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운명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우마무스메를 중앙에서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이고는 자신의 기억을 헤집는다. 운명을 뛰어넘고, 거스르기 위해 노력하는 우마무스메들의 이야기라. 어째서 그들이 달리고, 승리하는 것을 기적이라고 부를까 생각해 보면 그것이 바로 예정되어 있다는 운명을 넘었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보여지는 운명이라는 건 아무래도 쉽게 납득하긴 어려우니까, 그건 나도 비슷할 거 같은데."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레이니의 뒤를 따라 걸어가 보면, 한 모래사장 위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니를 쳐다보다가도, 올라오는 건 할 수 있냐며 물어오는 레이니에게 대답하기 위해 다이고는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내려올 땐 그럼 그렇게 할까... 반대도 괜찮을 거 같은데."
문득 운동회 때 레이니가 무거워했던 걸 떠올리긴 했지만... 여차하면 내 발로 내려오면 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바위 위로 조심스레 올라가 본다.
"비밀 장소라고 할만한 거 같네, 주변이 캄캄해."
신사 뒤쪽에서 봤던 것 같은 어둠, 그러나 바다내음이 더욱 물씬 풍기는 바위 위에서, 다이고는 별을 보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자신도 나무 위에 올라간 적은 있다. 그것은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나무 위를 오르는 것은 코어 단련에 꽤나 도움이 된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트레이닝을 하는 게 아니라 시키는 입장인 트레이너가 체육복도 아닌 정장 바지 차림으로 나무 위에서 그냥 있는 것도 아니고 자고 있다면, 풍기위원 입장에서... 아니, 그것을 차치하고 간사이 출신의 입장에서는 츳코미가 마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저렇게 너무나도 평안하게 잠에 빠져 있는건지. 그러면서 시몬스침대마냥 흔들리지 않는건지. 저 괴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건지, 애초에 올라갈때 옷도 안 더럽힌 것인지. 그 여러 질문이 머릿 속을 맴돌다가 바깥에 겨우 나온 츳코미는
「우등생」 트레이트의 경우는 나머지와 달리, 온천여행권 획득 확률 상승이라는 명백한 어드밴티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트레이트와는 달리 '자신이 대상경주에 참여하는 턴'에는 스탯에 약간 손해를 보도록 설계되어 있음 하지만 기껏해야 토큰 5개 총 획득량은 모두 동일하니 괜찮다고 판단함. (마구로 기념에는 손해 안 봄)
그건 조금 의외라고 해야 할까. 걷는 동안 이런 저런말을 골랐던 것 같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까먹어버려서. 다이고가 먼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레이니는 떠올리던 생각을 저 멀리 치워 보이고 (어차피, 대화를 할 시간이야 남아있으니...) 메이사가 여러 번 밟고 올라갔을 흔적을 따라, 자신도 조심스럽게 바위 위로 올라간다.
“허리도 안 좋으면서, 그러다가 삐끗하면 어쩌려고.”
그리고, 몸무게가 까발려지는 건 싫어서. 아니, 다이고는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숫자로만 보는 거랑 직접 들어보는 건 다르니까...!
“바위 위도 괜찮은데...? 하지만 메이사가 말해준 ‘진짜’는,”
이 정도면 그냥 뛰어내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저번 체육제때를 생각하면 이 정도면 식은 죽 먹기지. 다칠 가능성도 0%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니는 다이고에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휙, 하고 바닥으로 뛰어내린다. 어두워서, 미리 듣지 않았다면 레이니조차도 아래에 있는 것이 바다라고 착각했을 것 같지만, 곧 발에 닿는 것은 차가운 바닷물이 아닌, 푹신한 모래다.
“사실 여기란 말이지.”
아까 밟고 올라온 바위뿐만이 아니라, 다른 크고 작은 바위들로 주변이 둘러싸여 있어, 바닷바람도 상대적으로 걱정이 없다고 할까. 엄청 좋은 장소네... ...그럼 메이사는 미스터 히다이랑 오늘, 어디서 별을 보는 거지? 너무 좋은 장소를 선물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지만, 곧, 올려다본 하늘을 보고 그런 상념은 자취를 감추었다.
바위 위로 올라서서는, 레이니가 올라오는 걸 보다가 허리도 안 좋은데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듣자 알겠다는 듯 고갤 끄덕인다,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 거니까... 내려갈 만한 경사가 되는지 봐 둘까 생각하며 손전등으로 바위를 비춘다.
"어라, 여기가 아니었어?"
그러다가 이 위치가 아니라면서 바위 아래로 뛰어내리는 레이니를 보고 깜짝 놀라 그 쪽으로 움직이며 손전등을 비춰 본다, 바위 아래는 바다! 가 아니라 모래밭이었다는 걸 알아채고 나서 레이니를 확인하곤 안도하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럼 여기로 뛰어내려야 하는 건가... 자신을 재촉하는 목소리에 다이고는 손전등을 주머니에 넣고.
아니, 이거 뭔가 불안한데... 다이고가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레이니의 머릿속에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잠깐, 잠깐! 진짜 잠깐잠깐잠깐!!!!!
“삐엑!”
아, 맞다. 다이고 무거웠었지. 양팔에 느껴지는 무거움. 순간적으로 무게 중심이 휙 하고 앞으로 쏠리자, 넘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뒤로 한 발을 뻗었지만... 이게 무리수여서일까, 아니면 다이고를 놓치는 일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레이니는 오히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우... 안 다쳤지...?”
뒤로 넘어진 충격으로, 뒤로 나자빠진 그대로 하늘을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보다, 다이고에게 말을 걸었다. 운동부족이니까 허벅지도 배도 말랑말랑해, 이 정도면 충분히 히토미미 충격 방지용 쿠션이 될 만하다고... 아마...
스마트폰에 떠 있는 화면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오늘도 정장 차림으로 나무 위에 앉아있다. 어떻게 나무 위에 시몬스침대마냥 편안히 앉아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설명이 필요할까? 한참을 뜷어지게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화면을 끄고는, 니시카타 미즈호는 사뭇 진지하게 나무 위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려 하였다.
"아아~ 어떻게 해야 최고의 메이드카페를 열 수 있으련지... "
아, 목소리가 너무 커! 지나가던 멘코를 쓴 우마무스메가 들을 정도로 크다!!!!!! 그보다 그런 고민이나 하고 있었던 거냐!!!!!
아주 그냥 온 동네에다 메이드카페 한다고 자랑을 해라 자랑을... 마을회관에서 마이크로 방송을 해도 이것보단 작게 들리겠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최고의 메이드카페를 열기 위한 고민을 하는 니시카타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냥 한숨이 자동으로 나온다. 그니까 그걸 왜 나무 위에서 고민하고 있는 거야...? 옥상에서 만난 이후로 상태가 계속 안 좋아지기만 하는 거 같은데.... 드디어 구급차를 불러서 폐쇄병동에 강제입원을 시켜야 하는 때가 온 건가?
"....어느 쪽이 먼저지? 경찰? 구급차? 야생동물 보호센터?"
당당하게 핸드폰을 꺼낸 건 좋은데, 어디에 먼저 전화를 해야하지? 아니, 일단 보호자한테 연락을 먼저 해야하나? 어디보자.. 야나기하라 트레이너 연락처가... 없네. 뭐 우리 팀도 아니고 따로 받아둘 필요를 못 느껴서 저장도 안 하고 애초에 물어보지도 않았지 참. 아이고 머리야.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으면 진작 받아둘 걸. ...근데 그쪽도 머리 이상하니까 딱히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른다. 그래. 그냥 내가 해결하자...
"......아니 역시 무리지."
해결은 무슨 해결. 이제 나랑 상관도 없는데. 그냥 사진이랑 동영상만 잔뜩 찍어두자. 나중에 우마톡으로 퍼트려야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진만 찰칵찰칵 찍기로 했다. 갤러리가 점점 고릴라 사진으로 가득해지는 기분인데.
뛰어내리는 게 불안하긴 했지만, 레이니를 믿고 뛰어내린 다이고는 자신의 몸무게와 뛰어내린 위치가 더해진 힘으로 레이니에게 떨어졌다. 결과는...
"아이고... 괜찮아 레이니?"
자신을 받다가 뒤로 넘어진 레이니 위에 엎어진 모양새, 레이니의 말랑말랑한 몸 덕에 충격은 거의 흡수했지만, 다이고의 덩치가 덩치인지라 미처 받아내지 못한 부분은 충격을 그대로 받...진 않았다. 잊을 뻔 했지만 두 사람이 넘어진 장소는 푹신푹신한 모래밭 아닌가. 조금 욱신거릴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부상자 발생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손으로 모래밭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던 다이고는, 이미 반쯤 엎어진 김에 그냥 모래밭에 벌렁 누워 버렸다.
"말랑말랑하네, 훈련이 너무 약했나?"
합숙 때나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으니... 근육이 갑자기 붙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더 말랑말랑했던 것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던 다이고는, 옆에 누워 있을 레이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138 찰칵, 찰칵 소리가 미즈호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은 얼마 안된 일이었고, 메이사가 미즈호에게 사진을 찍는 것을 들킨 것 역시 얼마 안된 일이었다. 아니, 아무리 멀리 거리를 떨어트린 채 찍는다 해도 그렇게 대놓고 찍고 있으면 바로 들키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 우리는 상식이 당연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 ....... 메이사 양? "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조심조심 나무 위에서 내려오기 위한 준비를 하며(또 기괴하게 나무에 매달리려 하기 시작했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메이사를 향해 이야기 하려 하였다.
모호한 대답이 이어진다. 물론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하니까,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말 그녀가 그 사실을 자신에게 비밀로 하고 싶었다면, 「야나기하라 트레이너에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라고 솔직히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곤란하다며 대답을 회피하는 게 더 나았겠지.
레이니의 마음에 난 상처를 인지하지 못한 이 바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어보이며 레이니에게 장담하고 있었다, 좀 더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당연히 해줘야지.
"오히려 고맙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메 양."
자신을 우마그린이라고 불러오는 레이니에게, 메이사에게 들었으려나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을 그렇게 불렀던 사람은 메이사 밖에 없으니... 그렇담 반대로 자신도 레이니를 다른 아이들이 애칭 삼아 불렀던 호칭을 불러보며, 레이니를 따라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떄마침 하나, 둘, 검은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유성들을 눈에 담는다.
별똥별이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조금은 퀴퀴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오래된 미신은 너무나 순식간에 떨어져 버리는 별똥별로 인해 단 한 번도 빛을 발한 적이 없었지만, 별의 비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인 지금이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유성우 속에서 레이니가 운명을 찾아나가고 있을 즈음, 다이고는 그 미신을 조금이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하나의 별이 떨어지더라도 또 다른 별이 떨어지고 있으니까, 소원은 실컷 빌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히로카미 트레이너의 행동에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 이제, 앞으로 알게 될 것들은 전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결과가 될 거다. 그녀가 자리를 뜨자, 코우는 조심스럽게 그 휴대폰을 들어, 켜본다. 어떻게 해야 그에 관한 내용을 알아볼 수 있을까. 일단 이것저것, 단서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녀가 굳이 호의?를 베풀어주는 이유는 뭘까. 어쨌든 휴대폰을 뒤져보다가, 클라우드 앱을 켜본다. 어차피 목적은 확실하니 굳이 다른 걸 뒤져볼 필요도 없다. 휴대폰을 보도록 해주었다면, 적어도 이곳에 단서가 있는 거겠지. 그 단서가 문자일지, 녹음된 통화일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히로카미 트레이너의 말로 미루어보아, 찾아볼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미스터 히다이랑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커플세트로 텀블러라던가, 머그컵이라던가... 아차차, 지금은 선물을 고민할 시간은 아니지.
