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말했지 않나. 나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고. 상제든지, 천마든지, 그 누구도 내 믿음을 받지 못할 것이다."
설령 그런 존재가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믿는다고 구원이 찾아오리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는 누구의 구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그 끝에 기다릴 허무한 파멸이었으니. 다만 먼지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싸우는 것, 그가 바라는 유일한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바라는 죽음은 그것이고, 바라는 삶이란 또 다른 것이었지만... 그것들을 전부 제 손으로 망쳐버렸으니.
자객이 말함에도 그는 칼을 뽑기는 커녕 손잡이를 건드리지조차 않는다. 어쩌면, 내공조차 쓰지 않는 듯 했다. 벼락과 같은 소리를 뿜어내는 뇌기가 그의 몸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 많구나. 나를 죽이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라도 있느냐?"
어쩌면 자객을 보낸 이가 자신의 진심을 캐내오라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 경비 삼엄한 남궁세가에 들어올 정도면 자객을 보낸 이가 누군지는 쉬이 알 법도 했다. 더군다나 비수가 아닌 부채를 쓰는 자객이라니. 사파의 살수들은 그런 암기를 쓰지 않는다. 허나 그는 그런 것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언급할 자격이 없는 것일지도.
"빨리 죽이거라. 나를 죽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
그의 말과 함께 자객의 몸이 쏘아져 나온다. 이번에는 제대로 반응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칼의 손잡이 위에 손 올렸다. 허나 그럼에도 뛰지 않는 심장이라니. 그는 조용히 손잡이에서 손을 떼어냈다. 정말로 제 몸이 스스로를 뉘일 곳을 여기로 정한 모양이었다.
"....하하. 생각보다도 별거 없구나."
가슴팍과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가 히죽 웃으며 눈 앞의 자객을 향해 손 뻗는다. 손은 자객의 가면을 벗기려는 듯, 재하의 얼굴 앞을 허우적거렸다.
벗겨졌든 아니든, 그는 이미 자객이, 혹은 자객의 뒤에 있을 이가 최소한 누군지는 알았기에, 피흘리면서도 히죽 웃을 뿐이었다. 생각보다도 죽음이란 별거 없었지만, 이만한 죽음이면 만족스러웠을지도 몰랐다.
"함께....떨어져달라고 했었으니..."
피가 흘러내려 말을 더듬었다. 그날 난간 밑에는 내가 없었다고 했었던가. 나는 그날 생각했다. 난간 위에 없을지라도 난간 아래에는 반드시 있겠다고. 그래, 이만하면 그 아래에서 기다리는 것 아닐까. 그는 적어도 그리 생각했다.
파앙-! 촉수들이 수면을 내려치고 물줄기가 높이 솟구친다. 여무는 그곳에 없었다. 팔의 비늘이 잘그락잘그락 파도처럼 출렁이면서 움푹 패인 곳을 재정렬하였다.
그는 전방으로 후퇴하여, 전방과 후방을 뒤집어버렸다. 그의 말대로 이것이 저것이요 저것은 이것이라. 좋은 수다. 그러나.
"검로가 너무 정직하구나. 손자가 이르기를 병법은 곧 기만이라 하였다."
능력이 있되 능력이 없는 것처럼, 필요하면서 필요하지 않을 것처럼. 가까운 곳을 노리며 멀리 노리는 것처럼, 먼 곳을 노리며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 허나 그의 검은 단조로워보인다. 어째서인가? 그녀는 한쪽 발을 떼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 앞으로 칼끝이 지나갔다.
"꼭 내기를 끌어올려야 하고 무공서에 쓰여만 있고... 그런 검공 초식이 아니어도 취할 수 있는 자세가 많다."
"검이 만병지왕이라 불리우는 이유는 특출난 장점이 없되, 매우 다재다능하기 때문이야."
