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귀청을 찢을 것 같은, 뱃속에서부터 빽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성운의 귓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것이 스트레인지의 어느 구석을 가로지르는 길거리를 걸어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성운은 귀에 살며시 손을 올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그 쪽을 돌아보았다.
“뭐라고?” “우리 누나한테 왜 그랬냐고 저지먼트으으으으으!!!”
누가 들으면 2레벨을 목전에 둔 소나키네시스트쯤 되는 줄 알겠어─ 하고 고개를 돌린 짜증 가득한 얼굴은,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짜증을 담지 못했다. 온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 아마 차일드 에러. 자기보다 머리 두 개는 작아보인다. 초등학년쯤 되어보이나, 정상적인 의무교육이나 사회생활에서 이탈된 몰골이 역력하다. 회색으로 바랜 꼬질꼬질한 머리카락을, 자르지도 못하고 뒤통수 높은 데서 묶어올리고 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성운을 향해 분명한 증오의 시선을 향하고 있는 그 조그만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 그냥 무시해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싫어도 입을 닫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운은 그 다른 선택지들을 다 제쳐두고, 무릎을 쪼그려 그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택했다.
“꼬마야. 일단 나 찾아온 거 맞냐? 니네 누나 누군데.” “하얀 꽁지머리에 보라색 눈! 너 말고 없잖아!! 윤강목한테 대들었다고, 와서는 우리 누나랑 누나 친구들까지 싹 다 잡아갔잖아!!!”
언젠가 자신의 요리를 빼앗으려다가 화풀이 삼아 성운을 두들겨팼던, 그리고 어제는 복수의 스킬아웃들에게 둘러싸여 위협당하고 있기에 구해주었던 어느 3레벨 능력자의 이름이 악에 받힌 차일드 에러의 입에서 바락바락 튀어나왔다. 차일드 에러는 급기야 땅바닥에 놓여있던 자갈이며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주워다 성운의 얼굴에 휙 팔매질쳤다.
“더러운 새■, 나쁜 새■! 얼마 처먹었어, 얼마 처먹고 윤강목 그 새■ 뒤 닦아주고 있냐고오오!!!”
얼굴에 내동댕이쳐지는 쓰레기들에 직격당하는 걸 막기 위해 성운은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으나,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뺨을 스치며 길고 빨간 선을 만들었다. 아이는 몇 번인가 더 바닥에서 이것저것들을 집어다 던졌으나, 다음 번의 쓰레기들은 아이의 손을 떠나자마자 땅바닥으로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차일드 에러는 몇 차례인가 더 검열이 필요한 욕설들을 바락바락 내뱉으며 울부짖다가, 제풀에 지쳐서 주저앉았다. 성운은 쪼그려앉은 채로, 뺨에서 흐르는 피를 가만히 둔 채로 그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있었다.
“야, 꼬마야. ···난 저지먼트 2학년 서성운이라고 하는데. 너 이름 뭐야.” “이름 같은 거 없어······ 윤강목이네 개한테 알려줄 이름 없다고······!” “난 누군가의 개가 아니야.” “초록색 개줄 차고 빨빨 나타나서 윤강목이 뒤 닦아줬으면 그 새■ 개 맞지!! 그러네, 맞네, 목에 개목걸이도 차고 있네!!”
성운의 목에 채워져 있는 검은색 초커를 보고 말하는 모양이었다. 성운은 마음 속에 가만히 참을 인 자를 하나 그렸다. “꼬마야.” 그리고는, 그 아이를 바라보더니 목에 채워진 초커를 끌렀다. 그리고 초커 안쪽에 덧대어져 있던 까만색 특수목적 밴드까지 주우욱 떼어냈다. 그 순간, 성운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차 있던 차일드 에러의 눈동자가 성운의 목에 멎었다. 딸꾹, 하는 소리가 났다. 그 너머에 감추어져 있던, 차마 글로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흉측하고 징그러운 몰골, 겨우 2cm가 될까 말까한 좁은 폭에 펼쳐져 있는 단순한 속박이라던가 하는 인간의 천한 개념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참상에 소년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성운은 다시 밴드를 감은 다음에 그 위에 초커를 채웠다.
“우리 이야기를 좀 하자, 꼬마야. 난 윤강목이네 개가 아니고, 우연히 거길 지나가고 있던 저지먼트야.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위협하는 걸 보았고, 그 한 사람이 윤강목이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는 강목이가 그렇게 여러 사람들한테 두들겨맞아도 싸고, 내가 그걸 중간에 방해한 게 부당하다, 이 말이지?” “·········.” “꼬마야. 강목이네 개와 저지먼트의 차이점이 뭔지 아니?” “·········.” “억울한 사람의 편이라는 거야.” “·········그러면 대체 강목이 편은 왜 든 건데?” “당시에는 강목이가 더 억울해 보였으니까.” “그러면, 우리가 더 억울하면······ 우리 편 들어줘?” “물론이지.“
"처음 보는 사람이 친근하게 오랜만이라고 말을 걸면?" 리라: 아!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살면서 이런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딱히 이상함을 못 느낌. 어디서 나를 본 사람인가 보다~
"네가 원하는 이상적인 친구는?" 리라: 친구라는 것 하나로 충분히 이상적인 관계 아닌가요?
"미래로 갈 수 있다면 미래의 너를 만나고 싶어?" 리라: 사실 이 주제에 대해 옛날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만약 지금 이 질문에 yes 라고 답하고 10년 후 쯤의 미래를 보고 온다고 쳐요. 그리고 다녀온 후에 손가락 하나를 자르는 거죠. 그럼 제가 보고 온 미래는 손가락이 9개가 되기 전에 본 미래니까, 뒤늦게 손가락 하나를 제거할 경우 그 전에 본 미래의 나는 없는 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이런 행동을 할 것까지 반영되어서 10년 후 미래의 저도 손가락이 9개였을까요?
-...그래서 손가락 자르겠다고요?
아뇨? 그냥 궁금하다는 거였어요. 손가락을 왜 잘라요... 이상한 사람이네.(?)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해 달라고 한 사람이 제일 늦게 함(실화) 보고넘겨! 나도 반응을 못해줬어가지고🫠 하지만 다읽었어 우리애들최고야.
>>44 오랜만입니다 슨배님!! 이 불초 수인주 새해맞이 큰절도 이 참에 올리는 바입니다!! 아하핫!!! 이 불초 수인주는 점심시간에도 가끔 출몰하곤 하니 다음 번에도 서로 시간이 맞았으면 좋겠군요!!!
>>46 아하핫!!! 바로 맞추셨군요! 그렇습니다 유 한 선배님을 슬쩍 납치했지 말입니다!!! 붉은 머리에는 주근깨가 있어야 한다는 이 불초 수인주 나름대로의 철학! 빛을 발하니 기쁩니다! 아하핫!!!
그래도 사람 사는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말이죠! 이 불초 수인주... 일상을 돌릴 시간이 난다면!!! 마요네즈 연성을 시도 해보겠습니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요!!! 아하핫!!! (별개로 리라 슨배님까지 포함하게 되면 수인이는 나는 솔로다를 찍게 되는군요!! 솔로여서 편히 할 수 있는 연애상담 같은거 들어주게 되면 재미있겠다...라는 불손한 생각을 또!)
사실 통각이라는 게 생존에 꼭 필요한 감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100%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투에나 일상에서나 통각이 예민하면 단점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내가 숨는다면...섬광탄 터뜨리고 숨을 거야"
시각이나 청각이 예민해진다면 역으로 예민해진 시각과 청각의 공격에 더욱 취약할 것이다. 물론 농담이지만
"응?"
우물쭈물한 아지의 말에 의문을 품는다. 쟤가 갑자기 왜 저러나 싶으면서 그가 뒤이어 말할 것을 기다린다.
"음...아~ 그때? 확실히 그건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어."
아지는 철현이 샹그릴라를 먹지 않은 것을 말한 것일테지만 철현 자신에게는 환경 시위에 함께 동참한 것을 말하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었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저 환경 시위에서 있어났던 사건 직 후 며칠 동안 샹그릴라의 유혹에 빠질 뻔한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철현은 환경 시위에서 그들과 함께 저지먼트를 욕한 것이 부끄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특권층이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그것도, 법치주의를 자신의 악행에 대한 방패막으로 사용하는 특권층은 특히. 이곳에서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그러한 행동을 하는 녀석들이 있다. 아무리 우리가 저지먼트라고 하더라도, 건드리지 못할 존재는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저지먼트가 해당 인물에게 제지를 할때도 그저 '제지'를 할 뿐. 뭔가 확실한 방법을 취하진 못한다. 대외적으로는 모범 학생이자 소위 말하는 '고위층' 자제. 어쩌면 학생회에도 연줄이 닿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 앞에 선 학생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새파랗게 어린 학생 시절부터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자는, 내 어깨에 달린 완장을 보고 웃음을 짓는다. 스스로 저지먼트조차도 심판하지 못하는 존재임을 확신하고 있다.
"네 이름은 꽤 들어본 적 있어. 힘 있는 사업가 자제이자, 벌써부터 작은 기업들을 굴릴 시도를 할 만큼 자본과 입지가 있는것도." '잘 알고 있네. 그러면 코뿔소들도 날 어떻게 못할거라는것도 잘 알고 있겠지?'
잘 알고 있다. 저지먼트라면 결국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안티스킬도. 본인의 손을 더럽히지 않았고, 그에 대한 증거도 쉽게 입수하기 힘들다. 물증을 없애버리는 건 이런 놈들에게는 간단한 일이지. 그리고 합당한 증거가 없이는 처벌할 수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무슨 소문이 돌까? 선을 넘은 저지먼트가 무고한 학생을 고발하다? 어차피 안티스킬로 넘어가도, 그저 훈방조치나 무혐의로 끝날거야. 증거가 없는데 뭘 어떻게 하겠어?'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증거가 없다면, 말이지..."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준다. 모 기업의 임금체불과 지속적인 고용인에 대한 좋지 않은 처우 등의 정리.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사항의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 현장에 일련의 스킬아웃들이 나타나 무차별로 폭행한 사건의 사진 및 영상 자료. 또한, 해당 사항이 대외적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현장에 있던 목화고등학교 재학생들에게 행한 폭행과 위협.
그것이 자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듯 상대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기만 한다.
"아직 안 끝났어. 거기 사장으로 되어있는 사람 말인데... 낯이 익더라고?"
모처에서 찍힌 자료는 척 봐도 해당 기업의 사장(아마도 바지사장)과 스킬아웃의 일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금액을 주고받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직전에 사장이 출입한 사무실은 해당 기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곳의 사무실이었다.
"이상하지 않냐? 스킬아웃과의 거래를 앞두고 돈 받으러 어딜 가는걸까?" '나야 알 길이 없지? 나랑 상관도 없고.' "그건 두고보면 알겠지."
마지막 한 장의 사진을 건넨다. 해당 사무실의 의자에 이 학생 본인이 앉아있는 모습을. 그것도 손님의 자리가 아닌... 사무실 주인의 자리에.
'그래서 뭐? 이 정도 사진이야 그냥 조작이라고 해도 되고, 조용히 없애버리면 세상 밖에 나오지도 않아. 그리고 그런 자료로 처벌을 못하는게 규칙이지. 그래. 저지먼트가 지켜야 하는 규칙 말이야.'
'이런 식으로 나서 봤자 소용 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이제 좀 나가 주겠어? 범죄자 취급 받는건 질색이거든.'
규칙. 규칙과 법에 얽매여야만 올바른 심판을 할 수 있는것이 저지먼트다. 그것이 우리를 그냥 평범한 양아치에서 선도부원으로 구별한다. 그러한 규칙에서 어긋나지 않는 선 안이라며는 우리는 심판을 할 수 없다.
"...알고 있어."
어깨에서 완장을 떼어내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가간다. 그리고 단 한치의 주저도 없이, 능력을 발동하지도 않은 장갑을 낀 주먹을 턱주가리에 정확하게 날린다. 그냥 이빨이 하나둘 나가는게 아니라, 그대로 사무실 한쪽의 책장까지 몸이 붕 날아가 부딪힌다.
이런 놈들은 뭔가 착각하는게 있다. 저지먼트 모든 인물들이 규칙 위에 놀아나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놈들이 놓치고 있는게 하나 있다.
"나도 규칙따위는 따르지 않아. 너 같은 놈 처럼."
좀전까지 녀석에게 보여줬던 내용들이 담긴 인쇄물과 여타 영상 자료들이 든 저장 장치를 아주 보기 좋은 곳에 올려놓는다. 놈의 힘 빠진 몸뚱아리 위. 저지먼트의 처벌이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인물의 평범한 폭행 사건. 그리고 그 현장에서 발견된 의문의 자료들. 완전히 기절해 뻗어 있는 상태에서 모든게 안티스킬에게 넘겨지고 나서도 이 자료들을 숨기고 파기할 수 있을 지 궁금하군.
>>72 도라에몽: 미래의 나는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드래곤볼: 타임머신으로 가는 미래or과거는 내가 있는 곳과 다른 평행세계다 마블 왓이프: 손가락을 자르는 것을 실패하거나 미래의 나는 특수 의학 기술로 손가락 10개를 모두 가지고 있다. 또는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의 손가락이 이미 9개인 것을 모르고 돌아와서 잘라버렸다.
"그 저지먼트 선배들은 갑자기 따라왔을 뿐인 거고. 내 역할은 쓰이다 버리는 버림패야- 다들 이상하게도 그 부분은 납득을 잘 안하는데."
그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저지먼트 하나하나는 필요해. 랑 선배가 미리 위험을 알아낸다거나 경이가 기억을 읽어서 알아냈던 거나- 혜성 선배가 색적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기도 하지. 너도 다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고. 그런데 혜우야. 네가 보기엔 난 어때-? 그 현장에서 그것말고 쓰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여로가 발로 건반을 누르며 물었다.
"기절한 사람이 없으니, 능력을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쉽게 말해서 입만 살았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 사람들 왜 날 챙기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 혼자 들어갔다면, 다른 사람들은 독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밖에서 대비할 수도 있었어. 그 누구도 그걸 말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그렇게라도 쓸모 있고 싶었을 뿐이야."
그는 혜우를 응시하지 않았다. 다만, 숨을 조금 고르고 다음 곡을 골랐다. 이번에는 약간 느린 곡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라는 거야- 체스를 생각해. 맨 뒷줄에 있는 체스말보다 앞 줄 전체를 채우는 폰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어- 내 녹음 들었으니 알아서 너도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는 거잖아-?"
