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등골을 본메로우까지 싹싹 털어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집안의 대들보 뽑아다가 사업하다가 말아먹는 정도는 되어야 못된 딸 아닌가? 나의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나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되물었다.
"오히려 내 딸이 혼자서 알아서 살겠사와요~ 라고 나간 뒤에 골골 겔겔 이런 여관에서 휴가를 보내는 걸 알면... 네가 그럼 그렇지 소리가 나오면 나왔지. 네가 돈을 써도 안 써도 빈정거림은 받게 될 거라고. 그럴 바엔 시원하게 돈 쓰고 배 째고 빈정거림 즐기는 게 가성비 아니겠나. 그런다고 호적을 파겠어, 내다 버리겠어? 못해 못해."
그래서 내가 아직 본가에 안 갔다. 네가 그럼 그렇지 소리를 들을 거 같아서. 게다가 나는 진짜로 집안 대들보를 뽑아 쓴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되는 것도 있고...
"아~~~~~~~~~~~~~~~~~~~~~~~이 진짜 사랑이 뭐라고―――――――――――!!!!!!!!!!!!!!!!!!!!!!!!!!!!!!!!!!!"
"좋~~~~~~~~~~~~~~을 때다 이 짜식들아―――――――――――!!!!!!!!!!!!!!!!!!!!!!!!!!!!!!!!!!!!!!!!!!!!!!!!!!!!!"
미안. 나는 자취하고 가로등 옆에 버려진 대형 폐기물 주워와서 헤헤... 코타츠다 코타츠. 접이식 테이블이다. 히터다. 헤헤... 이제 얼어죽지 않아...하고 쓸 때 혼수 준비한단 게 갑자기 꼬와져서. 이 료칸이 뽑혀나갈 정도로, 한창 때 국대를 노리던 폐활량 그대로 쩌 렁 쩌 렁 내질렀다―!!!!!!!!!!
"에, 에에에에에에?!!!?! " "히, 히히히히다이 트레이너님!? 소리가 너무 크시답니다?!!?!? "
아니 진짜로 너무 큰 소리라서 저 위에위에 코우 씨가 계신 방에까지 다 들리겠다!!!!!! 진심으로 이게 무슨 짓이냔 말이다!!!!!!! 남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진짜로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 YES ] 란 대답만 받으면 만사천리로 바로 초고속으로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쳐버리면 어떡하냐 이 말이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진심으로 나라잃은 히메와 같은 표정으로 한동안 히다이를 올려다 보다가........
".....저, 좋을 때는 히다이 트레이너님도 마찬가지 시잖아요....? " "그러니까 소리를 조금만, 조금만 많이 낮춰주시고 이야기해주시면 안될까요......? "
진심으로 간절하게, 히다이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진짜로 이건 비밀이랍니다? 비밀로 해야 하는 이야기랍니다......? "
아니 제발 히다이 트레이너님 제 바램을 들어주세요. 이거 진짜로 비밀로 하지 않으면 다 재미없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라구요.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다보면 또 한 번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나는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가, 잠깐 안 굴러가는 머리를 굴려보는 시간을 가지고... 그대로 내쉬었다.
이번만 봐주는 거다. 생각하며.
"...근데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넌 대체 내 뭘 믿고 그런 비밀 얘기를 하는 거냐?"
"알잖아, 나 성격 안 좋아. 심기 거슬리면 그냥 코우한테 가서 말하고도 남을 사람인데 나 참..."
솔직히 나는 혼활도 때려친 입장이니까 배알꼴릴 만 했다. 혼활, 그거 귀찮은데다 번거롭고 짜증나기야 했다. 그렇다고 오순도순 아내 한 명 자식 두 명 그런 정상가족을 꾸리면 보기에 번듯하겠지 하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남의 기대에 애써서 맞추기가 힘들어졌고 내가 그럴 재목이 아니구나, 내가 지금 혼활까지 욕심내는 건 과욕이고 때가 아니구나 싶었을 뿐. 결론. 아 ㄹㅇ 배알꼴린다고. 뒤질래? 내 앞에서 혼인얘기 꺼내지 마라. 혈압 오른다.
이 쩌렁쩌렁 울리는 데시벨을 듣고 있는 니시키타 미즈호의 표정은 이렇다. 아니 진짜로,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이렇다.
대체 이 분에게 있어 혼수 준비가 뭐가 문제라고 이렇게 커다란 소리가 튀어나오는 것일까......혼인에 있어서 무슨 중요한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아니 진심으로, 진짜로 이해가 안 가니까 지금.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미간을 짚고 있는 니시카타 미즈호가 그래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하냐면....
"......전혀 성격 안 좋다고 생각치 않으니까, 히다이 트레이너님, 소리를 높이시는 것은 그만둬 주시겠어요......?"
