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28 세에상에 100% ㅋㅋㅋㅋㅋㅋㅋㅋ ㅋ 들었는데, E는 에너지 충전 방식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충전하는 타입이고 I는 혼자서 충전하는 타입이래요. 그럼 리라는 혼자보단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 충전하는 타입일 확률이 🤔 우왓 N 비율 높다~ 역시 상상력 요구하는 능력을 가지고 아이돌 활동도 해서인 걸까요? N해석 보면 맞는 부분이 많은 것 같기두. F T 비율이 비슷한 것도 어울려요 리라 마냥 감정적일 것 같진 않거든요 🧐 와 J 비율 높다 J는 계획적인 느낌이 강하던데 캐 설정로도 엄청 계획적인 편인가요?
>>29 어엇 ! 경진이 마지막 P J 빼곤 낙조랑 똑같다 >:ㅁ ! 비율 그거 이메일로 보내야 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이멜로 보낸 다음 이메일로 온 거에 결과 보기 버튼 눌러서… 다른 방법은 잘 모르겠어용 >:3c 제가 아는 지식으로는 E - 에너지충전방식이 혼자 아닌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충전함 / S - 상상을 해도 비현실보단 현실적인 것 위주로 상상 / T - 원칙적인 판단 방식 선호 / J - 계획적인 느낌인데… 경진이랑 어느정도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mbti도 인정한 극단적 외향인............. 어이없어 다들 캐릭터들이랑 찰떡같이 나왔다 애들 어떤 느낌인지 좀더 짧고 굵게 와닿는 느낌~~ 낙조랑 경진이는 p j 제외하면 똑같네 뭔가... 뭔가 알거같아(뭘)
>>33 그게 맞는거 같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사람좋아 라서 저렇게 나온 것 같아ㅋㅋ 조금 충격이군... 응 아무래도 능력이랑 전 직업만 해도 창의력 요구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사실 나 T 나올 줄 알았어 근데 몇퍼 차이로 F가... 흠 근데 이게 더 맞아보이긴 해?🤔 계획적인 편이지! 기본적으로 하루 루틴 짜놓고 거기에 맞춰서 산다~ 의외로 충동적인 건 잘 안...... 할걸?!
>> 외향형 비율이 중간에 가까운 거 보면 혼자서 충전하는 비중도 꽤 될 것 같아요. 어떤 쪽으로든 컨디션에 따라 충전 방식이 달라지는 느낌 (표만 보면요) 🧐 그보다 낙조보다 T다 이 사람!!!!!! 그거 아시나요? 낙조는 P가 83%인데 경진이는 J가 83%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여행가면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이런 이야기()
>>39 (엠벼를 명분으로 리라 캐해 얻었다)(계획대로)(씨익) 사람 좋아맨, 얼굴은 고양이상인데 하는 짓은 댕댕이? 완전 댕냥이구나 리라는 (정말 귀엽다) 🥰 맞아요 이성도 쓰는데 직업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천성적으로나 감성을 좀 더 쓸 거 같은 느낌… 약간 P들 사이에서 T인 느낌? 하긴 빡센 연예계 스케줄 따라가다보니 계획 짜는 게 습관 들였을 수도 있다구 생각해요. 원래도 계획적인 편일 수도 있지만...!
>>43 아닛 도움주기도 전에 스스로 찾으신 경진주가 더 아이큐 높은…… 근데 잠깐만요 스탑. 거기서 대머리가 왜 나오는거죠? (이사람 너무 자연스럽잔아 넘어갈뻔햇내;;;;) 어이업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대머리야? 이러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웃김)
>>42 경진이 솔직히 인싸 아싸 그 중간 정도의 평범한 성격 상정하고 짰는데 표에 드러나는구나!! 재밌다 나도 자료조사 해와서 님들 캐 들쑤셔야지 (민폐) T가 너 T발 씨야? 밈 그거지? 혜승이지? ㅋㅋㅋㅋ 맞는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쉬 그러네 둘이 의외로 밸런스 잘 맞아 ㅋㅋㅋㅋㅋ 여행가서 안 싸우고 돌아오는 관계 흔치않는데 평생친구를 이렇게 얻네() 경진이가 가이드 잘할게 낙조는 몸만 와 (돈도 내) 경진이 근데 취조하듯 일정 짤 듯 해 낙조야 미안하다 (???: 형 몇 시까지 일어날수 있어요? 해산물 먹어요? 체력 좋죠?)