“...응, 이쁘네.”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해서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어쩌면 운명의 흐름대로 속절없이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이다. ‘흘러가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 라는 것은, 아무런 목표를 잡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 목표가 생겼다면, 전력으로 달려가는 게 맞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은 저 쏟아지는 별들 사이로, 어둠만이 보이는 게 오히려 다행이야. 다이고가 자신을 잠시 바라본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눈을 깜박이며,
“다이고. 나, 카라스미에 나갈 거야.” “우마무스메의 달리기 뒤에는, 트레이너의 노력이 있으니까. 레이스의 성과는 단순히 우마무스메만의 것이 아닌, 트레이너의 것이기도 하잖아.” “나는 이제 중앙의 우마무스메는 아니니, 휘황찬란한 G1경기의 트로피는 다이고에게 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대상경주의 트로피를 다이고한테 안겨주고 싶어.”
[나 니시카타 미즈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코우 씨만은 제일 마지막에 아셨으면 한다는 것을, 일이 일어난 뒤에 가장 마지막에 아셨으면 한다고 약속했음을 녹음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 편집을 해서, 뒤에 피리카가 개별로 녹음한 게 이어붙여져 있습니다.
[...혼잣말이지만요..] [그렇게 말을 하시는 것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디까지나 핸드폰을 몰래 봤다고 주장함으로써 약속은 지킨 겁니다. 보여줄 생각은 없었지만 뉘앙스에서 수상함을 느낀 야나기하라 트레이너가 핸드폰을 본 것이다. 라는 것과 약속을 깨고 말했다. 라는 건 차이가 크니까요?
옥상이 아니라 교무실이라고? 어째서지... 마음에도 없는 귀찮다는 말(사실 10%정도는 있었다)을 뱉으면서 턱을 괴고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밖으로 뛰쳐나가는 반 아이들을 힐끗 보고 있었다. ...그보다 너네 왜 창문으로 나가는데???? 문은? 저기 문은???? 쓰이지 않는 문의 존재의의란... 별 쓸데없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나도 슬슬 가긴 가야겠지. 그나저나 뭐지? 팀 이야기라면 임시 부실로 멋대로 점거 중인 옥상에서 해도 될텐데. 헉, 설마 뭐 잘못한거 있나? 무슨 짓을 했었나? 그렇게 열심히 고민하면서 도착한 교무실, 유우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자 어쩐지 엄청나게 무게잡힌 분위기가! 나 진짜 뭐 했지?!??
"에..에우.... 어떤 소식이길래..." "....으에에....."
조심조심 앉아서 들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너무 늦게 팀을 결성했다니. 하긴 우리 임시로 있던 기간이 좀 길긴 했지... 그래도 이제 정식이고, 제대로 궤도에 올라탔다는 느낌인데. 그런 팀에게 다른 건 다 돼도 부실까지도 줄 수 있.... .....아니 잠깐만 말이 뭔가 분위기랑 정 반대잖아!
"—그냥 다 주겠다는 말이잖아 그거! 한숨 쉴 일 전혀 아니잖아!"
나의 긴장감, 나의 참회(?) 전부 돌려내 이 자식아!!!! 여기가 교무실이 아니면 그렇게 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다른 선생님도 있고, 여기선 속으로만 외치는 걸로 하자. 아- 진짜. 하다못해 트레이너실이었으면 그냥 해버렸을텐데(?) 외침은 속으로만, 하지만 감추지 못한 표정은 새어나와 유우가를 째릿 노려봤다. 분하다. 다음엔 내가 먼저 속여야지...
불만을 가득 담아서 볼을 부풀리지만, 머리를 톡톡 두드려주는 손이 좋으니까 역시 금방 풀린다고. 흥, 이번만 봐드리는 겁니다. 뭐 계속 삐져있는 것보다는 드디어 생긴 우리의 부실이 어떤 느낌인지 보러 가는 게 더 나을테니까.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걸로... 하지만 다행이다. 겨울엔 눈 엄청 올텐데 그대로 옥상이었다면 우린 얼어죽었을걸..."
책걸상은 둘째치고 라디에이터와 에어컨이 제대로 돌아가는지도 잘 봐야할걸... 시골의 트레이닝 센터는 이렇게 눈물나는 일이 일상인 것이다. 학원장님이 항상 애쓰시는건 알지만요.. 그.. 사랑해요 학원장님 아시죠...?
"응, 알았어. 어? 지금 가봐도 돼? 갈래! 후헤헤~"
당연히 가봐야지! 앞으로는 지겹게 가겠지만, 이건 특별해. 처음으로 가는 거니까! 프러시안에 있을 때도 부실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이미 있는 팀의 부실에 들어가는 느낌이었으니까. 우리만의 부실은, 옥상이 아닌 곳은 처음이니까. 처음하는 일을 같이 한다는건 굉장히 기쁜 일이니까. 후다닥 일어나서 아예 접이식 의자까지 정리해버린다. 빨리! 빨리 가자! 누가 봐도 들떴다는 걸 알 정도로 발을 살짝 구르면서.
뭐 나는 일하면서 줄담배 필 수가 없게 됐으니 한 톨 정도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얻어오길 잘한 것 같다. 안 쓰는 빈 교실 있는지 없는지 다 따져보고, 제일 좋아보이는 녀석으로 골라왔으니까. 부실 보고 나면 칭찬해달라고 할까나.
딱 봐도 들떠보이는 메이사를 느긋하게 따라갔다. 평소는 보폭 차이를 감안해도 속도가 비슷했는데 확실히 들뜨긴 들뜬 모양이다. 저만치 앞서간 거 보면. 나는 내 열쇠뭉치를 메이사에게 가볍게 던져줬다.
"네가 열어봐." 하면서.
물론 거긴 자취방 열쇠나 원래 집 열쇠도 섞여 있어서, "아 그건 집열쇠. 그건 당직실. 그건..." 하면서 말꼬리를 흐리는 설명으로 뭐가 부실 열쇠인지 가르쳐줘야 했지만. 나중엔 알아보기 편하게 색깔 스티커라도 붙여줘야겠다.
그렇게 부실 문을 열면... 훤히 넓은 것도 아니고, 원래는 교실로 쓰이던 것으로도 안 보이는 공간이다. 3층이라는 높은 층은 옥상만은 아니지만 전망이 잘 보이고, 먼지 냄새는 좀 나지만 큰 하자 없이 깔끔한 게 확실하다. 이전에는 실습실 같은 것으로 쓰였는지 여기저기 콘센트가 다수 분포한 것도 호감이었지.
사이즈는 교실의 2/3만 하지만, 둘이 쓰기엔 최적.
"우리 이거로 츠나페스 부스도 낼 수 있겠지? 하고 싶은 거 맘껏 해도 된다고, 너 혼자 쓰는 팀이니까."
앗, 너무 들떴나봐. 너무 앞섰나? 생각해보니 나 열쇠도 없는데? 느긋하게 오고 있는 유우가를 보며 눈으로 '빨리~'하고 재촉하다보니 열쇠뭉치가 날아왔다. 가볍게 받아드니... ...우와, 열쇠 많아. 손으로 열쇠를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차락차락, 금속이 스치는 소리가 난다. 아- 그러니까 이건 집열쇠고, 요건 당직실... 당직실 열쇠도 가지고 다니는거야?
"아- 이거구나. 좋아, 연다?"
열쇠를 넣고 돌린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리고, 그대로 문을 열면... 거기엔 교실보다는 좁지만, 깔끔한 공간이 있었다. 먼지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이건 환기하고 청소 싹 하면 사라질 냄새다. 안 사라지면 탈취제라도 가져다 놓지 뭐. 창문 밖도 탁 트여서 해도 잘 들고, 전망도 꽤 괜찮다. 옥상보다는 덜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우와아... 그러네, 츠나페스 부스도 내기 좋겠어. 아, 그치만 뭐할지 생각 안 해놨는데... 에헤헤, 산마캔 끝나면 열심히 생각해야겠네."
행복한 고민이겠네. 머리 좀 아프겠지만. 니시카타가 왜 나무 위에서 소리질렀는지 좀 이해가 될.. 아니 안 된다. 역시 그건 좀 이상한 일이 맞아. 그렇게 부실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기려다가, 잘했지?라는 물음에 유우가 쪽을 보았다. 평소의 히죽히죽하는 웃음이 아니라, 만면의 미소로 유우가를 보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에헤헤헤, 고마워 유우가."
부실, 생길거라고 생각 못하고 있었어. 뭐랄까, 임시는 벗어났지만 생각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고 할까. 이런 날 대신해서 열심히 애써준거라면, 감사인사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대로 팔을 쭉 뻗어서 유우가를 안으려고 했다. 어- 이건, 우리집 전통의 칭찬 방식이라고 할까. 그런 거야.
우와, 웃는 것 좀 봐. 저러고 방긋 웃으니까 얼마나 예뻐. 나도 덩달아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걸 느낀다. 껴안아오는 손길을 피하지 않고 껴안기면, 뭔가 음, 으음,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싫은 기분은 아닌데 확실히 어색하긴 해서. 꼭 이름을 불릴 때 같은 기분이지만 또 밀어내고 싶은 건 아니라, 손을 어디 둬야 할지 삐걱거리는 채로 고민하다가... 메이사의 등 위에 가볍게 얹었다.
"머리 말이지, 그럴까? 오늘 나는 내가 봐도 좀 잘 한 거 같으니까. 그래볼까나."
장난스럽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수그려 머리를 들이민다. 어색해서 조금은 빨개진 얼굴을 가리려는 것도 있고.
"...그 뭐야. 부스 말이지."
도로 고개를 들었다. 쓰다듬 받는 것도 익숙한 기분은 아니라서...
"나는 꼭 안 해도 돼. 그냥 돌아다니면서 놀고 먹고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너 반에서 부스하는 것도 있을 테고..."
뭐 우리 반이야 팀에 소속돼있지 않고, 사고 치기 좋아하는 녀석들만 잔뜩이니까 거기 껴도 재밌기야 하겠지만.
장난스러운 대답과 함께 고개를 숙이는 유우가를 보며 쿡쿡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리저리 뻗친 더벅머리를 결을 따라서 느긋하게 쓰다듬어본다. 하는 김에 너무 뻗친 쪽은 손으로 빗어보기도 하고? 아까 장난친 복수로 와바박 해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실행에 옮기기 전에 고개가 올라가버린건 살짝 아쉽네.
"음, 그것도 그렇긴한데... 모처럼 부실이 생겼으니까 그냥 두기도 좀 아깝고." "하지만 확실히, 각잡고 준비하기엔 시간이 빠듯하기도 하지. 뭐, 생각나는게 있으면 해보고. 없으면 그냥 돌아다니면서 노는 걸로 하자."
