면서도 의외가 아니라서 리라는 그저 웃고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어쨌든 재밌었다면 된 거 아닐까.
덤으로 팁을 하나 덧붙여주며 웨이버 마법봉을 구매하러 등장할 다음날의 은우를 상상하고 있는데, 문득 반갑지 않은 이름이 들려왔다.
"......박호수요?"
한순간 짙은 침묵이 깔렸다. 방긋거리던 얼굴은 금세 가라앉아 묵직한 고민을 깔고 고뇌하기 시작한다. 알고 싶다면, 알려 준다고. 그런데 난 정말 알고 싶은가. 안다면 뭔가 더 나아질까.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갈 곳 없이 남아있기만 한 상처들을 아물게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그동안 시끌벅적하게 지냈던 아지였으나 이런 조용함도 나쁘지 않다. 성인 몇 사람을 겹쳐도 닿지 않을 만큼 높은 천장과 유리벽 속에 홀로그램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돌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마련된 벤치를 마다하고 아지라는 소년이 푸른 빛을 받으며 흰 돌고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럴 때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예의인 것 같다. 그것을 떠나 말을 하지 않아야 이 조용하고 고상하고 정결한 풍경을 망치지 않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 하고 싶어진다. 아지는 높이 치솟는 흰 돌고래를 바라보며 그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
알려달라고 말하는 것에 은우는 조용히 리라를 바라봤다.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탓이었다. 그 날, 그는 필시 죽기 직전의 지옥을 맛봤을 것이다. 일단 자신이 어느 정도 손을 봤고, 이후에는 월광고 저지먼트인 아라가 손을 봤다. 그야말로 죽이지만 않았다라는 느낌으로 처절하게 손을 본 아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은우는 그 부분에 대해선 굳이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 애는 월광고 저지먼트의 애라서 말이지. 월광고 저지먼트의 부장인 아라가 직접 손을 봤어. 일단 부장이니까 여러모로 할 이야기도 있고, 조금 진지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는 모양이니 말이야. 그리고 이후에는 제 4학구에 있는 수용소에 들어간 상태야. 꽤나 죄질이 나쁘고 차후에 재판을 받고 정식으로 벌을 받게 될 예정이야. 뭐, 뒤의 부모가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지만... 그 부분은 나와 아라가 손을 써뒀으니까 빠져나가진 못할거야."
제 아무리 부모의 빽이 있다고 한들, 결국 이곳에선 퍼스트클래스가 좀 더 위였다. 불합리하고 말이 되는 소리냐고 외치는 목소리가 떠올랐으나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그게 그가 은근슬쩍 이야기하던 '능력지상주의'가 아니겠는가. 물론 직접적으로 말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그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월광고 저지먼트의 부부장이 이것저것 조사를 해서 알려줬기에 은우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덧붙여서 아라가 두 번 다시 네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책임지고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아마 이후에 또 나타나는 일은 없을거야."
그야말로 제 6위가 안전을 보장한 셈이었다. 그 정도라면 어지간한 이가 아닌 이상 두 번 다신 접근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리라를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충 이 정도려나. ...제법이네. 이전의 너라면 이런 일은 혼자서 어떻게 하겠다고 했을 것 같은데. 역시... 동료나 동기가 있어서 좋지 않아?"
맑고 화창한 날 가운데를 걷는데, 문득 어디선가 흘러온 먹구름의 그림자가 당신에게만 드리우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갑자기 사위가 한결 적막해지고,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으며, 색채가 그 광채를 잃어버리는 순간을.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흐려지는 순간을.
성운은 그런 순간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누리랜드 리조트 아래로 여름 햇살은 찬란히 내리쬐는데, 자신은 그 빛에 속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착잡한 마음을 하고 성운은 잠깐의 휴식을 선택했다. 아니, 도피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하겠다. 어딘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떠돌다, 도달한 곳이 아쿠아리움이었다.
─익숙한 깊은 물의 색채들에 침전된 복도를, 성운은 하릴없이 거닐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든 것이, 하얀 것을 눈앞에 마주한 하얀 것이었다. 그 넓은 수조에 벨루가 단 한 마리. 그리고 그 넓은 복도에 아지 단 한 명.
세 종족의 밸런스가 이상적으로 맞춰진 게임이었거든. 스토리 모드도 진짜 재밌고 말이야. 한 지휘관이 된 느낌을 제대로 살린 게임이지. 숙련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지만 말이야.
그렇게 한양과 랑은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세계에서 둘의 힘으로 외계인을 막기 시작했다.
" 어어.. "
랑이가 먼저 게임오버. 서한양이 혼자서 해야 되는 상황. 2명분의 적들을 2 스테이지 동안 혼자서 상대하기란 꽤나 쉽지가 않았다. 사실 한 스테이지도 겨우겨우 버텼는데 말이야. 서한양이 게임에 그렇게 재능을 없는 걸 고려하면 꽤나 선방했지만.
" 하핫.. 여기서는 좀 잘 되네.. "
좀 한다는 말에 머쓱 웃으며 겸손한 척을 하지만 실은 굉장히 좋아하고 있는 한양. 방금 사격의 망신을 덮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 그래. 마지막으로.. 이거 어때? 진짜 순수 피지컬 게임인데. "
랑이 선호하는 고전 클래식 게임은 아니다. 오히려 인첨공의 기술력으로 발명된 최첨단 게임. 이게 뭐냐고? 플레이어가 직접 몸을 움직여서 Ai가 만든 캐릭터를 격투로 승부하는 게임이다. 쉽게 말해서.. ' 철권 태그 '의 인첨공 버전. 랑과 한양이 한 팀이 되어서 적의 팀을 주먹으로 깨부수는 것.
정보의 바다 중, 무엇보다 현재는 아예 학구가 갈려 있다는 점이 가장 안심이 되었다. 수용소에 들어가 있다고 하니 쉽게 나올 수도 없겠지만, 학구까지 다르다면 아무리 운이 나빠도 여기까지 오지도 못할 테니까. 애초에 인첨공의 보안시설에서 그만큼 쉽게 나올수도 없을 거 같긴 하지만.
"선배님들께 신세 졌네요. 신아라 부장님도 꽤 머리 아프셨을 텐데."
역시 조금 더 빨리 말했어야 했다. 그런 후회가 조금 차올라서 리라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다. 흘러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건 결과적으로 큰일 없이 끝났다는 데 감사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거겠지.
