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보통 주말은 그저 그런 일과로 흘려보내곤 했다. 별개의 커리큘럼이 잡혀있다면 수행하러 가고, 첼로의 레슨을 들으러 가고, 가끔은 청소를 하기도 하며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다.
어쩌다 가끔, 나간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러니까 내가 먼저 약속을 잡은 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먼저 톡을 보내 날짜와 시간을 잡고, 그 날에 나갈 준비를 해서 나가는 건.
어쩌면 너무 나답지 않은 짓을 하는 것 같았다. 답지 않은 짓을 하면 오래 못 산다던데.
그런 연유로 화창한 주말 낮, 외출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외출복이래야 검은 면바지에 흰 티셔츠에 진청색 봄가디건을 걸치고 제법 닳은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별개의 꾸밈도 없이 하나로 올린 머리에 작은 가방을 어깨에 걸쳤을 뿐이었다. 이제부터 쇼핑을 하러 간다기보다 공부를 하러 가는게 좀 더 어울릴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옷 뿐인 걸.
약속 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약속 장소인 분수대 앞에 도착했, 는데,
"...안녕. 일찍 왔네."
이미 세은이 나와 있었다. 포근한 봄 날씨에 어울리는 화사한 옷차림으로. 친구와 쇼핑보다는 데이트를 기다리는 것 같은 세은의 모습에 괜히 내 가디건 귀퉁이를 만지작거렸다. 표면이 부슬부슬한 가디건을 손으로 슥 훑어내리고, 옷 가게들이 있는 마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자."
먼저 약속을 권하고 잡았더래도, 아직은 예전처럼 대할 수 없었다. 그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만 말하는게 고작이었다.
어두운 밤이다. 볼을 때리듯이 차가웠던 바람도 더 이상 불지 않는다. 4월이라서 그렇겠지. 거리의 전등들은 진작에 불이 켜져서 빛이 부족한 어두운 공간을 채워줬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슬슬 잠에 들 시간이었다. 아마 이 시간대는 23~24시 사이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잠을 자지 않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 학생은 서한양이었다. 스트레인지에 갈 때마다 입었던 검은 옷차림과 고수했던 포마드 스타일이 아니었다. 평범한 회색 후드티에 검은색 스포츠 반바지, 안경을 벗은 상태였다. 안경을 벗었지만 검은 옷차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전투적인 목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겠지.
"휴..다 그게 다 떨어졌을 줄이야."
서한양은 자취방 근처의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산다. 봉투에 담긴 하늘색 병. 바로 렌즈 세척액이었다. 한양은 오늘의 일과를 다 마치고 샤워를 하려고 했다. 순찰을 돌고온 날이기에 렌즈를 꼈다. 그래서 렌즈를 빼기 위해 렌즈 케이스에 세척액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세척액은 다 떨어졌기에 렌즈를 못 빼는 상황. 샤워까지 못하게 된 것이다.
1. 어? 성운선배 기숙사 방향은 그쪽이 아닌데요? “아하하, 어디 따로 들러갈 데가 있어서······.” 선택에 따라, 첫 레스부터 즉시 추격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이스를 동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아지의 계수가 1 더 높으므로 주사위를 하나 더 굴려 둘 중 유리한 눈으로 판정합니다. 추격에 성공하면, 성운의 아지트에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2. 아, 다쳐버렸네. “저기, 괜찮아요? 다시 보네요. 잠깐만 저한테 업힐래요, 이 근처에 치료받고 갈 만한 데가 있으니까, 잠깐 거기 들르죠” 아지가 부상을 입습니다. 부상의 정도는 아지주에게 맡기며, 다음 스진에 무리없을 정도의 부상을 권장합니다만 일단 최소한 발목을 삐거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적절한 응급처치나 휴식이 필요합니다. 추격전을 생략하고, 즉시 성운의 아지트에 접근합니다. 이후 성운의 아지트에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앉아서 콧노래를 부르는 도중, 발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혜우의 모습이었다. 진청색 봄 가디건과 조금 오래 신은 것으로 추정되는 스니커즈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새 옷을 사긴 사야하겠네. 오늘 혜우가 부른 것을 스스로 납득하며 세은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안녕! 음. 그냥 우연히. 어차피 시험도 끝이 났고, 따로 공부할 것도 없고... 나는 커리큘럼도 요즘은 그렇게 진지하게 받는 편은 아니니까."
더 올라갈 생각은 없었고 딱 이 자리에 그녀는 멈춰있을 생각이었다. 더 올라가봐야 좋을 것도 없고, 지금 이대로로도 지원금은 충분했다. 물론 제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백씩 받는 것이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인첨공 밖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딱 자신은 이 정도로 끝내고 더 이상 욕심을 낼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바로 마트 쪽으로 몸을 돌리는 혜우를 바라보며 세은은 천천히 그녀에게 향했다. 이어 쭈욱 기지개를 켜면서 앞장서듯 마트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떤 옷을 사고 싶다 그런 거 있어? 혜우 너는.. 음. 조금 차분한 느낌의 옷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지만... 갭을 위해서 조금 하늘하늘한 것도 좋을 것도 같고.. 어느 쪽이 좋아?"
싱긋 웃어보이는 그 모습은 제 친구를 대하는 모습과 별 반 다를 것이 없었다. 전에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어떻게 대하건, 자신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할 거라고. 이제 와서 귀찮다고 뿌리치기엔 너무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놀랐어. 갑자기 주말에 시간이 나냐고 해서 말이야. 옷 사는 것을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사려고 미룬건가봐."
>>40 네, 아직 구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안 돌린 분과 돌려보고 싶었긴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준비되어 있어요
1. 저건 대체 뭐지? 뒤집힌 채로 다리가 달려 자기 혼자 걸어가는 욕조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청바지 입은 작은 다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하얀 머리카락 꽁지와 함께요. ※ 쉬운 난이도의 추격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아야, 다쳤네... 당신은 저지먼트 활동 중 부상을 입었습니다. 스토리 진행 이전에는 충분히 완치될 만한 부상이지만, 발목을 삐거나 한 등의 부상이라 혼자서는 움직이기 힘들어 도움이 필요합니다. ※ 추격전 없이 바로 성운의 아지트에 접근합니다.
3. 어라, 다쳤네... 당신은 저지먼트 활동 중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일을 하던 중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당신의 눈에 우연히, 어느 한 골목에서 어딘가에 기대앉아 쉬고 있는 성운을 발견했습니다. 다리를 다친 것으로 보입니다. ※ 선택지에 따라, 추격전 없이 바로 성운의 아지트에 접근합니다.
어두운 골목길. 그 안쪽에는 움직이기 편한 활동복을 입고 칼을 든 채 돌아다니는 푸른 머리의 소년이 있었다. 수색을 위해 밤길을 돌아다니다가, 수색을 마치고 방금 이쪽으로 넘어온 참이었다. 이대로 집에 갈까 했는데, 마침 골목이기도 하고 체력도 꽤 남아있던지라 나홀로 늦은시간 순찰을 위해 골목길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있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몸을 숨겼다.
....근데 여기 뭐 수상한데도 아니고 그냥 길거리 골목길인데 숨을 필요 있나? 인기척의 주인이 딱히 수상한 낌새를 보이지도 않았다. 달빛을 조명삼아 슬쩍 인기척의 주인을 살펴보니, 어라라 쀼장님이다.
그래서 동월은 골목 벽에 기대어서, 팔짱을 낀 채로 쀼장을 맞이한다. 일부러 어두운 곳을 골라 그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얀 시선은 미약한 달빛을 받아 조금 빛나고 있었다.
" 어이. "
한양이 충분히 가까이 왔을 때 최대한 목소리를 낮게 깔고 그를 부른다. 한양의 밤눈이 밝지 않은 편이라면 어두운 곳에 서있는, 게다가 칼까지 든 누군가가 폼잡고 서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 처럼 보였을테다. 밤눈이 밝다면, 뭐 그냥 동월이 한양을 부른것으로 보이겠지.
>>0 "그러면 말이야, 내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널 공격하려고 하면 어떨까." "글쎄, 딱히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당연하지, 지금은 그냥 어떨까 말해본 거잖아. 그리 덧붙이며 여성은 등받이에 눕듯이 기댔다.
"사람의 인상이나 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말이야, 방금 전까지 하하호호 웃던 녀석들이 칼을 찔러대면 충격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여성은 양 손을 깍지 낀 채로 무릎 위에 올려두며 랑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넌 그런 일을 더 이상 겪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 능력이 네 관념에 좌지우지 되는 거라면... 네가 안전한 사람이라고 본 녀석이 뒤에서 칼을 찔러도 알아채긴 어려울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면 넌 이미 배신을 알아채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그럴지도."
조금은 확신이 없는 듯한 대답에, 랑의 어깨에 손을 올린 여성은, 웃음기를 지우고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어떤 의견도 챙겨두지 마, 그게 네가 살 길이야."
항상 한 편에서는 믿지 말고, 그렇게 살아.
"어차피 내면은 고립되어 있는 거니까, 남을 굳이 들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 너는 너한테만 집중하면 되는 거야, 그것만 해도 살기 힘들어."
"좁아터진 인생에 왜 그리 많은 걸 쑤셔넣고 사냐, 다 네가 알아서 한 거야. 아무도 너한테 뭐 맡긴 적 없다."
랑은 말이 없었다.
"또 대답 안 하네, 맘대로 해라, 나도 내키는 대로 할란다." "돌려줘야 할 게 있으면 돌려줘야지, 그러지 않으면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니까."
꿋꿋이 말을 붙이는 랑을, 답답하다는 듯 쳐다보던 여성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눕듯 의자에 기댄다.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당사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더 할까. 여기서 괜히 더 뭔가를 권하는 것은, 자신이 다 사줄 것이 아닌한 실례되는 행위라는 것은 당연히 세은도 알고 있었다. 물론 사준다면 사줄 수도 있다만, 혜우가 과연 그것을 받아줄지는 알 수 없었다.
꽤나 달라진 분위기. 하지만 그럼에도 세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당연한 것이고. 자신이 싫은 것이 아니라면,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은... 어차피 자신이 원하는대로 대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그 주에 나를 불러줬다는 것 자체가 기쁜거 알아? 뭔가..지금의 너는, 그냥 혼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것 같은 느낌이 강했으니 말이야."
아직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긴 하는구나? 그렇게 웃으면서 세은은 괜히 미소를 지었다. 덤덤하게 여성용 옷 코너로 향하려는 헤우를 바라보며 세은은 천천히 그 옆에 나란히 걸었다.
"좋아. 그러면 일단 네 옷부터 사자. 나도 김에 거기서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면 되니까! 어차피 오늘 딱 무슨무슨 옷을 사야겠다..하고 정한 것은 아니거든. 그냥 보다가 예쁘면 사고, 괜찮으면 사고 그럴 참이기도 해서."
서한양이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이유. 간단했다. 이 길이 자취방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니깐. 지금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면 몸을 띄워서 순식간에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냥 걷는 것과 하늘을 나는 것의 속도차이는 꽤 크니깐.
하지만 지금은 급한 순간도 아니었다. 게다가 밤길을 걷고 있는 다른 이들의 눈에 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간혹 하늘을 날고 있는 한양에게 이상한 물건을 던져보는 이들이 적게 있었으니.
골목윽 벽에 누군가가 기대어 서있다. 한양 본인보다 키가 조금 작고 평범한 체격의 실루엣. 거기에 검을 소지한 듯한 실루엣. 한양은 신경쓰지 않았다. 이 밤 중에 검을 들고다니는 사람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본인이나 사람들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갈 것이었다. 밤눈이 밝은 편이지만 동월인 것을 인지하지는 못 했다. 그저 신경도 안 쓰고 지나가려고 했으니깐.
"......"
하지만 한양이 그 실루엣을 향해 시선을 돌릴 일이 생겼다. "어이."라는 말이 들리자, 시선을 돌렸다. 많이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그 실루엣의 정체는 동월이었다.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냐는 질문에 그는 입을 열었다.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그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하는 서한양. 한양은 벽에 기댄 동월에게 옅은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하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블랙 크로우와의 정면충돌을 앞에 두고 왠지 마음이 뒤숭숭한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안심되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아지는 적당한 크기의 패널을 사서 기숙사 바닥에 놓고 미술용 속재료로 알록달록 꾸몄다.
"다 됐다~"
뿌듯한 조그만 두손에 들린 패널에는 프리허그라고 쓰여있었다. 방긋 웃는 아지의 얼굴이 밝지만 어쩐지 누군가가 볼때는 불안할 것이다. 패널에는 줄을 달아서 목에 쉽게 걸 수 있게 했다. 이제 안내판도 완성되었으니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아지는 같은 기숙사생을 찾기로 했다.
"이경이는 저번에 기숙사를 나갔다고 했고~" "낙조 선배님은... 누가누가 더 많이 안나 승부가 되버릴거야아"
그럴듯한(?) 추리를 하면서 대강 골라낸 사람의 목록 중에서 아지는 성운을 찾아낸다. 성운이라면 같이 해줄 것 같고 둘이서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성운에게 연락을 보냈다.
하기 싫다는 것을 굳이 억지로 불러내봐야 서로 싸움밖에 나지 않으며, 서로 힘들 뿐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불러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물론 아직은 미성년자지만, 자신도 그렇고 혜우도 그렇고 모두 자신의 의지가 있고 행동할 수 있는 나이였다. 굳이 억지로 끌고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그 정도로 생각하며 세은은 가만히 어깨를 으쓱했다.
"봐줄 수도 있지. 그냥 잘 어울리느냐, 예쁘냐 정도의 감각으로도 충분하잖아. 그게 옷 사는거고."
그리고 그 후의 책임은 사는 사람이 자유롭게 하는거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세은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다 이내 옷가게가 천천히 보이자 그녀는 혜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방금 전 말이 괜히 뒷맛이 씁쓸한 탓이었다. 옷을 적당히 보고 위층 카페로 간다. 아무리 봐도 옷이 메인이 아니라 다른 쪽이 메인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의 얘가 카페의 음료나 디저트를 먹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닐테고.
"사실은 옷이 아니라 다른 쪽이 메인인 거 아니야? 나 부른거."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세은은 혜우를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는 천천히 원피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와. 이거 예쁘네. 이것도... 물방울 무늬, 꽃 무늬, 그리고 물결무늬. 참으로 다양한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어쩔까..어쩔까...가만히 고민을 하던 그녀는 살며시 원피스를 내려놓았다.
"너는 저건 어때? 스타일 예쁜 것 같은데."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연한 하늘색 가디건이 있었다. 화사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이 눈에 확 들어오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녀는 맹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제는 폭탄이었던 것이 되어버린 금속 혼합물을 슬쩍 보고선 손을 털어내며 격리실에서 나왔다.