반에서 하는 부스라면... 갸루삐네가 폭주하기 시작한 그거 말인가... 초안에서 하도 이리저리 변하고 뒤틀려서(?) 이제 그냥 뭐가 뭔지 모르겠는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는 그거? 참고로 나는 의견은 내지 않고 구경하는 쪽이었지만. 엉망진창이 되는 것도 나름대로 축제의 추억이 되고 그러지 않을까? 어쩌면 기적적으로 재미있는 뭔가가 탄생할 수도 있고.
"응, 알아. 무리해서 하진 않을 거니까 걱정마." "그러고보니 프러시안은 메이드카페 한다면서?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어째선지 나무 위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던데."
나름 학교 축제의 대명사 같은 느낌이지 그거. 어째서 나무 위에서 외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그건 프러시안에서 선점하기도 했고, 프리지아가 하기엔 인원도 시간도 예산도(...) 부족할 것 같다. 애초에 음식을 판다는 건 귀찮은 허가가 필요하니까...
"최대한 편한 게 뭐가 있을까... 이불 몇 개 깔아두고 낮잠카페라도 만들어?"
말만 카페고 음료는 일체 금지인 낮잠을 위한 장소... 다들 떠들썩한 부스를 할테니 이런 정적인 부스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정적이고 조용한... 낮잠.. 아니면—
쓰다듬는 느낌은... 싫진 않았지만 간지러웠다. 누가 살살 에센스를 발라가면서 빗질이라도 해주는 느낌? 나같은 반곱슬한테는 사치지. 뭔가 분수에 맞지 않는 걸 누리는 기분에 어색해서 보다 일찍 고개를 든 것도 있겠다.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아, 그 고릴라 메이드 말이지..."
오이씻고날라 모에모에큥이었던가. 뭔가... 음... 솔직히 말하자면, 20대 중반의 나이에 아이들과 한데 섞여 메이드복을 주문제작해 그런 걸 새벽 운동장에서 맹연습한다는 거, 유난을 넘어서... 철딱서니 같지만. 일단은 입 안에 담아둔다. 나의 정적으로 많은 것을 짐작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메이사.
"플라네타리움?"
뭔가 멍청한 얼굴로 생각하다보면, 뭔지는 알겠지만 말로 하긴 어려운 '그거' 라는 걸 알겠다. 아니, 알아. 천문대 같은 거잖아. 근데 그걸 우리가 만들 수 있나.
"...그건 좀 너무 크지 않아? 옥상을 썼다면 모를까... 이 날씨에 그러면 좀 쌀쌀할 거 같기도 하고, 밤까지 페스는 안 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건 문외한이라, 실내용 플라네타리움 라이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네가 1착한 덕분에 예산이야 넉넉하니까 아마도, 오래 준비하면 안 될 것도 없겠지만 말야."
이 정적.... 뭔가 있었나본데... 때로는 말보다 이런 침묵이나 비언어적 행동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유우가도 뭔가... 봤구나. 내가 본 니시카타는 정장차림이었고, 메이드카페를 한다는것만 말했는데 바로 고릴라메이드란 말이 나온 걸 보면.. 뭘 봤는진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삭제가 가능하길 바라... 안타까움을 담아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아니 별로 안 커.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츠나페스 때 가지고 와서 쓰면 되겠구나 싶어서."
방에서 쓰는 거야. 이만한 크기, 라고 말하면서 적당히 손으로 어느 정도인지 해보인다. 음, 한.. 한... .....축구공보다도 작을 걸? 아마? 작정하고 재본 적 없어서 모르지만. 비오는 날에도 별이 보고 싶어~라고 했더니 파파가 사줬던 건데. 지금도 흐린 날에 가끔 쓰긴 하지만, 이렇게 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 오, 한번 아이디어가 떠오르니 뭔가 착착 계속해서 떠오르는 느낌이다. 창문엔 암막커튼을 달고, 여긴 저렇게 하고, 이건 그렇게 하고? 투영기는 저쯤 놓고, 관람은... 누워서 하는 게 좋을까? 역시 이불이나 매트 같은 걸 잔뜩 놔야겠네.
"예산은 조금 필요하긴 하겠다. 암막커튼이나, 매트나 이불 같은 걸 사려면 좀 들 것 같은데... 으음, 너무 사도 처리가 힘들어지려나."
아아, 플라네타리움은 그런 물건이구나. 나는 영락없이 초등학생 때나 잠깐 탐방했던 천문대 같은 거창한 걸 떠올렸다. 막 20만엔짜리 엄청난 망원경 세팅해야 하고 그런 거 말야. 나는 멍청하지만 착한 학생 같은 표정으로 메이사의 설명을 듣고, 폰으로 몇 번 찾아보고 나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메이사 네 말은 그거지? 온통 어두운데다가 이거 하나 틀어놓고, 다들 느긋하게 쉬기만 하고 거기서 돈을 받는다."
속물같은 요약.
"메이사 너..."
그리고 나도 속물, 너도 속물, 우리 다 속이 좀 검다. 악당이 될 뻔한 녀석들끼리 뭉친 게 프리지아니까 당연한가.
"천재냐?"
이건 카페처럼 온갖 처치 곤란의 탄산수와 시럽을 구비해둘 필요도 없고, 쓰레기를 잔뜩 갖다버리느라 고생할 일도 없다. 손은 더럽히지 않으면서 돈만 받아챙기고, 분위기까지 만들 수 있다니까. 온갖 커플들이 '어머, 약간 어둡고 분위기 좋은 공간이 있다고? 당장 가야지 너 어디 아프냐?' 하면서 찾아오리라.
게다가 날 더욱이 혹하게 만드는 건, 이게 토퍼나 이불들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예산이 있지.
"매트는 체육창고에서 쓰면 돼. 앞구르기 시험 보는데에 쓰는 거 빡빡 닦아서 쓰면 되겠고, 그걸 덮을 이불들은... 일단 메이사 너네 집에서 버릴 생각으로 몇 개 갖고 오고, 몇 개는 사서 쓰지 뭐."
그리고 그 몇 개는 나의 차지가 된다.
"일단 물건만 준비해두면 세팅은 하루만 써도 충분하겠는데? 우리는 완전 여유겠어, 천재 컨셉이라. 그치."
"사실이긴 한데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속물같네...." "뭐 아무튼 그렇지. 아무래도 다들 시끌벅적한 느낌일테니까, 이런 정적인 부스도 있어야하지 않겠어? 휴게소란 느낌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바쁜 일정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동심과 여유를 되찾아주는 부스라고 하자. 돈은 받고 싶은데 뭘 하긴 귀찮아서 대충 이불깔고 누워서 쉬다 가라고 하고 싶은데 양심이 아파서 천체투영기 하나 갖다놨으니까 별을 보든 잠을 자든 하다 나가라고 하는 것보단 좀 더 있어보이고, 그럴듯하니까.
전부는 무리지만 조금이라면야. 한 두개 정도는 괜찮겠지. 어차피 새로 살 예정이기도 했고. 물건 주문만 해두면 유우가 말대로 세팅은 하루만 써도 충분할 것이다. 애초에 투영기도 우리집에 있는 걸 들고 오는 거니까. 청소하고, 매트랑 이불 깔고 커튼 달고 투영기 배치하고 끝. 음~ 아주 편하겠어.
"그러네, 완전 여유. 그러면 주문만 해두고 준비는 산마캔 끝나고 하는 걸로 할까!"
아마 당일에 바로 하는 건 무리고, 그 다음날에 나와서 하면 될 것 같다. 으음, 행사가 연이어서 있는 것도 꽤나 피곤하구나. 레이스에 이어 바로 츠나페스... 그래도 기억엔 확실히 남겠네.
빈틈을 노린 완벽한 컨셉, 간편함과 특별함 모두 잡은 계획에 얼마 들지도 않는 예산. 정말이지 최고라니까~ 나는 우쭐해하는 메이사를 저지할 생각일랑은 안 하고 정수리를 박박 쓰다듬었다. 응! 귀찮지도 않다는 게 최고야! 이상한 애들이랑 엮일 걱정 없이 거기서 폰만 하고 있어도 되겠다.
"좋았어, 그러면 오늘은..."
해야 할 일은 주문하고 트레이닝하고 기다리기. 트레이닝이야 자율트레이닝 시간에 봐주고는 있다만 원래는 부활동 시간까지 할애해서 봐주는 게 맞... 맞는데.
츠나지는 깡촌이라 7시면 상점들 문을 닫기 시작하고, 난 당장 이불도 냉장고도 코타츠도 필요한 사람이라. 뭔가 메이사의 눈을 피하게 된다. 사실 어제도 이렇게 얼렁뚱땅 일찍 헤어져 버려서 미안했었다. 트레이닝 잘 봐준다고 해놓고... ...으, 윽, 그 근데 지금 내 삶의 온갖 부분이 삐걱거리고 있어서어...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그으... 사실은 말이지, 오늘도 좀 이래저래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해야 할 거 같은데에..."
으윽... 거짓말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자취 시작했다고 말하면 안되느냐고? 뭐 마미레나 마사바 같은, '아아 히토미미야 이제야 독립하였느냐... 내가 매일 찾아갔을 때 과자가 있도록 하여라. 참고로 쌀과자는 싫다.' 라고 할 것 같은 녀석들이라면 모를까.
메이사는 "에? 자취? 무 조 건 가볼래! 나 구경갈래~!" 할 거 같아서 말이다. 기대만발한 녀석에게 이 꼬라지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걱정 끼칠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아, 아무튼 진짜 그렇다고.
역시 트레이닝? 트레이닝이야 뭐 자율적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트레이너가 봐주는 건 다르다고 할까. 요즘 이래저래 일이 있다고 하면서 어제도 그제도 아니 사실 최근들어 계속 일찍 끝나니까... 오늘도 그러려나 했다가, 오늘은- 이라는 말에 살짝 기대했다. 뭐, 무참하게 깨져버렸지만요. 으음.. 아쉽다. 사실 산마캔도 코앞이니 살짝 불안한 기분도 들지만....
...부실 준비하던 것처럼 뭔가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래. 오늘은 부실 구경도 했으니까 됐다는 걸로 하자.
"우~ 오늘도? ...괜찮아.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 뭐." "바쁜 일 빨리 끝나면 좋겠네~"
뭔가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거겠지. 그렇게 납득하면서도 웃음에 씁쓸함이 섞이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에에 싫어싫어 트레이닝하자아아아'하고 붙잡기도 좀 그렇고. 유우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니까- 한 발 앞서서 문가로 걸어가기로 했다. 응, 오늘은 부실 구경으로 끝. 그래도 트랙에서 조금 달리다가 돌아갈까.
"그럼 갈까, 아직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문은 잘 잠그고 가자. 아, 나는 갈아입고 트랙에서 좀 더 달리다가 갈테니까, 유우가도 힘내."
그렇게 말하고 탈의실로 걸어가려다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으음, 곤란하게 만들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고집부리고 싶어. 슬쩍 다시 문가로 고개를 내밀고 마지막 말을 덧붙인다.
"...바빠도 산마캔은 꼭 와야해. 열심히 할 거니까..." "그럼 진짜 안녕! 내일 봐, 유우가!"
