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물론 그녀가 뭐든지 먹어버리는 능력자라고 해도 평범한 신체를 가진 이상 바닷물을 마셔 마르게 한다거나는 못할 것이다. 하물며 그런 능력조차 존재하지 않으니, 그럼 어째서 봄바다가 맛있냐는 말을 꺼냈냐면... 대충 그정도로 상쾌한 기분이 든다고 표현을 대신할수 있을 것이다. 마치 어른들이 뜨겁고 칼칼한 국물을 마시고서 시원하다고 하듯이. 약간의 비유적인 표현이라 해야 할까,
물론 해초더미에 발이 걸려 엎어졌기에 물속에 잠겨있는동안은 정말로 바닷물을 원없이 먹어보긴 했겠지만...
"음! 역시 생명의 보고임다!"
아무렴, 지구와 대자연의 신비를 그녀가 이해하기는 아직 한참 멀었을 것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자신이 일으킨 파문에 의해 당신까지 물을 흠뻑 뒤집어썼을까, 수분을 머금은 푸른 머리카락이 마치 물과 하나가 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려나? 게다가 자신과 반대인 하얀 수영복을 장식하는 귀여운 레이스, 그러면서도 간간히 보이는 생채기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손을 넘어 팔에 감겨있는 해초까지 우물거리고 있던 찰나에 당신 역시 이쪽을 향해 뛰어들었을까?
"저것은...!! 카프카 클러스터!! 그런 개쩌는 브로커 시스템을 지금 여기서 사용하는 검까...!!"
잔뜩 웅크리던 당신이 몸을 한번에 쭉 펼치고 이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다가도 마치 중력가속도를 무시하듯 물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았으니... 엄청난 물보라는 물론이요, 그 인위적인 파도로 인해 그녀 역시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답게 갈라지는 물기둥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물론 그것을 바로 옆에서 직관한 그녀이기에 물줄기 중 하나가 자연스레 얼굴을 공격해왔지만,
"오오...! 인어가 올라왔슴다! 진짜 인어는 머리카락 색과 물색을 구분할수 없댔는데!"
아니나 다를까, 머리에 미역을 덮은 채로 넘실거리는 바다에 떠밀려가는 당신을 인어라 하지 않으면 무어라 할까. 다만 설화에서의 기괴한 인어가 아닌, 모에선이 쬐어진 미소녀 인어 말이다.
사람은 좋아하는데 관계 맺는데 수동적임 사람을 좋아하고 믿지만 호감만 있는 상태에서 틀어지면 깔끔하게 먼저 다가서는 건 포기함 호감과 신뢰가 정비례하지 않는 타입 타인이 자기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는 건 거부하지 않으나 타인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는 건 기피함 신뢰와 호감이 일정 이상이면 상대가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용인해줄 수 있음. 범죄에 가까운 일을 저질렀을 땐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함
통합: 친해지기 쉬움. 신뢰를 쌓으려면 노력해야함. 타인의 트리거가 될 건 안건드리려함 조심스러움
>>167 1. 코인 세탁방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눈이 마주쳤습니다. 웬 찹쌀떡같은 귀에 이어폰을 꽃고, 뭔가 노래를 들으면서 털복숭이 꼬리를 까닥이고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기숙사생이라면 굳이 코인세탁방에 올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 추격 상황 발생확률: 중간
2. 순찰 가야지~ (삑삑삑삑) 근처에서 야시장 축제가 열린다니, 순찰을 나갑시다. 이 꼴이긴 하지만 저지먼트 노릇은 해야죠. 순찰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한숨 눈을 붙였는데, 뭔가 뿅망치같은 게 어깨를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 추격 상황 발생확률: 낮음
3. 다쳤습니다 당신이 다쳤습니다. 메타적 발언으로 다음 스토리 진행에는 별 지장없는, 발목을 삐끗한 정도의 부상입니다만 당장 움직이기는 힘들겠네요. 그때 걱정스럽게 다가오는 작은 털복숭이가 있습니다. ※ 추격 상황 발생확률: 없음 ※ 성운의 안전가옥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냥저냥 사람으로 생각한다 근데 거기에 '사람이니까 정감가네' 라는 느낌의 호감 한 스푼. 따라서 사람다운 짓만 해줘도 호감도는 느리지만 막힘없이 잘 올라간다. 병원 데려가려 하면 일단 깎이고 시작하지만, 자기가 문제인걸 알기 때문에 너무 어거지만 아니면 많이 깎이진 않음. 대신 병원 안까지 억지로 데려가버리면 장담 못함. 안에서는 열심히 떨고 옆에 있는 사람 팔에 꼭 붙어있느라 잘 모르겠지만, 나오는 순간 호감도가 뭉탱이로 잘려나간다. 자칫하면 0을 넘어 마이너스로까지 갈 수 있음 감정표현이 이래저래 불꽃놀이처럼 터지긴 하지만 성격 자체는 무난한 애라서? 상식에 어긋나는거 아닌 이상 무난하게 친해질 수 있음. 다만 얘도 나사가 빠지기 직전인 부분이 있어서인지 자기랑 비슷한 코드라거나 얘를 재밌게 해주는 사람은 경험치 이벤트를 받는다.
요약 : 사람이라면 이미 호감도가 한스푼 이득, 병원은 금지된 구역, 하이텐션 퍼니 코드 잘 맞추면 금방금방 친해진다.
그렇게 떠내려가고 있을 때, 내밀어지는 구원의 손길- 이라고 할 것 까지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점례가 나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수면 위에 몸을 둥둥 띄운 채 그대로 점례에게 포획(?)되고 만다.
"우헤헤...~ 미소녀라니, 싫다아~ 그렇게 띄워도 아무 것도 안 나오는데, 에헤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주책스러운 웃음을 흘리면서 발갛게 변한 뺨을 숨기려는듯 괜스레 만지작 거린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미소녀라든가 하는 말로 스트레이트 해 오면 조금 낯간지럽다고 할까... 솔직하게 부끄럽다고 할까... 뭐뭐, 그래도...? 마침 내 머리 색도 파란색이고? 그렇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점례가 말하길 진짜 인어는 머리 색과 물 색을 구분 할 수 없다고 하니... ...응?
"...잠ㄲ, 그럼 지금 나 평범한 빡빡이 아냐?!"
그렇담 모든 인어는 사실 대머리였던 건가?! 바다의 푸른 빛과 내 머리가 겹쳐, 동그란 얼굴 밖에 보이지 않는 나를 상상한다... 그런 생각이 번뜩 들기 무섭게, 즉시 누워있던 자리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키려 한다.
학교에서 가깝고,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있는 베드타운. 지어지다 말거나 오래되어 버려진 건물들과, 저소득층들의 거주구역이 뒤섞여있는 난개발지대로 향하는 경계. 집세가 싸기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무능력자나 저능력자들이 이 난개발지대에 하숙집을 잡는 경우도 많고, 공사중단건물이나 폐건물에 스킬아웃들이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어 저지먼트로서는 외면할 수 없는 주요 순찰로다. 리라도 몇 번 와봤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학교 주변에서 난개발지대로 접어드는 사거리의 어느 한 귀퉁이에는 커다란 코인세탁방이 있는데, 크기치곤 꽤 한산해 보통은 두어 명이 어슬렁대는 축이었고 비어있는 일도 적잖이 있었다. 그래서 세탁물을 들고 오는 게 아니고서야 소 닭 보듯 지나가는 게 보통인 그런 평범한 귀퉁이인데, 그날따라 그 코인세탁방에 혼자 앉아있는 누군가가 눈에 띈다.
저렇게 조그만 뒷모습은 인첨공에서 흔치 않다. 모카고 지정체육복 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하얀 꽁지머리를 묶은 모습이라면 더더욱.
다만 평소보다 생소한 것은, 머리 위쪽의 보통 거기에 귀가 달려있지 않은 각도에 웬 찹쌀떡같은 털 덮인 동그란 귀가 두 개 땔롱땔롱 돋아서 쫑긋거리고 있다-그리고 거기에 이어폰으로 보이는 줄이 꽂혀있다는 것과 바지의 허리 뒤춤에서 푹신해 보이는 털로 뒤덮인 꼬리가 솟아나와 박자에 맞춰 메트로놈마냥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 정도다.
저지먼트에게 순찰은 두말할 것 없는 중요 업무 중 하나다. 초능력을 가진 청소년이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학원도시의 특성상 치안 유지는 중요했고, 안티스킬이 전체적인 관리를 맡기는 하지만 어디에서나 법망을 애매모호하게 비껴가는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마련. 그런 촘촘한 구석을 위해 저지먼트는 존재한다.
...라고는 하지만, 일전에 들었던 말을 곱씹으면 과연 안티스킬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고 마는 거다. 최첨단 기술로 돌아가고 있는 공업단지의 치안이 지독하게 휘청이는 것도 그렇고,—물론 이건 리라가 저지먼트이기에 더 크게 느끼는 것도 있을 것이다. 가까이에서 이것저것을 보는 사람과 사건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은 같은 환경에서도 갖는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무엇보다 지난 소집 때 세은이 말했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니까. 미성년을 중심으로 구축된 특수한 환경인 만큼 바깥과 기준이 다소 다를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보호받을 권리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는 다를 텐데.
복잡한 생각이 들면 다시 귀를 따갑게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이에 상념을 떨치려고 고개를 좌우로 터는데, 그러던 도중 리라는 우연히 들여다보게 된 코인세탁방의 유리창 안쪽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잡아내고 말았다. 아니, 익숙하지만 조금 다르다. 그렇지만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다.
근데 저 애가 왜 여기 있지. 동그란 귀와 복슬거리는 꼬리에 대한 의문은 앞선 궁금증에 묻혀 큰 존재감을 뽐내지 못한다. 그야 학교에서 이미 별의별 괴물들을 다 봤고... 더군다나 그 자신조차 어제 한동안은 괴상한 외형으로 생활해야만 했으니까. 저 정도는 무난하지.
별개로 귀엽다. 리라는 코인세탁방 문을 시원스레 열어젖힌다.
"성운아~!"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리라는 곧 당당히 성운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아버렸다.
"안녕! 여기서 뭐 해! 세탁할 거 있어? 왜 기숙사에서 안 하고! 아, 아니면 순찰 돌다가 쉬는 중이었어?"
적응이란 무서운 법이다. 평생이고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믿었던 것도 한 번 적응하기 시작하면 쉽게 한 몸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다. 인간의 것이 아니지만 간혹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나는 하반신은 한때 적응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똬리를 틀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고작 이틀 내지 사흘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데 마레의 연구원들도 희야의 변화에 모두 익숙해졌다. 인첨공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하니 쉽게 납득이 된 탓이다. 그래, 인첨공.
"하하하!"
인첨공에선 익숙한 일이니, 누군가에겐 박장대소할 일이 분명했다. 희야는 자신에게 할당된 연구실 겸 커리큘럼실에서 똬리를 튼 채로 옥좌라 칭하는 소파에 모로 기울어지듯 누워 있었고, 남성 하나는 그런 희야를 보며 배를 부여잡고 웃고 있었다. 연구원의 백의는 걸치지 않은 모양새니 외지인이다. 그는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데 마레에 무작정 들어서려다 저지당했는데, 동행한 여성이 품 속의 대원증을 보여주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본룡의 품새가 그리도 우습나?" "하하, 으, 흐하하! 본룡, 본룡이래. 다른 녀석들은 다 뱀파이어니 뭐니 됐는데 너는 무협지 속에 빠져버렸구나?" "미안해요, 학생. 말은 이렇게 해도 반장님께선 목화 고등학교의 소란에서 학생이 제일 먼저 떠오르셨대요." "본룡이 인간에게 해악을 끼칠까 그랬나?" "아뇨, 다칠까 봐요." "뭐? 이 형사, 낯간지러운 소리 말아! 난 뭐 얼음 요정 그런 건 줄 알고 그랬지! 그런데 용- 흐하학-"
희야는 턱을 괴지 않은 날카로운 손을 들더니 지퍼를 잠그듯 허공에 선을 그었다. 그러자 남성의 입술도 그 움직임대로 얼어붙었다.
희야는 눈을 내리깔아 제 손톱을 흘끔 바라보았다.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항의하는 남성의 말 따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무심한 태도였다.
"그런데 희야 학생. 요즘엔 좀 어때요?" "인간아, 아무리 본룡이 이치를 깨닫는들 무에 엇디하오리이까 묻는지 그 의중을 알 도리가 없다." "음, 인간에 대한 거요."
희야는 눈을 굴렸다. 그러자 남성의 얼어붙은 입이 사르르 녹았다. "죽다 살았네." 투덜거리는 소리 뒤로 여성은 남성에게 미지근한 물을 따라 주었다.