"스읍... 저걸 미리 연습했다면 옛날에 잘 써먹었을 텐데..." "옛날이래도 몇년 안되었걸랑?" "사소한것까지 그르지 마십셔~ 즈한텐 옛날임다~" "저저저, 자긴 기억 못한다고 능청부리는거 봐~" "...그건 그렇구... 누가 만들었는진 몰라두 참 악취미네여." "그러게~ 대체 어느 누가 시한폭탄을 저런 모양으로 만드니?" "...즈 아님다?" "알고 있네요~ 정확히는 주문제작이지~ ...남의 기술을 빼돌린," "...... 개폐장치의 타이밍과 튜브 안의 수압, 잠겨있는 금속관의 노출도, 내부 액체의 점성까지 어느 하나도 어긋나선 안되는... 심지어 그걸 다 맞춰도 정말 데드라인에 근접해야 해제할수 있는 물건이라니, 즈는 저런거 안팔검다." "걱정마~ 여기서 저게 쓰였던건 한번뿐인거 알잖니?" "...알고 있져."
동월은 조용히 한양과 눈을 맞췄다. 표정을 차가웠지만 머리는 지금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이 - 18살 VS 19살. 진다. 능력 - 3레벨 VS 4레벨. 진다. 싸움 경험 - 잘... 은 모르겠지만 쀼장이고 4레벨인데 괴이랑 싸우는 자신보단 대인전에 능숙하지 않을까? 진다. 저지먼트 지위 - 일반 부원과 쀼장. 진다. 키 - 질 것 같다. 근육 - 저게 뭐고. 진다.
아니 젠장할 하나같이 다 지냐!? 그럼 얼굴은!!!!!!!!! 얼굴 - 어딜 비벼. 진다. 빌어먹을!!!!!!!!!!!!!!!!!!!!!!!!!!!!!!!!!!!
" 넷슴다. "
머릿속으로 뼈아픈 패배를 맛본 동월은 꼬리를 내렸다. 팔짱을 낀 손도 안풀었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린것이 불만스러워보였지만(이건 순전히 홀로 승자없는 패배를 맛보고서 생긴 자격지심 때문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한양에게 제대로 존댓말을 쓸 것이다.
" 말투는 좀 봐주실 수 있슴까? 아직 좀 익숙하진 않아서말임다. "
군대의 그것.... 같기도 하고, 저지먼트 내의 다른 누군가의 말투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일단은 존댓말... 일까? 아무튼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진실이다. 동월은 부모님께도 반말을 하면서 살아왔으니까. 아버지의 '부모자식이 존대하면 사이가 멀어져!!!!' 라는 불호령에 그렇게 한 것이지만, 나쁜 쪽으로 보면 어디서든 반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미 지금쯤, 방 안에 누워있을 제 오빠를 떠올리며 세은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들린 말 자체는 기분이 좋았는지, 그녀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것도 사실이었다. 허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면서 그녀는 일단 옷에 다시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옷도 예쁘고, 저 옷도 예쁘고...
그러다 자신이 추천해준 옷의 색이 너무 밝다고 하는 그 말에 세은은 팔짱을 끼고 가만히 그 가디건과 혜우를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저 옷 색. 어울리는데. 별로인가? 확실히 어두운 색이 취향이라면 조금 별로일 수도 있긴 하겠네. 그 정도로 생각을 하며 세은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쪽 취향이구나? 오케이. 그렇다면 좋은 색이 있으면 추천해줄게."
밝은 것보다는 어두운 색. 밝은 색을 좀 더 좋아하는 자신과는 반대의 취향이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어두운 색이라도 예쁜 것은 많았다. 김에 자신도 어두운 색을 바라볼까 생각을 하면서 이런저런 옷을 천천히 둘러보는 도중, 혜우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은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혜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그건 그렇긴 했어. 아. 하지만 나는 그때도 나름 예쁘다고 생각한 것들만 입었단 말이야."
물론 정확히 그때 어떤 것들을 주로 입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어느 정도 예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입은 기억은 있었기에 그녀는 항변하듯이 그렇게 말하며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물론, 기분 나쁘게 성을 낸다기보단 새초롬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가까웠지만.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대였던 것 같아. 그때가. ...아. 물론 딱히 지금이 힘들다...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마음껏 뛰놀 수 있어서 좋았거든. ...고등학생이 되니까,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기말고사...어렵게 나오려나...으으."
중간고사때 조금 당황하긴 했는지, 세은은 괜히 기말고사를 입에 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으으,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양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존대를 다시 요구하자,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본인을 바라보는 동월을 봄에도 말이다. 한양은 속으로 '자존심이 많이 강한 성격이로군.'이라고 분석을 내렸다. 하지만 분석은 완전히 틀렸다. 한양은 엔딩에 도달할 때까지 동월이 본인과 한양의 스펙을 비교했던 걸 알 수 있을까. 모르겠지.
'사적으로는 아는 척을 하지 말까.'
동월의 차가운 표정을 반항의 의미로 받아들인 한양. 앞으로는 저지먼트에서 공적일 때에만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속이 편하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부부장이기에 공적으로는 반말을 해도 참으면서 아는 척을 하겠다고 말이야. 슬슬 내적으로 손절을 하기 직전에 동월이 입을 열었다.
"아..네..."
1학년의 떠오르는 호두까기 장ㅇ..아니, 비정사의 이야기가 나올 뻔했다. 류애린이 생각나는 말투. 한양은 말투는 봐줄 수 있냐는 동월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양은 동월의 다소 불만스러워보이는 자세라는 걸 인지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동월이 자존심을 많이 숙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동월의 질문. 저번에 동월이 부신 저지먼트 게시판. 그것을 한양이 고친 것이 맞냐고 한 질문이었다. 한양은 그 게시판을 동월이 부순 것임을 초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동월이 다시 상기시켜주었지.
"맞아요. 정확히는 여로군하고 같이 고쳤어요."
여로가 옆에서 보조를 해줬으니깐 말이야.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맞다, 동월군이 만든 작품이라고 했죠?"
슬슬 쎄한이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방금 전의 미소와는 다르게 밝은 톤이 낮아진 미소였다. 목소리 역시 톤이 조금 내려간 상태. 그의 대사는 이러했다.
한양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존대를 다시 요구하자,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본인을 바라보는 동월을 봄에도 말이다. 한양은 속으로 '자존심이 많이 강한 성격이로군.'이라고 분석을 내렸다. 하지만 분석은 완전히 틀렸다. 한양은 엔딩에 도달할 때까지 동월이 본인과 한양의 스펙을 비교했던 걸 알 수 있을까. 모르겠지.
'사적으로는 아는 척을 하지 말까.'
동월의 차가운 표정을 반항의 의미로 받아들인 한양. 앞으로는 저지먼트에서 공적일 때에만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속이 편하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부부장이기에 공적으로는 반말을 해도 참으면서 아는 척을 하겠다고 말이야. 슬슬 내적으로 손절을 하기 직전에 동월이 입을 열었다.
"아..네..."
1학년의 떠오르는 호두까기 장ㅇ..아니, 비정사의 이야기가 나올 뻔했다. 류애린이 생각나는 말투. 한양은 말투는 봐줄 수 있냐는 동월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양은 동월의 다소 불만스러워보이는 자세라는 걸 인지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동월이 자존심을 많이 숙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동월의 질문. 저번에 동월이 부신 저지먼트 게시판. 그것을 한양이 고친 것이 맞냐고 한 질문이었다. 한양은 그 게시판을 동월이 부순 것임을 초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동월이 다시 상기시켜주었지.
"맞아요. 정확히는 여로군하고 같이 고쳤어요."
여로가 옆에서 보조를 해줬으니깐 말이야. 그리고 이어지는 대사.
"맞다, 동월군이 만든 작품이라고 했죠?"
슬슬 쎄한이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방금 전의 미소와는 다르게 밝은 톤이 낮아진 미소였다. 목소리 역시 톤이 조금 내려간 상태. 그의 대사는 이러했다.
김수경 의 오늘 풀 해시는 단점을_물어본다면_자캐는 단점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할지도요.
자캐의_교복_입는_스타일은 정-석. 딱 맞게 입어요. 사실 옛날 옷 못 입는 건 키가 많이 커서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네요.
자캐와_어울리는_문장을_써_보자 나는 그 도달할 길 없는 거리를 보는 데 홀려서 멍하니 서 있다가 그 순간 속에서 그대로 가슴이 터져 버리는 것 같았었다. 왜 그렇게 못 견디어했을까. 별이 무수히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고 있던 옛날 나는 왜 그렇게 분해서 못 견디어했을까. -무진기행 중-
호감도 100... 위에도 써놨지만 (동월이한테는)절대 좋은 것이 아닙니다 🤔🤔 동월이 굴릴 때마다 강조하는게 불합리함인데, 얘는 그게 호감도에도 적용돼요. 호감도 100을 달성하면 '이예이 러브러브 해피엔딩~' 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남한테 바쳐버리는 꼴이니... 그것은 자립심의 결여로 이어지며, 지나친 헌신은 상대에게도 불쾌함과 부담감을 유발합니다. 그러니 (아마 언젠가 또 경고할 날이 오겠지만) 이녀석의 호감도를 100으로 채울 기회가 오더라도 채우는걸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자신도 정확하게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 때의 일을 어떻게 다 기억하겠는가. 불과 1~2년도 아니고 최소 4년이나 지난 일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이미지는 기억해도, 그 안의 세세한 것. 옷차림까지 모두 기억할 순 없었기에 세은은 이해한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생 수업이 쉬운 것은 아니거든? 성적을 유지하려고 더 공부하는 것 뿐이야."
결국엔 공부를 그만큼 했기에 성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며,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좀 더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어쨌건 성적을 상위권으로 유지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괜히 한숨을 내쉬었다. 기말고사... 어렵지 않게 나와줘라. 어렵지 않게 나와줘라.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리며 세은은 근처에 있는 노란색 원피스를 기어이 챙겼다. 일단 그것을 하나 사려는 모양이었다.
"일단은 대학에 갈까 싶어. 상담 쪽으로 말이야."
인첨공에도 당연히 대학은 여러 개 있었다.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3학구도 그렇고, 1학구나 2학구, 4학구에도 대학은 있었다. 그 수가 절대로 적은 것은 아니었고, 그 안에서도 서열이 있었기에 대학을 간다면 공부를 게을리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세은은 그 중에서도 나름 상위권 대학을 노리고 있었기에 더더욱.
바빠서 그랬겠지. 딱히 나쁜 의도로 사과를 지연시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 사과가 늦었는지 사정을 알 생각도 없었다. 늦을 만한 이유가 있을 테니깐, 동월이 요구하지도 않은 이해를 한양이 미리 한 것이다. 자신도 역시 누군가의 이해를 받아가며 살아가는데, 이런 것 하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돈 들어갔죠. 저지먼트의 예산으로 새 게시판으로 바꿨어요. 고쳤다기보다는 새 걸로 바꾼 게 맞아요. 어차피 바꿔야 될 게시판이었으니깐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정확히는 고친 게 아니고 새로운 게시판으로 바꾼 것이었다. 어차피 낡은 게시판이고 하니, 문구점에 가서 좋은 걸로 바꾼 것이다. 게시판을 부순 동월에게 별다른 얘기를 안 한 이유도 방금 말한 것에 포함됐다. 어차피 바꿔야 됐으니깐.
"네. 조심하세요. 그거면 됐어요."
조심해야 한양 본인이 일할 소요가 줄어드니깐 말이다.
"네. 마음대로 하세요."
한양은 그렇게 천천히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혹시 밤길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스킬아웃이나 괴한이 튀어나오는 전개는 너무 우려먹었으니깐, 식상해서 안 나오겠죠?"
아스팔트에 저항하는 물질이 바닥 긁어가며 내는 굉음이 스산하다. 능력으로 강화시킨 쇠 파이프 끌어가며 반항하려던 샹그릴라 복용자를 앞에 두고, 경진은 삼단봉 다잡은 손 굳게 쥐고 입 안에 있던 캔디를 짓씹었다. 애꿎은 힘의 방향에 찌그러져 부숴진 사탕은 입 안에 청량한 레몬향만 남겼다.
[리라 선배, 사탕 잘 썼습니다] [손이 비니까 굉장히 편하네요] [(사진)]
능력 약화된 것에 당황해 조절감 미숙해져, 힘 없이 추욱 늘어져 있는 쇠 파이프로 추정되는 무언가의 사진도 보내보인다.
중학생 시절까지 합해서 총 5년의 저지먼트 활동기간. 사고치기 전에 사과를 드리겠다고 예고한 녀석은 동월이 처음이었다. 아, 서한양의 중학생 때 이야기다. 인간쓰레기 학교폭력 가해자가 앞에 있었다. 한양이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새X 오늘 제가 김장 담그고 저지먼트 나갑니다."라고. 거울치료구나 서한양이.
"무슨 플래ㄱ."
이상한 괴성이 들린다. 한양은 괴성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괴성의 근원지는 골목 사이임을 알아냈다. 등장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니, 말이 유독 통하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뇨. 겨우 몽둥이인데. 칼 집어넣어요."
칼로 진압하다가 사고치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진검은 아니겠지. 목검이겠지. 그런데 동월의 능력은 목검도 날카롭게 만들 수 있다. 사실상 진검을 가진 셈이지. 그냥 목검으로만 진압한다면 덜 걱정되긴 하는데.. 더 간단한 방법이 있어서 말이야.
괴한들은 호기롭게 동월과 한양 앞을 막아섰다. 몽둥이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그 몽둥이들은 일제히 공중으로 한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몽둥이들은 바로 괴한들의 손에서 빠져나와서 한 묶음으로 모였다. 중간에는 몽둥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한양이 확 당겨서 넘어지는 녀석도 있었다.
모여진 몽둥이들은 동월과 한양의 뒤로 사뿐히 상륙했다.
"지금 투항하면 학교에서 덜 썩고나와서 새 시작이 가능해요. 덤비시면 저지먼트 폭행까지 추가해서 학교에서 더 썩다가 나와서 재기할 나이가 지나고요. 뭐 고르실래요? 어차피 잡히는데."
아지주 안녕~~~~~~~ 아지주가 더 멋져 (벽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연어하다 아지주 나페스 보고 빵터졌잖아 좀 맛있다,,,, 마피아 경진이 왜 보스 따까리 best1일거 같지 은근히 따 당하면 모르는척 얼굴 철판 깔고 걍 살듯() 나중에 일정 끝나면 펜 들어야지 먹이 줘서 고맙소이다
범죄를 미리 저지른다고 예고하고, 그 사람에게 처벌을 미리 준다. 처벌을 받은 사람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의 처벌이 두려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된다.... 는 개뿔이.
" 이검다. "
무슨 플래그냐면, 지금 그들의 앞에 펼쳐진 이상한 광경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꼭 튀어나오는 것들이 있어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지. 인첨공 말고 다른 차원에 사는 누군가의 농간인 것 같긴 하지만, 동월과 한양이 그를 알아차릴 일은 없을테다.
" 네엥. "
앞에 있는 놈들을 걱정... 했다기보단, 과잉진압으로 일어날 사고를 미리 방지하려는걸까. 뭐 아무튼. 동월은 한양의 능력이라던가 실력이 궁금했기 때문에 얌전히 칼자루에서 손을 떼고 멀뚱멀뚱 구경하기 시작했다. 딱히 한양을 평가하려던가 그런건 아니고, 그냥 순수히 남자대 남자로써, 그리고 저지먼트 부원으로써 부부장의 실력이 궁금했다.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괴한들이 들고있던 몽둥이가 날아올랐다. 이게 뭐 비유 그런게 아니고, 진짜 날아올랐다. 몽둥이는 잘 빼앗았고, 한양은 말로 그들을 회유하려 했다. 쀼장님은 상냥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한 동월은 시큰둥하게 괴한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쀼장넴도 아시지 않슴까. "
동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괴한들이 움직인다.
