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바티칸에서 난리가 벌어지기 한 몇시간 전, 자료는 모았으나 어떻게 적 세력을 찾아내어 견제할지의 문제에 봉착한 린은 소소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물론 자신이 계속 파고들어 알아낼 수 는 있으나 혼자서는 번거롭다. 물론 몇몇 사람들에게 협력을 요청했지만, 주위에 사람이 없어 미소를 지운 얼굴로 자리에 앉아 턱을 괸다. 마도사인 강철을 제외한 인원은 솔직히 전투에서 유능할지 몰라도 추적 중 수상하다고 바로 덤벼들지만 않으면 다행인 인선이다.
천자 자오 한. 메타적인 도움으로 아무튼, 캐릭터 시점에서는 막막한 심정으로 헌터넷을 뒤져보다가 대운동회때 상당한 강적이었던 자가 근처에 머물고 있음을 알아내었다. 안면은 있으니 협력을 부탁할까 고민중이지만 자신은 이 도서관을 떠나기 힘들었다.
[토고씨 안녕하세요. 저 마츠시타인데 지금 연락되나요?] 마침 그럭저럭 지내는 이들 중 이런 쪽에, 그녀가 본 사람 중 가장 능하다고 해도 좋을 축에 드는 사람이 있어 바로 연락을 한다. //1
토고가 독일에 막 도착했을 무렵, 소시지와 맥주! 그리고 관광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에 토고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메시지의 주인은 마츠시타 린. 암살자. 여러 번 의뢰를 같이 한 사이고 그나마 대하기 편한 녀석. 갑자기 연락이 되냐고 묻는 것에 토고는 [?] 하고 짧은 문자를 보낼 뿐이었지만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가서 토고는 그녀에게 연락을 하였다.
몇 번의 신호음.
"어야, 내다. 뭔 일이고?"
그 신호음이 끝나고 상대방이 '여보세요.' 라고 말하기도 전에 저 말이 튀어나와 용건을 물을 것이다.
토고는 의문을 표했다. 그녀도 말재주라면 꽤 있지 않은가. 거기다 타인에게 먼저 도움을 청할 성격도 아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서 하지 않던가. 그런 그녀가 협력을 구하고 싶다고 그 사람을 설득해달라고 하는 것에 토고는 직감했다. '쪼까 빡셀것 같은디...' 냉큼 승낙하기엔 보수도 없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 여러모로 하자가 많은 부탁이다. 그렇기에 토고는 더 물어본다.
"첫번째로 와 그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일단 즐길 건 즐겨야지. 토고는 조금 작은 소리로 거기다 주변 소음을 억제하는 기능을 사용하며 헬멧의 스피커로 통화를 하며 걷는다. 아싸 공짜 음료. 중간 중간 토고가 "고맙습니더. 아싸 공짜 포도주스" 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어떤 우려를 하시는 줄은 알지만 공교롭게도 저는 다른 일이 있어 그 사람을 설득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요." 네가? 말의 끝에서 대체 어떤 상대이길래 언변이라면 꽤나 자신있을 그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느껴졌다. 게다가 특히 말재주나 득실을 따지는데 있어 비슷한 류인 토고에게 다툼 이후로 솔직하게 대하기는 해도 무의식적으로 동류라 생각했기 때문인지 존심을 세워 지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니 더 의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설명을 한다.
"설득해주었으면 하는 상대는 황서비고의 학생회장 자오 한이에요. 이명은 천자이고, 토고씨도 잘 아는 그 사람이 맞아요." "지금 저는 바티칸 중앙도서관에서 마카오에 출몰한 인형의 출처에 관련하여 조사중이라 여유가 없어요. 무엇보다 저는..." 순간적으로 마음에 걸리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입밖으로 내려다 가까스로 멈춘다. 물론 천자가 자신과 다른 나라의 그것도 거의 10년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흥미가 있을거라 생각치는 않지만. 그녀로서는 걸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저희 쪽에 저를 제외하고서 적극적으로 적을 추적하고 그 세력을 분석하는데 능한 사람이 없어요. 게다가 시시각각으로 불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 한시가 촉박해요." "그러던 차에 제가 아는 분들중 이런 협상과 설득에는 토고씨가 제일이라 생각들어 연락들었어요."
포도주스라는 소리가 희미하게 전화상으로 들린다. 저는 도서관에서 실컷 논문과 논문과 해명만 하던 참이건만. 더 이상 미워하지는 않지만 참 그를 대할 때 묘하게 약이 오르는 건 어쩔수가 없었다. "카페라도 들르신 건가요?" //5
꿀꺽꿀꺽 캬... 맛 진한 거 봐라! 여는 큐브 스테이크고.. 오... 이 냄새... 이 크기.. 소시지다!!! 역시 독일은 소시지지. 암! 토고는 소시지도 구매하며 통통하게 육즙 오른 소시지를 이빨로 껍질을 뚫는다. 탄력감 넘치는 껍질이 순간적으로 팟! 끊어지며 내부에 갇혀있던 육즙이 폭발하듯 튀쳐나와 입 안을 각종 향신료와 돼지고기가 오랜시간 만나 서로 이루는 조화로운 맛을 선사해줬다. 쓰읍.. 맛있다... 여기에 빵 끼워서 다진 양파랑 피클 넣고 머스타드.. 아니, 소금으로만 먹어도 맛있겠다...
"아, 미안.. 제대로 못 들었다."
먹는다고... 하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다.
"자오 한. 천자 녀석을 설득해달라는기제? 바티칸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토고는 잠시 소시지를 우물우물 먹고 삼킨다.
"요약하믄 바쁘기도 하고 천자를 설득하기엔 내가 적합해 보여서 부탁하는기제? 마침 내도 독일이라 가라면 갈 수 있긴 한데"
문제는... 정확한 위치다. 천자의 위치.
"천자, 고놈아가 바티칸에 있나? 바티칸 어디? 그 신원부터 내가 찾아야 하는 기라믄.. 쪼까 힘들고 엇갈릴수도 있데이. 알고 있제?" "그리고 바티칸이 심상치 않다면 거기에 가는 내도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말해도가. 뭔 일인데?"
전화 너머로 들리는 먹방 asmr에 린은 먹는데 정신이 팔린 상대는 못 알아챌 작은 소리로 콧방귀를 꼈다. 마카오 사건을 끝내고 공교롭게도 후련하게 먹고 마시고 식사 타이밍을 즐기던 중에 그녀가 끼어든 모양이다. 마침 방금 전에 술에 꼴아 잠든 사제와 대화했더니 여태 비어있는 배의 굶주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참아야 하느니라...이 모든 고난도 나중에 신께서 알아주실테니, 참는다.
"네. 정확하셔요." 먹고는 있어도 토고 쇼코 특유의 회전이 빠른 머리로 핵심은 다 캐치한 것 같았다. 게다가 마침 독일이라니 무슨 일이지는 알 수 없으나 잘 되었따 생각하면서 얘기를 이어간다.
"바티칸 근방에 머무르고 있다 보았어요. 딱 지금 출발하시면 따라잡으실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그런 거라면 당연히 말씀드려야지요 키르카 보디악과 같은 존재가 바티칸에 나타난 것 같아요. 아니, 출몰한게 거의 확실해요" 천자의 위치를 메세지를 통해 좌표로 찍어 보내며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