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이죠.」 「그것은 제가 여러분께 알려 드리는 내용이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여러분이 제게 가르쳐 준 사실입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경기장을 밟지 못합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경기장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둘 때조차 경기장에서 쓰러져야만 하죠.」 「어떤 우마무스메는 데뷔 2년차에 사츠키상, 더비, 국화상을 단숨에 연패(連覇)하고...」 「어떤 우마무스메는 평생을 로컬 시리즈의 OP에 출주하는 데 그칩니다.」
「또 어떤 우마무스메는 철없이 중앙의 레이스에 나서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서도 불완전연소하고,」 「지도자로 달아난 이후에도 혈기 넘치는 제자들을 보며 동경과 질투를 멈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끝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되기에...」
「여러분이 앞으로 향할 트랙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여러분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입니다.」 「지금까지 무엇보다 빠르게, 무엇보다 맹렬하게, 또 무엇보다 끈기 있고 늠름하게 달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골인 지점을 향해서, 아니, 골인 지점을 지나서도...」 「빛 너머로 끊임없이 달려가길 바랍니다.」
【엔딩 피리어드】 방학식의 연설에서 오즈 학원장, 아니, "쇼츠 어딕트"는, 학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었습니다. 단정한 버킷햇에 숨겨져 있는 귀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키워낸 최초의 로컬 3관 우마무스메에 대한 경의였을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을 겁니다.
히다이가 짧게 되묻자, 마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답했습니다. 이후에 이어지는 히다이의 모습에 그가 그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마키나는 그저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히다이의 어렵다는 그 한마디처럼 이러한 질문의 응답은 어려울 것입니다. 당장 다시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키나는 어떠한 대답이든지 받아들일 것이고 심지어 그냥 얼버무리며 넘어가 버린다고 해도 수긍할 것이였죠
“그러셨습니까? 마키나는 선생님께서는 이미 해당 직급에 대하여 충분히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히다이의 설명을 들은 마키나는 히다이에게 이미 선생으로서 충분히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긍정하며 말했습니다. 선생으로서의 일은 그저 보조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라도 선생으로서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를 갖췄다는 점에서 이미 괜찮다는 것이라 마키나는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만족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이 곧 답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좋으신 분입니다. 마키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히다이의 말에 마키나의 그러한 판단을 확신하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선생이란 역할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할 뿐인 존재가 아닙니다. 히다이는 스스로를 나쁘게 평가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선생으로서의 덕목을 훌륭히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마키나는 희미하게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깨를 붙잡는다. 주머니에서 꺼내는 건 열쇠. 메이사가 기어코 포기를 한 걸까 하며 조금 안심했다. 마음은 조금 아프지만, 알게 뭔가.
하지만 열쇠는 건네어지지 않았다. 쥔 그대로 계속 다가와, 목울대 옆의 푹 들어간 곳을 지그시 누른다. 지그시, 지그시, 지긋이...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열쇠. 쇠붙이에 눌려 맥동하지 못하는 핏줄. 긴장해서 침을 삼키느라 울렁이는 목울대. 그리고 통증.
"...윽."
열쇠로 피가 나지는 않는다. 알고는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기준이고, 우마무스메의 힘으로 누르면, 어쩌면... 불길한 상상을 부추기듯 더욱 누르는 메이사. 숨통이 막힌 것도 아닌데 숨이 약간 가빠진다. 핏줄이 눌려 산소가 차단되고 있으니까. 머리 한쪽이 싸하게 열이 가시기 시작한다.
어쩌면 목숨의 위기일지도 모르지만, 메이사가 날 해칠 리가 없잖아.
나는 저번과 똑같이 안일한 판단을 하고만다. 심장이 두쿵거리고 기세에 짓눌려서 식은땀이 배어나온다. 인간을 쉽게 끝낼 수 있는 녀석들이니까, 우마무스메는. 하지만 메이사가 나를...
산소결핍인 뇌가 생존본능으로 아우성칠 무렵쯤 열쇠가 떨어졌다. 목을 더듬고, 뭐라 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울기 시작하는 메이사를 보면... 그래, 나 심한 짓을 하고 있구나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맞아, 최악이야."
그치, 이게 맞지. 이렇게 말해야 하지. 그러면서도 누가 심장을 라이터로 지지는 듯한 기분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훌쩍이는 메이사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품에 데려와 꼭 안았다.
"미안해."
난 네가 행복하면 좋겠다. 그건 비단 미래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금 당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는 건 보고싶지 않아.
스스로 최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 너의 입에서 나온 '최악이야'라는 말이 선명하게 들리자 한차례 더 눈물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뒤에 허리가 끌어당겨져서, 그대로 너의 품으로 끌려간 후에 느껴지는 온기가, 꼭 안아주는 팔이 너무나도 좋아서. 역시 난 최악이 맞아. 그렇게 수긍하게 되어버려. 더듬거리듯 너의 등에 팔을 두른다. 한 손에는 여전히 열쇠를 쥐고 있는 채로.
"—거짓말쟁이라도 좋아해, 유우가." "계속 내 옆에 있어줘....."
거짓말쟁이라도, 한심해도, 못미더워도 역시 좋아해. 그러니까. 엉망진창이고 최악인 내 옆에 계속 있어줘. 유우가의 옆에 쭉 있는 게 내 행복이니까. 제발 내 행복을 뺏지 말아줘.
"....자국 남아버렸네."
훌쩍거림이 조금 잦아들 무렵, 머리를 어지럽게 하던 열기도 흥분도 조금 가라앉을 무렵에야 눈에 명확하게 들어왔다. 네가 안긴 채로 슬그머니 올려다보면 보이는 목에 선명한 열쇠 자국이. ...열쇠보단 다른 자국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름이었다면 모기에 물렸다고 할 수 있을 느낌의 그런 자국이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밀려 모기가 사라진 지금은 대기 어려운 핑계겠지만...