여로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물으며, 건반을 밟기 시작했다.
"뭐, 어디까지 거짓이고 진실인지는 네가 판단하기 따름이고-?"
탁, 그가 건반 하나를 밟았다.
"내가 [이제 안 그럴거야-] 라고 말한다한들, 너 그 거짓말 진짜인지 믿을 수 있어-?"
바디캠을 가만 내려보다 시선을 위로 흘린다. 구겨진 미간에 드리운 그림자가 곧 면적 넓게 퍼진다. 경진은 기자의 당황을 눈에 담고도 무던한 낯이였다. 돌아가는 기계덩어리에 겁먹어 아무런 해도 못 입힐 거라 예상한 기자는 계산에 고등학생 특유의 피 안 마른 감정제어를 합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안 되죠.”
반박에 수긍하는 꼴인데도, 혀 굴리는 소리 한번 투명하고 깔끔하다. 당당한 것은 행동에도 묻어나는지 기자의 팔뚝 움켜쥔 손이 굳건하다. 이어지는 자못 불쾌한 입질에 경진은 눈을 옆으로 데룩 굴렸다, 신경질적인 한숨을 짧게 뱉어내며 눈동자를 천천히 기자 쪽으로 다시 되돌렸다.
“그쪽 악담 대상자는 열일곱 살입니다. 에어버스터가 정녕 어린애가 이런 저급한 말을 듣는데 가만 있을 머저리 새끼로 보입니까? 단언컨데, 이 일이 그의 귀에 들어간 후 무릎 꿇는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안티스킬에 연락을 취하는듯, 인이어를 만지작거리며 무어라 짧게 통신을 남기곤 수경 쪽을 돌아보았다. 물기어린 목소리 홀로 들어도, 그녀가 울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했으니 굳이 눈물 떨구는 것을 보기 전에 고갤 돌리며 말했다.
“곧 따로 뵙겠습니다, 부실에 먼저 들어가 계세요.”
수경의 체감상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후 언질대로 경진은 수경을 찾아왔을 것이다. 양 손에 음료 한잔씩 들고 와선 무덤덤한듯, 별 감정 없이 근육 편한 표정으로 수경을 쳐다보다 한잔을 수경에게 건내줬을 것이다. 수경의 취향 일절 모르니, 최대한 무난한 메뉴로 고른듯 특별할것 없는 아이스 라떼다.
먼저 말을 하진 않았다. 가만히 수경의 반응만 살피려는 듯, 시선은 바닥에 머물며 부실 타일의 무늬와 결함만 살피고 있다.
여느때처럼 시덥잖은 이야기를 꺼낸 그녀는 여학생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어보이는 모습에 실망한듯 한숨을 내쉬었다.
[차별이고 자시고,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난다고 하는지 모르겠거든?] "날개 있슴다! 날아다닌다니까여!" [4족보행의 동물의 구조상 날개는 다리취급이기에 불가능하거든... 애당초 인첨공에 그런 생물체가 있다면 그야말로 대서특필 되어야 하고 포럼에도 나와야 하거든? 근데 아직까진 그런 연구결과도 없는데다 무엇보다 그런게 있었다면 여기서 나오거나 여기도 알아야 하는 거거든. 일단 여기, 생명공학쪽도 겸하고 있다고 들었거든?] "머... 여기두 그런쪽 실험을 안하는건 아닌데 말이져..."
격리구역의 방 하나, 단단한 고무재질의 망치를 사용해 이런저런 커다란 나무조각들을 잇거나 서로 끼워맞춰 동물들 몇마리쯤은 자리를 틀고 살법한 꽤 큰 사이즈의 나무 모형을 만들던 그녀가 망치의 스트랩을 잡고 뱅글뱅글 돌리며 생각에 잠긴 때, 카트에 올려진 꽤 큰 규격의 상자를 가까이 댄 여학생이 자신이 끌고 온 그것을 톡톡 두드려보았다.
[그래서, 여기에 무슨 동물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거든? 아까부터 안에서 계속 파스스하는 소리만 들려오고,] "소는 날아 히히, 임다." [......]
아직도 그런 농담을 하고싶냐며 잔뜩 표정을 구긴 여학생이 공기구멍을 위한 철망 안쪽을 들여다보다 결국 상자를 열어보았고, 상자의 크기에 맞는 제법 큰 동물이나 작은 동물 여러마리가 나올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꽤 많은 수의 곤충들이 일제히 날아들자 여학생은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뭔데!! 뭔데!!] "...날아다니는 소여?" [전혀 틀리거든!! 이건 소가 아니라 하늘소거든!!] "어쨌든 이름은 소잖아여?" [그러니까!! 하늘 소가 아니라 하늘소거든!!]
태오랑 여로도 진짜 색감 조합 미친듯이 포근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오 뱀눈 언제 봐도 맘에 든단 말야 둘이 장식도 너무 귀엽게 햇어... ㅋㅋㅋㅋㅋ 그리고 위에 경진이 옆에 누구냐고 물어보ㄴ거 왜 뻘하게 웃겼지. 경진이 전여친이다!! 경진이한테 나름 비중 많은 사람임!
"에어버스터가 겨우 1학년 한 명에게 신경쓸리가 없지 않나요!" "그리고 저는 이런 소문을 소명하라고 하는 겁니다. 저렇게 떨고 그러는 반응을 보니까 딱. 소문이 맞나보네요!" 기레기는 악담을 퍼붓기는 했으나. 안티스킬이 오면 이런저런 변명을 하면서 슬쩍 도주하려 했을 겁니다. 도주에 성공했을지. 안티스킬에 일단은 잡혔을지는 넘어가고.
"네...." 수경은 경진의 말을 듣고는 무거운 몸을 이끌어 부실로 능력을 쓸 생각도 못하고 조금 비틀거리며 걸어갔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반쯤 흐느끼면서 걷다보면 부실에는 한참을 걸려서 도착한 거 같습니다.. 정말 얼마나 걸렸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꼴을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보였을지 더럭 겁이 났지만.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 있을 순 없었습니다...
"....." 부실에 반쯤 넋을 놓은 채 앉아있는데. 눈 앞에 밀려온 것은 아이스라떼입니다. 음료수나 뭐 그런 걸 가리지는 않는 터라 아이스라떼를 잡아들고는 감사합니다.. 라고 작게 웅얼거리듯 말하려 합니다. 하지만 손이 떨리니까 아이스라떼도 약한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고 있어요.
"....이런..이런.. 기자같은 건 이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이제 또 생겨났으니 또 찾아올거에요. 라고 생각하는 건지. 고개를 떨어뜨립니다. 감정적으로 뭔가 자극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제멋대로입니다. 마치 약물을 과용한것과도 비슷하게. 눈가가 붉게 물들어있습니다.
깊디 깊은 심해 한복판에서 치켜 뜬 검푸른 두 눈이 성여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멱살을 잡았다면, 그걸 잡아당겨 내 시선에 맞게 끌어내리려 했다.
"세상은 체스판이 아니고, 저지먼트는 체스말이 아냐. X신아. 니가 뭔데 감히 너를 체스말에 비유해? 그러면 다른 사람도 똑같은 취급이라는 걸 왜 몰라?"
일렁이는 눈빛에 비해 한없이 낮게 깔린 목소리가 자근자근 말을 내뱉었다.
"쓸모 있고 싶어? 그럼 몸이라도 키워. 키 크고 허우대 멀쩡하면 체력이라도 길러. 저지먼트가 전부 엘리트로만 구성됐어? 아니잖아? 니가 해야 하는 최선은 능력 외의 재주를 만들던지 몸을 키우던지 하는 거야. 매번 불나방마냥 뛰어드는게 아니라."
게임기 화면에선 밟지 않은 노트들이 느릿느릿 지나갔다. 시끄러운 오락실 한 켠에 부자연스러운 차분함이 시리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왜 니 말의 판단을 나한테 떠넘기는데. 아, 너 실은 자신 없지? 그래서 매일 그렇게 자기암시를 걸지 않으면 불안해 미치겠지? 그런 주제에 너, 사실은 누구보다 너한테 누군가 메여줬으면 하는 거지? 그래서잖아. 불나방 짓거리를 하면서 걔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거."
키키킥. 명백한 조소가 성여로에게 향했다.
"진짜 까고 말할까? 너 진짜 관종 X끼 같아. 아니 그냥 그걸로 밖에 안 보여. 야. 저지먼트가 무조건 능력빨로 임무에 나서냐? 진압 도구는 왜 있는데? 아, 후방에 초라하게 있기는 싫냐? 앞으로 나서서 눈에 띄어야 성에 차? 하긴, 너 앞에 나가 있을 때가 제일 표정 좋긴 하더라. 그런 네 뒤에서 너를 잡는 사람 표정 따위는 X도 신경 안 쓰니까 그렇게 즐거울 수 있겠지. 안 그래? 널 잡은 사람이 결국은 울게 되어도 넌 너만 즐거우면 되잖아. 그렇지?"
게임 오버!
한동안 노트가 입력되지 않아 저절로 끝나버린 게임기가 조용해지자 일순, 주변에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밀어내거나 떨쳐내지 않았다면 멱살을 쥔 채 어디 할 말 해보란 듯 똑바로 주시하고 있을 터였다.
서한양은 유한의 의미 모를 기도에 살짝 식겁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절래절래 흔들었다. 뭐 고마운 마음은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서한양 본인도 저레벨 시절에는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살았으니깐. 부모님이 맞벌이라서 형편은 그래도 넉넉하기에 레벨이 낮아도 부족함 없이 살아왔지만 말이야.
" 네네.. 콜라 하나에 이렇게 좋아하네요. 나중에 캔 말고 페트병으로 사주면 기절까지 하겠네. "
외형은 저지먼트와 어울리지 않게 날티나는 후배가 이렇게 웃어보이니깐.. 좀 위화감이 생기긴 한다. 이거는 서한양 본인이 중학생 때부터 느껴왔기 했으나.. 여전히 완벽하게 적응은 못 했다 말이지.
" 아뇨. 자판기 차는 소리 엄청 커서 왔어요. 우리 부원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요. "
서한양은 어떤 면에서 보면 꽤 돌직구인 편이었다. 선한 인상 뒤에 숨겨진 하라구로가 있는 클리셰를 완전히 깨버린 캐릭터라고 할까. 가끔 분위기를 봐서 입바른 소리를 할 때가 있지만 앞뒤가 다른 녀석은 아니었다.
이미지상의 이런 구획으로 나뉜 곳에 얇은 커튼이 달려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 타입에 가까움. 이 카페는 아늑한 공간이 안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곳은 몰래 만나거나, 조금 편하게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공간이네요.
리라가 이 카페에 오게 된 이유와는 많이 달랐지만요.
-특. 한정판 망고스틴스무디와 열대과일 떠먹는스콘과 메론케이크 가 있기 때문에 왔을 거에요. 다만 수경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을 겁니다. 조금 꾸며진 듯한 수경과.. 그 옆의 백발 포니테일과 벽안의 이쁘장한 소녀가 케이크를 하나 받아들고는 안쪽에 마련된 이미지상같은 구획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수경은 어쩐지.. 옆의 소녀의 하이텐션에 비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리라는 수경이 기레기 때문에 울었다는 걸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한 목화고의 교실이다. 노란피부에 SD 캐릭터화 된 류애린. 1학년인 애린은 2학년 교실의 칠판에 "우리는 해방을 원한다! 프리덤!!!"이라고 반복해서 적고 있다. 이어서 수업시작 종이 울리고, 유한은 빠르게 교실에서 달려나간다. 복도를 질주하는 유한. 볶음밥을 들고 먹고 있었던 청윤은 지나가는 유한에게 부딪히고, 볶음밥은 청윤의 옷으로 전부 흩뿌려진다.
청윤은 뛰어가는 유한을 잡기 위해서 공기탄을 쏘며 쫓아간다. 그렇게 저지먼트 부실까지 추격전을 벌이는 둘. 부실까지 도착하고, 청윤은 부실 안으로 공기탄을 쏜다. 그런데 어쩌나. 서한양이 업무를 보는 노트북에 맞춰버렸다. 유한은 창문 밖으로 나가서 사라졌다. 노트북이 다운되어 멘붕이 온 한양은 분노한 표정으로 괴성을 지른다. 한양은 다른 책상에 발까지 밟아가며 청윤한테 가려고 한다. 그런데 한양이 혜우가 먹고 있던 케이크를 밟아버린다. 혜우는 분노한 표정으로 "아오오오오옹~~~!!!!!" 울음소리를 내며, 뒤에서 한양의 발목을 잡아서 자빠뜨린다. 분노의 울음소리를 내며 한양을 할켜대는 혜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학교 근처의 한 골목길. 장태진과 동월은 불량배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그들은 불량배들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다가, 갑자기 혜성이 분노한 표정으로 달려온다. 태진은 도와주러온 줄 알고 혜성에게 손을 흔들어보인다. 혜성은 태진의 정강이에 조인트를 날리고, 태진은 자신의 정강이를 부여잡고 아파한다. 이어서 불량배들은 혜성이 자신을 도우러온 줄 알고 반기며 다가오지만, 혜성은 앞장선 불량배에게 고자킥을 날려서 쓰러뜨린다. 이어서 장경진은 근처에서 여학생 몇 명과 함께 이 장면을 흐뭇하게 웃으며 보고 있다. 눈치 빠르게 이미 도망친 동월은 경진의 무리에게 비키라면서 목검을 휘둘러대며 지나간다. 경진의 휴대폰이 여러 조각으로 조각나고, 분노한 경진은 동월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학교까지 이어지는 추격전. 동월은 벤치에서 앉아서 마피아게임을 하고 있는 여로에게 비키라면서 목검을 휘두르고 지나간다. 여로의 휴대폰 역시 조각이 나고, 여로는 경진과 함께 동월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이를 지켜본 아지는 아무 이유없이, 해맑게 웃으면서 동월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도망가는 동월은 저 멀리서 뛰어오는 유한과 서로 부딪히고, 둘 다 기절한다. 여로는 기절한 둘에게 능력을 걸려고 하지만, 어디선가 공기탄이 날라온다. 바로 분노한 청윤. 청윤이 공기탄을 마구잡이로 쏘면서 이들의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아지는 그 와중에 오버리미트를 쓰고 청윤의 공기탄을 피하면서 해맑게 웃고 있다. 청윤의 공기탄을 엎드려서 간단하게 피해가고 있는 경진.
