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아지는 고개를 갸웃댄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능력은 신체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니 회복 능력도 한계 이상으로 강해질 것 같기는 하다. 상처를 입으면 빨리 회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작용은 회복 능력을 웃도는 것 같아요~" "능력을 쓰고 나면 꼭 졸리단 말이죠~ 이제는 옛날처럼 바로 쓰러져 잠들지는 않지만요~"
새로운 걸 생각해보았다!! 아지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하며 말한다.
"야호~"
도와준다는 철현의 말에 양손을 입가 앞에서 모으며 티없이 기뻐하는 것이다. 혼자 청소하면 오래 걸리고... 그보다 심심하니까 누군가와 같이 하는 것이 좋다!! 철현 옆에서 대걸레를 사용하는 아지인데 대충 헹구는 철현과 달리 느릿느릿 걸레를 빨고 있다. 철현이 나갈 때에 같이 가요오~ 하며 다급하게 축축한 걸레를 들고 따라나갔을 것이다.
"음~ 3학년 저지먼트 선배들이요~?" "음~"
1학년이 선뜻 대답하긴 어려운 질문이다. 아지는 느릿느릿 걸레질을 하며 고민한다.
"고레벨인 거랑 머리가 좋은 거랑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의외로 진지하게 대답한다. 어쩌면 순수하게 받아들여서 이런 부류의 농담이 통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철현을 흘끗거린다. 친구들 중에도 있지만 이 선배도 레벨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것인가 생각한다.
"으음. 그리고 머리가 좋은 거랑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상관이 꼭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오" "머리 잘 쓰지만 공부는 못하는 친구도 있거든요~"
그러고서 철현의 뒷사정에 시달리는 부장과 부부장은 모르는 채로 활짝 웃는 거다. 마침 쉬려고 했다니 잘 됐다~
"정말요~? 그러면 뭐 하고 쉴 거예요~?" "갈 만한 오락실 추천해드릴까요~?"
오늘은 친구들이랑 보낼 생각이기에 철현과 오래 놀지는 못할 것 같지만 철현이 무엇을 하며 놀 건지는 하고싶어하는 아지다.
스트레인지 한구석에 자리한 폐건물 단지는 건조하니 먼지와 흙, 잔해의 분진이 넘쳐나고 밤이 되면 춥다. 이곳에는 여러 인간 군상이 모여 있었다. 레벨 0 무능력자부터 시작해 사이보그 수술 사기를 당해 신체 일부를 잃은 학생, 중대한 프로젝트를 망쳐 사회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숨어 들어온 연구원, 인첨공에서 자유를 외치다 탄압 당해 도망친 사회 운동가……. 언제라도 큰 싸움이 일어나기 좋은 인간들만 모여있었지만 당장의 삶이 급했기 때문에 큰 분쟁은 일어나진 않았다. 그들은 눈치껏 잔해를 주워 땔감으로 쓸만한 것을 모았고, 모닥불을 피우고 옹기종기 모여 하루를 버텼다. 골목을 조금만 지나면 보이는 놀라운 기술력과 달리 이곳에서는 원시적인 방법이 유행했다. 인간에게는 불이라는 획기적인 신의 발명품이 있는데 굳이 전기를 끌어다 쓴다는 지식의 사치를 부릴 필요는 없었고, 달리 방도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힘을 모아 소매치기를 하거니, 2학구에서 실험 삼아 만들었단 단백질이 풍부한 대체 식량을 얻어오곤 했다. 맛대가리라곤 하나 없으나 감사한 식량을 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진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물어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식량을 가져온 사람들은 먹던 것을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그러고는 꼭 한 마디를 뱉었다. 패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면 패배자답게 닥치고 살라고. 폐건물에 모여 모닥불을 쬐는 무리는, 그렇게 서로를 패배자라 칭했다.
