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아지를 확신하게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지는 위풍당당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바보나 멍청하다는 말이 아지가 했던 것보다 많이 돌려받는 것 같다. 이렇게 복수를 당하는건가 싶다. 볼을 잡아당기니 으이- 하면서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지만 이내 바보처럼 웃어버리는 것이다.
"도망 안 가~! 여기 있는다고 했잖아아" "그리고 어차피 혜우랑 평생 친구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환하게 웃고서 혜우의 토닥거림이 느껴져 마지막으로 혜우를 조이듯 꽈악 안고서 손을 풀고 의자에 착석한다.
"응~! 이야기 해줄 거야~?"
손짓을 보고서 아까의 물을 혜우에게 내밀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혜우는 지금껏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많지 않아보여 남몰래 걱정이긴 했다. 물론 거기까지 걱정하면 주제넘는다고 들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혜우에게 친구가 생긴다면 자신으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다만 너무 급하게 생긴 것이기 때문에 살짝 당황스러울 뿐이다.
"하고싶은 얘기 다 해줘~"
눈을 반짝이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때다 싶어 바보 멍청이 해삼 말미잘 멍게 한아지라고 들을지도 모르겠다.
여로는 이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눴던 카드 패를 하나로 합치고 트럼프 뭉치를 한 데 모아서 손에 쥐었다. 그리곤 A부터 K까지 모든 트럼프를 보여주듯 늘여놨다.
"다우트는 말 그대로 [거짓말]이야. 거짓말로 하는 게임인데, 랜덤으로 배정 된 카드 패를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뒤집어서 거짓말로 말하고 버리는 거지. 예를 들어서 이게 ♠A인데, 나는 이걸 거짓말로 낼 거야. 예를 들어서 5라고 속여서 냈다고 칠게. 말할 때는 반드시 뒤집은 상태에서 냈다는 숫자를 말하면 돼-"
여로는 ♠A 한 장을 보여주곤 그것을 자신의 패처럼 쥐더니 "5-" 하고 ♠A를 뒤집은 상태로 내밀었다.
"자신의 패를 보여주지 않고 한 장씩 버리는 건데 가장 먼저 비우는 쪽이 승리- 근데 턴이 지날수록 말하는 숫자는 커야 해. 5로 시작했으면 6부터 말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A를 내밀었는데 5라고 속인 거잖아-? 말했듯이 반드시 진실로 낼 필요는 없거든- 그 때, 상대방이 [다우트]라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이게 거짓인 걸 들켰다면, 1장 추가로 가져가는 거지- 어때?"
>>58 저건...진심 모드라기보다는 그냥, 어느 정도 방해꾼을 치워주는건데...그냥 저지먼트의 패기가 마음에 들었을때 나오는 그런 거예요! 딱히 봐주고 말고가 아니랍니다. 만약 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보스전때 블랙 크로우가 뒤에서 나타나서 대충 20명 정도와 싸우게 되었을 거예요!
면상 조금 갈려도 인첨공 과학기술 수준을 보면 말끔히 치료받지 않을까? 아지 에임이 아무리 구져도 죄책감 따위 하나도 가질 필요 없다고 오너는 생각한다. 품 안의 고양이는 대충 안긴 것이 불만스러웠는지 고개 빼꼼 내민 채 아지 쪽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 캣닢 향에 여전히 미련 품은듯 하다.
[와] [진짜 못생겼다]
못생겼단 말도 거리낌 없이 해버리는 것이 아지의 귀여운 배려에 확 대비된다. 그 와중에 카오티콘은 마음에 들었는지, 하트 모양 리액트가 아지의 문자 밑에 퐁실 떠오른다. 살살 웃으며 그걸 꾹 눌러 저장하려다, 숨 들이쉬는 소리에 문득 아지 쪽을 돌아본다. 왜 보는지 모르겠는다는 얼떨떨한 무표정이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눈 휘어 웃어준다.
[고마워 ༼;´༎ຶ ༎ຶ༽] [고등학교 올라와서 말 놓은건 아지가 처음이다?]
질문에는 불확실할 여지 남기기 꺼려하는 성향 탓인지, 그 후 뭐가 잔뜩 온다 (그와중에 카오티콘 훔친 티 대놓고 낸다.)
[응, 존대 해. 어릴땐 그래도 동갑내기한텐 반말 썼는데 언젠가부터 부모님이 이런 부분에 엄해지시더라. 그래서 이렇게 버릇 굳었어] [말 너무 잘 듣는 티 냈나? ㅋㅋ] [초면이면 존대 쓰는데다 말도 내가 먼저 놓자고 안 해버릇해서 말 놓은 친구들 중학교때 애들밖에 없을걸] [나도 아지한테 궁금한거 있는데. 머리 어쩌다 그렇게 길어졌어?]
수업을 듣다가도 그런 소리로 사르르 웃는 아지였다. 아지는 오늘 하루종일 신이 나 있었다. 걱정했던 일(블랙 크로우와의 결전)도 크게 다친 사람이 많지 않은 정도로 다행스럽게 끝이 났고 무엇보다 오늘 저지먼트 1학년 단톡에 다같이 영화를 보자고 해두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은 될 터였다.
수업이 일찍 끝이 나 간식을 사 가지고 부실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들뜬 기분에 너무 많이 사 버린 것이다. 대형마트 카트에 반쯤 가득 찰 정도였으니 마트 직원이 어떻게 가져갈 거냐고 걱정할 만도 했다.
"이럴 때는 아빠 찬스~"
그리고 칩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사이좋게 차를 타고 왔지만 부실로 간식들을 가지고 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아빠의 도움을 받아 학교 건물까지 간식들을 가지고 오긴 했지만 부실까지 부탁하는 것은 미안하기도 하고 외부인이기도 하여, 커다란 봉다리를 양손 가득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 다 왔다아아"
목에 걸고 있는 코뿔소 카드를 겨우 부실 문에 인식시킨 아지가 부실 문이 열리자마자 부실로 쏟아지듯이 끌려들어온다. 잘 보면 아지는 양손 뿐 아니라 목에도 장바구니를 걸고 있고 거기에도 간식이 가득 담겨 있다.
3학년이 되자마자 마주친 인첨공의 어둠. 한양은 게임 마지막 분기에서 드디어 중간보스를 본 느낌이겠다. 중학생 때까지 합하면 경력만 대략 5년이니깐. 신입생들에게는.. 시작하자마자 보스를 본 것이군. 그래도 어느정도 끝나지 않았는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잠시동안의 평화는 누릴 수 있었다.
여유롭다. 물론 부원들만 말이야. 나는... 일해야지. 사실 블랙크로우와의 결전기간 동안은 일에서 손을 뗐다.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으니깐 말이야. 평시의 행정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일이 사라지나? 아니..쌓이고 쌓이다가 밀리는 거지. 그럼 이거는 언제 해? 결전이 끝난 다음부터 해야지.
"하..씨이...블랙크로우 이 개새.. 일이 엄청 밀렸네. 얘네들 구치소에서 이 일 좀 대신 시켜야 돼. "
부실에서 혼자서 일을 하는 서한양. 책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서류철이 쌓여 있다. 속으로 일을 밀리게 만든 블랙크로우를 욕하며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혼자서 불을 끄고, 스탠드만 킨 채로 말이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인지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아지였다. 아무도 안 왔겠지라는 말을 들어보아, 부실에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당연히 불을 껐으니깐 그랬겠지. 모습을 보니..우와.. 삼도류도 아니고.. 양손과 목에 과자가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왔었다. 뭘 할려고 산 거지? 저 정도 양이면 단체로 먹을 양인데. 단체로 파티라도 하려는 건가. 내 귀에는 안 들리는 걸로 보아, 학년들끼리의 친목회인가.
그야 당연히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도 성운이 굳이 은신처의 주소를 불러준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성운이 아는 범위 내에선 은신처가 더 가까웠고(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다가 사고를 막은 참이다), 둘째는 수경이 텔레포터인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수경이 텔레포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성운은 굳이 또 병원에 데려다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미 은신처까지 온 것을 굳이 후배를 두 번 고생시키는 모습을 만들기 싫은 것도 있고, 인첨공의 의료공학이 워낙에 발달되어있다 보니 굳이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단순염좌 정도는 개인이 상비약품으로 치료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말 진료는 진료비에 할증 붙으니까요······.”
어찌됐건, 보잘것없이 작은 몸뚱아리라도 일단 살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급하면 할증 좀 붙어도 병원을 가는 게 맞다만, 발목 삐끗한 정도로는 할증금을 내기 싫었던 것이다. 최근에 집을 꾸미느라 다람쥐 곳간마냥 차곡차곡 모아놨던 돈들이 사라지기도 했고.
“무슨 말씀을요,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데─” 하며 부목을 마저 비끄러맨 성운은, 수경이 다시 자리에 앉자 눈을 깜빡이며 “혹시 제가 뭐 더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하고 덧붙여오다가 “그렇지, 좀 있다 식사하려던 참이었는데, 후배님도 한 그릇 먹고 가실래요?” 하고 물어온다.
링거를 맞은 자리에 멍이 들었다. 리라는 바늘이 꽂혀있던 팔을 노려보다가 얇은 가디건을 걸쳐서 그것을 가린다. 시선을 돌리면 새롭게 받아온 반투명한 약봉투 속 알약들이 바로 눈에 밟힌다. 리라는 길게 이어진 봉투를 들어올렸다. 친절하게 종류와 용량까지 써서 1회분씩 나눠담아 줬다.
"하아."
약통 버리지 말 걸, 그깟 성질을 못 이겨서. 그렇게 생각하고 겉옷 안주머니를 뒤져보는데—
"어?"
편지가 없다. 뒤적거리는 것으로 시작한 수색은 곧 모든 주머니와 가방을 완전히 뒤집고 나서야 끝이 난다.
"뭐지? 잃어버렸나?"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가 아무리 난전을 겪었다지만 안주머니에는 지퍼도 달려 있고, 일부러 꺼내지 않는 이상 흘릴 수가 없는 위치다. 리라는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은 혜우의 손길과 청윤의 목소리를 더듬어 가며 병원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을 가만히 곱씹으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헛수고였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혹시 보내고 까먹었나?"
요즘 자주 깜빡깜빡 하니까 정말 그럴 수도 있다. 돈 될 만한 물건들이 손 탄 흔적 하나 없이 멀쩡한 걸 보면 도둑맞은 것도 아닌 거 같고, 애초에 편지 따위를 왜 훔치겠는가. 그럼 결국 가능성은 둘로 좁혀진다. 잃어버렸거나 보내놓고 잊었거나.
"정신을 어디다 놓고 다니는 거야~ 아, 정말. 다시 써야..."
새 편지지를 꺼내놓고 펜을 든 손이 문득 멈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정말 충분한가?