이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경. 이경은 피곤한 표정으로 미간을 짚는다.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활을 꺼내는 이경. 이경은 청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활을 쏘려고 한다. 장난감 화살이 튕겨져서 나가기 직전, 수경이 나타나서 이경의 화살에 손을 대서 화살을 어딘가로 이동시킨다. 옆에서는 랑과 리라가 서로 웃으면서 걸어가고 있다. 리라는 랑에게 웃으면서 휴대폰으로 자신이 시청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랑은 주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리라의 화면을 보기 시작한다. 리라의 휴대폰에서는 태오의 방송이 나오고 있다. 얼굴을 공개한 채로 방송을 하고 있는 태오. 그런데 갑자기 방금 이경이 쏜 장난감 화살이 나타나서 태오의 머리에 딱 달라붙는다. 분노한 태오는 갑자기 방송을 끄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이어서 랑은 위험함을 감지하고, 위험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시야를 돌린다. 위험의 정체는 머리에 활이 붙은 채로 달려오는 현태오. 리라는 순식간에 표지판을 만드는데, 바로 수경과 이경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안내판이다.
태오는 수경과 이경에게 달려간다. 이경은 달려오는 태오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수경을 가리킨다. 수경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온 태오를 어디론가 텔레포트 시킨다. 태오는 태진과 혜성이 있는 골목길로 텔레포트 된다. 불량배를 패고 있던 혜성은 태오를 보게 된다. 태오는 미소를 지으며 혜성에게 브이를 날리지만, 혜성은 두 손으로 태오의 목을 잡아서 조르기 시작한다. 이를 본 태진은 도망갔고, 결국 저지먼트 부실까지 가게 된다.
아직도 혜우에게 할큄을 당하고 있는 한양. 태진은 혜우를 말리기 위해서 힘으로 혜우를 들어서 말린다. 만신창이가 된 한양은 상체만 일어난 채로 주변을 살핀다. 각종 서류들을 들고오는 철현. 철현은 이 서류들을 보고 "흥" 무시하는 웃음을 짓고, 만신창이가 된 한양의 옆의 내려둔 다음에 부실에서 나간다. 이 와중에 혜우는 말리려고 한 태진까지 할퀴기 시작한다. 부실에서 나온 철현은 누군가와 마주친다. 바로 후배인 이로운. 로운은 철현의 태업을 지적하며 , '시말서'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철현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이를 목격한 성운은 이들이 긴급하게 출동을 하는 줄 알고 같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학교 밖까지 이어진 추격전. 정말로 달려오는 스킬아웃들과 마주친 철현, 로운, 성운. 성운은 능력을 발동하려고 하지만..스킬아웃들의 뒤에서 큰 파도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파도의 정체는 바로 정하였다. 이 스킬아웃들은 정하의 파도를 피해서 도망치고 있었던 것. 스킬아웃과 삼인방은 정하의 파도에 모두 휩쓸리고, 정하는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한다.
파도의 휩쓸려서 어디론가 와버린 성운. 성운은 힘겹게 일어나려고 하고, 누군가가 손을 내어준다. 그 손의 정체는 바로 윤금. 금이는 물에 젖은 성운을 말려주기 위해서 이리저리 약하게 불을 내려고 하지만, 그만 힘조절을 못해서 성운이 이리저리 도망치게 만들어버린다. 그 근처에서 수인이는 저 둘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토끼들과 뛰어놀고 있다. 그리고 토끼를 한마리 안아서 해맑게 웃는 수인.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오레오!!!!!!"라는 큰 함성이 들린다. 정체는 바로 류애린. 수인은 사실 애린의 토끼를 안고 있었던 것. 애린은 고인돌시대에서나 볼 법한 큰 뼈다귀를 들고 수인에게 돌진하기 시작한다. 애린은 강화된 뼈다귀를 수인에게 던지려고 하다가, 바닥에 넘어져버린다. 그렇게 뼈다귀는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는데, 기분이라도 전환할 목적으로 나온 한양이 맞아버리면서 장면은 끝이 난다.
...저지먼트 부실의 소파. 은우와 세은만 무사하게(?) 팝콘과 콜라를 들고 소파에 앉아 있다. 은우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서 오프닝은 끝난다.
입원한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많지는 않다. 선경의 센터 동료들이 필요한 일 대부분을 처리해 주고 있는 만큼 미성년자에다가 내담자에 불과한 리라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찡찡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면회 시간마다 꼬박꼬박 찾아가는 정도. 그나마 선경이 하루가 다르게 회복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계속 위독한 상태였다면 죄책감에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다.
"경 쌤. 뭐 보고 계세요?" "아, 리라 왔네요. 인첨스타그램 좀 보고 있었어요. 근처 카페에 신메뉴가 나왔다고 해서."
그리고 이 날도 별로 다를 건 없었다. 선경은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고, 리라는 그의 일에 휘말려 졸지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주치의의 말동무가 되기 위해서 이 자리에 걸음했다. 어쩌면 그저 그렇게 흘러갔을지도 모르는 시간. 그냥 그렇게 뻔할 수도 있었던 면회 타임의 분위기가 선경의 '카페 신메뉴'라는 언급에 의해서 급격히 반전되었다. 리라는 선경에게 다가가 몸을 기울여서 화면을 들여다 본다. 망고스틴 스무디, 열대과일 토핑이 올라간 떠먹는 스콘, 메론 케이크. 알록달록하고 달콤할 것 같은 이름과 이미지가 단조로운 직사각형 화면 안을 수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단 거 좋아하셨죠. 제가 사다드릴까요?" "뭐? 아니에요, 리라 양이 무슨.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요. 포도 주스 줄까?" "왜요~ 여기서 별로 멀지도 않은 거 같은데! 빗자루 타면 금방 갔다 와요. 드시고 싶어서 보고 계셨던 거 아니에요?" "퇴원하고 가도 되는걸. 정말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아요! 선생님 입원한 거 저 때문인데 해 드릴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니까."
짧은 정적이 흐른 뒤, 선경은 가라앉은 표정 위에 서서히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다.
"그럼 그래 줄래요?" "그 말만을 기다렸어요. 다녀올게요!"
병실을 나서자마자 적당한 창문을 찾는다. 이윽고 그런 창문이 눈에 들면, 리라는 주머니에서 손가락만 한 빗자루를 꺼내 끝에 매인 연보라색 리본을 풀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빗자루는 곧장 사람이 타기 적당한 사이즈로 변하고, 그에 올라탄 리라는 창틀을 가볍게 박차고 나선다. 가게는 여기서 약 10분... 대중교통 기준이니 빨리 가면 5분 안에도 갈 수 있을 거 같다. 무더운 여름 공기를 가르며 빗자루가 신속하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카페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건 곧 유리 케이스 안을 물들인 아기자기한 디저트들이 충분히 남아있었다는 뜻이다. 원래 목표했던 디저트를 주문한 리라의 시선이 마카롱이나 조각 케이크, 쿠키 같은 자잘한 것들에 닿았다. 이거 저지먼트 부실에 놔두면 다들 잘 먹지 않을까. 신세 진 것도 있고..
"마카롱 A세트도 하나 추가해 주세요. 아. 라즈베리 잼 사탕도 하나 담아주시고요, 쿠키 세트도 하나 주세요. 전부 포장이요."
좀 많긴 하지만 어떻게든 들고 갈 수는 있겠지. ...있겠지? 미묘하게 확신 없는 상태로 주문을 기다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가게 안이 꽤 아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파티션으로 나눠져 있는 게 프라이빗하고 정갈해서, 제품 맛이 좋다면 나중에 누구랑 같이 와도 좋겠다. —거기까지 생각할 즈음, 시선이 한 구석에 닿는다.
"수경 후배님!"
익숙한 얼굴에 리라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상대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즉시 다소 가라앉는다. 그러고보면 취재 윤리 따위 말아먹은 나사 빠진 기자 놈이 학교에 와서 수경 후배님을 괴롭혔다고 했던가. 그럼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 없겠다. 리라는 성큼성큼 다가가 수경의 앞에 선다.
"안녕~ 디저트 먹으러 왔어요? 이쪽은 친구? 안녕하세요! 수경 후배님이랑 같은 저지먼트 소속인 이리라 라고 해요~"
콜라가 유일한 희망이라니... 그 희망이란 것이 때때로 바뀌거나 여러 개일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군. 축구를 하고나서는 유일한 희망이 포X리로 바뀌어 있는 거 아니여? 아, 쟤는 이미지를 보면 게X레이가 더 어울리지만 말이야.
" 흠... "
그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자판기가 돈 먹어서냐, 이 자식아. 주인이 방치를 했어도 결국은 소유권은 주인에게 있으니깐 자판기를 발로 차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ㅎ.. 아 아니다.
" 뭐 좌우지간에 이런 거는 자제해요. 다칠까봐 그러는 거니깐. 이런 걸로 다치면 저지먼트에서 병원비도 청구 못 넣잖아요. 유한군이 다치면 저지먼트에서도 전력의 손실을 겪는 거니깐요. "
쭈글해진 유한의 모습을 보고는 꾸짖는 것이 아닌, 다칠까봐 걱정했다는 스탠스를 보이는 서한양. 문체로 보면 딱딱해보일 수도 있으나, 톤을 부드럽게 올려서 나긋나긋 말하고 있었다. 친절하게 미소를 짓는 것은 덤. 아무리 부부장인 서한양이라도 분위기를 불편하게까지 해서 무언가를 꾸짖거나 하는 걸 좋아하진 않았다. 상대가 불편해하면 본인도 역시 불편해지는 것이 서한양이니깐.
리포트? 리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놀러왔느냐는 질문에 적절하지 않은 답이다. 애초에 답변이라기보다는 저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 가까운 듯싶지만... 그건 그거고, 근본적으로 친구와의 여가 활동에 보고가 필요한가? 인첨공이야 워낙 독특한 문화가 많은 데다가 연구소마다 저마다의 풍조가 있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지니 특이하다고만 볼 순 없지만.
"응? 네, 리라예요."
표정이 나빠지는 케이스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던 리라의 머릿속 한켠에 짧은 불안이 스쳤다. 아. 혹시 인터넷에 돌던 그걸 봤나. 전혀 잘못 짚었다는 걸 알 리가 없는 리라는 한숨을 삼킨다. 수경 후배님의 친구라서, 지저분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는 척 하는 게 달갑지 않은 걸까. 해명문을 냈다고 해도 모두가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음.
"저도 합석해도 되는 건가요?"
그런데 이건 예상 외의 반응이다. 예상한 이유가 맞다면 껄끄러워 하면서 쫓아낼 줄 알았는데.
"그럼 그럴까요?"
뭐, 거절할 이유는 없다. 주문한 게 많으니까 전부 받으려면 시간도 좀 걸리고. 무엇보다 수경의 상태가... 조금 신경 쓰인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수경 후배님. 괜찮아요? 저 들었어요. 이상한 기자 놈이 와서 깽판 쳤다고. 진짜 뭐람, 공인도 아닌 일반 학생한테 막 찾아와서 무례하게. 고생 많았어요."
현태오랑 비슷한 능력인건가? 싶을 정도로 소름돋는 추리. 유한은 짐짓 놀란 눈치로 한양을 빤히 바라보았다. 정말로 게X레이를 많이 마시기는 했던가.
...생각해보면 유한이 말하는 것을 좀만 고민해봐도 음료 취향이 다양하다는 것쯤 알 수 있었겠지만... 이런 면조차 과장일 수도, 아니면 그저 본성일 수도 있었던가.
"역시... 인첨공의 빛... 유일한 희망... 마지막 양심..."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투의 말에 한양을 치켜세워주기 시작하는 유한. 그도 그럴게 자신이 이런 짓을 했다고 하면 다쳐봤자 양아치가 그럼 그렇지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정말 귀하다. 아니 정말로. 대부분이 자신을 걱정해주기보다는(사실 바보짓 때문이지만) 비난할 뿐이었으니까!
"한양 선뱃님이 한번 도와주셨으니,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도와드리겠습니다!!"
여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혜우가 자신의 멱살을 잡아 틀었음에도 그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건 버림패가 아니잖아- 적당히 쓰여졌다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지. 계속 쓸모가 생겨버리는 건데."
그는 웃고 있지 않으나,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없는 게 아니야. 혜우야. 미련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거지. 잡아주길 바란다? 글쎄, 저지먼트가 나 따위를 잡아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데. 아닌가... 다들 꽤 정이 많은 것 같으니, 잡겠네. 응, 확실하게 잡을 거 같네."
여로가 가볍게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혜우의 손을 쳐냈다. 그리곤 이미 멈춘 기계를 한 번 곁눈질로 보다가 시선을 다시 혜우에게로 돌렸다. 게임이 멈췄다.
"애초에 전제 자체가 달라. 천혜우. 내가 저지먼트에 들어간 이유가 눈에 띄고 싶다는 그런 같잖은 이유이거나 너희들과 같은 이유일 줄 알았어? 나 따위가 저지먼트와?" "아, 그래서 부장님도 세은이도 나한테 화를 낸 건가."
여로가 미소지었다. 그것은 조소였다.
"말 자체를 다르게 접근해야지. 내가 [저지먼트에 해가 되는 건 하지 않는다]는 건 맞아. 그것은 자명할 길 없는 진실이고. 그런데. 하나 다른 게 있어." "사기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난 내가 저지먼트에 속해있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가 제 발로 들어가긴 했지만, 너희와 같은 이유로 있는 게 아니야."
아, 이건 좀 미안할지도. 속으로 생각한 여로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증명이라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증명하고 싶어서 들어간 것 뿐. 적어도 저지먼트에 있으면, 누군가는 내 말을 그대로 믿어주지 않겠어?"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이젠 [저지먼트에 해가 되는 건 안한다]는 말도 못하게 되었네."
여로가 됐냐는 듯 혜우를 바라봤다. 행동과 어조 자체는 매우 가벼웠다. 다른 것을 하고 놀자고 말하듯 가벼운 어조였다.
"그러니까 날 생각한다면, 그냥 내가 버림패로 쓰일 수 있게 둬. 미련이 생기기 시작해서 망설여지기 시작했으니까 더 망설여지기 전에 쓰여져야 하니까."
>>409 사실 카드게임을 좋아해서 최근에 홀덤펍을 한번 가봤는데 생각보다 연령대도 높고 진짜 단골만 받는 느낌이라 전화 받는 척 하고 도망쳤던 기억이 나네요.. 정확힌 게임 시작 직전이라 카운터 가서 설명 듣고 오라고 했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적당히 나간 것에 가깝지만요..!
