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씨가 할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토고 쇼코가 아무리 돈을 좋아한들 선을 나름 지키는 걸 알면서도 에에, 말끝을 늘이면서 은근슬쩍 놀리듯 가볍게 어이없어하는 대사를 쳐본다. 톨고가 뚝배기를 날리는 순간 전원을 내려 완전히 카메라를 모조리 꺼버리고 연결된 전선도 단검으로 끊어버린다.
저 멀리서 난리가 났다고 선언이라도 하듯이 고성방가와 타격음이 마구잡이로 들려오고 린은 들어온 만큼이나 빠르게 위의 통풍기를 열어 파이프로 나간다. 방금전에는 존심때문에 싫다고 했으면서 지금 행동을 바꾼 것은 단순히 걸어가서 나타나는 것보다 위에서 현장을 덮치는게 더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 겸양도." 척 보아도 유유히 상황을 빠져나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천연덕스럽게 몸 싸움은 잘 못한다는 한 마디에 겸양이라며 받아친다. "수고하셨어요. 저는 잠깐-" 일부러 통화를 끊지 않고 아래에서 잔뜩 폼을 잡고 대열해 있는 양복쟁이의 의념각성자를 차가운 눈으로 슥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넷. 마도사는 없어보이고. 잔뜩 사과박스를 실은 차량 앞에서 무전기를 잡으며 혼란을 보고받으면서도 그 자리에 대기중인 그들의 고지식함에 감탄하며 린은 뛰어내렸다. 허공에 봐줄만한 외모에 대한 감상 이전에 본능적으로 뒷골이 서늘하게하는 섬뜩한 분위기를 두른 흑발의 여인이 밤 그림자속에서 나타난다.
"빨리 다른 지원이 붙기 전에 털어야죠." 부탁드립니다- 차분한 음성으로 토고에게 뒷문의 차량근처로 올 것을 부탁하고서 순식간에 두 명을 기절시킨다. 유쾌하다. //8
저쪽도 대강 신나게 놀고 있는 것 같네. 하기야, 요즘 만나는 아 마다 인간다워야 뭘 하든가 말든가 하지... 무전기를 통해서 느껴지는 목소리에서 참 놀고 있다라는 것이 느껴져서 토고는 기지개를 켜고 한숨을 내쉰다. 정작 자신도 신나게 놀았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다. 관리실쪽은 정리 했고, 당근벽도 이제... 쾅. 무너졌다. 관리실 근처에 있던 각성자가 찾아온 모양인데 그래봐야 상대가 안된다. 나를 죽일거라면 전쟁 스피커 정도 데리고 와라!! 진짜로 데리고 오진 말고! 무너진 당근벽의 잔해를 손에 쥐고 각성자의 눈에 뿌리듯 던진 뒤 날아차기! 그리고 빠른 지원을 가기 위해 의념을 끌어올려 다리 근육을 강화하여 빨라진 신속으로 뒷문 차량 근처로 달려나간다.
요즘 만나는 상대가 사제 사제 사제 또 사제. 주로 이단을 감시하고 포획하고 마음을 꺾는데 달인인 사제 등등인 마츠시타 린은 마음대로 해먹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 간만에 신나있었다. 자 신이시여 한 명 더 보내...면 안되지. 간지나는 등장과 함께한 멋있는 의념탄의 난사에 그새 쓰러진 두명 옆을 따라간 세번째 옆의 겨우 버티던 네번째가 쓰러진다.
순간 두 사람이 눈이 마주치고 똑같은 생각을 했음을 알아챈다.
"차 키 빼낼까요?" 열심히 일했으니 보상을 챙겨야지. 사과박스를 실은 차를 빼내면 오케이. //10
열심히 토고를 따라 양복쟁이를 제압할 때 보다도 집중력을 발휘하여 열쇠를 찾던 린은 토고의 말에 고개를 든다. 차에 꽂혀있었군. 이 놈들 얼마나 허접한거야? 냉큼 올라서 보조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맨다. 달려오는 자동차보다도 앉아있는 의념각성자가 더 흉악할테지만 이 모든 것은 뒤에 있는 사과박스를 위함이다.
