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창작은 0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물며 스케치 한 장도 연필과 종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보다 더 정밀한 작업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건 수많은 형태의 자료를 필요로 하고 그건 리라에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책등을 손끝으로 훑으며 책장 사이를 걸어나가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보폭이 좁고 발소리가 덜 들렸다. 톡톡톡, 제목을 하나하나 훑어나가던 손가락이 특정 부분에서 멈춘다. 미래전쟁의 본질과 과제, 화학전, 총기 백과사전... 얇은 손가락으로 책을 당겨 차곡차곡 품 안에 쌓으면 몇 권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게가 꽤 묵직하다. 얼른 자리에 앉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보면 우연찮게 방금 전 책을 빼서 비어버린 틈으로 익숙한 얼굴을 마주치고 마는 거다.
"어?"
딸기맛 선배. 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나올 뻔 했다. 리라는 철현의 눈을 마주친 채 잠시 말을 고른다. 1초, 2초, 3초.
"철현 선배님, 안녕하세요!"
맑은 웃음이 번졌다. 리라는 한쪽 팔로 책들을 지지한 채 오른손을 들어 건너편의 철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부실 밖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 거 같네요! 공부하러 오셨어요?"
언제나처럼 말투는 발랄하지만 목소리 크기 만큼은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인식해서 평소보다 한참 작게 조절되어 있다. 그래도 나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내용이 들리지 않을 일은 없을 것이다.
옥상은 기분 좋은 장소다. 일전의 경험은 큰 감흥 없이 존재한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던 공간에 새로운 감정을 불어넣어 주었고, 때문에 리라는 그 뒤로 종종 옥상에 올라가곤 했다. 이따금 담배 냄새나 삥 뜯기(...)따위를 포함한 불량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마주쳐 버릴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큰 탈 없이 넘어가기도 했고, 그 정도로는 한번 새겨진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없어서 여전히 옥상은 리라에게 즐겨 찾을 만 한 장소로 남아있었다. 바로 오늘까지도.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평소에 계단을 밟고 오르던 다리는 공중에 떠 있고, 시야는 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정신없이 날리는 걸 정리하다가 문득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면 익숙한 색채가 시야 한구석을 차지하고 들어온다. 이곳에서 휴식하고 있었구나. 그럼 내가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까. 빗자루 위에서 잠시 고민하고 있자니 다시 바람이 불어닥친다. 그건 곧 다가올 저녁의 기온을 예고하듯 조금 차가워서 순간 몸이 살짝 떨렸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부장님, 잠깐 방해 좀 하겠습니다.
빗자루가 옥상 난간 쪽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가까이 다가가면 은우가 눈을 감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면 방해 않겠다 생각한 조금 전의 배려심은 어디로 가고 깊은 곳에서 장난기가 끓어오른다. 리라는 은우와 눈높이가 맞도록 빗자루의 높이를 조절한 후, 감은 눈 앞에서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정말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체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까지 옷을 잔뜩 살 수도 없을 뿐더러 너무 늦게까지 사람을 붙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에 불과했다. 어릴때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비슷한 분위기로. 세은에게 있어서 혜우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정확히는... 자신이 이곳으로 막 와서 혼란스러울 때 만난 친구였으니까.
역시 자신에겐 이 아이도, 정하도, 수경이도 다 소중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이 세은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엔 뭘 사볼까. 역시 블라우스를 바라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연두색 블라우스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요것도 예쁘고 저기에 있는 것도 예쁘고. 아. 다 사고 싶은데! 그렇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도중이었다. 그러는 와중, 혜우에게서 자신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겠냐는 물음이 들려오자 세은은 살며시 고개를 혜우 쪽으로 돌렸다.
"아직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누구 상담을 한 적은 없고, 그냥... 앞으로 그렇게 해볼까...정도의 의미였지만..."
거기서 그녀는 잠시 말을 흐렸다.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냐는 말을 던졌으니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니. 의미가 없더라도 혜우 쪽에서 먼저 주제를 꺼내려고 하는 것이기에 듣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당연히 세은에겐 없었다. 그렇기에 세은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상관없다면야 얼마든지."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는 가능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말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혜우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정했고, 그녀의 입이 열리는 것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정면. 당연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것도 없었으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야 하건만, 바로 그 눈앞에서 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그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다급하게 둘러봤다. 뭐지? 무슨 일이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은우는 두 눈을 크게 여러번 깜빡였다. 그러자 보이는 모습은 빗자루 위에 있는 리라의 모습이었다.
"......?"
순간적으로 은우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저 애가 빗자루 위에? 아니. 그보다 저 애가 왜 여기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여러 번 깜빡이던 그는 이전 '마녀'가 어쩌고 한 그 내용을 떠올리며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하하하하. 마녀. 왜 뜬금없이 마녀라고 하나 했네. 이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아. 아무튼 안녕. 쉬고 있다고 해야할까. 그냥 조금 생각 정리중이었지. 내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니 말이야. 그렇기에 분명히 오늘은 저지먼트 활동을 하지 말고 다들 빨리 돌아가서 자유롭게 할 거 하라고 톡을 내가 보낸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혹시 자신이 톡을 안 보냈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제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톡방을 확인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