자신의 친구들과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는 한양. 다른 친구들은 간짜장을 시켜서 먹는 반면에 한양은 그냥 짜장을 시켜서 먹고 있었다.
" 탕수육은 왜 안 시켰어? "
" 우리 다 입 짧잖아. 시켜도 많이 남기거든. "
" 맞아. 그리고 그렇게 먹으면 속 더부룩해. "
은근히 잘 체하는 한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넷은 짜장면을 계속 먹는 중이었다. 그런데 중국집에 머리를 빡빡 밀은 덩치들이 들어와서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이 덩치들이 시킨 것은 고작 군만두 한 그릇. 종업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군만두를 덩치들의 테이블 위에 둔다.
한양의 친구들은 대충 녀석들이 무슨 목적인지를 알아채고, 한양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한양은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최근 사장에게 가게를 헐값에 팔라고 강요했지만, 사장이 거절했기에 합법적인 영업방해를 위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덩치들을 보낸 것이다.
' 나서는 것도 명분이 있어야 나서는 거야. 저 덩치들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던 간에 아직 식당에서 무슨 짓을 하진 않았잖아. 더럽고 꼴보기 싫지만 어떡하냐. '
곧 이어서 테이블에 앉아서 담뱃불을 붙이기 시작하는 덩치들. 종업원은 겁을 먹으면서도 , 이 식당은 실내흡연이라고 나가서 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덩치 하나가 일어나서 종업원의 뺨을 때려서 눕히기 시작했다. 이를 본 한양 역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 어디 가게...? "
" 명분이 생겨가지고. 너네들은 미리 나가. "
식당에서는 식사를 다 끝내지도 못한 손님들이 나가기 시작한다. 덩치들의 눈치를 보면서 말이지. 한양은 녀석들의 행동을 실시간 라이브로 촬영하면서 안티스킬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 안경잽이. 너 뭐 하냐? "
" 사람 패는 걸 보면 신고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
덩치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세 명이서 서한양을 패기 위해서 덤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덩치들은 자신의 눈을 감싸면서 , 눈물을 흘리면서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한다. 눈에서 붉은 가루 비스무리 한 것들이 묻은 채로 말이지. 서한양이 무슨 짓을 했냐고? 테이블에 있는 고춧가루 좀 얼굴에 뿌렸거든. 좁은 공간에서 세 명이서 달려들고, 마침 손 앞에 유용한 물건도 있는데 뭣하러 힘들게 싸움으로 제압해?
" 저거 미친놈이네! "
덩치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이 의자를 들고 서한양에게 던진다. 하지만 의자는 날아가는 와중에 멈췄고, 그대로 땅으로 살포시 놓아졌다. 슬슬 능력의 사용제한이 풀렸기에 능력을 사용한 것. 하지만 두목은 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한다. 이런 깍두기 모브 조차도 레벨 제로라는 편견에 빠지면 안 된다.
두목의 두 손에서는 강풍이 뿜어지기 시작한다. 서한양의 몸도 풍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양은 두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두목은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서한양은 염동력으로 자신의 몸을 밀면서 강풍을 극복하고 있던 것. 서한양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덩치에게 점점 가까워졌고, 덩치는 식겁한 표정으로 품 안에서 장도리를 꺼냈다.
" 어? 벌써 와줬네요! "
갑자기 해맑게 미소를 지으면서 두목의 뒷편에 있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서한양. 한양의 실시간 제보를 받고서 긴급하게 출동한 안티스킬들이었다.
" 이 놈들이 직원폭행도 하고 실내흡연도 하면서 영업방해 했어요! 어서 잡아가서 콩밥 먹여주세요! "
-그럼요. 합석하셔도 괜찮아요. 속삭이는 듯한 말이었으나. 소음이나 분위기에 전혀 묻히지 않고 또렷합니다.
"기자가... 저지먼트에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요.." "있을 데가 사라져버린 것만 같아요." 이상한 기자가 왔다는 말에 수경은 움찔합니다. 리라에게 말한다기보다는 허공을 보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케이스가 수경의 손을 잡으며 물컵에 뭘 타서 내밉니다. 그리고는.. 수경의 손을 꽉 잡고는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미친기레기 그 존재는 안데르님과 할페티의 명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어요그런존재는편안히죽는것도 사치로죽음을갈구해도살려두고괴롭게만들거에요. 그건. 어쩐지 말로 나와서 귀를 통했다라기보다는 머리 속으로 곧바로 꽂히는 듯한 그런 존재감이었습니다. 케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살의를 줄줄이 흘리다가 리라가 앞에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어머. 미안해요. 라고 속삭이듯 전달하고는 수경이 컵에 든 걸 전부 마실 때까지 한쪽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마시고 나서 수경이 푹 엎어지기는 했지만.
합석을 허가받자 리라는 별 거부감 없이 의자에 앉았다. 커튼으로 바깥과 단절된 테이블은 고요하다. 그래서일까, 별로 크지도 않은— 차라리 묻히기 좋을 정도로 조그마한 목소리가 지나치게 잘 들리고 있는 건.
"......"
이상하다. 두 사람의 목소리나 대화 방식. 모든 게 기묘하게 느껴진다. 분명 마주보고 있는데 사이에 유리벽 하나를 놓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단순히 분리된 느낌이나 배제되었다는 감각과는 뭔가 다르다. 그러니까 이건.
"무슨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저지먼트가 그런 일을 두번 반복되게 내버려 둘 리 없잖아요? 당장 수경 후배님도 저 도와주러 오셨으면서. 걱정하지 말아요. 그런 인간 또 오면 빗자루로 때려서 교문 밖으로 쫓아내줄 테니까. 부장님도 그 정도는 봐주실걸요? 전치 2주 이내고, 저지먼트 부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줬고.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는데...—"
그런데 이건. 리라는 말끝을 흐린다. 마주앉은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살기가 너무나도 뚜렷하게 느껴진 탓이다. 물론 친구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아니, 그보다.
이거는 내가 상대의 심리를 잘 보는 것이 아니다. 유한 본인이 정말 티나게 상대에게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고민해봐야 되는 것이지. 혹시 다른 사람에게도 텔레파시 능력자냐고 물어본 적이 많다면.. 확정이군.
" 아아.. 알겠으니깐 , 그런 것 좀 하지 말아요. "
인첨공의 빛.. 유일한 희망.. 마지막 양심이라니.. 은우가 한양을 대할 때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어. 유한군도 어떻게 보면 동월군하고 되게 비슷하단 말이지. 2학년에 뭐가 있는 건가.. 무당을 믿지는 않지만 한 번 굿이라도.. 아 장난이야, 장난. 어쨋든 사람들 다 보는데서 이러니깐 민망하긴 하네.
" 음.. 최대한 아껴둬야겠네요. 한 번 있는 기회니깐 최대한 효율적으로... "
사실 말만 엄청 힘든 일을 요청해줄 것처럼 하는 것이지, 실상은 부실청소를 대신 해달라고 하거나 한양이 놓친 잡다하고 쉬운 업무, 예를 들어서 이미 완성된 양식이 있는 주기성 보고서에 숫자만 넣어서 저장해두는 것 등이 있겠다.
>>465 아직도 포기를 못했다네요 자상한 선배님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때처럼 자상한 선배와 마음 따뜻하고 무능한 후배로 있기에는 둘 다 너무 먼 길을 와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해요 성운이 친칠라 회귀 스위치를 누를 일이 있다면, 아마 혜성이가 아닐까 하고.
>>466 일주일 내내 진행되는 다이스 조사와 금요일부터 진행 시작하는 질펀한(???) 보스 레이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획단계라 정확히 이럴 예정이다!! 하고 확답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알터 연구소의 비밀 프로토콜을 파헤치는 「버려진 것들이 가는 곳」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472 이 열쇠는 혜우에게 있어요 성운이가 친칠라로 돌아갔다가 혜우가 ㅈㅎ하는 장면을 목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 선에서만으로 끝나면 그걸로 될 거라 생각했어요.." 본인에게 박해서 그런 것일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처럼 고개를 푹 숙입니다. 자신에 관한 것들이 그당시 많이 생산되었지요. 자극적이고 익명적인 것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만 이들에게서...
-살아남은 자의 죄이니까요. 케이스가 웃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할....있... 허벅지에 수경을 뉘이려 하면서 속삭이듯 수경에게 무어라 말하는 케이스입니다. 그리고는 리라가 자신에게 시선을 향하자 여상한 말투로
-마셔야 하는 것을요? 뭐라 문제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합니다. 안 먹으려고 들어서 이럴 때에 좀 먹여둬야 하는걸요? 라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선명해졌다가. 흐려졌다를 반복합니다.
-물이라도 한 잔 하실래요? 리라 양?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잔에 물을 담아서 리라에게 건네려 하는 케이스입니다. 리라 양이라는 말에 강세를 주는 듯 힘을 준 목소리가 들립니다.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는가? 모든 말이 벽에 막혀 그 너머로 전해지지 않는 그 느낌을 아냐고 묻고 싶었다.
"...X친 X끼."
쳐내는 손길에 닿기 전에 내가 손을 빼냈다. 한 마디 한 마디 들을수록 가관이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멱살이 아니라 명치에 한 대 꽂아넣어야 이 기분이 풀릴 것 같아졌다.
파르르 떨리는 손을 한 번 꾹 쥐었다 놓았다.
조소하고, 가볍게 구는 성여로를 뚫어버릴 듯이 응시했다. 내가, 성여로에게 이토록 열이 받는 그 이유는,
"모순적인 X끼. 미련이 생기지 않게 하려는 X끼가 왜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건데? 혼자 조용히 남들하고 연 끊고 살아야지. 너 지금 니 입으로 씨부리는 말이랑 행동이랑 아주 정반대인 건 인지하고 있는 거지?"
거둔 손을 다시 들기는 했지만 또 멱살을 잡진 않았다. 도발하듯이, 아니 도발하려고 검지를 세워 성여로의 명치를 쿡쿡 찌르려 하며 말했다.
"내가 왜- 널- 관종으로 볼 거 같아? 네 행동이 그냥 너한테 미련 좀 만들어달라고 애쓰는 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래. 어? 그러면서 혼자 그딴 녹음이나 주구장창 듣고 있는게 X나 안쓰럽고 애처로워서 그래. 어???"
하! 숨 찬 헛웃음을 내뱉으며 한 쪽 입꼬리만 비틀었다.
"사기꾼은 무슨, 정작 중요한 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다가 지 몸 던지는 것 밖에 모르는 관종 X끼가 입만 살았지 아주. 너 그것도 그거잖아. 몸은 어떻게 움직여서 들어왔는데 네 마음은 생각처럼 저지먼트에 감기지를 않지? 그러니까 할 수 있는게 그것 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잖아. 사실 다른 방법 많은 거 아는데, 그것들을 했다가 무슨 결과가 돌아올지 모르니까 너에게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거 잖아. 그런 주제에 미련 못 버려서 그 X랄 하고 있는 거 잖아. 성여로."
모순덩어리. 마음과 몸이 따로 놀아 결국 눈에 띄어버리는.
"허구헌 날 블러핑하고 불나방 짓 하는게 평범한 사람이란 걸 증명하는 방법이냐? 그래서, 너 저지먼트 들어가고나서 그게 좀 됐어? 아니지 않아? 누구보다 니가 제일 잘 알지 않아? 어?"
여로가 쳐내지 않는다면, 거슬리게 찌르던 손을 기어코 주먹 꾹 쥐어 명치에 얕게 때리려고 했을 터였다.
"내가 생각하긴 누굴 생각해. 너를? 왜? 난 그냥 있지, 시야에 니가 사사건건 걸리니까 그게 거슬려서 치우고 싶은 거야. 왜 지 자리 못 찾고 엉뚱한데서 허덕이고 있냐고, 네 등짝 걷어차고 싶은 기분으로 이러는 거야. 전에는 몰라도 이제 니 있어야 할 곳 X발 있으면서, 니가 그토록 바라던 미련이 생겼는데 왜 거기에 안 매달리고 왜 그 X랄 하고 있냐고."
수경의 말에 리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자취를 감춘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자신이 염불 외듯 했던 말을 똑같이 하고 있는 후배의 숙인 고개에 시선을 둔 리라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요, 결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서 더 나은 결과가 나왔잖아요. 수경 후배님도 저지먼트를 믿어보세요. 있을 자리가 사라지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아요. 부장님이나 부부장님, 세은 후배님이 그렇게 두겠어요? 다른 부원들은 또 어떻고요."
이 말이 닿았는지는 모르겠다. 곧잘 쓰러지고 말았으니까. 굳은 낯이 케이스에게 향한다. 전례없이 차가워진 시선이 수경의 입에 닿았던 물잔을 바라보았다.
"저는 수경 후배님에게 '무엇을' 먹인 거냐고 질문했습니다.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제대로 답해주시죠. 가급적 정확하게 대답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수경 후배님의 친구 분. 답변 여부에 따라 대처가 달라져야 할 것 같거든요."
대체 뭘 먹인 거지. 불안정해보이긴 했어도 당장 쓰러질 정도로 보이진 않았다. 애초에 그런 몸 상태라면 이런 곳에 나오지도 못했겠지.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면 17살의 고등학생이 수면욕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마냥 사람을 앞에 두고 픽 잠들어버릴 리도 없고. 그렇다면 역시 저 잔에 탄 무언가가 문제라고 보는 게 타당한데.
"향정신성의약품인가요? 맞다면 그건 수경 후배님이 적법한 방식으로 직접 처방 받으신 건가요?"
내밀어지는 물잔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리라는 케이스의 파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보기 좋은 말이네요. 수경은 그 말을 들었긴 한 건지. 리라를 조금 쳐다보다가 푹 엎어졌습니다. 케이스는 빈정거리는 것처럼 말은 하지만요. 저지먼트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간보는건 그만둬야겠는데 말이지요?
-할페티 언니에게 제가...드린 건 -...로벨에서 통용되었던 방식으로 칵테일한 약품이죠. -언니는 별로 안좋아하지만요? 케이스는 꽤나 친절하게 말을 하려 합니다. 정말 노력해서 연구소에서 다시 칵테일한 거라고요? 라고도 하는군요. 인화와 같이 푸르게 반짝이는 눈의 소녀는 안 마시시겠다면 제가 마셔야겠네요. 라면서 물을 홀짝이려 합니다.