" 저것들이 말이 통했으면 몽둥이도 안들었을검다. " [으에에에에엑!!!!!!!!!!]
끝까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면서 한양에게 세명이 동시에 달려들..... 이 아니라 한명은 이쪽으로 오네? 음, 세명 다 쀼장님한테 맡기긴 그러니까, 손을 거들어볼까. 라며 동월은 칼을 빼....지 않고 칼집째로 들었다.
>>424 웃쉬, 우리 월월이한테 윀을애오~~~~~ 개냥이가 아니면 냥댕이일 수도 있지~~~~~ 의외로 화이트초콜릿 커버인 다크초콜릿일 수도 있음... (?) 애앵~ 10분만 더 잘래오~~~~~ 나두 원래 아침 안먹고 점심도 한두시쯤 먹었는데 생활패턴 바뀌면서 그렇게 되엇서. :3 대신 저녁 먹는 시간은 시간은 변함없단게 개웃김~ 🤣🤣🤣🤣
그렇군!!!!!! 월월이는 푸른 눈의 백룡이었서!!!!!!!!! 용!!!!! 그 또한 도마뱀이니!!!!!!!!! (죤)
>>430 냥댕이라..... 그럴지도? 하지만 3대 지X견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 (?) 오, 이게바로 겉촉속바 (아님) 엇허 안됩니다 벌써 해가 중천이야 중천!!!!!!!!!!! (복복복복복복) 응애린주는 부지런하다는게 판명되었군. 부럽다. (??) 결국 월월이는 도마뱀에서 못벗어나는건가... (흐릿)
등장할 때 나오는 괴성. 평범한 괴한은 아니었다. 아, 괴한이니깐 평범하지 않은 거지. 이 녀석들의 목적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 덤비려는 것은 확실하다. 목적은 모르지만, 수단이 무력인 걸 확인한 지금. 일단은 제압해야 됐다. 녀석들이 덜 떨어지고 말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 말이 안 통하네요."
나름 교도소에 대한 공포는 있지 않을까, 라고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교도소를 안 겪어봐서 이러는 건지. 겪어서 맛이 간 것인지 헷갈렸다.
전자라면 독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먹어 봐야 아는 녀석들이겠다. 녀석들이 먹는 것이 독임을 알게해주면 금방 수그러든다. 하지만 후자라면 교도소에 대한 공포에 익숙해지거나 마비된 상태. 더 위험한 녀석들이다.
두 녀석은 한양에게, 한 녀석은 동월에게 달려들었다. 녀석들이 거리를 완전히 좁히기 전이었다. 한양이 동월에게 작게 속삭였다.
"금방 처리해요. 기다려요."
한양은 동월에게 달려오는 괴한 하나. 본인에게 달려오는 괴한 둘. 모두 염동력으로 목을 콱, 잡았다. 괴한들은 달리는 중간에 "꾸에익.." 얕은 신음을 내며 멈췄다. 녀석들은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양은 녀석들의 목을 원거리에서 밀었다. 달려오는 녀석에게 카운터를 맞춘 것이나 마찬가지. 충격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녀석들은 멈춘 상태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대로 녀석들의 몸이 벽까지 밀렸다.
화려한 액션도, 묘사도 필요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는 힘을 가졌으니깐.
목을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녀석들의 괴상한 소리를 듣기 싫었으니깐. 괴한들은 셋이 사이좋게 등을 벽에 댄 채로 있었다. 마치 본드로 붙인 것처럼 보였다. 세 괴한들은 "켁켁" 기침을 하며 목에 걸린 속박을 풀어내려고 애쓴다.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휘두른다. 목만 잡혀서 그렇다. 하지만 목을 잡아서 미는 힘이 더 압도적이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못 빠져나올 것이다.
"이러시는데 목적이 있을 거 아니예요."
다시 대화를 시도한다. 힘의 차이를 보여주고서 말이다. 전투의 의지를 꺾으면 대화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다.
평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다.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지만 안티스킬 말로는 자신이 스킬아웃에게 얻어맞은 것을 발견해 긴급체포하고 구조해왔단다. 처음에는 그럴 리가 있나 싶었지만 배에 새파란 멍이 들었음을 발견하곤 그렇구나 납득했다. 이 그릇은 허약하니까. 다른 걸 생각해도 별 의미 없을 것 같기도 했고.
희야는 책상에 엎드렸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쉬는시간은 짧은데 어제 일을 곱씹는다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날엔 의미있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어디 가?" "의미있는 활동 하러!"
그리고 생수병을 챙긴 채 옆반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더니만, 희야는 눈을 슥슥 굴렸다. 어딨지? 없네? 매점 갔나? 그러면…….
희야는 청소를 할 때처럼 의자를 뒤집어 책상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대로 물을 뿌리더니 꽁꽁 얼려버려 고정시키곤 도망치듯 후다닥 자리를 떠났다. 옆반 학생들의 또 시작됐다며 깔깔대는 웃음소리를 뒤로 희야는 반에 돌아가 자리에 앉더니 수첩을 꺼냈다.
[오늘 할 일] 아침 기도 ✔️ 오늘은 꼭 아침에 매점 바나나 우유 마시기 ✔️ 브이콘 사먹기 ✔️ 장태진 괴롭히기
situplay>1597013082>984 자신이 성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는 걸 잠결이었기 때문에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본인이 별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쓰다듬는 걸 멈춘 랑은 계란후라만 얹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고갤 끄덕이며 성운을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 가운데에 있는 식탁에 놓인 두 개의 접시, 그 위에 얹힌 밥과 밥 위에 올라간 양파와 버섯, 햄버그 스테이크와 쪽파, 소스가 부어진 접시를 보며 의자를 찾아 당기고는 털썩 앉았다. 그 동안 계란프라이가 얹히고 물 한 컵이 테이블에 올라오자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 물을 마시곤 컵을 내려놓았다.
"그럴듯하네, 요리 자주 해?"
식기를 집어들어 프라이와 햄버그 스테이크를 조금 잘라내며 그리 물어보는 것이다, 일단 냄새는 좋다. 보기에도 꽤 먹음직스럽고, 이 정도면 잘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파는 음식 같기도 하고?
>>512 사실 나도 경진이는 (이런게 가능한 관계란 전제 하에) 볼먹 당하면 ? 하다가 기회 생기면 리벤지 해버림
>>518 애린주 동물원이야? 다 알아버려 :0 ~~~ 볼쩝쩝 오리가 잡식이란건 너무 놀라운데 다음에 호수 가면 오리한테 바비큐 해줘야겟어(?) 경진: 피부에 아무거나 바르면 얼굴 뒤집어져요. 니베아의 신제품 소프트 크림은 화장 전 프라이머러도 쓸 수 있으며(갑자기 광고
자캐는_주말을_어떻게_보낼까 : 그냥 이것저것 하며 보낸당~ 커리큘럼을 받기도 하고 쇼핑하러 나가기도 하고 간식거리 와바박 사올 때도 있고... 공통점이라면 토요일은 5시 안에 집 가고 일요일은 아예 안 나가거나 2시 안에 들어오려 하겠지...?(이유: 야구 봐야함)
수상한_봉고차가_자캐의_옆에_정차한다면 : "어이,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일단 빨리 타!!" 이것만 안 하면 거들떠도 안 보는데 저 대사 치는 순간 인간의 삶을 새로이 체험할 기회야! 하면서 베이비 크툴루 주저없이 탄다..........
자캐의_주마등 : 태어남, 어머니와 아버지, 삼촌 손 잡고 들어간 인첨공,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연구원, 윤 선생님과 보낸 즐거운 시간, 재단 아이들과 뛰놀던 날, 혜우를 처음 만난 날, 나날이 커가며 목소리 높이던 친구들, 나의 절반, 응급실에서 본 얼굴과 덮이는 흰 천, ─, 에어버스터, 저지먼트…….
>>540 응 둘 다 동물이랑 관련됐네 돈 잘 벌어들일듯!! 부러워~~ 복 흠... 삼겹살 구워보고 실험해볼게 내 리포트를 기대해쥬ㅓ(?)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그 와인오프너... 자식을 보겠다는 굳건한 의지... 경진: 흠...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저흰 외장근육 맞아요. 저흰 얼굴이 무기잖습니까. (??)
>>541 경진: 이런 파렴치한 사람은 처음 봅니다. 경진: 박살 내드려요?
>>543 아니야 내 눈은 정확해(확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어나서 흐물거린다니 갭모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엽다 볼빨먹 해버려야지 ㅎㅎ (경진주 꺼져
>>54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봉고차ㅏ 냅다 타버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우를 처음 만난 날<< 어흐흑 희야 주마등에 들어갔다니 넘모 영광스럽고 아마 소장님 다리 뒤에 붙어있다가 쬐꼼쬐꼼 나와서 희야 손 잡아보고 안 뿌리치면 꼭 잡고 방긋 웃는 모습이었을 듯 희야 소울메이트 언급은 언제 봐도 안타까워...
>>562 죽지마 (단호) 고생햇워~~~ 어 이번엔 다른 의미로 안들려 (피 철철) ㅋㅌㅌㅌㅋㅌㅌㅋㅋㅋㅋ 저기요 왜 부정을 안해 이싸람아!!!!!!!!!!!!!!!!!!!!!! 불합리함에 맞서라고!! 경진이 비설? 아 이거 털어주면 다 주는건데.............. 지갑 대신 비닐봉지에 이름 학년 학번 써서 들고다님
>>573 그야 경진주가 정해준 비설이니 끝까지 들고가겠다. (동월:?) 지갑 대신 비닐봉지.... (어질) 경진아 내가 더 좋은거 줄게 그런거 버리고 다른 지갑 쓰자.... (고무줄 건넴) >>574 어라 퇴근? 앞뒤 안보고 시말서 5초컷 낸 다음에 도망칠 자신 있습니다... 진짜로.
>>575 흑흑흑ㅎ그 아기청윤주는 꼭 일하지 말고 돈많은 백수로 사십셔..... 이거 중요하니까 동그라미 두개.... (?)
>>576 꺄아앙 (축축한 넙치됨) 헤헤헤 고양이 닮은 참치라니.... 맛있을까 기괴할까. (고민)
한양이 금방 처리한다고 말하자, 동월은 또다시 칼자루에 올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야 부부장이 기다리라고 했는걸. 동월은 그래도 상급자의 말은 잘 듣는 편이었다. 칼에서 손을 내리기 무섭게, 자신에게 달려오던 괴한이 목을 부여잡으며 켁켁댄다. 그 괴한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두 괴한도 마찬가지였다. 동월은 머릿속으로 한양에게 꼬리표를 달아준다. '싸울 일이 절대 없게 할 것' 그야 동월도 저런식으로 목 잡혀본 기억이 있었는데,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으니까.
[ㅇ.... 야....]
괴한들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원시인마냥 소리만 질러대던 것을 까먹은건지, 아니면 목을 잡혀서 드디어 제정신이 돌아온건지. 여전히 켁켁대면서도 어렵사리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약.... 내놔.......]
동월은 할 말을 잃었다. 오밤중에 아무 죄 없는 시민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습격해놓고 저런 것이나 바라고 있었다니. 머리가 약에 절여져서 능력계수만이 아니라 뉴런까지 줄어버린 것인가.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저렇게 집착하는걸 보면, 또 약한걸 보면 이미 반동을 맞았을지도.
간단하게 제압했다. 아무런 부상과 체력소모 없이 말이다. 둔기를 들고 덤벼드는 괴한 셋. 이제는 몸풀기 상대로도 아까운 녀석들이었다. 한양은 벽에 붙은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녀석들의 목적을 알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대화가 되나 싶은 녀석들. 말이 안 나오는 이유가 목이 밀려서라는 변명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압박하는 건 아니니깐. 천천히 작게 말해봐. 한양은 그들의 말을 차분히 듣기 시작했다.
"......"
약을 내놓으라는 녀석들. 한양은 생각했다. 샹그릴라가 결국 비극을 초래한 것이냐고. 능력의 계수가 겉잡을 수 없이 올라가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앞의 괴한들의 모습. 펜X닐이나 코X인에 찌든 마약중독자들과 다름이 없었다.
결국 본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는 한양. 샹그릴라의 책임은 결코 먹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이렇게 샹그릴라에 쩔은 괴한들. 약을 얻기 위해서 범죄도 서슴치 않게 되었다. 또 이 녀석들만 그러는 게 아니겠지. 말했잖아, 샹그릴라는 또 다른 범죄의 세계를 열 뿐이라고. 복용자들의 상태를 최악으로 만든다. 그리고 약을 계속 찾게 만든다. 이게 아편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중국에서는 왜 마약사범들을 싸그리 사형시키는지 이해가 가네요.."
한양은 동월의 썰어버린다는 말을 듣고서는,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동월군. 썰어버릴 대상은 따로 있어요."
그림자와 블랙크로우
"일단 이 녀석들은 안티스킬로 이관해요. 지금 여기서 뭘 어떻게 더 한다고 해서 나아질 게 없어요."
>>588 그래서 대강 하고 나가거나 나간겸 만난대... (소곤) 뭣보다 얘... 특별하게 만날 약속 같은거 하는 사람이 있는 앤가...? 🤔 지금껏 일상 굴린 것도 우연히 만났다, 차피 시간 남는거 같이 논다, 라는 넉김인지라... >>590 괜찮어! 자동필터링 되었다! (?)
>>587 >>591 오오...! 체력단련 좋지~~~~~~~~ (담쓰담쓰담쓰담쓰담쓰담쓰담쓰담쓰) 하다보면 또 익숙해질거야~~~~~~ 나도 조금씩 시간 늘렸더니 아무생각 없이 두세시간 걸어다니고 그러니깐...
>>593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있잖아요... 특별한 괴이 썰러가는 모험... (?) 사실 괴이도 그렇고 이제 친해졌으니 붙임성 좋은 친구들은 점례 불러내고 하지 않을까요? 🤔🤔 월월이도 심심할땐 먼저 연락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넷슴다는 무려 군대어.... (흐릿)
공부를 안해도 중상위를 유지한다니. 세상에 이런 말도 안되는 치트키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고개를 홱 돌려 바라보는 눈빛에 너무해! 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있었다.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르게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뭔가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면서 그녀는 히잉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어릴때부터 공부 잘했었나? 그 부분에 대해선 역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이미지는 있긴 했지만.
"...왜 이공계야. 그쪽은 싫어. 그것보다는... 역시... 조금 안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그냥 이런저런 상처를 가진 이들을 상담해주고 싶고 그래서. ...뭐, 이 성격으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스스로가 생각해도 제 성격은 꽤나 새촘했다. 다정다감하다기보단 조금 날카로울 땐 날카롭고, 톡톡 쏠때는 톡톡 쏘는 편이었기에 특히나. 하지만 이런 자신도 속으로 가지고 있는 아픔이 있으니, 조금은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마지 못해 산다는 그 말에 세은은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이어지는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피차 마찬가지 아니겠어?"