"내 묻겠다. 그대는 무공의 성취에 대해 아는가?" "무협지? 알지! 그건 왜." "무공의 성취를 이루어 어느 경지에 다다르면 인간을 초월하는 경지에 되고,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는 반로환동, 혹은 새로이 육신을 구축하는 환골탈태의 경지에 이른다고들 하디. 힘이라면 당연히 압도적이라, '초월'이라는 개념이 붙는 것이고." "그렇지?" "그렇다면 이는 이치에 벗어났으나 본질이 인간이니, 인간으로 받아주어야 하는가?" "아무래도 본인이 인간이니까? 그건 인간이겠지? 스스로 병기라고 해도 결국 인간이야." "신체를 대체한 괴뢰 인간은 어떠하느냐." "괴뢰?" "사이보그인 것 같아요." "아하, 그래." "하반신의 전체가 괴뢰이되 상반신은 40%가, 몸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피부에다, 얼굴 일부와 두뇌만이 온전히 인간의 것인 존재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칭한다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으로 받아주어야 하지만, 그 존재가 스스로의 꼴을 인간과 비교하며 인간이 아니라고 체념하면 우리는 인간이라고 위로를 해야 하느냐? 기만인 것을 잘 알면서도?" "아, 그건 좀 어렵네. 기계인 건 맞고, 스스로 인간과 비교하면서 기계라고 본인을 정의하면 어쩔 수 없잖냐……." "적절한 답이다."
남성과 여성은 침묵했다. 인간의 범주를 인간이 속단할 수 있는가? 인간이라는 선은 사회적인 합의다. 단순히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지만, 그 범주를 조금만 벗어나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익숙한 상황을 침범 당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시선이 있지마는, 개인에 한해서 인간의 범위는 스스로 정하게 된다. 우리는 개인의 취향, 지향성, 그 모든 것을 평생이고 스스로 정하며 깨닫는 존재지 아니하느냐. 하여 본룡에게 묻는 질문에 답하자면."
희야는 몸을 말았다.
"본룡은 여전히 깨달음을 추구하고 있다. 인간이란 것은 여전히 알다가도 모르겠어. 이는 본룡의 태생적 번뇌이자 번뇌이지 아니하다. 깨달음을 추구하되 추구하지 아니한다. 스스로 정하는 범위를 정하여봤자 다른 족쇄가 될뿐더러……."
희야는 불쾌감을 이기지 못하는지 눈을 마주치지 않는 두 사람을 흘긋 쳐다봤다.
"본룡은 주워 담는 성정이 못 되기 때문이다." "에이, 애새끼가 뭐 이리 애 같지가 않아." "그건 본룡이 할 말이다." "뭐?" "그쪽, 의외로 아집은 부리지 않는군. 대답이 잘 되어 대화가 수월했어." "야, 이 자식이. 날 뭘로 본 거야?" "고리타분하고 원리원칙만 알면서 시야는 제한적인 존재로 봤대요, 반장님." "이 형사!"
아웅다웅하는 소리 뒤로 희야는 눈을 감았다. 둘 다 입이 얼어붙고 나서야 조용해지는 하루였다.
>>296 그렇군 그럼 괴이 일상으로 갑시다 동월주가 저번에 하고 싶다고도 했고 상황은 혜우가 우연히 괴이에 휘말렸고 먼저 들어가있던 혹은 누군가 괴이에 휘말린 걸 감지한 괴이부에서 동월을 보내 구출하려 하는 그런거 어때 괴이 난이도는... 동월주가 혜우우의 캐붕을 얼마나 원하는지에 따라 높여주면댐
>>300 비밀장소?? 그 벽안의 공간이요?:0 그러게 짝궁이 갑자기 유급했어(?) 비밀장소에서 만나는 걸 시작으로 해서 자연히 장소가 바뀌길 기다려보자() 주의:이혜성 지금 현재 능력이랑 상황때문에 짜증수치가 높음 <대신 할로윈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까 편하게 써줘^3^ 씻고 와서 답레할겡
마치 고대의 신화집과 설화집을 그대로 펼쳐놓은 것만 같은, 마치 드로잉 액츄얼라이즈의 텍스트판 4~5레벨쯤 되는 능력에 그대로 피폭당한 듯한 오늘의 모카고 사이에서 저 정도면 대단히 온건한 편이긴 했다. 방심은 금물이라지만, 나레이터의 금기를 깨고 메타적인 발언을 하자면 실제 별것 없는 친칠라이니, 어쩌면 그 변신이라는 것도 저 인축무해한 성격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세탁방 문을 열어젖힌 만큼이나 시원스레 목청을 높여부르는, 세탁방 한켠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재미없는 일기예보 따위는 한방에 구겨버리는 리라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성운의 꼬리가 펑 하고 부풀어오르는 게 보인다. 성운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리라를 돌아본다. 얼마 전, 2학년에 올라오고 나서 성운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궁지에 몰린 표정만큼은 아니지만 얼떨떨하게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그도 잠시, 성운은 이내 자신의 옆에 대뜸 앉아버리는 친구를 확인하고는 안도와 반가움의 미소를 지었다.
“아니, 오늘은 세탁하러 온 거야.”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완장을 찬 것도 아니고, 세탁기가 여러 대가 돌고 있으면 저 중에 성운이 돌린 게 있는지 없는지 불명확하지만 벽면을 쭉 도배하다시피 늘어선 세탁기와 건조기 중에 건조기 하나만이 돌아가고 있었으니.
저지먼트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을 보는 건 의외로 시간이 잘 간다. 원래는 보기만 하고 자신은 잘 붙이지 않는 편이지만... 최근에 꽤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어서 그 위에 뭔가 써붙이기도 했다. 그건 바로 숨겨져 있는 비밀의 장소에 대한 내용, 확실히 있다는 이야기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분명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때문에 랑은 사건의 냄새를 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그 장소가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감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마치 길에 떨어진 지 시간이 한참 지나 말라버린 혈향을 따라가듯, 랑은 벽을 짚은 채 느릿하게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직감 자체는 틀리지 않은 건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랑은 어느 한 장소에서 멈춰섰다, 이 장소인가, 그렇게 생각한 건... 벽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낯익은 얼굴, 1년 내내 옆자리에서 얼굴을 봤던 사람이 거기 서 있었다. 랑은 발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혜성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비밀장소 앞에서 만날지를 안정해서 이렇게 써왔다!!! 캐조종일 수도 있으니까 문제있음 말해줘!
고등학교의 옥상이라는 장소는 미디어에서 흔히 낭만적인 공간으로 표현되곤 한다. 푸른 하늘 아래 우정과 사랑이 시작되는 장소,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십대들의 미숙한 싸움이 벌어지는 결투장, 갖은 몽상과 상념을 끌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잠겨 있기 적당한 쉼터. 용도 특성상 전체적으로 폐쇄성을 띄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드물게 고요하고 탁 트인 곳이자 하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최상층은 로망의 군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리라는 아직 옥상에 오래 머물러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이전에 다녀본 학교는 전부 옥상 문을 잠가두는 게 일반적이었고 당연한 것이 된 규칙은 곧 옥상을 존재하지 않는 장소처럼 대하는 데에 익숙해져 버리게 만들었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교내 비행 관리 등 저지먼트로서 할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딱히 밟을 일 없는 길이었으니까. 그래서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려 했는데.
탁!
"어?! 뭐야?"
위쪽에서 달려 내려와 어깨를 강하게 치고 가는 학생 하나, 그 뒤를 따르는 몇 명의 다른 학생들. 리라는 하마터면 무너질 뻔한 몸의 균형을 겨우 잡고 급히 뛰어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살짝 쏘아보았다. 잡아놓고 교내에서 뛰지 말라고 한 소리 할 셈이었는데, 어째 달려가는 태가 이상할 정도로 급해 보여서 행동교정 보다는 호기심이 앞선다. 왜 저렇게 급해? 도망이라도 가는 것 처럼. 위에 뭐가 있나? 리라의 시선이 옥상을 향한다. 딱히 가 볼 일 없던 곳. 로망은 있었지만 발걸음 할 이유는 없었던 공간.
어쩌면 이것도 인연이겠다 싶어서 리라는 무심코 그곳을 향해 발을 떼어 본다. 도전하는 자에게 행운이 따르리라, 그런 환상을 품어보면서.
그리고 행운은 정말 존재했다.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위치한 건 익숙하고 반가운 사람의 뒷모습이다. 리라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옥상으로 향한 건 사실 별 이유는 없었다. 햇빛이 직접적으로 내리쬐는 장소에서 느긋하게 있고 싶었기 때문인데, 선객이 있었고, 그 선객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쫓았을 뿐이다. 저지먼트니까 옥상에서 비행하는 학생들을 계도할 의무가 있긴 하나... 그럴 생각으로 한 게 아니라 단순히 조용히 있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다. 담배 냄새도 짜증나고, 쓰레기도 버리는 거 같아서 같이 우그러뜨리려고 했을 뿐 실제로 실행하지는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이는 저지먼트의 일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텅 빈 옥상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잠시 받고 선 채 주머니에서 꺼내든 건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게임기. 이미 유행이 지나도 한참은 지난 다마고치였다. 어쩌다가 구한, 중고품에 가까운 것이지만...
"응?"
그러다가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서 눈을 마주치는 리라를 보곤 랑은 왜 네가 여기 있을까 생각하는 듯 눈썹을 살짝 비틀었다.
"그냥, 햇빛이 따뜻해서."
뭐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닌 것 같지만, 손에 여전히 쥐고 있는 다마고치를 보면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펑 하고 부풀어 오르는 하얀 꼬리와 휘둥그레 뜬 검은 두 눈동자는 조합이 좋다. 리라의 얼굴에 익숙한 흐뭇함이 번진다. 작년부터 리라를 봐 왔던 성운이라면 이 미소가 무엇을 함유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독하게 귀여워 하는 표정!
"세탁하러 왔구나! 하긴 학교 근처면 여기가 제일 큰 편이지~ 그런 데 비해 사람도 적고. 빨래 무겁진 않았어? 나랑 같이 왔어도 되는데! 멀지 않다곤 해도 혼자 거기서 여기까지 들고 다니기는 힘들잖아."
남자 기숙사 세탁방에 무슨 일이 생겼나. 옆으로 스르르 빠지는 눈동자에 순간 의문이 싹텄지만, 여기까지 올 일이라면 그것밖에 없겠다 싶어서 당장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괴물 천지가 된 학교에서 세탁기 좀 고장났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니기도 하고...
"그나저나 성운이는 변신 어울리게 잘 됐다. 뭐야? 곰돌이? 토끼... 는 아닌 것 같고. 햄스터인가? 나 자세히 봐도 돼?"
안도와 반가움의 미소에 리라의 얼굴이 편안하게 풀린다. 재회 첫날 마주쳤던, 잔뜩 겁에 질린 창백한 낯. 그것 때문에라도 리라는 종종 성운의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오자마자 웬 불량아들에게 폭행당해 얼굴에 밴드를 붙이고 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러고 보니 그 놈들은 이제 나왔을까. 얼굴 알면 찾아가는 건데.
"학교 애들이 다 개성 넘치게 변해버려서 몇 명은 아예 못 알아보기도 했는데, 성운이는 딱 알아봐서 다행이다. 그래도 내가 친구 찾는 능력은 탁월하다니까~ 앗. 이어폰. 노래 듣고 있었구나? 뭐 듣고 있었어?"
리라의 눈이 동그란 귀로 향한다. 음, 지금 같은 상황이면 저기에 꽂아야 하나? 이어폰 흘러내리진 않을까?
" 왜. " " 당장 좀 움직여야겠는데. " " 어디로? " " 캣박스 스튜디오. " " 하필 거기? 뭔일 있어? " " 지혁이가 어떤 촬영장에서 낡은 카메라를 주웠대. " " 갔다오면 유지혁 엎드려있으라그래. " (아니 선배님 저 왜요?!?!!) " 장비 챙길시간 없다. 무기랑 녹음기만 들고 다녀올게. " " 조심해. "
통신을 종료하고 곧바로 옷을 챙겨입고서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간다. 괴이에 있던 것이 밖으로 튀어나온거라면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일단 끝도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버려진 건물 안. 학생들 사이에서는 흉가체험 명소라느니,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라느니 말이 많다. 흉가체험 명소인지는 몰라도 실종자가 나왔던 적이 있는건 맞다. 그리고, 캣박스 스튜디오로 가려면 여길 통과해야 한다.
괴이 진입 방법 : 눈을 감은채로 메가폰을 들고 액션! 이라고 외치면 된다.
" 레디이이이..... "
지침대로 눈을 감고, 메가폰을 들었다.
" 액션!!!! "
외치자마자 갑작스럽게 조용해지는 주변, 그리고 한기. 눈을 감고 있음에도 빛이 빠르게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스륵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 .......한번에 왔네. "
어두컴컴한 공간. 그 안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스튜디오 특유의 여러 공간들. 공간들은 모두 촬영용으로 제작된 장소라 한곳에 모여있기엔 이질감이 들었지만, 오히려 괴이인 만큼 그게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비틀리는 눈썹의 각도는 마주보는 입장에서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제서야 리라는 자기가 한 말을 되짚어본다. 나 좀 전에 뭐라고 했지. 올라와 보고 싶은 이유, 그런 식의... 음. 다시 보니 의도치는 않았지만 뭔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게 들린다. 이래서야 일부러 쫓아온 것 같지 않나. 아니, 애초에 입부 권유를 한답시고 자주 찾아다니긴 했지만 이건 다른 문제다. 해명해야 해!
"아~ 위에서 애들이 우루루 달려 내려오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일 있나? 하고 와 봤는데 랑 언니가 딱 있는 거 있죠."
생각해보니 스쳐가는 옷자락에서 매캐한 담배 냄새가 스쳤뎐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랑이 여기 있는 건 불량학생 계도의 일부분이겠거니 짐작하며 리라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사실 그 애들이 여기서 뭘 했는지는 지금 와서 딱히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이미 도망간 걸 도로 잡아와서 무릎 꿇릴 게 아니라면 눈 앞의 반가운 사람에게 말 한마디 더 붙이는 데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오늘 날씨 좋죠. 하늘도 맑고, 완전 봄 날씨! 꽃잎은 거의 다 떨어졌지만 갈수록 따뜻한 게 조금 있으면 또 금세 더워질 것 같아요~ 응? 근데 이건 뭐예요?"
