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다음 스테이지의 시작이죠.」 「그것은 제가 여러분께 알려 드리는 내용이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여러분이 제게 가르쳐 준 사실입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경기장을 밟지 못합니다.」 「어떤 우마무스메는 경기장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둘 때조차 경기장에서 쓰러져야만 하죠.」 「어떤 우마무스메는 데뷔 2년차에 사츠키상, 더비, 국화상을 단숨에 연패(連覇)하고...」 「어떤 우마무스메는 평생을 로컬 시리즈의 OP에 출주하는 데 그칩니다.」
「또 어떤 우마무스메는 철없이 중앙의 레이스에 나서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서도 불완전연소하고,」 「지도자로 달아난 이후에도 혈기 넘치는 제자들을 보며 동경과 질투를 멈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끝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 스테이지가, 시작되기에...」
「여러분이 앞으로 향할 트랙은 어디인지, 그리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여러분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입니다.」 「지금까지 무엇보다 빠르게, 무엇보다 맹렬하게, 또 무엇보다 끈기 있고 늠름하게 달려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골인 지점을 향해서, 아니, 골인 지점을 지나서도...」 「빛 너머로 끊임없이 달려가길 바랍니다.」
【엔딩 피리어드】 방학식의 연설에서 오즈 학원장, 아니, "쇼츠 어딕트"는, 학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었습니다. 단정한 버킷햇에 숨겨져 있는 귀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키워낸 최초의 로컬 3관 우마무스메에 대한 경의였을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을 겁니다.
내가 널 좋아하는 건 한 순간의 착각이 아니다. 그러니 이 공고한 감정이 바로 무너질 일도 없다. 그렇게 엄포를 두는 듯한 말에 나는 힘이 빠져버렸다. 나에게 계속 변명해왔던 말들을 메이사는 정공법으로 깨부쉈다. 난 네 딸이 아니다. 어려서 내 감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너무도 명백했다.
"그러냐..."
그래서 나는 일단 벤치에 걸터앉았다. 주머니에 넣어둬서 덥혀진 손을 놓고, 대신 담배갑을 꺼내 심란함을 달래려 조급한 손길로 불을 지폈다. 괜찮아, 간접 흡연 한 번으로는 폐가 상하진 않는다. 메이사는 그저 담배 냄새를 싫어할 뿐이다.
여기서 되짚어보자. 나는 메이사를 좋아하는가? 좋아한다. 가족 외에 소중한 사람들을 꼽아보라면, 친구조차 많이 없는 나는 메이사부터 꼽게 된다. 메이사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어쩌면 가족과 동일한 우선순위일 수도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외지에서 내가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니까. 그리고 정말 착한 아이니까.
그렇다면, 메이사의 마음에 보답해줄 수 있는가? 아니. 내가 이성교제를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의 안 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 그 원인은, 시작부터 끝이 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장기는 같이 있어주는 것. 무슨 일이 있을 때 몸을 갈아 도와주는 것. 그것 말고는 없다. 나는 사랑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없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메이사의 마음에 보답하지 않으면서도 교제를 지속하는, 일방적인 관계를 꾸릴 만한 사람인가? 미쳤냐? 메이사는 살아갈 날이 많다.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 더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그 무렵에만 얻을 수 있는, 또래들과 어울리며 얻을 수 있는 경험들도 많겠지. 단순히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체육회에서 물을 주고받다가 눈이 맞고, 지각하는 녀석들끼리 친근하게 장난을 치고, 서로 공부를 함께 하고 하다가 봄냄새 나는 청춘을 만드는 그런 것들.
그런 걸 꼴초에다가 썩었고 인생 절반을 시궁창에 갖다버린 나같은 녀석과 어울리느라 포기한다고? 그래도 좋다고?
내가 네 인생을 축내도 좋다고 말하는 거냐, 메이사? ...그런 건 내가 싫어.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 뿐이지. 쓴웃음을 애써 삼켰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거짓말을 하는지 너는 알까? ...봄 무렵이 생각나네 갑자기. 그 때도 딱 이런 기분으로, 남의 미래를 위해 마음을 도려내는 거짓말을 했었는데. 그 땐 서툴렀지만 나 그동안 거짓말 많이 했으니까, 이번엔 잘 먹힐 수 있을지도 몰라. 제대로 경멸받을 수 있을 거야. 받을 수 있고 말고.
벤치에 걸터앉은 유우가를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쭉 보고 있었다. 이어져 있던 손이 놓여서, 주머니에서 쫓겨나듯 나온 손끝에 안타까움이란 감정이 머물다 겨울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춥다. 하지만 내 주머니에 들어가는 일은 없이, 그대로 실이라도 끊긴 것마냥 아래로 축 늘어트린채로. 새삼스럽게도, 이런 지근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유우가는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신선하단 생각이 들었다. 뿌연 연기와 함께 네가 뱉는 말에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안 좋아한다고. 당장 다른 사람과 키스하래도 할 수 있다고.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퍼져가는 연기를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서. 사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근거는 없지만, 어쩐지 느낌이 그랬다. 히또미미보다 배는 예민할 감각이라던가, 직감 같은 것일까. 어쩌면 그냥, 치기어린 고집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것들이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저거 거짓말이야, 그냥 억지야 하고.
하지만, 물증 같은 건 하나도 없어서. 결국 입 밖으로 내뱉는 말 외엔 믿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이라도,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결국 내 대답은 똑같이 정해져 있어서. 아주 잠깐이지만 눈을 길게 감았다가 뜬다. 스스로가 어떤 얼굴일진 모르겠지만.... 이거, 누구에게도 내보인 적 없는 얼굴일테니까.
"그렇구나."
담배 연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좁힌다. 벤치에 앉은 네가 도망갈 곳을 막아버리듯. 겨울 공기에 차갑게 식어버린 손으로 너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고.
"그럼 그 다른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면."
담담하게 내뱉는 건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말이다. 스스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무도 없게 만들면, 나한테 키스해주는거구나." 네 옆에서 빛나는 별은 나 하나면 되니까 "———그렇지, 유우가?"
이래서 히다이가 시니어 시즌에 도망친 거 아닐까 개연성이 마련되는 기분이어서 사실 준비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답레 쓰기전에... 와... 회피충무빙이끊임이없네 진짜 꼴도 보기 싫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 근데 이번 답레로 뭔가 퍼즐조각이 맞춰진 듯해서 우와 오우예 상태입니다
저 그리고 메이사주의 그림체가 진짜 귀엽고 여자아이를 사랑스럽게 그리는 데에 최적화 돼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림체의 계보가 있다면 아마도 0n년대 무렵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쓰르라미같은 쪽이라고 조용히 생각해왔는데 이번 일러... 너무나도 너무나도 그 시절 얀데레 히로인의 대오각성이잖냐―!!!!!!하고 기절해버릴 거 같아요 너무나 적절하고, 아름답고, 배경까지 있어서 지금 배드엔드 분기를 읽고있는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