천하제일신공에서 길거리 삼류무공까지 똑같이 공유하는 원리가 있다. 검과 검을 쥔 인체에 대한 구조를 이해한다면 거기서 갈라지는 자세의 개수가 곱절의 곱절로 늘어난다. 그 경지에 이르면 무공은 요리에 뿌리는 양념처럼 변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사용하여, 더 적게 사용하되 더 폭발적인 위력이 나오게 된다.
"아까처럼 검과 검, 검과 팔이든... 서로의 무기가 엮일 때 취할 수 있던 수가 얼마나 많았니? 그 자세에서 네가 손잡이를 위로 들어 칼날을 빼 버렸다면. 내 팔은 제 힘에 떨어지지만 네 검은 방해물 없는 내려치기가 가능한 위치로 향했을 것이다."
재하의 울음이나 그 목소리가 숲을 처량히 우는 것을, 중원은 조용히 들을 뿐이었다. 반로환동을 하며 중원은 타인보다도 더욱 긴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 긴 시간의 찰나에 불과할 눈물을 기다리지 못할 만큼 급한 사람도 아니었다. 대신, 중원은 다소곳이 앉아 재하의 말을 들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고개를 조용히 좌로, 우로 흔들면서 단지 울 시간따위를 얼마든지 기다렸다. 그러면서 중원은 조용하고 또 연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모습에 부처님의 얼굴이랴. 그저 중원은 지금의 재하를 두 눈에 담아두었다.
"무인이라면 성취를 자랑해야지. 응당 사내라면 다시 만남에 기뻐해야지. 원한이라면 네가 칼을 맞았음에 분노해야지."
초절정에 들어선 이의 눈에는 재하가 밟아온 길이 느껴졌다. 중원이 내달려올 때, 재하는 자신을 쥐고 있는 스스로와 싸워왔단 것을. 그 길을 내달려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절정 무인의 경지에 이를렀구나. 그래."
수고가 많았다. 그 말을 마치며 중원은 불씨에 나뭇가지를 집어넣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을 두고 두 사람은 어색한 침묵을 지킬 뿐이다. 재하가 찾아올 정도면, 지원은 아직 폐관을 깨지 않았을 것이니. 느지막히 재하에게 물음을 던졌다.
"시간이 참 잘 가긴 한 모양이야. 더 성숙한 느낌이 되었어." // 짧은 이유 : 옆에서 지인이 말을 계속 걸고 있음...
노래하듯 나긋나긋하고 부드럽게 말했지만 웃음기와 조롱 섞여있는 것이 독하다. 겨울철 추위도 이만큼 독할 리가 없었다. 증오스러움이 이미 꽃 피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이미 알고 싶은 생각 없노라 얘기했을 때부터 위태롭던 정신은 한계까지 내몰렸고, 내공조차 쓰지 않는 모습에 서서히 떠밀렸다. 저 사람이 계속해서 자신을 기만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당신이, 아니, 당신을 포함한 이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다. 누구 하나 막지 않고 지켜보며 기어이 일 벌이면 자신을 탓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것이라 믿었다. "……." 그렇게 겨우 붙들었던 정신은 떨어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상승세로 부채 휘갈길 적 피가 튀고 큼직한 손은 얼굴의 가면을 벗겨버린다. 바람에 모래알 흩어지듯 가면은 가볍게 붙잡히고, 부채를 쥔 손이 바르르 떨렸다. 모든 것이 드러났다. 높이 뜨인 속눈썹과 홉뜬 두 눈동자, 영준한 이마와 반듯한 콧날, 쥐라도 잡아먹은 듯 새빨간 입술……. 단 몇 달 만에 끝없이 만개하고, 농익어가며 새로운 미의 관점을 정의할 정도로 재하는 달라졌다. "누가 지금 떨어져 달라 하였습니까?" ……달라졌다. 아무리 쪽졌다 한들 휘몰아친 바람 때문에 잔뜩 부푼 듯한 머리카락, 금방이라도 노성을 내지를 것 같지만 겨우 억누르는 나지막한 목소리는 과거 신수와도 같던 온후하고 여리며, 수심 깊되 사랑스러운 모습 온데간데없고 맹수와 다름없는 흉포함만이 여실히 드러났다. 