태오는 대략 한 달 전부터 이 패배자 모임의 일원이 됐다. 달리 말하자면 태오 또한 인첨공의 하류 인생이자 패배자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나름 팔자는 좋았다. 구석 좋은 자리를 얻었고, 지금도 얌전히 모닥불을 쬐며 무엇으로 만든지 모를 식량을 씹고 있으니까. 스틱 형태의 대체 식량에는 미처 갈리지 못한 더듬이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태오는 신경 쓰지 않고 그것만 손가락으로 잡아 쑥 뺀 뒤, 덜렁거리는 덩어리를 모닥불에 던져 넣으며 남은 조각을 입에 밀어 넣었다. 며칠 전 이 자리에 있던 사람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호사였다.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다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날개 조각인지 뭔지 모를 것을 삼킬까 뱉을까 고민하고 있을 적, 자신에게 맞지 않는 안드로이드의 발을 대충 이식한 남성이 태오에게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약 한 달 전, 골목에서 쓰러져 있던 태오를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정착하게 도와준 사람이다. 듣자 하니 커리큘럼 도중 사고가 일어나 다리 한쪽을 잃었단다. 패배자들은 그를 신데렐라라고 불렀다. 제법 듣기 좋은 이름이지만, 여기에서 살아가는 꼬락서니를 생각하면 제법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별명이었다.
"꼬맹이, 뭘 그렇게 열심히 고민해?"
태오는 최소한의 사회성과 대답을 위해 생각하기도 싫은 조각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비닐을 삼키는 것과는 결이 다르고 미끈거리는 듯한 끔찍한 느낌이 목에 한참이고 남는 것 같다. 태오의 손에 쥐여진 단백질 대체 식량의 봉지와 목울대가 애써 움직이는 모습을 본 남성이 상황을 파악하고 애써 웃었다.
"어…… 끔찍한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나 때문에 선택한 거면 미안하게 됐다." "……아니에요. 그냥 어제 일 때문에요." "어떤 거?" "전부요." "애들 사라지는 건 여기에선 익숙한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런가요?" "그래, 한 달이나 됐으면서 아직도 적응 못 하면 어쩌잔 거야? 녀석, 순진해서 어디 납치당해도 그러려니 하겠네." "……."
태오는 식량의 봉지도 모닥불에 툭 던져버렸다. 그래, 신데렐라의 말이 옳다. 스트레인지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진정한 야생이었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그만큼 생기는 기이한 순환구조를 가진 곳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제 누가 사라졌으니, 다음엔 누가 사라질까, 누가 진짜 '패배자'가 될까 팽팽한 눈치 싸움을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곤 한다. 마천루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세상 대신 네온사인이 강렬해지는 것으로 시간을 재고, 그 사실에 절망해서 입 다물고 조용히 모닥불 타는 소리를 들으며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는 곳. 자신의 삶이 더 급한 곳에서 남을 생각하다니, 사치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너, 진짜 안 갈 거야?" "어디를요?" "2학구. 어제 일이면 당연히 그것도 포함이지. 너도 간택됐잖아."
태오는 신데렐라의 질문에 정곡을 찔렸는지 몸을 움찔 떨었다. 사실은 어제, 2학구의 연구원들이 단체로 나타나 패배자 무리를 굽어살피고 갔다. 그들은 스트레인지에 정기적으로 발을 들여 어느 건물이든 일단 고개를 쭉 빼들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쪼르르 다가와 대체 식량이 아닌 진짜 빵과 간이 청결 장치를 들이밀며 으스대곤 했다. 표면적으로는 봉사라고 했지만 태오는 그마저도 위선임을 잘 알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어른이나 적당히 큰 학생들은 내버려 두고, 아이들에게 유달리 친절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이들만 발견하면 의중을 묻지도 않고 2학구로 데려가려 들었다. 덕분에 2학구로 가서 소식을 모르는 아이만 벌써 절반이다. 태오에게 연구원이 빵을 주며 "너도 2학구로 올래?"라고 상냥하게 물을 때면 태오는 그 속내에 도사린 커리큘럼과 연구 실적, 그리고 끔찍하고 비윤리적인 실험 계획을 읽었다. 그리고 애써 "저는 다른 연구소가 데려가기로 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럴 적이면 연구원들은 있는 힘껏 표정을 구기며 자리를 떠났다. 떨어진 빵은 흙만 잘 털면 먹을만했으니까. 어제도 동일했다. 단지 자신에게 너 데 마레와 ALTER에 있던 그 아이 아니냐고 대뜸 물어본 것을 제외하면. 이렇게 묻는 걸 보니, 그 상황을 신데렐라가 봤던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서 2학구에서 날아다니던 도련님이 견디기엔 여기 생활이 힘들잖냐. 다른 애들처럼 따라가지 그랬어. 그 연구원 나빠 보이지도 않던데." "……저는, 패배자인걸요."