"말하지 않고 끌다가 일이 더 커졌으니까요. 더 걷잡을 수 없어지기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혼자서 수습할 선을 넘어버리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었고요. 그래도 죄송해요. 부장님께도, 부부장님께도, 다른 저지먼트 사람들과 월광고 저지먼트 분들께도요. 제가 괜히 주저하지 않고 조금 더 일찍 말했다면 다른 부원들까지 말려드는 일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자책은 자연스럽게 속을 갑갑하게 만든다. 하지만.
"—하지만, 네. 맞아요. 동료와 동기들이 있어서 더 심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까요. 많이 위로 받기도 했고...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 믿어준다고 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벨루가는 높이 치솟았다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아지는 한 걸음 유리창에게로 다가갔고 또다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러자 유리창이 아지의 손에 닿았다. 어루만질 수 없는 것을 대신해 물과 공기 사이의 차가운 장막을 쓰다듬듯 매만지며 아지는 벨루가를 올려다본다.
수조 옆에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이 흰 돌고래의 이름은 벨로입니다. 흰 돌고래의 머리에는 멜론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그것은 말랑말랑합니다. 벨로는 친화력이 좋고 장난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지에게는 다가오지 않았다.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지가 벨루가의 움직임에 푹 빠져 보는 동안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옆을 보니 성운(이라고 주장하는 좀 많이 큰 사람)이었다.
"......."
눈을 꿈뻑였다. 그러다 보고 있는 것이 실례인 것 같아 다시 수조로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적이 많지 않었는데 지금이 그 때였다.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되는지도 모른다. 이곳에 만연한 물처럼 차오른 채로 그저 찰랑대며 그대로여도 되지 않을까?
머리 아프기는 커녕, 오히려 머리에 열이 잔뜩 올라서 아주 신나게 파도 속에서 굴렸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으며, 은우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역시 이런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기에. 앞으로도 쭉 자신이 입을 다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죄송할 것은 없어. 그리고 다른 애들도 비슷할걸?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네. 병원에 있을 때도 그 댓글들은 하나하나 다 읽었거든. 일단은 대처하지 말고 있으라고 했지만... 내가 병원이 아니었다면 좀 더 빠르게 이것저것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서 괜히 내쪽이야말로 미안하기도 하고...아. 그래. 그러고 보니 이걸 전하려고 했는데 깜빡했네."
이어 은우는 입고 있는 반바지 주머니에서 티켓 같은 것을 한 장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보라가 자신과 같이 무대 위로 올라줬으면 한다고 해서... 일단 초대장을 전해달라고 하긴 했는데, 그때 일도 시끄럽고, 뭔가 이후로도 이것저것 일이 있었으니 말이야. 지금이 적기인 것 같으니까 줄게. 선택은 네 자유야."
무대 위로 한 번 오를지. 아니면 그런 것과는 완전히 연을 끊을지. 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리라의 자유로 넘겨버리며 은우는 언제나처럼 '눈치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을 남겼다.
"너 정도면 충분히 믿을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주변에 한 것들을 생각해봐. 오히려 그 상황에서도 널 못 믿겠다는 이가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할 것 같네. 하하. ...뭐, 나로서는 늘어난 장난은 조금 줄어줬으면 좋겠지만 말이지. 아무튼 나에게 감사할 것은 없어. 그때 현장에 있었던 이들이야말로 진짜 고생하고 열심히 한 이들이니까. 무엇보다...부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거기도 하고."
굳이 감사할 것은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나 그래도 기분은 좋았는지 그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아무튼 이제 그때의 일로 네가 고생할 일은 없을거야! 앞으로 당당하게 허리 펴고, 눈치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도록 해! 역시 사람은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
디스에어...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나 MPC와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다 하는 이들을 위해서 일단 NPC들의 관계는 챕터4 이전에는 뭐 만들 생각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에요. 챕터4까지도 딱히 없다면 뭐, 없는 거니까 그땐 내 맘대로 이어도 되겠지 뭐! (어?)
3.카메라 값 반드시 갚겠습니다 졸업 전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언제나 존경합니다 부장님 -은우
4.기념품 샵에 녹색 요정 날개 파는데 너랑 어울릴 것 같아. -로운
5.보물찾기 실력이 대단하시군요😲 축하합니다! 3개의 보물을 모두 찾으셨으니 보너스 선물로 소원권 1장을 드립니다! ('소원권' 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찍은 사진. 티켓 느낌을 내려고 했는지 색칠도 되어 있고, 스티커 등으로 꽤 꾸며져 있다.) 문자가 도착한 당일만 사용 가능! 뭐든지 다 해 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사랑해! -나랑
6.(다양한 색깔의 토끼 모양 마카롱이 들어 있는 선물상자 사진) 애린이 찾았다 -애린
7.부장님 롤러코스터 잘 타서 부러웠어요! -은우
8.경이에게 보내는 퀴즈! 세 사람을 맞추면 선물이 생긴다! 첫 번째 문제, 경이를 경이라 부르는 사람은? 두 번째 문제, 경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지막 문제, 경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p.s 하나라도 틀리면....!! 문제 낸 사람이 엄청 슬퍼할 거다! -이경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말은 적어도 모르는 척 하진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언제가 되었건 그녀 나름대로 보라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달하겠지. 자신을 통해서건, 혹은 직접이건. 미소를 지으며 은우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두 사람이 무대에 오른다면... 졸업 후가 되더라도 한번은 구경을 가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리라의 목소리. 자신에게도 그렇게 지내라는 말이 들려오자 은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허공에 있는 쇠사슬을 잡는 것처럼 손으로 허공을 잡으며 살짝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다가 아래로 내렸다.
"이게 있는 이상, 온전히 그렇게 살긴 힘든 입장이라서 말이지. 그래도 가급적이면 그렇게 살 생각이야. 너희들에게 피해가는 일 없이, 평화롭게 말이야."
이어 은우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시선을 다시 올리며 리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정말로 괜찮다는 듯이. 이어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말로 만얄의 경우에... 내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지먼트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야. 이미 저지먼트 일원 중 한 명에게는 조금 이야기를 한 것이 있긴 한데... 정말로 만약의 경우에는 역시 도와줬으면 해. 그럴 일이 없게 내 선에서 해결하고 싶긴 하지만..."