몇 시간 뒤, 새 종이 위에는 휘갈겼다 밑줄 그어 지워진 글 몇 자와 편지지와 같은 색상의 고양이 모양 단추 여러 개만 남았다.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한 은우가 세은에게도 말하지 않고, 정확히는 모두에게 다 말하지 않고 향한 곳은 4학구에 있는 안티스킬 본부였습니다. 다른 학부에도 당연히 안티스킬이 존재했지만, 대체로 큰일은 바로 이 4학구에 있는 본부에서 처리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는 그 본부에서도 어느 한 개인 사무실에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은우의 앞에는 안경을 끼고 있고 턱수염이 난 한 남성이 앉아있었습니다. 안티스킬이 입는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남자는 안티스킬에 속한 사람 중 하나임이 분명했습니다. 어쨌든 은우의 물음에 남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그래. 일단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긴 했는데,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가 만났다고 하는 그 4명 있지. 샹그릴라를 얻으려고 스킬아웃에게 가려고 하느 그 4명. 딱히 기억이 조작되거나 한 흔적은 없어. 그리고 모두들 딱히 수상한 이는 보지 못했다고 해. 그리고 실제로 나도 그때는 조금 일이 있어서 그 근처에 있긴 했거든. 아니. 일이라고 해야할까. 독자적으로 샹그릴라를 추격해볼까 해서 말이야. 덕분에 이 아저씨. 나중에 본부로 끌려와서 엄청 혼났지 뭐야. 아무튼 나도 딱히 수상한 이는 못 봤어."
"그 붉은 머리 여자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런 목격 정보도 없었나요?"
"없었어. 혹시나 해서 CCTV도 확인해봤지만, 그 여자에 대한 정보는 없었어. 혹시나 해서 사이코매트리도 사용해봤지만, 그 여자와 딱히 접촉한 흔적은 없었어."
"......"
"뭐, 사이코매트리라고 해도 레벨5가 아니라 레벨3 녀석이니까 모든 것을 볼 순 없었지만, 적어도 누군가에 의해서 기절한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그 전에 그 붉은머리 여성의 흔적은 없었어. 적어도 기절시킨 이가 있다면, 다른 이라는 이야기야."
그 말을 들으며 은우는 작게 혀를 찼습니다. 당연히, 그 붉은머리 여성이 혼자서 움직인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그 사태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정체를 알 수도 없을 정도로. 그것도 전혀 보이지 않게. 무엇보다 피해자 4명 중 그 누구도 수상한 이를 본 적은 없다고 했으며, 이상하게 느낀 이도 없었다고 할 뿐더러, 기억이 조작된 흔적도 없다고 하니 더더욱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3학구의 문제는 해결되긴 했지만, 아직 뭔가가 더 있는 것은 분명해보이네요. ...수상한 이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면, 보호자 능력? 혹은 투명 능력?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추정 자체가 불가능한데."
"이 아저씨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그 사안 더는 못 도와줘. 본부에서도 이 아저씨에게 개인 행동 하지 말라고 해서 말이야. 요즘은 4학구의 15주년 퍼레이드 준비로 바쁘잖니. 좀 봐줘라. 응? 이 아저씨. 여기서 잘리면 예쁜 아내와 5살 된 딸내미를 볼 얼굴이 없어요."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두 손을 모으는 바로 눈앞의 사내의 모습에 은우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어요. 일단 저도 당분간은 좀 쉬려고 생각 중이에요. 일단, 제 3학구의 가장 큰 문제. 샹그릴라 문제를 해결했으니... 조금 쉬어도 좋을 것 같거든요."
"그래. 그래야지. 고생 많았다. 에어버스터! 하하핫. 이 아저씨가 못 도와줘서 미안해. 아저씨도 월급받고 사는 공무원이라서 어쩔 수 없어. 이해하렴."
"아저씨를 원망한 적은 없어요. 크리에이터."
"에어버스터라고 불렀다고 그렇게 돌려주면 이 아저씨. 조금 곤란한데 말이야."
"피차 마찬가지잖아요."
이내 두 사람은 가볍게 웃었습니다. 이어 두 사람은 좀 더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생각할 수 없는 사안. 그렇다면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모양이었습니다.
아지의 행동이 느릿했기 때문에 예상하기는 더 쉬웠을 것이다. 비명을 내지르는 아지와 때에 맞추어 귀를 막는 한양이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에헤헤헤헤~ 네에~!"
어서 오라는 인사가 환영해주는 것 같아서 수상하게 밝게 웃는 아지다. 기분이 단번에 좋아지는 게 정말 쉬운 소년이다. 물론 한양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 안다면 표정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저게... 다 일이에요...?"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철을 가리키고서 두렵다는 듯 말하는 것이다. 과중해도 너무 과중하다!!
"아아~ 그렇구나아 블랙 크로우가 나빴던 거네요~"
양손을 맞부딪치며 말하는 것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맞추었다며 맞장구쳐주기도 애매한 발언이다.
"음료수도 사 왔는데 드시려면 드세요오~" "매실도 있어요~"
대부분 여럿이 먹을 걸 생각해서 큰 음료수들이지만 방실방실 웃으며 권해본다.
"네에~! 무슨 영화 볼지는 아직 안 정했어요~" "형이 하나 추천해 주실래요~? 제 생각에는~ 너무 졸린 거나 분위기 이상해지는 건 안돼요~"
그러고 보니 한양과 영화 얘기를 한 적은 아직 없었다. 어떤 영화를 추천해줄지 궁금해하면서 물어보는 것이다.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생각해본 영화의 조건을 얘기해 본다. 졸린 것이야 자려고 모인 게 아니니까 안 되고 가족들끼리 영화를 보러 갔더니 엄한 장면이 나와서 분위기 이상해진 적이 있기에 그런 것은 피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네... 그러네요~? 형이 일하고 있는 걸 알았으면 물어볼 걸 그랬어요~ 벌써 약속 잡았는데에" "맞다!! 형도 같이 영화 보실래요~? 친구들 올 때까지 일은 제가 도와 줄게요~"
두 사람이면 두 배로 빨리 끝날 거야!! 아지는 자신의 모자란 능력과 느린 속도를 차마 계산하지 못하고 과신해버렸다! 어쨌든 웃는 얼굴은 보기 좋은 소년이다.
인천신문 [새로운 스킬 아웃 발생,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원 1명 부상, 일반 학생 1명 부상] (류진호 기자) (전략) 피해자 A군을 뒷골목에서 마약을 거래하던 친구를 말리던 중 자신을 스킬 아웃 '얼그레이'라고 밝힌 괴한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목화 고등학교 저지먼트 학생에게 부상을 입히고 견장을 탈취해 착용하였으며, A군은 능력을 써서 그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스킬아웃이 친구를 인질로 삼았기 때문에, 맨몸으로 그와 맞설 수 밖에 없었다고 진술합니다. (후략)
[늘어나는 레벨0 학생들의 일탈 행동, 과연 그 대책은?] [영화에 빠진 MZ세대들! 함께 모여 영화 보자!] [탕후루에 빠진 MZ세대들! 당뇨와 충치 환자 증가 추세] [물에 빠진 MZ세대들! 여름철 익수 시 대처 방안 소개]
일단은 급한 것들부터 먼저 처리한다. 기간이 좀 널널하게 남은 것들은 던져두고.. 이미 기한이 지났거나 급한 업무부터 미리 처리하는 것이다. 사실 상부에서 내려오는 업무지시 중에서 '뭐? 이런 걸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이거 기한이 너무 빡빡하잖아.' 싶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어떡하나. 시키면 해야지.
어쨋든 이 블랙크로우 까마귀 자식들. 잡혀들어갈 때마저도 이렇게 피해를 주는구나.
"아뇨, 괜찮아요. 다 큰 병들이라...저 한 모금 마시자고 따기도 좀 그래요."
방금 탄 녹차를 호로록 마시며 말했다. 매실..한양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맛이다. 하지만 매실보다 더 좋아하는 음료수가 있다. 저런 페트병류 중에서는.. 알로에 주스를 가장 좋아했다. 절대 '알로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알로에 주스'만 좋아할 뿐. 직접 만든 거 말고, 무조건 시중에서 파는 걸로.
"영화요? 음..."
내부자들이나 아수라. 신세계 등의 느와르는.. 전부 19금 영화들이다. 어떻게 봤냐고? 비밀이다. 저지먼트에다가, 서한양이라고 항상 바르게 사는 것은 아니니.
"어..극한직업? 이거 재밌어요."
사실 극한직업 본 적 없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을 읊어주면.. 어떻게 보는지도 모를 거다. 절대 이상한 취향이 아니다. 느와르를 좋아할 뿐이지. 느와르가 대부분 19금이라서 그렇지.
"아뇨. 괜찮아요. 음..도와줄 필요는 없어요. 안 하던 사람이 맡으면 힘들거든요."
아지가 힘든 게 아니고..내가..
"맞다. 도장은 꾸준히 출석하나요? 새벽마다 부르기도 뭐 해서, 이제는 따로 운동하잖아요. 저 없이 꾸준히 하고 있나 해서."
아버지로부터 입금되는 주기적인 생활비에, 아르바이트, 이제는 레벨 3이 됐으니 쥐꼬리만하나마 활동지원금도 나오는 몸이지만(본인은 신청하지 않고 나왔으나, 얼마 뒤 통장을 확인하고 기어이 입금된 활동지원금에 쓴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래도 들어올 곳보다 나갈 곳이 더 많은 게 돈이다. 그래서 아낄 수 있는 건 아껴야 한다. 하지만 동료, 친구나 다름없는 이들을 대접할 때에는 딱히 아끼고 싶지 않은 게 성운의 마음이었다.
물론 여기까지 와서 식사까지 하게 되는 것은 수경의 계획에 없었기에 예의바른 거절이 돌아오자 성운의 머리터럭이 좀 축 처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수경에게도 염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더 권하지는 않고 작별인사를 건넨다.
“아, 그러시면··· 조심히 가세요.”
나중에 좀더 제대로 만나서 식사도 정식으로 대접하고, 취미 이야기 같은 거라도 나누면서 친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성운은 작별인사 뒤에 쓸데없는 노파심을 덧붙였다.
“그래도, 뭔가 상담하고 싶은 게 있거나 제가 도와드릴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여기로 찾아오세요.”
사람은 누구나 너무 쉽게 말을 했다. 아지는 아닐 거라고 했지만 결국 아지도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도 사람이니 누구도 지금 이대로일 것이라 절대 믿지 않았다.
"하여간 말만 잘 해. 야. 평생 친구 같은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 어쩐지 서글퍼진다고."
바보처럼 웃는 얼굴을 쓴 웃음으로 마주해주곤 힘주어 안았다 놓는 것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뭐, 나도 떨어지기 전에 아지의 부스스한 머리를 슬쩍 쓰다듬긴 했다.
감정을 억누르고 길게 떠드느라 지친 목에 물을 좀 흘려넣으니 살 것 같았다. 여태 마른 목에 들큰시큼한 키위는 좀 아니었던 듯 했다. 맛은 있었지만. 물잔을 비우고 다시 넘겨주며 말했다.
