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윽, 하고 눈물 꾸역꾸역 삼키는 소리가 서럽다. 귀한 비단을 적시면 호되게 혼이 날 것이란 생각이 각인된 탓에 굵어지는 물방울을 소매로 닦지도 못하고 손바닥 끝으로 눈가를 쓸어올리듯 처량하게 훑어낼 뿐이었다. 앉긴 하였지만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한쪽에 두고 고개를 숙인 몸은 이따금 울음 탓에 숨이 부족하였는지 크게 움찔거리며 떨렸으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서러운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려오던 몸의 떨림도 잦아들었다. 붉은 기운이 번진 눈가와 코는 겨울 바람이 차갑게 식혀주고, 눈물에 젖어 달라붙은 머리카락은 손길 하나하나에 언제 울었냐는 듯 자연스러운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분노,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 그것보다 추, 추태를 보였사와요."
훌쩍, 아직 울음 섞인 목소리지만 더 울지는 않을 모양인 듯싶다. 후련하게 울진 못했지만 일생 살며 이리 울어본 적은 처음이라 부끄러우니 더 소리 내고 싶진 않았다. 또한, 아무리 원한이 깊다 한들 분노하진 않을 터였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자 했다. 분노에 잡아먹히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을 테고, 당신에게는 분노보다 더 깊은 감정이 자리했으니. 수고가 많았다며 자신의 성취에 대해 담담히 얘기할 적에는 하마터면 다시금 눈물의 둑이 툭 터져버릴 뻔했지만.
"……."
불꽃이 타오르는 걸 빨개진 눈으로 우물쭈물 지켜만 보던 재하는 천천히 눈을 굴렸다. 조그마한 몸집과 사랑스러운 모습이긴 해도 형님이다. 다 장성한 모습을 알고 있으니, 겹치는 부분이 이리 보니 몇 보였다. 그러다가도 질문이 들어올 적 황급히 시선을 굴리더니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었다.
"……그렇, 지요. 시간이…… 어느덧 봄에서 겨울이 되었으니…… 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지. 재하는 의기소침하게 눈을 내리 깔다가도 분위기 더 어색해질까 싶어 조심히 말 덧붙였다. "과찬이어요. 형님께서도, 그러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귀여워지셨다? 큰일 날 소리. 사랑스럽다? 얻어 맞을 소리. 그러니까…….
"새로이 성취를 이루시었군요. 경하드리어요."
분명 형님의 발 끝이라도 미쳐보자 싶었는데, 조심조심 뱉는 목소리가 어느덧 잔뜩 들어있던 긴장을 풀고 희미하게나마 비치는 동경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7년 전, 그리고 결혼식 이전에 보였던 존경과 동경, 우상을 보는 듯한 모습처럼.
그 대답에 모용중원은 입꼬리를 올린다. 조금 더 편안하게 중원은 재하에게 감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파니 마교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친한 두 사람이 만난 것처럼 그 입꼬리에 기쁨과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존경과 동경을 받음에 기쁜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만난 이들은 초절정인 자신을 놀라했지, 그것에 축하를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인 탓이다.
"그래. 드디어 내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 7년 전에는 지원이와 적호검희의 뒷꽁지나 쫓던 것이 드디어 그들과 비슷하거나 앞서나갈 수 있게 되었어."
순수하게 기쁜 아이처럼 미소를 짓는 중원에게는 호승심의 그것이 느껴질 터였다. 중원의 삶은 스물 하나의 나이로 계속 채찍질되었으니. 일류 초입에서 초절정의 초입까지. 7년의 시간동안 내달려 도달한 결과였다. 그러다가 중원은 겨울이 옴에 따라 드디어 그것을 떠올린다. 기억 속, 자신에게 폐관에 들게 될 것 같다고 편지를 붙힌 자신의 의형제가 그 이후로 한 장의 답신도 받지 못하고 있던 것을.
"재하야. 너는 지원이 소식을 들었더냐? 듣기로는 예은낭자와 함께 폐관에 든 모양이더구나. 여름의 끝무렵에 폐관에 들었으니 곧 겨울이 지날 때가 되었으니 곧 폐관을 깨고 나오겠어."
서운하게 눈을 내리던 재하의 그것이, 폐관하여 수련하는 지원이의 성취를 못 따라갈까 걱정하는 것이리라고 중원은 으레 짐작하여 떠올렸다. 자신이 그러했듯 재하에게도 호승심이 있기 때문이리라고. 그러니 중원은 왼팔을 돌리며 팔을 푸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소식은 알고 있을테니 네가 나를 찾아올 정도면 알 법도 하구나. 지원이 그 녀석을 놀라게 해줄 심산인가보지? 그렇다면 나를 잘 찾아왔단다. 지원이의 버릇, 자세, 무공, 경지까지. 나만큼 그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몇 없을테니 말이다."