리라의 시선이 랑의 손 안에 들린 다마고치로 떨어졌다. 뭐지. 작은... 알 모양... 게임기? 고개가 살짝 기울어진다.
"게임기... 인가... 어디서 봤는데, 아는 건데."
아는데. 나 이거 아는데. 뮤직비디오 찍을 때 소품으로도 썼는데. 그런데 어쩐지 이름만큼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세 글자, 아니 네 글자... 가나다... 마... 모르겠다.
"참, 언니 손. 이제 어때요? 좀 나았어요?"
결국 이름 찾기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는지 주제가 금방 다른 곳으로 튄다. 리라의 시선이 살짝 옆으로 떨어졌다. 다마고치가 아닌 손 쪽으로.
게시판에 붙였던 포스트잇에 답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건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어떤 소문인지 알려주는 답 포스트잇부터, 복권을 샀냐는 포스트잇, 괴담이 있었냐는 포스트잇. 그리고 그 뒤에 붙혀진 모카고 7대 불가사의라는 포스트잇까지.
놀라움 반, 공포 반으로 붙혔던 포스트잇에 그렇게 관심을 많이 가질지 몰랐지. 혜성은 다시 그 포스트잇을 붙혔을 당시에 걸었던 복도를 더듬어 걷고 있었다 . 여기쯤, 그리고 여기서 코너를 돌면, 여기였던가. 능력을 쓰지 않고 더듬거리며 걸어가는 이유는 금방 떨어질 줄 알았던 두통이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길게 이어졌기 때문에 사용을 꺼려하는 중이었다. 늘 분신처럼 매달고 다니던 방울도 허리께에서 흔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이걸 발견했지만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 벽에 손을 댄 채 눈썹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던 혜성은 발소리가 들려오자 손을 떼어내고 도로록 눈을 굴려서 소리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움직인다.
"아."
감탄인지 인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혜성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낯익다. 사람을 잘 기억하는 편에 가까운 혜성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 앞의 이 낯익은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려했다. 아, 기억났다.
"나 랑 맞지?"
1학년 때 옆자리였던, 3학년이 되면서 볼 수 없었던 옆자리의 짝꿍이 그 자리에 있었다. 혜성은 벽에서 뗀 손으로 관자놀이를 잠깐 짚었다가 떼어내며 부드럽게 웃어보인다.
변신이라는 용어도 어색하고, 지금 모습도 어색한지 몸을 조금 꼬던 성운의 귀가 리라가 다가오자 뒤로 접힌다. 곰 귀라기엔 얄팍하니 설치류 귀는 맞는데, 햄스터라기엔 꼬리가 무슨 족제비처럼 길고 부숭부숭하다. 그렇지만 족제비치곤 귀가 크고 청설모라기엔 귀가 뾰족하다. 성운이 곧, 아마 그럴 거야- 하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답을 내어준다.
“아마 친칠라쥐 아닐까······?”
핸드폰으로 검색해 찾아보면 귀며 꼬리 모양이 영락없이 지금 성운이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리라의 질문에 성운의 귀가 쫑긋하더니, 귀에서 뽑아냈던 이어폰을 다시 손끝에 쥐고는 한 짝을 내밀어준다. 아직도 줄이 달려있는 구식 이어폰이다.
“얼마 전에 알고리즘에 걸리길래 들었는데, 그때 들은 노래가 좋아서 계속 듣고 있는 노래야.”
그리고, 그 이어폰 끝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뜻밖에도 리라가 너무도 잘 아는 가락이었다.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온 더 로드의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수록곡 중 하나였다.
하긴 변신이라기엔 좀 어폐가 있나. 사실상 사고에 가깝긴 하지. 어째 지난 화이트데이의 사탕 사건들이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초능력도 존재하는 마당에 이런 일이 아예 불가능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건 엄연히 과학에 기반한 일인데 반해 이건. 이건 좀 다르지 않나. 다행히 비주얼적으로 충격적인 것에 비해서 아직까지 교내에 큰일은 없었다.
"친칠라? 친칠라~... 아, 이런 동물이구나. 귀여워! 엄청 동그랗네~ 맞는 것 같다. 흐음, 성운이는 얘에 비해서 좀 더 길쭉하고 얇긴 하지만... 역시 귀여운 건 똑같네~ 이 사태의 원인이 뭔지는 몰라도 당하는 사람에게 어울리게 변하는 건 맞나 봐."
알아서 맞춤형으로 변하는 바이러스라도 되나. 이것의 정체는 알 길 없지만 어쨌든 지금의 성운은 귀여웠고 세탁방은 조용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성운이가 좋다고 하는 노래라니 뭔지 궁금한걸? 무슨 노래일까~..."
흔쾌히 줄 이어폰 한쪽을 받아 귀에 끼운 리라는 순간 눈에 띄게 움찔한다. 하필 꽂는 순간 들린 파트가 딱 과거 그가 녹음한 구간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기능을 정지한 뇌가 다시 움직이기까지는 5초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온더로드 수록곡이네! 이 노래가 마음에 들었어?"
성운이가 온더로드를 알던가. 딱히 그런 느낌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웃는 얼굴 뒤로 물음표가 빽빽하게 차오른다.
>>385 리라 리라가 설명하는 이야기를 듣던 랑은, 상당히 눈치가 빠른 아이구나를 새삼 느꼈다. 딱히 입 밖으로 낸 것도 아닌데 분위기를 파악하고 생각하던 걸 대답하는 게 수준급이랄까.
"몇 명 있긴 했지."
선선히 상황을 인정하곤 리라가 이어가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날씨가 좋은 것도 맞고, 얼마 뒤면 더워질 것도 같았으니 무어라 덧붙이기보다는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지만 손에 쥐고 있는 다마고치에 리라의 시선이 꽂히며 뭐냐고 물어오자,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마고치."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건지는 덧붙이지 않은 채 손은 어떻냐는 말로 넘어간 화제에 반응하여 붕대를 감았던 손을 들어올린다. 흉터 자국은 남았지만 전처럼 상처가 보이지는 않는다, 깔끔하진 않아도 다 나았다는 이야기다.
"다 나았어, 그 때 이후로 나을 때까진 안 썼으니까." >>386 혜성 벽에 손을 대고 있던 혜성이 자신을 마주보곤, 이름을 부르며 부드럽게 웃어보이자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사탕을 만지작거리다 입을 열었다.
"맞아, 너는... 혜성이었나."
짝꿍, 1년 동안 같은 반 옆자리에서 마주쳤던 아이, 1학년때 학교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자주 결석하고 그랬으니) 아이들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짝꿍인데다가 결석한 다음 날이면 걱정 섞인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랑은 혜성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조금 다가갔다.
"여기냐."
안녕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한 뒤에, 혜성이 방금까지 손을 대고 있던 벽 쪽으로 몸을 돌린 채 벽에 손을 가져다 댄다. 불길한 느낌 자체는 있는 것 같은데.
(치이익) (툭툭) 아 아 동월주에게 알립니다 선레를 보니 괴이 진입에 조건이 있는 듯 한데, 원활한 시작을 위해서 '혜우가 근처를 지나다가 괴이에 홀렸고 동월의 진입에 휘말렸다'라고 할건데 개연성 괜찮은지? 그리고 혜우 리젠(?)장소를 저 스튜디오들 중 하나의 무대 뒤라고 해도 괜찮을지?
음. 너무 긴장들 하시는데 크게 긴장하시는 것은 없고... 그냥 일상 관련으로 이런이런 현상이 있어서, 조금 힘든 것이 있다...같은 것이기 때문에... 너무 신경 쓰실 것은 없을 것 같아요. 뭐, 일단 그 자체가 저는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단은 조금만 지켜보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악용될 수도 있는 것이긴 하니까 더더욱.
이름이 제대로 불려지자, 혜성은 모로 눈을 굴렸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옆자리의 짝꿍이었다고 해도 고작 1년을 같이 보냈을 뿐인데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게다가 저쪽은 사람에게 관심을 아예 주지 않는 타입이기도 했고. 모로 굴린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는 랑의 걸음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생각에 잠겨서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 응? 뭐라고 했어?"
마주쳤을 때와 다르게 제법 가까워진 거리에서 랑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화들짝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어느새 자신이 손을 대고 있던 벽에 손을 대고 있는 랑의 얼굴을 보기 위해 들어올려진다. 생각에서 막 빠져나온 탓에 혜성의 반응은 꽤 느릿했다. 하지만 곧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을 가늘게 접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맞아. 여기. 벽 안쪽은 비어있지 않지만."
혜성의 손이 랑의 손이 닿아있는 벽을 가볍게 두드려보이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런 건 관심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음... 여러분들이 자꾸 내가 뭘 잘못했나...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그냥 오해가 없도록 말을 하겠습니다.
일단 일상을 예약제로 잡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당장 돌리는 것도 아닌데, 일상을 구할때 할 수 있는 이가 없다. 당장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악용되지 않게 조금만 잘 지켜봐줬으면 한다... 라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일상을 많이 돌리는 것은 좋으나 너무 많이 잡게 되면, 그만큼 남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 생기니, 돌리지 않은 이들이 있으면 조금 양보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너무 일상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너무 길어져서 뭔가 다양하게 돌리기 힘들다....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일단 일리는 있으나, 이게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나로만 보기는 힘들고.. 아직은 악용되진 않지만, 이게 어떻게 보면 또 악용이 되기 쉽거든요. 이를테면.. 내가 원하는 이와 일상을 당장 못 돌려도 예약을 계속 해버려서, 한 사람이 독점을 하게 되거나... 혹은 일상이 계속계속 길어지면 특정 사람을 독점해서 계속 자신하고만 놀 수 있게 하다거나...이런 문제점은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사람이 많은만큼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라는...뭐 그런 내용이기에.. 당장은 문제가 되고 그러진 않다고 저도 일단은 판단하고 있고... 너무 악용한다 싶으면 다이렉트로 찌를거니까... 아. 나 어쩌지? 하는 생각은 안하셔도 됩니다. 예압.
성운의 얼굴이 뚜렷하게 상기되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된다. 꼬리의 털이 부풀어오르는 건 아무리 봐도 그가 뇌로 꼬리를 부풀려야지! 하고 의도하는 게 아니라 척수반사인 것 같다. 무슨 노래냐고 궁금해하는 리라에게 이어폰 한 쪽을 넘겨주고서야 성운의 꼬리털은 느릿하게 부피를 다시 줄여갔다.
“응, 너한테도 들려주고 싶었어─”
아직까지 들통나지는 않은 것 같다. 성운이 리라에게 이어폰을 건네줄 때의 그 자세는, 우연히 찾아낸 좋은 노래를, 좋은 순간을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나누고 싶어하는 소박한 소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적어도 지금 이 순간까지는 말이다. 그렇지만 귀에 이어폰을 꽂은 순간 덜컥 정지해버린 리라를 보고 무슨 문제 있나? 하고 리라를 걱정스럽게 살피던 소년의 눈동자는 소녀가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아하던 어떤 사실을 읽어버리고 만 모양이다. 웃는 얼굴 뒤로 리라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한가득히 차오르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내어놓는 리라의 목소리와 때마침 지금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파트의 목소리, 우연히 마련된 명백한 대조군은 무언가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성운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보라색 눈동자를 까만 눈동자가 바라보는 잠깐의 정적.
“응, 팝송은 그렇게 잘 듣지 않았는데 이건 계속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성운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개의치 않기로 했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잠깐 고민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성운이 짓고 싶은 표정은 하나였다. 성운은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예상대로다. 그들은 불량학생이고 여기서 담배든 뭐든 일탈 행위를 하다 쫓겨난 게 맞구나. 랑의 대답에 간단히 결론 지어버린 리라는 문득 상대를 가만히 바라본다. 일전에 만났을 때도, 최근에 시위를 막으러 나갔을 때도, 사실 멀리 돌아갈 것 없이 지금도 랑은 항상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건 믿을만 한 단단함이기도 했고 함부로 덤벼들지 못할 카리스마나 위압감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으며 동시에 조금 날카로운 무언가였다. 누군가를 제압하거나 압도하기 충분한 기량.
다만 리라는 아직까지 랑을 특별히 무섭다고 여겨본 적은 없었다. 그야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랑은 그가 아무리 귀찮고 성가시게 굴어도 항상 어느 정도 받아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소망을 드러냈을 때도 무조건적으로 밀어내지 않았다. 그 점이 항상 리라를 기쁘게 한다. 리라는 랑의 손끝을 살짝 잡으려 했다. 잡혀주었다면 흉터 자국만 남고 아문 손바닥을 확인한 후 활짝 웃었을 것이다.
"잘 됐다! 중간에 시위 일도 있었고 해서 걱정했는데, 흉터는 있어도 다 나았네요. 손이라서 의도적으로 안 쓰긴 좀 어려웠을 텐데."
'참 잘했어요~' 라고 덧붙일 것 같은 말투로 한참 조잘거린 리라는 곧 손을 뗐다. 시위. 그 한 단어가 잠깐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 탓이다.