"어차피 들을 때까지 물어볼 거잖아. 대신 한 번만 얘기할 거니까 제대로 들어."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라길래 문득, 울상 지을 법한 말이나 잔뜩 해버릴까 하다가 관뒀다. 오늘은 충분히 성가신 말 많이 했으니까. 침대와 베개에 푹 기대 편한 자세를 취하고선 이야기를 시작했다.
"얘기래도 별 거 없긴 해. 아까 나, 여기 5살에 들어왔댔잖아. 그 때 2학구의 한 연구소에 맡겨졌었고, 거기서 만났어. 희야가 먼저 있었고 내가 나중에 들어간 거고. 그러니까 연구소 동기이자 음, 피가 안 이어진 가족이야. 희야는."
지금도 그럴 지는 모르겠단 말은 숨과 함께 삼켰다.
"5살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그 연구소에 계속 있었으니까, 다시 만나도 그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거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건, 희야가 그 중 한 명이었거든. 연락이 끊겼던 친구. 그래서 저지먼트에서 다시 마주 했을 때는 서먹했어. 나 같은 건 진즉 잊어버린 줄 알았었으니까. 그런데 뭐 그건 아닌 거 같아서, 일단은 예전 같은 사이다 그런 거."
일단은, 이라고 말을 단락지었다. 이후에 다시 얘기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또 할 얘기... 아, 저번에 손 다쳤을 때. 그거는, 그 때 내 모습이 좀, 음, 언니, 같이 보였어서 그랬어. 부모, 인 사람들이랑 닮은 모습이기도 했고. 아직도 가끔 꿈에서 보니까. 그 집에서 지냈던 시간, 그들이 나를 대했던 태도, 그런 거."
가끔씩 떠올라 속을 헤집는, 묵은 증오를 그렇게 얼버무려버렸다. 드러낸다 한들 누구에게도 좋을 일이 없었다. 그런 건. 괜히 말의 무게가 깊어지기 전에 다른 말을 선수치듯 꺼냈다.
과연 수경의 말대로다. 저지먼트 부원이라면, 부실에서 다른 부원들의 능력이 무엇인지 조회할 수 있었다. 리라는 드로잉 액츄얼라이즈, 아지는 오버 리미트. 그제서야 아지가 다친 데 없어 보였음에도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하고 뻗어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그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외쳤던 소녀, 정하의 능력은 인스턴트 이바포레이션. 성운은 아직도 오싹하게 남아있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쪽 손이 순식간에 미라처럼 변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건 아직도 공포스러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그 외에도 텔레패스인 여로와 이경.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 당시 전투에서 보았던 얼굴들과 이름이 쉽사리 매치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수경의 능력, 텔레포테이션. 아래에는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부원의 다른 능력인 텔레프래그라는 게 적혀있다. 텔레포테이션과 텔레프래그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받은 적은 없지만, 프래그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을 보아 교란이나 공격 쪽으로 특화된, 더 공격적인 텔레포트 능력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키네틱 아규멘테이션, 샤프 인듀스먼트, 컴프레스 스나이핑, 콜드 프리즈, 이게 그 성운의 머리를 엉덩이까지 자라게 했던 셀룰러 스티뮬레이션, 이그니션 포인트, 인터럽티브 스냅, 에코로케이션, 와이어 컨트롤, 앤소키네틱 그로스······ 머릿속으로, 다른 부원들의 이능력과 자신의 이능력이 합을 맞춰서 시너지를 내는 공격을 하려면 어떻게 합을 맞추는 것이 좋은가를 생각해보던 성운의 눈에 문득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이름이 들어온다.
오펜시브 부스터, 송낙조.
“송낙조······?”
성운이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성운은 멍하니,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친 옛 고향 친구의 이름을 되뇌어보았다.
그 말을 증명하듯이 방긋방긋 웃고있는 아지다. 만사 웃으면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혜우가 비운 물잔을 받아 자리에 내려놓는다.
"알았어~!"
그러고는 입을 꼭 다물고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혜우가 편하게 자세를 잡길래 어느새 자신도 이불에 양팔을 대고 편안하게 앉아있다.
"그럼 왜 연락이 끊겼대~?"
조금 화난 표정이다. 희야 형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잘못은 할 수 있는 법 아닐까?
"음, 힘들었겠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좋지는 않았을 테니 언니 같아 보이는 모습도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쁜 사람들. 속으로는 생각하면서도 꿀꺽 삼켰다. 혜우에게 가족은 그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수용받고 싶은 사람들, 그리움이 겹친 감정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뭔가 말하려 망설이다가 혜우의 관심 돌리기에 쉽게 돌아가 버린다.
"음~? 머리~? 그런데 자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엄청 더 쑥쑥 자라서 애린이처럼 될지도 모르잖아~ 그건 그것대로 재밌을 것 같지만~"
그리고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고서 혜우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나는 혜우가 좋은 시간을 더 많이 보냈으면 좋겠어~" "다 나으면 같이 재밌는 곳 많이 가자~ 노래도 부르러 가고 사진도 찍고~ 나 네컷 사진 하고싶은 포즈 있어~"
대학교만 들어가봐..진짜 혼신을 다 해서 놀아주겠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어. 대학교 입시기간만 지나봐. 저지먼트고 공부고 레임덕 제대로 맞은 채로 놀거야. 어떻게 놀거냐고? 생각해보니깐 어떻게 놀아야 될 지를 모르겠네.
"그래도. 후배님들끼리 먹는 건데. 남는 거나 냉장고에 넣어주세요. 제가 나중에 꺼내서 먹게. 녹차는..커피 대용으로 마시는 정도?"
커피와 녹차 둘 다 각성효과가 있다. 차이점이라면 커피는 묵직한 각성. 녹차는 은은한 각성이라고 보면 된다. 강한 자극의 각성은 싫어하기에 녹차를 선호했다. 에너지음료? 당연히 안 먹지.
"수원왕갈비치킨이요? 그거 실제로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되게 달 거 같아요."
한양 본인 역시 안 먹어봐서 모른다. 당연하게도..여기는 수원이 아니고 인천이니깐. 인천 하면 차이나타운과 월미도라고 했다. 인천 자체가 인첨공이 되어버린 현재는 그런 곳들이 남아는 있을려나 궁금했다. 이어서 도장에 꾸준히 출석하냐는 한양의 질문에 아지가 답변을 하지 못한다.
"......"
갑자기 도리X스 광고를 하기 시작한 한아지. 이게 스레드나 라이트노벨이 아닌, 애니메이션었다면 꽤나 볼 만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금요일까지 화이팅 하는 거예요~" "아~ 주말에 괜찮으면 같이 놀러 가요~ 형은 뭐 하면서 쉬어요~? 만화 카페 같은 데 가요~?"
방긋방긋 웃으며 한양을 쉬게 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혼자서 쉬는 타입이면 역시 혼자 집에서 푹 쉬도록 놓아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지 자신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성격인지라 한양도 우선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에~ 그렇구나아 녹차가 커피보다는 덜 세니까..." "끝맛도 커피보다 깔끔한 것 같아요~"
그럼 시간이 늦은 지금 먹어도 괜찮은 것 같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부장도 부부장도 카페인에 찌들어가는 것 같다.
"와~ 먹어보고 싶어~" "저 인첨공에 온 거 별로 후회하진 않지만 이럴 때는 조금 아쉬워요~ 전국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잖아요~ 인첨공에는 팔지 않으려나~"
원래 서울에 부산국밥집 있고 부산에 밀양국밥집 있고 그런 법이다. 아지가 시선을 돌리려 시도했으나 한양에게는 통하지 않았나 보다. 옛날 같았으면 쭈그러들었겠으나 지금은 아지가 한양과 어느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상태였다.
"선빵~"
아지가 장난기 들어간 얼굴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선제동작으로 과자봉지를 뒤로 한껏 들었다가 힘차게 뛰어올라 한양의 머리를 노린다.
"주말에요? 혼자 사격하거나..등산 가거나 절에 가서 힐링해요. 주말에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지라."
극한의 I 앞에서 같이 어딘가를 가자고 꼬드기는 것은 상당한 정성이 필요했다. I 처럼 안 보인다고? 혼자 있음으로써 에너지를 충전하는 타입이기에 본질적으로는 내향형이 맞았다.
"그래도 체인점은 있지 않을까요? 엄청 유명한 것들은. 전주의 비빔밥이라던가, 부산의 돼지국밥이라던가.."
BXQ,페X카나,버X킹 등의 유명한 프렌차이즈들은 당연히 있을 테고..스태커 3 와퍼 먹고 싶어졌다. 원래 나물 위주의 한식이 취향인데.. 몸 키우고나서 고기맛에 눈을 떠버렸어. 좋아. 퇴근하고 버X킹 들러서 햄버거 사야지.
"어?"
그저 장난으로 말한 내용. 아지는 진짜로 봉지를 들고 한양의 머리를 치려고 한다. 필승이라는 , 본인이 해병대에 지원하고 싶다는 의미인가 싶은 구호와 함께 한양에게 뛰어들었다. 한양은 아지가 도약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자봉지가 머리에 닿기도 전이었다. 한양은 오른쪽 손날을 피고, 손끝을 창처럼 과자봉지를 향해 쭉 뻗었다.
"펑-!!!!"
"헐...."
한양 본인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나보다. 한양의 관수를 맞은 봉지는 펑 터졌다. 과자조각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아지스러운 전개였다.
혼자 주말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는 한양이지만 언젠가 하루쯤은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이다. 사격과 등산과 절이라면 한아지의 일상과는 거리가 꽤 있어 이색체험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겠죠~? 영화볼 때 치킨 먹고싶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니까 찾아봐야겠어요~ 수원 왕 치킨 갈비... 아니 수원 왕 치비 갈비... 아니 왕 치킨... 갈비... 수원... 치킨 갈비..."
왠지 혼돈해졌지만 어쨌든 극한직업에 나오는 치킨... 아니 갈비... 아니 치킨이라고 하면 누군가 다시 말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지능은 사회성에 반비례한다고... 사회성이 높으면 지능을 그닥 쓰지 않아도 되지 않아서 그런 거냐고 누군가는 추측했지만 그 속은 불명이다.
"한양이 형 정수리 받아갑니이이어어어~??"
신이 날 대로 나서 과자 봉지를 휘두르려 했던 아지는 봉지가 터져버리자 넋을 잃고 하늘에 휘날리는 과자조각들을 바라본다. 이것은 웰컴투 동막골이라는 영화의 옥수수들이 휘날리며 팝콘이 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가만... 이럴 때가 아니다!! 아지는 입을 벌려 힘찬 얌!! 소리와 함께 도x토스 하나를 날름 받아먹는다.