당장 그놈의 음파 병기부터 어떻게 뚫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전의 사례로 봤을때 혜성에게 부탁을 한다면 아마 어떻게든 뚫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애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그게 불안했기에 그는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일단 조금만 더 자신이 노력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표정을 관리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기. 올해 저지먼트릐 프레이즈. 뭔진 알고 있지? 나도 그걸 지킬 생각이야."
마지막으로 아지 대 성운으로 마주친 것과는 아주 많이 달라져있는 기괴한 색채의 눈동자가 잠시 아무 말 없이 아지를 응시하다가, 아지가 시선을 떼자 시선을 마주 떼어버린다. 오랜만이네, 아지 후배님. 하는, 그런 상투적인 인사도 하나 없다. 아니, 건넬 수가 없었다. 명백히 자신을 낯설어하는 시선. 그래, 차라리 소리없이 찰랑이는 게 낫겠다.
지쳤다. 먼저 뭔가 말을 꺼내는 것도 지쳤고, 자신이 쓸모없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도 지쳤고, 거부당하는 것도 지쳤다. ─혜우에게서 중학교 때 아지가 자신이 왕따당하는 것을 막아줬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아지에 대해서 호감은 올라갔지만, 자신이 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아지가 자신을 받아들이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명백히 자신은 거부당하고 있었다. 뭐라 항의하기도 지친다.
"사고...치지 않으려 하지만 어쩌면 제가 사고를 칠지도 모르겠어요." 그놈의 자기를 못믿는 것 같으니라고.
"그렇죠. 그냥 레모네이드가 아니라 블루 레모네이드니까요." 완전 파랗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변화하기는 했습니다. 이렇게.. 변화가 쉽다면. 다만 그것은 쉬운 변화이기에 쉽게 돌아오겠지요? 한잔에 몇십만원하는 술을 가리킨다고 해도 그걸 사줄 수 없는 이유는 나이 때문이었겠지요. 그리고 보리차라는 말을 하는 철현을 보고는..
"여기 최고급 보리차 한잔 주세요." 라고 시키려 합니다. 최고급 보리차 정도는 줄 수 있잖아요? 라고 해도 보리차가 고급이어봤자..
그쪽에서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다. 아지는 몸을 작게 떨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적에 역시 낯선 성운 선배가 있다. 말을 걸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도 아지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음. 아니요..."
어색하게 검지손가락이 아랫입술을 짚는다. 자신이 벨루가를 좋아하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더 중요한 건 여기에서 어떻게 받아넘기냐였는데 그만 실수를 해 버린 듯하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벨루가는 오늘 처음 봐요. 음... 성운 선배."
사탕을 먹었을 때 혜우는 속이 변하지 않았으니 아지는 그것이 혜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운은 겉도 변하고 속도 변한 것만 같았다. 옛날처럼 부드럽고 다정하지 않은 목소리에 도무지 그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또 다시 남이라 생각하며 다른 관계를 쌓아가기에도 애매한 것이 커리큘럼의 부작용이라 했으니 언제든 돌아갈지 모른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간동안 이 소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기다려야 하나? 예전 그 사람을 대하듯이 똑같이 하면 되나? 아니면... 모르겠다.
사슬을 잡아당기는 듯한 동작에 리라는 마주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안다. 그들에게 빌어먹게 잔인한 족쇄가 채워져 있다는 걸. 그래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두고 이상한 로봇 따위를 만들어낸 인첨공의 높으신 분들— 또는 그림자인지 뭔지 하는 못돼먹은 인간들이 원망스러워지는데, 이어지는 말은 조금 울컥한 마음을 순조롭게 가라앉힌다.
"듣던 중 아주 반가운 소리네요!"
은우가 이런 말을 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어왔는지 정도는 안다. 비록 지금까지도 저지먼트에게 말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건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 말이 나오는 것부터가 한 걸음 나아간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
"그럼 걱정하지 않을게요. 은우 선배님도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말해주셨으니까. 그 말 꼭 지키시는 거예요, 혼자 앓지 않기로."
갑갑했던 속은 어느새 부드럽게 풀려 있다. 리라는 몸을 틀며 은우를 향해 가볍게 손짓한다.
고개를 돌려 시선의 모서리에 성운이 들어올 때, 아지의 눈에 문득 아직도 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작은 선배가 그늘 속에서 알 수 없는 웃음을 띄며 아지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언뜻 보인 것도 같았다. 그러나 고개를 마저 돌려 그를 시선의 중앙에 넣으면, 여전히, 아지가 알던 서성운이 아닌, 그 누구도 아닌 낯선 인간이 수족관의 조명을 받으며 묵묵히 입을 다물고 거기에 서 있다. 이제는, 「대하기 위해 말의 무게나 적절함 등을 재고 따질 필요가 있는 상대」로 전락해 있는 그대로 말이다.
“─처음 보는데 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쌓으면 부스러지고, 쌓으면 무너지고, 쌓으면 잃어버리고······ 그리고 또 바보같이 다시 쌓는 게다. 응. 이제 그것도 지쳤다.
“그런데 나는 아닌 것 같네, 한아지.”
지금까지 아지를 부르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호칭이 아지를 향해 날아든다.
“왜, 네가 알던 성운 선배를,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낯선 놈이 어딘가로 빼앗아간 것 같아서 싫어?”
당신의 행동에 대한 불만일지, 일종의 욕망의 표현일지 모르는 그 행동을 끝낸 금의 심장은 고요하고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런 행위를 이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으나, 망설이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음이 자신 스스로 신기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 감정이 자신을 다르게 만드는 것일까. 당신의 뺨에도, 금의 뺨에도 아직 그 홍조가 다 가시지 않았다.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따뜻해지는 세계에, 당신을 향하는 순수한 애정, 그 감각이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워왔다. 금은 애정을 구하는 고양이처럼 손길을 따라 머리를 비비며, 장난기 다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미리 예고하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그러며 금은 자신이 남긴, 당신의 어깨에 남은 붉은 자국을 바라봤다. 당신에게 그런 상처 남겼다는 죄책감과, 기묘한 희열감에 상반된 감정을 느꼈다. 금은 손을 뻗어 제가 남긴 그 상처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그 손길은 점점 올라가 당신의 목덜미에서 멈췄다. 그 이율배반적인 쾌락에 좀 더 빠져들기 위해서 금은 다시 당신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당신의 목에 입 맞췄으니, 얌전히 떼어내며 금은 당신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본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말해주십시오. 언니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요.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언니를, 좀 더 알아 갈 수 있게요."
