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스피릿 「캡틴 정말 괜찮은 걸까?」 홈리스 야도카리 「뭐, 원래도 몸이 만신창이였으니까 고작 주사 맞는다고 아파하진 않겠지.」
【가을 피리어드】 1턴: 10/30 ~ 11/12
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저 사람이 시선을 피하는 건 처음 본다. 하지만... 나라도 건장한 남성이 꽉 낑기는 원피스(그것도 깜찍한 리본이 달려있는)입은 거 보면 눈을 피할 것 같다. 지금까지 봐준 것만 해도 다행일지도 모른다. 안 그랬으면 히로카미쌤의 홋카이도킥이 들어갔을지도.
나도 그냥 이 일은 잊기로 했다. 이 모델하우스에서 있었던 해프닝은 모두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리라... 난 그렇게 생각하며, 아까 분명히 들렸던 찰칵 소리마저 뇌■■의 제물로 바쳐버렸다.
이 사진이 어디에 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유에 꿀을요? 설탕을요? 우와 신기하네... 괜찮습니다, 저 단 건 별로라... 대신 배만 좀 채우고 갈게요."
남의 집에 흙발로 들어와 샤워하고 좋은 냄새 풍기고 세탁 신세까지 지면서 ■■■입고 정신적인 타격을 준데다가 냉장고까지 털어가는 쓰레기가 있다니. 심지어 그게 나라니.
츠나지에도 빈대가 출현하다니... 나라는 동료의 고혈을 빨아먹는 왕빈대가 출현하다니... 조금 자괴감 생기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녁을 못 먹어서 배가 좀 고팠으므로. 나는 먹다 남은 파운드 케익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와구와구. 냠냠. 하하... 맛있네요.
...배까지 채우고 갈증도 달래고 씻고 따듯한 집에서 몸까지 지지고 나니까 이제 좀... 생각이 든다. 히로카미쌤이 엄청난 은혜를 베풀어줬단 걸. 냉해보이지만 행동으로 말하는 타입의 사람인가보다. 혹은 어차피 돈도 많은 거 아무거나 내어줘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
히로카미쌤의 홋카이도 킥이 문제가 아냐! 당신이 입고 있는 그 바지의 주인과 혈연인 분들이 총을 입에 물릴수도 있었어(농담)
"단 건 별로인가요. 알았습니다. 파운드케이크에 우유면 괜찮겠다고 생각합니다." "...계란에 베이컨 좋아하십니까?" 와구와구 먹는 걸 보니까 하울정식 같은 거 해주면 잘먹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 피리카입니다. 어쩐지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갈취할 게 있냐는 질문을 하는 히다이를 봅니다.
"갈취요..?"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 합니다.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간의 마음이나 관계란 무엇일까요?" 뜬구름잡는 듯한 말을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합니다.
아 뭐지. 뭔가 오한이... 누가 내 뒷통수에 총을 겨누고 있는 기분인데.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ㅎㅎ그치! 그냥 기분 탓이겠지! 나는 다시 우궁우궁 냠냠 먹기 시작하다가... 히로카미 쌤의 질문에 갸우뚱했다. 아니 진짜, 사차원이라니까?
"사람 간의 마음이나 관계요?"
그걸 물어도 전직 히키코모리에게 묻다니... 그래도 기껏 물어봐주셨고, 대답을 갈취하고 싶으시다니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볼까.
내 중학교 시절의 인연들이나, 여기 와서 얽혀버린 것들. 그런 걸 떠올려본다. 달리기 라이벌이었던 와카바야시. 늘 2착을 하던 녀석이었는데... 그 외... 미호라던가. 걘... 됐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듯. 그리고 가족들이나, 메이사라던가, 트레이너 동료들이라던가.
하나씩 짚어가다보면 표정이 스스로도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하나같이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접시에 비치는 내 엉망인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끌어올려 히로카미 쌤을 바라봤다.
"뜻대로 안 되는 거요."
"뭔가 잘 해보고 싶은데... 잘 하려고 할 때마다 망치게 되고, 맞춰주려고 할 때마다 엇나가게만 되는... 그런 거랄까."
도망치듯 옥상에서 내려와, 그대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사실, 어디로 갈지 이 뒤에 어떻게 할지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달린 것에 가까웠다. 그 말이, 외면하고 싶은 '진상'이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서. 그렇게 도망치듯 달린 끝에 발이 멈춰선 곳은 해변가였다. ...그렇게 달려서 온 곳이 고작 여기다. 바보같아. 이런 좁은 동네에서 어디 갈 곳이 있다고, 도망칠 곳이 있다고.
"하하... 하...."
