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몰아친 추위로 츠나지의 나무에 붙어 있던 마른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부터 털옷과 풀빵이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18), 산마캔(11/25)
【츠나페스】 11/13 ~ 11/24 (situplay>1597006077>1-2)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츠나센의 온갖 진기명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문화제!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문화 경연의 장이지만, 사실은 동아리끼리 목숨을 걸고 살벌한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이기도 하죠... ▶ 미스 츠나센 &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선발대회: 11/18 ~ 11/19 【링크】
웃으면서 대꾸하고는, 그녀를 따라 버너 쪽으로 향한다. 재료 준비는 맡겨두고서, 이쪽은 조리 도구를 준비한다. 그리고 옷에 음식물이 튀면 곤란하니, 앞치마도 겸사겸사 찾아보는데, 여기 있는 앞치마라곤 누군가가 입었던 메이드복의 일부였을, 프릴 달린 에이프런이 전부였다... ...평범한 건 없는 거냐고! 울며 겨자먹기(?)로 프릴 앞치마를 걸치는데, 역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될 수 밖에 없긴 하더라고요. 라는 말을 하면서 모호하다는 말에...
"모호함이란 어느 쪽이 될 수 있음과 될 수 없음이 공존하는 걸까요." 싫어하는 분들은 싫어한다지만. 저는 가능성을 좀 더 선호하긴하니까요. 라고 생각합니다.
"우마무스메들은 달리는 것이 행복하다고 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은방울꽃이나 수선화의 꽃말들을 생각해보고... 아니. 어쩌면 수선화는 신비성과 함께 신화를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좋은 뜻으로 생각해준다고 하면 그것을 첨언하지 않으며..
바로 옆이니까 괜찮겠지...? 찍고 오는 사이에 이 메이드복의 원래 주인들이 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데이트라고 하니 그렇게 빨리 돌아올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러면 빙수를 다 먹고나면 가볼까. 카키고오리랑 다르게 얼음부터가 다른 이 빙수, 진짜 맛있다. 굳이 메이드 카페가 아니라 빙수 가게를 차렸어도 잘 됐을 게 분명한 맛이다. 아무튼 그렇게 맛있는 건 당연히 먹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었고, 내 쪽의 빙수는 금방 사라져갔다는 것이다. 살짝 아쉽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혈관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르는 구성이니까...
"응? 으, 에???"
그래도 아쉽긴 하네, 차마 지우지 못한 아쉬움을 담아 그릇을 보고 있다가— 들려온 말에 고개를 확 들었다. 에엣,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고개를 들자 거기엔 잘못 들은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한 방에 날려버리듯, 유우가가 다소곳이 수저를 내밀고 있었고, 그 위엔 아이스크림과 얼음과 과일. 그렇다 빙수가 딱 한 입 사이즈로 얹혀 있었다.
와, 이거 만화책에서 보던 거야. 먹여주는거지 이거? 아앙~ 하세요 라는거지?? 묘하게 남 일 같이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와와와와?!
"아, 아와..아와와..."
예상 못했어! 당황해서 고장난 것 같은 소리가 새어나와 버린다!! 메, 메이드 카페에 와서 메이드복까지 입게 됐으니까 '맛있어져라~'같은 거는 예상했다만(하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이건 예상 외라고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나는 평생 후회하겠지(?). 잠깐,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놓칠세라, 덥썩 받아먹었다.
분명 같은 빙수일텐데도, 이쪽이 더 단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꼬리가 붕붕 휘둘러질 정도로 말이야.
재료 준비를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재료를 들고 오던 미즈호는, 프릴 에이프런을 입은 코우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잘 어울리기 때문에 놀란 것이다. 그 증거로 니시카타 미즈호의 낯빛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아, 정말 사랑스러우신 분. 저 프릴 에이프런이 이렇게 귀여워 보이실수가 없다. 진심으로 옷을 기성품으로 주문하지 않기를 잘 한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즈호는 재료들을 내려놓았다.
"자, 여기 재료랍니다. 제가 더 도와드릴 것은 없으신가요, 코우 씨? "
사진을 찍어두고 싶은 마음은 잠시 내려두고, 미즈호는 코우에게 이렇게 물어보였다. 아, 지금만큼 양손을 모두 쓰지 못하는게 이렇게 아쉬울수가 없다.....