은우와 헤어진 후 객실로 돌아온 리라는 곧장 OTT 서비스와 연결되어 있는 텔레비전을 켜고, 아동용 카테고리를 한참 뒤적인다. 그러면 머잖아 궁금했던 문제의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인첨공을 지키는~ 바람의 전사... 져스티스 에어버스터. 물의 전사... 져스티스 웨이버. 하늘과 바다. 수평선의 힘으로 악을 무찔러라~
"......오?"
......이거, 나름 재밌는데? 리라는 인첨공의 현란한 과학기술로 이루어진 완성도 높은 CG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것저것 변신하고,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는 게 꽤나 다채로웠다. 수트 디자인은 유아틱하지만 제법 갖출 건 갖췄고. 어릴 때도 특촬물은 많이 본 적 없었는데, 새로운 컨텐츠의 발견에 두 눈이 어린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게 몇 화쯤 더 보고 있을 무렵,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후룸라이드 가운데는 절대 타지마] [절대!] [나는 경고했다!]
저런. 누가 가운데 탔다가 물이라도 흠뻑 뒤집어 썼나. 그는 가볍게 웃으며 메세지 창을 닫는다. 후룸라이드라, 내일 애들 다 데리고 타러 가 볼까?
데 마레는 하이드로키네시스의 권위자였으나, 하이드로키네시스 연구를 진행하던 중 텔레파시의 영역과 밀접한 부분을 발견해 이쪽에도 어느 정도 발을 걸치고 있었다. 데 마레의 산하에는 텔레파시 연구소인 '아니무스'가 있었고, '바다, 그 드넓은 곳.'이라는 데 마레의 캐치프라이즈와 달리 아니무스를 상징하는 문장은 '물, 의식의 집합체.'였다.
서론 길었다마는 요약하자면 데 마레의 산하에는 아니무스가 있었고, 연구원들은 서로 교류하며, 총 연구소장은 승환이라는 사실이리라. 태오의 담당 연구원이 된 백한결은 연구에 대한 짤막한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고자 일어서던 참이었다. 오늘은 그러니까…… 현태오 학생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커리큘럼 계획표를 짜고, 또, 가족에게 연락도 하고…… 그리고 또…….
"백한결 연구원은 나 좀 봅시다."
그러나 승환이 불렀을 적, 마음 속 계획은 산산조각이 났다. 사람들은 데 마레의 연구소장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지만, 한결에게 있어선 악마였다. 함정을 파서 대학원생이 된 것은 고사하고 여기서 종신계약까지 당할 줄이야! 물론 데 마레와 아니무스의 대다수 신입 연구원들이 함정에 빠져 달콤구수한 팥차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이번 일은 궤를 달리했다.
놀랍게도, 한결은 작고 여린 대학생일 적 승환의 수업을 안 들었단 말이다! 단지 중간고사 당일 전공 시험 보는 곳을 착각하고 들어간 뒤, 시험이 공부한 것과 다르지만 어떻게든 답을 적어 제출하고, 그게 하필 승환의 수업이었을 뿐이지…….
한결은 찔끔 나올 것 같은 눈물을 꾹 삼켰다. 교양에서도 본 적 없던 교수에게 낚여 대학원생이 되었다 갓 졸업한 신입 연구원은 오늘도 바들바들 떨며 교수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태오는 어느 정도 수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것 같거니와 한 번 시킨 일은 게으름 피우지 않는 것이 그나마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헷갈리지만 인사 정도는 이제 쉽게 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는 한결의 손짓을 읽을 수 있었다. 한결도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화상 통화를 할 적이면 수화를 자동 번역해주는 자막을 띄우곤 했다.
[그때 소장님이 저를 딱 보시면서 백한결 연구원은 나 좀 봅시다, 하는 거 있죠!] "그랬군요……." [사실은 무서웠답니다……. 잘리면 어쩌나 싶었어요.] "실수가, 잦긴 하셨지만…… 소장님은 함부로 누군가를 자르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태오 학생이라도 그렇게 말해주어 기뻐요.]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이유로…… 소장님께서 호출하셨는지 들어도 괜찮겠는지……." […….]
한결은 꼼지락거리다 고개를 숙였다. 말을 고르듯 잠시 침묵하더니, 손을 움직였다.
[태오 학생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태오는 침묵했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태오 학생.] "예." [커리큘럼을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태오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화면을 빤히 쳐다봤다. 역방향으로 진행되는 커리큘럼이라니, 듣도보도 못한 소리다.
[소장님께서…… 태오 학생이 커리큘럼 도중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내셨어요. 정확히는 커리큘럼을 지속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기시고 수소문을 해보시다…… 보고를 받으셨대요. ALTER 쪽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시고요.] "그렇군요." [그리고 제게…… 오늘 제안을 하셨어요. 태오 학생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면서, 역방향 커리큘럼을 진행해서 새로운 능력을 개화해보자는 말씀을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한결은 쓰게 미소 지었다.
[텔레키네시스는 텔레파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가설이 있어요. 가능성은 낮지만, 텔레파시 계열의 커리큘럼을 역방향으로 진행하면 텔레키네시스로 새로이 개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되면 낮은 확률이지만, 태오 학생이 가진 보컬 텔레파시는 사라지고, 텔레키네시스의 능력으로 개화될 수도 있지요.] "……."
태오는 침묵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이 지긋지긋한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고, 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더는 누군가의 속내를 듣지 않고, 아니, 못 하고…… 저 사람을 대하듯 평생이고 조용히, 누군가의 와위를 느끼지도 못하고 휘둘리다 결국에는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나는 스스로 재어보고 가늠하며 어떻게든─
[그래서 거절했어요.] "!" [그건 소장님의 독단적인 판단이에요. 단순히 태오 학생이 남 보기에 괴로워 보인다고 의사를 묻지 않고 진행하는 커리큘럼은 학생을 위한다는 마레의 의념을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니까요.] "……그게, 무슨." [저는 태오 학생이 스스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껏 살아온 삶을 부정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 결정했으면 해요.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돼요. 저와의 커리큘럼이 끝나도, 언젠가 살아가다, 나는 역시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 찾아와도 좋아요. 데 마레와 아니무스는 태오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 할 테니까요.] "……저는, 그렇게 신경 쓸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요.] [태오 학생도 인첨공의 학생이고, 인첨공의 학생이었던 모든 존재는 데 마레가 품어야 할 존재예요. 존귀한 인격체죠.] "……." [그리고, 사실은…… 제 개인적인 의견도 있답니다. 태오 학생에겐 제 능력이 통하지 않으니 가급적이면 모든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것인지." [지금 당장의 상황에서…… 태오 학생은 물리적인 능력을 감당할 수 없다 판단했어요. 텔레키네시스는 필연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동반하니까요.]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한결은 표정을 굳혔다.
