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부스스 눈을 뜬다. 밤은 이토록 짧다, 벌써 아침이 찾아왔으니. 간밤에 있었던 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화끈한 열감이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 같으니. 제 품 안에서 잠든 그녀의 머리칼을 조심히 쓰다듬다가, 다시 눈을 감는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그러다가도 곁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면,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그 이마에 입을 맞추겠지.
선물을 받아 들고 이제는 제 집인양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는 우마무스메. 추위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에 처음으로, 약간이나마 희미한 생기가 돌았다. 먹을 것이라는 말에 상자가 자리를 잡은 곳은 식탁 위로, 본격적으로 포장지를 뜯기 전에, 레이니는 다이고의 팔을 잡아끌어서 강제로 식탁 앞으로 데려오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럼, 지금 같이 먹으면 되는 거잖아?”
“자, 빨리 앉아.” 라며 묘하게 삐걱거리는 의자를 빼 준 뒤, 반대편에 앉는 레이니. 곧 포장을 뜯고 나온 것은 당연하게도 카시와모찌다. “맛있겠네, 아.” 하고, 레이니는 손으로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다이고의 입가로 가져다 대었다.
“다이고, 그런데...”
선물을 뜯고 나서의 미묘한 침묵이 신경 쓰여서, 레이니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서프라이즈를 포기하는 게 추운 데 오래 있어서 감기 걸리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아니면 그냥 휴일 답게 집에 있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레이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뒤따른다.
"응 그렇지! 지금 먹으면 되겠네."
레이니가 삐걱대는 의자를 빼주자 "고마워."라고 웃으면서 자리에 앉은 다이고는, 맞은편에 마주보고 앉은 레이니가 포장을 뜯는 걸 지켜본다. 그동안 레이니가 선물로 준 가방은 조심스레 테이블 위 한켠에 올려놓고서 입가에 가까워진 카시와모찌를 보다가 입을 아- 하고 벌린다.
"음, 에이니 어도 머거.(레이니 너도 먹어)"
라면서 카시와모찌를 입에 문 채 레이니에게 한 개 집어 건네주려다가 자신을 부르는 말이 들려 으응? 하고 왜 그러냐는 듯 소리를 낸다.
"녹차 있지! 잠깐만 기다려."
생각보다 순조롭게 상황이 흘러가는 듯 해서 조금 신난 듯한 다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녹차를 타러 일어섰다. 그런데 의외로 금방 돌아온다?
"여기 녹차가루가 있고..."
그리고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또 선물상자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열어봐! 같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레이니에게 줄 선물이라는 게 분명한 듯, 레이니를 빤히 쳐다본다.
품 속에서 더이상 깨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몸이 무겁다. 하지만 일어나야 한다......품 안에서 꼼지락 거리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아, 이 익숙한 감촉, 당연히 그의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온전히 그의 것이다. 행복하다.....이토록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있던가? 잘 잤냐는 말에 미즈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잤다. 잘 잤고 말고......
"정말이지, 이토록 포근한 밤은 처음이었답니다.... "
허리를 꼬옥 껴안으려 하며 미즈호는 우후후 하고 웃으며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아, 역시 단둘이 나오기 잘했다.
"준비는 천천히 하도록 할까요? 교토행 신칸센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