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그렇다. 한양은 리라가 절대로 불편하지는 않았다- 팔짱을 낀다거나 눈을 마주친다던가- 좀 더 친밀감을 쌓아야 허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을 마주치는 것 정도야 허용되지만 피부끼리 맞닿는 스킨쉽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름값을 해서 그런가 - 종교는 불교지만 이성관계에서는 유교성향이 강했다. 상대는 그저 친밀감의 표현이지만, 한양에게는 아니었다.
"어..그게..저도 잘 모르겠어요...헤헤.."
염동력 능력자는 모두 그런 오라가 나타나냐는 질문. 한양도 답을 몰랐다.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모른다고 답할 뿐이었다. 텔레키네시스 능력자들이야 적게는 봐왔지만, 자신 만큼 힘을 출력하는 이는 못 봤으니깐.
"네. 눈썰미 정말 좋아요. 이렇게 된 거, 우리 부실 인테리어를 리라양에게 맡겨볼까요? 절대로 제가 귀찮아서 안 맡으려는 건 아니고요-"
블랙크로우와의 결전에서 그나마 분위기를 가볍게 해줄 농담을 던졌다. 그래. 이렇게 밝은 후배 앞에서도 계속 무거운 기운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계속 그런다고 산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나 리라의 짧은 침묵에 이은 답변에 한양 역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우리 강아지 지금도 걱정하고 있겠네요. 반나절만 비워도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거든요. 그래서 계속 원격으로도 봐주고요. 미안해지네요. 그저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었을 뿐인데. 우리 아빠처ㄹ...그래서 리라양은 뭘 하고 싶은데요?"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겼다.
..이어진 리라의 대답. 사소하지 않다고 해주고 싶었다.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는 싸움이니깐. 다들 살아남는다는 것이 뭐가 사소한 거냐고. 하지만 이 말을 차마 뱉을 수는 없었다. 어차피 다들 알고 있을 테니깐.
밤 그림자 스민 대지는 어둡고 가라앉았으나 평안하기 이를 데 없다.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고요한 공원에서 그저 하얀 소년은 유독 눈에 띄었다. 서늘한 벤치에서 오늘 하루를 회고하는 것은 썩 괜찮은 일이었다. 그는 최근, 조금 즐거웠으므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끼워 넣어야 하는 표정은 답답하였으나 이제는 익숙하였고. 그들 사이에서 나누는 소박한 대화도 좋았다. 조금씩 '편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시험적으로 은우 부장님에게 내보였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였으니, '그러려니'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멈추지 않았다.
물론 아무 사건이 없는 건 아니었다. 소년은 까마귀들의 습격과 그림자의 궤변은 잊지 않았다. 다친 사람들도 많았고 어쩌면 죽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힘낸 사람이 많았다. 안경과 태도 덕분인가. 소년이 얌전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던 혜성 선배는 무척 유능한 사람이었다. 듀라한이던 수경씨가 멋졌고, 아침 조깅 파티는 지금은 멈췄지만 여전히 즐거웠다. 여로가 조금 불안하지만 그가 자신을 버림 패로 쓰는 걸 두고 보지 않을 사람이 많았다.
꽃과 함께하는 왕게임, 진실게임. 사탕 소동에 최근 기묘하지만 즐거운 꿈을 꾸는 때도 늘어났고. 이런저런 일들이 쌓여 이대로라면 조금..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고 만 것이다.
"아."
눈에 익은 갈색 머리카락이 소년의 눈에 보였다. 그의 룸메이트이던 남학생으로, 레벨은 0이지만 신경 쓰지 않는 부류의 밝은 사람이었다. 밤 산책이라도 하나? 최근 위험한 일들이 잦기에 소년은 벤치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야~ 여기서 뭐해? 아직 기숙사 통금 아닌가?"
입가에 걸친 것은 가벼운 미소다. 아는 친구들에게서 잠시 빌려 가져온 그 웃음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누구세요."
갈색 머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 소년에게서 움직임을 앗아갔다. 손을 흔들던 모습 그대로 멈춘 소년에게서 갈색 머리가, 한 발 자국 멀어졌다. 그는 슬쩍 고개를 숙인 채 주위를 살폈다. 조금 어색한 동작이었지만 소년은 눈치채지 못했다.
"저한테 말씀하신 거 맞죠? 혹시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 아니에요? 우리-"
처음 보잖아. 소년에게 겹쳐지는 건 검은 머리의 어른들. 자신과 다른 금색의 아이. 그리고.... 어제까지 인사하던 후배들.. 활 쏘는 법을 쭈뼛쭈뼛 물어오던 부원.... 분홍빛 머리카락. 점차 표정은 굳어가고 희게 질린 손이 그의 입가를 가린다. 천천히 허물어지고, 시야가 낮아진다. "나는 멋대로 혼자 남겨둔 사람 모르거든요-"하고 불퉁한 표정을 짓던 갈색 머리의 말소리가 작아지고 당황이 묻어나오는 표정으로 소년에게 다가갔다.
누구니 우리 가족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없는데 누구세요. 양궁부에서는 처음 보는 분 같은데.. 견학이신가요? 선배? 하얀 머리를 한 선배는 없는데.. 누구..? 아 혹시 사람을 착각했어? 활 쏘는 법? 그걸 왜 네가..? 너 양궁부도 아니잖아. 누구야? 같은 학년 같은데 혹시 얼마 전에 전학 왔어?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나를 알아? 앗 나 혹시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해?
누구야 누구니 누구세요 누구신지 누구인가요
"..빠암~!" "으악!"