.........어라? 이거 일생일대의 찬스가 아닌지?(사실 두번째다) 갑자기 머리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치만, 그치만, 여기 밖이고? 조금 전까지 최악이네 뭐네 하면서 훌쩍거린 주제에 갑자기? 또 최악의 선택지를?라는 이성과 그 옆에서 대충 이성을 쥐어패기 시작한.. 그.. 아무튼 그.... 퍼펙트 원더의 퍼펙트 연애교실 같은 무언가가... 맹렬하게 스모를 하기 시작했다.
퍼펙트 연애교실(?)이 이성을 떡메로 두들겨서 카가미모찌로 만들어버린 다음에야,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사실 천천히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니까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봉쇄당하면, 물론 우마무스메의 힘이라면 그 봉쇄마저 무시하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너무 강제적이고 비인간적이니까(?) 아무튼 유우가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붉게 물들어 있는 열쇠 자국에 입을 가져다 댄다.
"—어차피 남을 거라면, 이쪽이 좋지?"
입을 떼고서 히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말해보지만, 으으, 기세에 맡겨서 이성이 져버렸지만, 역시 부끄럽긴해서. 분명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있을거야. 그래도, 그래도.... 후회는 없어. 아마도.
>>704 마키나 (*막레입니다~ 고생하셨어요 🤭 마키나와 돌려서 담임의 면모도 쓸 수 있었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내가 선생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 임시 교원면허에 불과하고, 내가 맡은 반은 여전히 꼴통이고 최하위인데다 문제아들 소굴이지만. 아무래도 현실은 GTO같은 게 아니라서 드라마틱한 갱생따위는 없었다. 나같은 한심한 인간 말을 귀담아 들을 녀석들도 아니었고. 그래도...
...전학오자마자 하는 말이 이거라면, 남들이 한 눈에 보기로는 조금 괜찮은 걸지도. 솔직히 좀 우쭐했다. 아니아니 아니야, 역시 선생님 기분좋으라고 그냥 해본 말일 수도.
그렇게 생각하며 하하, 웃어넘기려던 때,
- 선생님께서는 좋으신 분입니다. 마키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 우와아아아아... 천사냐 네 녀석............................. 그렇게 말하며 살짝 웃어주는 전학생. 저는 그 모습에 3일 정도 우쭐해질 수 있던 것입니다. 뭔가, 그렇지, 이런 따듯한 말이 필요했어어어엇... 나 올해 정말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었는데엣 뭔가 보람이 생겼어어... 훌쩍훌쩍 마키나 마마앙 ...이라고 어리광 부리는 생각까지 한 건 아니지만, 어쩐지 기뻐진 건 사실이라. 나도 씩 웃어버렸다.
"그렇구만, 좋게 봐줘서 고맙다."
"실망 안 시키게 마지막까지 힘낼게. 자, 수업 들어가 보고. 나도 간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수업하는 반으로 향했다. 거기에서 '몬다이 오늘 왜 이렇게 우쭐거려? 재수없음' 이라는 뒷담쪽지를 발견하게 됐지만, 응 우리 마키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랬어~ 마키나가 옳음~ 이라며 정신승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위로는 특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은 더욱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심한 말만 골라서 해버린 주제에 위로하는 말을 하면, 병주고 약주고잖아. 둘이 나란히 최악지아 되어버린다고... 그래서 계속 울상으로 훌쩍훌쩍, 웅얼거리는 메이사를 그냥 꼭 껴안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차마 거기에 승낙하는 답변을 하지는 못한 채로. 임시 팀을 제안할 때처럼 도망칠 구멍을 파두는 게 내 습성이었다. ...일단 끌어안아놓으니 진정하는 것 같지만 이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날 좋아하는 녀석들은 정말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메이사도 은근히 그런 기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차라리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타입이라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좋아하니까 정말 곤란하다고...
나중에 '유우가는 나한테 확신을 못 주네?' 하면서 그때야말로 열쇠로... 응?
"뭐? 자국이 났어?"
문득 들려온 말에 목을 더듬어보지만, 그래봤자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거로 두배쯤 곤란하게 됐다. 방학이어도 나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젠장... 감기라고 둘러대면서 계속 목도리 두르고 다녀야 하는 건가. 궁리하느라 나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온갖 정념으로 뒤죽박죽돼서 욕망 풀가동중인 메이사의 눈을. 그래서 메이사가 품에 파고드는 줄 알고 어이쿠, 하던 찰나 당해버린 거지. 진짜 곤란한 녀석을.
"...아, 진짜..."
무심코 내려다본 얼굴은 새빨개서 이거, 아니, 이게 맞냐... 아무래도 난 메이사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모양이다. 눈을 질끈 감으면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골때리는 여자애 어떡하냐고. 정떨어지라고 티배깅을 했더니 열쇠 들이대고, 이렇게 스킨십까지 하고... 속에서 올라오는 긴장 때문에 일단 메이사를 내 무릎 위에서 내려놨다. 옆에 내려놓고 잠깐, 잠깐 진정을 좀...
그렇게 잠깐,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보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게 있는 것이다. 프리지아의 임시 연장. 그 때 제대로 이적신청서를 받아챙겼더라면 이런 일까진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메이사가 날 아주 좋아하기 전에 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다면.
"―그래, 내가 졌어."
"그 종이 줘. 있지?"
메이사는 온천에서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날 깨우려 했었다. 난 일부러 눈 감고 절대 안 일어났고, 그 종이의 내용이란 은근히 짐작할 수 있는 거였기 때문에. 나는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