그리고 난장판이 된 부실 바닥을 보고서 다음으로 한양을 보더니 입속에 든 과자를 꺼내 바삭 소리와 함께 깨물고서 큰 소리로 웃는 것이다.
"하하하~ 형이 그랬대요~" "아하하하하~!!"
과자를 아작아작 입 속으로 밀어넣고서 꿀꺽 삼킨 아지는 다시 생각해도 웃겼는지 한바탕 웃으면서 부실 한켠에 있는 쓰레받기와 빗자루에 다가간다.
"염동력으로 이거 다 청소할 수 있어요~? 그러면 구경해야지~"
히히히 소리를 내고 있는 아지의 머리에 과자 가루와 조각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한아지 스러운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아니, 일단락이 옳은 표현일 테다. 데 마레에 대뜸 블랙 크로우의 단원 둘을 데려와버렸단 사실에 한바탕 뒤집어지긴 했지만 전후사정을 들은 연구원들은 밤새 회의를 거쳐 일단 커리큘럼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점과 교화를 목적으로 두 단원을 데 마레의 일원으로 품기로 했다. 차후 커리큘럼 과정이 온전해지면 그때부터 타 연구소에 인계하여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하겠다마는, 일단은 이들 또한 명실상부한 데 마레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리고 희야는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태휘를 말가니 쳐다보았다. 돌아오면 줄 것이 있다던 태휘는 무언가 깊이 골몰했는지 희야가 온지도 모르고 벌써 세 번째 불을 당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짙은 장미 내음이 나던 향 담배가 아니다. 희야는 더 기다릴 수 없다 싶어 주의를 돌렸다.
"개." "……아!"
태휘의 모습에 희야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왜 저거, 놀란 표정을 짓지. 놀람인가? 아닌데, 경악? 그것 보다는 긍정적인데……. 안도? 안도인 것 같다. 그런데 저게 왜? 성큼성큼 다가오자 훅 끼치는 담배 냄새에 희야는 눈을 찌푸렸다. 이내 태휘가 희야의 머리 위에 손을 턱 얹었고, 이내 박박 문지르자 외마디 비명이 울렸다.
"으악!" "용케 살아 돌아왔다? 다 들었다. 두 명이나 회유했다며?" "벌써 거기까지 퍼졌어?" "나도 데 마레 사람이라고 알려주던데?" "네가요?" "그래."
이상해. 왜 저렇게 갑자기 섞여들지? 안티스킬이잖아. 왜 두 소속을 함께 하고 갑자기 가까워지는 거야. 희야는 그렇게 생각하다 태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돌아오면 줄 거 있다며."
태휘는 잠시 침묵하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손아귀에 쥐여진 것을 보던 희야는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순간이었다. 얼음 가시가 태휘의 턱 밑을 정확히 노리듯 돋아나고, 닿기도 전에 산산조각이 났다. 두 사람은 서로 웃고 있었다.
>>0 "......" [......] "......" [...어째 저기압인거 같거든?] "그러게~" [진지한건 좋긴 한데, 그게 더 의심스럽거든...] "순순히 따르는게 오히려 걱정이 되는 타입이니깐..."
격리실에 널려있는 여러개의 폭탄들, 그녀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것들의 타이머만 깨작거릴 뿐 어떤 반응도 없었으려나? 간혹 그런 일도 있긴 했지만 지난사건이 있은 뒤론 그녀의 컨디션은 딱히 좋지 않아보였다. 비록 저지먼트 자체적으론 아직 여러가지 일들이 산재해있겠지만 3학구라는 큰 맥락에서의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분명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질법 한데, 오히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시간에 쫒기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 난리 속에서도 용케 다치진 않았으니 신체적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은 걱정이 되었고, 여학생은 지금껏 본적 없는 행동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을까. 물론 이들을 쫒아다니는 토끼 또한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는지, 동물적인 본능으로 위기를 감지하는 건지 연신 뒷발을 구르고 있을 뿐이었다.
-퍼엉-
안쪽에서 들려오는 폭음, 방폭셔터는 이미 내려갔지만 아무래도 폭발쪽이 더 빨랐는지 한쪽 구석까지 튕겨져나간 채로 파편을 뒤집어쓴 그녀가 보였다.
"앗차차~ 실수해버렸슴다~"
조각 몇개가 스친 것인지 상처가 보이긴 했지만 그정도는 스킬아웃을 제압하면서 생기는 것보단 나은 수준이었기에 그녀에겐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사실 아슬아슬한 기폭장치 때문에 덩달아 폭발에 휘말리는 일은 예전에도 몇번인가 있었지만...
"왠지모르게 집중이 안되는거 같네여 오늘은~ 이거 낭패인데 말임다..."
별거 아니라는양 머리에 쌓여있던 먼지들을 털어내며 멋쩍은듯 웃어보이던 그녀의 시선은 지금까지 봤던 것들과 다른 분위기로 변해있었다.
강산이라도 변한 것처럼 말한다고 느껴지겠지만, 정말 그 만큼 변하기는 했다. 작년이었어봐. 지금 아지처럼 선배한테 이런 장난이라도 치면..어후... 쟤 아마 맨날 울었을 거 같은데. 그러니깐 많이 변했지. 좀 더 소프트한 분위기로.
"이거 아지군이 잡았으니깐 먹으세요."
아지가 잡은 과자조각의 염동력을 바로 풀어버린다.
"거짓말이 아니예요! 이 도X토스의 탈모 유발성분이 맛은 진짜 있거든요. 근데 탈모를 엄청 심하게 유발해. 당연히 들어가면 안 되는 성분인데, 과자제조윤리법(?)상 아직 위법은 아니어서 그래요. 이 법에 의하면 탈모성분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경고할 의무도 없고요. 근데 소비자들이 바보인 줄 아나. 진작에 다 눈치 채고 안 사가는 거지."
과자제조윤리법은 당연히 없는 법이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 도X토스 판매율이 줄은 진짜 이유? 나도 모르겠는데.
"으음..아마 이틀 뒤부터 서서히 빠질 거예요. 근데 해결방법이 있어. 이게 먹고나서 성분이 몸에 영원히 남거든요. 샹그릴라처럼요. 근데 이 탈모를 늦출 방법은 있단 말이지. 죽을 때까지 꾸준히 해주면 탈모는 아예 안 걸리는 거고."
"매일마다 팔굽혀펴기 100개, 윗몸일으키기 100개, 점핑 스쿼트 100개, 10km 달리기, 턱걸이 30개를 해주는 게 해결책이래요~"
현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일단 은우를 데려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녀는 제 외삼촌에게 부탁해서 차량을 대동해서 현장으로 왔다. 뭔진 모르겠지만 건물이 뽑혀잇는 것 같고, 주변엔 콘크리트 파편이 상당히 많았다. 안티스킬 멤버들이 근처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고, 문제의 은우는 구덩이 깊숙한 곳에 빠져있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래도 일단 사태는 해결이 되었다고 들었기에 어느 정도 안심은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가장 먼저 세은이 확인한 것은 은우가 숨을 쉬고 있느냐였다.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기에,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바보 오빠. 멋대로 죽기만 해 봐. 그렇게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그녀는, 제 외삼촌과 힘을 합쳐 은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은우를 차량에 태웠다. 한편, 그 와중에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여로였다.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어보며, 입원하는 거 아니냐는 그 말에 세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1. 소박한 가이드 부실에서 서류같은 것을 읽어보고 있는 초등학생? 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초록색 완장과, 2학년을 뜻하는 파란 명찰을 차고 있네요. 이 죅그만게... 2학년? 그래도 나름대로 처음 만나는 선배이니, 저지먼트 활동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면 이것저것 물어봅시다.
2. 지원 요청 저지먼트 활동에는 범죄자들과 직접적으로 전투하는 일 외에도, 순찰을 돌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일이 있습니다. 순찰 도중에 다수의 스킬아웃들이 저능력자 학생을 괴롭히는 현장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순찰 도중에 전복된 차량을 발견했거나, 봉사활동 도중에 뭔가 무거운 짐을 많이 들 일이 불시에 생겨버렸습니다. 지원을 요청하니, 힘 쓰는 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그만 게 왔습니다.
둘 중에 편하신 상황을 골라주세요! >>0에 설정집이 있는데, 거기서 저지먼트나 스킬아웃, 안티스킬 등의 용어가 설명되어 있으니 원작에 지식이 없으셔서 스레에서 다루는 세계관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생소하시다면 설정집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아니면 1번 상황에서 이지의 입으로 성운이에게 직접 물어보셔도 괜찮아요.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처음은 아니지만 축제 부스에서 총을 쏘아 인형이나 풍선을 맞춰 떨어트리거나 오락실에서 총 쏘기 게임을 하거나 물총이나 비비탄 총 쏘는 것 외에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양의 상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총구 전방이라고 말하면 전방이 뭐냐며 울부짖을 한아지였다.
"2년이면 제가 2년만 있으면 따라잡거든요~"
손가락 두개를 펴들고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양도 2년만큼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은 안 하는가 보다. 분명 옛날같은 분위기였다면 아지는 적응하기 힘들어했을 것이다. 어쩌면 친해진 1학년 동기들을 대거 데리고 이탈했을지도 모르겠다.
"에이~ 싫어요~ 떨어트린 거잖아요~"
아지가 장난치던 과자 조각을 먹으라고 하자 역시 그건 거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슬쩍 들어보고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기는 한다.
"이름은 지어 줄래요~ 얘 이름은 히포야. 왜냐하면 하마 이빨 같이 생겼으니까요~"
하마 이빨이고 뭐고 지 좋을대로 생긴 과자 조각이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과자 조각의 이름을 얘기하며 싱글싱글 웃으며 평생 키울 것 같이 얘기하더니 쓰레기통에 가져가 쏙 넣어 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냉혹하다.
"왠지 맛있더라아아아"
다른 과자에도 들어가있는 거 아냐?? 아지가 절규한다! 도X토스 말고 수입 나초 칩 살걸!! 아지는 울상으로 한양의 얘기를 듣다가 늦출 수 있다는 방법에 귀가 솔깃하는 것이다.
"너... 너무 어려운데요오오오"
아지는 팔짱을 끼고 고민한다. 이대로 힘들이지 않고 탈모가 되는 것과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생략) 을 하는 것 중에 재어보는 것이 틀림없다. 결국 탈모보다는 운동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 아지가 순식간에 괴로운 얼굴로 변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혀엉... 저 머리카락을 꼭 지킬게요..."
축 처진 아지다. 땋은 머리에 과자가 붙어있는 것이 마침 보여 히이익 소리와 함께 쳐낸다.
"...친구들 오기 전에 팔굽혀펴기만 하고 올게요!!"
그러고 부실 밖으로 급하게 뛰어나가려다 잠깐 멈추더니 한양을 보고 묻는다.
"형은 여기서 조금 더 일 하나요~?"