-이건 연구소 건이라서 자세하겐 말 안해요. 하지만 로벨이라는 연구소는 과거의 사건들에서만 언급되는 연구소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연구소는 아닌 것이지요. 기자가 무엇을 보고 이런저런 말을 했는지 알 법한 기사들도 꽤 되네요. 수석연구원과 부적절한...이라던가. 내부의 억압적 분위기...
"섭취하는 즉시 몸도 가누지 못하게 할 만한 약품을, 심지어 한 가지도 아니고 여러 약품을 섞어서 먹였다고요. 싫어한다고 표현한 걸 보면 수경 후배님이 복약을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저쪽의 연구소에서 한 노력 따위는 그가 알 바가 아니다. 리라는 커튼을 열어젖히고 의자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수경이 앉은 쪽으로 걸어가 수경에게 팔을 뻗는다. 가능하다면 그대로 끌어당겨 부축하기 위해서.
"이거 범죄인 건 알아요? 연구소에서 통용되는 방식은 연구소 내부에서나 받아들여지는 거죠. 여긴 외부고, 공공장소입니다. 인첨공이 아무리 학생 인권을 모르모트 마냥 알아도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뜻이죠. 그리고 수경 후배님은 제 후배입니다. 외부인이 정체 모를 약물을 먹여서 사람 의식을 흩어놓는데 제가 가만히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할 이유는 없겠죠?"
카운터에서 주문 번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뭘 먹었는지 모르겠으니 우선 병원으로 데려갈 거예요. 손 떼세요."
A-92번 손님, A-92번 손님... 안 계세요? 점원의 목소리가 처량하게 공간을 울리지만 리라는 미동 없이 수경을 끌어당기려고만 한다.
그렇다면 약품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한 걸까요? 라는 듯한 생각을 케이스는 굳는 표정의 리라를 바라보며 했을 거에요.
-하긴 이거는 로벨님이 꽃을 강압적으로 전정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 목적으로 사용한 거니까 그럴 만하네요. -그러면 이런 걸 사용한 저를 혼내줄 거에요? -하지만 케이스는 도를 넘는 곳에 속해있으니까. 어쩔수 없는걸요? 눈을 깜박거리며 그녀는 리라를 똑바로 쳐다보려 합니다.
-....아니면 그냥 이번은 넘어가주지 않을래요? -케이스는 리라라서 나름 솔직하게 행동하는 거에요. -안타깝게도 그 리라는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짓밟혀 형체를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지만 말이지요..? 수경은 부축되는 등으로 자극이 들어오자 움찔거리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안 간다는 목소리와 함께 수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케이스네요.
>>566 일단 적응할 틈은 좀 달라...! (?) 아니면 충분히 못 즐겼다...! (?) 나름대로 참여형 시리즈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합동 훈련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답니다. 일단, (리라주만 괜찮다고 하시면,) 윤강목이 얘가 박호수한테 샹그릴라 조달해준 애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569 현실에 초음파 절단기라는 기계가 있어요! https://namu.wiki/w/%EC%B4%88%EC%9D%8C%ED%8C%8C%20%EC%A0%88%EB%8B%A8%EA%B8%B0 칼날에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를 흘려서 매우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건데, 우리가 무언가를 자를 때 잘 생각해보면 칼날을 비벼서 잘라내잖아요. 그 비비는 작용을 극대화시켜서, 물건을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히 잘라낼 수 있다고 해요.
>>570 (아, 그런 뜻이 아니었나요?) 완전히 별개로 돌아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네요. 거의 외전 수준이랄까... 솔직히 말하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즉석에서 떠올린 발상이랄까......
유한은 괜히 모른척했다. 이러는게 더 상대방에게 부끄러움을 유발하기 좋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만큼, 누군가를 놀리는데는 진심이기도 하고 잘 알기도 하는. 어쩌면 그의 친구들의 평가가 정확할지도 모른다. 천상 양아치, 라고 말이다. 물론 그는 절대로 아니라며 부정하겠지만.
"그렇게 말하시지만 엄청 막중한 일에는 안쓸 거 다 암다!"
사실, 그게 당연한거기도 했다. 그와 같은 저지먼트 2년차가 뭘 안다고 중대한 일을 맡기겠는가. 한양이라는 선배가 그리 무책임한 사람도 아니고 말이다.
"글쎄요... 밥이나 먹으러 갈까 싶은데, 슨뱃임은요?"
하교시간이기도 하고, 한참 배고플 시기니까. 게다가 워낙 먹성이 좋은지라 그는 하교시간 직후에 밥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솔직하게 행동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이 발언을 녹음해서 안티스킬에 가져가면 자백으로 사용해도 손색 없을 만한 내용들을 가만히 귀에 담던 리라는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한숨을 한번 더 삼켰다.
"수경 후배님과 당신이 속한 연구소가 도를 넘는 곳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네요. 어쩔 수 없다는 건 그쪽에서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하도록 요구한다는 건가요?"
언니라고 부르는 걸 보면 적어도 수경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많아야 열여섯. 중학교를 다닐 나이인데, 저런 약품을—본인 말대로라면, 강압적으로 진정시키고 원하는 대로 휘두를 용도로 사용되는—들고 다니며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고.
"넘어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 제 눈에는 타의로 인한 약물 오용으로 쓰러진 후배님과 그렇게 만든 장본인밖에 보이지 않는데요.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쪽이 한 행동이 없던 게 됩니까?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지 않았다면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살인하려고 한 사람의 행동이 없던 게 되나요?"
순간 울컥, 하고 감정이 끓어오른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저런 비상식적인 언동을 보이는 어린 나이의 사람이 온전한 가해자일 리 없다는 것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저 사람에게 저런 생각을 주입하고 저 행동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만든 손윗사람이 존재하겠지. 혹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났거나. 어느 쪽이든 저 사람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간다고?
"당장 그쪽을 제가 혼낼 명분은 없죠. 하지만 이런 걸 두고 볼 수도 없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대처는 하겠습니다. 수경 후배님,잠깐 저한테 기대 봐요. 택시 부를 테니까 바로 병원으로 가죠."
한 팔로는 수경을 받치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조작해 택시를 호출한 리라는 케이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차피 차가 올 때까지는 여기 있어야 한다.
-...저도 별로 좋아하는 곳은 아니에요. 그런 곳을 좋아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하는 그녀는 요구하냐는 것에..
-그들은 저에게 많은 걸 요구했지요? 물론 본인 의사도 일부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리라가 말하는 오용과 살인의 의도라는 말에는 입을 다무는 것처럼 보입니다. 말이 들리지 않으니까요.
-케이스는 당연하지만 본명은 아니에요. -할페티 언니가 저지먼트에서는 수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요? -그런 것처럼 '리라' 라는 앨리어스(가명)을 지닌 인원이 있었는데.. -그에 소형이라는 남자애까지 합해서 우리를 '넷'이라고 칭했거든요. 턱을 괴고 예전을 회상하는 것처럼 조금 멍해지는 눈빛으로 허공을 봅니다.
-로벨 내부고발 파동부터 짚어야하려나요.. 음.. 이건 너무 긴데.. 말이지요. -결론만 말하자면 리라와 소형은 잔해에 깔려서 형체도 못 찾을 만큼 산산조각났어요. -그리고 티 언니는 그걸 구하지도. 눈을 돌리지도 못했네요. 당시에.. 안데르님이 데리고 오지 않았으면 중상으로 병원에 있어야 했을 테니까요...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케이스입니다. 그녀 또한 봤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거겠지요.
케이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리라의 표정에는 이런저런 감정들이 섞여들었다. 종합하자면 수경과 저 사람이 속해 있는 연구소는 정확한 내막까지는 몰라도 내부고발이 일어날 정도로 속사정이 좋지 못했으며, 수경은 그 내부고발과 함께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친구를 잃었다. 정도인가.
"왜 웃는 건가요."
웃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닌 거 같은데. 리라는 케이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차마 삼킬 엄두도 나지 않았던 탓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수경 후배님이 많이 힘들었겠네요. 그리고... 케이스 씨도요. 듣자하니 같이 생활한 친구들인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이 눈 앞에서 그렇게 안 좋은 일을 당했다면... 충격적이었겠어요."
이쯤 되면 그 기자가 어디까지 알고 집적대러 왔는지가 궁금해지고 만다. 이 사정을 다 알고 찾아왔으면 두말할 것 없이 사이코패스고 모르고 왔다면 머저리다. 어느 쪽이라도 딱히 용납하고 싶지 않은 부류임은 자명하다.
리라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택시 도착까지 앞으로 3분.
"수경 후배님은 그 일 때문에 아직도 괴로워 하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케이스 씨는... 제 이름이 리라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건가요?"
마음이 복잡해진다. 이런 소리를 들은 이상 이 사람을 여기 놓고 가기도 애매해졌다. 그렇다고 수경과 함께 데려가는 건 더 못할 짓이고, 이걸 어쩌면 좋나.
"별로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면 나올 생각은 있어요?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이런 거, 다 관두고."
>>629 혜우가 굳이 안 물어봤는데도 먼저 나 이거저거 하고 다녀! 하진 않겠지만, 근황 이야기하면서 화제가 자연스레 그쪽으로 흘러가면 아무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테고, 혜우가 그 부분 콕 짚어서 물어봐도 바로 알려주겠네요. 요컨대 고의로 감추지는 않아요. 특히, 이 시나리오는 진행하면서 성운이 마음고생을 좀 많이 시킬 예정인데 그 부분에서 혜우와 만나게 되면 성운이가 먼저 고민 털어놓거나, 좀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 싶으면 나 이런이런 거 하러 가는데 최대한 안 다치고 돌아오겠다고 먼저 혜우에게 말하는 편이네요.
-웃기라도 해야 조금은 현실감이 들거든요~ -음.. 하지만 티랑 케이스의 공통적인 감상으로는.. -우리도 그때 같이 잔해에서 끝을 맞이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점일까요? -아직도 괴로운 걸까요.. 어쩌면 죽은 줄 알았던 케이스가 나타나서 자극하는 거라서 더 괴로워보이는 걸지도 몰라요?
-그건 저도 몰라요. 하지만 티 언니는 나아지고 있었어요. 전부 망친 게 자신과 안데르와 로벨 같은 이들이라는 점은 자각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케이스는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던가.
-...리라인 것이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네요? 그리고 리라의 말을 듣고 케이스가 입술을 잘근 깨뭅니다. 고개를 숙이고는 잠깐 침묵하다가.
-못 나와요. -그야 케이스는 팔렸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암부의 소유물이고요~ -소유물에는 분실방지 태그를 붙이게 되지요? -...어쩌면 케이스는 양지에 있기는 한 티를.. 그 뒤에 이어질 말은 이어지지 않은 채 침묵합니다. 부러워했다? 질투했다? 증오했다? 어떤 말이 이어진다고 해도 아주 못할 말은 아니겠지요. 케이스는 조용해져서는 물을 홀짝홀짝 마시려 합니다.
윤강목. 목화고등학교 2학년. 분명 교내에서는 다른 애들이 대하기 꺼림칙해하는 불량한 학생이었지만, 2학년 들어서 교내에서는 더 이상 심각한 교칙위반을 저지르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는, 어느 저지먼트 2학년생을 구타하다가 1학년생에게 제지된 이후로 다른 저지먼트가 윤강목에게 한번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고 했던가. 최근에 윤강목이라는 이름으로 조회되는 공식적인 사건사고는, 바로 어제 있었던 특수폭행 피해자가 될 뻔한 사건을 제외하면 얼마 전 있었던 원인미상의 신경통으로 인한 실족 사고뿐이었다. 그러니까, 마음 고쳐먹고 무난하게 학교생활하는 녀석. 그것이, 원래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윤강목에 대해 내렸을 평가다.
그러나 이 꼬마가 윤강목에 대해서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믿기 힘든 이야기들뿐이었다. 윤강목이 스킬아웃 집단을 모태로 한 제법 규모있는 제3금융권 대부업체와 매우 큰 친분이 있고-추정컨대는 아마 사장의 아들-, 그 대부업체에서 중소 스킬아웃 조직들에게 활동지원금을 대출해준 뒤에 고리로 그들을 후려쳐서는 온갖 범죄행위를 강요하고, 그 범죄행위에 대한 기록을 또 인질삼아 스킬아웃 집단들을 옥죄어 사실상 거의 노예로 부리다시피 했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원하지 않는 강도나 절도, 불법 물품 유통 등 각종 범죄행위 외에도 마치 인간폭탄마냥 적대 스킬아웃 집단에 샹그릴라를 먹고 자살테러를 강행할 것을 종용받거나, 글로 차마 다 옮기지 못할 끔찍한 사업이나 유흥의 소모품이 되기도 했다고. 그 과정의 대부분을 윤강목이 진두지휘하다시피 했다는 것이었다. 스킬아웃들 사이에선 명실공히 윤실장이라고 불리고 있다나.
그리고 이번에 오즈와 박호수를 지원해주도록 유도한 것 또한 윤실장의 제안이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는 것이었고, 윤강목은 또 그 건으로 오즈에게서 자기 몫을 선입금으로 받아챙겼다는 것이다. 물론 강목이 받은 리베이트 말고도 오즈가 직접 고용한 스킬아웃들에게도 각자 수당이 떨어졌을 것이나, 목화고 저지먼트 모두가 알다시피 오즈와 박호수의 결말은 화려한 자폭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킬아웃 조직의 행동대장격 몇 명이 바로 그 퍼스트클래스 에어버스터의 격노에 휘말려 오즈와 박호수와 똑같은 결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스킬아웃들은 땡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달의 상환은 물건너가 버렸고, 그 대가로 윤강목이 이번 달 상환을 ‘다음달로 미루어’주는 대신에 매우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었다. 너희들 중에 너희들이 제일 싫어하는 녀석 셋만 골라서 나한테 보내라고. 적당한 연구소로 보내주겠다고. ─그것이 일반적인 연구소 커리큘럼 등록을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아님은 명백했다.
그리고 거기에 응하지 않겠다면 무슨 짓이라도 해서 이번 달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던가, 아니면 너희들이 지금까지 저질렀던 모든 일을 안티스킬에다가 신고하던가 둘 중에 하나를 하겠다고.
