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재하는 생긋 눈을 휘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비구를 가린 탓인지 입이 진실로 웃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노는 분노지만, 지금은 다른 것이, 가르침이 중하다. 의자에서 폭 뛰어내리듯 일어나는 모습이 제 눈엔 귀여운 탓에 재하는 순간 진심으로 나오려던 탄성을 꾹 참고자 노력했다. 이 자리에서 귀엽다고 했다간 가르침이고 뭐고 큰일이 나겠지! 재하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에 찬 부채를 손에 쥐고, 공손히 손을 앞으로 모았다.
"괜찮사와요. 이리 배려해주시니 되레 감사할 따름이옵지요."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가 배려해주는 가르침은 쉬이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이 순간을 기연이라 칭하며 무한히 감사해야 할 일이지,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했다간 영혼까지 분절나 천마님도 못 뵐 것이 뻔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작은 육신을 보자니 등골이 오싹하다.
하물며 피어오르는 흉흉한 기백은 뒤에 아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여실히 비추는 듯하니, 본모습이 무엇인지 보이는 터라 재하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꾹 깨물 수밖에 없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앞서지만 재하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부채를 반만 펼치며 자세를 잡았다. 떨지 말자. 가르침에 감사해야지!
"부디 한 수 부탁드립니다."
남궁지원이라 생각하고. 소리 듣기가 무섭게 재하의 눈빛이 변했다. 형이라 생각하고는 있으나 남궁지원이라는 부분이 조금 더 강한 것 같았다. ……하나 참 이상한 일이다. 표정은 온후한데 눈빛에 서린 것이 집념에 가까우니, 호승심이 들끓다 못해 피까지 같이 끓는 모양이다.
귀영심법 어두운 영광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도 순식간에 재하는 사라지듯 존재감이 흐려졌다. 귀영심법의 묘리로 하여금 쉬이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리라.
수라선 마공천섬
그리고 어느 틈에 춤을 추듯 재빠르고 우아하게 나타난 재하는 허초와 실초를 섞었다. 부채를 펼치는 듯싶다가도, 단숨에 접어 손목과 어깨 부근을 찔러내려 한 것이다.
재하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직격한다. 그의 주먹은 아팠다. 아픈 것은 그의 뺨이었을지, 아님 다른 것이었을지.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듯 뱉었다.
"저 역시... 이런 결말은 원치 않았습니다."
정말. 우린 서로를 모르는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제 정인의 과거를 몰랐고, 제 정인은, 그의 본성을 몰랐을까. 그의 정인은 몰라도 그는 제 정인의 과거를 알려고 하지조차 않았으니 바보같을 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얼마나 후회할 일이 많은지.
변명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변명을 듣고싶지는 않을 터다. 여기에서 자책해봤자 꼴사나울 뿐이겠지. 공자께서 바라시는 것을 드리면 될 뿐이었던가.
멱살이 풀어지자마자 그는 재하의 뒷머리를 휘감아 잡고는 입술을 맞추려고 했다.
재하의 말이 더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듯, 길게 이어진 입맞춤에서는 쇠맛이 났다.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는 재하를 놓아주었을 것이다. 놓아준 재하와 눈을 맞추며 그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공자. 공자께서 원하시는걸 알아채지 못해서."
재하가 저항했든, 아니든, 그는 잡고있던 재하의 머리를 잡아 끌어 제 가슴팍으로 끌어당겼다. 품에 꾸욱 눌러 파묻으려는 듯이 안고선 눈을 감았다. 이리 간단한 것을, 왜 그는 피하고 있었던가.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시길. 저는 공자를 버리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는 한껏 사랑해드리겠습니다."
"자주 사랑을 속삭이고, 품에 안아드리고, 머리를 쓰다듬어 드리겠습니다. 이따금씩은 서로의 머리를 빗어주는 것은 어떠십니까. 어떨 때는 서로의 품에서 잠들고, 어떨 땐 무릎에서, 온기를 느끼며 잠들겠지요. 제발 부탁이니, 제게 죽는다는 말 하나만큼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이 내게 당신을 내어준 만큼, 내 안은 당신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것이 사라지면 그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을 알기에, 더더욱 간절하게 말하며 재하를 끌어안았을지도 모를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