그렇게 말하고 탈의실을 향해 가볍게 뛰어간다. 트랙 가볍게 뛰고, 마무리 운동하고... 집에 가면 투영기를 찾아놔야겠네. 츠나페스 이후에 부실을 어떻게 꾸밀지도 생각해둘까. 씁쓸함을 잊어버릴 정도로 할 일이 많으니까, 그래, 괜찮아.
답?례 물론 반쯤 농담이다, 레이니가 하야나미에서 식사를 해봤는지 아닌지를 잘 몰랐기 때문에 겸사겸사 메이사 얼굴도 볼 겸 그런 말을 해본 다이고는, 잠시 레이니에게 향했던 시선이 밤하늘로 향할 즈음 들려온 예쁘다는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카라스미인가..."
지금까지 대상경주에 출주하겠다는 말 없이, 어쩌면 내키는 대로 OP전만 출주하던 레이니에게서 대상경주의 이름이 나오자, 다이고는 그 이름을 한번 되되인다. 우마무스메의 달리기는 온전히 우마무스메의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트레이너의 노력이 함께 담긴 것. 그 결과 역시 그러하다는 이야기, 더 이상 중앙의 우마무스메는 아니니까 G1의 트로피는 줄 수 없어도, 대상경주의 트로피는 안겨주고 싶다는 말.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할까 했으나, 문득 네가 원하는 일이 그런 거라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게 트레이너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연인으로서도.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기특하다 기특해."
그렇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말은 고맙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기특하고, 고맙다. 너에게 남은 그림자가 사라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레이스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그것보다는 네가 원하는 대로,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달리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해 왔는데. 너는 용기를 내고 있구나 해서, 내가 너에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만한 힘을 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네가 나에게, 잘 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누운 채로 손을 뻗어, 모래 위에 누운 레이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고마워, 레이니. 부끄럽지 않은 트레이너가 되도록 나도 더 열심히 노력할게."
다시금 유성우를 향해 시선을 돌려 잠깐 동안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것을 묻기 위해 입을 여는 다이고.
막상 마주한 진실은 생각보다도 더 무거운 것이었다. 한참을 괴로운 상념에 빠져있다가, 히로카미 트레이너가 돌아오면 그제서야 평소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녀가 의아한 눈빛을 보내도, 긴 말은 않고, 그저 고개를 꾸벅 숙여보일 뿐이다. 호의에 대한 감사 표시다. 비록 겉으로는, 자신이 멋대로 그녀의 휴대폰을 뒤져본 거지만 말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서 귀가한다. 잠금을 푸는 익숙한 소리, 문을 여는 익숙한 감각. 이 집도 언젠간 남겨지게 될까? 예전의 춥고 텅 빈, 혼자만의 안식처로... 애초에 그 온기를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텐데. 처음부터 없었던 것과, 있었다가 잃어버린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 왔어."
그렇지만, 지금은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낸다. 그것밖에 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직은 모르겠다.
>>310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니시카타 미즈호는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왔다. 코우가 거실로 들어올 무렵에는 이미 밝은 표정으로 코우를 향해 다가오는 미즈호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손에는 포키 상자를 꼭 소중하게 들고 있는 채로, 미즈호는 코우를 향해 꾸벅 인사해 보인다.
"다녀오셨어요, 코우 씨? " 새에게는 역시 새장이 필요하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웃고 있는 미즈호는, 코우를 향해 포키 상자를 들어보이며 말해보이려 하였다.
"후후, 포키 데이는 아직 아니라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준비해 왔답니다. " "그런데 코우 씨, 무슨 일 있으셨나요...? "
아니 학교 문화제에서 뭘 얼마나 완벽하게 하겠다고.. 노력하는 자세는 좋긴 한데, 음... 문제는 그거지 그거.
"뭐 그것도 좋지만,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하겠대? 우마.. 아니 시라기 트레이너도?" "혼자서 최고의 메이드카페네 뭐네 하지말고 좀 다같이 고민을 하라니깐..."
나랑 유우가처럼 단 둘뿐인 팀이면 모를까, 너네 팀원 둘에 시라기 트레이너랑 레이니도 있잖아. 우리 반처럼 인원이 많아지면 의견도 이것저것 나오기 모자라 아예 안 할래~와 열심히 하자~ 두 편으로 나뉘어서 입씨름도 하기 마련인데. 반만큼 인원이 많진 않아도 일단 프러시안도 인원이 좀 있는 팀인만큼 혼자만 열심히 노력할게 아니라 그.. 좀 더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듣고 뭐...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네. 혼자 그러지 말고 다같이 머리 맞대고 좀 해라.
"누가 들으면 무슨 생애 마지막 문화제 준비하는 줄 알겠어..."
클래식 시즌이 끝나면 죽는 건가.. 마지막 잎새 그런 건가...
"하지만 시니어 시즌도 있잖아. 너무 무리하진 말라고. ..아니, 이제 같은 팀도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나~"
굳이 걱정할 필요 없겠지! 하면서도 무심코 걱정하는 듯한 말이 나와버리는 건 습관같은 거야.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포키 상자를 들고 있는 손이 순간, 흔들릴 뻔 한 것을 간신히 잡았다. 히로카미 트레이너가 녹음한 내용이 뭔지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코우는 그걸 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제일 마지막에 알아야 한다는 그 말을. 솔직히 말해, 그 정도만 들었어도 이미 대부분의 이야기는 다 들은 셈이다. 그렇기에 부정하는 대답도 무엇도 내놓지 않는다. 그저 코우의 품에 파고들려 하며, 그를 꼬옥 껴안고 이렇게 속삭이려 하였다.
“…….역시, 당신의 품에 가둬주시겠어요? “
미안하지만 이건 어떻게 한다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카라스미 컵이 끝나자마자 반드시 찾아오신다고 그랬으니까. 아버지께서 그렇게 연락하셨으니까. 당장이라도 바로 올라오라고 하는 것을 겨우겨우 미룬 것이 카라스미다. 담당의 3관만은 반드시 보고 싶다는 말을 겨우 들어주신 결과가 카라스미다. 이제 정말, 어쩔 수가 없다.....
>>344 드디어 프리지아도 부실이 생겼다. 아직 휑한 느낌이긴 하지만 뭐 차차 꾸며가면 되겠지. 아무튼 자율트레이닝을 끝내고- 유우가는 오늘도 바빠서 먼저 간 것 같아서 예비 열쇠를 가지고 와서 부실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선객이 있었다. 어, 유우가 여기 있었나?라고 하기엔 딱 보기에도 눈에 익은 짙은 푸른색 우마미미가...
"에... 마-사바? 아니 어떻게.. 왜..?"
자연스럽게 안대를 끼고 소파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마사바가 여기에. ....어떻게 들어온거지? 예비 열쇠는 내가 들고 있는데? 의문을 담아 마-사바를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디퓨저와 빼빼로가. 아, 집들이...라기엔 애매하지만 아무튼 놀러왔던건가.
"그러다 감기걸린다고. 아휴. 어쩔 수 없다니까~"
애석하게도 아직 담요처럼 포근한 건 부실에 없어서. 대신 체육복 겉옷을 벗어서 마-사바에게 덮어준다. 그럼. 일어날 때까지 이 빼빼로라도 먹고 있을까.
>>325 “네. 집사복을 입으시는 마사바 씨를 제외하고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시라기 트레이너 님도 입으신답니다. “ "시라기 트레이너님을 위해 교토에서 직접 맞춤복으로 맞춰드렸는걸요? "
시라기 트레이너도 하는 거냐는 말에 미즈호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믿기지 않겠습니다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기대해도 좋다. 시라기 트레이너도 이번에 메이드복 입는다.....
"생애 마지막은 아니지만.......... "
말 끝을 흐리면서 니시카타 미즈호는 멋쩍은 듯 웃었다. 시니어 시즌도 있다는 말에 그저 웃어보였다. 미안하지만, 시니어 시즌이란 것은 이제 니시카타 미즈호에게 어쩌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장난 삼아 같이 별을 보았을 때 유키무라에게 중앙에 같이 가자는 말을 건넨 것이다.
츠나지에서의 시니어 시즌이란, 더는 니시카타 미즈호에게 없을지도 모른다.
"....메이사 양, 나비 머리핀 받아가시겠어요? " "메이사 양에게 꼭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
화제를 돌리려 하며 니시카타 미즈호가 이렇게 메이사에게 물어보였다. 아, 이건 절대로 뜬금없이 하는 말이 아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혼자가 아니라 니네 팀원 다같이 하냐는 뜻이었는데.. ....됐다 말을 말자. 그나저나 나 방금 시라기 트레이너도 메이드복 입는다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이것도... 말을 말자.. 그냥... 그냥 어딘가 먼 곳을 보면서 한숨을 삼켰다. 우리 이렇게나 말이 안 통하는데 잘도 같은 팀 하고 있었구나. 하긴, 같은 팀이었어도 거리감은 좀 있긴 했었지...
"뭐야, 거기서 말을 흐리면 뭔가 있어보이는데... 뭐 상관없나." "응? 하아?"
갑자기 나비 머리핀? 주제가 확확 바뀌네. 메이드카페에서 이제는 나비 머리핀인가. 다소 뜬금없이 무언가를 주겠다는 제안에 눈이 커졌다. 어...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아니 됐어. 머리핀은 잘 안하고 다니기도 하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핀은 잘 안하고 다니니까 괜찮다고 할까, 뭔가.. 그래... 조금 전까지 야생고릴라였던 사람이 갑자기 뭘 주겠다고 하면 덥썩 받으면 안 될거 같단 느낌이 들지 않나? 그런거다.
이 트레이너, 진심으로 힝 모드가 되어있는게 표정으로 딱 보인다!!!!!!! 아니 진짜로, 니시카타 미즈호는 다시 힝 모드가 되어서 다시 나무 위에 올라가려고 나무에 가까이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트레이너....진심으로 메이사에게 줄 생각이었던 건가.....
"그래도 [ 전 ] 이지만 담당이셨으니 드리고 싶었는데.... " "어쩔 수 없네요. 알겠답니다. 머리핀은 좋아하지 않으신다니.... "
>>378 "........" "......쉽게 돌아올 수 있었다면, 방금 전과 같은 말을 드리지 않았겠지요? "
돌아올 거라고 약속해 달라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미즈호는 그저 코우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지금은 저 노란 빛을 온전히 제 눈에 다 담아두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다.
"저는 지금, 장난스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 "부탁이에요, 새를 지켜주는 새장이 되어주세요...... "
저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니까. 이런 부탁 들어주실 수 있겠지요? 같은 말을 덧붙이는 것은, 진짜로, 붙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 크다. 사라지려 하면 쫓아와 줬으면 좋겠다. 붙잡아 줬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썬 그런 바램밖에 없다. 아, 설득하기 진짜로 힘들텐데. [ 돌아온다 ] 는게 지금의 니시카타 미즈호에게 가당키나 할까?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나선다. 아무리 1착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해도 역시 레이스 직전의 이 긴장은 어쩔 수 없네. 긴장이라고 할까, 두근거림이라고 할까... ...아무튼 다치지 않게, 즐겁게 뛰는 게 중요하니까.. 작게 심호흡을 한다. 이번에도 즐거운 레이스가 되면 좋겠네.