아무튼 진정하세요 선생님 이다. 제발 진정하세요 히다이 선생님. 혼수 준비가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소리를 지르십니까? 그리고, 뭘 믿고 그런 이야기를 하냐면, 솔직히 별 이유 없다. 그냥 믿는 거다. 당신은 역시 [ 어른 ] 같으니까. 이런 이야기 해도 괜찮겠지 싶은 거다. "네에, 네에. 꺼내지 않겠답니다. 히다이 트레이너 님. 그러니 진정하시어요. "
눈썹을 살짝 내리며 손을 내젓고는, 마저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계산해 히다이에게 건네려 하였다. 당연하지만 아까와 같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다. 하드 아이스크림? 그런 것은 니시카타 미즈호의 사전에 있을 단어가 아니다. 자고로 아이스크림은 소프트가 진짜 아이스크림이라고 하였으니.....
투명한 구슬로 엮인 발이 꼭 얼음을 엮어서 만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슬그머니 한 손으로 발을 걷어본다. 으음... 멀찍이서 보면 들어갈 문은 있는데 안은 전혀 보이지가 않아서. 타로 겸 장신구 노점상이라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장신구라면 좀 더 잘 보이게 해두지 않나? 하긴 타로니까 좀 비밀스러운 이미지가 더 어울리려나. 일단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
"실례합니- 우왓, 가격 무슨 일이지..."
안으로 들어서자 잠시 확 어두워졌다가, 눈에 바로 매대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장신구의 가격은.... 나도 모르게 가격 무슨 일이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비쌌다. 아니 이게... 일 십 백 천 만... 백 하고도 몇 십만 엔이 더 붙었다고????
이, 이게 플리마켓에서 나올 수 있는 금액대란 말인가?! 잠시 멍하니 매대를 보면서 눈만 꿈뻑이고 있었다. 그, 어, 뭔가 잘못 들어온 거 같기도...
"어서오세요." 어느순간 얼음같은 발의 뒤쪽. 메이사의 뒤쪽으로 그림자가 집니다. 로브를 쓴 여자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은 원석을 사들여 세공한 샴페인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백금으로 만든 목걸이랍니다." 그 쪽 매대가 가장 비싼 것을 늘어놓은 것인가 보네요. 하긴. 진짜 다이아몬드면 저정도 크기(새끼손톱정도만한 느낌이면 대략 4캐럿 이상이다)면 백몇십만엔이 납득될지도. 옆의 케이스 내에 담긴 진주 목걸이도 남양진주나 타히티 흑진주(*남양진주는 크고 비싸다)로 만든 것인지 굉장한 가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다른 쪽 매대는 생각보다 소박한 정도의 가격대도 있네요. 원석이 달린 팔찌나 목걸이가 1만엔 정도나. 리본만인 것은 2000엔 대도 존재합니다. 물론 저 비싼 걸 보고 이걸 보니 상대적으로.. 이지 싸다는 건 아닙니다. 플리마켓보다는 제대로 된 상점에서 볼 법한 거니까요.
"무엇을 하러 오셨나요. 내담자님." 속삭이듯 말하는 속삭임이 느릿느릿하고.. 어딘가 귀가 아니라 머리에 직접 말하는 듯한 그런 느낌일까요. 아니. 이 천막은 왜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넓어 보일까요?
갑자기 뒤에서 들린 소리에 꼬리가 팍 서버렸다. 깜짝 놀라서 이상한 소리도 내고, 귀도 팍 뒤로 젖혀졌고. 뒤로 날아가려는 발을 애써 바닥을 한 번 차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그, 그치만 놀랐고, 반사적이라고 할까 본능적인거라 어쩔 수 없다고 할까 이건...
"노, 놀래라... 근데 어째서 뒤쪽에서..."
매대 안쪽에서 맞이해줘야 하는 거 아냐? 왜 뒤에서 수상하게 등장하는거야 사람 놀라게!! ...물론 다른 일로 나갔다 들어왔다는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무튼... 놀란 가슴을 좀 진정시키려다가 샴페인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 백금 같은 이야기에 또 놀라버렸다. 그, 그런 걸 플리마켓에서 파는 거야? 어디 금은방에나 가야 있을 법한 물건을?!
"하, 하아... .....아니 그... 재료가 좋으니까 비싼 거구나.. 가격은 납득이 가지만 뭐랄까, 학생한테는 꽤 과분하다고 할까..."
지갑적인 의미로 말이지. 그나저나,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다. 말이 귀가 아니라 머리로 직접 전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 사람이 말하는 게 맞나? 내가 멋대로 상상한다던가 환청을 듣고 있는 거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 천막도 묘하게 밖에서 볼 때보다 안이 넓어 보이고.. 아니아니. 인테리어(?)를 넓어 보이게 한 거겠지?
"그냥 구경하러 온 거긴 한데요... 보다가 괜찮은 게 있으면 살지도.. 아니면 타로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