[마음을 찌르는 창은 의도치 않게 사람을 찔러도 입을 열지 않는 것으로 숨길 수 있지만, 살을 뚫고 들어가는 진짜 창은 숨길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단 뜻이에요.]
태오는 수긍했다. 제어할 수 없는 능력은 독이었다. 한결은 그런 태오를 위로하듯 담담히 미소 짓다가도, 화제를 돌려보고자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일기는 쓰고 계신가요?] "……네." [잘 됐네요! 앞으로도 쭉 그렇게 쓰면 되겠어요.]
고요한 밤, 커리큘럼과 상담이 무르익는다. 태오는 여전히 토할 것 같다는 생각을 치울 수 없었다.
"....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알기 때문이기도 하죠. 느릿하게....
"아 물론... 보고해야 하는 사안에서 보고를 안한다 그런 게 아니에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17년산 최고급 보리차가 진짜 나와도 재미있겠네요. 소원권으로 닥치라니요 수경은 그런거 못해요(?) 수경은 잠자코 들어주려 합니다. 정말로 시건이 안 되면 자러는 가야 해도.
"흠...착색이라.. 지금 그나마 혈색있는 입술이 파르스름해지면 곤란해요" 그렇게 파르스름해지면 곤란한 일이다. 수경은 고개를 끄덕인 뒤... 철현의 음료가 나오가를 기다립니다.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쓰다듬고 있던 혜성은 자신의 손길에 따라 같이 머리를 문질러오는 금의 행동에 어쩔 수 없다는 양, 키득거리는 짧은 웃음을 흘려냈다. 일방적인 이해와 설득을 오가며 아무것도 설득하지도 설명하지도 않은 자신이 원망스러울 법도 할텐데, 자신의 손길에 무구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고. 이제는 부스스한 느낌이 있는 금의 머리를 감싸 쓰다듬으며 혜성은 정말로 이 후배가 전심전력으로 좋아하게 만들거라는 예감을 받았다.
"내가 부끄러워하는 거에 재미 붙히지 말아줘. 진짜로─ 곤란하단 말이야."
양손으로 금의 머리를 감싸서 천천히 쓰다듬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러면서도 미약한 곤란함과 멋쩍음이 뒤섞여 애매하나 그래도 부드러운 미소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장난기가 담뿍 묻어나는 금의 말에 중얼거리던 혜성은 도르륵, 눈을 굴렸다. 제 어깨에 남은 붉은 자국에 한동안 어깨가 드러나는 옷은 입지 못하겠다는 담백한 생각이 정지했다. 자국을 지나, 손이 자신의 목에서 멈출 때 혜성은 금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리고 몸을 움츠린다.
아주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숨소리와 온기에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마셨다.
"─ 너, 어디서 이런걸 ... 아니, 아무것도 아냐."
언제 입맞췄냐는 양 얌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금의 눈동자를 얼이 빠지다못해 당혹스러움으로 물든 새파란 눈동자로 바라보다가 도르륵 굴려 외면하면서 혜성은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멈췄던 숨을 길게 토해냈다. 진짜,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 아니 내가 모르는 거였나. 진짜 뭐지? 그 전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 아냐? 이상하리만치 속이 시끄러운 건 아마 한번도 이런 긴장감 섞인 공기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디저트가 좋아. 케이크, 마카롱, 크레페랑 탕후루. 달콤한 것들을 좋아해. 그렇지만 커피는 못마셔. 카페인이 몸에서 안받거든."
천천히, 조용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혜성은 금의 등과 어깨에 팔을 두르고 앉아있던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을 것이다.
후룸라이드 한 번으로 비 맞은 생쥐꼴이 되어 비틀거리며 내리다가 샌들의 굽이 걸려 삐끗 넘어졌다.
바닥을 짚느라 손바닥이며 다리며 좀 까졌지만 그 정도야 순식간에 낫지.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무게가 치우쳐서 물이 좀 크게 튄 것 같습니다. 저기 들어가 계시면 수건 가져다 드릴 테니..." "아, 괜찮아요. 리조트에 가서 옷 갈아입으면 되니까요. 그보다 제가 앉았던 좌석만 잘 닦아주시면 좋겠네요. 다음 사람 젖지 않게요." "그야 물론이죠!" "네에, 나중에 또 타러 올게요-"
허둥지둥 나온 직원의 설명과 호의에 괜찮다며 웃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새삼 내려다보자, 죄다 젖어 리조트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꼴이었다.
"...하."
한숨 한 번 길게 내쉬고 머리와 얼굴의 물기를 털어냈다. 젖은 김에, 수영복 챙겨서 워터파크나 가야겠다. 차박차박, 혼자 물 젖은 구두소리를 내며 리조트로 향했다.
1. 애들 극한까지 몰아가서 레벨6 달성하면 개꿀이고 아니면 뭐 우리들이 만들 수 있는 과학력의 정수에 박아둘 좋은 축적 데이터 받는거고~ 어? 죽으면 어쩌냐고? 새 퍼클 만들면 되는 일 아님? 걔네가 뭐 대수라고~ 2. 더 좋은 목줄 만들어야지~ 요즘 보니까 물 것 같은데 어디 받아쳐보실까 제로 mk.2가 간다~ 이런것도 될지두 3. 샹그릴라가 괜히 나왔을까...? < 잉
그럼에도, 심장이 수만 결로 잘게 찢어지는 통증에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감에도, 압도적인 절망 앞에서도, 결국, 이 손은 네 손을 놓지 않고 네 손을 마주 거머쥐고 있다. 네 손을 거머쥔 채로, 성운은, 결국에는 그 모든 고통을 헤치고, 신음소리를 짓누르고 씹어삼키고- 아니, 발판삼아 딛고서는, 숨을 고르고 네게 가만히 입을 연다. 네 진심에는 결코 잘못이 없다. 그걸 전해주고 싶었다. 누구보다 네 진심을, 네 진짜 마음을 원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네 마음 자체에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면, 그는 네 옆에 이렇게까지 버티고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말로 네 마음을 보듬어주길 원했다.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잖아.”
