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면 나온다. 인간 시체의 숫자는 적고 코볼트는 늘어났다. 거친 싸움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마침내 도착한 둥지 안 쪽엔 살아있는 코볼트가 몇몇 있었다. 그들 중에는 저번에 강산이와 토고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본 코볼트도 있었다. 둥지 안 쪽은 생활 공간이라 그런지 횃불이 설치되어 있어 플래시가 없어도 앞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토고는 플래시를 껐다. 다행이게도 코볼트들은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은신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토고와 강산은.
"저기에 알인가 뭔가 있었나보네."
코볼트들의 생활 공간 정중앙에 작은 제단의 형태가 보였다. 무언가 오랫동안 있었는지 짓눌러진 자국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저기에 드래곤의 알이 있었던 것 같았다.
"평화? 아님 공격?"
이대로 평화롭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어 대화를 시도할건지 아니면 공격을 시도할건지 물어보는 것이다.
강산은 쿨하게 인정했다. 그래도 중요한 얘기를 해주었지 않은가. 이 곳에서 드래곤을 모셔온 자들만 알 수 있는 그런 얘기를. 코볼트 족장의 얘기를 정리하자면...즉, 애초에 이 곳에서 마력 에너지의 균형을 조정하던 드래곤의 알을 건드렸기에 몬스터들이 폭주하게 된 것이고, 그러지 않았더라면 마을이 몬스터 폭주로 망가질 일도 없었다...그런 내막인가.
"그 인간들 특이한 건 없었어? 예를 들면 반짝이는 쇳덩이를 뒤집어쓰고 있다든가. 아니면 습격하면서 뭔가 이상한 말을 했다든가...?"
코볼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너무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겠지만...그들의 증언을 듣는다면 좀 더 추적이 쉬워지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지고 물어본다.
토고도... 멀리서 보고 있었다!! 토고는 강산이 들고 온 것을 보고는 흠흠.. 생각에 빠진다. 위치도 특정 가능하고, 가란다면 갈 수도 있다. 몬스터의 습격의 원인도 알게 되었고 이대로 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게 된다.
"이제 찾아가기만 하믄 되는데... 선택을 내릴 준비는 됐나?"
토고는 손가락을 두개 펼친다.
"코볼트의 보물을 되찾는다. 뭐, 점마들 말대로 있어야 할 곳에 없어서 생긴 문제라면 돌려보내면 다시 문제는 해결 될기다. 하지만, 마을에서 보았듯이 그런 무기나 회복도구 같은 건 이제 인간들은 못 쓰것지. 거기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다."
하나를 접었다.
"다른 하나는 그대로 두는 기다. 코볼트는 이대로 멸망..할거고 몬스터의 습격도 더 빈번히 일어나겠지만, 인간은 더욱이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겨내겠지. 희생이 따르겠지마는... 거기다, 유물의 에너지가 다 떨어진다면 유물도 기능을 정지할거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가 인간은 살아남을기다."
그는 자신이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토고의 설명을 듣고서야 잊을 뻔했던 무언가를 알아차린다. 자신들은 결국 이 게이트의 외부인이다. 이 게이트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살아남는 것이 어느 쪽이든, 그들이 원래 소속된 세상은 이 곳이 아니다. 그러니 그들이 이것이 선이고 저것이 악이다, 라고 떠들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니 마니 하는 것도 어쩌면, 결국 진정 저들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보기 좋은 쪽을 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잠시 침묵하며 답변을 망설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물론 코볼트의 보물이 이 게이트의 인간들에게 발전을 가져오긴 하지만...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도구들이 폭주 자체를 방지할 수 있을까요. 그러진 못하겠죠."
...여전히 결정을 번복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면...인간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계속 피해를 보게 될 겁니다. 재수없으면 마도구로도 되살리거나 고칠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테고요."
강산이라면 여전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세상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알기에. 또 감당할 수 없는 변화는 없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희가 이렇게 참견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전 그렇게 생각해요. 보물 되찾으러 가죠."
그 선택의 결과로 자신들이 누군가에겐 악당이 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강산은 결국 그렇게 답한다.
토고는 강산의 말을 가만 듣는다. 그렇다. 게이트의 일은 결국 게이트의 일이다. 우리가 굳이 상관할 일도 아니고, 우리는 그저 게이트를 클리어 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클로징하여 우리에게 이롭게 혹은 상관도 못하게 만들며 된다. 다만, 그것으로 괜찮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나아가야 하지 않은가? 토고가 보기엔 강산은 그동안 선택을 미루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확신에 찰 때까지 말이다.
그의 선택이 완벽하게 옳은가? 혹은 그른가? 그런 건 모른다. 몬스터의 습격이 바로 진정될리는 없다. 마도구의 에너지가 바로 바닥날리가 없다. 그저 고철이 될 뿐이지. 결국 옛날부터 그래왔듯이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다. 코볼트 또한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가자. 그럼. 가면서 더 이야기 하지 뭐. 코볼트 점마들은... 내버려둬도 될 것 같다."
토고는 코볼트를 바라본다. 그들은 어떠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혹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무슨 방법을 취할 것이다.
"바로 진정될리는 없고, 에너지도 바로 떨어질리는 없을기다. 결국엔 시간 문제지. 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이건 재현형 게이트니께. 네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다 괜찮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