긴 말은 하지 않았으나 참으로 많은 감정이 거기엔 섞여있었다. 짜증은 내긴 왜 내는가. 자신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데. 그리고 인첨공에 있는 이들 중 어떤 이들도 비슷할테고. 많은 이들의 아픔과 고통이 섞여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정말로 찬란하게 미래를 누리고 있는 이도 있겠으나, 도피처로 이곳을 선택한 이들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그것도 밖과의 영원한 차단을 각오하고서라도.
"좋아. 좋아. 나도 이 원피스 살 거니까...아. 다음엔 나도 김에 블라우스 하나 사야겠어. 음..그리고, 치마도 하나 살까. 아. 그냥 일반 셔츠도 좀 사두고 싶고... 음. 큰일났네. 오늘 쇼핑 늦게 끝나겠어."
물론 정말로 늦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것 뿐. 그녀는 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카운터로 향했다. 일단 이 매장에서 산 것은 계산을 해야 마트 안의 다른 매장으로도 갈 수 있었으니까. 이어 그녀는 카드를 꺼내 가볍게 계산한 후에, 그녀가 계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갱신!! 오늘 하루...힘들었다! 어제 쉬어서 특히나 더!! 8ㅁ8 아무튼...답레를 남기고 저는 식사를 하고 올게요! 오늘은... 은우나 세은이의 작전 전 날 일상을...멀티로 하나만 구해볼테다! 못 돌리면 어쩔 수 없는거고! 사실 별 거 없지만! (사르륵)
>>623 공기 너무 많이 먹으면 안돼~~~~ 헛바람 들어~~~~ (?) 호오... 실종자가 괴이화된건 리스폰하지 않는다라... 원래 그곳에 있던 존재가 아니어서 그릉가...? 🤔🤔🤔🤔🤔 또 그렇게 미지의 떡밥 하나를 물게 되고... 엌ㅋㅋㅋ 딸기라니!!!! 누가 딸기지! 머가 딸기지!
"...그럴 수 있는 미래가 있다면 좋겠지만... 하지만, 여유는 만들어가는 거라고 하잖아."
자신에게 그런 여유가 생긴다. 그런 미래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세은에게는 그려지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 쭉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기 죽어서 살고 싶지도 않았고, 눈치를 보면서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게 어려운 것이지만. 어쨌든 여유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 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두고 봐. 나중에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말을 보낸 것은 작은 덤이었다.
"그때와 지금은 달라!"
전혀 분위기도, 반응도 완전 다르거든?! 그렇게 우기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마치 어린아이가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라고 따지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은에게는 딱 그런 느낌인 것을. 괜히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까지 빡빡 몇 번 돌리고 나서야 세은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다물었다.
"홀랑 가버리면 나도 갈거야."
혼자서 쇼핑해봐야 재미없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살며시 혜우가 계산을 끝내자 천천히 그녀가 가리키는 매장으로 향했다. 상하의가 전반적으로 많이 걸린만큼 살 수 있는 옷도 그만큼 많았다. 그쯤에서 살짝 세은은 머리를 굴렸다. 예산을 얼마나 잡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물론 자신에게 돈 걱정은 크게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낭비를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이 정도의 돈이 있으니까 여기서 이 정도까지만 사용하면 나중에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없고, 낭비한다고 잔소리를 듣는 일도 없겠지. 그렇게 계산을 마치면서 세은은 후우, 숨을 내뱉었다.
"난 앞으로 4개만 더 사고 말거야. 일단은 거기까지만. 혜우. 너는?"
자신이 이만큼 살 것임을 밝혔기에 자연히 상대는 얼마나 살건지가 궁금한 만큼 그녀는 그렇게 혜우에게 질문했다.
/밥을 먹고 오니까 답레가?! 그렇다면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어쨌든 다들 좋은 저녁이에요!
>>626 그런가! 그럼 숨을 참는다!!!!!!!!!!!! (?) 그런 셈이지요!!!!!!!!!! 그쪽세계 주민들만의 법칙이 있는 것!!!!!!!!!!!! (근데 괴이화된 애들은 독자적인 법칙을 또 갖는다) (월월이가 4번이나 실종된 이유중 하나) 핫하하하 그것 또한 떡밥이다 찾아봐라 애린주!!!!!!! (??) >>628 그것도 라멘이라니!!!!!!!! 둘다 탄수화물이니까 맞나!!!!!!!!!!! (?)
>>0 표정이 달라졌네. 네? 전에는 울상에,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더니. 지금은 달라졌다고.
불타던 타겟에 소화액이 뿌려지고, 훈련을 끝내며 훈련장에서 나오던 류화는 자신에게 다가온 담당 연구원이 하는 말에 순간 당혹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연구원을 바라본다. 공적인 대화 외에는 잘했다든지, 그런 말도 없던 딱딱한 화석 같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저러는 것일까. 그 연구원은 옅은 미소 또한 짓고 있으니, 제 어깨를 두드리고선 멀어진다. 그런 연구원을 바라보며 류화는 이 알 수 없는 상황에 더욱 당혹스러워할 뿐이다.
작전 시간까지 딱 하루가 남았다. 그리고 높은 분이 지정한 날짜도 딱 하루가 남은 셈이었다. 그럼 그동안 해결을 하지 않고 뭘 하고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은우는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와 함께 간다고 한다면 최대한 생존확률을 높여야만 했다. 그럼, 그동안 최대한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날까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 동안에 높으신 분들에게서 이런저런 말들 ㅡ대부분이 잔소리 및 질책이었다.ㅡ이 있긴 했지만 은우는 그것을 조용히 받아들이며 반박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학교 옥상에 올라와있었다. 특별히 옥상에 올라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지금은 이렇게 바람을 쐬고 싶었을 뿐이었다. 조금만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저 아래에서 학생들이 하나둘 하교를 하거나,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도 하루, 고등학생의 일상이 끝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물론 저지먼트는 지금부터가 업무 시작이긴 했지만... 그리고, 동아리를 하는 다른 이들도 활동 시작이었으니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
과연 자신은 이 이후의 일상을 또 볼 수 있을지.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아닐지. 더 나아가 저지먼트 아이들도 이런 일상을 또 눈에 마주할 수 있을지. 그 답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계산할 수 없었다. 자신이 평소에 자연스럽게 쓰는 연산식보다도 훨씬 어려운 문제였다.
그렇기에 은우는 오늘 하루는 저지먼트 멤버들에게 모두 비번을 지시했다. 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내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일까. 게시판에는 텅 비어있는 부실에 살짝 왔다 간 '불렛'의 메시지만이 남아있었다.
'나중에 또 온다라...'
정말로 나중이 있을런지. 조용히 눈을 감으며 그는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얼굴로 쐬며 난관에 살며시 몸을 기댔다.
창작은 0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물며 스케치 한 장도 연필과 종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보다 더 정밀한 작업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건 수많은 형태의 자료를 필요로 하고 그건 리라에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책등을 손끝으로 훑으며 책장 사이를 걸어나가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보폭이 좁고 발소리가 덜 들렸다. 톡톡톡, 제목을 하나하나 훑어나가던 손가락이 특정 부분에서 멈춘다. 미래전쟁의 본질과 과제, 화학전, 총기 백과사전... 얇은 손가락으로 책을 당겨 차곡차곡 품 안에 쌓으면 몇 권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게가 꽤 묵직하다. 얼른 자리에 앉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보면 우연찮게 방금 전 책을 빼서 비어버린 틈으로 익숙한 얼굴을 마주치고 마는 거다.
"어?"
딸기맛 선배. 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나올 뻔 했다. 리라는 철현의 눈을 마주친 채 잠시 말을 고른다. 1초, 2초, 3초.
"철현 선배님, 안녕하세요!"
맑은 웃음이 번졌다. 리라는 한쪽 팔로 책들을 지지한 채 오른손을 들어 건너편의 철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부실 밖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 거 같네요! 공부하러 오셨어요?"
언제나처럼 말투는 발랄하지만 목소리 크기 만큼은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인식해서 평소보다 한참 작게 조절되어 있다. 그래도 나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내용이 들리지 않을 일은 없을 것이다.
옥상은 기분 좋은 장소다. 일전의 경험은 큰 감흥 없이 존재한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던 공간에 새로운 감정을 불어넣어 주었고, 때문에 리라는 그 뒤로 종종 옥상에 올라가곤 했다. 이따금 담배 냄새나 삥 뜯기(...)따위를 포함한 불량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마주쳐 버릴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큰 탈 없이 넘어가기도 했고, 그 정도로는 한번 새겨진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없어서 여전히 옥상은 리라에게 즐겨 찾을 만 한 장소로 남아있었다. 바로 오늘까지도.
다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평소에 계단을 밟고 오르던 다리는 공중에 떠 있고, 시야는 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정신없이 날리는 걸 정리하다가 문득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면 익숙한 색채가 시야 한구석을 차지하고 들어온다. 이곳에서 휴식하고 있었구나. 그럼 내가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까. 빗자루 위에서 잠시 고민하고 있자니 다시 바람이 불어닥친다. 그건 곧 다가올 저녁의 기온을 예고하듯 조금 차가워서 순간 몸이 살짝 떨렸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부장님, 잠깐 방해 좀 하겠습니다.
빗자루가 옥상 난간 쪽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가까이 다가가면 은우가 눈을 감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면 방해 않겠다 생각한 조금 전의 배려심은 어디로 가고 깊은 곳에서 장난기가 끓어오른다. 리라는 은우와 눈높이가 맞도록 빗자루의 높이를 조절한 후, 감은 눈 앞에서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정말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체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까지 옷을 잔뜩 살 수도 없을 뿐더러 너무 늦게까지 사람을 붙잡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장난스럽게 말하는 것에 불과했다. 어릴때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비슷한 분위기로. 세은에게 있어서 혜우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정확히는... 자신이 이곳으로 막 와서 혼란스러울 때 만난 친구였으니까.
역시 자신에겐 이 아이도, 정하도, 수경이도 다 소중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이 세은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엔 뭘 사볼까. 역시 블라우스를 바라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연두색 블라우스를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요것도 예쁘고 저기에 있는 것도 예쁘고. 아. 다 사고 싶은데! 그렇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도중이었다. 그러는 와중, 혜우에게서 자신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겠냐는 물음이 들려오자 세은은 살며시 고개를 혜우 쪽으로 돌렸다.
"아직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누구 상담을 한 적은 없고, 그냥... 앞으로 그렇게 해볼까...정도의 의미였지만..."
거기서 그녀는 잠시 말을 흐렸다. 굳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냐는 말을 던졌으니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니. 의미가 없더라도 혜우 쪽에서 먼저 주제를 꺼내려고 하는 것이기에 듣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당연히 세은에겐 없었다. 그렇기에 세은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상관없다면야 얼마든지."
어설프기 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는 가능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말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혜우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정했고, 그녀의 입이 열리는 것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정면. 당연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것도 없었으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야 하건만, 바로 그 눈앞에서 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그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다급하게 둘러봤다. 뭐지? 무슨 일이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은우는 두 눈을 크게 여러번 깜빡였다. 그러자 보이는 모습은 빗자루 위에 있는 리라의 모습이었다.
"......?"
순간적으로 은우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저 애가 빗자루 위에? 아니. 그보다 저 애가 왜 여기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여러 번 깜빡이던 그는 이전 '마녀'가 어쩌고 한 그 내용을 떠올리며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하하하하. 마녀. 왜 뜬금없이 마녀라고 하나 했네. 이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아. 아무튼 안녕. 쉬고 있다고 해야할까. 그냥 조금 생각 정리중이었지. 내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니 말이야. 그렇기에 분명히 오늘은 저지먼트 활동을 하지 말고 다들 빨리 돌아가서 자유롭게 할 거 하라고 톡을 내가 보낸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혹시 자신이 톡을 안 보냈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제 스마트폰을 꺼낸 후에 톡방을 확인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다소 어두운 안색은 고등학교 3학년의 고충을 충분히 보여준다. 아무리 인첨공이 특수하고 바깥에 비해 다양한 진로의 길이 열려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대입을 원한다면 입시는 똑같이 해야 하고, 내신도 당연히 챙겨야 한다. 그간 단둘이 대화할 기회는 없었지만 이래저래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철현은 공부에 꽤 집중하는 듯한 선배였고, 여기서 이렇게 마주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셋 다? 훈련할 때 필요한 책들을 찾아보러 왔어요. 뭘 만들려면 레퍼런스가 필요하니까요."
책장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는 것도 꽤 재밌지만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지. 리라는 잠시만요, 하는 한 마디를 남긴 뒤 걸음을 재촉해 철현이 있던 책장 칸으로 넘어왔다.
"철현 선배님은 공부하고 계셨구나. 고등학교 3학년은 힘들죠~ 잠은 잘 주무세요? 공부랑 저지먼트 활동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으실 텐데."
단련된 거 같은 체형을 보면 건강 관리는 스스로 충분히 잘 하는 것 같으니 리라가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체력적으로 건강한 것과 별개로 정신의 피로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철현의 손에 들린 만화책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뇌의 적절한 휴식 또한 중요하니까.
"너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내 눈에는 딱히 그렇게는 보이지 않고... 마법사처럼 보이는걸? 모 마법사 영화를 보면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잖아."
지금도 가끔 TV에서 하는 모 마법사 영화를 떠올리면서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것도 마녀라면 마녀인가. 아무렴 어떠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은우는 작은 웃음소리를 조금 더 내다가 살며시 웃음소리를 정리했다. 이어 그녀가 난간 안쪽으로 들어오며 빗자루에서 내리자 은우는 잠시 빗자루를 바라봤다. 저것도 그 그림의 능력인 것일까. 역시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 상당히 위험한 능력으로 구분되는 능력일 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어느 한 퍼스트클래스를 떠올리기도 했고.
"나름대로 순찰이 꽤 빡세게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하긴, 그건 실외의 공기를 즐기기보다는 업무니 말이야. 머릿속이 복잡하다라. 그럴만도 하지. 그걸 이유로... 다시 한 번 좀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도 있지만, 너희는 그러지 않겠지. 아마."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는 역시 제대로 답을 낼 수 없었다. 아니. 그건 평생을 보낸다고 해도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였다.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아니면 정말로 잘못된 것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평생의 수수께기가 될 그 의문을 가슴 속에 잠시 묻어두며 은우는 다시 고개를 난관 아래로 내리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당장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는 내일 사투를 벌이러 가는데, 저들은 너무나 평화롭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안타깝다고 은우는 생각했다.
"그러게 말이야. 정말로 한순간이네. 벌써 여름이 코앞이라니 말이야. 아. 참고로 여름때도 저지먼트 활동은 계속 되겠지만 에어컨은 걱정하지 말고 계속 틀어도 괜찮아. 그 부분도 포함해서 지원금이 나오는 거고, 부족하면 내가 조금 지불하면 되니 말이야. 하핫. 더운 곳에서 일해야만 근성이 생긴다...같은 말을 나는 상당히 싫어하거든.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일을 해야지.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말이야."
