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의 음향이라, 우리의 어머니의 성함은 사쿠라였지만 유난히 배꽃을 좋아하셨어. 차분하고 단아한 모양과 그 온화함을 사랑하셨지. 그래서 어릴때 그 꽃말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찾아보니 말이야. 음? 맞춰보겠다고? 하하, 맞추면 낫쨩에게 상으로 무엇을 주어야 할까.
"...정말 이기기 힘드네요." 온 힘을 다해 진심으로 부딪치는 이에게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린은, 19살이 된 하야시시타 나시네는 알 수가 없었다. 그 날 엇갈렸던 꽃말의 답처럼 계속해서 자신과 그의 대화가 이어져가면서도 엇갈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끝없이 진실을 요구하며 말하는 듯 했지만 그녀는 자신에 끝없이 진의를 숨기고 가리고 헷갈리게 하고 만들며 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에게 진실을 기대하며 한 말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왜 설명을 요구하였지? 그 날의 오라버니는 그녀가 내민 온화한 애정이란 답에 고개를 저으며 두 음절의 답을 말해주었었다. 마치 배나무의 꽃이 하얗게 피어 은은한 광채를 내며 늘어선 풍광이 아름다운 '환상'같지 않으냐 그리 얘기해주었었다. 쭉 얘기를 하면서도 망설이면서도 심지어 도발을 하고 제가 있는 곳으로 오라는 제안을 하면서까지도 그녀는 결정적인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당신도 저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저도 당신을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애당초 왜 완전무결한 선인이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지도 모르겠고 당신이 될 수 없는 다른 사람에 빗대어 끝없이 바보처럼 구는지도 모르겠어요. 애당초 바뀌고 싶다고 마음 먹은 순간 악한이 되기는 그른거 아닌가요? 게다가 지금 당신, 자신의 행동에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는데?" 어설프게 굴기는. 어이없다는 듯 턱을 괴며 말을 이어간다.
"...난 가족을 두 번 잃었어." 턱턱 숨이 막힌다. 내쳐진 아이가 뺨을 부풀리고 삐진 얼굴로 앉아 인형을 껴안고 있었다. 잘 관리된 모양새에 행동거지, 그리고 옷차림까지 린이 그에게 설명했던 일본 길거리의 비행청소년의 과거로는 꽤나 괴리감이 큰 모습이었다. 속삭이듯, 거의 한숨을 쉬듯이 혼잣말을 내뱉고 묘하게 후회하는 듯한 눈빛으로 입을 살짝 물으며 잠시 말을 끊는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더 명확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첫 번째는 수치와 공포였으며 두 번째는 분노였어요." "저를 뺀 제가 아끼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어요 저 잔혹한 이자나미의 황천으로 말이에요. 저는 그래서 더 이상 저를 남겨두고 가는 사람을 보고 싶지가 않아요. 그러니까...당신의 그 분도 그런 기분이었을거에요. 그 분의 선택에 의한 것이에요. 게다가 사람을, 가족을 구했죠." 잠시 눈을 감는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그 분은 그 분의 죽음에 욕되지 않은 고결한 삶을 살았으며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끝을 직접 선택하여 맺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 뜻을 존중해야 해요. 당신, 전에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하나요. " 보이는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그리도 자신이 칼을 들이밀까 불안해 하던 첫 만남, 그 어이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 게이트에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놓고서는 자신이 적이되더라도 공격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하는 건, 그녀로서는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 허울뿐인 동료를 넘어 그와 더 친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니까 "그런 삶을 살아서인지 말로만 하는 건 믿지 못해요. 그러니 신앙의 땅으로 와서 그곳에서 벌어질 성전에 함께하길 부탁하겠어요. 죽지 마시고 배신하지도 마세요."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겠습니다. //18
가만히 앉아 반응을 지켜본다. 잠시 적막이 깔리고 잠시 훌쩍이는 소리 혹은 잠에 빠진듯 색색이는 숨소리 정도가 들려온다. 더 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듯 흥분한 것 만큼이나 빠르게 조용해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다가 가까스로 그녀의 말에 찬성하는 듯한 반응을 했다.
"거울을 깨는 것은 방법이 아님을 알았으니 좀 더 조용한 해결책이 답일지도 몰라요." 무거운 적막 뒤에 태연한 얼굴로 평소처럼 말을 건낸다. 문제는 두 사람이 거울에 가까이 다가가 상이 정확하게 맺힌뒤에 생겨났으니 만일 상이 맺히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다면?
"거울 안의 모습만 살아지면 될 테니 같이 뒤로 걸음을 물러 보도록해요." 머뭇거리다 뒤로 물러선다. 한 걸음 두걸음 조심스럽게 멀어지고 두 사람, 아이와 소년의 모습이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이도 서서히 사라진다. 완전히 반영이 사라지자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푸른 하늘이 걷혔다. 클리어네요.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저도 약속하나만 할게요." 등을 돌려 떠나려다가 다시 돌아서 조금 떨어져 똑바로 마주보고 말한다.
"저도 당신이 먼저 배신하지 않는 한, 혹은 멍청이처럼 뻔히 보이는 사지에 뛰어들지 않는 한 당신을 공격하지 않겠어요." 마카오에 떠날 때는 금방 죽을줄로만 알았다. 어쩌면 이미 불안정하게 행동하는 그에 대한 불신과 그 반대에 쌓인 신뢰의 이율배반의 문제로 린은 한 걸음 물러서 미리 실망을 준비하듯 반어적으로 죽지 말라는 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돌아왔으니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남아있기에 린은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그라는 친구에게 실망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한심하게도 그녀는 끝까지 진심을 마주보는 것에 방어적이었다.
"바티칸에서 곧 뵈어요." 만약에, 이번에도 자신의 비관적인 기대가 무산된다면? 조금의 희망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무시하고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20 막레~ 정말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