태오는 영 개운하지 못한 미소를 지었다. 힘들지 않냐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의 태오에게 있어선 2학구보다 여기가 훨씬 나은 곳이었다.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2학구는 무시무시한 곳이고, 그 누구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니까. 불과 2달 전까지만 해도 2학구에 소속되었다지만 지금은 아니다. 앞으로도 아닐 것이고. 태오는 커리큘럼 도중 뛰쳐나오던 순간을 떠올렸다. 들려서는 안 될 소리를 들었지만 사람들은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던 날을. 오히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며 자신들끼리 의학적인 문제에 접근하듯 토론했고, 태오는 점차 스트레스로 정신병을 앓는 가여운 아이로 각인되던 순간도. 그게 아닌데! 어떤 약도 듣지 않으니 문제는 심각해졌고, 결국 사고가 났다. 연구원들이 붙잡으려 했을 때는 귀신이라도 본 듯 새된 소리로 울며 뿌리쳤고, 그렇게 태오는 연구소를 헐레벌떡 뛰쳐나가버렸다. 사람들이 쫓아왔지만 뜀박질은 생각보다 빨랐고, 조그마한 아이가 인파와 골목 사이로 쑥 숨어버리자 더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 2학구를 조금 돌아다니긴 했지만 사람들은 어린 태오가 돌아다니는 걸 보며 다른 연구소의 골칫덩이구나 생각하며 내쫓곤 했고, 음험한 실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몇 연구원들은 태오에게 친절히 굴었지만 커리큘럼을 거부하며 도망치자 아예 버려버렸다. 그렇게 떠돌다 태오는 자연스레 스트레인지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떠올리니 태오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어두워졌다.
"어린 녀석이 말이야, 불편한 삶까지 감내한답시고. 너 그거 배부른 소리다, 알아?" "그런가요." "그래, 잘 생각하라고. 이런 곳에서 사는 건 절대 유쾌하지 않으니까." "……." "뭐, 됐고. 네온사인 빛이 강해졌어. 애는 자라. 적당히 옅어지면 깨워줄 테니까." 신데렐라는 태오의 표정을 보고 더 말을 붙이지 않기로 했는지,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딱딱한 바닥에 몸을 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을 붙인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누군가의 생각이 날카롭게 내리꽂히자 태오는 눈을 번쩍 떴다. 심상의 소리는 사람들이 얘기할 때 들리는 성대의 떨림과 더불어 먼 곳에서 들리는 감각과는 사뭇 달랐다. 머리에 직관적으로 꽂힌 소리는 명확히 태오를 향하고 있었다.
─ 연구원이 한 말이 진짜인가? ─ 저 꼬마가 데 마레 출신이라고 했지. ─ 지금이라도 밀고를 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나?