감회가 새롭다,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곳은 안카자카 경기장. 이와시캔, 사바캔과 더불어 사카나 삼관이라 불리는 츠나지 시의 삼관, 사카나 삼관이 펼쳐질 곳. 오랜만에 반바지와 체육복 티셔츠, 그리고 그 위에 번호가 적힌 하네스를 쓴다. 상태는... 양호. 최고조는 아니지만, 그렇게 아쉬운 상태는 아니다. 여기서, 누가 삼관에 더 다가갈수 있었는가를 결정하는 상황. 메이사와 자신이 1대 1인 현 상황, 둘의 대전일지, 아니면 제 3자가 와서 빼앗아갈지. 그것에는, 언그레이 데이즈에게도 흥미가 있는 주제였다.
카프 댄스. 도주 중 대도주를 펼치는 우마무스메. 아마 페이스는 그녀가 이끌지 생각이 된다. 그리고 조금 카사노바 기질이 있는 우마무스메... 뭐, 그 정보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유키무라 모모카. 객관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우마무스메지만... 아직 피로도가 가시지 않았을거야. 자신이 말려도 뛰고 싶다고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찌 더 말릴 수 있을까. 그리고... 메이사 프로키온. 친구, 라이벌, 강적. 둘만이였다면...이 승부를 감히 상상해본다면... 승률은 50프로, 용호상박. 어떻게 될지, 자신도 쉽사리 예측이 어렵다. ... 아마도, 자신이 마음껏 뛰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앞으로 두 번. 그 후에는 레이스에서 은퇴를 고려해야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바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레이니의 훈련 스케쥴을 짜고, 부실의 비품을 점검하던 도중 편자가 떨어진 운동화를 발견한 다이고, 떨어져 나간 편자는 어찌어찌 찾아냈으나 이걸 운동화에 다시 붙이는 기술 같은 건 없었고... 이미 닳아서 그대로 붙인다고 했을 때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기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던 찰나, 뇌리에 스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맞다, 스트라토!"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스트라토를 통해서 맡길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니 문제가 해결된 것만 같아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트라토가 실습을 하는 작업실을 찾아가보는 다이고였다, 실습 시간이 다 끝났다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무심코 하품이 나오고 말았다. 작업실습을 마치고 피로감이 조금 몰려왔으니, 그럴만도한데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걸어오는 광경을 보았다. 시라기 트레이너인가.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아마도 나를 찾는 쪽에 가깝지 않나. 아마 운동화 관련으로 정비를 물어보는 일이겠지. 아마도.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거 조금만 늦었으면 놓치실뻔 했답니다?"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돕는게 좋겠지. 나도 이 사람이라면 조금 조언을 받고 싶은게 있기도했고.
저만치서 발견한 스트라토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가던 다이고는 스트라토의 반응에 헉 하고 자신이 너무 늦었나 생각해본다,
"어 진짜? 그럼 끝난 거야?"
놓치실 뻔 했다는 말은 스트라토를 만나지 못할 뻔 했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작업이 아직 안 끝났다는 이야기인가... 그럼 부탁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 하나 하던 차에 바로 보여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와 정신을 차린 다이고는, 봉투에 챙겨온 편자가 떨어진 운동화와, 떨어져 나간 편자를 보여주었다.
"이제 돌아가려고 한 거 아니야? 요전에 쉬라고 내가 말했던 거 같은데... 이러면 너무 미안하네..."
라고 말은 했는데, 어지간해서 망치로 끼워넣었다면 빠질일 없는 편자가 분리된걸 보니 접합부가 닳아서 헐거워진 모양이다. 이 경우에는 새로 교체하는 쪽이 손보는 것보다 나을텐데. 어쩐다.
"왠만해서 편자라는 물건은 운동화에 쏙 끼울수있게 그렇게 만들어져요 망치로 한번 땅땅두드리면 끼워져서 안빠지게끔. 근데 이건 그 끼우는 부분이 헐거워졌네요. 이건 제 기술론 조금 힘들거같네요. 교체를 권장드리는 편이 좋겠습니다. 임시방편으로 끼우는 접합부분을 짜투리 철같은걸로 붙여넣을수는 있겠지만.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니까 그렇게 했다간."
그래도 봐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는 말에, 운동화를 보여주던 다이고는 이어지는 스트라토의 설명에 고갤 끄덕이다가 헉, 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 그렇게 심각한 상태구나! 하고. 그동안은 교체가 필요하다고 서류만 올리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바뀌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역시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알겠어, 바쁜데 봐줘서 고마워!"
위험한 쪽보다는 작업자분이 계신다니 맡겨보는 게 좋겠지. 스트라토에게 고맙다며 미소를 짓고는, 아직 남아 있을 작업자를 찾아 시선을 돌린다, 금방 찾았다면 운동화를 맡기러 움직였을 것이다.
시라기 트레이너와 그렇게 실습을 도와주는 작업자분과 대화를 나누자, 정리된 결론은 이러했다. 츠나센의 경비로 지출하게 처리하는 선에서 새로 편자를 현재 형태와 유사하게 제작을 해주겠다 지금 당장 말이다. 마침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는건 나한테도 공부가 될테니 해보겠다는 의미였다.
거기에다 배우고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꽤 헐값에 그리고 당장 대금을 받지않고 처리를 해주겠다는 그런 조건이 붙었다. 나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주는걸까. 고맙게 느껴지는걸.
"마침 스승의 솜씨도 보고싶었으니, 보고 가야겠네요."
도로 산업마스크를 끼고는 작업자인 스승이 편자를 만드는 과정을 쭉 보려고 준비를 했다. 거의 30-40분간 쉴틈이 없이 두드려야한다. 생짜 강판으로 시작한다면 말이지.
"아, 시라기 트레이너. 덥고 공기가 탁하니까 기다리시는 거면 마스크 착용하시고 되도록 걸치는 옷은 벗어두는게 좋을겁니다."
간단한 대화를 나눠 보니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스트라토의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아서, 다이고는 잘 됐다는 듯한 표정으로 스트라토를 쳐다보았다. 스트라토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 있는지 머무르기로 하고, 마스크를 끼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다가, 기다리려면 마스크를 쓰고 겉옷은 벗어두라는 말을 듣는다.
"어, 알겠어!"
그 말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겉옷은 적당히 걸어둔다. 아무리 그래도 직접 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인지라 조금 두근거리는 것 같아서, 다이고는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을 했다.
>>464 이제는 이렇게 번쩍 들려 안기는 것도 자연스러워야 겠지만, 그래도 들릴 때 놀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소파에 앉혀주는 손길이 퍽 조심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만다. 제 옆에 앉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즈호는 포키 상자에서 포키를 꺼내선 코우 쪽으로 몸을 돌려보였다.
오늘도 유우가는 바쁜 모양이다. 어제도 그랬고, 그저께도 그랬지. 그 전에도. 차라리 언제부터 언제까지 바쁘다!라고 기간을 정확하게 알려주면 나을텐데, 매일 바쁘다고만 하니까... '바빠도 날 우선시 하란 말이야!!! 바보! 쿠소닝겐! 모 시라나이!!!'라고 외칠 마음은 없다. 아니 조금은.. 아니 역시 없어. 너무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미안하고 말이지. 하지만 솔직히 대체 뭐가 그렇게 바쁜지는 궁금하다. 교무실에선 그렇게 안 바빠보이는데(...), 왜 집에 갈 시간만 되면 바빠지는 걸까. 수상하지 않아?
그래서 오늘은 몰래 따라가보려고 합니다. 어제랑 똑같이 바빠서 이만 가야한다는 유우가에게 '알았어~ 괜찮아~'하고 대답한 뒤, 트랙으로 가는 척 하면서 슬쩍 화장실로 빠졌다.
"아아... 오랜만이네.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
한창 데방결 활동을 할 때 애용했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손에 쥔다. 한동안 쓸 일이 없었던 것들인데 오늘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그렇게 변?장을 하고 조용히 화장실을 나와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미행할 목표... 찾았다. 아직 멀리가진 못했군. 최대한 조용히, 조심조심 유우가의 뒤를 밟는다. 대체 뭐가 그렇게 바쁜지 오늘이야말로 알아내겠어..!
"...따라간다.. 따라간다..."
중얼거리는 대사만 보면 칼을 들고 가서 찌를 것 같지만, 소지품 중에 칼은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정신상태가 개암룡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니, 나도 오늘은, 진짜 트레이닝을 봐주고 싶었는데. 어제 뭔가 몸을 기어가는 감각에 눈을 떠보니 '무언가'와 눈을 마주쳐서... 그대로 눈을 감고 꿈이다 꿈이다 이건 절대로 꿈이다라며 임종하고 깨어나 보니 그것은 온데간데 없더군요...
...하지만 정말 꿈이었을까요?
아, 미친, 다시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해...
하여튼. 오늘 메이사와 부실 크기를 제대로 가늠해서 견적을 내 본 결과, 그렇게 크지 않은 교실에 플라네타리움까지 비치해두면 놓을 수 있는 매트는 4인 단체(꼬꼬꼬 애들이겠지)와 2인용 4개라는 어장 커플들에 최적인 개수가 나와서.
오늘은 이케아에서 이불 5개와 매트리스 커버 4개를 사서 배송시키고, '그것'을 잡을 끈끈이 덫을 구매하고... ...모르겠다. 가서 혹하는 거 있으면 더 살지도 모르겠어. 생각하며 이케아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 것입니다.
'누가 나 이케아에 도착하면 깨워주라.'
그렇게 졸다보면, 누가 내 등에 칼을 찌르는 기분과 함께 퍼뜩 깨보니 이곳은 이케아. ...그보다.
"너도 왜 이케아에 있는 건데!?"
허겁지겁 내린 나를 따라 허겁지겁 내린 짤딸막한 녀석은 아무리 변장을 해도 너 메이사잖아!
"언제부터 미행한 거야 이 음흉한 녀석아..."
한숨을 푹 쉬었다. ...원래는 숨기고 싶었는데, 이케아까지 와버린 이상 어쩔 수 없나.
"츠나페스에 쓸 이불이랑... 그, 뭐야. 나 자취하는데 필요한 거 좀 사려고 하는데. 같이 구경할래?"
몰?루 물론 맥락을 따져보자면, 메이사네 식당을 이야기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하야나미, 들어본 적은 있긴 했지만 식당이었구나. 아니, 우리 학원 카페테리아는 해산물 무료 무한제공이니까, 고기를 먹으러 갈 일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츠나지의 식당을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었고. 모르는 게 이상한 건 아니야...
“다이고가 할 일이 많아지는데, 그래도 기특해?”
기특하다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어서, 부끄러움에 레이니는 황급히 말을 돌린다. 아, 그래도 머리 쓰다듬는 걸 멈추지는 않아 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도.
“소원? 지금은 딱히 없는데...”
당신이 옆에 있어주는 이상, 내 소원은 이루어져 있는 거나 다름없는데. 무엇을 더 빌어야 할까. 그러니까 말이지, 나는,
1cm가 줄어서 140이 되어버리면 어떡해! 장난스럽게 대꾸하고서 히히히 웃었다. 아니 근데 진짜로... 별로 안 바빠 보였단 말이야. 아무튼 쇼핑이다 쇼핑~ 일단 눈에 먼저 들어오는건 모델하우스들. 와, 이거 아늑해보이네... 오 저것도 괜찮아보여! 우리 부실도 이렇게 꾸밀 수 있으면 좋겠다~
"소파 좋지. 아, 유우가. 나 이것도 두고 싶어!"
