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야견은 한숨을 푹 하고 쉬며,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소녀를 안고, 목덜미를 물려준다. 다만, 너무 깊지 않게. 경동맥이 끊어지고 피가 사방으로 솟는다. 그러나 야견의 표정은 무심하기 짝이 없다. 그는 사욕 덩어리 인간이었다. 자신에게 이용가치, 다시 말해 잠재력이 있는 인간은 곁에 두고 지켜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인간이라면? 민초나 다름없이 무관심할 뿐이었다. 시간을 할해할 필요가 없으니 떠나보내면 그만.
푸욱―.
날붙이가 살을 파고드는 소리. 야견의 손에 들려있는 비도가 소녀의 늑골 사이를 파고 드는 소리였다. 근거리에서 던지고 휘두르는데 특화된 비도술사에게 검을 던져버리고 접근하다니. 나 죽여줍쇼, 하고 선언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니 정말로 그렇게 해줬을 뿐이다. 그 다음은 간단하다. 물린 경동맥 째로 잡아 내팽겨치고, 부하들의 부축을 받는다. 본거지로 돌아가면 절의 의원들에게 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는 없겠지.
“아아 젠장. 재수없게 지나가던 들짐승에게 물렸군. 공수병(恐水病)이나 안 걸렸으면.”
피가 난무하는 개판. 지저분한 싸움의 여파로 흑도는 물론 민초들도 겁에 질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싸움을 보고 누가 정파를 의지할 것이며, 누가 사파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운이 좋다면 민초들이 칼을 맞은 소녀를 불쌍히 여겨 치료해주겠지. 그게 전부인 일이다.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투명한 눈. 흘러나오는 피에 잠시 고개를 기울이던 소녀는, 그저 늘 그러했던 것처럼 생글생글- 웃기 시작하였다. 가볍게 호흡을 고르면서 페가 상하지는 않았는지를 알아보던 소녀는, 이내 그리 깊숙하게는 찔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소매단을 비롯해 옷의 끝단들을 찢어 우악스러움에 가깝게 강하게 지혈하였다.
검을 다시 주워든 소녀는, 차분하게 고개를 숙여 당신네들을 배웅하고는 그 상태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객잔을 치워주기 시작하였다.
비도술사라고는 하나, 그 짧은 사이에 권격 말고도 비도를 준비해두었을 줄이야. 다음부터는 더 유의하자며 생각한 소녀는, 고개를 돌려 경악인지 질색인지 모를 감정에 질린 민초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재차 숙였다.
그 안에 자기자신은 없다. 그저 목숨을 버려버리지 못 해 안달인 자 하나.
花無十日紅라고는 하나, 져물어 썩어버린채로 살아가는 꽃은 무엇이란 말인가? 가식처럼 덮어쓴 미소는 다만 영원토록 박제되어버린 동물의 탈과 같고, 비어버려서 무엇이든 담아 바뀌어버리는 비인간의 행색은 괴기하게 짝이 없는데.
살아감에 무슨 뜻이 있어서, 이리 제멋대로 몸 던지고서 결국 기어이도 살아남는다는 말인가?
비도에 찔렸으나, 그 깊이는 생각보다는 옅었다. 그 이유는, 없는 형편에나마 질긴 붕대와 가죽들을 옷 안에 둘렀기 때문에. 피가 베어나오나, 어디까지나 폐에 닿지도 못 할 가벼운 상처. 1 치 (약 3cm) 에 겨우 닿을까 싶은 상처였다. 그리 철저하게 죽음을 대비하면서도, 왜 서스럼 없이 죽음을 향해 몸 던지는가?
그는 다만 죽어버리기를 한 없이 갈망하나, 다만 족쇄처럼 부숴져버렸음에도 남아있는 마음을 관통하는 선과 협 때문이리라. 다만 그것은 부채이며 죄책이리라. 다만 그것은 망자가 허위허위 명계를 향하게 해줄 노잣돈이리라...
소녀는 다만 계속해서 웃고, 웃고, 또 웃을 따름이었다. 소녀의 눈이 빛나는 것은, 오롯 제 생애가 그나마의 가치를 가진채로 죽음 맞이할 때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