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편자를 가는 소리.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며 닳아가는 소리는 생각보다 규칙적이고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사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나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스트라토가 말한 더위는 아직까진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딸어져서 조용히 구경했다. 거리를 둔 건 글쎄,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오, 와아..."
한참을 갈아낸 끝에 오븐으로 보이는 곳으로 편자가 들어간다. 은색이 달아올라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우와. 나 이런 거 처음 봤어. 편자가 이렇게 새빨개지다니. 두드리는건 이제부터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귀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깡!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자연스럽게 두 귀를 아래로 눌러 덮는다. 우, 우웃...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서 놀랐다...
"우...와아... 제법 큰 소리네..."
이런 소리가 나는데 왜 멘코를 끼지 않지?하는 의문은 금방 풀린다. 멘코를 쓰기엔 여기, 너무 덥다. 분명 가을인데 점점 여름처럼 더워지고 있어. 스트라토가 처음에 말했던 건 이런 의미였구나!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천천히 뒷걸음질로 오븐같은 곳에서 더 거리를 둔다. 그게, 역시 더운 건 좀.... 힘들어서... 결과적으로 거의 입구 쪽에서 고개만 내밀고 보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뭔가 엄청 웃긴 모습일지도.
당신이 장바구니를 떨구면, 마미레 깜짝 놀라며 걸음을 멈춘다. 갑자기 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당황한 눈으로 당신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어지는 그런 말.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 츳코미 까지 듣고서 큰 오해를 불러왔다는 걸 뒤늦게 안다. 정말. 당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 뻔해서. 겸언쩍게 웃어 보이며, 마미레는 목덜미를 매만지다 떨어진 당신의 장바구니를 들어 당신에게 내민다.
"미안 미안. 괜히 오해하게 만들었네."
하고서 장난스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다시 웃다가, 그 질문에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이 된다. 혼자 살면 밥도 직접 해야하고, 방 청소도 내가 해야 하고, 빨래도 내가 해야하 지만. 그다지 힘든 건 없다. 그냥 귀찮아서 죽을 것 같을 뿐. 마미레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서 답한다.
"글쎄. 힘들진 않고 그냥 귀찮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항상 고향을 떠나고 싶어서. 그런 건 없어."
흠, 생각보다 쉬운 요리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히다이의 말에 반응하던 다이고는, 숙주볶음이나 해먹을까 한다는 히다이의 말에 관심을 보인다.
"오, 숙주 괜찮지. 식감도 그렇고 잘 무치거나 볶은 거 반찬으로 나오면 먹기 좋잖아."
숙주를 아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 무치거나 볶은 숙주는 특유의 감칠맛과 식감으로 부담없이 먹기 좋다. 마늘 얘기가 나와서 그렇구나~ 하는 와중에 비닐봉지에 통마늘이 들어가자 미리 챙겨줬다고 생각하고 감사함다! 라고 웃으며 인사한다. 그렇게 끝난 야채 쇼핑. 이제는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사면 된다.
"응, 고기만 사면 재료는 다 사는 거 같은데..."
따로 뭔가 더 사갈 건 없나~ 온 김에 구워먹을 만한 고기도 좀 사갈까 생각하며 정육점으로 향한다.
"형은 고기 따로 안 사? 아까 숙주볶음 한단 얘긴 들었는데 다른 거 먹을거라는 말은 못 들은 거 같아서."
하며 시작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눈은 성실하게 바닥을 훑으며 마미레의 지갑을 찾고 있다. 그래서 하는 이야기란, 최근에 독립을 해서 자취방을 얻었는데 가구가 하나도 없고 있는 건 가스렌지와 싱크대 뿐이라는 것. 맨바닥에 누워서 자다가 추워서 깨고 보일러는 약간 말썽이고 골치가 아프다 뭐 그런 푸념들이었다. 무시해도 상관없는 그런 것들.
그러고보니 마미레 녀석의 지갑, 어떻게 생겼댔더라. 이 녀석 성격으로 봐선 초딩 시절 선물받은 피카츄 짭지갑을 눈단추 떨어질 때까지 쓸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하여튼 그런 느낌으로 힘들지. 힘들어."
"그래도... 독립하길 잘한 거 같긴 해. 그냥, 뭐랄까. 알잖아. 좀 자유롭다? 그런 게 있어서."
냉장고가 그렇게까지 크진 않지만, 하루 먹을 정도의 양이라면 채워놓을 만한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 히다이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 채로 그런 이야기를 하던 다이고는, 웃는 낯으로 잘 썰린 고깃덩어리를 받아들었다.
"고기만두도 괜찮지, 나는 고기 꼭 먹어야 한다는 쪽이긴 하지만."
매 끼니 단백질 섭취는 필수, 기왕이면 고기로 먹는 게 최고다, 구워먹든 쪄먹든 삶아먹든 고기는 맛있으니까! 아무튼, 고기를 사들고 나서 이제는 돌아가도 되는 타이밍에 마트라도 갈까 싶은데 같이 갈 거냐며 묻는 히다이에게 고갤 끄덕인다. 간식거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나온 김에 이것저것 사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수건으로 땀을 닦는 스트라토, 전문가 같아...! 멋있네~ TV에 나와서 인터뷰를 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다시 편자를 단 운동화를 보다가 에어컨을 못 켠다는 말에 쇼크. 가을인데도 이렇게 더운데, 여름엔 당연히 더 덥겠지? 근데 에어컨도 못키면 그냥 죽는 거 아냐...?
"여름엔 조심해야겠다. 지금도 이렇게 더운데... 온열질환으로 쓰러질거같아..."
마스크도 그렇고, 이 공방의 후끈한 열기라던가... 여름에 버틸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쓰러질거 같단 생각이 든다. 우... 힘든 일이구나... 이거...
"좋아. 그럼... 으음... 미리 신고 뛰어보는 쪽이 좋을까? 새것처럼 반짝거리니까 뭔가 그러기엔 아쉽다고 할까, 산마캔 때 처음으로 쓰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