자신을 향한 목소리가 한 둘이 아니었다. 어제 자신이 거절했던 연구원이 정보를 흘린 것이 분명했다. 2학구에 팔아넘기잔 계획을 들어버린 태오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눈이 한 쌍, 두 쌍……. 자신과 하나하나 마주칠 때마다 그들은 제각기 시선을 피했다. 쳐다보지 않았다는 것처럼. 태오가 평범한 아이라면 그저 넘겼겠지만, 이미 소리를 들어버린 이상 넘길 수는 없었다. 태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신데렐라는 자신이 입던 점퍼를 벗어 툭 던져줬다. 입고 가라는 뜻이었다.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점퍼를 팔에 뀄다. 큰 품 때문에 어른 옷을 뺏어입은 아이 꼴이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조금은 거두어졌다. 그래, 이곳은 눈부신 발전과는 동떨어진 곳이다. 아이들은 이따금 소매치기를 해서 먹고살았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 내쫓는다. 폭력과 비윤리적인 일이 난무하는 곳이다. 법이 존재하나 그건 상식일 뿐이지 실천할 것이 아니다. 태오는 도망치고 누군가의 속내를 읽으며 간을 보다 적당히 이득만 챙겨 도망치는 법을 스스로 깨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있는 곳도 입이 많다는 이유로 쫓겨나야 옳지만, 태오의 잔머리가 통한 덕분에 이렇게 오래 머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 잔머리는 살아남을 궁리로 변모했다. 아마 신데렐라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 남은 양심으로나마 점퍼를 벗어 던져준 것이 분명했다.
"ㄴ, 네. 땔감 주우러 가려고……. 감사합니다." "다녀와라."
다시는 돌아오지 마. 태오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땔감을 주우러 간다는 핑계와 함께 밖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걷다 이내 달음박질과 함께 도망쳤다. 상황을 눈치챈 사람들이 제각기 벌떡 일어나 신데렐라의 멱살을 잡거나 태오를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긴 했지만, 조그마한 몸집이 골목을 이리저리 누비자 그들도 점차 떨어져 나갔고, 마침내 태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설 적엔 멈춰 욕을 짓씹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자. 저기는 안 돼."
태오는 뽀얀 숨을 내쉬며 스트레인지 가장 구석으로 뛰어갔다. 뒤쫓는 걸음은 더 없지만 본능적인 공포는 본래 있던 곳에서 제일 멀리 있기를 간곡히 소망했고, 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발을 한계까지 이끌었다. 그렇게 태오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골목의 끝을 찾아 내달렸다. 얼마나 더 달렸을까, 탁 트인 공간과 함께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태오는 더 달릴 수 없었지만 마지막 힘을 쥐어짜 고철 덩어리 사이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등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쓸모를 다한 다리에 힘이 빠졌고, 숨을 세차게 몰아쉴 때마다 찬 바람이 폐부를 깊숙하게 찔렀다. 폐가 불타는 것 같이 아프고 눈앞이 흐렸다.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몸에선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한참이고 숨을 돌린 태오는 그제야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개를 조심스럽게 뻗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몸을 숨긴 자그마한 동굴 같은 장소가, 폐기된 안드로이드가 뒤엉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곤 그제야 여기가 어딘지 알겠다는 듯 놀라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안드로이드 폐기장! 분명 신데렐라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스트레인지에는 안드로이드가 산처럼 쌓인 곳이 있는데, 하필 그곳이 연구원들은 얼씬도 않거니와 그 안티스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숙한 곳에 있는 탓에 그 실체를 확인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리고 신데렐라는 아무리 안드로이드 부품이 비싸게 팔린다지만, 발을 들이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었다. 어차피 가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장소에 오게 될 줄이야, 하물며 실존했다니! 태오는 현실과 괴리된 듯한 감각에 위험한 것도 잊어버리고 뒤엉킨 잔해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었다.
사람을 조잡하게 닮은 기계가 서로 얽히고설켜 늘어지고, 꺾여있고, 부서져 산을 이루고 있었다. 네온사인도, 마천루도 없었다. 새벽 공기와 드높은 산만 있으며 살아있는 것은 오로지 태오 하나뿐이었다. 어떠한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인위적으로 삶을 부여받다 죽어버린 거짓 생명들이 가득한 기계의 산. 동이 트며 떠오른 찬란한 태양은 시체로 이루어진 산을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역동적이게 비추고, 태오는 그 모습에 압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