결국, 이 폭거에 폭발해버린 스킬아웃들이 단체로 몰려와 윤강목을 린치하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흠씬 두들겨패 주고 윤강목을 인질로 잡아 대부업체와 쇼부를 볼 계획이었다는 것이 꼬마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윤강목을 린치하고 생포하려는 순간, 현장에 나타나 그 스킬아웃들을 순식간에 전원 넉다운시켜 철창에 처넣어버린 게─
>>661 마지막에는 중과부적의 싸움을 하다가 다른 걸 분갈이해야 될지도 모르죠- 농담이에요! 이번 훈련 시리즈는 다른 캐릭터들과 소통하는 훈련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 류애린 @ 현태오 (?*) @ 기타 프로그래밍이나 해킹에 소질이 있거나, 그런 인물과 친분이 있는 캐릭터
*현재 친분관계가 불안정하여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는 미상
이런 내용의 훈련은 어떠실까요? >>647에서 성운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받아, 데이터를 취득해서 성운에게 넘겨줄 수 있습니다. 특정 제3금융권 대부업체의 데이터를 해킹 및 분석해, 특정 스킬아웃들의 범죄 모의 및 실행 자료와 익명 메신저를 통해 이 스킬아웃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제삼자에게서 지령을 받는 통신 기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 통신 기록은 기록 내에 서술된 범죄의 내용이 스킬아웃들의 범죄 자료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통신 기록에서 명령을 받는 쪽이 이 스킬아웃 집단이라는 것은 추측할 수 있습니다만, 그들에게 명령을 하는 쪽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잔해에서 함께 끝을 맞이했어야 했다고, 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고. 리라는 케이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꺼림칙했던 낯은 이제 그 나이대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조금 전 말했듯이 그가 수경에게 약품을 강제로 복용하게 한 건 잘못이 맞다. 하지만, 하지만.
"팔려요? 암부에? 누가 팔았는데요?"
죽은 줄 알았던 사람.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는 언급.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듯한 발언과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 불가한 언동. 그 모든 것에 익숙한 듯 태연한 태도.
"저기... 있잖아요. 나오고 싶어요? 나올 수만 있다면."
암부. 인첨공에 들어온 지 1년이 조금 넘어가는 리라에게 그건 사실상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그가 암부라는 단어를 들어본 건 그림자라는 조직에 소속된 붉은 머리 여성을 만났을 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암부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정도는 안다. 위험하고 잔인하고, 손속이 가차없는. 말 그대로 인첨공의 그림자. 그런 곳에 어린애를 팔았다고?
"그곳에서 나온다면 누군가에게 요구받아서 하는 이런 거, 자극한다거나, 약품을 강제로 먹인다거나 하는 것들. 하지 않을 건가요?"
분실 방지 태그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감은 온다. 리라는 문득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병실에서 눈 감은 채 하루가 지났다. 연락은 누군가 태오의 핸드폰으로 대신 '은우야, 스킬아웃에게 습격을 당했어요. 머리를 다쳐서 입원해야 한대서, 당분간은 순찰에서 빼줄 수 있을까요, 미안해요. 계속 눈이 감겨서 연락도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고, 이런 일만 벌어져서 미안하네요.'라고 연락을 보내두었다. 그간 사람들이 좀 왔단다. 박 교수의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뛰어온 안 소장도 그렇고, 부원들도 어쩌면 왔을지도 모른다. 다만 박 교수가 자신과의 사담을 허락한 것은 안 소장 뿐이었다.
"그 있잖어. 안 선생." "우리 태오 괜찮아? 응?" "아니, 진정하구 들어봐." "무슨 일이야, 응? 말만 해보시오, 박 교수. 내 들을 준비 다 되었으니." "태오 병원까지 업어온 분이 계셔." "아니, 누구요?"
박 교수는 잠시 침묵하다 볼을 긁었다.
"내가 요즘 바깥세상 하믄 곰팡이랑 대학원생들 빼믄 문외한인건 알쟈?" "그건 또 왜 말한담. 뭐, 불렛이나 온더로드 애들이 업어왔간?" "갸네는 또 누구여? 아무튼간에, 그,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라서 어찌나 놀랐는지 몰러." "으응?" "─ 선생 말여." "뭐어? 거짓말!" "풍채도 그렇구 시뻘건 눈도 그렇구 그분 맞어야. 그분이 태오 데려옴서 요 아이가 골목에서 불량배한티 얻어맞는 걸 보고 급히 쫓았는디 못 잡았다구, 그래서 아라도 데려왔는디 야가 깨질 않는다구 아 좀 살려주이소 하던디. 아 병상 눕히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져서 감사인사를 영 못드렸시야." "아니, 근데 그 사람이 3학구에 와? 세상 누워있던 미물들 놀랄 노릇이네." "낸들 아나? 어찌 되었든 태오 살려주셨으니 조만간 감사인사라도 드리라구." "감사해서 이걸 어째. 그래서, 태오는 괜찮구?" "정신 못 차리는 거 빼믄 다 괜찮은디, 있잖아." "……응?" "그…… 미안허다." "무, 무슨 일이야, 응? 무슨 일이길래 미안하다구 그래." "정밀검사를 혹시 몰라서 했는디 말이여, 그, 태오도 몸이 많이 안 좋아." "응?" "희야만치 몸이 망가졌다구. 그런디 태오가 조금 더 안 좋아, 야는 영양도 부족하지 이것저것 많이 부족해서 얻어맞지 않아도 조만간 왔을겨." "7, 7년만에 찾은 우리 애야. 박 교수, 제발 도와줘." "당연히 돕지. 그렇지만 준비는 단단히 혀둬. 희야는 그나마 사람들이 붙었지마는 쟈는 아니잖어." "붙여줘야ㅈ-" "정신 치려, 안 선생."
박 교수는 냉정했다.
"쟈가 7년 간 멀쩡히 살았다 한들 지금까지 선생에게 안 온 이유가 뭣땜시라구 생각혀." 누군가 태오의 머리를 손으로 쓸었다. 태오는 무언가 머리를 스치고 울리는 감각을 느꼈으나 자신도 모르게 읽어낸 속내가 무엇인지 감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673 가급적 해주면 감사하고 안해주셔도 괜찮은 내용으로 구상하려구요. 다른 캐주분들께 의도치 않게 훈련내용을 강요한다거나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요. >>669도 응답해주시는 분이 없으면 성운이가 효군이(모브, 성운의 전 룸메이트, 해커)를 찾아가서 알아볼 예정이네요. 그리고 성운이가 혜우랑 오해풀이 Q&A 시작하면, 성운이가 시작부터 저 이야기를 하던가, 서로 이야기하다가 >>663 저거 한 번쯤은 나올 것 같아요 👀👀👀
-강경파의 일부가 그랬죠? 퓌살리스, 존 카네이트, 아마리벨, 퍼파베르..정도가 그랬던가요~ 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그들 또한 잔해와 함께 사라져버렸죠. 리라의 말을 듣고는 침묵합니다. 그야. 암부. 가능할리가 없잖아요. 그런 걸 알면서도 수경에게 나랑 같이 가자 같이 물귀신처럼 끌어들이려 한 건 나쁜 짓이었죠. 지금도 나쁜 짓을 하고 있고요.
-...나온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는 표정에 담긴 것은 어쩐지. 지친 듯한 표정입니다. 나쁜 짓거리가 정신에 주는 것이 무뎌지고, 나쁘다는것을 맡겨놓고 있었기 때문에. 발랄하게 굴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할지 안할지.. -.....싫어하지는 않지만.. 좋은 것도..아닌 갓 같고요. 암부의 소유물로써 살아온 기간이 짧은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하지 않을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로벨 님이나 안데르 님이 원하시면 저는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꽃은 원래 꺾이려고 가꿔지는 거니까요. 어쩌면 저지먼트를 막는 것도? 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연구소들에 대한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리라는 너무 모르는 게 많았다. 처음 1년은 주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그건 꽤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런 걸 자꾸만 듣고 있으면 더 이상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위크니스라는 존재에 대해 알았을 때처럼. 고통스럽더라도 차라리 알길 바란다.
"......그래요. 당장은 뭔가를 확신할 수 없겠죠. 케이스 씨 말을 들어보면 그럴 것 같아요. 애초에 사람 마음이라는 게 반으로 뚝 나뉘는 것도 아니니까. 심란하겠어요, 여러모로. 나야 많이 아는 것도 없고 하지만, 그런 내가 봐도 사정이 복잡한 건 알겠네요."
그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24시간 도청을 한다거나 하진 않는 걸까. 혹은 이게 극히 일부라서, 이 정도 말하는 걸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건가. 전자면 다행이고 후자라면 최악이다. 리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이다.
"있잖아요, 이게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으니까 말할게요. 로벨, 안데르, 강경파.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나는 몰라요. 그래도 이거 하나는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어요. 수경 후배님도 케이스 씨도 꽃이 아니에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사람은 꺾이려고 가꿔지는 존재가 아니죠.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생명이잖아요, 두 사람 다."
리라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겉옷 주머니를 뒤적여 포스트잇과 작은 펜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포스트잇에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내린 다음 그대로 케이스에게 건넨다. 리라, 라는 이름 아래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내 번호.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부담 없이 연락해줘요. 음... 꼭 그런 무거운 게 아니더라도, 같이 케이크 먹을 사람 찾을 때 연락해도 괜찮고."
사납게 굴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내 대처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알죠. 그렇게 덧붙이며 리라는 살짝 웃어보인다. 이게 맞는 대처일지는 모르겠다. 스스로 케이스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이 애를 당장 데리고 가기도 어렵다. 어쨌든 수경과 케이스가 함께 있는 건 결코 좋지 않아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워서, 결국 보잘것 없는 종잇조각이나마 건네보고 마는 거다.
"이거 미친놈들이네. 지들이 먼저 함정 파놓은 주제에, 여기에 와서 깽판을 놓는거야? 니들 ** 웃긴**들이다."
왜? 우리가 ** 우습게 보이디? 나이프 손잡이를 손으로 돌리면서 K가 한껏 비아냥거리듯 이죽댔다. 팔과 다리에 각각 나이프가 박혀서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스킬아웃들과 그걸 보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스킬아웃들은 자신들의 퇴로를 막는 것처럼 서있는 K의 동료들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에어버스터로 인해 3학구의 스킬아웃 조직들이 풍비박산이 난 상태였지만 그림자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것처럼 풍비박산난 조직들에서 살아남은 스킬아웃들이 조금씩 모여서 다시 조직을 재건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K와 K의 동료 두명은 다시 꾸려지고 있는 조직들이 눈여겨보는 스킬아웃들이었다. 그런 K가 왠 놈팽이랑 같이 다닌다는 소문은 3학구의 뒷골목을 한창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아무것도 못하고 습격했지만 되려 역습을 당한 동료들의 모습에 굳어있는 스킬아웃들의 관심사'였다.'
"이 **들 어쩔까? 캡틴."
K의 말에 굳어있던 스킬아웃들의 시선이 K의 뒷편에 서서 희뿌연 연기를 뭉게뭉게 피워올리고 있는 '놈팽이'에게 향한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얼굴을 새카만 배경에 간간히 흰줄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노이즈로 가린 '놈팽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 고개를 든게 아니라 시선을 돌린 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얼굴 탓에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모르는 탓이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아주 짧게 울려퍼지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던 스킬아웃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오늘과 그때의 실수는 이걸로 퉁치도록 하죠."
고막을 지나, 뇌를 직접 주물러 헤집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스킬아웃들은 동료들의 팔과 다리에 박혀있는 나이프들이 진동하며 점점 깊숙히 상처에 파고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혜성은 왼손목을 어루만져서 시스템을 종료했다. 공기에 남은 비릿한 냄새가 눅눅해서 알약을 입에 집어 넣으며 혜성은 눈과 눈 사이를 꾹 눌렀다.
>>769 흥 미. 어라 재밌을지도..............🤔 어라... 말해놓고 보니 급 끌린다 혜성이인지 모르고 혜성이와 추격전 하는 리라 어라???(???) 심장 콩콩 뛴다는 거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안면저해장치 머리카락 같은 것도 잘 인식 못하게 하는거던가 아예 인상 자체에 영향 주는 거였던가... 후후 흥 미
>>773 둘다 가능하지 않을까(흠) 태오랑 비슷한 칩이지만 커스텀하기 따라서 다른 느낌의 안면인지저해장치 시스템이 될 것 같으니까 아마 이혜성은 머리카락이랑 인상 자체에 영항을 줬을거야 그러게? 어라 재밌어보인다.....? 쫒아오는 리라 때문에 이 악물고 도망치다가 막다른 골목길에서 대치하는데[더보기]
>>776 그렇군 그렇군 그치... 혜성이는 머리카락이 특징적이라서 영향을 헤어까지 줘야 할 거 같았어 어라... 냅다일상찌르는생각. 근데 지금은 너무 늦었지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 나중에 혜성주 일상 구할 때 타이밍 봐서 찔러봐야겠다 이거 메모장에 써놔야지 후후 나의 다정말랑맑은샘센빠이가 사실은 뒷골목의 자경단 리더?! 맛있는데?(?)
K에게 잠시 바람 좀 쐬고 오겠노라 이야기를 하고 아지트로 향하는 길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틀어낸 혜성은 이제는 익숙하게 왼손목을 만져서 퀵슬롯에 저장해둔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저해장치를 전부 실행시킬 필요 없이, cctv가 비추지 않는 발길에 익숙해진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 밖이 가까이 보이는 골목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사람의 비명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최소한의 무력을 동원하여, 제압하는 방식에는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 익숙함이 가끔은 섬뜩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아닌 감각은 계속 익숙해지지 못할테지. 골목길의 풍경이 넘겨다보이는 곳에 도착해서야 혜성은 입고 있는 새하얀 정장 바지 주머니를 뒤져서 담배갑을 꺼내들었다. 네개피인가. 담배갑 안의 남아있는 갯수를 세고 하나를 빼서 입에 물려던 순간 멈춰 서있는 길목의 어둑한 옆 공간에서 누군가의 손이 뻗어져 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담배갑이 습격자의 신발에 짓밟힌다. 그 꼬라지를 흘끗 바라보며 혜성은 뻗어진 손을 붙잡아 당겨 팔을 비틀어 바닥에 내던지듯 메다꽂는다.
"저기."
메다꽂혔어도 바로 몸을 일으키려는 습격자의 목에 손을 대고 다시 바닥에 처박은 혜성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 변조 시스템을 통한 목소리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음성이다.
"라이터 있어?"
습격자의 주머니를 뒤지며 라이터를 찾는 모습은 근처를 순찰 중이던 누군가에겐 범죄현장으로 보일 것이다. 붉은색 셔츠와 흰 바지를 입은 누군가가 일으키는범죄현장 말이다.