중원의 입가는 조용히 침묵으로 깃든다. 소녀가 하는 행동, 소녀가 하는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중원의 눈에는 더없이 익숙하고 또 익숙한 법이다.
"그러면."
소년은 나직히 답한다. 그것은 답답한 탄식. 그 속에서 중원은 번뇌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번뇌팔보 망통보 -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내공을 10 소모함으로써 2단계 이하의 부상에 따른 고통을 무시하고 행동합니다. 단, 효과는 일회성이므로 한 레스에만 적용됩니다.
소녀의 검이 살을 꿰뚫고, 소년의 복부에서는 피가 조금 흘러내린다. 상처를 입었으나 무표정히 소년은 소녀를 바라본다. 가르침이라 하기에는 어딘가 뒤틀렸을 터였다. 그것이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소년은 알 것도 같았기에.
"너는 칼을 믿었구나."
소년은 말없이 탄식을 뱉었다.
"믿을 것이 없어 칼을 믿었으니. 닿을 것도 칼에 의해서겠지. 그러니 무공의 끝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비틀고 뒤섞어 네 맘대로 무공을 만들려 들었겠지."
그렇기에 소년은. 불같이 분노하여, 소녀를 바라볼 뿐이다.
"그래도."
그 눈에, 노기가 서린다.
"그래도 너는 무가 닿을 길을 믿어야 했다."
중원은 손으로 검을 뽑아내고 번뇌에 따라 고통을 밀어낸다. 아픔 따위는 찰나의 것에 불과하여, 곧 번뇌와 함께 흩어질 것일 뿐이다.
"지금의 검 따위로 수 천의 삶을 구제할 수는 없음이니."
그러니 소년은 지금 가르침을 내린다.
"정正의 무공이란 우직히 걸음으로 뜻을 해석하는 것이다."
지금의 죽음이 수천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남는 장사라고? 그 미래에 다다를 길에, 수천만의 목숨을 구할지도 모르는 것을?
소년은 그렇기에, 소녀에게 묻는다.
북위검 제국건국검 - 내공을 60소모합니다. 이 일격은 한 제국을 건설하는 검이요, 황제를 시위하는 검이었으니. 후방에 두고있는 아군에게 용기를 주고 적들에게는 위압감을 주며 아군 모두에게 행동 보정을 줍니다. 또한 일격에 상대를 참살할 경우 아군의 사기에 높은 보정을 받습니다.
소녀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갈 그 검은. 잔혹하나, 그럼에도 수억의 이들을 수호할 제국을 만드는 검이었다.
소녀의 검이 낭창거린다. 어딘가에서 본 유검을 제멋대로 훔쳐낸 것. 소녀의 검이 빛살을 그린다. 어깨 너머로 견식했던 쾌검을 조악하게 구현한 것. 소녀의 검이 그렇게 천변만화한다.
하나, 그 중에서 어설프지 않은 것 없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배울 수 없었기에. ···그 누구에게도, 감히 배울 생각을 할 수 없었기에.
침잠한다. 소녀의 기억은 옛 과거들을 더듬는다.
소녀는, 태생적으로 너무나도 선하고 또 선하여서. 족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얼기설기, 조악하게 모아 누더기처럼 기워낸 것이 지금까지의 제 武입니다. 예에, 저 같은 것에게 어울리지요."
소녀의 목소리 중 일부가 부자연스럽게 뚝- 잘려나간다. 소녀의 검이 계속해서 휘둘러진다.
그러나, 그 꾸짖음에 대답하는 듯. 삼재검법만큼은 그 원형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었다.
삼재검법, 중단세. 삼재검법, 횡베기. 삼재검법, 종베기. 삼재검법, 극점격.
정확하고 곧게, 손목을 더욱 이용하여 검을 내려친다. 그리고는 한 발자국 물러나며 다시 중단세를 취한다. 그 상태에서 약한 완력이나마 더하여 정확하게 횡베기를 그린다. 다시 중단세. 다시 한 발자국, 진각을 내디디며 내공과 함께 끌어올린 힘으로 찌르기를 쏜다. 다시 중단세.
그런 버릇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백지로 되돌아간다.
"하아, 하아···."
금새, 소녀의 숨이 차오른다. 태어나기를 병약했다. 단련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였으나, 그저 타고나기를 그러했다. 그에 대한 서글픔은 없었다.
아니, 자기자신에 대한 서글픔만 없었다.
검에는 절절히도 타인을 위한 울음과 정이 가득하면서도 기이하리만치 저 자신은 없었다.
소녀는 제 가슴이 옥죄여오는 것을 느꼈다. 늘 단기전으로 끌고가 겨우 무마했던 천성의 약함.
그러나, 그 안에는 분함은 없었다. 자책만이 있었다.
──대지는 어느덧, 꿈은 어느덧, 점점 더 선명함을 더했다. 그럴수록, 땅은 지옥과도 같이 붉게 물들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