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문을 여는 순간 들렸다, 스트라토의 목소리가. 단순히 목소리가 아니라 뭔가... 츠나페스라던가. 언니랑 여행계획이라던가 고민해야 한다는? 계획이라고 할까 그런 거? 근데 스트라토 언니가 있었던가..? 가족여행? 뭐, 편자 부탁하면서 물어보는 걸로 할까. 아무튼 다행히 부실엔 스트라토가 있었다. 어쩐지 축 늘어진 채인 친구에게 살짝 손을 흔든다.
"야-호. 스트라토, 쉬는 중이야?" "산마캔 전에 편자 좀 봐달라고 할까해서 왔는데.. 쉬는 중이면 다음에 올까?"
늘어져 있는 걸 보니 쉬는 건가 싶어서. 그럼 날을 잘못 잡았나. 나중에 다시 올까. 그렇게 물어보는 김에 하나 더.
쉬는 날인데 방해한 느낌. 게다가 화덕도 빌려야 하는구나. 편자는 사기만 하고 뭔가.. 잘.. 몰라서. 나중에 뭐라도 해줘야겠네. 하야나미 이용권이라도 줄까.. 그나저나 역시, 내가 알던대로 외동이 맞구나? 그럼 조금 전의 언니는 뭐지? 뭘까아~? 지금 반응을 보니 뭔가 있는게 확실한데? 변명이 더 소용이 없다니 아주 자백을 하는구만!
"헤에~ 그럼 외동인 스트라토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누굴까아~?"
히죽히죽, 웃으면서 추가로 질문을 하다가 연락을 한다는 말에 금새 조용해졌다. 어, 아니 그거지. 옆에서 통화할 땐 조용히 하는 게 예의니까.
"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쉬는 날에 부탁해서 진짜 미안. 음...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거 있으면 뭐든 도와줄테니까. 미안,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 나네."
에에- 언니 얘기 해주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나에게로 질문이 날아온다! 당황해서 시선을 피하는 김에 고개도 살짝 돌렸다가, 다시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뭐 어때. 어차피 정식으로 팀이 됐다는 건 숨길 일도 아니고. 물론 스트라토가 물어본 건 그쪽이 아니겠지만...
"—응, 여러가지 있긴 했지만 전부 해결됐다고 할까, 이제 임시가 아니라 정식 팀이야."
그리고 마구로기념이 끝나도, 우린 끝이 아니니까. 계속 계속 함께 있을 거니까. 그것까지 말하긴 좀 부끄러우니 이건 역시 속으로만. 아무튼 운동화를 가져왔냐는 말에 지참한 운동화를 자랑스레 들어보인다. 이와시캔, 사바캔, 그 외 모의 레이스를 함께한 사랑스러운 운동화다. ...제대로 세탁하고 있으니까...? 편자 관리는 조금 자신없지만.
"자 여기! 제대로 가지고 왔다고!" "근데 편자라는건 손으로 만드는 거였나... 난 공장에서 찍어내는 줄 알았어. 그, 사서 쓴 적밖에 없으니까."
일단 논지만 이야기하자면, 정식팀으로 거듭났다겠지만. 말하는 표정으로 보나, 수줍어하는 느낌이 이건 단조의 방을 조금 고민해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정도로 꽁꽁숨기는 쪽이 더 수상하다. 뭐 여름합숙의 분위기로 봐서는 그런쪽의 일이겠거니 하고 짐작은 하고있었다. 결심을 한건 그래도 근래가 아닐까. 이 결과가 나왔다 함은.
요즘들어 추리력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이다. 좀있으면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진실은 오직하나 를 외쳐야 하는건가. 그리고 나타나는 의문의 살인현장은 삼가하고 싶은데.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툴킷에서 장도리를 꺼내, 탄탄히 박혀있던 편자를 조심스럽게 뽑아냈다. 이것도 한달이 너머되니 익숙해진감이 있어서 학생이 하는것보다 빨리 척척 해내는 자신이 조금은 만족스러웠다.
운동화는 깨끗하고. 해진곳이 없다. 신발끈을 풀어다가 한번 다시 처음부터 쭉 꿴다음에 탄탄히 묶어둔다. 경기도중에 풀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으면 곤란하니까. 서비스의 개념이다. 신발은 딱히 문제될 것없이 마구로 기념까지 착용해도 무난하게 사용이 가능할것같다.
"옛날에는 모두 쇠를 단조해다가 모양을 만들어서 붙였다고해요. 근래엔 보급되듯 공장형이 나온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핸드메이드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일에 뛰어든겁니다."
대부분 기성품으로 장만해도 되긴하지만, 공장제 구두가 있음에도 수제화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물며 경기용 신발은 어떨까. 자동차 레이스였으면 튜닝의 영역이다. 나는 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있다.