인첨공의 여름방학은 절대로 무료하다고 말할 수 없다. 애초에 여름방학이라는 게 청춘의 즐거움으로 반짝이는 시기이긴 하지만, 목화고등학교의 저지먼트로서 3학구 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무료하지 않다' 가 조금 다른 의미였다. 당장 방학식을 한 날부터 15주년 기념 행사의 공연 경비를 맡아달라는 퍼스트클래스 4위 레드윙의 요청을 받았고, 그렇게 경비를 선 공연에서 말도 안 되게 강력한 로봇을 만나 전원이 죽음의 위기를 간신히 넘겼으며, 개인적으로 들어가자면 악연과의 만남에 더불어 까발려지고 싶지 않았던 바깥의 거짓 소문들이 만천하에 퍼지고 바로잡겠답시고 가장 아랫쪽의 스킬아웃부터 타고 올라가다가 끝내 박호수라는 빌어먹을 자식에게 소중한 사람까지 잃을 뻔 했다. 이게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일어난 일이다.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는 표현이 알맞는 시기. 저지먼트로 있는 이상 이런 하루하루가 지속될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라는 팔뚝에 찬 이 완장이 전보다 더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좋아, 여기만 돌아보면 오늘 순찰은 끝."
당연하지만, 방학 중에도 저지먼트의 순찰은 지속된다. 그건 얼마 전 코뿔소 친구들의 도움으로 커다란 시련을 이겨낸 덕에 조금 더 소속감이 짙어진 리라에게 좋은 기회로 다가왔고, 덕분에 순찰길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꽤 깔끔하게 정리되곤 했었다. 사실 운이 좋아서인지 이렇다 할 큰 현장을 마주하지 않은 덕도 있었지만. 어쨌든. 운동화 신은 발은 가볍고 양쪽으로 땋아내린 머리카락은 부드럽게 흔들린다. 뒷골목을 거니는 사람 치고 참 태연한 태도다.
그래서였을까. 너무 과하게 태평한 탓이었을까.
"어?"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동안 리라의 눈은 붉은 셔츠와 흰 바지를 입은 누군가를 훑는다. 그리고 3초의 시간이 더 흐른 뒤, 리라는두 눈을 빠르게 깜빡이곤 삼단봉을 든 손에 힘을 준다.
"잠깐! 거기 동작 멈추세요!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입니다!"
소매치기? 강도? 주머니를 뒤지는 걸 보면 둘 중 하나인 것 같은데. 리라는 의심스럽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혜성에게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소매치기 같은 부류의 범죄자로 단정짓고 의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그의 선배님인 이혜성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하게 목에 손을 대고, 팔도 무릎으로 지그시 눌러 제압한 채 라이터를 찾기 위해 혜성은 자신을 공격한 습격자의 주머니를 뒤지느라고 조만간 자신에게 닥칠 상황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찾아낸 라이터로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히면서 뒷골목에 있으며 담배가 너무 늘었다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생각을 했을 뿐.
전자담배 특유의 향이 없는 매캐한 연기를 길게 입술 사이로 쏟아낼 때 혜성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수했다. 경종이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여기가 순찰 루트일 줄은 몰랐지. 이럴 줄 알았으면 칩 GPS에 저지먼트 순찰 루트를 체크해서 저장해놓을걸. 후회를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금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저 발소리를 피해 도망쳐야할지 아니면 여기서 해결을 봐야할지 결정을-
문득 혜성의 눈이 포기한 것처럼 드러누워있는 습격자에게 향한다. 저지먼트의 등장에 다시 몸부림을 칠 것 같은 모습에 혜성은 라이터를 쥔 손을 치켜올렸다.
퍼억! 하는 둔탁한 소음과 함께 습격자가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고 나서야 담배를 문 채 혜성은 몸을 일으킨다.
"여기가 목화고 순찰 루트인줄 몰랐는데."
인지저해 시스템에 변조 시스템까지 실행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연기를 길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중얼거린 혜성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자신의 후배를 향해 시커먼 배경에 간간히 흰줄이 스쳐올라가는 노이즈낀 얼굴을 돌렸다.
>>820 그런데 그건 또 내면의 순애세포가 반응하는 것이... 최악의 순간에까지 놓침없이 함께하는 게 찐사랑이라는 참으로 골치아파 죽는 기벽까지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번거로운 참치라 번번이 죄송합니다... 그렇잖아도 그거 말씀드려 보려다가, 혜우주가 그러시다면 그런거지 하고 참고 있었어요... (눅눅해지고 기진맥진까지 한 설치류)
제가 생각하는 그 캐릭터가 경쟁자가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호수씨도 이 정도로까지 납작호떡을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0 단단한 금속으로 된 타겟은 물론, 훈련장의 벽면까지 녹기 시작하면 경고가 울린다. 녹초가 되어 쓰러지고 나서야 금은 연구원의 손에 훈련장 밖으로 끌어내졌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불안에 불타고, 폭발하던 울분은 무력한 슬픔에 연소 되어버린 석탄처럼 천천히 꺼져갔다. 마주할 땐 다감했던 당신의 사건이 끝나며 떠난 이후, 지금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을 때. 이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려고 했으나, 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당신의 부재는 '비밀' 이었다. 자신과 당신의 사이에 가로놓인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것처럼 느꼈다. 당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금은 자신이란 존재를 견디기 힘들었다.
손에 쥐고 있는 전화기가 진동했다. 금은 깨어나 화면을 확인했다. 읽지 않은 메세지의 개수가 늘어 있었다. 금은 침대 속에서 몸을 웅클였다. 일상적인, 서로의 안부를 묻는 문자. 이렇게 메세지를 통해서라도 당신의 안부를 알 수 있었으면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믿어달라고만 했던 당신이 미웠다. 그러니 문자를 읽지 않고, 답장 또한 보내지 않는 것은 당신을 마주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라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느껴보라는 자신의 꺼지지 않을 작은 분노였다. 정말 답을 듣고 싶으면, 일찍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답장을 보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금은 생애 최초의 감정을, 견디기 힘든 이 부재를 버텨내고 있었다.
>>826 저... 받아주신 것 같아 기뻐서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울게요. (냅다) 곁줄기에 뿌리고 계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맵긴 하지만.. 이대로 계속 이어나가는 보람이 있는 이야기가 되기를, 어느 날 과거의 이 시점을 돌아보며 계속 이어나가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저도 많이 바라고 있어요. 응... (스스로 눈물닦고 올라탐) (친칠라식빵)
물리적 말고도 심리적이건, 재정적이건 어떻게든 어느 한 분야는 납작하게 해주고 싶네요 혜우도 강목이한테 분풀이 한번했잔아!
>>834 성운: “없다뿐이냐? 1학년 중에 제일 친해지기 힘들 것 같은 애 세 손가락에 꼽고 있었지. 너, 경진이, 수경이.” “근데, 그때 그 머리와바박 받고··· 생각이 바뀌었어. 딱히 따뜻하지도 다정하지도 않았지만··· 얄궂은 게 딱 너다운 게, 까칠한 고양이가 갑자기 어느날 내 다리에 머리 부비고 도망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열고 들어온 건 그 순간부터인 것 같더라고.” “그때 그 생각이” (와바박당함) “으으윽” (혜우 빤히 보더니) (일단 자기 머리길이 한번 확인해 보고는) (마주 볼쪽) “내년 여름이 오거든, 우리 바다 한번 더 가자. 올해 여름에 또 가도 좋고.”
혜우가 성운이를 오빠라고 부르는 건 자기 엄청 아쉬울 때나, 아니면 특별할 때 한두 번 그럴 것 같다는 이미지 있죠. (적폐 죄송합니다) 아마 좀 어색해하면서도 좋아할 것 같아요. 이젠 뭐 오빠라고 불려도 괜찮은 비주얼이겠다...
>>836 (※ 경진주와 수경주께. 성운이가 '친해지기 힘들 것 같은 세 손가락'에 꼽았다고 너무 섭섭해마셨으면 합니다. 성운이(친칠라)에게는 다시 말해 '다가가고 싶은 세 손가락'이라는 말이거든요. 경진이랑은 꽃놀이 때 생긴 오해 풀고 싶은 마음 아직 있구요.) 그때 마음속에 냥발자국 몇개 찍어둔 이후라고 생각해요. 성운이가 무의식중에 하나씩 둘씩 마음속에 방석 모아다 혜우 자리 만들어둔 게...... 그때는, 함부로 내색했다가 침바르기같은 게 되거나 하기 싫어서, 아무에게도 말 안 하고 주식만 하나 사서 조용히 고이 모셔놨지만요. 설표 장발도 좋지요~ 이번에 장발 만들면, 예전 해원방 브랜드 걸고 입었던 동양풍 무복 다시 한번 입혀볼지도. 이번엔 연성으로요.
감사인사도 어떻게 잘만 들었나보다. 수경의 근처에 대강 거리를 두고 앉고선, 본인 몫의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꼽고 한 모금 빨아들였다. 음료를 마신다는 것보단 그 빨대를 짓씹는 것에 관심이 쏠려있던듯, 입술을 뗄 즈음엔 빨대 입구가 만신창이가 된 채로 겨우 찢긴곳 없는 일그러진 형태만 유지하고 있다. 남한테 이런 해를 입혀놓고선 본인 잘못 인정 못하고 꼬리 마는 이들은 수두룩하나, 그 기자의 마지막 모습에는 더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듯 수경의 목소리만 가만 듣고 있다.
“대응 잘 하셨어요.”
부실 과자상자를 뒤지더니, 누가 넣어놨을지 모를 홍삼캔디 한 알을 까서 봉지채로 수경에게 건내주려 했을 것이다. 먹고 진정하라는 뜻으로 한 것이겠으나, 거절한다면 비슷한 맥락으로 제 입에 넣었을 거다. 고개를 떨군 수경의 얼굴을 보려 들지 않는건 얄량한 배려였는지, 앞만 보다 몸을 살짝 숙여 수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뜬금없는 소리로 운을 떼는 것이 들려왔다.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 얘긴데, 제가 알던 여자애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어요. 경찰 개입이 있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곧 수사도 닫혔던걸로 압니다. 열두 살 먹은 애가 연고도 달리 없는데, 경찰조차 문제 해결을 못해주면 뭘 더 할수 있나요.”
붉어진 그녀의 눈시울을 보고 참던 말문이 터지듯 새어나왔다. 본인이 해주고 싶은 말과 상황에 적절한 말을 가릴 새도 없이, 불가항력으로 쏟아져 나온 문장의 향연에 경진은 아무런 제지를 안했다. 열일곱이라는 나이도 어린데, 더 과거에 벌어진 일을 갖고 수경에게 죄가 몰려 그런 비하적인 표현을 들었다는 것이 여간 속쓰렸던 모양이다. 애가 어른을 꼬셨다는 그 기괴한 기자의 문장에, 수경에게 해주고픈 말을 뱉는 걸로 제 돌발행동을 마무리 지으려 들었다.
“수경 씨 잘못 아녜요.”
처음에 들은 기자의 그 잔인한 질문은 전말을 일절 모르니, 그것엔 아무런 사족 안 붙인채 애꿎은 컵홀더만 손 끝으로 지분거렸다. 곧 갈무리돼 얌전해진 행동거지를 끝으로 숨을 짧게 들이쉬더니, 주제를 바꾼다.
“접근금지는 기자가 여럿이면 그것도 힘들겠죠. 부장님께 말 올려서 학교 내에서라도 금지해달라 청하면 안되려나요?”
마주한 얼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건 낯익거나 낯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상상하지 못한 형태로 일그러져 있기 때문이다. 리라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렸다. 저런 걸 본 게 처음은 아니다. 언젠가의 희야도, 가장 최근에는 태오 또한 저런 걸 장착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두 사람을 마주친 건 주변에 부원들이 있었을 때다. 때문에 두렵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런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마주한 지금은.
"알았다면 여기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건가요?"
리라는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져 버린 사람과 주변을 감도는 매캐한 냄새를 인지한다. 깜빡. 두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가 뜨였다.
"소매치기에 폭행이라..."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억울한 구석이 있었겠지만, 이미 그렇게 결론 내린 듯—아무래도 맞닥뜨린 장면이 장면이다 보니—리라는 다소 가라앉은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저지먼트 권한으로 안티스킬까지 동행 요청하겠습니다."
체포 선언을 한 리라는 조심스럽게 발을 더 내딛어서 혜성에게 한발짝 씩 더 가까워지려 했다. 얼굴에 낀 기묘한 노이즈는 다른 사람에 의해 몇 번 보았다고 해도 이질적임은 변함 없어서 똑바로 마주 보고 있자니 심장이 은근하게 말라붙는 듯하다. 변조된 목소리는 서서히 퍼지는 긴장감에 감초처럼 자리하며 상황의 불안도를 톡톡히 높였다.
"라이터, 콜록. 라이터 내려놓으시죠."
가까이 다가가자 훅 끼쳐오는 연초의 냄새에 리라는 순간 기침하고 말았다. 간질이는 기관지의 감각 중간에 얕은 부끄러움이 고개를 든다.
음료수를 잡은 장갑에 물방울이 스밉니다. 짠물이 서서히 옅어지겠지요. 한참을 아이스라떼를 잡고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경진이 캔디를 내밀자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입 속에 넣으려 합니다. 달콤씁쓸한 맛이 입 안에 퍼지자. 그제서야 조금은 머리가 돌아가는 기분이네요. 이제까지는 굳어버려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가정폭력.." 경찰이 해줄 수 없었다라던가. 같은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 경진의 말에 어깨를 들썩입니다. 금방이라도 또 울 것 같지만 간신히 참아냅니다.
"하지만...저는... 전.." "아니..다들.." "제 잘못이라고 생각해..할 거에요...빌미를 줘버리기도 했고요.." 빌미를 줘버린 것도 스스로에게 돌리고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걸까. 아니면 빌미를 줬다고 하니까 그걸 사실이라고 생각한 걸까?
"...눈에 띄면.. 사라져버리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오히려 텔레포터기 때문에 더 붙잡으려고 할 수도 있을지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대답도 없이 사라지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기레기가 어디 그냥 놔둬서 기레기인가요?
"일이 많으실텐데.. 저까지 일을 얹어드릴 수는 없어요" 그런 배려를 말하는 건 가치를 낮게 보기 때문인가.