빙긋 웃는다. 나갈 거면 같이 나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곧 부실에 온 정하에게 너 속았다고 듣기 약 20분 전이었다.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난 자리는 고요하다. 하지만 고요함이 언제나 온전함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강한 바람과 비가 휩쓸고 지나간 곳은 엉망진창으로 무너져 폐허가 되었다. 햇빛이 겨우 들었지만 언제 또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하늘 아래에서 마음 졸이는 사람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그건 리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실로 걸어가는 얼굴에는 피로가 짙었다. 링거 바늘 때문에 멍든 팔뚝이 소매 안쪽에서 연신 욱신거린다. 이만큼 뭘 꽂아봤으면 익숙해 질 법도 한데, 바늘은 무슨 짓을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금속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감각은 언제나 머릿속 경고등에 쉽게 노란불이 들어오도록 했다. 여기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익숙해져야 할 수도 있는데. 리라는 머리뚜껑을 열고 전극을 꽂아 지지던 감각을 떠올렸다가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됐다. 깊이 생각하지 말자. 뭐 좋을 게 있다고.
자동문이 부드럽게 열린다. 그리고 바로 마주친 건 익숙한 얼굴이다. 익숙하기에 걱정되는 얼굴 중 하나.
"철현 선배님!"
리라는 성큼성큼 걸어가 철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눈동자를 빠르게 굴린다. 그러다가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아차 하고 한 발짝 떨어져서는 머쓱하게 웃는 것이다.
"아, 갑자기 죄송해요. 그... 몸은 좀 어떠세요? 아래쪽으로 가셨었는데 전 거기 없었으니까 좀 걱정돼서요. 아, 그 전에 보드도..."
캡틴! 이지주에게 줄 선레를 쓰다 보니 "예전에 비해, 목화고 주변은 조금, 아니 상당히 평화로워진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화고 주변의 이야기였고, 목화고의 순찰경로에 들어 있는 스트레인지 주변 지대는 전보다는 덜할지언정 여전히 콘크리트 야생이었다." 라는 문장이 나왔는데, 캡틴이 생각하는 3학구의 현상태와 어긋나는 점이 있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경험을 통해 '다양한 기억'의 필요성을 느껴 간접적으로나마 기억을 획득할 수 있는 영상매체를 감상하겠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그걸 왜 내가 함께 봐야 하니. 그것도 한동안 고기는 쳐다도 보고 싶지 않게 만드는 종류의 고어물로." "혼자 보면 재미없잖아요~" "친구들이랑 봐.." "다 미성년자인데요? 어른의 감독이 있어야죠!" "....하.. 근데 넌 왜 이리 멀쩡하니." "네? 그야, 스크린 속 영상에 겁을 먹을 이유가 없어서 그래요~" "어휴..."
갑자기 왜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냐는 듯이 세은은 빤히 여로를 바라봤다. 능력 사용을 했냐고 물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능력 사용을 안했다니. 찌릴는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세은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한숨을 조용히 내뱉었다.
"딱히 오해할 일도 없고, 의심할 생각도 없어. 너에게 썼냐고 물어본 적 없으니까 괜히 변명하거나 답하지 않아도 돼."
자신이 의심해서 물어봤다면 또 모를까. 그것도 아니었는데, 굳이 능력을 썼다고 이야기할 것은 뭐란 말인가. 굳이 묻지 않은 그런 사안까지 답할 필요는 없다는 듯,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숨울 후우 내뱉었다.
"어쨌건 무사해서 다행이야. ...딱히, 걱정한 것은... 아니. 걱정하긴 했지만 크게는 아니니까! 어쨌건, 괜히 갔다가 안 좋은 일 생기면 꿈자리 사나워지잖아. 그런 거야. 그런 거."
스스로 말하면서 조금 부끄러웠는지 그녀는 괜히 툴툴거리면서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다시 숨을 후우 내뱉었고 주머니에서 그에게 사탕을 내밀었다. 그것은 멜론맛 막대사탕이었다.
"나도 궁금해... 알게 되면 나도 알려줘~" "알려주기 부끄러운 이유가 아니면 알려줘~ 알았지~?"
아지가 평소보다 미묘하게 굳어있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말했다. 나름대로 심각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혜우가 어떤 대답을 듣든지 그 이유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 상처가 될만한 답이면 그런 답을 들은 혜우를 혼자 두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으음~ 그런데 익숙해지기도 했고~ 여로도 내 머리 만지는 거 재미있어 하고~" "길러준... 응? 머리도 길러줄 수 있어~?"
마사지 같은 걸 해주려나~? 아니면 설마~ 성운의 목격담이 머릿속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바쁠수록 노는 시간은 챙겨야 한다구~ 그리고 난 지금 혜우랑 놀고싶은 거야~ 다른 친구들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놀고싶을 때는 다른 친구들과 놀고 혜우랑 놀고싶을 때는 혜우랑 노는 것이다. 마음가는대로 하는 한아지다. 하지만 이번에 혜우가 외로워 보인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 혜우를 불러낼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갑자기 머리에 손이 얹히자 아지의 두 눈이 자신의 머리 위로 향한다. 반응할 겨를도 없다.
"이이이익... 이익..." "그때 혜우가 제일 잘 보였단 말이야~ 그리고 안 친한 사람한테 그러면 부끄럽잖아~"
물론 혜우한테 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신발을 놓고 도망친 기억이 나니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혜우도 똑같은 벌칙 걸리면 나한테 하면 되잖아~ 그럼 똑같잖아아"
혜우의 손을 붙잡아 떼내려 한다.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가 혜우가 아파할 것 같아서 조금 느슨하게 힘을 뺀다.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한 탓에 악력이 예전보다 강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다갓님. 은우의 상황은 어땠나요? 일단 하루 쉬고 다시 복귀하긴 했는데...
.dice 1 5. = 3 1.퍼스트클래스끼리의 공격이 서로의 공격을 상쇄해서 생각보다 데미지는 적었다. 하지만 기운이... 2.그래도 일단 졌으니까 어느 정도의 데미지는 들어갔다. 좀 쉬어야 하는 수준 3.생각보다 중상이었다. 힘내라. 인첨공 병원. 아라가 옆에서 손을 흔들어줍니다. 하핫. 4.진짜 치명상을 입었는데 아직 쌓인 일이 많아서 일단 급한 불만 끄고, 며칠 더 병원에 왔다갔다하면서 회복했다고 합니다. 5.이런 거 돌리지 마라. 캡틴. 뭐가 나와도 나쁜 놈 된다.
저지먼트의 업무는 범죄와 싸우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직접적으로 범죄와 싸우는 것 외에도 순찰 등의 평시 치안유지나 화단 미화작업 등의 봉사활동 역시도 저지먼트의 몫이다. 오늘이 유이지의 몇 번째 순찰일까? 예전에 비해, 목화고 주변은 조금, 아니 상당히 평화로워진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화고 주변의 이야기였고, 목화고의 순찰경로에 들어 있는 몇몇 스트레인지 인접 지대는 전보다는 덜할지언정 여전히 콘크리트 야생이었다.
네 명쯤 되는, 온몸에 불량배라고 써붙인 이들. 아직 이지 또래,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이들로, 교복과 정상적인 성장과정은 진작에 내다버리고 불량배의 삶을 택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오늘의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을러대고 있었는데, 저 교복은 3학구의 또다른 고등학교인 월광고의 교복이었다.
“까고자빠졌넴마─! 싹구라를 까는 것도 정도가 있지 우리 애들 박살난 거 어떡할거냠마─!” “하, 하지만 너희가 물어본 건 우리 학교 저지먼트 사정이었고, 목화고 저지먼트가 어떻게 됐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헛소리하넴마─! 그것도 알아와야지 당연한소릴지껄이고있냠마─!!”
사위스러운 슬랭으로 이어지는 핍박의 연속.
목화고는, 이지의 학교다. 3학구에는 2개의 고등학교, 월광고와 목화고가 있는데 아마 저 스킬아웃들이 월광고 아이를 협박해서 월광고의 스킬아웃들이 잠시 공백기인 사이에 뭔가 하려고 했다가 목화고의 저지먼트에게 박살나기라도 한 모양이다. 아무튼, 저 스킬아웃들이 일반 학생을 괴롭히는 것을 막는 것도 저지먼트의 역할이다.
"뭐가 미안하세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셔도 돼요. 그런 건 얼마든지 다시 그릴 수 있어요. 떨어진 사람이 문제지. 많이 안 다치셨어요? 여기 의료기술이야 두말할 것 없이 좋지만..."
리라는 대충 알고 있었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철현의 보드가 부러졌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고, 번개를 향해 여의봉을 던지던 것도 봤다. 대단한 순발력이고 활용 능력이다. 리라는 철현을 가만히 바라본다. 짙은 걱정이 넘실대는 눈이다.
"마음에는 드셨어요? 그럼 조만간 새로 만들어 드릴게요. 다른 타입을 원하시면 말해주셔도 좋고요. 애초에 그 상황에서 물건이 멀쩡하기가 쉬운 건 아니니까 괘념치 않으셔도 돼요."
전부 멀쩡하게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건 사람뿐 아니라 물건까지 포함한 것이다. 애초에 팔찌는 일회용이었고 기타 물품들 또한 불이라도 붙으면 곧장 타버리기 좋은 방화력 0의 아이템들이니까.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버텨줘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팔찌. 리라는 남모르게 손에 힘을 줬다가 풀었다. 밤낮없이 그리고 코피 흘려가며 실체화 시킨 비장의 아이템이라 꽤 자신만만했는데 보란듯이 터져나가는 모습은 그런 리라의 오만을 정확히 저격하는 듯 싶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팔찌가 부서지고 동시에 고통을 느끼는 걸 보는 순간 순간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그 잔재는 지금까지도 남아서—... 심장이 울렁거린다. 아니 저리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그 사람이요."
디스트로이어. 그 얼굴을 떠올리면 다시금 등골이 오싹해서 리라는 뒷짐 진 채 서로 맞잡은 제 손을 더 힘주어 쥔다.
"저는 멀쩡했어요. 거의 마지막까지 팔찌가 안 깨졌으니까요. ...다친 건 은우 선배님이랑 월이랑 정하 후배님이 다 했죠. 전 괜찮았아요."
저는 근무표에 정해진 대로 순찰에 나와있는 중입니다. 이제 세 번째 거듭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아서는 의미 없는 일같지만 이 도시의 눈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선배님들도 해오셨고 지금은 계시지 않는 그 전의 선배님들도 해오셨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다. 그리고 제가 없게 되면, 또 다른 분이 뒤를 이어주실 것입니다. 저는 그 동안의 대역인 것입니다.
3학구 거리는 평화로운 편이기에 제가 나설 일은 거의 없지만 지금은 드물게도 골목에서 큰 소리가 들려옵니다. 무슨 일일까요. 그것이 마치 저를 부르는 소리 처럼 들려서 걸음을 옮겼습니다. 코너를 돌자 그곳에는 한 사람을 둘러 싼 셋의 사람이 보였습니다.