그래서 성운은, 자신의 품을 있는 대로 네게 온전히 내어주었다. 남은 한쪽 팔목을 들어 눈가를 부빈다. 따뜻한 액체가 닦여나간다. 기껏 씻은 보람도 없이 또 얼굴이 엉망진창이 됐다. ─그렇지만 이런 엉망진창도 결국 모두 각오했던 바가 아니던가. 성운은 눈물을 닦고는, 품 안에 기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너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우리의 입맞춤이 이런 것은 아니었으면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것이라도 절실했다. 천천히 네 입술 위에 자기 입술을 짓누르며, 성운은 중얼거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혜우야.”
─그래, 네 진심에는 잘못이 없는 것이 맞다. 네 진심을 이렇게 너에게도, 그에게도 고통스럽게 치장해놓은 이들의 잘못이지.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지금 당장 그것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뿐이다. 그래서 성운은 조용히, 분노를 갈무리했다. 성운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네 옆에서 네 손을 잡아주는 것만큼은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라도 계속 너와 함께 있고 싶었다.
“좀 쉬자. 네 말대로, 오늘은 내내 같이 있으면서 푹 쉬자. 쉬고······. 내일 후룸라이라도 타러 가건, 워터파크에 수영이라도 하러 가건 하자.”
라일락을 리라꽃이라고도 부른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라일락의 입을 씹으면 너무도 써서 그것이 첫사랑의 맛이라고도 하지요. 그런 것처럼 씁쓸함을 남기고 떠나간 사람의 앨리어스에요. 그 당시 그걸.. 그렇게 씁쓸하게 떠나갈 걸 깨닫고는. 앨리어스가 안타깝게도 꿰뚫었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시린'이나 자정향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자정향은 어감이 겹쳤으니까요.
사과 후 약간 뜸을 들이더니, 말투가 평소보다 조곤하다. 남의 불행을 행복의 원동력삼아 화사하게 웃던 동월이 애린을 운운하면 경진은 한쪽 눈썹만 치켜뜨다 곧 어깨를 으쓱했다. 아아… 애린과 경진이의 사차원 굿즈로 인하여 동월도 소비의 늪에 빠진다면 인첨공의 높은 분들도 한때 맑았던 동월의 웃음을 스스로 재현해낼수 있을 테다. 동월의 코 묻은 돈 조금으로 인첨공 어른들은 웃을수 있습니다.
“선배 생존력 열받아요.”
어뢰를 아쿠아리움에서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걸로 진짜 사냥은 했으리라 못 믿고 생각도 못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 열받아요 시리즈를 끝으로 펭귄 쪽으로 끌려가 장면전환이 됐을 것이다.
“그정도로 주눅 들지 않았는데요.”
사과하는 입장에선 이래야 정상 아닌가, 생각하던 경진이다. 그래도 잡힌대로 터덜터덜 동월의 뒤를 따라 펭귄을 보러 따라갔다. 멱살 잡혀 끌려온것에 관심 두지 않고 펭귄은 뭘 먹나, 먹이통에 담긴게 뭔지 확인하려 했을때 뒷덜미도 잡혀 뭐하냐는 듯한 얼굴로 동월한테 눈동자만 데룩 굴렸다가 -
볼링공마냥 떠밀려 수분기 축축한 바닥에 마찰의 저항 적게 미끄러져 온 무게와 가속도로 옹기종기 모여있던 펭귄 무더기를 치고 지나갔다. 개중 몇마리는 생전 느껴보지 못한 힘의 차이에 날아가며 날개도 한번 펴보지 못하고, 마치 자신이 볼링 핀인것마냥 뻣뻣하게 서서 경진의 궤도에서부터 튕겨져 나갔다. 꽤액! 단말마 내지르며(*경진주 펭귄 울음소리 모른다 미안) 넘어지는 펭귄도 몇 있었지만, 넘어지는 것에 익숙해진 {상}펭귄들은 바닥에 배 깔고 누워있다 금세 훌훌 털고 저 멀리 널부러진 경진을 무시한채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곧 경진이 등에 널린 펭귄을 털고 멀쩡히 일어서는걸 보면, 아무래도 동월은 충분한 살의를 쓰지 않은듯 하다. 자고로 검을 뽑았으면 두번 휘두르지 않겠다는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동월은 매화검존의 인정을 받기엔 글른것 같다.
“주령조술,”
돌연 손으로 갱사인을 그려보이는 것이, 이것이 한국 땅이 아니라 AMERICA!!!였다면 벌써 여러 형님들의 안목을 끌었을 것이다. 보아라, 브이! 동그라미! 달팽이!!! 이미 경진은 디스트로이어의 심장을 뛰게 만들만큼 한국 국적 모호해져있다. 그리고 다 쓰고나서 깨달은건데 갱사인은 나루토가 하는 거였다
“흑조조종술.”
갱사인 무색하게 옆에 있던 먹이통에 손을 집어넣고, 이름 모를 물고기 하나 움켜쥐고 동월의 윗옷 목깃을 잡아 살짝 늘리더니 옷 안에 고기를 떨어뜨려버린다. 흑조조종술이라며 기술명은 페이크였나보다…
재단 소속 차일드 에러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동을 목격. 긍정적 전망. 온전히 양성될 소체를 '필리*'로 명명. 필리 데 솔리스의 이사와 접선 완료, 협상 자리에 '코튼' 동석. 현 상황에서 솔리스의 계획을 온전히 실행할 조건 충족 및 필리에게 진행되던 커리큘럼 자료를 공유로 하여금 신뢰 형성.
*필리: 오래 전부터 선별된 소체. 데 마레 소속. 뇌세척 작업으로 교단의 행동이 옳다 믿게 만든 것과 더불어 '금색'으로 하여금 상징물로 쓸 수 있음. *이전 필리는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 연구에 지장 없음.
이명 '콜'(이하 소나키네시스 레벨 4 능력자, ■■중학교 1학년 배선욱)의 살해 계획 수립 완료. 행동에 필요한 스킬아웃 매수 완료.