여름을 좋아하냐라. 그 물음에 대해서 은우는 작게 웃으면서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계속해서 시선을 난관 아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좋아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여름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 같은데. 그러는 너는? 싫어하려나? 땀이 많이 나서?"
마녀보다는 마법사처럼 보인다. 그 말은 별 거 아니지만 바로 얼마 전에 마녀라는 소리를 안 좋은 쪽으로 들었던 리라에겐 꽤 나쁘지 않은 단어 수정이다. 마법사. 마법사라.
"그래요? 하긴 그래! 사실 그 영화 생각하면서 그린 거거든요. 쫓아다닐 금색 공은 없지만 운전에 익숙해지니까 나름 재밌어요."
이마에 번개 낙서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지만 저작권의 철퇴를 맞을 걸 생각하면 모방 욕구는 금세 사그라들고 만다. 다만 멸칭 때문에 남은 응어리가 풀리는 것과는 별개로 리라는 자신에게 마녀라는 단어가 그런대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은우와 함께 제압했던 그 애에게도, 과거의 인연들에게도, 얼굴 모를 익명의 사람들에게도, 하물며 팬덤과 대중들에게도 그는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마녀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냥 부정할 수 있는 명칭도 아니다. 이런 얘기를 굳이 은우 앞에서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죠. 순찰은 공기의 질을 따질 시간도 없이 뛸 일이 생기잖아요. 봄 향기는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야만 만끽할 수 있는 섬세한 거라고요. 근데—"
은우의 옆에 선 채 난간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리라는 곧 고개를 살짝 돌려 은우를 바라보았다.
"—잘 아시네요. 이제와서 다시 생각하라고 하면 다들 들고 일어날 걸요? 코뿔소들이 괜히 코뿔소들이 아니죠."
은우의 시선을 따라 운동장을 바라보면 마음껏 뛰어노는 또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는 활기찬 모습. 십대의 이상적인 모습은 대개 저런 것일 텐데, 어쩌다 최은우는— 그리고 우리는 죽음도 각오해야 하는 임무를 앞두게 되었나. 여전히 그 사실이 두려운 동시에 막상 이만큼 가까이 다가오니까 실감조차 잘 나지 않아서 꿈을 꾸는 거 같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동시에 현실감이 없는 기묘한 감각.
"맞아요~ 역시 부장님이야.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은 복지죠. 없으면 항의해야 하는 중요한 존재!"
근성은 이런 데 쓰는 게 아니다. 리라는 은우의 말에 가만히 동의하며 시선을 다시 위로 끌어올린다. 아래를 향한 상대의 옆모습에 어린 표정은 다소 읽기 힘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뭐, 다른 건 몰라도 복잡한 건 알겠다.
"저도 좋아해요. 물론 땀이 나는 건 싫지만, 여름엔 낭만이 있잖아요. 사실 모든 계절이 그렇긴 한데~ 으음. 뭐랄까... 고등학교의 여름은 좀 더 청춘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영화 같은 곳에서도 배경으로 자주 나오고. 그런 게 기대돼서 좋아요."
물론 더위가 다가오면 청춘이고 뭐고 에어컨만을 찾아다니는 좀비가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건 닥친 다음에 걱정할 문제다. 누구에게나 상상은 자유고 그 속에서 로망을 쫓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이것도 마찬가지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당돌하게 상상하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막상 그 상황을 마주하면 무섭고 끔찍해서 덜덜 떨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지 몰라도, 앞둔 시점에서 부릴 수 있는 오만은 사기를 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리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방자한 태도는 좋지 않지만 배짱을 부리는 건 가끔 필요하다.
"아예 다치지 않을 수는 없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아마 괜찮을 거예요. 이곳의 의료기술은 선진화 되어 있고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에는 멋진 사람들이 많으니까. 게다가 굴지의 퍼스트클래스가 함께하잖아요. 혼자가 아니라 모두와 함께!"
그러니까 괜찮을 거다. 그래야만 한다.
"학생들 상대로 살상무기나 쓰는 악랄하고 비겁한 사람들은 상대가 안 될 걸요? 뭐, 힘이나 전력은 몰라도... 적어도 기세에서는 우리가 이미 한 수 앞선 거 같은데요?"
성운의 핸드폰에 기별이 온 것은, 성운이 한참 머리에 묻은 콘크리트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있을 때였다. 때아닌 메신저 알람음에, 성운은 핸드드릴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쥐었다. 연락이 온 것은 저번에 기숙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후배. 붙임성있게 다가와준 덕분에, 낯을 가리는 성운도 저항없이 첫 만남에 퍽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 된 사람이었다. 형- 하는 첫마디가, 새삼 부끄럽게 들려서 성운의 귀가 빨개졌다. 그러고 보니 1학년이라고 했던가.
<[ 네 ] <[ 무슨 일인가요? ] [ 같이 사람들을 마구마구 안아줄 생각 있어요~? ☆٩(。•ω<。)و ]>
그리고 성운은 앉은 자리에서 한 1미터 정도 펄쩍 뛰었다.
<[ 네? ] <[ ..........네? ]
같이 프리허그를 하자는 제안이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과, 쑥스러움 많은 성운을 설득하는 데에는 몇 번의 메시지 왕복이 더 필요했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단 아지는 성운을 불러내는 데에 성공했다. 조금 이상하게도, 굳이 기숙사 휴게실이 아니라 기숙사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이었지만. 잠깐 필요한 게 있어서 다른 데에 있던 참이라나. 아무튼 얼마 안 가서, 아지는 저 멀리서부터 새하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로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성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보통은 아지가 내민 패널을 보고 진짜 하는 거에요? 하는 게 가장 먼저 나올 반응이었겠으나, 패널에 가 있던 성운의 눈이 아지의 머리로 튀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두어 뼘은 더 길어진 머리를 보고 성운은 눈을 깜빡였다.
“저기······ 아지도요?”
그 머리 어떻게 된 거에요? 가 아니라 아지도요?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게, 아지와 마찬가지로 성운 역시도 목덜미 좀 넘어 내려가는 정도밖에 되지 않던 꽁지머리가 엉덩이까지 넉넉하게 늘어져 있던 참이다. 그렇잖아도 머리숱도 많고 천연곱슬이라, 꽁지머리가 오늘따라 더욱 풍성해보였다.
다들 각자의 이유로 빠져나가 조용한 상태의 부실, 저지먼트 부원이 아니라면 쉽게 들어올 수도 없는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편하게 쉬기 딱 좋은 장소이기도 해서, 랑은 소파에 몸을 파묻듯이 앉아 눈을 지그시 감았다. 피로감이라는 건 원체 쉽게 가시지 않는 것이지만 돌아다닐 때는 한계를 넘기지 않는 쓰러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 대신이랄까 움직임이 좀 뜸해지면 귀신같이 눈꺼풀이 내려앉기 시작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 소파에 앉는 것은 잠에 들겠다는 강렬한 의사 표현이기도 해서, 그에 반응하는 듯 긴장이 풀려가는 몸을 내버려 둔 채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가 결국은 감은 뒤에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쉰다.
누가 봐도 잠에 든 것 같은 그런 모습으로 소파에 랑은 앉아 있었다. 깊이 잠든 건 아니긴 했지만.
이제와서 하나하나 설득한다고 해서 어떻게 마음을 돌리겠는가. 결국 자신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업보였다. 최대한 피해가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를 퇴각시키는 것도 각오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피해를 최소한으로 입고, 무사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손가락질도 당할 수 있었다. 자신은 부장이고, 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했으니까. 물론 언제나 안전할 수는 없지만, 사지로 데리고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내년에도 이 복지가 쭉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핫. 나 졸업하자마자 부실에 있는 안마의자가 없어지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필요없다고 한다면 내가 집으로 가져갈거니까 없앨 거면 꼭 나에게 연락줘. 내년의 3학년. 아무튼... 그거 알아. 여름이었다..였나? 하핫. 확실히 여름은 이것저것 있는 시기이긴 하지. 우리 인첨공에선 15주년 퍼레이드도 있고... 그 이외에도 3학구 문제가 해결이 되면 인첨공 근처에 있는 섬에나 가볼까 싶기도 하고... 일단은 내 소유이긴 한데."
말 그대로 바캉스를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무사히 봄을 떠나 여름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지원해주겠다는 듯이, 그는 괜히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지갑을 톡톡 쳤다.
"마치 말만 들으면 나를 위로해주려고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분 탓이려나? 그래.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살 수는 있을거야. 내 권한을 써서 모두 내가 받는 수준의 치료를 받게 해줄 거니까. 그러니까... 아무도 죽으면 안돼. 아무도 크게 다쳐서도 안돼. 같이 가는 이상...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것은 사실이나, 누구 하나 멋대로 죽으면 안돼."
상당히 모순적인 말이었다. 분명히 죽을 것을 각오하고 올 이만 오라고 했지만, 누군가가 죽는 것을 그는 원치 않았고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냉정한 부장이 될 수는 없고, 앞만 바라보는 냉정한 리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특히 너. ...기대에 부흥하겠다고 너무 무리하진 말고. 몇몇 걱정되는 이들이 있지만, 너도 그 중 하나야. ...그렇기에 너나 그런 애들은 오지 않길 바랬었는데... 그렇다고 너희들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죽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 부흥하고 뭐고 할 것도, 아무 것도 없어. ...하핫.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역시 부장으로서는 그렇게 말할수밖에 없어지네."
그 말을 하고 난 뒤에야 그는 난관에서 살며시 몸을 떨어뜨렸다.
"저지먼트에 들어온 거. 후회하지 않니? 이런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은... 딱히 듣지 못했을텐데."
뭔가 말을 잘못했나. 말끝을 흐리는 철현의 태도와 입술을 짓씹는 행동에 리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만화책에 관심을 가진 게 문제였나? 하지만 공부 중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깐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성실한 사람이라 여유 갖기를 꺼려하는 걸까.
한자 만화책. 캐릭터도 다양하고 스토리도 재밌어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히기 좋은 유명한 학습만화다. 그 나이대 아이들이 그러하듯 리라 또한 이런 류의 학습만화에 사족을 못 썼고, 그건 촬영장을 돌며 과로하던 시절에도 다를 것 없어서 이동시간에 멀미하고 수면시간을 몰래 줄이며 몰두했던 기억이 뚜렷하게 박혀 있었다. 나름의 추억이지.
"물론 해 봤죠. 흐음..."
여의봉... 이거, 지금 내 능력으로 만들 수 있나? 비록 인첨공의 커리큘럼에 찌든 머리는 더 이상 순수한 눈으로 만화책을 볼 수 없었지만.
"재밌겠다. 어디 보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철현이 방금 만화책을 꺼낸 칸을 훑어본 리라는 곧 시리즈의 가장 첫번째 권을 꺼내들어 품에 안은 책 위에 올렸다. 살벌한 제목의 전문서적들 위에 귀여운 카툰 그림체의 표지가 얹힌다.
인첨공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에는 다른 학생들이 다 그렇듯 식사를 사먹는 편이었는데, 얼마간 사먹다 보니 이 돈이면 만들어 먹는 게 더 싸겠는데? 하고 하나둘씩 만들어먹기 시작한 게 어느덧 자기 식사는 자신이 차려먹는 습관이 들게 되었다.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다 보니 역시 음식값에는 요리와 뒷정리, 설거지를 하는 수고에 대한 비용까지 다 포함되기에 그 가격이라는 것을 납득하게 되긴 했지만, 자신이 요리를 할 줄 안다면 그 비용을 자신의 노력으로 대신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노력해서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퍽 기분이 좋아서 성운은 직접 요리하는 버릇을 들이게 되었다. 성운은 랑을 바라보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조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오늘같이 제대로 된 건··· 누군가랑 같이 식사할 때 정도지만요.”
보통 혼자 있을 때라고 해봐야 밑반찬으로 만들어놓은 두부계란장이나 돼지고기 고추장 볶음에다가 비타민 보충용 김치나 샐러드를 곁들여먹거나, 아니면 볶음밥이나 간단한 파스타 등이었고, 오늘처럼 제대로 된 육류를 조리하는 것은 특별한 날이나 먹을 것으로 기분전환하고 싶은 날- 아니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대접하고 싶은 날 정도였다. 성운이 굳이 자신이 요리하는 편을 택한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비용이나 자신이 스스로 자기 식사를 차리는 보람처럼 자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보람도 그 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운은 식기를 든 채로 랑이 먼저 첫 입을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랑이 첫 입을 먹고 나면, 조심스레 “간은 괜찮은가요?”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또 다시 꿈이다. 나란히 늘어놓인 거울 사이에 갇혔다. 손을 뻗으면, 거울 너머의 자신이 마찬가지로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을 가로막는다. 그 등 뒤로 무한한 자기 자신들이 서로 한 쌍씩 손을 맞대고 있다. 두드려본다. 무수한 거울 속 자신들이 힘없이 팔을 휘두른다. 자신의 주먹이 자신의 주먹에 막힌다. 거울 사이에 완전히 갇혔다. 내다볼 수 있는 것은, 고작 나란히 늘어선 그 거울의 틈새. 그 사이로 자신이 알던 세상이 무너지고, 또 다시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 그 대격변 앞에 쓰러진다. 그들은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고, 부서진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기워붙여 나간다.
“나도 데려가.”
하며 거울의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해도, 거울이 몸을 돌려 그 앞을 가로막는다. 다른 방향으로 향하려 하면, 역시 거울이 그 방향을 가로막는다. 빠져나갈 수 없다. 그리고 거울의 틈으로 보이는 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진다. 갈수록 멀어진다. 계속, 끝없이, 멀리 멀리 멀어진다. 자신이, 멀어지고 있다.
“나도 데려가.”
소리를 지른다. 무수한 거울 속의 자신이 똑같이 소리지른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점점 발 아래로 멀어져가는 그들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우당탕!!
무언가 요란하게 내팽개쳐지는 소리가 들려서야, 성운은 식은땀에 젖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성운은 모처럼 꾸며놓은 침실이 엉망이 되어있는 걸 발견했다. 마치 모든 것들이 한 번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가 내팽개쳐진 것만 같은. 성운은 잠깐 아직도 자신이 악몽에서 다 깨어난 게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보았으나, 얼마간의 생각 끝에야 자신이 있는 이곳은 지금 현실이라고 가까스로 결론내릴 수 있었다.
방 안이 갑자기 왜 이 꼴이 되었는지는, 새벽 먼동이 터오는 게 보일 때까지 이 방을 다 정리하고 나서도 성운은 알지 못했다.
● 전무이사 CAO(관리) : 최세은. 총수의 동생이나 제법 독자적인 라인을 형성하고 있음. 총수가 동생을 더러운 손을 만들기 싫어해 최세은의 예하조직은 가장 일반 회사같은 분위기가 나고 이쪽과 관계없이 일 잘하는 사람도 조직원으로 들이는 모양. 현재 저지먼트 그룹 서열 3위. 예산, 업무, 규정 담당. 사업 수완이 좋음.