"목화고 소속의 저지먼트입니다."
저는 한 걸음정도 다가가서 물었습니다. 구태여 소속을 밝힌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초적인 의무는 다 한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도 될 테죠.
살아 남은 것이 즐거운 지 아니면 그저 분위기를 풀기 위함인지 뭐가 그리 즐거운 지 그는 표정이 여유롭고 밝아보였다. 어쩌면 둘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팔찌와 보드, 여의봉, 이 세개만 다시 만들어줄 수 있을까? 여의봉은 최대 길이를 조금 더 길게해서.."
최소길이를 더 짧게 하고 최대 길이를 더 길게 한다면 기습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배, 그냥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너 아니었으면 우린 전멸했어. 아니, 일단 난 확실히 죽었어."
팔찌가 아니었다면 그는 보드가 파괴되었을 때, 이미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아니, 보드도 없었을 테니 번개 맞고 당했겠지.
살아남았어도 몸에 데미지를 입어 블랙크로우와 싸울 때에 방해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결전 때 본 실력을 못 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은우도, 월도, 정하도, 팔찌가 깨졌다는 건 팔찌가 없었다면 그 만큼의 데미지를 그대로 몸으로 받았다는 뜻이야. 과연 그 공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았어도 이길 수 있었을까?"
"넌 승리를 위해 큰 역할을 해줬어. 네가 없었으면 절대 못이겼을꺼야."
철현은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한다.
"혹시 물건 하나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내가 사용할 것은 아니야."
근처에 굴러다니는 종이와 펜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 그린 것은 검은 색 가방. 그 가방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 다음 그린 것은 총이었다. 그러나 방아쇠가 없이 그저 탄창만 있는 T 형태인 총이다. 그리고 총의 옆부분을 보여준다. 하나 특징이 있다면 버튼이 있는 것이다.
"평상 시에는 버튼이 눌려져서 발사되지 않지만 모종의 이유로 총이 가방을 떠나면 자동적으로 전탄을 발사하는 총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저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능력 공유표를 보고 눈이 반짝였다.
"네 능력이 불에 약한 것은 알아. 굳이 화기가 아니더라도 압축된 공기를 이용해서 쏘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 레벨 0지만 현재 모두의 성장세를 본다면...가능할지도 모른다.
딱히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다.
전탄발사는 그야말로 남자의 로망이니까. 초거대기갑공룡합체로봇과 더불어 남자의 로망이니까 허공에서 수 많은 총들이 나타나 전 지역을 재와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남자의 로망이니까. 초거대기갑공룡합체변신로봇을 부탁하면 리라는 죽을테니 이렇게라도 남자의 로망을 채우고 싶었으니까.
사적인 로망을 이렇게 합법적으로 남을 위하는 착한 선배인 척하며 채울 수 있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때는 여름이 천천히 다가온 6월 중순입니다. 이제는 슬슬 더워질 때도 되었지요. 교복은 하복으로 바뀌고, 15주년 기념 퍼레이드까지는 이제 얼마 안 남은 상황입니다. 정확히는 한달도 채 남지 않았네요. 어쨌든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으며, 샹그릴라도 이제 완전히 볼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은우는 모두를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덥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바다로 가자." "인첨공의 해수욕장 말고, 인첨공 영해내에 내가 가지고 있는 섬이 있어. 거기로 가자."
거기에 응하던지, 응하지 않던지 그건 개개인의 자유였겠지만, 같이 간다고 하는 이들은 아마 인첨공 제 3학구에 있는 포구에서 커다란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나아가다가 어느 한 섬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 순찰은 어떡하냐고요? 그건 월광고가 맡기로 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목화고등학교가 한동안 커버를 쳐줬으니 이번엔 월광고 차례입니다.
아무튼, 황금빛 모래밭이 상당히 찬란하게 반짝였으며, 물도 꽤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서해인만큼 당연히 밀물과 썰물이 존재했고, 물은 대체로 얕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깊게 들어간다면 상당히 깊겠지만요. 수영을 하면서 놀기에는 딱 좋은 환경의 해변가가 있었으며,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들판 위에 커다란 2층 건물이 지어진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평소에 관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 안은 청소가 깔끔하게 되어있었습니다.
1층에는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 두 개가 있었으며, 커다란 방이 2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발코니로 나갈 수 있는 공간과, 주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야외발코니가 있었으며, 그 이외에도 방 2개가 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1층 방 2개는 남자가, 2층 방 2개는 여자가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다 같이 한 방에 모여서 자도 상관없고, 각각 방을 나눠서 자는 것도 가능한 모양입니다. 그 부분은 자유롭게 하라고 은우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섬 안은 잔잔하게 걸을 수 있는 해변 산책로가 있었으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숲이 보였을 것입니다. 숲길을 쭉 지나서 앞으로 가다보면, 오르막길이 있었고, 그 오르막길을 끝까지 올라가면 저 수평선 너머가 보일 정도로 높은 해안 절벽도 보였을 것입니다. 그 이외에도 섬 뒷편으로 가면, 폭포수도 있는 것 같아보입니다.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기 싫은 이는 이 폭포가 흐르고 있는 민물가에서 노는 것도 좋겠지요.
어쨌든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휴식을 취하기에는 딱 좋은 휴양지임은 분명해보였습니다.
당분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해도 되는 모양입니다.
/12월 4일 0시부터 12월 11일 0시까지 휴양지로 일상을 돌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자유롭게 놀아주세요! 왕게임과 진실게임은...글쎄요. 하고 싶은 이 없을 것 같은데. (옆눈) 아무튼 그렇습니다!
팔찌, 여의봉, 보드. 모두 그리기 어려운 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리라는 손이 좀 빨라졌다. 즉, 이 자리에서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번 만들어 본 물건이니까 더 어렵지 않다. 팔찌는 아지에게 그려주며 아직 실체화 시키지 않은 게 몇 개 남아있기도 해서, 리라는 우선 들고 있던 스케치북을 넘겨 팔찌부터 하나 실체화 시킨 다음 철현에게 건넸다.
"......"
그 타이밍에 돌아온 말은 마치 보답 같다. 리라는 가만히 철현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 거기서부터 티가 난다. 습관처럼 자리잡아 버린 행위를 거치고 나면 철현의 여유롭고 밝은 표정과 방금 한 말들이 전부 거짓 한 톨 없는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그건..."
옳은 말일지도 모른다. 아니, 옳은 말이다. 애초에 기대치가 높아서, 상대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격차다. 모두가 나를 탓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부끄러운 건 정작 실전에서는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눈 앞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걸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광경 탓에 사실 스스로 가질 필요 없는 죄책감까지 떠안게 되고 만다. 비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사고의 흐름이라는 걸 한편으로는 알고 있지만 가끔 이성과 심리는 별개로 흘러간다.
"감사해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다만 철현의 말 자체는 너덜너덜 찢긴 정신을 조금이나마 기우는 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라, 리라는 마주 웃어보일 수 있었다. 그새 연필을 쥔 손은 종이 위를 미끄러져 다니며 익숙한 보드와 봉의 형태를 완성시켜 나간다. 최대 길이는... 전이 150cm였으니 이번엔 180cm로 할까.
"전탄?"
그런데 이건 무슨 주문일까. 철현이 그려준 자료를 가만히 바라보던 리라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다.
"할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총이라... 대놓고 총 모양이면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거 같아요. 장난감 물총 같은 모양으로 순화해서 제작해도 될까요?"
저지먼트 완장을 찬 서한양. 누군가에게 반말을 하면서 다가간다. 형식적인 저지먼트의 멘트를 외치지 않는다. 높은 확률로 아는 지인인 것이다. 정체를 알고보니.. 목화고의 3학년 학생이었다.
이름은 이 서준. 목화고 3학년. 성적 우수, 싸움 발군, 탁월한 미모(픽크루 참고), 높은 레벨, 빵빵한 집안 등.. 하이틴 인소 남주의 우월한 점은 다 박아넣은 것같은 녀석이었다. 문제는.. 이런 우월한 점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은근하게 괴롭하다는 것. 전에도 이런 식으로 한양의 성깔을 은근하게 긁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괴롭히기에 통제할 명분이 없었다.
"이서준. 너 이 새X 내가 벼르고 있었는데, 잘 됐다. 지금 당장 아이디 카드 내놔. 이 사바세계를 떠나서 부처님 얼굴 뵙기가 싫다면 말이야."
약한 학생들을 무릎 꿇게하고 괴롭히고 있었던 서준과 패거리들. 서준은 한양의 통제에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담배를 입에 물은 채로 말이다.
"싫은데? 너가 뭘 어쩌려고."
이전부터 블랙크로우들에게 '너네 따위가 뭘 할 수 있다고.'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살짝 스위치가 눌린 듯했다. 하지만 참았다. 스님께서 화를 화로 억누른다면 후회만 남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한양은 차분하게 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담배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며 코를 막은 채로 말이다.
'새X..와꾸 봐라. 나랑은 그림체 자체가 다르네.'
"그러니깐 서준아.. 애들 그만 괴롭히라고. 쟤네들이 무슨 죄가 있니?"
"약하고 못난 게 죄란다. 한양아. 너야 말로 위선 그만 떨어. 개역겨우니깐. 꼴에 저지먼트랍시고 선생질 하는 거..역겹다고 생각되지 않니?"
"와..하..참나..이 새X 봐라..너 대가리는 시X 뭐 중심 잡으려고 달고 댕기는 거냐? 저지먼트가 무슨 나 하나 재낀다고 끝나는 줄 아나본데.. 나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친구가 부장으로 있거든?"
"너네 걔 나오면 다 뒤져-!!! 너 진짜 얄미운 놈이기는 하지만, 이거는 걱정되니깐 그러는 거야. 그러니깐 좋게 말할 때 여기서 끝내고 처벌도 약하게 받자. 응? 너가 왜 지금까지 무사했는지 아냐? 우리가 지금까지 졸라게 바빴어서 그래요."
서준은 에어버스터를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걸까. 자신의 완벽한 , 아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능력들에 대한 나르시즘에 취한 것일까? 부장을 언급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데려와~"
서한양은 안경을 벗는다. 그 다음에 눈을 살짝 감은 채로 숨을 "후우-" 뱉었다. 꽤나 답답한 듯.
"아..진짜..인첨공이 이래서 문제라니깐.. 대가리도 덜 큰 애새끼들한테 힘을 쥐어주니깐.. 이런 뇌가 덜 자란 중2병 새끼들이 깝치고.."
한양은 화를 삭히기 위해서 오른손에 염주를 걸친다. 염주를 걸친 채로 염불을 외우기 시작하는 서한양.
"나무아비타불..."
"뭐..중2병?"
서준은 발끈한 듯, 오른손으로 빠르게 한양의 왼쪽 멱살을 잡으려고 했다. 빠른 그랩과 부드러운 몸놀림. 유도를 수련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저 큰 키와 다부진 체격도 체계적인 관리로 만들어진 것이겠지. 아마 고등학생 레벨에서는 꽤 무섭고 범접할 수 없는 레벨일 것이다.