하얀 소년은 방긋 웃으면서 양 손을 펼쳤다. 심장에 손을 올린 갈색 머리에게 키득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러게 누가 그런 장난을 치래~ 하고, 소년이 말했다. 그러고선, 멋대로 나가게 되서 미안하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태연한 낯 뒤편으로 숨이 가라앉고 있다는 걸을, 적어도 상대는 몰랐다.
누구야누구야누구야누구야누구야누구야누구야
모두가 떠난, 밤 그림자 스민 공원에서. 유독 눈에 띄는 순백색의 소년은 곧 사그라질 듯 흩어질 듯.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갈 것처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서있었다.
한 소년이 나란히 하는 것에 대한 통찰을 얻는 동안 다른 소년은 망각하고 있었다. 한쪽 발이 바닥과 닿으면 또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던 다른 쪽 발이 힘을 낸다. 그것은 지극히 기계적인 동작이었으며 아지 스스로도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자신의 의식이 아닌 무언가가 숨을 쉬고 몸에 피를 돌게 하며 그런 동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신비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달리면 달릴수록 언제부터 달리기 시작했는지가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 것이 꿈결 같았으나 꿈에는 처음은 몰라도 끝은 있어서 목화고 정문에서 어느새 멈추어 서게 되는 것이다.
아지가 잡지 않은 다른 쪽 손을 가슴에 대고 상체를 숙인다. 숨을 몰아쉬고 있으나 그렇게 괴롭진 않다. 어쩌면 그간 달려온 것이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이상하게 가벼웠던 발걸음이 그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대도주의 여운이 남아 발자국 소리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그 소리는 발에서, 심장에서, 성운과 닿은 손끝에서 아직 일정한 박자로 뛰고 있는 것 같다.
"........" "감사해요..."
얼굴을 보지 않고서 있는 아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성운과 맞잡은 손의 힘을 살며시 푼다. 놓아주었다면 무릎 위쪽에 손을 얹고 바닥을 보고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을 소모하였다. 그러다가 침을 삼키고서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나선을 그리며 찰랑이는 땋은 머리 자락과 성운 못지않게 상기된 얼굴이 방긋 웃는다. 거기엔 인조적인 느낌이 있다.
"아무도 못 따라왔겠네요~ 아하, 하..."
웃음소리를 내지만 이내 잦아든다. 아지의 머릿속은 프리허그의 현장에 모든 걸 놓고온 듯 깔끔하지만 이내 무언가 망각해버린 듯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입 밖으로 낼 리 없고 아지는 더이상 할 말을 잊은 채 성운을 응시하고 있다. 없는 것이 아니라 잊었노라고 분명히 그렇게 느껴졌다.
어디 가겠냐는 말에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사실 당장 어딜 가고자 하면 갈 곳이 없겠느냐만은(아지는 인첨공에 부모님도 같이 들어왔고 돈도 조금은 있고 따지고 보면 재워줄 친구도 많았으므로) 생각하고 던진 말은 아닌 것이다. 책임지고 잡고 있겠다는 경진의 말에 아지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경진이 믿음직해~
"경진이 때리지 마아"
고양이의 난타를 보면서 삐질삐질 땀을 흘리는 아지다. 차마 손은 댈 수 없겠고 멀리서 그쪽 방향으로 말릴 듯 손을 뻗긴 하지만 몇 센티나 앞으로 나갔는지 잴 수 있을 정도다.
"그치만 나는 미인이 아닌데요오..." "...미인인가~?"
머리 기른 뒤부터 수상하게 청순하다거나 예쁘다거나 아리땁다는 반응을 듣고있긴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의 농담 섞인 것이라 그다지 믿고있진 않았다. 그러나 남의 말에 귀 팔랑이는 것은 여전하다.
"멋있어어... 믿을게요..."
울상을 하고서 한발짝 떨어지지만 고양이가 달려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번엔 비명 지를 시간도 없이 아지가 딱딱하게 굳었다.
하긴, 모두 알 수는 없겠지. 같은 대분류의 능력이라도 각자 다르게 나타나는데. 리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제대로 된 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보다는 아이스 브레이킹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붙들고 늘어질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그보다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은 따로 있다.
"어? 정말 그래도 되나요?"
리라의 눈이 반짝인다. 인테리어. 인테리어라니! 시선이 잠시 한양을 떠나 부실 내부를 훑었다. 지금도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조금 더 꾸민다면 훨씬 예뻐지겠지.
"방금 다녀와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생겼네요. 맡겨주신다면 잘 해볼게요!"
다녀올 수 있다면, 이지만. 리라는 한양의 이어진 말을 그저 가만히 경청했다. 괜한 말을 했나,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각오하고 떠나는 사람에게 기다리는 존재의 무게를 되새기게 만드는 건 잔인한 일이다.
"부끄러운 아빠가 될 일은 없으실 거예요. 왜냐면 한양 선배님도, 저희도, 은우 선배님도, 모두 다 결국에는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한양 선배님 댁의 강아지는 기다려야 하겠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다만 기다림에 지쳐서 슬퍼하고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럴 땐 그냥 안아주는 걸로도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이 한양의 미련이 되어 기어코 돌아올 원동력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하기에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만 덧붙이는 것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생물의 마음을 온전히 대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자랑해주세요! 그런 말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으니까요. 기대되네요, 강아지라~ 어떤 강아지일지는 모르겠지만 한양 선배님을 닮았다면 분명 따뜻한 눈동자를 가졌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