"맞다, 저 언니한테 물어볼 거 있었는데. 좀 더 있다 가도 돼요? 다마고치도 구경하고 싶고~"
뭐 아무튼 저런 이유로 캡틴은 어지간하면 꼭 돌려야한다... 전 은우와 세은이에게 꼭 이걸로 뭘 하고 싶어요! 시간 좀 줄 수 있나요? 라는 제안이 아니면...어지간하면 멀티 하나 정도로 끝내는 편이고.. 상대도 이미 멀티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지간하면 거절하고 그런답니다.
Q.그럼 캡틴도 특정 캐릭터와 어떤 일상 돌리고 싶고 그런 거 있나요? A.없는 것은 아닌데 그거 거론하는 순간 편파 캡틴이 되어서 조정 스레에 끌려가버려요. 쉿. (윙크)
>>0 오늘의 청윤은 부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책을 읽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러곤 그동안 받았던 캐러멜 같은 단 것들을 하나하나 입에 넣고 녹였다. 그렇게 허송 세월을 보내던 청윤은 앞에 놓인 하얀색 통을 봤다. 그 통 안에 든 것은 구슬이었다.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구슬을 양쪽에 놓고 한쪽 끝에서 약한 공기탄으로 구슬을 맞춘 뒤 반대쪽 구슬에 정확히 맞추는 놀이를 계속했다.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니, 사실 학교에서 따라붙는 인파를 생각하면 성운이 지금까지 몰랐다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으니 들켜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지금만큼은 성운이 알지 않았으면 했다. 과거에서 눈 돌리고 싶거나 과거의 나를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찬란했던 그 때를 애써 묻어두고 모른 체 할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인첨공에 와서 만난 이 하얗고 선량한 소년은 아이돌 이리라가 아닌 인간 이리라를 먼저 봐주었고, 리라는 이것 또한 괜찮은 경험이라고 느꼈다. 공인이 아닌 개인으로 봐 주는 시선. 인생에 통틀어 드물었던 것. 바깥에서 존재할 수 없었던 것.
"—그랬구나! 이 노래 괜찮지, 멤버 파트도 균일하게 들어갔고 가사도 좋아. 멜로디도 신경써서 나왔고... 수록곡이라 타이틀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 성운이는 어떻게 이걸 들었네."
그 말대로 성운이 듣고 있는 곡은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음악방송에서 퍼포먼스를 보이지 않는 서브곡의 운명이 그러하듯 이 노래 또한 팬들 사이에서 화제된 후에는 적당한 조회수만을 남기고 고요히 가라앉았으니까.
"내 친구가 뭐 때문에 울적했을까~ 울적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 노래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야. 내가 다 기분이 좋다."
꼬리에서 감정이 꽤 적나라하게 보이는 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중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이점이라고 생각하며 리라는 턱을 괸다. 노래가 따가운 소리로 가득차 있던 고막을 씻어주는 것 같다. 한동안 듣지 않았었는데.
"따라 부르기도 나쁘지 않은 곡인데, 나중에 같이 노래방이라도 갈래? 가서 같이 이거 부르자."
“응, 문제만 보고 풀 거면 여기 이 문제집이 원리 이해하기에는 더 좋더라고. 성적을 올리려고 처음 결심했으면 이게 좋아.” “사탐 국사 팔 거면 문제집도 좋지만, 책도 읽어보는 건 어때? 결국 다 책에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니까.” “나?” “이래봬도 스무 살은 넘었어. (웃음)”
>>466 혜성 자신이 다가오는 걸 알아채지 못한 듯,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자신을 살짝 올려다보는 혜성에게 시선을 주던 랑은, 벽 안쪽이 비어있지 않다는 말에 다시금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그렇지, 속이 메워지지 않은 빈 공간 같은 게 있으면...궁금하니까."
왜 속을 채워놓지 않았는가, 어째서 여기는 비어 있는가... 그런 의문이 피어오르기 마련이고, 확인할 수 있다면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한 것이다.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누구든 여길 찾아와서 뭔가 시도할 것 같기도 해서.
"그러는 너는?"
벽에서 두어 발 물러서는 혜성을 돌아보며 그리 묻는다. 왜 굳이 벽에서 떨어지려고 할까. >>483 리라 자연스럽게 판단을 내리고 있는 리라의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가만히 서서 쳐다보던 랑은 자신의 손끝이 붙잡히자, 붙잡은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물어 있는 걸 보곤 활짝 웃는 걸 보니, 쓰지 않고 내버려 두길 잘했다 싶다.
"쓰지 말라고 했으니까, 안 나으면 귀찮고."
정확히는 네가, 쓰지 말라고 했으니까지만. 누군가가 쓰지 말라고 했는지는 빼놓은 채로 그렇게 이야기하던 랑은, 손이 떨어지고 나서 뭔가 물어볼 게 있었다는 리라의 말에 느릿하게 고갤 끄덕였다.
"마음대로 해, 바쁘지 않으면 뭐..."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 서 있기가 그랬는지, 햇빛이 잘 드는 옥상 한켠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수경주! 아앗... 아아앗... 저도 지금 막 돌리고.. 선레를 기다리는 중인지라....8ㅁ8
그리고 부디 아무도 찔리지 말아주세요. 이게 참.. 뭐라고 하면 좋을까. 일단 제 스타일은 진짜 문제라고 판단되는 이가 있으면 직접 지목해서 이러이러하니까 주의해라. 이런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제가 그런 말 한 거 아니면... 자책할 필요도 없고 미안하다고 할 필요도 없어요.
동물들에 대해 알려진 말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고양이는 죽을 때가 되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곳에 가서 생을 마감한다는 말.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그런 곳을 알고 있을까. 늘 다니는 길, 골목, 건물과 구조물 사이. 그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음을 알고, 기억해두기 때문은 아닐까.
저지먼트를 시작하고 매일 바쁜 나날이었지만 간혹 그런 날도 생겼다. 순찰이나 다른 근무는 없으면서 커리큘럼도 일찍 끝나 시간적 여유가 넉넉한 날. 그런 날은 간단한 소지품 만을 챙기고 훌쩍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통금 전까지 정처 없이 떠돌거나 혹은 어딘가에 박혀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루틴이 최근 일상 속에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평소 잘 가지 않던 폐허들 근처를 조용히 걷고 있었다. 분명히 혼자 걷고 있었는데... 누가 옆에 있었다. 목소리가 들렸다. 그 누군가의.
'그래 저기! 저기가 그렇게 유명하다니까?' "...그래...?" '응! 내가 찾아봤는데 저기 들어가서 &%%$#^을 하면 #$^%&이 된대!' "그래... 그럼... 갈까...?" '응응응!!! 가자! 얼른!'
나는 분명 이 길을 지나가려고만 했다. 하지만 걸음은 어느 폐허로 들어가고 있었다. 옆에서 이끄는, 뒤에서 재촉하는 누군가에 의해. 곧 쓰러질 것 같은 폐허로 들어가 어느 무대 같은 장치를 보는 순간,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대체 언제부터 감고 있었을지 모를 눈을 뜨자 딱 봐도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빛 한 줄기 없이 어두컴컴한 가운데 온갖 도구들이 난잡하게 널브러진 그 장소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는 곳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라고 생각하며 움직이려고 했는데.
"...어?"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뭔가 줄 같은 것에 묶여 앉은 자세로 고정되어 있었다. 깜깜한 곳에 갇혀서 묶인 상황이라니. 대체 누가? 아니 왜? 나를? 혼란에 빠져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필사적으로 줄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그 탓에 주변 물건들까지 움직여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근처까지는 충분히 울릴 만큼의 소음이었다.
혜성의 눈이 방금 전 자신이 손을 올렸던 벽을 바라보고, 랑의 말에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물음을 던졌다. 게시판의 포스트잇을 보고 온 것 같은데. 거기에 이어서 붙혀져 있던 7대 불가사의라는 내용이나, 이 벽 너머에는 사고난 커리큘럼실이 있다는 식의 내용은 보지 못한 걸까. 랑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면서 하던 생각은 벽에서 떨어지기 위해 걸음을 뒤로 물려내며 끊어졌다.
"게시판에 끼임 사고가 일어난 커리큘럼실이 폐쇄되었다는 말이 있었잖아. 진짜인지, 그냥 괴담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찾아낸 공간이 진짜 그런 곳인지 싶어서."
들어올리고 있던 손을 뒤로 돌려 깍지끼듯 맞잡으며 혜성은 랑의 질문에 답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와 다르게, 혜성의 눈은 랑이 아닌 벽으로 향해 있었다.
그래서가 아닌가 싶다. 대중문화에도 플로우라는 것이 있지만, 분명히 대중문화의 플로우와는 다른 자신만의 플로우를 타는 리스너들은 항상 존재했고, 그런 이들에게 타이틀곡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귀에 맞는 노래라면 NCS 등의 카피라이트-프리 플랫폼이나 유튜브 라이브러리도 뒤져서 노래를 찾아내거나, 알고리즘이 가져다주는 곡들 중 좋은 곡들을 책에 단풍잎이나 꽃잎 끼워넣듯 주워모아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이들이 있었고 성운도 그 중 하나였다. 딱히 먼저 다가가지는 않았으나, 다가온 것들을 소중히 할 줄 알았다. 노래가 그렇듯 사람도 그랬고, 온 더 로드의 노래가 그렇듯 리라에게도 그랬다.
“누구나 밤중에 갑자기 착잡할 때가 있잖아. 대충 그 비슷한 거였어.”
별것 아니었다는 듯 성운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리고 지금은 괜찮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네가 같이 있잖아, 리라야.”
그리곤 웃어보인다. 웃는 얼굴로, 자신처럼 얼굴이 조금씩 풀려가는 리라를 보더니 성운은 조금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더 내어놓았다.
“리라도 혹시 고민같은 게 있으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기억에 있는 후렴구를 끝으로, 멜로디가 마지막 소절을 남기고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하나의 노래가 끝났으면 다음 노래가 시작된다. 그때 리라의 등 뒤에 뭔가 부숭부숭한 게 와닿는 게 느껴진다. 뭔가 싶어서 곁눈질을 해보면, 성운의 꼬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리라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주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 그러고 보니 리라와 노래방 간 적 없었지. 응, 그것도 좋겠다.”
성운은 문득 지금 새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노래의 한 소절을 흥얼거렸다. 자기 꼬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르는 채로.
뭔가 좀 답답해, 숨을 쉬고 있어도 숨이 막혀, 호흡이 가뻐. 하루가 멀다 하고 넘어지기에 바뻐, 삶의 무게가 어깰 짓눌러. 분명 휴식이 필요해, 숨 쉴 공간이 필요해, 좋은 대화가 필요해······. 나쁘지 않은 낯설음과, 느리게 가는 그 시간과, 좋은 디저트가 필요해······.
>>620 원래였다면 은우가 빠지라는 것에 별 말 없이 인정하겠지만, 과로 해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놓고 또 과로하는게 걱정됨+도와주겠다는 말도 여전히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해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대한 무력감 때문에 아마 그때처럼 폭발 직전의 상태로 복귀할 것 같..
그 백색광귀라는 상태가 부상을 입어서 시야가 흐려지는 상태에서 억지로 정신을 붙잡아야 나오는 상태를 뜻한다고 저는 보기 때문에 현재 청윤이 멘탈이면..
확실히 미지의 공간이나 미지의 존재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렇긴 한데, 그렇다면 더 이상 미지가 아니게 되면 무섭지 않은 게 아닌가? 미지를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 건가, 아니면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그런 걸 탐구하는 걸까, 아무래도 좋지만.
"나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야기를 나누곤 있지만, 혜성의 시선이 벽에 반쯤 고정되어 있는 걸 확인한 랑은 자신도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많이 두꺼운가? 벽이 얇다면 부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빈 공간이라면 채워야 한다. 학교 측에 전달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안에 뭐가 있는지 볼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안에 뭐 들어있는지, 알아?"
불길한 느낌 자체는 약간 있지만, 이 벽 너머에서 목숨을 위협할 만큼의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랑은 꽤 힘을 실어서 쿵쿵, 하고 벽을 두드려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하렴없이 보내던 중이었다. 이런저런 죄책감도 들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되고,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이젠 정말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는 절박함. 그 많은 것을 고작 열아홉살밖에 안된 고등학생이 감당하는 것은 너무나 무겁고 힘들었다. 허나, 이 사회는 그것을 감당하는 것을 요구했다. '퍼스트클래스'니까.
차라리, 이럴 때 웨이버라도, 아니. 하다 못해 레드윙이라도 조금 자유롭거나 상황이 괜찮다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철저하게 그는 혼자 남았다는 생각에 젖어들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침울한 물구덩이에 빠져들고 있을 때 자신을 끌어올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언제 온 것일까? 저지먼트의 부원이 있었다. 이름이...
"애린이?"
그녀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은우는 애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마 그의 얼굴은 조금 수척해있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으니 더더욱. 허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는 표정을 관리하며 일부러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냈다.
"원래 열아홉살이 되면 막 감성적이 되어서 달을 보러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그래. 하핫. 어때? 풍치를 느끼는 부장님. 멋지지 않니?"
슬며시 몸을 옆으로 돌려 물 위에 떠 있는 달을 가리키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리고 일부러 인위적인 웃음소리까지 내면서 그는 밝은 목소리를 가장했다.
"그러는 너는? 뭘 잃어버려서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산책 중이니? 순찰은... 혼자 있는 것을 보면 아닌 것 같고 말이지. 너무 늦게까지 돌아다니면 안돼. 안 그래도 흉흉한 인첨공이 다 되었잖니."
