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말하며 그는 장갑을 벗습니다. 그 곳에는 정밀한 형태로 보이는 기계 의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시윤의 눈동자 위로 손을 뻗으며 말합니다.
" 많이 아플테니. 각오하도록. "
무언가가 눈을 타고, 파고드는 듯한 느낌. 눈을 타고 척추로 내달리는 듯 느껴지는 따끔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더라도 소리를 지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듯. 고통은 시윤의 몸을 지근거리며 내려탑니다. 시각이 닫히는 것 같습니다. 밝은 빛이 보이던 눈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내달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선 속에서 고통만이 지금 시윤이 이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찰칵, 카르륵, 하는. 쏘아내는 듯한 소리가 지난 후 시야 속으로 순식간에 커다란 빛이 쏘아지지만 두 눈에는 빛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였을 때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천천히 아이의 시체가 있을 관으로 다가갑니다. 곧 그 관이 천천히 열리고 백색의 포가 씌워진 것을 천천히 벗겨냅니다. ... 그곳에는 형연할 수 없는 형태로 변이한 시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얼굴의 반쪽은 마치 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풀었고 나머지 반 쪽은 괴물의 그것처럼 흉포하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몸은 아이의 몸답지 않게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고 두 손에 있어야할 다섯 손가락은 두 개의 칼날을 교차해둔 것과 같은 모양으로 양쪽이 다 같았습니다.
그래요. 마치 키메라를 만든 것 같습니다. 그것에 저항하려 한 듯 아이의 온 몸에 작은 상처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마치 칼로 그은 듯한 상처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형태는 손의 그것과 일치합니다.
" .................. "
사제의 표정이 새하얗게 물듭니다. 그는 아이의 육체를 천천히 메만지더니 곧 반쯤 떨어져나간 머리를 살핍니다. 그곳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물방울을 새긴 듯 보이는 그 문양만이 아이에게 무언가가 일어났음을 알려주는 듯 합니다.
" 세례. 정말로... 그가 돌아왔군. "
털썩 주저앉으면서 그는. 귀를 틀어막고 소리를 내지릅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순수한 공포에 질린 듯. 마치 그 공포를 몰아내기 위함이라는 것처럼 더더욱 처절하게 소리를 지릅니다.
>>225 토고는 연락처 하나를 전달받습니다!
" 당장은 아마 바빠서 연락을 못 받을 거야. 몇 달은 건들지 말라고 얘기했으니까. 자세한 것은 알려주지 않을 거고 말야. "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 알려주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해. 중경 한가와는 완전히 남에 가깝거든. 괜히 정보를 알려줬다가 갑자기 핸드건을 들고 중경 한가에 처들어오면 꽤 머리가 아파서 말야. 직접 연락하고,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해봐. 화끈하게 터트리는 거 좋아한다고 말야. "
>>228 " 그러니까. 급수를 정해줘야지. "
머리를 긁적이는 그는 조디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 뭐 몇 레벨 정도에게 사용할 거다. 그정돈 알려줘야 내줄 거 아냐. 독 저항이 있다 없다같은 것도 그렇고. "
음... 역시 이럴땐 한국의 오고 가는 정이 있으면 조금 더 좋은 효과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번개와 워터의 합성어 있지 않습니까 그거.
>>235 " 그렇지... "
그는 그 말을 하는 순간, 마치 힘이 빠진 듯 한숨을 내뱉습니다.
" 의념이 이 세계에 깃들며 신의 존재가 확실시된 순간. 우리들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오. 모든 신들이 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것과, 최초의 종교라는 것은 신이 단지 존재하기만 하고 인간은 그런 신을 경배하는 피조물로 선택된 존재라는 세계관을 유지하는 신들도 있었고, 반대로 필요에 의해 탄생되고 흩어진 신들 역시 있었다오. 그런 신들은, 또다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부정했지. "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며 린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 사라지고 싶어하지 않는 신과, 그런 신을 추종하는 신자들. 그들이 모여들며 선택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오. 다른 신을 죽이고 신성을 취하는 것. 그렇게 한다면 그 신성은 사라지고 남은 신성을 취한 신은 더 강하게 이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오. "
종신終身 그리고 종신終神.
자신의 신을 위해 다른 신의 끝을 보고자 한 이들의 전쟁은 과열되었습니다. 수많은 신들이 이 땅에 나타났듯 수많은 신들이 소멸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이 땅에서 잊혀지기를 선택한 신들이 있었고 신도의 기대에 미쳐 광증에 휩싸인 신도 있었습니다.
" 화로와 지혜의 신도 처음에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고 하지. 원래의 그는 불씨를 지키는 신성으로 평안을 상징하는 신이었지만, 그 신도가 악의로 그 신성을 왜곡하는 것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전락했다오. 그로써 탄생한 것이 열망자의 신성이지. "
처음 듣는 이야기이지만, 달리 말하면 경고이기도 합니다. 린의 행동으로 인해 종교의 형태와 믿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렇게 신들이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할 때. 저 러시아에서 한 신앙이 다시금 넘어왔다오. 죽고 싶지 않은, 어떻게든 살아있길 바라는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신성. 칼날 박힌 죽은 심장. "
그 말과 함께 린은 천천히 표정을 살펴봅니다. 말하는 이의 손톱은 자신의 손에 깊게 박혀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고통을 잊은 것처럼 말을 이어갑니다.
" 그것이 이 세상에 몸을 비틀 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몇 없었다오. 1세대의 거악들. 강력한 존재들을 부활시켜 자신의 하수인으로 써먹은 그것은 순식간에 수많은 신성을 잡아먹고 거대한 신성이 되었지. 그 상태로 이 지상에서 암약하던 것들을... 하하. "
그는 웃으며 린에게 말합니다. 마치 미친 것처럼 말입니다.
" 재밌는 것을 말해주리다. 바티칸은 두 번이나 칼날 박힌 죽은 심장을 봉신封神하려 했소. 한 번은 666 죄악심의회의 칼날과 더불어 수많은 종신전쟁의 교단이 참여하여. 두 번째는 기적의 세대로 불리는 이들과 힘을 합쳐 성녀의 도움까지 받아내며 죽이려 들었지. 그런데도 그 놈은 아직 몸을 비틀며 살아있다오. 크흐흐흐흐.... "
그의 손은 단검 손잡이 위에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만약 그 광증이 조금이라도 심했다면, 그 칼날은 린에게 향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에시르는. 죽은 심장에 의해 수많은 신도들이 제물로 바쳐졌을 때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그들을 탈출시켰다.
곧, 쥬도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 그 당시 그의 신성에 더불어 나의 신성의 파편까지 끌어쓸 수밖에 없었지. 그 결과 영락했고, 너를 만나기까지 긴 잠에 빠졌지만 여전히 에시르의 선택을 부정하지 않는단다. " 그러니 어린 왕 교단의 새 교주에게 충고하리다. "
그는 단검을 책상에 박아넣으며 비릿한 미소를 짓습니다.
" 그 미친 것이 다시금 나타났다면. 나는 그것의 핏줄에 피 대신 칼이 흐르게 해줄 것이네. 부디 내 기대가 맞다고 말해주게나. "
곧 바티칸의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한 명의 여성이 천천히 걸어나옵니다. 그 외견은 13살을 넘지 않은 듯 보였으며 연노란빛의 머리카락을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게 늘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조금도 먼지가 뭍지 않은 것이 눈에 띕니다. 앳된 목소리로 알렌의 말을 긍정해준 여성의 말에 따라, 하늘의 천사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할 것을 찾아 떠나고 경비병들도 천천히 무기를 내립니다. 곧 그녀는 알렌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