오, 빠르다. 편자를 뽑아내는 속도가 장난 아닌데. 내가 하는 것보다 확실히 빠르다. 우와~ 전문가같아! 의외로 신발끈부터 다시 묶기 시작하는 스트라토의 손끝을 가만히 보면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예전엔 다들 직접 손으로 만들었던거구나. 하긴, 요즘은 공장제가 더 많으니까... 그래도 맞춤형이라는건 꽤 장점이 있겠지. 개인에게 맞춰서 만든 거라면 공장제랑은 다르게 더.. 그... 모르겠다. 써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뭔가 좋을 것 같아.
"그렇구나, 하긴. 나한테만 맞춘 제품 쪽이 더 좋겠지."
신발은 끝. 편자로 스트라토의 시선이 넘어간다. 그리고 이야기도... 다시 언니에 대한 이야기로 넘겨버릴까~
"...전에도 말씀드렸던 거지만 잠시간이라도 목발을 짚으시는 게 호전에 도움이 될 거고요. 체외충격파 치료 받고 가세요."
끄응, 체외충격파는 싫은데... 내키지 않는 마음을 다스려가며 기다리다가, 누워서 치료를 잔뜩 받고 나면 온 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다. 목적을 이해하고 있더래도 무릎이 아픈 건 싫다. 15살의 겨울 무진 애를 쓰며 매일같이 달리던 날이 떠오른다. 늘 그렇듯 인대의 약한 통증을 무시하고 달리다 발이 꼬여 넘어지자마자 돌이킬 수 없게 무릎의 둑이 무너져버렸던 날이.
내 평생 크게 아픈 적도 없고 큰 병이 있던 적도 없었어서, 그런 끔찍한 통증은 난생 처음이었다. 내 몸이 영영 달릴 수 없게 역변해버린다는 걸 잦아들지 않는 고통으로 몸소 배웠다. 그 때의 아픔과는 분명 다른데, 이제 내 삶을 반으로 접어도 옛적에 있는 일인데도, 아프고 나면 무섭다. 애써서 종이를 괴어 세워둔 내 삶이 또 무너질 것만 같다.
그래도 치료비는 나간다. 꽤 큰 돈이다. 카드로 간단하게 결제하고 나면 마치 경고라도 하듯 결제액과 잔액을 알려주는 카드 문자가 온다.
[부재중 전화 1건] [누나]
또 한 건 쌓인 전화. 애써 무시하며 담배를 한 대 태우고 가는 곳은 복덕방이다. 이 방도 어렵다 저 방도 어렵다 그나마 조건에 맞는 방이 있다 하기에 가보면 숨겨둔 단점이 눈에 들어오길 반복하는 날. 둘러볼 때마다 무릎은 또 성실하게 닳는다.
오늘은 이쪽으로 해볼까 하고 또 조건을 읊으면, 복덕방 주인은 고개를 젓겠지. 그리고는 쓰레기 같은 매물이나 좀 보여주려나. 하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눈썹을 찡그리며 무언갈 가늠하던 주인은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그으런... 매물이 하나는 있어요."
오. 근데 그렇게 형편 좋은 매물이 왜 있지.
"근데 그 집주인이 좀..."
어떻길래. 수리를 전혀 안 해주나? 깐깐한가? 자기 집처럼 열고 들어오는 것만 아니면 상관 없는데.
"...치매셔서."
...노인의 손자가 살던 2층의 방이라고 한다. 1LDK라는 양호한 조건에 위치도 무난했다. 1층은 노인이 썼는데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주인은 손자가 뭘 하는 건지 몰랐다고 한다. 알고보니 이런저런 더러운 일을 하다가 도쿄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계시다고.
그렇게 혼자 생활하던 노인이 치매가 오자 딸이 와선 변호사에게 계약을 일임하고 방을 싹 비워선 세를 내놨다는 사정이 있었다. 암울하구만. 듣자하니 종종 정신이 돌아올 때도 있다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간병이 곤란해, 가족들도 찾지 않는듯 했다.
......그렇게, 노인의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나는 어느 양로원에 도착한다. 저축을 성실히 한 노인들이나 들어갈 수 있는 돌봄시설에는 그녀 말고도 여러 노인들이 있다. 느리고 떨리는 손으로 상냥한 중년의 구령에 맞춰서 손운동을 하는 걸 보노라면 오싹해진다. 챙겨줄 가족이 없는 삶이란.
휠체어를 타고 간병인의 손에 이끌려 온 할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보였다. 콧줄을 끼고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손을 뻗어서 나는 덥석 잡기부터 했다. 불쌍했거든.