>>50 그렇다 댕냥이인 것이다!! ㅋㅋㅋㅋㅋ 낙조랑은 E 빼고 하나도 안 맞는 거 같지... 너무 웃겨 하지만 원래 친구는 반대되는 사람이랑 해야 재밌다(아니어도 재밌음 E 100이 모든 걸 커버쳐줄거임) 오오 이게 맞다 f 사이에 t! 응 맞아 아마 어릴때부터 스케줄 맞추는 삶을 사느라 저 성향 됐을거 같다~ 아니었다면 낙조주 처음 캐해대로 p였을지도?
>>45 >>49 >>59 (여행 아지 리라도 데려가기) 둘이 상반되는 거 대충 예상은 했는데 경향성이 상반되다보니 엠벼 결과도 그렇게 나오나봐용 ㅋㅋㅋㅋ 넘 신기 :3 난 정말 리라랑 부딪혀보는 게 너무 궁금하고 기대돼용. 막 진짜 살벌하게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자라온 환경 기반한 발언들 가지고 의견 갈리는거… 그러면서 각자 다시 제 생각을 반추해보고 수정해보며 성장하는 것… (성장서사에 미치는 사람) 연예계 발 들이지 않고 부모님이 완벽 성향이 아니라면 원래는 p였을 수도 있단 거군요 … 뭔가 쫌 슬퍼지다 (이마짚) 그거 아세요? 리라 맨 마지막 A맞죠? A는 의존적/스트레스민감성을 나타낸대요(방금검색해봄) 이거보고 더 마음이 힘들어졋자나요 저…… ;-;
>>62 우왕 리라랑 같은 거! 하지만 리라랑 제일 마지막 다섯번째 A랑 T가 다르네용 🤔 외향 86퍼 높아앗~~~! 그치만 역시 아이도루 생활을 했던 리라보단 상대적 내향적인! 평균에서 좀 더 비현실적 상상을 하고 평균보다 살짝 더 감성적인 거 같다고 나오는데 여로주가 했던 캐설정하곤 얼마나 맞을지 궁금해용! 계획형 53퍼? 어느정도는 계획하고 사는 편이라는 뜻인 걸까요?
>>63 청윤이는 평균적인 느낌이군요! 외향 61퍼는 조금 의외… 사실 I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왜냐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려도 에너지 충전 방식은 혼자서 할 거 같았거든요 그래도 타인과 부대끼는 게 좀 더 충전이 되는 느낌일까용? 🤔 감정형은 머더랑… N? F? N인가………? 의외로 완전 계획형이 아니구나……
지친 개주인과 뒷배경에서 뛰어노는 개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웃김... 그래 리라랑 아지 같이 가자 리라가 기깔나게 찍고 간단편집 해줄게
>>86 나도... 둘이 진짜 정반대라서ㅋㅋㅋㅋㅋㅋ 의견 갈리는 거 심심치 않게 나올 것 같은데 그런 대화들 겪으며 쭉쭉 자라나는 두사람을 보고 싶다~~ 어 근데 A가 그런 뜻이 있었구나 이게 뭐지 했는데🤔 세상에 그렇.....군........ 나름 정확한걸....????🙄🙄
"후회를 반복하면 과거의 실수들에 이끌려서 결국 자신을 못 믿게 됩니다. 자신을 못 믿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의 의심하기 시작하며, 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요."
한양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후회에 익숙해진 뇌가 자신의 한계를 미리 단정짓거든. 후회를 통한 자기혐오에 잠식된 뇌는 우리의 잠재력을 평가절하를 하기 시작해요. 우리의 머리가 사기를 친다는 거죠.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 자는 편법이나 불법으로 강해지려고 하다가, 결국 몰락의 길을 걷고요."