상대가 서한양이라서 문제였지.
"관세음씨X보살!!!!!"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른손. 한양은 왼손의 손등으로 서준의 오른쪽 손목을 쳐내면서 멱살이 잡히는 걸 차단했다. 마치 날아오는 야구공을 야구배트로 치는 것마냥. 오른손에서 겪한 저림이 느껴오는 서준.
"너..다방면으로 뛰어난데 삐뚤어진 캐릭터..뭐 어디 하이틴 소설 남자 주인공 컨셉이냐? 여자애들은 좋아하겠네."
"근데 어쩌냐. 나는 너하고 장르 자체가 다른데. 나는..음...그..남자들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그런 장르거든?"
서한양은 그대로 오른쪽 손바닥으로 서준의 머리통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격투기고 뭐고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일방적으로 따귀만 때려도 될 수준. 이것이 서준과 한양의 차이였다. 서준이 반격을 하려고 하지만..반격할 틈이 안 났다. 그냥 서한양 자체가 서준보다 훨씬 빠르고, 타이밍도 잘 잡아서 때렸다. 그냥 피지컬 만으로 찍어눌러도 된다는 의미였다.
"어디.하이틴 남주 새X가. 감히. 느와르한테.깝치고.있어."
점 하나마다 서준의 머리통에 뺨을 찰지게 때리는 서한양. 서준의 고운 머리가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곧 추종자로 보이는 후배가 한양을 말리려고 한다.
"형님한테 뭐 하는 짓입니까."
"이 싸가지 없는 어린노무새끼가.. 어른들 얘기하는데 끼어들고 있어."
한양은 끼어드는 후배의 머리통을 방금처럼 사정없이 쳐대기 시작했다.
"이 싸가지 없는 놈.. 한 대 더 맞아라, 이 새X야."
그 순간. 무언가 뾰족한 물체가 여럿 날아온다. 서한양은 순식간에 고개를 틀어서 그 뾰족한 무언가를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아..이거 너의 능력이야? 살벌하네?"
서준의 손톱이 마치 클로와 같은 날카로운 흉기들처럼 변해 있다. 신체능력도 어느정도 늘어난 듯, 빠르게 서한양에게 덤벼보려고 하지만 곧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벽에 처박힐 뿐이었다.
"크..크윽..이거 놔!!!"
한양의 결박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안 간 힘을 쓰는 서준. 하지만 그대로 풀어줄 한양이 아니었다. 한양은 그대로 서준을 공중으로 든 뒤에, 바닥에 처박아서 기절시켜버렸다.
"자아~ 애들 괴롭힌 증거 다 확보했고. 본인도 애들 괴롭혔다는 거 인정한 내용 녹음도 했고.. 좌우지간에 날짜 정해지면 징계위원회에서 만납시다? 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는 확실히 스킬아웃의 세력이 약해졌다. 핍박당하고 있던 월광고 학생까지 따진다 하더라도 저 쪽이 두 배나 쪽수가 많은데, 이지가 초록색 완장을 찬 채로 스스로가 저지먼트임을 밝히며 나서니 그들이 바로 주춤하며 한두 발짝씩 물러서는 게 이지의 눈에도 보였기 때문이다. 이지의 질문에 불손하기 그지없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똑같았지만. 월광고의 아이는 마치 구세주를 봤다는 듯이 얼굴이 환해지며 이지를 돌아보았다.
“알게뭐냠마─!!”
하고, 목소리 담당임직한 홀쭉한 녀석이 발은 뒤로 물러서면서도 언성을 바락 높였다. 그때 그 홀쭉한 녀석 뒤에 서있던 덩치 좋은 녀석이, 다른 한 녀석에게 눈치를 주고는 홀쭉한 녀석의 어깨를 손으로 턱 짚으면서 그 녀석의 앞으로 대신 나섰다.
“아, 죄송합니다. 애들 사이에 의견마찰이 좀 있어서 말다툼하다 보니 언성이 너무 높아졌네요.” 월광고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뭔가 말하려 했으나, 아까 덩치좋은 녀석에게 눈치를 받았던 다른 녀석이 두어 발짝 다가서서 월광고 아이의 손목을 꽉 잡자 그 아이는 하얗게 질려서는 입을 다물었다. “저희는 그냥 사복 입고 있는 거고, 저지먼트 분이 생각하시는 그런 일 없으니까, 그냥 가셔도 아무 문제 없을 거에요.”
덩치큰 녀석은 제법 유순한 말투로 얼레벌레 넘어가려고 하면서, 이지에게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정... 내 캐릭터는 모두와 함께 잘 수 없고 무조건 개인방으로만 써야한다...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죠. 그냥 관리하고 있는, 정확히는 은우가 고용한 능력자가 그냥 기간동안만 만들어주는 것으로!! 막 건물이라기보다는, 정말로 그냥 잠만 잘 수 있는 공간 정도로만! 능력으로 얍! 하고 만들어주는 것으로!
레벨 0인 상태로 저지먼트 생활을 한 세월은 길지 않았지만 당시의 그가 얼마나 무력했는지 정도는 깊이 통감하고 있었다. 인첨공에서 레벨 0으로 보낸 1년의 세월은 이곳의 가장 어두운 면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주제를 파악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젠 지난 이야기지만.
"가방과 세트로 만들면 되는 거겠죠? 구조가 잘 상상이 안 가는데... 가방 안에 총이 들어있으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가방 자체가 총을 쏠 수 있도록...? 응? 이게 맞? 나?
"최대한 가벼운 무게, 최대한 강한 화력. 확인했어요. 그 전에 철현 선배님 추가 팔찌부터~"
"물론 내 개인적인 취향이 듬뿍 섞여있어서 실제로 사용할 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철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뒤늦게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동으로 발사되는 총이라는 것은 그 만큼 다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라면, 총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오히려 탄만 낭비하는 꼴이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동료들을 다치게 만들 수도 있다.
"가방 안에 총이 보관되어 있어. 버튼이 눌려져서 발사가 안 돼."
철현은 종이에서 총만 빼내는 그림을 그렸다.
"능력으로 총만 빼내면 버튼을 누르는 힘이 없어져서 전탄 연사"
이지의 능력은 물체의 위치를 바꾸는 능력, 그렇다면 바꿈과 동시에 공격을 할 수 있다면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가적인 팔찌를 가방 안에 넣었다.
"두번째 목숨을 얻었네. 요즘 새로운 스킬 아웃 조직이 생겨난 것 같아서 순찰 돌 때 필수적인 것 같아. 리라 너도 순찰돌 때 조심하고."
자신의 손가락에서 펜을 빙빙 돌린다.
"완성되면..네가 직접 전해줄래? 아무래도 네 능력이 얼마나 다재다능한 지 직접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하야. 그래도 우리..이번에 잘해보자. 결국 윗 사람들의 말대로 되는 거긴 하지만... 이 블랙크로우에게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면 다른 녀석들도 3학구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야. 이번 건을 기회 삼아서 3학구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각인시켜보자. 위기를 기회로."
어두워진 정하의 표정을 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양으로서는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정하의 심정을 어떻게 풀어보려고 하는 듯,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끔 대화를 이어나갔다.
은우 다음으로 강한 정하가 이렇게 어두워져 있어서야 좋을 게 없기도 하거든.
"그래그래. 우리가 도와줘야지. 은우도 결국 사람이잖아. 걔도 얼마나 무섭겠어?"
블랙크로우 건에 대해서 분위기가 다소 낮아졌는지, 슬쩍 눈치를 보았다. 목소리를 살짝 높여서 침울해진 듯한 정하를 살살 달래려는 투로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났다. 라이트함과 헤비함이 공존한 한정식. 종합적인 평가로는... 미각세포가 예민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냥 G.O.A.T인 걸로. 솔직히 가장 맛있는 정식이긴 했어. 정하가 이런 곳도 잘 아는구나?
몸 얄쌍하신 분이 제게 다가옵니다. 무언가 말씀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말씀이라기 보다는 고함에 가깝습니다. 혼이 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다부진 분이 제게 다가오며 다시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대화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화를 할 생각으로 여기에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헛소리하넴마."
저는 일방적으로 말했습니다.
"그것도 알아와야지 당연한소릴지껄이고있냠마."
제가 들은 것을 말했습니다.
"벌써 전부 들어서요…"
곧바로 치마를 걷어올려서 허벅지 바깥 쪽에 차고 있던 권총을 빼들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시던 얄쌍하신 분을 어림잡아 겨누어 가슴에 사격을 가했습니다. 두 번입니다.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살상탄이니까요. 하지만 기절 정도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후의 연행과정이 쉬워집니다.
"스킬아웃은 배제합니다."
다부진 분이 쓰러지셨을까요. 쓰러지지 않으셨다면 기절할때까지는 사격할 생각이었기에 총구를 고정시켰습니다. 다가오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도 쏴야할 것입니다. 눈은 나머지 일행분들을 향하여 돌렸습니다.
철현은 리라의 칭찬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전직 아이돌이여서 그런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자신이 내뱉는 터무니 없고 이상한 아이디어를 무시하지 않고 경청해주며 마법같은 힘으로 그것을 실현해준다. 제 주인을 누구보다 잘 찾아간 리얼리티 매니풀레이션과는 달리 주인을 잘 못만나 활약하지 못하는 키네틱 아규멘테이션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
철현은 리라의 메모를 보면서 덧붙힌다.
"탄환 재질 같은 구체적인 것은 후배가 알아서 해줘. 거기서부턴 후배가 더 잘 알테니까. 나야말로 언제나 고마워. 무리한 부탁도 잘 들어주니까."
출처표기는 확실히 하겠다는 리라의 말에 철현도 웃으며 답했다.
"그래, 그렇게 해줘. 이런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도 실현해주는 실력자니까."
철현은 리라와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다.
"약속할게. 어자피 밀린 공부 해야해서 더 이상 무리 못해!....그런데 나 그렇게 크게는 안 다쳤는데..."
마주 걸린 새끼손가락 사이로 전해지는 온기가 따뜻하다. 리라는 피부가 맞닿으며 전해지는 체온에 저도 모르는 사이 아득해져 있던 의식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합리적인 자학으로 버무려져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마음은 이제서야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
"그 말 들으니까 좀 더 안심되네요. 공부 하려면 다치면 안 되니까~ 꼭이에요?"
새끼손가락을 건 손을 두어번 다짐하듯 위아래로 흔든 뒤 손을 떼어낸 리라는 스케치북을 덮고 연필을 스프링 사이에 끼웠다. 구체화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해보자.