전무이사 최세은 예하 호텔, 리조트 문화
최세은 라인 이리라 - 문화사업 (엔터테인먼트) 관리 김수경 - 호텔, 리조트 관리 천혜우 - 문화사업 (지원사업) 관리
● CCO(고객): 한아지 고객응대를 도맡고 있으며 조직원 중 인상이 좋은 사람을 채택. 한아지 라인은 다른 구성원들과 사이가 좋으며 큰 충돌이 없음. 조직원들의 전투력은 평균보다 조금 떨어지는 정도.
한아지 전무이사 예하 다단계 서비스
한아지 라인 전소예 - 다단계(미안해) 금수강 - 다단계, 서비스 이레 - 상무이사
● CFO(재무) : 이청윤. 총수가 눈여겨보고 있는 사실상 조직의 4인자. 자금, 회계, 세무, 외환 담당.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신조가 분명함. 구성원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높음.
이청윤 전무이사 예하 금융
이청윤 라인 전무이사들과 대체로 친하나 성여로 전무이사의 조직과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음. 이청윤 단독 라인의 경우 이청윤의 가치관을 보고 오는 이들이 많음. 이들의 경우 다른 라인에 비해 유독 조직이나 총수보다는 '이청윤'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
● CIO/정보 : 최이경. 특성상 CSO와의 관계가 긴밀하며 여로와 둘이서 정보/보안의 주축을 이루고 있음. 여로가 다른 구성원들의 반발 없이 어느정도 자리잡는 데에 한 몫을 함.
최이경 전무이사 예하 정보통신 1
최이경 라인 최이경 단독라인이라기보단 성여로 라인과 어느정도 섞여있는 양상을 보임.
● CSO/보안 : 성여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남의 보안을 꿰뚫는 사람이길래 이사람에게 보안을 맡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라는 느낌으로 올라감. 원래 다른 적대 조직의 구성원이었으나 뛰어난 세치 혀로 이자리까지 옴.
성여로 전무이사 예하 보안
성여로 라인 초기에는 타 조직에서 여로를 필두로 들어온 독자적인 라인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그 경계가 많이 흐려짐. 처음엔 타 조직 출신이라 배척당하는 만큼 억울했는지 뛰어난 역량을 보여줘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각인시키는데 성공. (다른 말로는 은근히 더러운 일을 많이 맡아 했다는 소리임.) 현재는 다른 라인으로도 뿔뿔히 흩어져 있음.
● COO(운영) : 서한양. 명실상부한 조직내 2인자. 사업 총괄을 맡고 있음. 대화를 먼저 하나 그 내면에 주먹과 뒷면에서 흐른 피가 숨겨져 있음.
서한양 전무이사 예하 해외영업 무역
서한양 라인 강철현 - 해외영업, 무역사업 보조 장태진 - 상무이사 이혜성 - 상무이사
● CPO(개인정보 최고 책임자): 진정하. 조직 출신인 동시에 사업 경력자로 걸출한 능력을 보여줌. 그러나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능력에 비해 자리가 높지 않음.
진정하 예하 정보통신 2 제약
진정하 라인 한세나 - 정보통신 2 서류화 - 제약
● CRO(위험관리): 나 랑 기자나 브로커들을 잘 알고 있음. 예하조직은 따로 없으나 조직의 은폐와 기밀 관련하여 새어나가지 않도록 면밀히 소통함. 나 랑은 독자적인 소규모 조직을 가지고 있다가 병합된 케이스로 나 랑 라인의 대부분은 이 소규모 조직 출신. 분위기는 수직적이며 뒷처리에 능하나 전투력도 뒤쳐지지 않음
●상무이사 이혜성. 예하조직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며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으나 우정과 높은 단합력을 보여줌.
상무이사 이혜성 예하 유통 생산
● 상무이사 안희야. 예하조직은 따로 없다 하나 실제로는 사이비 종교로 돈을 벌어들이는 중. 장태진의 조직과는 잦은 충돌이 많으나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
● 상무이사 장태진. 전투력이 높은 조직구성원을 다수 보유 중. 한번 장태진의 조직과 제대로 맞붙게 되는 것은 많은 적대 조직들에서 피하고 있어 일종의 억제력이 되고 있다.
상무이사 장태진 예하 대부업
● 상무이사 이레. 예하조직 구성원들의 반절 정도가 민간인이고 나머지 반절은 다른 라인에서 지쳐 이레에게로 온 경우. 다른 라인들에 비해 우리들끼리 조용히 살게요 놔두세요 하는 분위기가 많으며 가끔 사업장에 낙조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 조직원들 사이에 웅성웅성이 일어남. 구성원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이레와 신분상승을 꿈꾸는 낙조, 둘의 친밀도는 의문 속에 휩싸여 있음.
상무이사 이레 예하 교육
● 상무이사 장경진. 해외영업에 능한 인재로 보였으나 서한양의 라인을 애매하게 타지 못한 경우. 얼굴마담으로 중요한 미팅에 동석하는 경우가 잦다.
상무이사 장경진 예하 카지노
● 일반이사 송낙조. 라인을 타지 않은 사람 중 가장 높이 올라온 이며 그가 총수 자리를 탐내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뒤에서 꿍꿍이를 벌이기보단 보이는 그대로의 사람이므로 그다지 심각한 위협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듯.
소년이 커리큘럼을 받는 연구소에서, 한 여성 연구원이 갸웃했다. 저 순백색의 소년은 발랄한 모습과는 별개로 대개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뭔가를 우물거리는 모습이 썩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최근 이것저것 가져와서 먹는 모습이 자주 보인 탓이다. 그 중 몇개는 연구원들에게 돌리기도 하였고. 그 물음에 하얀 소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알바하면서 남는 빵 받는 게 좀 많거든요. 최근 단련량이 좀 늘기도 했고.."
커리큘럼은 별로 늘지 않았으니, 아마 소년의 특기(그걸 겨우 특기 정도라고 정리해도 되는가가 의문이지만)인 양궁 쪽 이야기일 것이다. 저 하얀 소년은 얄쌍한 동안에 체구도 왜소한 편이나 상상 이상으로 체육계라는 건 연구원도 알고 있었다. 있었지만..
"....근데 지금 먹는 건 뭐니?" "이거요? 초코라떼랑 초콜릿 파운드 케이크에요. 크림 브륄레도 있어요~" "....다 먹어 가는구나." "아, 네."
..저 많고, 칼로리를 계산하고 싶지도 않은 간식거리를 죄다 뱃속으로 집어 넣는 건 좀 신기했다. 심지어 초콜릿 파운드케이크 위에는 생크림도 가득 올라가 있었다. 태연한 모습을 봐서는 평소에도 저렇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최근 살이 좀 쪘나 싶어 배를 만지작거리는 일이 많아진 그녀는, 소년의 갸름한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압도적인 힘과 지휘권을 함께 가진 사람으로서 당연히 고심할 만한 안건이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혼자 가려고 했으며 외부에서도 혼자 해결하도록 하려고 하지 않았나. 다만 부원들도, 그 자신의 마음도 변함없을 건 여전하기에 리라는 그저 웃어보이는 것 외에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못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안마 의자 없애자고 하는 동기가 있으면 제가 두 팔 걷어붙이고 말릴 거예요! 기껏 들여놔 주신 건데 최대한 활용해야죠. 물론 전 올해 들어와서 원래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저지먼트는 너무 좋거든요. 상상하던 이상적인 모습 그대로였어요. 덕분에 즐겁고~"
용도를 잃어버린 채 하던 것만 되풀이하던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생활은 활력이 돋도록 자극을 주고 적절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게 가장 큰 수확이고.
"그런데... 섬? 섬이요? 은우 선배님 섬? 우와, 그러면 다 같이 가는 거예요? 정말 가게 되면 너무 좋겠다!"
멀리 가는 건 아니더라도 그렇게 되면 수학여행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머릿속에 긍정적인 상상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바다 냄새, 파도의 소리, 모래의 온도 같은 것들이 피부를 스치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 이런 식으로 힘이 되어준다. 당장 코앞에 닥친 피비린내 나는 현실을 버틸 수 있도록, 그럴 수 있는 목표로서 단단히 서서 중심 잡을 수 있는 근거로 자리한다.
"일부러 위로를 목표로 찾아온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제 말이 은우 선배님께 위로가 되었다면 다행이에요."
확실히 냉정한 리더는 아니다. 사람을 버리지 못하고 모두 안고 가겠다고, 죽음을 각오하라고 말하는 동시에 목숨 하나 멋대로 버리도록 두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은우를 가만히 바라보며 리라는 미소를 머금는다. 그 점이 은우를 사람답게 보이게 한다는 걸 스스로는 알고 있을까.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는 감정을 베풀고 표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리라는 그가 우리와 다름없는 또래의 소년이라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모순이면 어떤가. 사람은 모두 다면적인 모순덩어리인데.
"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든든하네요~ 솔직히 아예 걱정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 것도, 제가 다치는 것도 두렵고."
그래도 괜찮아요. 그렇게 덧붙이며 리라는 몸을 돌려서 난간에 허리를 기댔다. 봄바람이 긴 머리를 헝클이며 지나간다.
"저번 일로 너무 걱정하게 되신 것 같네요. 이해해요. 부장님 앞에서는 못 볼 꼴을 좀 많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무엇보다, 전 섣부르게 목숨 내던져 죽을 생각 없습니다. 이래봬도 욕심이 엄청 많거든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 주고 싶은 말들도 많고~"
오지 않길 바랐다니 너무하다고, 장난스럽게 눈총을 보내던 얼굴은 이어진 말에 다소 누그러진다. 후회하냐고?
"글쎄요. 반대로 여기 들어오지 않았다면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았겠죠."
평범한 학생 1의 신분으로 알 수 없는 것은 세상에 널렸고 인첨공에서는 그것이 더 심화되어 있다. 저지먼트가 되지 않았다면 굳이 알 필요도 감수할 필요도 없는 온갖 무거운 진실과 사건들. 그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전혀 후회하지 않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이리라는 무서운 게 많고 시시각각 불안에 떨며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어린애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곳의 멋진 사람들이 좋아요.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은 쉽게 빠져나가기 힘든 마력이 있죠. 전 이미 이 안에 녹아들고 싶어졌는 걸요. 그러니까 모든 걸 감수할 자신이 있어요. 감당할 수 있도록, 도움 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어졌고요."
이경이가 정보쪽인건 능력이랑 최근 행적(기억 읽어서 정보 수집)이 클 거 같네요 이경이 본인은 어쩌다 라인이 생기긴 했지만 사내 권력다툼에는 그다지 관심 없고 자기 할 일만 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음. 그리고 도박에는 관심 없지만 가끔 경진이 카지노 가서 문제 없나 확인하지 않을까.. 정보도 좀 가져다 주고..
농담인 걸 알면서 그렇게 대꾸했다. 물론 나도 농담이었지만 그렇게 안 들린다면... 어쩔 수 없고. 그냥 짜증이나 안 내면 다행이었다.
내가 치마를 보는 사이 세은은 블라우스 쪽으로 갔다. 이것도 저것도 다 사고 싶다는 세은의 표정을 힐끔 보고 그런 얘기를 했다. 딱히 의미를 담은 건 아니었으니, 아니, 맞을지도 모르지만, 거절해도 좋을 제안이었다.
"네가 듣는댔다? 듣고 화내지 마."
그래도 세은이 듣겠다고 했으니 얘기를 해야겠지. 롱스커트 중에 세틴 재질로 된 걸 집어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일단은, 내가 인첨공에 들어왔을 때가 언제였냐면, 5살 때였어. 5살, 딱 이맘때였지. 진짜 진짜 좋은 봄날에..."
엷은 하늘빛 세틴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차르르 떨어지는 치마자락을 보다가 한 팔에 챙겨 들고 다른 것을 보았다.
"가족의 손으로 끌려와 버려졌지. 다신 나갈 수 없는 여기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 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그들이 체면을 생각했다는 거였어. 처음 맡겨진 연구소가 대우 좋은 곳이었거든. 당시 다른 애들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고, 덜 아프게 자랐지. 그래서 희망을 가졌어. 내가 똑똑하게 잘 자라면 다시 데려가주지 않을까. 나를...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을까."
정말 헛된 희망이었지.
"그러나 돌아온 건 나는 여기 버려졌다는 확인사살이었어. 언제 그 말을 들었냐면, 초등학교 입학할 때. 응. 8살 때 말야."
갓 입학하는 그 어린 아이에게 그들은 실오라기 만한 자비도 비춰주지 않았다.
"그래도- 그래도 말야. 그 때는 좋은 연구소가 있었고 진짜는 아니지만 가족 같은 사람들도 있었고. 나중에는 너도 만났잖아. 그러니까 여기에서 적응하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 나도 초능력자 될 수 있으니까 여기서 멋진 사람이 되면 된다며, 너랑 연구소의 가족만 있으면 된다며, 애써 참았지. ...그런데 인생이 참 얄밉기도 해. 그 때는 무슨 수를 써도 능력이 털끝만큼도 비추질 않는 거야. 주변 또래들은 하나둘 보이는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잖아. 하지만 능력은 늦게 개화하기도 하니까 응 뭐 그건 괜찮았어. 다 괜찮았어. 다. ...딱 하나만 빼고."
거기서 얘기를 잠시 끊었다. 말하다보니 목이 먹먹해지기도 했고 세은도 들은 걸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옷도, 봐야 했고.
그때의 경험이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며 리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타의로 어쩔 수 없이 들어왔거나, 어쩌다 보니 들어오게 되었거나, 자의로 들어왔지만 목적이 다르거나—모두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이곳에 발을 들였지만 적어도 리라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무리한다면 외국에 나가버릴 수도 있었다. 집 안에서 나가지 않고 죽을 때까지 수그리고 살거나, 이를 악물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아니면 물에 잠겨버리거나.
그가 이곳에 온 건 도피의 일환이지만 굳이 여기를 고른 이유 중에는 철현이 말한 이유가 없잖아 있었을 것이다. 마법 같은 일을 동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를 먹어도 쉽게 꺼지지 않으니까.
"그런가~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만 철현 선배님은 지금도 충분히 강한 것 같은데요?"
다만 이건 진심이다. 리라는 샹그릴라를 미끼로 건네져 왔던 권유와, 그걸 칼같이 끊어낸 철현을 기억하고 있었다. 초능력이나 무력이 강함의 기준으로 적용되는 인첨공이었지만 리라는 여전히 가장 강한 건 마음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 있어서 철현은 강한 사람이다. 이 기준에서 레벨 따위는 평가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스스로의 생각이 확고한 태도. 그건 본받아 마땅한 일면이라고 생각한다. 철현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맞아요, 이런 것도 다 공부라고요.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능력이라면 더더욱~"
어쨌든 맞장구를 쳐 주니 자연스럽게 만화책 탐독은 기정사실화 되어 간다. 그래도 괜찮겠지. 이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활용할 수 있는 건 뭐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인공지능은 모르겠지만 생물은 만들 수 있어요. 그걸 살아있다고 봐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실에 사탕 나무 화분 있죠, 그거 소예에게 부탁 받아서 제가 만든 씨앗으로 피어난 거거든요.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쥐 모양 폭탄이라던가, 벌 떼라던가, 맹수를 그린다면 그 자체로 위협이 되겠지. 컨트롤이 관건이지만.