솔직히 그날 봤던 태도를 생각하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라 아직 나아있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문 걸 보니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좋다. 리라는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맞아, 안 나으면 계속 귀찮고 불편하죠. 잘 나아서 진짜 다행이다!"
기왕 낫는 거 흉터까지 안 남고 말끔히 나았으면 좋았겠지만 일단은 아문 걸로 됐다. 아팠던 자국은 시간이 가면 조금씩 옅어질 수도 있으니까. 당장 갈라져 피 흘리지 않는다면 서서히 지워질 것이다.
"지금은 한가해요~ 물어볼 게 뭐였냐면, 어디 보자."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랑이 가는 대로 따라간 리라는 곧 주머니를 뒤져 작은 수첩을 꺼냈다. 무선인 데다가 종이의 재질을 보면 간단한 스케치 용도로 사용되는 물건인 듯싶다. 랑이 적당히 자리를 잡는다면 리라는 곧 곁에 붙어 네 장의 스케치를 보여줄 것이다. 목걸이, 팔찌, 반지, 귀걸이. 주황색 보석이 박힌 심플한 디자인의 장신구를 그린 그림이다.
"사실 저 레벨이 올랐거든요. 이번에 있었던 시위 일도 그렇고, 도움 될 만한 아이템을 평소에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두면 좋을 거 같아서 몇 가지 생각해 봤어요. 우선 이건 장신구형 방어 아이템인데, 차고 있으면 위험한 공격의 영향을 어느정도 막아줄 거예요. 아직은 일회용으로밖에 쓸 수 없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하나쯤 지니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리라는 랑에게 수첩을 건넸다.
"본격적으로 해 보기 전에 언니 하나 주고 싶었어요. 이 중에 어떤 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오늘은 딱히 순찰을 돌면서 불량한 학생들도 만나지 않았고, 나름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듯 했다. 하늘에서 날아온... 벼락 같은 무언가를 제외하면...
정신을 차려보니,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위화감이 있었다. 평소보다 좀 더 기력이 넘치는 것 같았으나, 그러면서도 묘한 고독함을 느꼈다. 마치, 내 심정과는 달리 육체 자체에서 오는 고독함이 나를 휩싸고 있는 듯 했다. 왜지?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나 자신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전에 더 본적 없는 괴물같은 모습으로 변모한 나를 볼 수 있었다.
"이럴수가! 과연 누구나 알아줄까! 이런 모습이 되어, 세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괴물이 되어버린 내 신세를!"
평소보다 더 커진 덩치에, 시체같은 창백한 피부. 그리고 몸 곳곳에 박힌 전극과 머리에 달린 볼트... 무엇보다, 그것은 그저 장식이 아니었다. 지금도 내 몸 곳곳에 힘을 부여하는 전기와 그 스파크가 가끔씩 지직대며 튀고 있었다.
그러한 것을 신경쓸 겨를도 없이 옥상에서 목화고를 내려다 보았다. 그곳은 참담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괴물이 되어, 혹은 이형의 존재가 되어 날뛰고 포효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지옥도이다. 단테도 이곳을 과연 보았을까? 세상 그 누가 베르길리우스가 되어 나를 이 지옥에서 꺼내 줄 것인가?
"오호 통재라. 그리고 내 말투는 어쩌다 이렇게 되고 말았나? 이것이 정녕 나인가? 나의 껍질을 뒤집어 쓴 무언가가, 나 자체를 속이는 것이 아닌가?"
연거푸 제기되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내려놓은 채, 나는 알아채었다. 나는 지금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물이 되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뭔가 이상했다. 차라리 나도 저들처럼, 매체에서 자주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들처럼 지능 없는 바보가 되어 행복했으면 좋았을 것을. 왜 원전처럼 이렇게나 날카로운 정신과 더불어 그만큼 날카롭게 내 살을 파고드는 고독함을 주고 말았는가? 어떤 악랄한 자가! 내게 이러한 고통이자 저주를 주었느냐 말이다!
"이 악몽은 깨어나야만 할지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재빨리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내게 깃든 이 절망은 뒤로 한 채, 내게 원래부터 있던 것을 고수해야 할 시간이다. 괴물이 되었어도 나는 저지먼트이다. 최소한 그것만은 내가 가지고 있다. 고로 이 수라장을 정리해야만 하리라.
>>651 미소가 얼굴에 가득한 리라를 뒤로하고 옥상의 한쪽 모서리로 가 앉은 랑은, 자신 옆에 앉아서 작은 수첩을 꺼내 보여주는 리라의 의도대로 수첩에 있는 스케치를 쳐다보았다. 주황색 보석이 박혀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장신구들, 아직 실체화시키진 않은 모양이다.
"이런 것도 되는 건가, 대단하네."
간단한 옷 같은 것 정도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특정 효과를 내는 장신구도 만들 수 있는 건가 생각하니 새삼 더 대단하다 싶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던 랑은 리라가 수첩을 건네주자 얼결에 받아들고는 스케치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자신에게 가장 먼저...
"그럼 반지로 할까."
목걸이와 귀걸이는 이미 하고 있고, 팔찌는 글러브를 낄 때 걸리적거릴 수 있다. 반지는 잠깐 뺐다가 다시 끼면 되고, 반지를 낀 주먹으로 주먹질을 하면 더 아프겠지, 그럼 반지로 하자. 꼭 방문판매 전단지를 받고 상품을 고르듯, 스케치 중에서 반지를 손가락으로 찍으며 리라에게 수첩을 돌려준다.
목화고에 마련되어 있는 양궁장. 정규 훈련 시간은 진작에 끝났으나, 소년이 부탁하여 아직까지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 가운데 부탁을 받아 그의 훈련을 도와주는 어느 선배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했다. 바람을 일으키는 에어로키네시스 계열 능력자인 그는 지금, 바람으로 실을 흔들고 있었다. 그 실은 희고, 딱 한 가닥이라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글쎄요? 잘 되면 한 번 나가볼까요?"
하얀 소년은 방긋 웃으면서 시위를 당겼다. 소년이 손을 놓고 거세게 튀어나간 화살은 실을 끊어내고 과녁에 부딪혔다. 그 모습을 본 선배는 혀를 내둘렀다. 저게 사람이 할 짓이냐.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다. 소년이 새로운 실을 풀어내는 것을 보던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디까지 할려고?"
그 물음에, 하얀 소년은 아무것도 없는 순백으로 그를 보았다. 평소보다 어쩐지 생기가 없어, 순간 그는 한 발자국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이어 소년은 베시시 웃으면서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어버린 태진좌... 원전의 그 고풍스러운 어투와 지적인 언행이 ㅇ우락부락한 외형과 스파크 튀는 모습이랑 겹쳐져서 아주 잘 표현이 되었어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바보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파에서 아주 흡족하게 보고 있따 매번 재밌는거 고맙다!!
늘상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별명으로 받아치는 것, 빙글빙글 웃는 그녀의 시선이 휘어지듯 호를 그렸을까?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이쪽을 바라본 당신의 얼굴은 꽤나 수척해져있었다. 물론 그 전까지만 해도 과로 때문에 병원신세를 졌다고는 해도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였을까?
"으헤~ 열아홉이 되면 다가올 세상의 풍파를 고민하는 나이가 되는 검까~ 적당히 운치있고 나쁘지 않겠네여."
표정을 가다듬어 다시 만들어내듯 큰 심호흡 뒤의 당당한 모습이나 키득거리는 웃음이 다시금 보였지만 그게 방금 만들어낸 것이라는 정도야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딱히 무어라 하지 않는 것 또한 본성일까,
이내 몸을 돌려 물에 비친 달을 가리키는 당신을 따라 물가를 바라보았던 그녀가 생각에 잠긴듯 하다가 말을 꺼냈다.
"아녀? 뭔가 잃어버려서 찾으러다니는 중임다. 근데 굳이 힘들여 찾을 필요는 없었나 보네여."
알수 없는 말을 먼저 내뱉는 것도 으레 있는 일이었다.
"흉흉함까? 뭐어... 요근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야 그렇겠지만, 어차피 대부분은 모르고 살아가는거 아님까. 원래 산다는게 다 그렇슴다. 게다가 즈는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것도 익숙함다~ 그부분은 걱정 마십셔."
혹자는 밤을 좋아하면 도둑이거나 수상한 사람이라고 했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수상한 사람인 걸까?
적어도 자신은 그 점례라는 호칭을 따라줄 생각은 없다는 듯, 은우는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받아쳤다. 물론 그녀의 페턴은 자신도 옆에서 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별명으로 불러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말로 증명서를 가지고 온다면? 어쩌겠는가. 정말로 점례라고 불러야지. 핸드폰에서도 점례라고 이름을 바꾸고.
"의외로 그런 이들 많을걸? 입시라던가 이것저것 있잖아. 질풍노도의 나이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하핫. 퍼스트클래스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단 말이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도 고등학생이니 말이야. 가끔은 달을 보러 나와. 물로 너무 늦으면 세은이에게 혼나지만 말이야."
마치 누군가의 등을 때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처럼, 은우는 제 손을 올려서 허공에 힘껏 휘둘렀다. 요놈. 요놈. 세은이의 목소리도 어설프게 따라하면서. 이어 그는 팔을 내리면서 다시 키득거렸따.
"왜 날 보고서 잃어버린 것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건데? 잃어버린 것이 나라는거야?"
흐음? 그런 소리를 하면서 그는 슬며시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말.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것도 익숙하다는 그 말에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제 상의 주머니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은 저지먼트의 부장으로는 조금 주의를 줘야 할 것 같은데. 뭐. 됐어. 오늘은 저지먼트의 부장으로서 여기에 나온 것이 아니니까. 특별히 봐줄게. 하지만 혜승이에겐 걸리지 않도록... 그래서..."
이어 그는 몸과 고개를 냇가쪽으로 살며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달로 옮긴 후에 잠시 조용히 그 달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볼일이야? 나에게? ...찾는 것이 나라면 바로 용건을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그냥 헛소리로 넘겨주면 고맙고."
어둠 속에서 새하얀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아직은 아무 일 없다. '아직은'. 감독들은 애초에 이쪽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항상 자신들의 '작품' 에만 관심을 둔다. '연기자' 들은 방해만 안하면 된다. 그렇다면 주의해야 할건......
덜그럭
" .....? "
이런 소리는 처음인데. 괴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한건 아니지만, 이번건 좀 다르다. 괴이들은 항상 인간을 따라하려고 안달이 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 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다. 땅이 울려 주변 물건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모를까, 갑작스럽게 나는 이런 소리는 확실히 이상하다.
일단은 소음이 나는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괴이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슬금슬금 움직이는 동안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이게 다른 녀석들을 자극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 .......! "
그렇게 움직이다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묶여있는.... 사람? 적어도 괴이는 아니다. 스튜디오의 괴이들은 EX타워처럼 흐릿하거나 시체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흐릿한 대신에 더 끔찍하다. 성형 부작용이라도 걸린 듯이 눈이 비대하게 커져있거나, 코가 두 개 라거나. 이목구비가 굉장히 비틀려있다. 하지만 저기 묶여있는 사람은 일단 모든게 정상.... 아니 애초에, 저지먼트에서 봐오던 사람이잖아...?
" 쉿, 쉿!! "
일단 몸부림이라도 멈춰야 한다. 어째서 의자에 묶여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종당한 상태고 이곳이 스튜디오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연기자'의 영역에 들어와있을 수도 있다. 작품이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는 이 특이한 괴이들은 괜히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최대한 낮춘 목소리로 말을 걸어본다.
알고리즘이라는 건 대단하다. 그것 덕분에 묻혔던 컨텐츠가 다시 물 위로 올라오고, 가끔은 더 나아가 빛을 보기도 하고, 보컬이나 악기 커버 등으로 재생산 되거나 패러디 되어 명맥을 이어가기도 한다. 인공지능이나 기계에 대해 깊은 이해는 전무한 리라였지만 새삼스레 과학의 발전에는 감명받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도 그럴 게, 귀중한 친구가 그의 과거 일부를 듣고 좋다는 감상을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해 주었으니까. 그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때였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쨌거나 사랑했던 일이다. 그 시절의 조각을 기꺼이 아름답다 해 주는 말이 어떻게 기껍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행이야. 내가 성운이한테 착잡함을 덜어줄 수 있는 존재라니 너무너무 기쁜걸?"
진심이었다. 이 작지만 사려 깊은 친구는 언제나 리라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내어주곤 한다. 작년부터 그랬다. 이 애의 다정한 안내에 리라는 헛도는 바퀴처럼 제대로 구르지 못하던 몸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등을 토닥이는 감촉에 시선만 슬쩍 돌리면 부드러운 꼬리가 몸을 쓸어주고 있다. 그러면서 태연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리라의 입장에서는 이게 능숙한 배려인지 무의식적인 동작일지 갈피 잡기 어렵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래도 어떤가 싶다. 꼬리는 부드럽고 청량한 음성은 감미롭다.
"노래 잘 한다. 성운이랑 노래방 가면 엄청 재밌을 거 같아."
그리고 잠깐의 침묵.
"......고민, 이랄 건... 글쎄.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데."
또다시 침묵.
"당장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건 없지만 부탁하고 싶은 건... 있는 거 같아."