"크게 안 다쳤다고 해도요, 여긴 은근히 무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가 없네요. 좀 오지랖이긴 하지만 가볍게 받아주세요~ ...라곤 해도, 철현 선배님은 스스로 잘 하실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진 않을게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의 기반은 상상력에서 비롯되죠. 그래서 저는 상상이 말도 안 될 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가능한 것만 쫓다 보면 환상은 빈약해지니까요."
그건 결국 활용도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정말 마법을 부릴 수 없어서 현실의 법칙과 타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뇌를 말랑하게 유지하는 것도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완성하고, 테스트 해 본 다음에 이지 후배님께 전달 드릴게요. 나중에 또 도움 요청해도 되죠?"
아참 이지주, 전개가 한 명이 더 필요한 전개로 흘러갈 테고, 그때 성운이가 난입하게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덩치큰 애가 1레벨 능력자인데, 이지에게는 조건상 능력을 못 쓰고 자신들이 협박하던 월광고 애한테 능력을 써서, 항복하는 척하면서 이지의 행동을 제한할 거에요)
살상용 탄환에 비해 운동에너지가 크게 떨어지는 비살상탄이라고 해도, 센터매스에 정확히 맞춘 더블탭은 여전히 유효한 제압수단이다. 스멀스멀 다가오던 덩치큰 녀석은 손쉽게 케헥,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풀썩 꿇었다.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덩치큰 녀석은 항복하겠다는 듯이 무릎을 꿇은 채로 손을 올렸다. 이미 이지가 다 들어버렸다는 사실도 말해버렸고, 이지가 자신에게 대항심을 갖고 있는 이상 그 녀석은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 알았어요, 알았어요. 항복. 야, 걔도 놔줘······.”
의외로, 그들은 순순히 항복을 택했다. 나머지 세 녀석도 얼레벌레 손을 들었고, 자유롭게 풀려난 월광고 아이는 이지의 뒤로 숨으려는 듯 이지에게로 후다닥 달려왔다. 그런데 그때, 무릎을 꿇고 있는 덩치큰 녀석이 월광고 아이에게 곁눈질을 건넸다. 눈빛이 어찌나 스산한지, 그 눈빛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움찔할 만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정통으로 받은 월광고 아이는 달려오다 말고 움찔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너희들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굳은 얼굴로 이지에게로 후다닥 달려왔다. 그리고 이지의 등뒤로 숨으려 할 것이다.
어...그러니까... 여러분. 제 말은 보드게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정사/비정사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이고... 거기서 벌어지는 캐릭터 상호 관계는 당연히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흐릿)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길 바라며... 그런데 ...그런 상호 작용 같은 것은 그냥 정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라고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저는..(흐릿22)
그리고 오너입 진행에 대해서는 제가 아무래도 허용해줄 수가 없는 것이...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모카고라는 스레를 즐기러 온거지. 오너들끼리 노는 크라임씬을 즐기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물론 잘 하면 재밌을 수도 있고, 즐거울수도 있지만.. 그렇게 허용되었기에, 오너입으로 이것도 해봐요. 저것도 해봐요. 요것도 해봐요. 그것도 해봐요. 라는 식이 되어버릴 수도 있고...결국엔 메인인 '모카고'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캐입으로 캐릭터들이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우리들이 하는 오너입은, '모카고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허용이 힘들다는 점...양해바랄게요.
「정사」라고 하는 것은 단지 캡틴이 감독하는 세계관 내 정규 스토리와 그 떡밥들을 파헤치고 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소소한 일상 이벤트에서 쌓아가는 캐릭터들간의 관계도 있는 것이라고 성운주는 생각해요. 일상 이벤트에서 캐릭터들이 엄청 친해졌는데 이 이벤트는 정사가 아닙니다! 라고 하면, 그 친해졌던 게 없던 일이 된다는 뜻이라... 👀
>>902 혜성주 잡담이 꼭 지금 풀리는 썰에 끼려고 하기보단 그냥 생ㄱ각나는 거 툭툭 던지다가 이어지고 하는걸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 생각나는게 없을 땐 잡담 안 써지는거 당연한거구 잡담플로우에 꼭 낄 필요도 없는거야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구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놀러온 거잖아 우리 모두
성여로 이 놈도 스레 첫 날부터 자기 좋을대로 날뛰고 있다구. 내가 상판에서 얘처럼 오너 상대로 사기치는 놈은 처음 겪어봐. 안 그럴 것 처럼 있다가 저지르는 놈이 바로 성여로입니다. 다른 애들은 그래도 내 의지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얜 그냥... 여로주 =/= 성여로 이런 모드라.. 캐릭터와 원만한 합의를 보는 게 좋지.
아니면 애의 설정을 세세하게 바꾼다던가? 나는 뭐... 바꾸려고 시도했더니 여로땅이 메롱 하고 가출하더라고. 어이없어 성여로
너무나 갑작스럽게 항복을 받았습니다. 원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무력을 보이자 멋대로 해온 것입니다. 일이 예상보다 쉽게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스킬아웃분들을 쏠 수 없게 됐다는 아쉬움도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틈을 타서 월광고 분께서는 풀려나자마자 제쪽으로 와서 숨으셨습니다.
"………"
그런데 그만 저는 거기서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순찰 중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압은 확실하게 했습니다. 인질도 무사히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 다음에 대해서는 실전 요령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말 없이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움직이면 저분들 사이에 끼어드는 모양이 됩니다. 저 분들을 움직이게 하면 접근을 허용하는 모양이 됩니다. 어쩌죠… ……… 생각해보니 투항했다고 쏘지 말라는 법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전부 머리를 쏴서 기절시킨 뒤에 일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스킬아웃분들은 저희 저지먼트에게 배제되기 위하여 태어나신 분들이니까요.
혜성주 이전에 요즘 상태 안좋다고 말 꺼낸거 봐서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심적으로 불안정한거면 스레 놓고 며칠 푹 쉬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 오지랖 부린다고 불쾌할수도 있다는거 아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멘탈 안 좋을때 상호작용 많이 흐르는곳 참여하게 되면 본래 목적이였던 재미나 그런거 다 뒷전되고 그냥 여러모로 나혼자 불편한 기분만 들었었거든 혹시나 혜성주도 이런상황 아닐까 싶어서
혜성주가 한 말들 물론 정당하고 비판받을 건덕지 한개도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 멘탈 문제가 아닐까 걱정돼... 혜성이 캐릭터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캐릭터 고찰 고뇌 다 이해해 나도 다른 캐들 글릴때 그런 고민 많았거든 :( 캐랑 합의 잘 보길 바라지만 너무 무리해서 승부내진 않았으면 좋겠네
혜성주가 문제여서 글쓴게 아니라 내가 오지랖 부리는거야 글 읽고 내가 혜성주더러 멘탈 안 좋아보인다고 한소리 하는거 절대 아니니까 엥 경진주 먼솔하는거야 상황 못읽니; 같은거면 한귀로 흘려주길 바라고 젠장 사랑한다 내맘알지 나랑 백년해로 스레뛸래
저지먼트 지급품 중에는 수갑도 있고, 이럴 때에는 보통 손 내리고 땅에 엎드린 뒤에 두 팔을 뒤로 하라고 명령해서 수갑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체포절차에 대해서는 다른 부원에게 배우면 되며, 지금이라면 다른 부원에게 연락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이변이 벌어졌다. “어,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이지의 팔을 붙들어오는 손. 그 월광고 아이였다. 월광고 아이는 얼굴이 하얗게 납빛으로 질린 채로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움직이면서 이지의 양 팔을 잡아붙들고 있었고,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몸에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억지로 잡아끌려내려가는 조준점 너머로 네 명의 스킬아웃이 저마다 웃음을 짓거나 화난 표정을 하면서 손을 슬그머니 내리고 있었다. 덩치큰 녀석이 유들유들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다 들었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에어버스터 겁나서 그렇게 거친 짓은 안 하겠는데, 우리가 급한 일이 있어서, 그거 하시는 동안은 좀 한적한 데서 쉬어주셔야겠거든요.”
그리고 그들은, 이지가 뭔가 행동을 하기 전에 이지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거기에 한발 앞서 뭔가 하얀 게 날아들어 덩치큰 녀석을 들이받았다. 뻐억, 하는 시원한 소리가 났다. 그냥 들이받은 것도 아니고 아주 말끔하게 턱에 클린히트하는 플라잉 니킥이었다.
“읏차!”
하고, 그 하얀 것은 단숨에 뻗어버린 덩치큰 녀석을 지나 땅바닥에 가볍게 처치했다. 하얀색에 가까운 밝은 회색의 후드집업을 입은, 하얀 머리의 목화고 학생이었다. 팔에는 이지의 것과 똑같은 초록색 완장. 덩치큰 녀석이 뻗으면서 능력이 풀려버린 건지 월광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이지의 팔에서 손을 뗐다. 뒤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던 세 명은, 예기치 못한 제삼자의 엔트리에 경악하는 표정이 됐다.
그러나 이내 그 난입해온 목화고 학생이 참 우스울 정도로 조막만하다는 것을 발견하자(이지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았다), 세 명은 도망 대신 해볼 만하지 않나? 하는 표정으로, 건들거리던 얼굴에 경계심을 띄고 다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죄그만 녀석이 어찌나 무해해보이던지 이지가 총을 들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새로 난입해온 하얀 녀석은 하얀 녀석대로, 허리춤에서 삼단봉 두 자루를 뽑아들고 타라락 소리가 나게 펴들었다.
“저지먼트 부원 지시에 이유없는 비협조 및 협박, 납치 미수. 일반 학생에게 이능력 사용······. 전원 강제진압할게요.”
가장 먼저 다가오던 녀석이 고함을 지르며 하얀 녀석에게 달려들자, 하얀 녀석은 옆으로 살짝 피하며 삼단봉으로 팔목과 어깨를 후려쳤다. 먼저 달려든 녀석이 주춤하는 사이에, 허리와 옆구리, 배, 목으로 삼단봉이 연타석으로 우박 쏟아지는 소리를 내며 꽂혔다. 순식간에 두 명이 넉다운. 다른 두 명은 그 꼴을 보고 도망갈 폼을 잡으려고 몸을 돌렸으나, 그것 참 안됐다. 이제 이지의 조준을 방해하는 것이 아무도 없었기에.
성운이의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생각하면서 썼는데, 새삼 이게 첫일상에서 그 여섯 명한테 두들겨맞던 그 꼬맹이가 맞나 싶긴 해요 👀 혜성선배와 한양선배 보고있나요 당신들이 이 친칠라를 이렇게 키웠습니다
와중에, 성운이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안 들고 다니다가 먼지나게 맞았는데 이지는 비살상권총을 들고 다니는 게 살짝 아! 싶었어요. 당시 성운이는 다른 애들과 격리돼서 커리큘럼을 받다가 나와서 저지먼트 임무 투입된 거라곤 하지만... 이것이 젊음이구나(?) 역시 능력계수가 낮게 나올 걸 대비해서 캐릭터의 기본적인 전투능력은 어떻게든 확립해둬야 하는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