"언제 여의봉이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완벽히 구현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철현 선배님은 신체 능력이 좋으시니까 봉도 잘 다루실 거 같은데~"
한적한 초저녁. 학교 근처 카페의 테라스. 한양은 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앉아서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만 마시는 건 아니었다. 태블릿 PC도 하나 꺼내서 간단한 업무를 보기 시작한다. 업무를 보던 한양은 눈썹을 찡그린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코를 막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코로 들어오는 불쾌하고 구수하면서도 머리 아픈 냄새. 근처에서 누군가가 흡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를 찔러오는 진한 냄새. 가까이서 피고 있는 것이었다.
"......."
서한양은 자리에 앉은 채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담배냄새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였다. 냄새의 주인공은 양복을 입은 청년 두 명. 선글라스를 끼고, 귀에 인이어가 꽂혀 있다. 아마 경호원이겠지. 경호원 둘이서 업무 중에 농땡이를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양은 청년들과 눈이 마주쳤다. 청년 둘은 한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다. 저 고등학생 녀석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내용이려나.
서한양은 눈을 다시 돌렸다. 흡연구역이 아니지만, 금연구역도 아닌 곳에서의 흡연. 심지어 테라스가 탁 트인 카페 근처에서. 에티켓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양은 불법을 잡지, 에티켓을 잡지는 않았다. 그저 실내로 들어가서 업무를 볼 생각을 할 뿐이었다.
한양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음료와 태블릿을 챙긴다. 그 순간 한양의 오른쪽 어깨에 뒤에서 누군가가 잡는 촉감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본다. 정체는 담배를 피고 있었던 청년 둘. 두 청년은 한양에게 친절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아까 쳐다보면서 삿대질 한 건 미안해요.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니거든요. 목화고 교복을 입고계셔서.."
"저희가 지금 사람을 찾고 있거든요."
청년들은 한양에게 A4 용지 한 장을 보여준다. 노란색 장발에 정갈하게 생긴 외모. 한양과 키는 비슷하지만 훨씬 더 마른 체구. 같은 반은 아니지만 같은 학년인 녀석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현재 인첨공에서 잘 나가는 대규모의 카지노(합법) 사장의 동생이었다.
"음..잘 모르겠네요."
"아아 - 그러시구나. 감사합니다. 이제 일 마저 보세요."
"하지만 넥타이 색이 저하고 같아요. 같은 학년이죠. 명함 있으면 주실래요? 보면 연락드릴게요."
"아! 네네. 협조 감사드립니다."
남성은 친절하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고 테라스에서 떠났다. 한양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태블릿을 집어넣고 노트북을 꺼낸다. 명함에 있는 경호원의 회사이름을 서치해본다. 하지만 결과는 꽝. 나오는 게 없었다. 명함에는 회사의 위치도 작성되어 있지 않았다.
"인트라넷에는 아예 안 뜨고.. 불법 하는 녀석들이네."
서한양은 노트북에 여러 보안 프로그램과 IP우회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 뒤에 접속한 건 바로 '다크 웹'. 인첨공 인트라넷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독자적인 통신망. 주로 범죄에 쓰인다. 사용자는 대부분 스킬아웃이나 음지에서 활동하는 자들. 다크웹에서는 수확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 명함의 정체는 바로 '도박 하우스' . 간단히 말하자면 도박장이다. 아까 말한 카지노와 다르게 불법이면서 수많은 사기들이 오가는 곳.
그렇다면 이 하우스에서는 왜 카지노 사장의 동생을 찾는 걸까? 왜 사장을 안 만나냐고. 동생을 찾아서 무슨 일을 하게. 할 일은 사장이랑 있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면 순지한 것이다. 동종업계 사장의 친가족을 찾는다. 과연 좋은 목적으로 찾는 걸까? 불법집단에서? 유추가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확실한 정보들이 더 필요하다.
[두 시간 뒤..]
'실내흡연..미친놈들아..머리 아파..'
'섰다를 하는데 왜 소주를 마시고 있어..'
안경테를 두꺼운 뿔테로 바꿨다. 교복이 아닌, 정체 모를 누런 깔깔이를 입었다. 또 가짜수염을 붙였다. 도박에만 집중해서 자기관리를 전혀 안 한 사람처럼 꾸민 것. 아무 의심 없이 도박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한양은 지금 하우스의 방에서 섰다를 치고 있다. 한 명의 남자가 "죽어"를 속삭이며 패를 내려놓는다. 불쾌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는 남자. 다른 남자는 50만원을 건다. 한양 역시 50만원을 걸었다. 마지막 남자는 100만원을 건다. 이어서 남자와 한양은 "다이"를 외치며 게임을 포기.
횡패를 부리는 서한양. 도박을 하던 남성들은 한양의 완력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곧 이어서 한양의 방에 누군가가 들어온다. 와인색 올백머리에 까칠한 인상. 얼굴에 칼자국까지 있어서 분위가 날카롭다. 붉은 와이셔츠를 입은 그가 바로 하우스의 사장이었다. 사장은 한양에게 터벅터벅 걸아간다. 한양의 목에 마체테를 들이밀며 말했다.
"아가야. 여기서 죽을래? 곱게 집에 들어갈래?"
"집에 들어가겠습니다요..."
그렇게 집으로 귀가한 서한양. 수염을 떼고 , 뿔테안경 속에 있던 칩을 꺼낸다. 칩을 모니터 안에 집어넣는다. 아까의 안경은 촬영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안경. 하우스 내부를 전부 다 찍은 것이다. 한양이 하우스를 들어갈 때부터 쫓겨날 때까지의 장면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상 거의 맨 마지막 파트에서 나오는 사장의 얼굴. 사장의 얼굴을 캡쳐해서 얼굴부분만 떠온다.
일단은 사진으로 서치를 해본다. 녀석의 SNS 사용흔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 분명 SNS 추적을 목적으로 서치했는데, 더 큰 것이 나왔다. 카지노 사장의 사진과 아까 그 하우스 사장의 사진..이거는 재작년의 뉴스이다. " 인첨공 카지노 소유권 공방.. 정OO의 승리로.."
둘은 원래 인첨공의 카지노의 간부라고 했다. 하지만 3년 전, 카지노의 전 사장이 갑자기 사망했다고 한다. 카지노의 후계자도 못 정한 채로. 둘은 서로 카지노의 새로운 사장이 되겠다며 주장을 했다. 결국 법정싸움까지 가게 되었다. 결과는 현재의 카지노 사장이 승리. 하우스 사장은 패배해서 결국 불법 하우스를 차린 것이로군.
"오케이! 드디어 그림이 보이네. 카지노 사장의 동생을 인질로 붙잡아서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복수하려고 하는 거야."
"잠시만.. 그럼 그 녀석 지금 위험하잖아..!!"
서한양은 바로 집에서 나가려고 하지만, 지금 이 복장으로는 위험했다. 두 세력 간의 싸움에 자신의 정체를 직접 드러내며 개입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 평소 스트레인지에서 입는 차림처럼 블랙패션에 검은 마스크로 모습을 숨긴다.
'빨리 가야 돼..! 아마 지금.. 매일 가는 무인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올 거야..!'
[1시간 뒤]
한밤 중의 차도. 차도 위에는 스타렉스 하나가 달리고 있다. 스타렉스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여러 장정들이 타고 있다. 그 사이에는 기절한 것인지, 잠이 든 것인지 모를 카지노 사장의 동생도 있었다.
"이 녀석 레벨 3이라 잡는데 애썼다."
"아닙니다, 형님. 근데 그 카지노 사장놈 동생은 왜 잡은 겁니까?"
"큰형님이 원래 인첨공 카지노 간부였잖냐..근데 현재 사장한테 법정싸움에서 밀려서 나왔잖아."
"사실 그걸로 복수한다고 하면 굉장히 유치하지. 큰형님은 동생을 빌미로 사장 녀석에게 카지노 소유권 절반을 요구할 예정이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어딘가에 도착했고, 붉은 건물로 차가 들어간다. 인첨공 외곽에 있는 하우스 도박단의 작업장이었다. 작업장에는 아까 봤던 그 사장이 앉아 있었다. 차는 주차되었고, 안에서 여러 명의 남성들이 나온다. 카지노 사장의 동생도 함께.
장정들은 동생을 의자에 묶었다. 그 다음에 뺨을 치며 일어나게 만들었다. 하우스의 사장은 웃으면서 동생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아저씨 저한테 왜 그러세요.."
동생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떨면서 말했다.
"아저씨가 동생한테 큰 원한은 없고~ 너네 형한테 받을 게 있거든. 너를 데리고 있다고 하면 순순히 줄 테니깐."
하우스 사장은 카지노 사장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연결음은 들린다. 그런데 정말로 연결음만 들릴 뿐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카지노의 사장이었다. 하우스의 사장은 한숨을 푹 쉬기 시작한다.
"너네 형이 전화를 안 받아. 너 팔모가지 한짝은 잘라서 찍고 보내야겠다. 그래야 전화 받을 테니깐."
"아..아저씨 그러지 마세요..."
"야!!!! 트렁크에서 연장 가져와!!!!"
사장의 외침에 아까 운전을 한 장정은 트렁크를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트렁크에서는 의외의 인물이 나오니, 바로 서한양이었다.
"운전 좀. 살살 해. 이. 비곗덩어리.새X야.오줌.바지에.지릴.뻔했잖아."
한양은 오른손을 펼쳤다. 그리고 저 대사의 점 단위로 장정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나서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가는 서한양. 문까지 안에서 걸어잠그고 볼일을 본다. 안에서는 한양의 목소리가 다 들린다.
스터디카페 근처에서 조용히 상황을 관찰한다. 그런데 카페 근처에 주차한 스타렉스. 스타렉스에서는 아까 봤던 두 명의 청년도 같이 내렸다.
'오케이..지금 가서 개박살..아니..사장을 깨지 않는 이상 계속 반복될 거잖아...'
'흠..일단 저 녀석부터 구해야 되니깐..구하는 것부터 생각하자.'
스터디카페로 같이 가려는데, 스타렉스가 열려있는 걸 본 서한양.
"오...이 띨빵한 녀석들. 문은 닫고 갔어야지."
[현재]
화장실에서 나오는 서한양. 앞에는 큰 거구의 장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양은 두 손을 거구의 옷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마치 물에 젖은 손을 수건으로 닦으려는 것처럼.
"너네 화장실은 왜 세면대가 없냐. 존X 더럽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이 자식아...!!!!"
거구는 양손으로 한양의 멱살을 꽉 붙잡았다. 거구가 한양의 멱살을 잡아서 밀든, 당기든, 머리로 박든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승부는 이미 끝났다. 멱살이 잡히자마자 거구의 옷으로 닦이던 손들. 그 두 손은 거구의 멱살을 잡는다. 한양은 오른쪽 무릎을 앞으로 든다. 그 다음에 다리를 앞으로 쫙 폈다. 한양의 오른쪽 발등은 거구의 낭심을 향해 달려갔다.
"커헉...!"
고통스러워 하면서 쓰러지는 거구. 사실 같이 멱살을 잡은 건 페이크였다. 한양 얘도 그래플링을 할 거라는 착각을 줘서 아래쪽에 관심을 끄게 만든 것이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한 녀석이 오른손에 도끼를 쥐고 달려든다. 녀석은 도끼를 바깥에서 안쪽으로 휘둘렀다. 한양의 목을 찍기 위해서였다. 서한양은 녀석의 어깨가 눈에 포착됐다. 위로 올라가는 오른쪽 어깨. 한양은 왼발을 왼쪽으로 한보 옮겼다. 그대로 상체를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숙였다. 도끼녀석이 정직하게 가로로 휘두를지 혹은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으로 찍을지 몰랐다. 그래서 왼쪽으로 한보 이동한 것.
녀석의 도끼는 허공을 갈랐다. 한양이 상체를 숙였으니깐. 도끼녀석의 오른쪽 갈비뼈가 열렸다. 손도끼는 무거운 무기에 속한다. 즉, 한 번 스윙을 하고나서 회수가 느리다는 사실. 녀석이 도끼를 회수하기 전이었다. 한양은 상체를 숙인 상태로 왼쪽 하체를 중심축 삼았다. 방금 상체를 숙일 때 같이 왼쪽으로 틀은 오른쪽 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튼다. 왼발 역시 오른쪽으로 틀었다. 이 체중이동과 함께 왼쪽 광배근의 힘을 끌어올린다. 그대로 녀석의 오른쪽 갈비뼈, 왼쪽 주먹으로 옆으로 돌려서 후려친다. 팔을 완전히 뻗는 펀치가 아닌 직각 내외의 각도로 접어서 돌려치는, 바위처럼 묵직한 펀치였다.
녀석은 갈비뼈의 충격에 잠시 스턴을 당한다. 일시정지 뒤에, 곧 밀려올 갈비뼈의 고통에 비명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그걸 들어줄 시간은 없다. 서한양은 뒷발인 오른발을 왼쪽으로 틀고, 숙인 상체를 다시 폈다. 그리고 오른쪽 주먹을 녀석의 턱에 총알처럼 직선으로 던져서 맞췄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기절해버린 도끼.
여럿이서 덤벼들기 시작하는 장정들. 오른손에 회칼을 쥔 녀석과. 왼손에 망치를 든 녀석. 회칼이 먼저 한양의 왼쪽 가슴을 찌르려고 한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회칼. 한양은 그 회칼을 쥔 손목을 왼쪽 겨드랑이로 잡아서 고정시켰다. 녀석은 어떻게 팔을 빼내려고 힘을 주기 시작한다. 실패한 공격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한양은 오른쪽 손바닥으로 녀석의 턱을 쳐서 기절시켰다. 결국 회칼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었다. 망치녀석이 한양의 오른쪽 사이드로 덤벼든다. 오른쪽 쇄골을 부수기 위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으려고 한다. 서한양은 방금 다리가 풀리며 기절한 녀석의 멱살을 잡아서 오른쪽으로 옮긴다. 녀석의 오른팔을 겨드랑이로 붙잡고 있어서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른쪽으로 옮긴 이유는 방패로 쓰려는 거지. 망치녀석은 한양의 쇄골이 아닌, 애꿎은 동료의 어깨를 찍어버렸다. 서한양 그대로 기절한 회칼의 팔을 놓았다. 완전히 바닥에 쓰러지게 만든 것이다. 망치를 회수하고 자세를 잡기 전이었다. 왼손으로 녀석의 머리채를 붙잡아서 당겼다. 오른쪽 팔꿈치를 휘둘렀다. 녀석의 왼쪽 턱을 향해서. 그렇게 순식간에 쓰러진 두 명.
아직 앞에 두 녀석이 있다. 왼쪽에 있는 테이블. 한양은 빠르게 그 테이블에 올라간다. 몇 걸음 걸어서 남은 조직원들을 무시하 듯이 지나친다. 그대로 점프해서 사장의 안면에 오른쪽 무릎으로 니킥을 맞춘다.
"끄어어..."
