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만난 적의 전투방식이 상당히 지저분했나. 어리다하지만 레벨 40대의 고스펙 메딕이 꺼려하는 반응을 할 정도면 대체 어느 정도일지 싶었다. 그러나 이를 굳이 재언급하여 싫은 기억을 각인시키는 어리석은 짓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기에 린은 감귤초콜렛의 언급에 순순히 흥미를 보이는 상대의 눈을 가볍게 마주하며 웃는다.
"특산물로 유명하다 하여서요. 내심 궁금했던지라, 초콜릿이 아니더라도 제주도의 감귤은 저희에게도 알려져 있사와요." 사실 집안 환경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맛을 흉내내는 초콜릿의 존재는 한국에 와서야 알았다.
"어머, 즐거울것 같사와요. 그러면 포도주...는 힘들겠으니, 드시고 싶은 먹거리가 있으신지요." //12
날이 서서히 더워져가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계절이다. 연두색이었던 잎사귀가 어느새 무르익어 진초록빛을 띠기 시작했고 어쩌면 차보다는 냉수를 즐기기에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잠시의 흥취일 뿐이니까.' 달달하기 보다는 깊다는 말이 어울릴 차향을 즐기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괜찮아보인다는 말에 살짝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향이 좋다는 말로 받는다.
"평소에도 먹거리를 찾아다니시는 걸 좋아하시는지요." 이 모습이 모두 연기라면 여우주연상을 주어도 절대 과하지 않을 것 같다고 여기며 그동안의 묘한 괴리감이 느껴졌던 모습에 올린 경계를 조금 내린다. 채여선은 마냥 들떠있는 어린애라고 하기에는 섬연찮은 구석이 있었지만, 이 모습 또한 진실이라면 차라리 저도 조금은 생각없이 어울리는 편이 낫다 여겨본다.
"소녀 홀로 즐길 수는 있사오나 자작에 취미는 없는지라." 살짝 끝을 올리면서 하지만 개인의 몫으로 가져왔다가 놓아둔 것을 다른 분이 드시는 것 까지는 소녀가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을 흘린다. 여지를 남기며 떠보는 게 맞다.
"피자나 파스타류는 너무 무거우련지요." 빵과 과자라 흠. 뭐가 있을까. 헌터챗으로 찾아보면서 말을 이어간다. //14
아이스가 아닌 따뜻하게 먹으면 느껴지는 향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선에게는.. 그냥 그렇구나 정도의 감각일지도요? 그냥 홀짝이고는 디저트랑 같이 먹어보려 합니다.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죠~" 린의 질문에 그게 맞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입니다.
포도주를 놓아두면 어쩔 수는 없다는 말에 슬쩍 눈이 양 옆으로 왔다갔다 하는 걸 보니. 포도주같은 거에 호기심을 가진 것 같긴 합니다. 솔직해보이는 표정하고는!
"피자나 파스타류도 좋긴 하지마안.." "오는 시간동안 인벤토리 안에서 보존이 되던가여?" "아니면 어.. 재료를 사오는 걸까용?" 사실 여선주가 되는지 안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스페셜 파르페가 나오면 그 위용에 에에 하며 입을 벌리고 바라봅니다. 생각보다 크긴 하지만! 못먹을 건 아니네!
습관적으로 아주 예전에 다도를 배웠을 때 처럼 저절로 인사의 동작이 나오려 하지만 일상적 상황임을 인지하고 굳이 예의를 표하지 않는다. 오른손으로 찻잔을 들어 왼손 손바닥에 얹은 다음 시계방향으로 살짝 돌리고 나서야 아차 싶었으니 아무렇지 않게 굴기에는 늦었지만. 대충 일본인이라 그렇다고 둘러대면 될 일이다. 실제로 고국에서는 평소에도 다례를 지키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일식도 즐기시는지요?" 아는 음식점 있으면 나 좀 구해줘의 의미가 담긴 태연하지만 약간의 희망과 절박함이 담긴 어조다. 매운 한국 음식에서 구해지고 싶었다.
뒤이어 이어진 명백하게, 어른의 문화에 대한 아이의 무모하고도 진취적인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에 나오려는 웃음을 손으로 가렸다. 사실 린 본인도 여선에 비해 그리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언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성분들끼리 담소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께도 드릴 수 있을테지요." 결국 성인이 꽤 많은 편이니까- 라는 말과 함께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말을 남기고서 끝을 맺는다.
"소녀도 잘 모르겠사와요." 인벤토리에 음식을 담아본적이 있던가. 딱히 없었던것 같기도. "그렇다면 누텔라나 소녀도 현지 초콜렛을 사와볼까요." //16
"맛있는 거 찾아다니는 건 재미있을 테니까요~" 한식 종류도 같이 찾아다닐 생각을 하는 여선이지만.. 일식의 특성 자체를(단짠! 벗 엄청 맵지는 않다) 이해는 하기에 비교적 일식과 비슷한 류로 같이가자고 하려 할지도..(*간장비빔밥, 대구탕(청양고추 안넣음), 도가니탕 등등)
"과일류나.. 그런종류도 좋겠네요~" 초콜릿만 먹으면 입 안이 바싹 말라버릴자도 모르는걸요? 라는 말을 하면서 그럼 곤란해~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스페셜 파르페의 일부가(*여선은 파르페의 맛을 대충 아는지. 깊이 퍼내서 모든 층을 조금씩 떠냈다) 린에게 건네졌습니다.
"자요~" 딱 내밀어주는 여선입니다. 다음번에도 이것저것 같이 먹으러 가자는 말을 하면서 파르페를 냠냠 먹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