"...히, "
변호인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고, 공인중개사는 이런저런 말을 설명하며 여기에는 무엇을 쓰면 되며 저기에는 서명을 하면 되노라 설명하는 가운데.
"히, 이오, 히로시이..."
조그맣게 말하는 노인의 말에, 나는...
"......응, 할머니."
라며, 거짓말했다. 노안으로 보기엔 검은 머리 청년이면 다 똑같아보일테니 뭐 어떤가. 변호사는 그런 날 이상한 듯이 보더니 볼펜을 내밀었다. 얼른 끝내자는 뜻이다. 그야 불륜이혼이며 유산분배며 온갖 문제를 마주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드라마가 별 것도 아니겠지.
나는 볼펜으로 서류를 채워넣었다. 말도 안 되는 헐값의 세와, 거기 달려오는 악조건, 수리는 온전히 세입자의 몫이라는 것을 눈여겨보며 마음의 안 좋은 구석을 살폈다.
나는 아마 그 집에 살게 되겠지. 적어도 2년간. 지금의 오지랖을 2년 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며 서명란과 노인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던 때, 침흘리고 이빨빠진 입술이 웃고 있어서, 나는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빈 집의 열쇠를 받고 들어서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나는 현관에 털썩 앉아 휴대전화를 꺼낸다. 부재중 전화는 없지만 전화를 건다.
"내다." - 아주 나가 살지 그래? 전화도 안 받고 가관이다 가관.. "어, 그러려고."
당황했는지 답은 없었다.
"...출퇴근하기에 안카자카는 좀 멀다이가." "그리고 내 말인데..." "혼활도 일단 관둘라고." - 혼활을? "...어, 사실 좋아한 적도 없었어. 조금 쉬고 다시 생각할 끼다." - 니 나이에? "그런 말 좀 하지 말고."
누나의 말을 힘주어 끊었다. 안다, 누나는 틀린 말은 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나이를 먹을 거고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타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겠지. 하지만 거기에 너무 안달복달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마음이 있다.
"...내 힘들었다, 누나 기대를 맞추느라고." - 유우가. "안다. 내 진짜 구제불능이고, 누나 덕분에 많이 사람 됐는데. 기는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는데."
"이젠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다. 누나."
"종종 들르께. 유우키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 ...니는 일을 이런 식으로 하나. "원래가 세상일이 그렇다 안카나."
"고마워, 누나." "내 힘들믄 다시 돌아갈테니까... 그 때는 그냥, 수고했다카고 안아주라." "못미더워도 동생이니깐 응원 좀 해도. 누나 잘 하잖아."
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누나도 그랬던 듯, 짧으면 며칠 길면 몇주 뻐팅기다 돌아올 거라 생각한 듯 숨삼키는 소리만 났다. 그래도 이건 영영 이별이 아니다.
"사람을 차는데 쓰는건, 잘못하면 범죄니까 자중하시고. 혹시 조서를 써야하면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벚나무아래에 시신은 잘 처리하셨나요?"
나름 위트있는 농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운동화를 신고 사람을 걷어찬 메이사가 사실 할말이 없긴 하지?
"딱딱한 물건역시 신발이든 발이든 수명을 깎아먹으니 조심해주세요. 차라리 걷어차는 용도의 샌드백을 하나 사시는게 어떱니까. 차고 싶을때 꾹참았다가 거기다 다 풀어야겠지만."
악벽은 쉽사리 고쳐라해서 고쳐지는게 아닌걸 아니까 되도록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한건 이정도 일것이다.
"...뭐, 이미 사적인 일과 공적인일이 섞여버리는 상황을 염두했어야하니까요. 적응을 못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렵니다."
하. 뭐 거짓말하는것도 무리가 있으니 솔직하게 이부분은 털어놓자.
"언니, 그러니까 피리카 트레이너가 누군가에게 계약연예를 제의했던거같습니다만. 어떤 개뼈다귀같은 남자인지는 둘째치고, 저도 요즘 쇠를 만지면서 도통 애정이 없다고 하니 그 놈의 애정이 뭔지 궁금해지기도해서, 어차피 이해 관계도 일치했다는 심정으로 그런 개뼈다귀보다는 제가 나을거같으니 먼저 제의했습니다. 말하자면 연구에 가까운 관계네요."
진짜 사랑이 싹틀지는 모른다. 그저 사랑하는 이들을 흉내냄으로서 그 감정을 알수있을까 해보는 것이지. 언니라고 부르는것도 그런 과정에 일련이었다. 그 뭐냐 마마 책장 서적에서는 보통 다들 그러더라고.
"이제 현장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야해서, 어차피 목적지에는 공원길을 지나야하니 평소 트레이닝에서 달리던것 처럼 자세는 잡아주시되 가볍게 먼저 공원까지 달려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