전투력이 강한 보스였지만,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응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남은 두 녀석들은 연장을 들고 덤비려고 한다. 한양은 빈 철제의자를 들고 녀석들에게 던진다. 견제의 목적으로 던진 것인데, 우연치 않게 한 녀석이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
골프채를 들고 덤벼든다. 골프채를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양의 얼굴을 스윙하기 위해 휘두를 때, 한양은 상체를 숙여서 골프채를 피한다. 그 뒤에 번개처럼 녀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두 팔로 녀석의 양쪽 오금을 잡아당겨서 바닥에 넘어뜨린다. 그대로 녀석의 복부에 올라타서 양주먹으로 녀석의 턱을 계속해서 강타해서 기절시킨다.
이제 현장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일어났다. 하지만 사장녀석이 아까의 니킥을 맞고 일어났다. 마체테를 들고 있지만, 데미지가 컸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좀 풀렸다. 죽여버리겠다며 이리저리 휘두르지만 피하기 쉬운 공격일 뿐이었다. 애초에 이 상태로 싸우는 게 미련한 거지.
"카직노..카지노에서..보낸 놈이냐.."
"몰라도 돼."
마체테를 오른손에 쥐고, 크게 오른쪽 대각선으로 찍어서 베었다. 한양은 몸을 왼쪽으로 빼면서 마체테를 간단하게 피했다. 그 뒤에 오른발로 녀석의 얼굴을 맞춰서 기절시켰다. 한양은 나이프를 들고 카지노 동생의 결박을 풀어주기 시작한다.
참가를 강요할 순 없잖아?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과연 작년에 그녀가 입부를 했다면 그녀가 여전히 저지먼트에 남아있을지에 대해 은우는 조용히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작년 부장. 재작년보다는 조금 덜 무서웠지만 장난 아니게 무서웠었지. 혜성이 혼나던 그 나날을 떠올리며, 그리고 다른 3학년 동기들이 여러모로 곤란해하던 것을 떠올리며, 결국 자신이 부장이 되는 것이 정해지자 다 같이 모여서 그때의 분위기를 없애자고 의논했던 것이 떠올라 그는 결국 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올해 들어왔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결론만 나왔기에.
"원래는 내가 불안해하는 애들에게 해야하는 말인 것 같지만... 뭐, 됐어. 오늘은 저지먼트 비번이니까. 너도, 나도."
그러니까 지금은 나도 부장은 아니야. 그냥 고민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일 뿐이지.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살며시 까치발을 들어 조금 높게 불어오는 바람을 얼굴로 맞이했다. 고민거리로 생기는 열이 바람에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피차 마찬가지잖아. 뭐, 이제야 다들 알게 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너는 아주 작은 파편을 듣고 보기도 했었고 말이지. 아무튼 그 말이 거짓이 아니길 빌게. 욕심이 엄청 많다라. 하핫. 그래? 완전히는 아니어도 이제는 네 스스로를 위해서 욕심을 내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까 청춘이 어쩌고 했었는데... 청춘을 즐기고 싶니? 저지먼트에는 좋은 애들이 많지. 특히 올해에는 말이야. 즐기고 싶다면 얼마든지 마음껏."
대신 땡땡이 치지 말고. 그렇게 주의를 하는 모습은 결국 또 저지먼트 부장으로서의 이야기였다. 순간 아차 싶었는지 그는 두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쳤다. 그보다 해주고 싶은 말은 또 뭐려나. 다른 애들과의 무슨 이야기인거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기로 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그 부분은 묻지 않겠다는 듯이.
"그렇다면 다행이야. 봄 기간 동안 내가 이끌어 간 저지먼트가 그렇게 나쁜 느낌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그와는 별개로 아주 든든한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위험한 일에 머리를 내밀진 말고. 이를테면... 그 감당과 도움이라는 말에, 나와 세은이의 문제가 은근슬쩍 들어가있다던가 말이지."
위크니스. 이제는 저지먼트의 멤버들이 모두 알고 있는 그 단어. 그 단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그는 살며시 뒷짐을 지고 까치발을 아래로 내렸다.
"그래도 역시 오빠로서는, 세은이와 잘 지내주고 그 애가 힘들어하면 옆에서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싶은걸. 하핫. 뭐, 이런 것은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말이야."
철현이는 한양 라인에 들어가려고 한 게 아니라 정신차리고 보니 한양라인이었을 것 같아요. 입단 동기인 철현을 한양이 자연스럽게 자기 라인으로 데려오고 철현은 자신이 라인 안타고 자기 실력으로 올라온 것으로 착각하는, 그런 관계! 정신 차리니 "어라 왜 내가 이녀석 라인이 된거지?" 하는 상황. 그래도 편하니 만사 ok! 느낌일 것 같아요
>>0 화요일은 불타는 날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단지 그것만을 이유로 삼아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있다.
"체력단련은 좋긴 해... 근데..."
오늘은 업무강도가 강했는지, 커피까지 사들고 온 여성의 눈밑이 검게 물들어있었다.
"...어째서 여태까지 계속 돌고 있는 건지 이유를 말해줄수 있을까...?" "즈 평소에도 이 이상은 돌아다니는데여?" "벌써 4시간째인데...?" "ㅖ." "아무리 생각해도 넌 그렇게까지 운동할만한 비주얼이 아닌거 같은데 말야..." "에이, 문명의 힘으로 잘 버티고 있으니 걱정 없슴다." "힘들진 않고...?" "이거 가지고 힘들면 학구 한바퀴는 어떻게 돔까?" "목마르진 않니...?" "엄... 아마 그럴거 같슴다?"
대부분이 책상업무인 여성으로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지구력이었다.
"뭐... 지치지 않는건 좋지~" "세리쌤도 어떠심까?" "난 패스~ 머리쓰는 거로도 이미 탈진상태란다~" "그건 그냥 정신력 소모 아님까...?" "얘는, 그렇게 너네 부모님이랑 나랑 다른 사람들 어깨너머로 봐왔으면서 체력이랑 정신력이 딱딱 떨어져있는줄 아니? 현실은 HP랑 MP랑 SP가 하나로 묶여있단다~" "쳇, 리얼 온라인 노잼임다." "하지만 살아있죠?"
차일드에러. 혜우의 말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그 단어였다. 물론 혜우의 경우에는 조금 케이스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결국 근본을 따져본다면 비슷했다. 인첨공의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이며, 해결될 방도가 없는 문제. 말 그대로 버림받은 아이. 자신이 아는 그 어떤 단어를 꺼내서 비교해도 그것만큼 그 상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이어지는 말에 세은은 계속 입을 꾹 다물었다. 자연히 떠오르는 것은 자신과 오빠를 짐짝 취급하던 친척들의 모습이었다. 대놓고 싫어하진 않아도 은근히 싫어하는 티를 내며, 못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자신과 오빠를 무시하거나 욕하던 모습. 그리고 죽어버린 자신의 부모님을 욕하던 모습. 그것이 떠오르니 세은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혀를 찼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귀담아들으며, 그녀는 혜우가 '딱 하나만 빼고'라는 부분에서 말을 끊자 잠시 생각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가는 것은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기서는 굳이 추측하지 말고 묻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세은은 혜우에게 말했다.
"그게 뭔데?"
동정하지도 않고, 위로하지도 않았다. 아직은 그것을 해야 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만 했다. 굳이 듣고 화내지마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니 자신을 향한 비난이나 공격적인 어투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듣겠다고 했으니 모두 듣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얘기할 수 있으면 얘기해줘. 듣겠다는 말. 거짓말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안쓰럽다는 감정이 섞여있었다. 허나 굳이 그 감정을 그녀는 끝까지 입에 담지 않았다. 고개를 일부러 저으면서 눈동자를 원래의 색으로 돌리기도 하면서.
이경이는 원래 있었던 초기멤버로 예상중인데(그렇지 않으면 설득하기가 어려움) 여로랑 연이 있었거나 여로랑 친해져서
여로 없을때는 이경이 단독라인이 있긴 했으나 소수에 다른 유력라인을 못타서 온 사람도 있고 정체성도 다소 애매했을 것 같다.
여로랑 라인 섞인 건 여로랑 다른 조직에서 온 외부애들이 손에 피랑 더러운 일 묻히고 인정받아서 올라탈 수 있는 가장 쉬운 조직이 이경이 라인이었다는 것으로 생각중
여로 라인 > 이경이 라인 > 한양이 라인 이런식으로 바꾼 애들도 많을 것 같고 여로 라인 > 이경이 라인 > 청윤이 라인 이런식으로 출신 세탁해서 청윤이네 들어가는 애들도 있을 것 같고 라인 바꾼다고 배신감 느끼거나 저지하거나 복수하거나 그런 건 이경이는 별 생각 안할것같단말이지(내 생각)
>>944 엑 상태가 안 좋으면 푹 쉬어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뒹굴거리는 게 좋을 거 같아..
>>946 사실 얘 한테 라인이 있다는 것부터가 신기해서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자기 근처 사람들 챙겨준게 애매하게 라인이 되고 다른 사람한테 가든말든 별로 자신과 적대하는 것만 아니면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게 분명하다. 높이 올라가면 오히려 축하해주지 않을까(..) 아니 중간통과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같이 가면 정말 좋겠다.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섬으로 가는 휴가라니. 둘도 없는 추억이 될 게 분명하다. 리라는 그의 추억 속에 모든 저지먼트의 사람들이 담겨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모든 걱정과 염려와 오한이 씻겨 내려가고 무더운 한여름 햇살이 코끝에 와 닿는 거 같다.
"고등학교의 로망이니까요. 대충 예상하셨을 수도 있지만, 저 이렇게 제대로 학교 다니는 건 고등학교가 처음이라서요. 초등학교는 대부분 출석만 챙기고 유급만 하지 않을 정도로 나갔고, 중학교는 검정고시. 교복도 사실상 지금 처음 입어보는 거니까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네요. 올해가 가고 내년이 가면 다시 할 수 없는 경험들이니까요."
땡땡이 치지 말라는 말에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세요'라고 말하듯 가볍게 눈을 흘겼지만, 이어진 은우의 모션에 그마저도 흩어지고 만다.
"은우 선배님도 즐기고 싶지 않으세요? 마지막 학교생활. 성인이 되고 나면 더 팍팍한 미래만 남아있을 텐데, 지금이라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에어버스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쉽지 않겠지만... 은우 선배님이 직접 지금은 그냥 고민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너무 가볍게 들릴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가 조각조각 수집했고 이제는 모두가 전체를 보게 된 그것. 그게 얼마나 큰 족쇄고 부담일지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지는 것이다. 차가운 현실의 잣대만 들이밀 사람은 수없이 많을 테니까 하나쯤은 이런 헛소리에 가까운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그래야 인간이 메마르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물론이죠! 세은 후배님은 정말 귀엽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그 점에 있어서는 염려하지 마세요. 오히려 저한테는 너무 귀찮게 달라붙지 말라는 충고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농담 섞인 말을 던지며 슬슬 해가 넘어가는 하늘을 바라본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거 같아요."
리라는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해도 기숙사에 돌아가면 잠 못 들고 불안에 떨며 종이에 선을 그어대고, 온갖 나쁜 상상을 하다가 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그는 그렇게 나약했다. 다른 강인한 저지먼트들과는 다르다. 속 빈 강정 같은 사람.
"머리 내밀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언제는 세상이 저희 마음대로 돌아갔나요."
예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만 말해둔다.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는 당장 아무도 알 수 없다. 당장 지금만 해도 위험한 단체와 정면으로 맞붙을 거란 예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테니까.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쁘기 때문에 리라는 방긋 웃으면서 철현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능력 계발. 인첨공에 들어온 학생이라면 누구나 매달리고 매달리다가 포기하거나 미치거나 눈물 흘리거나 환희하거나 하는 인생의 필수 목록 같은 것. 진전 없었던 지난 1년은 초조함을 안겨주었지만 넓게 보면 리라의 케이스는 절대 느린 게 아니다. 반대로 말하면 1년만에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건 한편으로는 능력에 대한 말을 아끼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이곳에 머물렀지만 성장이 없었던 사람들은 많았고 그건 지금까지도 별다른 게 없어서 여전히 레벨 0인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갑작스럽게 오른 실력은 미묘한 거리감을 가져다 준다. 다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상승은 필요했고, 여전히 필요한 것이었으며, 마땅히 달성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은 후배님이 심은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아하하, 하긴 세은 후배님도 사탕을 많이 좋아하죠. 하지만 놀랍게도 소예가 만든 거였답니다~ 나중에 만나면 그 훌륭한 상상력에 칭찬이라도 해 주세요. 분홍 머리에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1학년 여학생이에요."
은근슬쩍 소예에 대한 칭찬을 곁들인 리라는 이어진 철현의 주문에 잠시 눈을 굴렸다.
"될... 것 같은데. 서서 타는 거니까 좀 위험할 수 있어서 안전성 테스트도 해 봐야 하고, 영구적으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거든요. 아마 되지 않을까요?"
"뭐, 대충은 말이지. 일단 내 지인 중에서도 아이돌이 하나 있어서. 하지만 그 애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넌 상상 이상이로구나."
대체 밖에서 무슨 삶을 산거야. 고등학교가 되어서야 제대로 학교를 다닌다니. 학교를 아예 안 보낸건가? 아니. 그런데 그게 가능한거야? 의무교육 아니야? 그런 혼란감에 은우는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말은 어떻게든 제대로 하긴 했지만.
"...마치 나하고 같이 즐기고 싶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 말은?"
굳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답을 회피한 것에 가까웠다. 가볍게 헛소리를 하거나, 적당히 말을 돌리는 것은 그의 화법 중 하나였다. 이번 것은 당연히 전자였고, 적당히 대답이 맞물렸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즐기고 싶지 않냐는 말에는 살며시 답을 하지 않으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니. 오히려 그 쪽이 더 좋아. 그래야 그 애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을테니 말이야. 나로서는 오히려 주변에 더 사람이 많아지고, 막 귀찮아할 정도로 달라붙거나 따라다니는 이들이 더 많으면 좋겠어. 아. 물론 스토커는 안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돼. 바다에 던져버릴거야."
이렇게 휘익 하고 말이야. 마치 뭔가를 잡아서 던져버리는 것처럼 제스쳐를 취하면서 그는 팔을 아래로 내렸다. 그 말은 상당히 가볍기 그지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진지했다. 그야 제 동생에게는 정말로 많은 이가 함께 하길 바랬으니까. 그렇게 하면서... 그 애의 상처가 조금은 낫길 바랬으니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정말로 즐겁게, 평화롭게 앞으로도 쭉...
"내밀지 않게 할 거야. 내가.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내가 너희를 상대할 수밖에 없게 될테니까. 나만이 아니라 웨이버.. 그리고 다른 이들도 모두...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 문제는 너무 신경쓰지 마. 굳이 생각할 거 없어. 정말로."
제 손으로 부원들을 없앤다. 상대해야만 한다. 그런 끔찍한 비극같은 이야기가 있을까 싶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로 가능했다. 이를테면... 높은 이들이 지금 여기서 그녀를 죽이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자신은 그에 따를 수밖에 없을테니까.
"이것만큼은 나도 양보 못하는 문제야. 하핫. 막 이래. 무거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할까. 아. 진짜... 너하고 이야기를 하면 자꾸 이것저것 이야기하게 된단 말이야. 동기들에게도 이야기 안한 것들인데 말이야. ...너, 은근히 사람 속을 파해치는 재능이 있는 거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