무의식적으로 안심시키려 버릇처럼 부드럽게 입매를 올려 미소를 짓다가,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뒤늦게 떠올리고 혜성은 올렸던 입매를 당겨 내렸다. 얼굴에 노이즈가 잔뜩 낀 꼴로 누구를 안심시킨다는 건지. 손을 올려 얼굴을 쓸어내리려던 행동은 무의미하게 입에 문 담배를 쥐고 내릴 뿐이다.
노이즈가 낀 얼굴이 치지직,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잘게 흔들렸다가 안정권에 접어들면 매캐한 연기가 인적 드문 골목길을 자욱하게 메우고 퍼져가는 걸 바라보며 혜성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3학구 저지먼트와 엮이면 골치 아프다는 건 저명한 사실이거든."
목소리는 아마 고막을 타고 흘러들어가서 본능적인 불쾌감을 일으킬 것이다. 철저하게 은폐하기 위해 며칠을 잠을 아껴가며 커스텀했으니 당연하다. 혜성은 저지먼트 후배의 말에 곤란한듯 눈썹을 기울였지만 그 역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은우가 3학구의 스킬아웃들을 헤집어 조직들을 모조리 와해시켰다는 사실을 자신은 알고 있다. 후배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리라, 맞던가? 수갑 있으면 좀 줘봐. 여기 쓰러져 있는 스킬아웃이 요즘 우리들 사이에서 골치아픈 녀석이여서."
말을 할수록 모래라도 씹는 기분이다. 스킬아웃처럼 행동하고 스킬아웃처럼 이야기하는데 익숙하다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후배와 만나보니 자신이 얼마나 이쪽에 치우쳐 있는지 증명됐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쓴웃음을 짓는 걸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담배를 쥐지 않은 손으로 쓰러진 스킬아웃을 가리켰다.
내민 손을 거둬들이고 벽에 담배를 꾹 눌러서 불만 끄는 건 가까이 다가오다가 기침하는 후배의 모습 때문이었다.
"담배 냄새는 처음 맡아보는 걸텐데 배려가 부족했어. 어때? 좀 괜찮아?"
정체도 알 수 없는 스킬아웃이 저지먼트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양새로 보일테지만 어쩌겠나. 라이터를 내려놓으라는 말에 여태 쥐고 있던 라이터를 후배에게 보인다. 그 뒤 혜성은 내가 라이터를 놓고 와서 없으면 안되는데? 하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혔다.
얼굴께로 올라갔다가 내려온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리라의 시선이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손끝을 향했다가 이어지는 목소리에 다시 위쪽으로 돌아온다. 그러니까, 눈이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방향으로. 저런 게 있으니 정말 눈을 마주치고 있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물론 시선을 마주한다는 게 당장 그렇게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항상 하던 걸 하지 못한다는 게 미묘한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해서 리라는 삼단봉 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기묘하게 변조된 목소리가 고막을 때리면 어깨부터 서서히 얼어붙는 듯한 긴장감이 전신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아니다. 알 수도 있긴 하지."
의아함 잔뜩 묻은 채 피어나려던 싹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 앞에 급격히 방향을 꺾어 다시 땅속으로 파묻혔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냐고 되묻기 적절한 상황이겠으나, 이쪽은 이미 이름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건 물론 최근의 사건으로 그게 더 심해진 상태였으니까.
"스킬아웃이었구나. ...근데 주는 건 안 돼요. 채워도 제가 채울 거니까 물러나시고, 애초에 지금 상황만 봤을 때 수갑 차야 할 사람은 그쪽인 거 알죠?"
대놓고 때려서 기절시켰잖아. 바닥에 엎어진 사람이야 스킬아웃이라고 해도 눈앞에서 뭔가를 하진 않았지만 저쪽은 경우가 다르다.
"네, 괜찮아요. 친절하시네요. 그런데 몇 살이세요? 만약 미성년자시면 담배도 피우면 안 되는 건데."
얼굴을 가린 노이즈와 음성 변조로 일그러진 목소리 탓에 친절한 태도마저 불안하게 느껴진다. 리라의 눈에 경계심이 서렸다.
"지금 더 피울 건 아니잖아요. 방금 껐으면서. 아무튼, 피차 싸울 생각은 없으신 것 같으니 조금만 더 협조해주실래요?"
자캐들의_운전_습관 : 이게 뭔 소리여 아직 이 양반 면허 안 땄어 그래도 면허 따면 난폭하게 운전하지는 않는다 ...아닌가?(본인도 태오를 못 믿음) 솔직히 얌전히 운전하는 음기남인데 이따금 살벌하게 칼치기 들어가는 개매너가 좀 있을 것 같긴 함 시@봉방거 운전 *같이 하지 마시오 현태오(이러기)
일단 확실한 건 고급 외제 스포츠카 뒤에 앙증맞게 붙은 '초보'... 아닐까...
자캐의_자신에_대한_믿음은 : 🤔 음... 흐음 그렇게 좋진 못하지? 신뢰라는 것을 내게 쌓아봤자 내 자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나 뭐라나.
자캐의_애교방식은 : 🙄 나 진짜 못 쓰겠다 얘가 애교를? 말도 안 됨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308 자캐의_사인이_있다면 : 레이브로 활동할 때의 사인이 있지. 특유의 흘림체+대문자로 R을 쓰고, 나머지는 소문자이되 e자를 위로 슥 올리는 듯한 느낌의... 𝑅𝑎𝑣𝑒 이런 거...(이러기) 현태오 자체의 사인은 T를 간단하게 휘갈겨 써둡니다요
49 자캐가_염색을_한다면_무슨_색으로 : 🤔 🤔🤔 본인이 핑발이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색으로 하지 않을까... 함 검은색? 어우 음침해!
356 자캐의_교복_입는_스타일 : 넥타이 없음 단추 한두 개 풀고 다님 가끔 셔츠 단추 풀고다님 미친 양아치 속에 검은색 터틀넥 이너웨어 받쳐 입음 소매 걷는 일 거의 없음. 반팔 셔츠면 붕대 더 도드라짐. 외투 필참임 뭐라도 걸쳐야만 함 그런데 팔뚝에 걸치듯 입음. 이게 어딜 봐서 저지먼트냐고 은우한테 혼나서 교복 단정히 입고 코안경 말고 도수 없는 은테 안경으로 바꾼 뒤에 머리 포니테일로 묶으면 다른 학생들이 ...저거 누구임? 하고 의심함.
눈이 마주치면 보이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도르륵 눈을 굴려 피한다. 그러면서도 흘끗 눈동자만 굴려서 후배가 쥐고 있는 삼단봉으로 향했다. 대화를 지속할지, 아니면 도망칠지. 도망친다면 부득이하게 제압을 한 뒤에 해야할지, 아니면 그냥 도망쳐야할지. 냉정하게 머리를 굴린다.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냉정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나같은 스킬아웃들도 인터넷 정도는 들여다보니까 말이야."
성별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괴하게 변조된 목소리로 후배의 말에 대답하고 혜성은 짧게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이 꼭 영화에서 나올 법한 악당이 짓는 웃음과 똑같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건 익숙해지지 못한다니까. 물러나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 뒤로 순순히 두어발 물러나면 가까워졌던 거리는 다시 적당히 멀어진다.
"이녀석이 먼저 덤벼들었는데 다치게 하지 않게 제압했고, 저지먼트한테도 순순히 넘겨주는 나같은 스킬아웃한테 수갑을 채우는 건 심한 처사 아냐?"
담배는 꺼버렸고 손에 남은 건 라이터 뿐이라. 혜성은 조금 심심해진 기분으로 라이터를 손 위에서 빙글 돌리며 예의 변조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 스킬아웃을 대하는 저지먼트들의 태도는 이게 정석이지하고 생각하던 혜성의 가라앉은 새파란 눈동자가 후배의 상태를 살폈다.
긴장하고 있지만 그건 정체모를 스킬아웃을 만났기 때문일테고 그걸 제외하면 자신의 생각보다 더 괜찮아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혜성은 안심했다. 자신이 없어도 어찌 돌아간다는 걸 알았으니 서운할 것도 없었다.
"몇살처럼 보여? 그리고 나는 저지먼트랑 척질 생각이 없거든."
친절하다는 단어에 쓰게 웃으며 대답하던 혜성은 경계하며 다가오는 후배의 걸음에 맞춰서 뒤로 물러났다. 껐던 담배를 도로 입에 물고 손 위에서 돌리던 라이터로 까맣게 그을린 자국이 남은 끝에 불을 붙혔다. 쓰고 떫은 맛이 혀에 감돌아서 눈가를 찡그리고 혜성은 라이터를 다가오는 후배를 향해 패스하듯 던졌을 것이다.
"저지먼트한테 수갑 채워져서 안티스킬로 연행될 생각은 없어. 그러니 내가 협조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그녀석만 데리고 가면 다시 마주칠 일 없는데 一"
어때? 부드러운 어조였으나 내용은 냉정하다. 매캐한 연기가 노이즈를 뚫고 희게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노이즈 너머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후배를 똑바로 응시했다.
왜 꼭 쓸모를 증명하려고 하는 건데? 왜 스스로의 말을 스스로가 확정하지 않는 건데? 왜 인연과는 먼 짓거리들을 하면서 왜 저지먼트에 들어온 건데?
왜? 대체 왜?
그러나 그 물음의 답을 들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란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명치를 때리려던 내 손은 가볍게도 쳐내어졌다. 허망하게 허공에 멈춘 손을 잠시 그대로 두었다가, 천천히 내려 늘어뜨렸다. 습, 후- 작게 심호흡을 하자 방금 전까지 부글거리던 속이 살짝 가라앉았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 네 말도 듣고보니 일리가 있다. 응. 이 평행선에서 네가 나한테 확답을 줄 의무는 없지. 그렇지, 응."
나는 짐짓, 이제야 다 이해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짓이나 블러프는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이해를 하긴 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고.
"처음부터 내가 네 방식에 왈가왈부를 하면 안 되는 건데, 참 나도 모르게 열이 올라서 미안하게 됐다. 성여로. 그거 관련해서 더는 말 안 할게. 간섭도 안 할 거고. 그게 네가 원하는 거지?"
하려는 그걸 방해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두길 바라는 것. 성여로가 그걸 원한다면 그 또한 내게 간섭해서는 안 됐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뭘 하든 너 역시 그 입 닥치고 거기서 꼼짝도 하지 마. 그게 네가 원한 방식이니까. 지금 내 말에, 내 행동에 간섭이든 제지든 하는 순간, 너는 여태 떠들어댄 너 자신을 부정하고 너와 엮인 이들 전부를 모욕했다는 걸 그 대갈통 속에 똑똑히 새겨두게 될 거야."
모욕- 까지는 좀 과장된 언사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내 화는 전혀 풀린게 아니었는 걸.
게임 더 할 거냐는 성여로를 향해 너나 더 하라고 한 손 휙휙 내저었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뚜벅뚜벅, 빠르게 걸어가며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달칵
"아, 안녕. 나 천혜우인데. 어,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 그런데 지금 시간 있어? 잠깐 만났으면 하는데."
나는 구태여 목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평상시와 같은, 그러나 오락실이기 때문에 조금 성량을 키운 목소리로 통화 너머 상대방에게 말했다. 시시각각 걸어 오락실 입구로 향하며.
"별 거 아니고, 성여로 관련해서 너한테 꼭 해야 할 얘기가 있어서. 응. 너 그건 알고 있었어? 성여로, 녹음기에 '가장 쓸모 있는 버림패가 되어야 해' 같은 말 녹음해놓고 훈련이랍시고 자면서 그거 듣는 거? 그리고-"
나는 걷기 시작한 후로 성여로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대로 오락실의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붙잡지 않는다면 그 길로 오락실을 나와 '그'를 만나러 가려 했겠지. 내가 들은 것을 전부 전해주기 위해.
>>930 맞습니다! 어차피 직접 얘기해서 말 안 통할 거 같으면 얘기할라 했던거라 요게 일케 일상으로 나와버리네 히히히 이경이랑 연인 사이인 건 확신 못 하지만 적어도 친구 이상일거란 확신은 있어서 그래 얘가 니 진실을 다 알고도 계속 그럴 수 있는지 보자 하는 젼나 못된 심보임 (지가 한 말들에 지도 출혈뎀 입은 건 안비밀)
>>956 별거없어요~ 일단 교과서랑 참고서가 있구요 바디캠이나 USB 보조배터리 같은 전자제품 넣어다니는 하드케이스 하나랑, 머니클립이랑(사실 지갑중에 머니클립이 없어서 픽크루 패스한 게 큼), 특정 스킬아웃 집단에서 사용하는 전용화폐(이것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정이 없어요. 하지만 로망이잖아 그런 아이템?)가 몇 닢 들어있는 가죽주머니랑, 순찰 돌면서 먹을 샌드위치랑, 부원 마주치면 하나두개씩 나눠줄 간식이랑, 좋아하는 탄산음료 1캔, 손수건, 휴지, 장갑, 자질구레한 수첩이랑 공책 필기구, 멀티툴, 카람빗 같은 것들이네요
>>965 로망이잖아요? 길거리에 너절하게 앉아있는 거지한테 주머니에서 이상한 동전 하나 샥 꺼내서 주면 거지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내서 주는데 거기로 연락하면 암거래상이랑 거래할 수 있는 위치 전해받을 수 있는거 (상세한 설정 없음) (캡틴이나 부캡이 아 그건좀 하고 커트치면 커트됨) 굴지의 원픽은 역시 마운틴듀네요 하지만 스프라이트나 칠성사이다가 원플원이면 사이다를 집는 편
오늘의 카페는 과거 찜질방이었던 곳을 개조한 장소로 이곳의 특징은 조그마한 땅굴같은 공간이 여러군데 있다는 데에 있겠다. 아지는 카페 앞에서 운동화를 신은 발을 이리저리 꼬며 수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니 후일담도 들려주어야 하고 감사의 의미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 카페에 가는 것은 아지도 처음이라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아지는 칩을 통해서 카페에 대해 알아보며 방마다 테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공간은 밤하늘, 어떤 공간은 가을 꽃동산, 또 어떤 공간은 하늘, 어떤 공간은 화성 등등을 테마로 꾸며졌다고 한다. 배경음악이라던가 디퓨저 향기나 홀로그램 같은 것이 방마다 다른가 보다.
"수경이는 어느 방을 좋아하려나~"
예약도 할 수 있는 모양이라지만 방이 많아 오늘은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았다. 방 하나 당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는 최대 4명 정도라니까 큰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되겠다. 방을 원하지 않는다면 넓은 홀도 있으니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