띠리링. 띵. 세탁이 완료됨을 알리는 기계음이 세탁방 내부에 울려퍼졌다. 리라는 잠시 성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렵게 입을 뗀다.
여성은 한숨을 내쉬며 창을 통해 보이는 그녀의 행동을 예의주시했다. 먼젓번에는 야구배트를 들고 직접 쳐내는 단련을 했다면 이번엔 방어적인 단련일까? 진압용 방패를 들고서 평소보다도 더 빠르고 강하게 공을 던지는 발사기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렇게 몇분이나 지속되었을까, 슬슬 그녀가 뒤로 밀려날 즈음에서야 발사기는 공을 던지는걸 멈췄다.
"아하하하하~ 손이 조금 얼얼하네요~"
얼얼한 것 뿐만이 아닌 붉게 변해 부은것 같지만, 이정도야 푹 쉬고나면 금방 나을 수준이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 ...그나저나, 오늘은 좀 얌전해보이네?" "아이 참, 선생님도... 이런 때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게다가 아얘 없던 일도 아니고 말이죠~" "후후후... 그건 또 그렇네. 그래서, 오늘은 또 어떤 괴상한 음식을 두고 사라지려고 그러시나~?" "괴상한 음식이라뇨! 정성이 담긴 거라구요?"
그녀는 살짝 토라진듯한 어투가 되었지만 얼굴이 반쯤은 안개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으음... 그러게요... 오늘은 평범한 치킨과 파스타일까요?" "그게... 평범했었나?" "다들 배달음식에 익숙해져있을 뿐이지 사실 누구나 만들수 있다구요~"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만들어보고는... 아냐 아니다. 역시 난 요리는 안 맞아."
여성은 뭔가 말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새차게 저으며 이마를 짚었다. 얼마전의 "지옥늪지대꽃게용암탕"을 만들었던 자신의 손을 애써 부정하던 것일까?
"우후후후... 너무 의욕이 앞서도 안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꽤 맛있었는걸요?" "그게... 맛있었니...?" "네! 외형만 조금 손을 봐준다면 분명 손색없는 요리가 될거에요!" "뭐... 네가 그렇게 말해주는건 고맙지만... 일단 오늘은 패스~"
>>0 Picrewの「どろりっち」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zX0QFGyMoG #Picrew #どろりっち 실로 무시무시한 꿈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너덜너덜한 선원복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던 데다가 허리춤에는 총알 다 떨어진 화승총이 달려있지 않나, 몸 여기저기서는 비릿한 바닷물냄새가 빠지질 않나, 거울을 봤을 때는 고1 학생 얼굴은 어디가고 물에 팅팅 불은 창백한 뱃사람이 보일 뿐이었다. 거기에 걸어다니면서 입버릇처럼
혜성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보였다. 그런가. 하는랑의 반응에 대한 답이었다. 인첨공에 와서 알게 된 것은 자기 자신이 의외로 여러가지에 취약한 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모든 것은 무지에서 오는 공포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너는 여기 왜 왔어? 괴담이나 불가사의를 좋아하는 거 아니라면서."
벽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의 눈길이 이번에는 자신과 똑같이 벽쪽으로 시선이 향한 랑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물음을 던졌다. 좋아하거나, 탐구하는 게 아니라면 가볍게 보고 넘겨도 좋을 내용이었으니까. 처음 포스트잇을 붙힌 자신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게시판을 보고 떠올렸을 정도로 그만큼 가벼운 내용이었다.
"우리 커리큘럼실에 있는 기본적인 것들. 의자라던가, 오래된 기품들."
쿵쿵, 벽이 울리는 소음에 나직한 혜성의 목소리가 용케 묻히지 않았다. 능력을 사용하더라도 자신이 보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시 능력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말리지 않으면 저 벽이 무너질 때까지 두드릴 것 같은 랑의 팔에 혜성은 자신의 손을 올리려고 했다.
골목 속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는 걸 흘긋 보던 희야는 이내 시선을 옮겼다. 동물은 희야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박자박 골목길을 걷던 희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가요? 두 사람은 탐정이구나……."
맛탐정. 그러니까, 요컨대 둘 다 괜찮은 카페를 아는구나를 돌려 말한 것이다. 정하라는 인간은 최근에 신체의 일부를 통제 당해서 알고 있고, 아지라는 인간은 게시판에 쪽지를 붙여서 알게 된 사이다. 특히 아지라는 친구는 어디에서 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희야는 눈을 휘었다.
"으응, 좀 춥지. 골목을 나가면 따뜻해질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슬슬 어두운 골목을 지나 각종 빛무리가 멀리에서 보이고 웅성거리는 거리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니, 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수상한 장소가 있다는 듯 확신의 끄덕임이었다. 그리고 눈을 휙 휘어 웃는 모습이 잔망스럽다.
"엣헴. 이 희야가 쌓아온 데이터니까요! 연구원들도 많이 도와줬어요."
마침내 골목을 온전히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새하얀 간판 우측에 자그마한 연갈색 글씨로 상호명이 쓰여있는 개인 카페가 드러났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 내부는 딱 봐도 아늑하다. 희야는 허리를 쭉 폈다.
그렇다, 이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현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한때 그녀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대부분의 경찰을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그것을 증명한 무능한 태도는 청윤이의 스트레스 지수를 올린 것이 분명하다. 병원에서의 일도 청윤이에겐 스트레스였다. 실제론 그는 리더였고, 그만큼의 강함을 가졌다. 하지만, 청윤 본인으로썬 알길이 없었고, 블랙 크로우의 일원 한명도 제대로 쓰러트리지 못하는 자신의 약함에 대한 무력감이 생겨났다.
그 무력감은 열등감이 되었고, 열등감은 무능함에 대한 분노가 되었고, 분노는 자기혐오의 형태로 나타났다. 원래였다면 열등감에서 그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레벨3이 되어도 레벨4에겐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 도넛이란 단어도 그녀의 스트레스를 상승시켰으며 가고 싶지 않았던 시위 현장에서 샹그릴라가 안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씩은 동의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시위 현장에서 겪은 노이즈는 그녀의 무력감이 합쳐지니 자기 혐오가 되어버렸다. 자기 혐오란 감정이 생겼으니, 그녀의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지더라도 다시 생기곤 했다. 시위 현장에서 벗어난 뒤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몸부림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연습할 사항은 많지만, 고작 제압탄 밖에 쏠 수 없는 자신, 레벨3이나 되면서 약하다니, 레벨 0~2를 우롱하는 것 같은 자신, 부장에게 의견 표출을 하지도, 부장의 말을 따르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해보이는 자신, 그렇게 스스로의 모든 것을 깎아내려가다보니 그녀는 금새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커피만을 연거푸 들이키며 일상루틴만을 보내는 것. 책을 읽지도, 볶음밥을 먹으러 나가지도 못했다. 저지먼트로써의 모습이 조금 더 폭력적이면서도 지친 것처럼 변했다는 소문이 슬금슬금 돌기 시작했다.
충격받은듯 가슴을 부여잡고 휘청거리는 시늉을 해보이는 그녀였다. 물론 몇번이나 반복해도 오늘 들려준 답을 다시 반복할 사람이란거야 알고 있지만, 혹시 아는가? 그녀는 그런 빈틈을 노리려 하는 버릇이 있었다.
"뭐어, 일단은 그렇져~ 퍼스트클래스도 일단은 사람임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무슨 일이 있다면 화내고, 울고, 웃고... 다치면 병원에도 가고 그러는 평범한 사람 말이져. ...그리고 그렇게 늦게까지 돌아다녔단 이유 하나만으로 동생에게 등짝 스매싱도 맞고 말임다~"
당신이 세은을 흉내내듯 목소리까지 바꾸어가며 등을 때리는 시늉을 하다 키득거리자 그녀 역시 푸스스 하고 웃음소리를 내었으려나?
"엨, 그건 좀 봐주십셔~ 머, 다른 분들한텐 신경쓰이지 않게 처신 잘 하고 있으니까 말임다~"
당신이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상의 주머니에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자 당황한듯 표정을 바꾸며 살짝 뒤로 물러났을까, 물론 당신 말대로, 저지먼트 부장으로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닌듯 했지만...
"꼭 사람을 용건이 있어야만 만나고 그럼까?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면 여유가 있다 싶음 얘기도 하고 그러는 거져~ ...아니믄 퍼스트클래스하고 대화를 하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거나...? 에이 슬마~"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겠지만... 인첨공이란건 그렇게까지 빡빡한 세상은 아닐테니 말이다. 당신을 따라 물가의 달을 바라보는 시선은 방금전까지의 익살스럽거나 얄궂은 표정이 아니었다. 똑같이 사색에 잠기듯, 진지한 표정이라고 봐도 될까? 아마 그건 그녀의 표정을 마주할 당신만이 알 것이다.
"그래도 방금 용건은 하나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여. 왜 하늘이 아닌 물 위의 달을 보고 계신지라던가 말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어느 정도의 무력감을 불러오는지 아는가? 질문만 듣고 상상해본다면 그저 조금 답답하거나 짜증나거나 그 정도의 대답이 전부였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다면? 그리고 그 상황이 당장 자신에게 닥친다면?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덜컥, 덜컥 덜그럭!
의자인지 뭔지 아무튼 앉은 자세로 고정된 것에서 풀려나려고 제법 격하게 몸부림을 쳤다. 무력감은 고독에 버금가는 독이었다. 빨리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 생각 하나에 매달려 줄에 쓸리거나 말거나 팔다리를 비틀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조용히 하라는 신호였지만 내가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흐힉!"
묶인 채로 덜컹거릴 정도로 깜짝 놀라 움직임이 멈췄다. 그 뿐일까. 잠깐이지만 숨 쉬는 것도 눈 깜빡이는 것도 잊고 정체불명의 등장인물을 보았다.
커다랗게 뜨인 눈이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분명 누군지 알 것 같은데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부정확한 기억에 대신 차오르는 건 불안이었다.
"ㄱ...가까이 오지 마. 뭔데. 너 뭐야? 여긴 대체."
내 머릿속은 그가 누구인지 떠올리기보다 당장의 상황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일념 하나 뿐이었다. 여긴 분명 아까 지나치던 폐허 안일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니까 나가기만 하면, 그러려면 이것부터 풀어내야.
"이익...!"
잠깐 조용해졌던 것이 무색하게 다시 덜컥대는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어차피 능력이면 다 나을 테니까, 몸이 어떻게 되건 상관 않고 어거지로 몸을 비틀어댔다. 그에 따라 불쾌한 소음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들뜨고 만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놓았을 때 긍정적 피드백을 듣는 경험은 언제 받아도 새롭고 질리지 않는다. 자못 의기양양한 태도로 손가락 V자를 만들어 보인 리라는 곧 한참 동안 스케치를 바라보는 랑을 바라보았다. 옥상의 모서리는 적당히 따스했고 이따금 불어닥치는 바람이 머리를 심하게 헝클이지 않을 정도로 선선히 흘러와 머리카락을 데우는 태양의 열기가 너무 짙어지지 않게끔 식혀주곤 했다. 리라는 이쯤에서 왜 미디어에 옥상을 배경으로 한 이런저런 사건들이 그렇게나 많이 나오는지 이해하고 만다. 좋은 장소다. 어쩌면 자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좋아요, 반지로. 바로 드릴게요."
돌려받은 수첩을 쥐고 반지를 실체화 시키려던 리라의 손이 잠시 멈칫한다. 왜 자기부터냐고.
"그냥 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나던데? 최근에 다친 걸 봐서 그런가. 아니면 시위 때 그런 일이 있었어서...?"
갑자기 물어보니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그냥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랑이었다. 그게 왜냐고 물으면—... 리라는 잠시 멈춘 손을 다시 움직여 반지를 실체화 시킨다. 은빛의 매끄러운 몸체, 주황색 보석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반지가 현실에 나타났다.
"이거 있어도 조심해야 해요. 대미지를 줄인다고 해도 레벨 3 수준으론 100퍼센트 막아주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일회용이기도 하고. 가급적이면 그럴 일이 없는 게 좋겠지만 그게 언니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랑에게 반지를 건넨 리라는 살짝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말이 너무 많았다는 걸 자각한 탓이다.
"음! 원래 이런 걱정까진 안 하는데, 최근에 그런 일도 있었어서 괜히 말이 길어지네요~ 귀찮았으면 미안해요."
간단하면서도 단호한 대답이 돌아와서 혜성은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딱 1년이다. 그마저도 결석이 잦을 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며 말을 섞거나, 펜이 없어보이면 펜을 빌려주며 짧게 이야기를 한 게 전부였으니 당연히 옛 동급생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응, 그게 다야."
아까전 랑의 대답만큼은 아니었으나 되돌아오는 랑의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혜성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그러다가 살짝 한쪽 눈가를 찡그리면서 곤란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혜성은 말을 덧붙힌다.
"내 능력은 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진 보지 못하거든."
자신의 행동에 벽을 두드리던 행동을 멈추는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혜성은 랑의 팔에 올렸던 손을 떼어낸 뒤 허리께로 내렸다가 곧 양손을 깍지껴서 맞잡았다. 부수면 안된다는 물음을 듣자마자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던 혜성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이 스쳐지나간다. 저걸, 부순다고? 부술 수는 있고?
"부수면 부장이 한소리할 것 같은데. 가끔, 깊게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일도 있잖아. 이것도 그런 걸로 하는 게 어때?"