거친 숨과 울음이 섞여 나오는 그것은 한숨같기도, 웃음같기도 한 소리였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대충 소매로 문지르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로퍼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도, 눈물을 닦기는커녕 이리저리 흩뿌리기만 하는 가디건의 소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걸어가다 우뚝 멈춰서서 그대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발끝 가까이 파도가 다가오고 물러나는 지점. 멍하니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를 본다. 분명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파도소리가 크게 들려야 할텐데.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건 파도소리가 아니라 옥상에서 들은 그 말이어서. 내가 그냥 짐짝에 불과했다는 그 말들이어서. 그런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계약 연장까지 요구했냐는, 그의 목소리인지 나의 상상인지 모를 비아냥이어서. 그 소리들이 모래를 밟는, 누구인지 모를 발소리조차 가려버린 탓에. 멈추지 않는 눈물을 감출 새도 없고, 걸어오는 누군가를 눈치챌 새도 없었다.
그렇게 바닷물과 조금 다른 농도의 짠물이 볼을 타고내려와 밀려오는 파도에 섞이고, 먼 곳으로 밀려간다.
한참을 울던 그 때, 옆에 털썩 누군가가 앉았다. 파도소리 대신 자신을 둘러싸던 그 소리조차 몰아낼 정도였다. 흠칫 고개를 들어서 보면, 눈물로 흐릿한 시야로도 알 수 있는 친구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나니, 와..."
다시 소매로 눈가를 문지른다. 가디건의 소매는 축축할대로 축축해, 무언가를 닦아내는데는 맞지 않았지만. 서로 이름을 부른 뒤에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제서야 파도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재생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정작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멈춰있는데도.
".....어쩐 일이야, 여긴...." "...무슨 일 있었어?"
쳐다본 얼굴은 나니와답지 않게, 생기없는 눈이었다. 얘도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유키무라랑 뭔 일이 난거야, 아니면... ...아. 야너기하라 트레이너의 일인가.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말 안했는데. 어떻게...
어렵다. 당장 이해되는 말이라고는 계란과 베이컨 먹겠느냐는 말 뿐. 거기에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잠깐 이야기를 곱씹어본다.
그러니까 히로카미 쌤은 나를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간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고 긍정했다. 하지만 남들과 잘 풀리지 않는 상극인 나이기에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호기심과 제멋대로인 것을 충족해보려고 한다.
여기서 다시 히로카미 피리카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대충 들은 바에 따르면 히로카미 쌤은 부자인데다 오컬틱한 핏줄을 타고났다. 본인을 종종 마녀라고 칭하는 것을 보아, 집안의 핏줄 때문에 그런 오컬틱한 사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잘 모르지만. 종종 있잖는가, 2ch의 괴담 채널에서 나오는 '우리 할머니는 신의 총애를 받는데 내가 그 손주야~' 같은 거. 그 신이 옮겨온 불운하지만 행운아인 손주들 말이다.
영원한 암흑과 겨울을 가지고 오는, 인간의 몸을 빌어 나타난다는 마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뒤 스무살이 되면 암흑의 나라로 돌려보낸다고 하지.
만약 그 마녀가 히로카미 피리카라고 한다면 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가?
아니... 그건 내 전공이 아니다. 스트라토라는 불굴의 제자가 옆에 있고,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곁에 있을텐데 왜 하필 나에게.
아니야. 나에게 요구하는 건 아름다움이라는 결과값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걸 볼 수 있게끔 하는 제멋대로인 시야를 달라고 하고 있는 거다. 난 그렇게 생각했고, 이번에도 맞춰보려고 했다.
"...나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뜻은 아니겠지."
물론 나는 현재를 살긴 한다. 도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달리기라는 내 유일한 광채는 이미 꺼졌고 이젠 현실이 요구하는 바에 맞춰 근근히 살아가고 있을 뿐.
"제멋대로인 건 좋은 일은 아니에요, 히로카미 쌤."
"난 그래서 맨날 절교당하고 도망치고만 있는걸요. 히로카미쌤은 저랑 다르잖아요. 자기 할 일 잘하고, 이망 좋고, 담당도 믿어주고..."
"물론 전 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게 살기야 하는데... 이런 걸 정말 원해요? 하하..."
터진 입술을 만지작거리다 말한다.
"그러면 답이 하나 있긴 해요."
"돕고 싶을 때 돕고, 염병떨고 싶을 때 그냥 마음껏 떨면 돼."
하지만 나를 도운 것에서 보다시피, 피리카는 전자를 충족하고 있다. 그러니까 필요한 건 후자.
"물론 그러려면 좀 안정적인 삶이랑은 거리가 멀어지지만... 재미를 원한다면 그것도 괜찮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