"운전할 줄 아세요?" 오- 하기야 토고는 이십대 중반의 어엿한 신한국 주민이다. 그렇다면 면허 정도는 있을 확률이 높았다. 오락실에서 밖에 안해봤다는 말에 짜게 식었지만.
"그도 안해본 저보다는 낫겠죠. 뭐." 면허라고는 오토바이, 그것도 일본쪽 면허밖에 없는 만19살, 한국식으로는 20살인 린린에게 선택권이란 건 없었다. 자 가보자고!
부릉... 진짜 조금씩 앞으로 차가 움직인다. 진짜 조금씩이라 걷는 게 더 빠를 지경이지만, 그래도 움직인다. 옆에서 더 빨리 움직일 수 없냐는 말이 들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왠지 이러다가 사고 나면 큰일이라고 스스로 되새기며 천천히... 천천히.. 그러다 사이드미러를 통해 보이는 조폭 차량을 보고선 엑셀을 풀로 밟아버린다.
이 사람 믿어도 될까. 여태까지 의논했던 신뢰에 대한 문제보다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의 믿음을 생각해보며 떨떠름한 얼굴로 운전대와 헬멧을 번갈아 쳐다본다. 자동차가 움직인다는 사실에 아기가 첫 걸음마를 떼고 보행기를 움직였다는 현상에 감탄하는 것과 유사하게 반응하는데 이거 괜찮은거 맞?아
"면허...있는 거 맞죠?" 장롱면허라도 있다고 해줘. 젭알. 위태롭게 움직이다가 사이드미러로 반사되는 헤드라이트들의 향연에 당황한듯 밟히는 엑셀. 반동으로 움직이는 상체 모든 환장스러운 상황에 린은 잠시 허공을 쳐다봤다. 당연히 게임과 다르지 이 사람아. 와중에 자동차는 빠르게 방지책을 부수고 무쇠의 뿔처럼 난폭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와중에 뒤에서는 욕지거리를 하며 총탄을 쏴갈기기 시작한다. 정말 환장하겠네요.
"오토바이는 잡아봤는데 제가 잡을까요?!!?" 열린 창문으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마구잡이로 머리칼이 휘날린다. 토고가 계속 운전하겟다면 자신이 어떻게든 창문 밖으로 나가 차 위에서 총탄을 막겠다고 말한다. //14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기어를 이렇게... 와따마 점마들 총까지 쏘나? 미친 거 아니가? 누가 신 한국에서 총을 쏘는데? 내도 쏘지마는 내는 의념탄 아이가??? 토고는 냉정을 잃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옆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미니 냉큼 "잡아도가!" 하고 승낙할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총탄을 역으로 맞춰 격추하는 게 더 편하고 쉽다는 토고의 생각이었다.
"아니, 내 생각해보면 요 헬멧 땜시 360도로 싹 다 보이는데 이 상황에서 이런 빠른 스피드와 운전은 내가 견딜 수 있는 게 아니라 어쩌구 저쩌구"
토고는 린이 운전하기 편하도록 창문을 통해 자동차 위로 올라간다. 바람이 제법 심하지만 각성자에게 이 정돈 껌이지. 호드 콜레오의 시시각각 변하는 시야에 눈이 조금 아프지만 괜찮다. 이 정도는. 토고는 총을 들고 탄을 장전한다. 폴러 베어를 도로에 쏴 미끄러지게 하여 전복을 유도하고 다른 차량에는 바퀴를 쏴 제동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다른 차량이 총기로 공격해오기에 어쩔 수 없이 의념탄으로 맞추어 격추시키도 하며 방어에 나선다.
확실히 오토바이하고는 감각이 다르다 더 부드럽고 빠르게 달리고 동시에 움직임이 확실히 부피가 커져서인지 덜 자연스럽다. 탕,탕 인적 드문 밤의 도로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아수라장 속 린은 필사적으로 운전대와 씨름을 하며 차를 네비게이션의 안내대로 움직였다. [n00m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와중에 상황파악 못하는 기계는 경쾌하게 경로를 안내한다.
"미리내고 근처 공터요!" 뭐라 뭐라 위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다시 물어보니 무전기로 질문이 돌아온다.
"다른 곳으로 가야하나요?!" 이 와중에 경로까지 바꾸기 힘드니까 빨리 말해줘...!라는 재촉이 담긴 물음이다.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