"딱히 나를 찾아서 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적당히 헛소리하네..로 넘겨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해주진 않는구나. 확실히, 그런 절차는 없어. 그냥 지나가다가 말을 걸어도 난 손을 흔들고 인사하고 대답해줄테니까."
그건 아라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피식 웃었습니다. 어쨌건 특별한 용건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닌 것일까.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지금은 용건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으니까. 허나 이어지는 말. 막 용건이 하나 생겼다는 그 말에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시선은 계속해서 물 위의 달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물 위의 달을 보는 것이 이상하니?"
사람이 하늘을 보건, 물을 보건 그건 개인의 자유가 아니었던가. 왜 그런 것이 용건이 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그는 그 정도로만 대답했다. 하지만 굳이 '용건'이라고 한 이상 분명히 뭔가가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그 진의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내뱉었다.
"그냥 그러고 싶은 기분이라서 그래. 하늘이 아니라 물을 보고 싶은 기분. 가끔 그럴 때 있잖아. 의외로 에어버스터님은 감성적인 사람일지도 모르지? 안 그래?"
살며시 말을 돌리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다리 위 난관에 걸치고 있는 두 팔에 살며시 힘을 줘서 제 몸을 빙글 돌렸다. 그리고 등을 살며시 그 다리 난관에 기대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가끔은 그런 날도 있는 거야. 괜히 물을 보고 싶은 날. 뭔가 고개를 들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성운은 깨달았다. 아무리 저지먼트의 동료들을 따라잡지 못해 자신의 마음을 갑갑하게 만드는 게 안타까움이 아니라 추악한 질투였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아버리고 말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이 행복만큼은 그 어떤 반박의 여지도 없이, 온전하고 순수한 행복 그 자체라고. 아무리 마음속 한켠에 그런 감정이 있더라도, 자신이 이들을 따라가고 싶고, 같이 행복하고 싶다는 사실은 엄연한 진실이라고.
─그러면, 그걸로 괜찮겠다.
성운은 용기를 얻었다. 그것과 별개로, 머나먼 길을 정하기로 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기에, 그건 그것대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꼬리는 여전히 리라의 등을 토닥이고 있다. 문득 무의식적으로 부른 노래인데 칭찬을 받자, 성운은 오히려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 그렇게 잘하진 않는걸. 그래도 언젠가 시간 되면 노래방 가자.”
그리고 잠깐의 침묵. 성운은 굳이 리라에게 뭔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채근하지 않는다.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데, 하는 말에 응 하는 소리도 없이, 차분한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건조기가 작동을 마치는 알림음이 나도, 성운은 리라의 옆에 기대앉은 채로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리라가 마침내 앞도 뒤도 없는 소리를 내놓았지만, 성운은 시원하리만치 흔쾌하게 대답했다.
“믿고 있는걸.”
전부터 그랬어. 이따금 갑자기 와락 끌어안거나 갑자기 머리를 꾸미거나 하는 건 아직 좀 놀라곤 하지만, 성운은 리라를 믿고 있었기에 이내 리라의 장난에 곧잘 어울려주곤 했다. 지금 리라가 이 순간, 침묵 끝에 힘겹게 내려놓은 자신을 믿어달라는 이야기는 그것 이상의 신뢰를 성운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자명했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친구인걸.
"믿믿는거와 별개로 제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물론 부부장님은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빼면 민폐다. 판단을 마친 혜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떨어지면... 죽는거지. 생각해보니 그렇게 위험한 일이 아니다. 기합으로 공포심과 토기를 모두 몰아낸 혜승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기합으로 스트레스, 정신병, 아무튼 각종 우울한 생각마저 몰아내는 사람답다. 지극히도 빠른 태세전환이었으나, 이런 침착성 덕분에 저지먼트 활동도 무리없이 하는 거다.
"최대한 참아보겠지만 혹시나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무엇보다도... 무려 부부장님의 '도움 요청'이다. 게임으로 치면 에픽급 퀘스트ㅡ혜승은 게임을 모르지만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4레벨이나 되는 초고교급 부부장님이 뭐가 무서워서 혜승이 필요하겠다만야... 아무튼 혜승은 꽤나 사기가 올랐다.
부부장님이 날 필요로 한다 -> 최선을 다해 쓸모를 인정 받는다 -> 부부장님이 나를 신뢰한다? -> 차기 저지먼트 부장 자리에 가까워진다.
각박한 현실이 귀신, 괴물보다 더 무섭다! 빠르게 판단을 마친 혜승은 한양이 외친 숫자에 맞추어 뛰어내렸다. 타이밍 좋게 문을 연 괴물들이 교실로 들이닥친다.
건성으로 튀어나온 대답의 내용은 무성의함은 물론이요, 예의까지 없었다. 일전에도 다른 부원에게 이름을 물은 주제에 정작 제대로 부르지 않은 전적이 있으므로, 단순 농이었다. 문제는 대상의 상태 고려를 하지 않은 채 맥락 없이 던져 대개 농담으로 캐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반에 저지먼트 소집 당시엔 방긋 웃으며 모두에게 인사한 것으로 아는데 당최 무엇이 잘못된 건지 연신 안절부절이다. 모두가 아는 까닭을 본인만 인지하지 못한 낙조는 그저 미신적 현상을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거라고 결론을 내곤, 주머니에 양손을 꽂아 넣었다.
“아니, 감기는 네가 걸린 거 같은데⋯⋯.”
이름에 걸맞게 똥강아지마냥 파들파들 떠는 모습이 이젠 안쓰러울 지경이다. 귀신 주제만 아니었다면 어디 아픈가 싶었을 테다. 이 녀석, 이런 심장을 가지고 어떻게 저지먼트 활동을 하는 거야? 나름의 배려랍시고 떠오른 의문을 삼킨 채 슬그머니 걸음을 옮긴다. 말은 없었지만 대강 따라오라는 압박이 묘하게 피어오르는 몸짓이었다.
“너는 귀신도 그렇게 기겁하는 애가 왜 이 시간에 학교에 있냐? 나야 여기서 자도 별 상관은 없지만, 상태를 보아하니 너는 꼭⋯⋯ 뭐랄까. 무서워서 미련 곰탱이마냥 아침 해 뜰 때까지 뜬 눈으로 지새울 거 같아, 응.”
검지 손가락으로 아지 쪽을 가리키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가 스스로 납득했다는 양 고개를 끄덕인다.
“용케 아직까지 버텼다, 너? 요즘 재밌는-살벌한- 일들 꽤 많이 닥쳤는데 귀신 무서워하는 것치곤 깡이 있나 봐?”
아지 별명 수위 어디까지 허용대나용....? 사실 개인적으로 귀엽게 가끄음,,, 똥강아지,,,,, 라고 부르고 시픈데,,,,,,,,,,, 별로일 수도 있으실 거 같애서,,,,,!!!!!!!!!! 그냥 이름이 좋으시면 이름이 좋다고 말해주세욧 그럼 낙조가 “아지.” 라고 부른답니다
...오늘도 똑같아. 룸메이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하다. 어제 젖은상태로 누운 이불에선 약간 쉰내가 나려고 했지만, 다행히, 악취인지 향기인지 모를 민트 향수로 가리고있다. 몸에서 나는 체취또한 인간이였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미묘한 좋은냄새가 나니까. 바다향이라고 해야할까. 약간은 비릿해도 기분좋은 짠내. 이런것도 괴물인걸까.
자도 자도 피곤하다. 낮과 밤의 흐름은 의미가 없다. 무의미하게 의식이 또렷할땐 패드에 이어폰을 끼고 최대한 밝게, 시끄럽게 OTT를 본다. 어느새 눈과 귀가 피곤해져 다시 졸리게 되면, 다시 벽을 바라보고 잠에 든다. 메신저와 통화, 메시지 어플에 빨갛게 떠있는 숫자와 점은 애써 무시한다.
핸드폰은 손목에 차지도, 충전하지도 않아 꺼진지 오래야.
며칠이 지났지. 며칠째 씻지도 먹지도 않고있지. 이틀인가, 사흘?
잘 모르겠어.
...능력을 쓰지 않기로 했지만, 이럴땐 잠깐 써볼까.
배가 고프진 않지만, 목은 마르니까. 공중에서 물을 만들어 혀와 입술을 적신다. 이런것도 못했었지. 기본이였을텐데.
움직임 자체는 멈췄.... 아, 아니군. 동월은 불안한 눈초리로 주변을 살폈다. 물론 혜우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아니었지만, 현재 상황이 당황스러운건 동월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실종자를 만난 것도 좋은 상황은 아닌데 입구도 아닌 곳에서 묶여있다니. 확실히 캣박스가 이상해졌다는 얘기다.
" 쉿, 제발. 조금만 진정해줘. "
혜우는 다시 한 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음들이 주변으로 울려퍼지고, 슬슬 이대로면 위험할것 같은데... 일단 진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큰 소리로 말했다.
" 나, 같은 저지먼트야! 지금 흥분해서 좋을거 하나도 없으니까, 일단 멈추고 심호흡이라도... "
말을 채 끝마치기 전에 무대 저편에서 '컷!!' 이라는 소리가 울렸다. 아, 젠장. 늦지 않길 바랬는데. 사실 '감독'들이 저러는건 자연스럽다. 그들이 '작품'에 집중하는것도 인간을 흉내내고 있는거니까, 가끔 저런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상할건 없지. 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들려왔다는건, 아무래도 '작품 활동'이 방해가 됐다는 이야기일 테다.
" .....심호흡은 두 번정도 밖에 못할 것 같은데. "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혜우를 바라보았다.
" 그래도 담당 구역만 벗어나면 괜찮아. 풀어줄 테니까, 개구리처럼 튀어오르지 말고 얌전히 있어줘. 알겠지? "
조심스러운 손길로 혜우를 묶고있는 줄을 자르려 단검을 가져다댄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신경질적인 발소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882 이게 길고 긴 이벤트의 정주행을 해야하는데(설명하려다가 멈칫) 그걸 연타하네 이 양반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혜성은 인첨공 내에 있는 모든 상황들을 알면서도 모르쇠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멘탈금감) 붉은머리 교복 코스프레녀에게 평화로운걸 원하면 모르는 척 하지 싫으면어쩔건데(아님)하는 말을 듣고 멘탈 흔들렸고, 연산방해 소리에 완전히 멘탈이 깨짐(여기서 엄청 덜덜 떰) 현재<<<< (찡긋) 아마 이 루트 맞을듯
한양은 혜승의 손을 잡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혜승은 함께 뛰어내리자마자 , 예상했던 추락하는 느낌과는 다르게 바로 몸이 뜨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창문 밖으로 발을 빼자마자 몸이 바로 뜨는 기분. 하지만 부드럽게 뜨지는 못했다. 한양은 급박한 상황이기에 능력을 급하게 써서 부드럽게 올라가는 것이 아닌, 갑자기 빠르게 올라간다고 느껴질 것이다. 마치 시동을 키자마다 급악셀을 밟는 느낌이랄까. 어쨋든 무사히 나오긴 나왔다.
"근데..저지먼트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해요?"
한양은 혜승과 함께 공중을 돌아다니며 저지먼트 부실의 창문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들은 생각이, 애초에 이 상황 속에서 저지먼트가 무사했다면 소집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이 생각을 했다. 저지먼트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냐는 말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아래를 보는데...
"......!"
자신의 입을 막으며 다시 시선을 바꾸는 한양. 아래 학교 밖의 운동장이나 다른 건물들은 괴물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한양은 조용해진 채로 저지먼트의 창문을 찾았고, 조용히 창문을 염동력을 이용해서 안의 잠금장치를 풀어서 열었다. 한양은 먼저 안을 보면서 저지먼트의 내부를 살폈다.
그녀의 말에 그는 가벼운 어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 위에 뜬 달을 바라보는 이유가 어디 하나 뿐이겠는가. 다양한 이유로 다양하게 바라볼 수도 있는 법이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내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그는 그녀의 ㅁ라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무력감이라..."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그는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어느쪽이건, 자신은 조만간에 각오를 다지고 움직여야 할 때였으니까. 설사 지금 이 목숨이 사라진다고 한들. 아니. 애초에 사라진다면 세은이에겐 조금은 더 나은 미래가 오려나. 하지만 무서운데. 싫은데. 하지만 그 애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왔다갔다. 고등학교 3학년이 할 법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만큼 몰려있다는 이야기였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절벽 그 직전까지...
"어느 쪽도 나니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상관없지 않겠어?"
그녀의 방금 말을 그는 살며시 인용했다. 에어버스터임과 동시에 최은우. 그게 그가 내놓은 답이었다. 결국 두 개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었다. 자신은 은우이자 에어버스터. 에어버스터이자 은우였으니까. 결국 이 이명. 퍼스트클래스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 없었고, 제 이름이 표현하는 정체성 역시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가 없었다.
"...조만간에, 모든 것을 끝낼거야. 블랙 크로우에 대한 모든 것을 전부 다. ...지금까지 수고했고,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돼. ...남은 것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듣자하니, 지치거나 다친 이들이 많다며.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냇가를 조용히 바라봤다.