살해 이후의 행보는 필리 데 솔리스의 이사에게 전적으로 위임. 모든 것은 영광을 위한 밑거름이다.] 태오는 해당 정보를 데 마레에 차마 넘길 수 없었다. 이걸 넘기는 순간 모든 판도가 뒤집히고,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리고 묻겠지. 이 정보를 대체 어디서 났냐고!
그랬다간 레이브의 삶이 끝장이 난다.
내 유일무이한, 자유로운 정체성이. 나의 삶과 숨이…….
이 이기적인 놈!
태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늘 빼앗기고 다니던 삶인데, 이 정도는 이기적이어도 좋지 않겠는가. 어차피 내가 이런 걸 가지고 있다고 알려주지 않아도 언젠가 그 잘난 아스트라페 덕분에 모두가 알게 될 진실인데, 조금만 늦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배선욱: 소나키네시스 4레벨 능력자, 이명 '콜', 주변의 소리를 상쇄시키는 고주파를 쏠 수 있다는 설정. 이걸로 열등생인 유이든을 때리고 괴롭혀도 아무런 소리가 안 나니, 사람들은 골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타임라인(희야 독백에도 있는 설정으로만 풀었음을 밝힘)
1. 재단이자 교단 태양의 아이들(이하 필리 데 솔리스)에 희야는 차일드 에러라는 이유로 소속 되었고, 열등생 유이든과 같은 룸메이트로 지냈다. 통칭 '희야의 반쪽', '유일무이한 내 동반자' 등의 호칭을 붙일 정도로 희야가 아끼고 좋아하던(문자 그대로의 의미) 친구. 2. 유이든은 배선욱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 3. 처음에는 이든을 동정하는 여론이 일었으나, '여론조작'으로 부정적인 소문이 퍼짐. 4. 이후 재단 사람들이 진실을 촉구하며 시위를 열었지만 결과는 각 시위 참여자들에게 '커리큘럼에 불이익'을 주는 일이었음. 5. 재단 폐쇄까지 일어남. 6. 사람들은 물리적, 정신적으로 고립된 이후 폐쇄된 지하로 모이기 시작헸고, 인첨공 최악의 종교 테러단체 '솔리스'가 생기는 계기가 됨.
참고로 교단은 불법 커리큘럼을 일삼았고 희야는 거기서 커리큘럼으로 인해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며(유리몸인 이유) 애초에 그 '커리큘럼'과 연구를 위해 처음부터 그 재단에 소속되었음. = 데 마레의 연구소장 '안승환'은 인첨공의 시작부터 함께 했으니 바빴고, 희야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사장(윤찬혁, 당시 데 마레 수석 연구원(부소장 자리도 노리고 있었음))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 나머지 벌어진 끔찍한 스노우볼
>>910 이혜성도 가끔 나사빠진 생각하는 경우 많아 일부러 그러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겁나 진지하게 랭킹 매기는데 지나가던 저지먼트들 저게 뭐야?;할 것 같지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하지만 오이나 고추, 가지처럼 자라잖아. 그럼 아채 아닐까....... 그거 왜 재밌는거죠 이해가 안돼요
◇ 배니싱 트윈 원래 성운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하나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쌍생아 소실 현상이 발생한 끝에, 성운의 쌍둥이 형제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이 세상에서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사라진 태아는 어머니의 몸에서도, 성운의 몸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적어도 성운이 인첨공에 들어온 직후, 성운의 최초 이능력 시술이 실패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 너머의 아이 원작의 AIM 버스트와 유사한 존재. 「AIM 비스트」 혹은 「너머의 아이」로 불린다. 높은 레벨에 다다르지 못하고 저레벨 혹은 무능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거나, 혹은 능력을 충분히 개화하지 못하고 실험 과정에서 죽은 저능력자 혹은 무능력자의 부정적 사념- 다시 말해, AIM 확산역장 중에서도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응집되어 형성된 존재. 원래는 자아가 없었으나, 성운의 최초 시술 당시 성운의 시술이 실패하는 과정에서, 성운의 체내에 아주 작게 남아있던 배니싱 트윈의 자의식이 연구소 전체에 걸쳐있던 부정적 AIM 확산역장들과 융합하면서 명확한 구심점이 되는 자아를 갖추고 하나의 뚜렷한 인격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균열에서 비롯된 AIM 확산역장이 고밀도로 응집하여 실체에 무한히 가까운 형태와 현실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을 뿐, 물질적으로 실재한다고는 볼 수 없는 존재다.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나, 그 생김새며 목소리, 움직임, 의사 등등은 실제 신체와 뇌, 성대, 손가락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AIM 확산역장의 반향에서 나온 능력(정확히는, 능력의 흔적의 혼합물과 같은 어떤 무언가)을 통해 구현된 것에 불과하다. 부정적 확산역장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유령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를 흉내내는 가짜라고 해서 결코 현실에 어떤 영향력도 끼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 존재가 되지 못한 이의 몸을 이루고 있는 확산역장들은 분명히 현실에 뚜렷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종다양한 각종 AIM 확산역장이 섞였기에, 각종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본디 성운의 쌍둥이였기에 타고난 성질이 순수하나, 자기 자신의 태어나지 못했다는 강렬한 원념과 함께 절망, 분노, 질투, 공포 등의 각종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AIM 확산역장과 융합되었기에 현재는 명백한 악 성향. 성운의 개인 스토리, 혹은 개인 진행의 보스. 워낙에 다종다양한 확산역장이 섞여있어 능력계수의 정확한 측정이 불가해하며, 일으킬 수 있는 현상도 한 마디로 쉽게 형용할 수 없는 것들. 서헌오 박사는 이를 능력레벨 i로 규정했다.
곤란한 목소리로 말하는 당신의 말에 금은 수줍게 웃었다. 그 떠오르는 웃음의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라는 듯. 당신이 느끼고 있을 예감이 맞을 것이라는 듯 말이다. 따뜻한 숨이 당신의 목에 닿았다 떠나간다. 당신이 그렇게 말을 하다 멈추면, 금은 물끄러미 바라본 채 눈을 깜빡인다. 그 어느 곳에서도 배운 적 없다. 연애 감정도, 이렇게 남을 열정적으로 사랑해 보는 것 역시 처음이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은 당신이었으니, 금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은 태어나기를 이런 것에 타고 났을지도 몰랐다. 어깨를 두른 당신의 팔이 따스한 안식처를 만들어내는 침대 위에서 금은 옆으로 돌아누운 채, 자못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단것을 좋아합니다. 특히나 초콜릿이요."