이거이거! 하면서 가리킨 것은 인간과 말딸을 모두 글러먹게 만든다는 빈백이다. 아, 이걸 부실에 두면 트레이닝을 자주 땡땡이 치게 되어버릴라나... 스탠드도 있으면 좋겠네. 그냥 형광등 켜면 되지 않냐고? 뭘 모르는군. 스탠드 조명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고. 간접조명이라던가 뭐 그런 의미로.. 뭐..
"와아, 부실에 냉장고도 두려고? 이온음료 보관해두긴 좋겠네."
큰 건 아니더라도 음료 보관용으로 작은 건 두고 싶을지도~ 트레이닝 끝나고 마시는 음료수가 또 꿀맛이지. 그 와중에 사자 인형을 하나 손에 넣게 됐다. 사준다고 하니까 거절하진 않지만. 사실 귀엽기도 하고.
".....근데 스탠드랑 인형 빼면 전부 주방용품이네... 맞다. 자취용품도 산다고 했었지." "...유우가 원래 자취하던 거 아니었어?"
아니 그, 원래 어른이 되면 다들 나가서 사는 줄 알았거든... 근데 담은 걸 보니까 뭐라고 할까, 처음으로 나가서 산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감이 온다고 할까.
"아, 아파 아파~ 그렇게 말하지 마, 요즘의 히다이씨는 마음이 신생아 수준이라 진짜 아프다고. 아, 그래도 페브리즈는 받을래."
속물지아의 트레이너다운 엄살.
"청소는..." "빨래는...!" "밥은...!!"
묻는 말에 멀쩡히 대답 못하는 걸 보자면,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구나 매도가 진짜 아프겠구나 싶을 수밖에 없다. 그야 어쩔 수 없어. 청소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뭔가 안방에서 계속 이상한 냄새가 나고 (진짜 손자가 뭔가 구린 일을 하던 게 맞는 거 같다...)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도 없으니까! 물론 간단한 건 손빨래랑 빨래방으로 해결하고 있다만 그것도 일시고.
...사실 옷가지도 별로 없어서 당장 조카한테 내 방에서 옷 좀 달라고 해야 할 판이고.
끔찍해서 외면하고 싶었는데 매도를 통해서 대면하고 나니까 상당히 개판이네 나. 좋아, 다시 외면할까. 나는 메이사의 현혹에 바로바로 낚이며 쿠션과 담요도 구매했다. 돈 쓰는 건 즐거운 일이구나.
"그러면... 2인용 매트들 생각하면 이불 크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많이 쓰지 못하게 히터 틀어둘 거지만."
내 이불 안에서 꽁냥꽁냥 하지 마라.
"그리고 베개로 쓸 쿠션은... 이 길쭉한 녀석으로 하나씩 놓으면 되겠지."
바디필로우라고 하던가... 아무튼 이것저것 사고, 필요한 것들은 츠나센 학원으로 부쳐버리고 나자 뭔가 상당히 배고파졌다. 여기서 먹고 갈까나... 하다가, 하야나미 이야기를 떠올렸다.
"...셋 다 안 되고 있는거야...?" "정말~ 한심해❤️ 허접❤️ 어쩔 수 없네~ 걱정되니까 메이사가 매일 챙겨주러 가줄게~❤️"
페브리즈는 받는 거구나. 페브리즈 주는 김에 다른 것도 챙겨주러 가야겠다. 자연스럽게 장바구니에 담기는 쿠션과 담요를 보며 남몰래 결의를 다진다.
"그러네~ 다들 감기 걸리면 큰일이고."
히터는 빵빵하게 트는 게 좋겠지. 이불이 있으니까~ 하고 히터를 대충 틀면 분명 감기걸리는 애들이 나올 거야. 많이 쓰지 못하게 틀어둔다는 건 사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베개도 바디필로우 하나 두면 알아서들 잘 베겠지. 유우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높이가 너무 높으면 불편할 것 같으니까 적당한 녀석으로 고르자.
"응? 그래! 가자! 먹고 가는 김에 반찬도 가져갈래?"
이제 쇼핑은 끝인가~ 슬슬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집에서 밥을 먹고 가도 되겠냐는 물음이 들려 조금 놀랐다. 먹으러 와도 된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하지만 언제든 환영이지!
"스태미나 정식이 제일 인기가 많긴 한데... 메뉴는 많으니까 가서 보고 고르는게 좋을지도."
여행지까지 이미 정해둔 건가... 하긴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인기 있는 여행지니까,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해외 같은 느낌이라던가... 스트라토라면 해외여행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다이고는, 따뜻한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겠다는 말과, 어디를 가도 좋을지 물어보는 게 무방할 것 같다는 말에 고갤 끄덕이다가.
"아무래도 그렇지? 보통은 좋아하니까 사귀는 거니까..."
좋아하는 걸 먼저 알고 사귀는 거랑 좋아하는 감정을 알기 위해 사귀는 건 과정이 다르다는 것에 동의하듯 대답한다.
"응?"
말이 끝나서야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달은 듯 미간을 찡그린 다이고는, 스트라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654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어쨌든 너도 상대방도 거절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게 하기로 한 거지?"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게 받아들일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을 고친다. 어쨌든 두 사람 사이에는 충분히 호의가 깔려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게 연애라는 관계 변화로 이어지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거고. 말만 들어 보면 연애를 과제 하듯이 시작하는 것 같아서, 스트라토 답다는 생각을 했지만...
"흐음, 히로카미 트레이너? 아니면 퍼펙트 원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물어봐도 대답이 돌아올지는 모르겠으나 한번 질러보는 것이다. 이유는 별거 없다, 홋카이도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둘 있었으니까... 물론 홋카이도가 여행지로 각광받는 건 사실이므로 빗나갈 가능성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보는 것이야.
끄트머리를 살짝 물고, 살풋 웃는다. 그러면서 시선을 마주하자, 왠지 모를 두근거림에 뺨이 붉게 달아오른다. 스킨십은 이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막대과자 하나에 의지해 마주보고 있자니, 부끄러운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렇지만, 포키를 먹어치우며 얼굴을 점차 가까이 하는 행동에는 결코 머뭇거림이 없다. 오히려 적극적이다.
.dice 1 2. = 1 1 그런데 갑자기 포키가 부러지고 말았다... 2 아직까지는 아무일도 없었다
너무 힘주었는지, 부러져버린 포키. 아쉽다는 듯 얌전히 입맛을 다시다가, 새 포키를 얌전히 받아 문다. 다시 시작되는 게임, 그리고...
"너무 가깝잖아."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를 눈치채고 풋 웃는다. 그리고 둘 사이를 잇던 포키를 마저 먹어치워, 입술을 맞댄다. 그렇게 가벼운 접촉만을 남기고 입술을 떨어트리는가 하더니, 양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다시금 입을 맞춰온다. 방금 먹은 초콜릿 과자처럼, 아찔하고 진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681 실수였다, 너무 가까워지고 말았다...! 포키를 너무 야금야금 먹은게 문제가 되었나보다. 지나칠 정도로 가까워졌다. 아무튼 그렇게 가볍게 닿는 것만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웬걸. 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에 미즈호의 눈이 커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입맞춤.... 아, 떨어지고 싶지 않다. 정말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 오늘만큼은 이대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 같은 생각을 하며, 미즈호는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코우의 뺨을 쓸어보이며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다.
"... 코우 씨, " "... 포키 게임, 계속 하고 싶으신가요? "
만약에 코우가 여기서 승낙하였다면, 포키 게임은 그 자리에서 계속 이어졌을 지도 모른다. 포키 한통을 다 비울 때까지, 게임은 계속되었을지도....
중계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계 ─ 가을의 맑은 하늘이 활짝 열리고, 안카자카 경기장의 더트 주로는 양호한 상태로 돌아와 있습니다.
중계 ─ 주목의 1번 인기, 언그레이 데이즈. 해설 ─ 저번 사바캔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인기 투표에서는 여전히 우세를 나타내고 있군요. 해설 ─ 경기장 상태가 양호할 때 레이스 결과도 언그레이 데이즈에게 웃어 주었다는 걸 고려하면, 기세가 오른 상태입니다.
중계 ─ 여기서는 질 수 없다, 2번 인기 메이사 프로키온. 해설 ─ 이전에 무시무시한 오기와 기적적인 역전을 보여 주었습니다만, 오늘은 그때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고 할 수 있어요. 해설 ─ 그러나 언그레이 데이즈에 대한 유일한 대항 우마무스메라는 점은 변하지 않죠. 활약이 기대되는군요.
중계 ─ 3번 인기, 카프 댄스. 해설 ─ 도주를 넘어선 도주, 대도주가 특기인 우마무스메죠. 해설 ─ 오늘처럼 변수가 적은 깔끔한 주로에서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우승도 충분히 노려 볼 수 있습니다.
카프 댄스 「도모!! 카프 댄스데스─!!!」
중계 ─ 인기 최하위인 유키무라 모모카입니다. 해설 ─ 주로 OP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츠나지 최속」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론될 정도로 강력한 우마무스메네요. 해설 ─ 하지만 2주 연속 출주는 다소 무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하군요. 확실히 안색이 나빠 보입니다.
자신이 아는 바로는 카프 댄스의 장점은 대도주. 시작부터 빠르게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녀에게 일단 내어 준 후... 바로 뒤를 따르는 수법으로 간다.
페이스메이커를 하게 하되... 빠르게 스태미나를 소모시킨다면... 이와시캔에서도 써먹은 수법이야. 메이사도 이걸 알아채겠지. 언제 알아차리고 올지... 아니. 이미 알아차렸으려나.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고 하던데. 그리고... 아마 메이사도 자신을 계속 연구해 왔을 거야. 그렇다면... 변주를 주어야 할까. 하지만 무리해서 선두를 잡았던 결과가 사바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래, 올 줄 알았다. 카프 댄스. 하지만... 이와시캔때의 스트라토보다 크게 선두 유지를 못할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건... 또 무리해서 뚫어내거나, 아니면 같이 침몰하거나의 2택이 되려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스태미너가 위험해져서 메이사에게 잡힐 가능성도 있어.
... 그래도 막혀서 침몰하는 것 보다는 낫겠다는 결론이 나오네. 자... 메이사. 다시 한번 정면승부야. 저번에는 비가 오던 마장이였지만, 이번에는 화창한 날시. 한번.... 놀아보자고. 다시.
스트라토 옆에서 턱을 괴었다가 다리를 덜덜덜덜 떨다가 담배곽을 꺼냈다가 스트라토의 눈총을 받고 집어넣었다가 손을 덜덜 떨면서 동의했다. 사바캔은 이정도로 떨리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말이지! 아! 근데 방금 메이사 좀 귀여운 앵글로 지나가지 않았냐!? 이거 찍었어야 하나?! 계주때 캠코더 든 부모가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그러고보니 메이사 편자, 네가 좀 손봐줬다매? 보답은 받았어? 얘가 산마 준비한다고 좀 바빴어서."