"샹그릴라처럼요."
성운이 그냥 알았다고 받아들이면 굳이 이렇게 사족을 붙여가며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면, 한양은 성운의 배경을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무슨 사정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운에게 필요해보이는 말을 한 것이고.
한양은 성운에게 삼단봉을 주고, 또 다른 자신의 삼단봉 두 개를 쥐며 말했다.
"제가 보여준 건 하나의 동작일 뿐이예요. 실전에서 융통성 없이 저 기술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한양은 왼손에 쥔 삼단봉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왼쪽 사이드에 물 흐르듯이 빠르면서 부드럽게 궤도를 그리며 오른손에 쥔 삼단봉으로 허공을 강하게 휘두른다.
"한 손은 상대의 공격을 궤도를 그리듯이 밀어내서 공격을 흘린 뒤에, 다른 한 손으로 빈틈을 타격하세요."
기초적인 포인트를 알려주었다. 괜히 실전에서 방금 알려준 것만 쓸 수도 있으니깐.
"네, 열심히 해주세요."
이제 다 끝났나 싶었을 때- 또 다른 질문이 들어왔다.
"어..그게..저는 동아리를 안 들어서 잘 몰라요. 철현이라는 친구가 헬스부에 있긴 한데요. 관심 있으면 알아보세요. 그리고 저녁마다 조깅- 잘하고 있어요. 얼마나 한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눈에 띄는 효과는 금방 안 나와요. 꾸준히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강해져있는 거지. 거기에 팔굽혀펴기나 스쿼트..플랭크 등의 근력운동도 추가해서 하면 좋아요."
한양은 삼단봉을 가리키며 말한다.
"성운군도 결국 무게가 나가는 무언가를 들고 싸우잖아요. 한방 한방의 파괴력을 낼 정도의 근력은 바라지도 않아요. 힘을 오래 쓸 수 있는 근지구력이라도 키워주세요."
>>110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근데 쌈 나면 경진이 입장에서 이득 아닐까 (양쪽 다 진빠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지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님이 앞장서서 낙조 이 취급을 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먹을거 물려주면 잠자해진다니 낙조 여행 브이로그 말고 정글의 법칙 찍자,,,
>>98 이경이도 혼자서 에너지 충전하는 편이 많을 거 같네요 :3 S…… 면, 상상력이 많은 타입이라면 현실적인 상상을 하고 아니라면 상상 자체를 안 하는 타입일까요? 🤔 (N의 상상이 갑자기 화장실에 있는데 공룡이 나타나면 어쩌지 이런 거라면 S는 갑자기 주식 망하고 경제가 망하고 누가 사고친다면… 이런 느낌인가봐요) 감정이 높고. 확실히… 자꾸 잊혀질까봐 불안해하는 것도 그렇고, 이성적인 면보다는 감정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편인 거 같긴 해요. 계획형 높아!!!!! 이경이도 여행 데려가야겠다 J들 같이 계획짜는거 보고싶어용 >:3
>>99 오옷, 성운이는 약간 예상했어요. infp 아니면 infj일 거 같았는데 계획적이고 혼자서 충전하고 비현실 상상적이고 감성적인…………. 근데 너무 잘 맞아서 할 말이 없어요 성운이는… 캐해 그대로임 정말루……… 이제 우리 여행팟에 끼면 이경이랑 같이 기빨리는 건가 ㅋㅋㅋ E들 사이의 I………
>>117 ㅋㅋㅋㅋㅋㅋㅋ (자캐를 강하게 키우는 편…) 원래 남 앞에서 자기 자식 오냐오냐 이뻐만 해주면 안대요… 버릇 나빠짐 (그렇다고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낙조주) 아니 얘 정법 너무 어울리는데 ㅋㅋㅋㅋㅋ 웃통 까고 나뭇잎으로 된 바지 입고 동물 가죽 머리에 쓰고…… 근데 그때 정글에 등장한 현대 사회적 지성체 경진이 등장하는 것임… 이거 완전 영화 늑대소년……
데 마레나 저지먼트의 업무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으로 봐도 정상적인 제압은 아니었다. 쓰러진 여성은 부러진 각목을 쥔 채로 손이 얼어붙어 미동도 없고, 머리만 남고 모두 얼음 속에 갇힌 남성은 귓볼이 뜯긴 채 아닌 봄에 희뿌연 입김과 함께 새파란 입술을 달달대며 떨고 있었다. 만일 사람이 지나치지 않았더라면 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 하지만 지금 여기엔 당신이 있다. 저 둘에게는 다행인 일이고, 희야에게 있어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다.