초점 잃은 두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광적인 신앙심과 살의가 당장의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남궁지원." 당신의 앞에 있는 것은 재하다. 그러나 그때의 재하라고 한다면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홀로 남겨져, 간신히 스스로의 이야기를 쌓았기 때문이다. 당신 없는 시간 동안 재하는 여상할 수 없었다. 아마 당신도 어렴풋이 눈치챘을 것이다. 결혼식에서 재하를 향해 외치던 '국장님'이라는 단어라든지, 당신이 사랑을 확인하고자 예은의 앞에 데려갈 때 재하의 부하들이 언급한 '감찰국'이라든지, 절대 평범할 수는 없을 터다. 아니, 교국의 행정체계와 직위 정도야 중원에도 어느 정도 퍼져있지 않은가? 설마 그 시간 동안 홀로 살아가며 평탄하기만 했을까, 그토록 협과 의를 추구한다는 맹에서도 의견을 대립하며 갈라지는데, 소교주끼리 서로 경쟁하는 교국이 과연 안온할 수 있을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여리고 사랑스럽던 꽃을 무참히 짓밟았다. 의지할 곳조차 사라진 꽃은 가시를 품었고, 가시는 독을 품었으며, 독은 광증을 품었다. 두 눈동자가 당신을 비정하게 마주했다. "더 기만하지 말고 검을 뽑아라. 강호에 발 들였으면 발 들인 대로 행동해야지 어디서 피 뿌리고 다니는 놈이 인간다운 짓을 하려고 해. 네가 그리 바닥을 구른다 하여서 민초의 삶이라도 살 수 있으리라 믿느냐?" 이리 지나치게 나오고 싶은 마음 없었냐면 진실이다. 당신에게 이렇게 대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멈출 생각 있냐면 아니다. 멈추지 않을 터다. 앞날이 두려웁지 않느냐면 이 또한 거짓이다. 두려운 것은 단 하나다. 생각은 끝없이 이어지고, 끝없이 과거는 고개를 치들고, 끝없이 흔들리고, 끝없이─ 끝이 없는 끝을. 재하는 이 순간, 뚝 하고 무언가 끊기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네가 나를 진정 위했더라면." 서두를 한 글자씩 똑바로 발음하는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검을 꺼내 한 초식이라도 받아쳤어야지. 네가 나를 사랑했더라면 그리하였어야지. 너는 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지켜야만 하는 꽃으로만 보였나? 내가 그저 기녀로 보였어? 다른 사람들처럼 일단 가두고 무엇 하는지 지켜보고자 하는 장식품으로 보였냔 말이야, 너는, 너는 내가─" 한 호흡, 침묵이 일고 애써 억누르던 감정은 당신의 입에서 다시금 피가 뚝 떨어질 때 찢어지는 절규와 함께 처절하게 일그러졌다. "난 당신을 믿었어, 널 믿었다고!! 남궁지원, 이 씨발 새끼야─!!" 지금껏 재하는 이렇게까지 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다. 있더라도 루주에게 겁간 당할 뻔하여 제발 살려달라 처절히 외치던 순간과 나 노인의 작고를 접하고 묘소 찾아가 목 놓아 울던 순간 외엔 없다. 그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이 재하에게 있어선 처절하고 괴로웠다. 목에 핏대가 서고, 한 번도 누구에게 제대로 들려주지 못하던 본래 목소리는 그마저도 찢어질 듯 갈라졌다. 끝은 뒤틀려 삑나기까지 하니, 처절하다 못해 한 담긴 목소리가 남궁세가에 쩌렁쩌렁 울려 퍼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남궁세가의 피를 이은 자를 욕보이고, 하물며 그게 욕 한 번 제대로 뱉지 못할 것 같은 여린 인상의 사람일 줄은. 부채를 꽉 쥐는 모습에서 살의보다 더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당장 검 뽑아. 말하지 않아도 온몸이 그리 표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