공통된 취향을 발견한 것에 기뻐하는 목소리였을까. 금은 손을 뻗어,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았을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에 담았다.
"듣기로는 카페 라운지의 디저트가 정말 맛있다던데. 어떻습니까?"
그 어떤 디저트 보다 달콤한 시간을 계속 함께하고 싶어. 넌지시 권유하며 말하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웃었다.
>>926 이상주의적이지? 인첨공에서 최소의 물리력을 이용해서 최대의 평화를 구축해보겠다는 이혜성의 이상을 따르고 있으니까 신념이나 기조랄 것도 없이 단촐하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있어(사실 다 짜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위에 성운이꺼가 더 재밌으니 그거 읽어) 절대 살인하지 말 것<< 지금은 이것만
>>9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진이도 가끔 그래 대가리 힘 풀고 있으면 생각의 흐름이 이상해진대 (하파) ㅋㅋㅋㅋㅋ 혜성이나 경진이나 남들 어 뭐야;; 하는 시선 신경 안 쓰고 국수. 아뇨, 밥. 이럴거 같아서 귀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진: 그런가요? 그렇지만 자라는 방식만 비슷하다고 태생까지 똑같진 않잖아요. 경진: ... 맛은 확실히 야채 맞는데.
날 이해하기에 이 세계는 아직 이르다.
>>920 개맛있네 보봉가.
>>919 자경단떡밥 333
>>928 매앱다... 성운이랑 이 트윈이 만나서 무슨 상호작용을 할지 (물론 긍정적일리 없지만) 기대된다 .dice 1 100. = 45
1.아무도 없군 낙찰 하고 싶은 K와 도주로, 활동 범위, 기타 편의성을 위한 아지트를 원하는 이혜성의 의견다툼이 있다. 근데 지도보고 진짜 괜찮고 에어버스터가 크게 신경쓰지 않을 위치에 있고 조건이 만족되면 낙찰할 가능성이 높아 2.낮시간이 아니면 언제든. 이른 밤부터 늦은 새벽까지. 안정해짐 3.살인하지 말 것. 이득보다 이해를 우선할 것.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건 K가 주장했어 4.이건 의논을 좀 해봐야겠는데..태오주가 K가 알았으면 좋겠다 한다면 안다고 설정할 수 있어
>>943 정확히는 태오가 ALTER에서 들었던 건, 그때는 아직 성운이가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이라, AIM 비스트가 되기 전의 잔재사념 군집에 불과했어요. 제로전 직후 훈련레스의 파기한 루트에서 태오가 들었던 게 "에드워드오빠" 한 이후의 너머의 아이의 목소리에요.
사념 군집 당시 태오가 사념 군집의 원성을 듣고 반응했던 것을 자기 좋을 대로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너머의 아이는 태오를 「첫 번째 친구」로 여기고 있어요. 성운이가 태오에게 맥락 없는 친근감을 느낀 건 너머의 아이의 감정이 성운이에게 미소량 피드백되었기 때문이라네요.
그리고 다이스 크아악!!
◇ 너머의 아이와 서헌오 박사 서헌오 박사는 본디 인정이 많고 따뜻한 인물이었으나, 인첨공에서 이능력 개발을 위해 수많은 아이들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끔찍한 실험들을 계속 진행해나가길 인첨공의 높으신 분들에게 강요당했고, 그것은 아버지를 보겠다는 일념에 인첨공에 들어온 자신의 살아남은 아들, 서성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모든 잔인한 일들을 자신의 손으로 집도해야만 했기에 서헌오 박사는 빠른 속도로 피폐해져 갔으며, 지금에 와서는 거의 모든 것을 체념하고 무감정하게 인첨공에서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죄책감은 마음 속에 매우 거대한 균열(비유적인 표현. 능력을 개화했다는 뜻이 아님)을 남겼고, 특히 자신의 아들인 서성운에 대한 죄책감이 매우 뚜렷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AIM 비스트는 서헌오 박사의 그 마음의 틈을 파고들어 서헌오 박사를 꼬드기고 유혹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아니 K랑 혜성이 의견다툼 진짜 P랑 J같아(이런 발언)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후후후... 은우가 나빴다(아니다) 오. 정해진 게 아니라니까 신출귀몰한 것 같아서 더 좋다... 어느 순간 스르륵 나타나는... 하물며 이득보다 이해 < 이거 넘 좋다 진짜루 태오는 메트로폴리스(어지간한 스트레인지 사람들도 엄두를 못 내는 가장 깊은 곳에 있음)에서 짱박히듯 안드로이드만 만지고 다녀서...🤔 소문으로는 알았음 좋겠당 수석 엔지니어가 어리다는 거...(?)
>>944 (하파짝!) 그러니까 서로 핸드폰이나 책같은거 들고 자기들 할 일 하면서 헛소리 대잔치 하면 진짜 웃기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요즘 슈가어쩌고 하는 개량품종이 나오기는 하는데 야채는 맞잖아 그 특유의 풋내가 과일일리가 없고 혜성:근데 그렇게 치면...(여기서 생각이 다른데로 샘)
J는 당빠 이혜성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용해진 3구역을 조오금 시끌시끌하게 만든 이혜성이 나쁜거야(대체) 단체로 활동하기보다 각자 내키는 시간에 훌쩍 움직이고 그러다보니 더 그럴 수도 있을거야 캡틴이 아직 고딩이라는 것도 있고(?) 이득을 따르면 변질될걸 경계하고 있으니까 이해를 우선으로 둘 수 밖에 오... 매트로폴리스의 수석 엔지니어가 어리다는 소문을 K가 알아도 된다는 뜻이렸다? 당장 채택이다 조력자이자 대리인이 K니까 그쪽 세계는 좀 빠삭하게 알아야한다고 생각은 했거든 이렇게 물꼬 터줘서 고마워
>>971 원래 뇌빼는 대화는 할일하며 무의식의 흐름대로 해야 제맛이라 들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혜성:그치만 과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럴거면 그냥 토마토종을 지칭하는 걸 따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혜성:혹시 재배 방식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건 아닐까(슬슬 헛소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