갑작스러운 큰 소리와 함께 흙먼지까지 불어온다. 아- 이래서 양호 마장은 싫다고! 좀 더 축축한게 좋아!!! 눈이 따갑다, 먼지를 털어내는 사이 어쩔 수 없는 시야의 상실에 실속이 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생각보다 심하진 않다. 하지만 그 몇 초에도 우리의 거리는 벌어지기 마련이라, 꽤나 뒤쳐진 상황. 아니, 괜찮아. 각질로 따지자면 지금이 적당한 느낌이기도 하니까.. 괜찮아, 침착하자...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과 다르게, 깜짝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질 않았다. 우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사람에 치이고 살고 싶진 않아서. 사실 더욱 싫은 이유는 그곳에서는 자신이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왕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은 것이 가장 컸다. 어디까지나 제 한계를 아는 것이었으니, 지금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아무튼, 마미레는 그런 당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따라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된다. 햄버그와, 다른 반찬을 샀던 가게들. 하나하나 들려보니 어디에도 없는 것인데. 이제 배도 고파오고, 슬슬 포기하고 돌아갈까. 생각하며 당신에게 말하려던 때, 제 지갑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지루하다는 표정이던 마미레는 눈을 동그랗게 떠낸다. 바로 가게로 달려가 지갑을 받아오니, 고양이 두 마리가 그려진 가죽 지갑을 든 채 당신 앞에서 방글방글 웃어 보인다.
놀란 토끼눈을 한 메이사. 아니, 나도 이렇게 바로 속물처럼 밥 먹고 가고 싶다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냉동식품을 다시 덥힌 게 역력한 핫도그 생김새를 보고나니까, 아, 줘도 안 먹어. 이제 냉동식품 싫어. 그런 마인드가 되어버렸다. 10대 시절엔 어떻게 고기만두를 3개씩 먹었던 걸까?
"반찬도!? 메이사 너 몰라봤는데 천사구나... 물론 받아야지, 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냉장고도 없는 실정이라 말이야."
베란다에 내어놓으면 까마귀가 훔쳐갈 거 같고... 하루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으면 하루 아침은 편의점으로 때워야 하는 법. 조금은 서글픈 기분이다. 자취생블루라는 게 뭔지 알겠다.
"그러니까 오늘은 밥만 잔뜩 먹고 갈래. 뭔가 고기 잔뜩 추가한 규동이 먹고싶은걸. 따듯한 미소시루랑... 그런 종류도 있던가 하야나미에?"
메이사의 손을 잡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며 하야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나는 하야나미 곧잘 가는 것 같지만 나는 뭔가 집밥이 좋아서 가보는 건 처음이라던가, 그래서 조금은 기대된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들.
그렇게까지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는데. 하지만, 이런 면이 좋은 거니까. 레이니는 퉁명스러운 척 말하면서도 결국 끝에 가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니, 다이고. 그 정도는 앞 뒤 맥락으로 알 수 있는걸.
“...나에게 다이고는 최고의 트레이너니까.”
이런 점까지 포함해서. 말로는 한없이 가벼워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꼭, 몇 번이고, 말하고 싶어서. 쓰다듬는 것은 멈췄지만, 여전히 머리를 덮고 있는 커다랗고 따스한 손, 그리고 약간의 간질거림... 아, 잠깐. 레이니는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선, 눈을 감고 있는 다이고를 향해 슬쩍 몸을 숙인다. 뭐, 기르고 있는 머리카락 때문에 금방 눈치채겠지만, 아무 상관없겠지. 그럼, 준비하시고, 쏘세요!
그 누구 하나도 약한 녀석들이 없다. 뒤에서부터 풍겨오는 패자의 기백 탓에 압도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흉흉한 기분을 풍기며 뛰어간다. '뜨겁다.' 가을이 찾아왔건만 마장은 한여름의 태양보다도 뜨거웠다.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숨을 죽인다.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열광하며 소리친다. 자기도 저런 싸움을 하고 싶다며.
"...또 멀어졌구만."
언제인가부터, 유키무라 모모카가 내가 닿지 않는 그곳으로 간 것은 알고 있었다. 적이라고 선언했던 녀석들이 이제는 훨씬 더 앞서간다. 이전의 나는 그것을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보면 어느새 해가 져 어둑어둑하다. 버스탈 때만 해도 해질 무렵이었는데... 역시 가을은 해가 빨리 진다니까.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노랗게 빛나는 가게로 설렁설렁 걸어갔다. 문을 열면 따뜻한 공기가 확 끼쳐와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섞여있는 맛있는 냄새가 물씬 나는 건 물론이고.
"헤에, 생각보다 본격적이잖아 메이사. 일 좀 도와봤나보지?"
나한테 접객은 맞지 않아서 말이지. 저렇게 싹싹하게 구는 메이사를 보면 내가 낳지 않은 자식 같고 마음이 이상하다. 물론 당연히 내가 낳진 않았다. 저기 카운터랑 주방에 계신 분이 낳았다. 왜지? 신기하네요.
"으음~ 일단 두명인가, 아니, 한명이고요. 따듯한 자리로 주세요."
접객에 대충 맞춰주면서 졸졸 따라가면 꽤 아늑한 자리가 나온다. 이런 곳은 나의 찐따적인 마음을 달래주고 폐쇄되어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니까. 의자에 옷가지를 걸어두고 메뉴판을 넘기다... 역시 규동인가? 아니다, 아까 메이사가 스태미나 정식을 추천했던 것 같은데.
아껴두었던 힘은, 지금부터 푼다. 자신은 빠르게 가속을 하지는 못하는 편이라는 것은, 이미 분석을 통해 깨우칠 수 있었다. 하지만... 추입은, 본디 끄트머리에서부터 전부 제치고 1착을 노리는 것. 그리고 선두 경쟁자들이 바람을 어느 정도 막아 주고 있었기에 힘은 아직 남아있다. 빠져 나오려면 조금 더 힘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네, 메이사.
"...승부는... 이미 시작되었네."
일단... 카프 댄스를 제칠 수 있으려나. 조금 지쳐 보이기는 하는데... 리걸리의 뒷심도 만만치 않겠지. 유키무라...는... 다치지만 않으면 좋을거 같은데. 하지만, 이미 그것을 결정하고 지금 달리고 있는 이상 자신이 하는 걱정은 유키무라에게 민폐만 될 거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대상경주는 그 지친 몸으로 도전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전력을 다함으로써 알려주는 것 뿐.
이미 주의를 줬으니까... 미안해.
하지만, 나도 조금 욕심이 나는걸. 이정도로 잘 풀리면... 혹시나, 어쩌면. 다시금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중계 ─ 메이사 프로키온, 그리고 언그레이 데이즈가 가속한다! 중계 ─ 몸싸움으로 다소 주춤한 메이사 프로키온이지만, 앞서는 우마무스메들을 앞지르는 데 망설임은 없습니다! 중계 ─ 앞서나가는 카프 댄스를 가장 맹렬하게 추격하는 것은 언그레이 데이즈다!
카프 댄스 「으, 으...! 진짜 좀 하네!」
중계 ─ 최종 직선에 돌입합니다!
중계 ─ 앗─! 메이사 프로키온, 속도가 붙는다─!! 아주 약간이지만 언그레이 데이즈를 상회하는 주력으로! 중계 ─ 가까이 따라붙습니다! 사카나 삼관을 두고 겨루는 두 우마무스메가!
카프 댄스 「──도와줘!!」
중계 ─ 츠나지를 「메이사에 투표한 사람」과 「언그레이에 투표한 사람」 두 종류로 나눈 우마무스메들이! 중계 ─ 지금은 한 마음이 되어 도망치는 잉어를 쫓는다─!! 중계 ─ 과연 잉어는 사바캔을 제패하고 용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카프 댄스 「도라에몽──!!!」
중계 ─ 아니면 뒤쫓는 두 우마무스메 가운데 누가──! 중계 ─ 잉어를 잡아먹고 등용문에 오를 것인가───!!
노스트라다무스메 「으, 으으...! 으...!!」 노스트라다무스메 「항상, 져야 할 레이스에 나가는 게, 나의 운명...!」 노스트라다무스메 「하지만 나는, 느리지 않다아아아아─!!!」
중계 ─ 노스트라다무스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따라붙습니다! 중계 ─ 골까지 앞으로 200미터! 끈질기게 늘어지는 카프 댄스! 마지막까지 도망칠 수 있을까! 중계 ─ 앞으로 100미터! 추격자들이 더욱 가속합니다! 가속력이 멈추지 않습니다!! 중계 ─ 마구로 기념에서 누가 적법한 요구자가 될 것인지, 누가 도전자가 될 것인지가 이제 정해집니다─!
중계 ─ 카프 댄스의 도주경로는──! 중계 ─ 따라잡혔다───!! 언그레이 데이즈와 메이사 프로키온에게, 동시에 젖혀졌다─!! 중계 ─ 그리고 1착으로 들어오는 것은! 중계 ─ 언그레이 데이즈─!!
해설 ─ 어드밴티지를 끝까지 이끌고 가는 노련함이 돋보이는 레이스였습니다. 중계 ─ 2착은 메이사 프로키온! 카프 댄스는 3마신 떨어져 3착에 그칩니다!!
중계 ─ 노스트라다무스메와 리걸리 아시게가 이어서 각각 4착과 5착으로 들어옵니다!
해설 ─ 그야말로 백중세의 레이스였네요! 이 결과로 인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겠지만... 해설 ─ 상위 입착한 우마무스메 모두가 더 넓은 무대를 위해 준비된 인재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죠.
중계 ─ 9착으로 케구링,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유키무라 모모카가 10착으로 들어왔습니다. 중계 ─ 11착은 바나나나, 최하위는 12착의 하브러시 누라시.
해설 ─ 유키무라 모모카는 평소 3번 인기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유력한 우마무스메인데... 해설 ─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과 강행군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군요. 해설 ─ 하지만 마구로 기념 출주가 유력한 만큼, 이번 패배를 깨끗이 씻어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겠습니다.
캡틴 오늘 치열한 경주 보여주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정말 손에 땀을 쥐는 레이스였어요 좋은 승부였네요... 🥹🥹 메이사도 모모카도 나니와도 다들 잘 달렸어요! 그리고 카프 댄스와 노스트라다무스메, 리걸리 아시게의 입상도 축하합니다...🥳🥳💕 캡틴께 이번에도 깊은 감사를 전해요...🥰 오늘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이젠 이불 덮고 따듯하게 코야코야 하시길...
사실 디저트는 질색이다. 달고 새콤하고 그런 맛들은 뭔가...뭔가 체질이 아니야. 그런 막연한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래도 스태미나 정식을 떠올려버리니까 계속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고 있는데... 규동도 전어구이도 들어서 팍 땡기지 않는 걸 보아 그게 맞는 것 같아.
뭔가 츠나지의 전통음식, 그런 느낌도 들고 말이다. 여기 발붙인 녀석들이 전부 한 번씩 먹어봤다면 나도 꼭 한 번 먹고 싶어지는 느낌, 잘 다가올런진 모르겠는데 그런 느낌이다.
"역시 스태미나가 갑자기 땡겨. 스태미나에 고기 추가, 사이즈는 보통이 좋아."
뭔가 자연스럽게 메이사의 <진짜 가정에서 생활감 넘치는 저녁식사>를 직관하게 된 기분이다. 우리집과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지만. 마치 <고독한 마식가>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포근한 식당과 일하는 가족, 그리고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먹고 있는 다른 손님들까지 뭔가...