물을 학교에서 떠와야 했기 때문에 공유 전기자전거를 빌려 커다란 물통을 들고 두세 번을 오간 게 제일 힘들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힘들지 않았다. 가장 걱정한 물통을 2층까지 올리는 것도 창문에 도르래를 달아 해결했다. 물통이란 것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 외의 청소도구들로 바닥을 쓸고닦는 것은 그다지 어렵다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바닥에 가득 쌓였던 데브리들이 사라지고 말끔히 닦인 바닥이 드러났을 때에는 이미 끄무레하니 인첨공의 공제선이 기울어지는 석양에 붉게 물들고 있는 중이었다. 성운은 이마를 닦았다. 문득 부동산 아저씨가 했던, “남자라면 학창시절에 비밀기지 한두 개 정돈 있어 줘야지” 하는 너스레가 기억나 성운은 문득 푸후후 웃었다.
그래, 비밀기지인 걸로 하자. 저지먼트 안전가옥 코드 친칠라. 그 정도가 좋겠다.
일단 오늘은 바닥을 말려야 하니 텐트에 침낭을 깔고 자기로 하고, 자는 데 쓸 만한 가구는 내일 가져오기로 성운은 결심했다. 주말 아르바이트로 안면이 있는 중고가구거래상의 사장님이 주인 없어 버리려던 게 있다며 하나 내어주마고 선뜻 고마운 말씀을 해주셨던 참이다. 암막커튼도 달아야 하고, 가스통과 스토브도 들여와야 하고, 그러고 보니 냉장고도 있어야 하네- 아직 건물에 전력은 안 끊겼다고 하시던가? 주 복도가 무너진 탓에 스킬아웃들이 건물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그 결정적인 문제점 하나만 빼면 스킬아웃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 물건(?)은 드물 것이라 생각하며 성운은 의자에 앉아 새삼 뿌듯하게 오늘 자신이 청소한 바닥을 바라보았다. 코뿔소식 초패스트 내집마련 빌드의 첫시작이 꽤 괜찮은 것 같았다.
가끔 아부가 과하면 오히려 욕처럼 들린다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다. "아, 이거 바이킹 타는 것 같고 아주 재밌네요!" 그렇다. 혜승은 선배가 까라면 까는 진성 유교걸이었던 것. 물론 그와 별개로 간담이 서늘해지긴 한다.혜승은 제 손이 쥐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고 꽈악 쥐고 말았다. 새하얗게 질린 한양의 손과 별개로, 혜승에게 따지기도 힘들었던 것이 혜승의 얼굴도 딱 그만큼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하고 넘어가주자.
"아무도 없으면........."
혜승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비상소집이 온 줄도 몰랐다. 그야 그럴 것이 혜승은... 요즘 보기 드물다는 그 폴더폰 사용자다. 그러다 보니 각종 메신저로부터 멀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틈틈히 노트북을 사용해서 인터넷 메신저를 확인한다고 해도 매일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를 수 밖에. 최근 비상 소집에 잘 참여하지 못한 것도 그 탓이었을 것이다. 이를 박박 갈며 핸드폰을 바꾸겠다고 다짐한 게 엊그제인데, 그걸 또 이렇게 느끼고 있다.
"어쩔 수 없죠. 우울하게 저지먼트 부실에 앉아서 부장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겁니다."
혜승의 책임 회피력은 높았다! 시선을 슬 피한 혜승.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먼저 들어간 선배를 지켜본다.
"다행히 괴물은 안 보입니다!"
몸을 쭉 빼고 창문을 통해 부실로 들어온다. 담 넘는 학생 같은 모양새라 꼴이 좀 우스운데, 여기서 그걸 지적할 사람은 없다. 저지먼트 부실에 무사히 착지한 혜승이 부실 안을 둘러본다. 관련 공지가 있을지도 모르니 저지먼트 게시판도 한 번 보고, 냉장고에 있다는 케이크도 꺼내서 한 입 먹고, 겸사겸사 호박 사탕도 두 개 정도 까먹고...
"헛."
스트레스를 받아 저도 모르게 현실 도피를 해버렸다. 혜승은 눈치를 슬쩍 보다 한양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보니까, 부장님도 잘 모르시나봐요. 그냥 할로윈이... 되었다고 하네요." "..."
전혀 유익한 정보가 아니다!
"한양 선배도 사탕 드실래요? 맛있네요, 이거."
사람이 가끔 충격에 빠지면 이렇게 덤덤해지기도 하는 법이다. 혜승은 질겅질겅 사탕을 씹다가 뒤늦게 덧붙였다.
그럼 그렇지. 내 머리칼은 전혀 말짱하기 그지없다. 소리 높여서 쾌활하게 웃어보인 나는, 손끝으로 서로 비비듯 푸른 이 머리칼을 손 안에 넣고 만지작 거려본다. 이 머리카락도, 완전히 짙은 검정색이었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머리 색이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아직도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다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었다. 그것만큼은 아주 잘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에이, 나 정도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라고~ 점례 오히려 네쪽이야말로 스타일도 좋고 얼굴도 귀엽고, 그런 거라고~ 인기 많은 거라고!"
그리고 들려오는, 여전히 이쪽으로 띄워주고 있는 듯한 점례의 말에 나는 소탈하게 웃으면서, 살랑살랑 손사래치며 말한다. 딱히 겸손같은 것은 아니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어느 면에 있어서 못났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만약 그 이상의 평을 듣게 된다면 그건 분명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예전부터 줄곧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도 분명 그런 것일테다. 점례를 만난 것도, 바다에 온 것도, 이런 말을 듣는 것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라고, 대단치않게 생각하자며 내게 말을 걸고서 상체를 일으켰지만,
"――――――"
그런 점례가 바로 코 앞에서 눈을 마주치고 있자 나는 그대로 얼어 붙어버린다. 이내 그 눈매가 휘어지며 이쪽을 향해 빙긋이 웃어주자, 두 번째로 내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타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또, 작게 소리내며 엉뚱하게도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린다. 하,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정말로. 심장에 나쁘다. 그냥... 점례일 뿐인데. 점례가 그냥 나를 일으켜준 것 뿐인데, 왜 이렇게 아까부터 가슴이 진정치를 않는지 모르겠다. ...이거 설마 병인가?! 감기인가?! 그런건가-?!
"―다, 당연하지! 왜냐면, 바다에 있으니까... 바다 냄새, 나고... 그런 거라고...? ...앗."
당연한 것을, 변명이라도 하듯 말하고 있던 때였다. 나의 시선은 그 순간, 점례의 어깨 너머에 고정되어 허공을 날고있는 그것을 눈으로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다. 그저 할 수 있었기에, 손을 뻗어 그것을 손 안에 조심스레 담아본다. 작고, 나풀거리는, 분홍색. 그것은-
"벚꽃이다..."
그런가, 이쪽이었나. 문득 예감에 시선을 바로 옆 도로쪽으로 옮긴다. 그곳에는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흩날려, 넓은 바다로 흘려보이며 고고하게 서있는 커다란 벚꽃나무가 보였다. 그러고보니 꼼짝없이 잊고있었다. 위쪽 해안 도로에서 훤히 내려다봤었던 바다는 바로 이쪽이었던 것이다. 벚꽂은 단 한 순간만을 위해 만개하고 순식간에 잠들어 버린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바다에서 바라보고 있는 그 벚꽂나무가 왜인지 무언가와 굉장히 겹쳐 보여서- 나는 어느새인가 벚꽃나무에 시선이 완전히 빼앗겨, 숨 마저 죽인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931 원래 이런 게 청춘 아니겠어?:> 눈치를 안보는 타입이구나 낙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되려 오케이다 마음껏 눈치 안보고 속 긁거라. 이혜성의 표정이 언제쯤 바뀌는지 시험해보는거야(??) 똘망똘망하게 보면 숨 한번 들이마시고 그건 별론데 하고 어찌 넘기겠지 이혜성(흠)
"...슬슬 제 1단계가 끝이 납니다." "그 이후에는 제 2단계로 들어갑니다." "1단계는 대상자의 상태가 안전한 반면, 너무나 속도가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제 2단계는...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2단계에 필요한 재료는....." . . . . "이상입니다." "제 1단계가 완전히 끝난 후 잠시 시일을 가지고 시행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자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누구보다 약한 자."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입니다."
성운이가 "토끼소대"하고 있는 걸 보다가 하나씩 망상하는 건데, 나중에 어쩌면 모카고가 거점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해서 저지먼트가 학생들의 개인 거처로 본부를 옮기는 상황이라던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망상도 가끔 해요 그런데 그건 좀 많이 쿠소상황이니까 망상만 할래요
>>947 학교에서 가깝고,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있는 베드타운. 지어지다 말거나 오래되어 버려진 건물들과, 저소득층들의 거주구역이 뒤섞여있는 난개발지대로 향하는 경계. 집세가 싸기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무능력자나 저능력자들이 이 난개발지대에 하숙집을 잡는 경우도 많고, 공사중단건물이나 폐건물에 스킬아웃들이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어 저지먼트로서는 외면할 수 없는 주요 순찰로다.
리라와의 선레에서 가져왔는데, 여기서 성운이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저 "난개발지대" 안에 있어요. 한산하다면 한산한 곳이니 내벽 정도라면 마음껏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기왕이면 눈에 띄고 싶지 않다고 외벽에는 그리지 말라고 하겠지만 👀
생각하기로는 폐공장과 사무실로 쓰이던 폐건물인데, 2층으로 올라오는 복도가 무너져있어서, 성운이가 배관을 타고 올라서(오르는 동안 성운이는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적용되는 중력을 깎고 있음) 2층 창문으로 드나드는 중이에요.
한양은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알기에 유독 흥분한 듯한 혜승의 모습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본인도 아까까지만 해도 공황에 빠졌으니깐 말이야. 한양은 밑에서 괴물들이 알아차리면 안 되니깐 조용히 하자는 싸인만 보낼 뿐이었다.
"아무도 없을 수 밖에요. 부부장인 저도 부장에게 아무 소식도 전달을 못 받았어요. 부부장으로서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저희 둘을 제외하고는 저지먼트의 기능이 마비됐을 수도 있어요."
한양은 먼저 저지먼트 부실의 내부를 살피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나서는 한숨을 쉰다. 도와줄 이가 없어서 한탄하는 한숨인지, 괴물이 없어서 쉬는 안도의 한숨인지 모르는 미묘한 한숨.
"들어가요."
혜승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한양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창문의 커튼을 다 풀면서 창문을 통해 혜승과 한양이 둘이 안에 있다는 걸 괴물들이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안의 모든 불을 다 끄기. 자동문을 통해서 빛이 새어나가서 녀석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에 불을 다 껐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자동문 기능 해제하기. 자동문은 괴물도 환영하기에 다가오자마자 열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문의 기능을 미리 해제하는 것이다.
"할로윈이라.. 지금 괴물들도 딱 할로윈 같네요. 저번처럼 사탕을 먹고 저렇게 된 건가.."
한양은 저번의 화이트데이 사건과 연계를 시키면서 어떤 원인이 있나.. 유추를 하기 시작했다.
"머, 애초에 하늘 위의 달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처럼 대개는 물 위의 달도 볼 일이 잘 없겠지만 말임다."
어깨를 으쓱이며 가벼운 어투에 맞장구치듯 이어나갔다. 다만 무력감이란 말은 확실하게 와닿았던지, 그 말을 되뇌이던 당신은 꽤나 깊은 곳에 잠겨있는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보통 무력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은 도리어 부정했겠지만, 단순히 인정하는 것을 넘어 곱씹는듯한 반응이라면 분명 스스로도 감당할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을까.
당신이 과연 어디까지 내몰렸는지 그녀는 감히 짐작할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나열했던 당신의 정체성을 생각해보자면 결코 가볍게 느낄수도 없었을 것이다.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님다. 애초에 그렇게 대답하실줄 알았고 말임다."
무엇을 어떤 이유로 예상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게 그녀의 얄궂은 버릇이니까, 단지 확인하고 싶었고, 확신하고 싶었을까? 당신에게도 망설임이란 것이 있을지, 두려움이란 것이 있을지... 그거야 사람이니 당연하겠지만, 제 아무리 당신이 퍼스트클래스라고 한들 똑같이 다치는건 마찬가지였다. 월광고의 그 부장선배도 절대안정이 필요할 정도로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모든 것을 끝낸다라..."
다시금 와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블랙 크로우에 대한 모든것을 끝내겠다고, 남은 것은 자신이 어찌 할테니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더는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아도 된다고...
"그 대사, 게임캐릭터들이 하면 분명 끝이 좋지 않았는데 말임다. 회광반조, 랬었나..."
분명 그런 멘트를 날리는 캐릭터는 운명을 다하거나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재기불능 수준의 부상을 당했었다지,
"......"
말 없이 감자칩 두어개를 더 와삭거리던 그녀는 들고 있던 과자를 잠시 내려두고서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슨배임은 그분들이 왜 그런 상황에 처했다 생각하심까?"
당신을 바라보는 보랏빛 동공은 아무것도 담지 않은 채 그저 제 빛깔을 비추고 있었다. 단 한가지 담고 있다면, 지금 당신의 모습일까?
"단순히 저지먼트의 행동일환으로서 그렇게 오더가 떨어졌기에? 아니면 에어버스터의 말은 거역할수 없어서?"
>>972 낙조 이 납븐 소년이여(아련) 시간이 맞으면 돌려보자구. 회복 중이라지만 언제 회복될지는 모른다는 소리 맞음. 아. 낙조야. 이 납븐 소년이여ㅋㅋㅋㅋㅋㅋㅋ진짜 저돌맹진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입술 꾹 물고 고개 휙 돌리거나 뭐가 듣고싶은건데 라는 두가지가 동시에 떠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