깔끔하게 결과에 대해 그렇게 납득하는 편이 좋았다. 물론 감정이 남지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지금의 걸어가는 길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어서 끝났다고 단언하는 것으로 쉽게 정리를 하려고한다.
"원래 예쁜건 다들 가시나 독이 있는 법이잖아요? 받고있는 저도 어디에서나 상냥하지도 않고. 한참 기분나쁠때는 독기어린 말도 집어삼키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런 부분에선 만족스러운 꽃다발이네요."
한동안 얽메여있던 업이 풀린것마냥 피로가 몰려왔다. 오히려 레이스라는 압박감과 긴장에서 풀린 영향일까. 평소에 실습을 위해 피로를 소모하는 것보다도 조금은 졸려 눈을 꿈뻑거리고 만다.
"너무 졸리긴한데, 꼭 하나 받아주실게 있어서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완성된 이후에는 줄곧 몸에서 떼어놓지 않던 것을 꺼내 들었다. 끈으로 묶어서 목걸이 형태로 비로소 완성된 십자가 형태의 악세서리. 펙토랄레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그렇게 종교적인 의미를 담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마의 연애소설에 있던 그런 상징적인 의미로. 만든 악세서리. 내가 받은게 있으니, 돌려주는 것에 가까웠다.
"하나가 끝났으니 이제 시작할 때죠" 다른 방면이든, 또다른 방면이든. 시작할 수 있다면 늦은 건 아닐 테다. 인간적인 부분이 많이 떨어진다고 해도. 아예 끝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졸리다면. 소파에서 잠깐 재울까 고민하던 차에. 줄 게 있다는 말에 조금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받을 거 말입니까?" 어떤 것을 줄 것이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내밀 때까지도 그것이 뭘지 생각하다가 받은 십자가와 비슷한 것에..
"누군가에게서 이런 종류는 처음 받아보네요." 보통은 제작해준다거나. 사는 일은 있었으나 누군가에게서 받아보는 일은 처음이었기에.. 피리카는 옅은 미소로 그것을 받아들고는..
메이사는 아와와...하는 바보같은 소리를 내다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뇌하다가(이건 좀 웃겼다), 결국엔 덥썩 받아먹었다.
그리고 나는 뭔가, 뭔가를 느껴버린 것이다... 메이사한테 밥 사주는 거, 꽤 보람있구나 하고.
잠깐의 순간 메이쨔에게 무한으로 밥을 공급하다가 마구로 전에 살찐 기미가 뜨는 악몽까지 보고 왔다. 그야 물론,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식단 조절용 도시락이라도 많이 많이 먹일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종종 손수 먹여줘야겠다고도...
"아가씨, 메이드가 손수 떠먹여주는 빙수는 맛있나요~?"
이런 어설픈 능청까지 떨어가며 한껏 메이사를 놀려먹고 나자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돈을 처바른 카페가 하나쯤은 있어야 페스의 구색이 사는 것 같다. 전에는 유난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생각이 바뀌는 걸 느낀다. 나는 빙수의 마지막 한 술까지 야무지게 비행기 태워 먹인 후, 자리를 나섰다. 이젠 사진찍으러 가자! 그리고 포화포화 타임 공연도 있고 갈길이 바빠.
"사진은... 네가지 컷을 한장에 쭉 뽑아주는 건가본데. MZ하네 이거..."
애들이 하는 걸 좀 훔쳐보다보니 대충... 볼에다가 하트 반쪽을 댄다던지. 한명은 하트손, 한 명은 👍을 하고있다던지. 아무튼 뭔가 이것저것 귀여운 포즈들이 있는듯하다. 시꺼먼 아저씨가 하기엔 좀 그렇지만 뭐... 오늘은 츠나페스 아닌가. 까짓 거 드가자고.
놀리는 말에 그렇게 대꾸하고 살짝 혀를 내밀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여전히 꼬리가 살랑이는 것까지 감출 순 없었지만... 아무튼 마지막까지 계속 받아먹다보니 좀 익숙해진거 같기도 하고? 다음에 또 아앙~하세요~를 한다면 그땐 오늘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라? 이거 익숙해져도 되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