'좋은데, 익숙하진 않네.'
누가 해주는 밥을 메이사와 함께 기다리는 것도 말이다. 음, 자주 오면 언젠가는 익숙해지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수저를 세팅하다보면, 엄청난 비주얼의 정식이 도착. 돼지고기 생강구이라는 기본적인 메뉴를 어떻게 츠나지 풍으로 구성...
...!! ...!???! ....??????!??!!!!
녹았다. 이건 입에서 녹아버렸다.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멍청하게 다시 한 점 씹어보면, 뭔데 이 맛. 생강의 알싸한 향기가 잡내를 잡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돼지고기의 틈 사이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데 전혀 공격적이지 않아. 오히려 소량의 마늘과 부추, 카라멜라이징된 달큰한 양파의 향과 뒤섞여 부드럽게 이 접시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
"져, 졌다..."
"나도 요리를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문 요식업에는 절대 못 비빌 수준이구나. 메이사, 너는 어머니가 요리를 이렇게 잘하시는데 나한테 도시락을 얻어먹은 거였냐. 지금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네 도시락을 뺏어먹고 싶은 기분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물건을 하나씩 어딘가에 흘리고 다니는지라 당연 열쇠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번은 찾았으나 몇 번은 그러지 못했으니 밤늦게 집에 못 들어간 적에는 날이 밝기 전 까지 벤치에서 잠을 잔 적도 있었을까. 그랬으니 나만 찾을 수 있는 곳. 예를 들자면 소화전 같은 곳에 열쇠를 숨기고 다니기도 했던 것인데. 그러니 이제는 어디다가 열쇠를 뒀는지도 가끔 까먹는지라. 잠깐 이렇게 나갔다 오게 되는 때에는 그냥 문을 잠그지 않고 다니는 것이었다.
"어차피 잠깐 다녀오는 건데. 굳이 잠글 필요가 있나 싶어서."
도둑이 들어도 뭐 집에 털어 갈 것도 없으니. 어깨 으쓱이며 말하는 모습은 겁이 없다고 해야 할지, 생각 없는 바보라고 해야 할지. 표정만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표정하니 당혹스러울 정도이다. 마미레는 잠깐 물끄러미 널 바라보다 입꼬리를 휘어 올린다. 자신의 장바구니를 뒤지더니, 젤리 한 봉지를 당신의 손에 강제로 쥐여준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나온 메뉴는 스태미나 정식. 돼지고기 생강구이와 미소시루, 밥, 반찬과 디저트 포함! 나도 그냥 같은 메뉴로 해달라고 해서, 양은 조금 다르지만 유우가랑 똑같은 생강구이 정식이다. 젓가락을 들기 전에 흥미진진하게 유우가의 반응을 살펴봤다. 과연, 입에 맞을라나? 안 맞으면 어쩌지? 아주 약간의 걱정은 순식간에 눈녹듯이 사라졌다. 응,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그리고 집에서 도시락 싸가는 거보다 카페테리아가 편하기도 하고. 양이라고 할까, 맨날 찬합 들고다니는 것도 힘들고... 유우가가 챙겨오면 감사히 받지만 우리집에서 싸가지 않는 건 그런 이유도 있다. 그나저나 마마, 엄청 흐뭇하게 웃고 계시잖아. 계산과 주문을 받으면서도 마마의 귀가 이쪽을 쭉 향하고 있는 게 곁눈으로 보여...
"음... 그러면 냉장고 라던가, 이것저것 사기 전엔 여기 와서 먹고 가. 저녁이라도." "오기 귀찮으면 배달도 되니까? 내가 직접 간다고~"
담당 트레이너니까 할인도 가능하고. 좋지 않나? 아무튼 반응도 확인했으니 나도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다. 음, 역시 오늘도 맛있다~ 덧붙여서 오늘의 디저트는 오하기. 과하게 달지 않은 느낌이다.
최고의 트레이너라는 말을 듣고서, 너 역시 최고라며 대답하다가 얼굴에 느껴지는 간질거림에 눈을 뜬다. 그리고 눈을 뜸과 동시에 느껴지는 충격, 세상이 뒤흔들어지는 감각에 다이고는 비명을 지르곤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전부 떨어지지 않은 레이니의 얼굴이 그 자리에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레이니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깜짝 놀랐잖아!"
어깨를 붙잡은 채로, 잠시 흔들리던 시선을 바로잡아 자신의 얼굴 위 가까이 떠 있는 레이니의 눈을 바라보던 다이고는 말을 이어간다.
"알겠어 미안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
살짝 부어오르기 시작한 이마를 무시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물론이지, 이미 나한테 소원 빌었잖아. 별은 몰라도 내가 소원을 들었으니까 당연히 이뤄줘야지."
어깨를 붙잡았던 손이 얼굴로 향해, 부드럽게 얼굴을 감싸쥐듯 하곤, 살짝 눌리는 볼을 엄지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다이고는 씨익 웃었다.
"언제까지나 옆에 있을 거라고 약속했으니까, 응, 역시 그건 소원으로 빌지 않아도 괜찮겠다!"
situplay>1597002069>477 >>0 그러니까,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정말 현실인가. 그 단아하고, 우아하니, 아무 데서나 졸고 그러진 않을 것 같은 그 트레이너가. 다른 곳도 아니고 나무 위에서 매달려 누워 있는 것이 정말 진짜인가? 마미레 눈을 비비다가는, 이게 뭔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이. 자고 있어? 야아-"
어서 깨라며 소리 질러 부르고선 마미레 한숨을 내쉰다. 흔들어 깨울 생각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면, 마미레는 미즈호의 어깨를 흔들며 어이 없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있잖아. 뭐 실성한 거야? 아니면 얼굴만 닮은 다른 사람, 쌍둥이라던가 뭐 그런 거야? 일어나 어서."
situplay>1596997072>94 >>0 그러니까, 히다이는 시력이 안 좋으니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마미레는 안경을 이마에 걸쳐 쓰고선, 제 앞에서 안경을 찾아달라는 바보 히다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뭔가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지라. 마미레는 말없이 슬쩍 손을 뻗어서 히다이의 안경을 빼앗아 써보았을까. 도수가 맞지 않으니 핑- 하고 어지러워서. 마미레 빨리 안경을 벗어내고선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다가 "자 여기." 하며 안경을 히다이에게 건넨다.
"있잖아. 그런 사람들 있잖아. 핸드폰 손에 들고 내 핸드폰이 어디 갔지? 하고 찾는 사람들. 방금 그런 사람들 같았는데 알아?"
화장실에 볼일이 있어 갔더니 마주친 한 사람. 바로 히다이! 더듬거리며 자신을 자네라고 지칭하고, 안경을 찾는 걸 도와달라는 말을 하는 히다이를 보며 다이고는 사명감(?)을 느꼈다. 위기와 고난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 더군다나 그게 친한 형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있으랴!
"일단 진정해 형, 화장실에 두고 나왔을 수도 있잖아 한번 찾아보자!"
너무 자연스럽게 이마에 걸쳐진 안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다이고는 성큼성큼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못 찾았고.
"이건 분실물 보관함에 있는지 연락해보는 수밖에 없겠네!"
그렇게 손에 쥔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 되는데... 손전등 용도로 화장실을 비추는 휴대폰을 쓸 생각은 못하고 주머니를 뒤지고 있다.
물론 요즘 열악한 식사를 하다가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지만. 양념을 아끼지 않고 잔뜩 바른데다, 산지직송의 신선한 재료를 쓴 식사가 맛이 없을 리가 없지. 돼지고기 양념에 생강이라는 단순한 조합일텐데도 한 입 먹고 미소시루를 호록, 하고 나면 또 맛이 있는 무한한 사이클을 돌릴 수 있다.
"정 그러면 냉장고 살 때까지만 저녁은 여기서 사먹을까나. 배달은 지금 사람의 꼬라지가 아니어서 안 돼."
타지 않는 쓰레기로 아직 배출하지 않은 맥주캔들과, 일본주팩들이랑, 기타 쓰레기를 잔뜩 모아둔 봉지라던가. 게다가 가구가 전혀 없어 반강제로 좌식생활하게 된 흔적이라던가. 벗어놓고 안 개켜놓은 옷들, 빨래 돌려야 해서 방구석에 모아둔 옷들, 그리고 거실에 대충 펴둔 이불까지...(안방은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고 오싹오싹해서 잠이 안 와)
"...진짜 방이 지금 장난이 아니라...우와 오하기 맛있어!"
풍성한 견과류의 맛이 역시나 츠나지의 가을이구나~ 싶게 만드는 맛. 게다가 크게 달지도 않아서 잘 들어간다. 나는 기어코 스태미나 정식을 완식했다.
히다이 유우가 마구로 출주 등록 히다이 유우가 | 40/90 | 전업 트레이너, 꼴초, 마다오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짜 잘 먹었다아... 하야나미 정말 맛있는 데였구나. 누나가 자주 시키는 이유를 알겠네."
아마도 종종... 히다이와 눈썹과 눈매가 닮은 여자가 하는 미용실에 배달을 간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배달이 아니라 청소나 빨래를 하러 가야할 거 같단 예감이 들었어... 사람의 꼬라지가 아니라니 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거야! 잠시 먹던 걸 멈추고 불만-이라고 할까 걱정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섞인 얼굴로 유우가를 보았다. 뭐.. 조만간 쳐들어가보면 되겠지. 그나저나 정말 잘 먹네. 우마무스메랑 비슷한 속도로 먹어치우는 히또미미라니. 유우가... 배 많이 고팠구나... 좀 더 일찍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뭐랄까, 진작 데리고 올 걸 그랬네. 헤헤. 그래 그럼 매일 와서 먹고 가!"
그리고 나도 완식. 오늘은 트레이닝을 건너 뛰었으니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았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마시다가 들린 이야기에 잠시 귀가 쫑긋했다. 으음~ 자주 시키는 사람 누구누구 있더라....
"....음... 그... 누구지... 으으음~ 혹시 그 미용실? 자주 배달가긴 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눈썹이라던가 눈매라던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본인을 데리고 와서 옆에 두고 대조하면 확실하게 알 것 같은데. 으음. 닮은 것 같네. 그럼 그 미용실이 맞나?
1. 각 팩션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보유한 사람이, 그 팩션의 지지도를 획득해. 마블 스냅을 생각하면 돼. 각 필드에서 공격력이 더 강한 쪽이 그 필드를 장악하잖아? (트레이너는 인연 토큰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고, 우마무스메는 평등하게 100점 싸움이야. 그러니 트레이너는 토큰이 많은 쪽이 단순히 유리하겠지)
2. 장악한 팩션이 서로 인접해서 연결되어 있다면 보너스 지지도를 획득해.
3. 기본적으로 팩션을 장악했을 때 획득하는 지지도는 10점, 인접 보너스는 1개 당 5점이야 하지만 각 팩션마다 점수 계산법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어. 전략적으로 장악할 팩션을 선택하면 수싸움을 이길 수 있겠지
참... 공지에 표시가 되어 있었나 모르겠는데 트레이너의 경우 온천여행권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토큰은 전부 환급돼. (그냥 이벤트 종료 후에 웹박수에서 토큰 소모 처리 자체를 할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