"응? 약속하지 않았어도 인간끼리의 상호작용은 있는 걸요."
일단 지금은 불행인 것 같다. 팔을 벌리면 인간들은 당연하게 자신을 안아주는 게 정상인 삶을 살았는데, 당신은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오랜 삶을 같이 산, 응당 그래주어야 할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지 모르겠으니 이는 큰 불행이다. 아마 저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저것이 사라지지 않을 때까진 안아주지 않을 테니 더욱 불행이다.
"그리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정말 심문 중이었다구."
희야는 팔을 내렸다. 아쉬운지 다시금 팔을 뻗으려고 했지만 자세가 영 어정쩡해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능력을 쓰기 위해 머리카락을 헤집는 손길에 얌전히 눈을 감았다. 손길 따라 고개를 슥 올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아마 머리카락을 헤집기가 무섭게 축축했을 터다. 숱 많고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에 피가 배어 나왔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찢어진 것은 틀림없는데, 어째 희야는 아픈 기색 하나 없어 보였다.
"그래도 혜우가 치료해줘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또 고장 났을 거야. 그러면 안 되거든요. 어떻게 고친 건데."
이번에도 망가졌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아마 노할지도 모른다. 아까는 어정쩡한 자세라 안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팔을 빧으면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것도 또 오래가지 못했다. 추하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자, 잘못." "으응?" "잘못했어요. 꺼내주세요. 소, 손에 감각이 없어요. 여자친구가, 여, 여자친구가, 다쳐서 와선 이상한 눈 가진 흰 머리 애가, 자기 이렇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 그래서 그랬어요. 혀, 형님인 줄은 몰랐어요! 귀, 귀걸이도 걔가 준 거예요. 하, 하, 한 쌍인데, 커, 커플로 하자고, 줘, 줘서…."
남성은 고개를 위로 올리며 젖먹던 힘을 다해 버둥거리다 당신을 향해서도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진심으로 억울한 것 같았다.
"애, 애초에 *발, 뭔지 알았으면 안 받았을 거예요! 에어버스터 그 개*끼가 뒤집어 깐 뒤로 다들 화 많이 났단 말이에요!! 티내고 다니면 칼빵 맞을지도 모르는데 누가 알고 받겠냐고요……. 으윽, 윽, 허어엉-"
>>129 이쪽도 외향 높다!!!!! 근데 세나는… 뭔가 일상에서의 모습만 봐도 (끄덕끄덕) S랑 N 비율 비슷하게 나온 거 보면 대체로 현실적인 상상을 하는 편인데 간혹 완전 뜬구름 잡는 상상같은 거라도 하는 걸까요 🤔 FP 높잔아앗 ㅋㅋㅋㅋㅋㅋㅋ ! 완전 감정! 완전 협조적! 완전 자율적!!! 안대겟다 세나도 여행 껴야함 낙조랑 ST / NP 갈라지긴 하나 같이 똥강아지마냥 뛰어놀 거 같아요……
>>143 아이고 아이고오 ;ㅁ; 이경이가 언제 한 번 편안하게 쉬었음 좋겠네요… 진짜 이경이 기억 관련해서 나중에 일상 한번 굴려보고 싶네요 사고가 달라서 완전 부딪힐 거 같은데… (싸운다는 뜻 아님!) >>148 괜차나요 사실 저두 많이 헷갈....(옆눈) 다 검색해서 알아본거랍니다 크하하
>>147 아니 이사람만 있는거 뻘하게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쿠ㅠ 아지가 사람을 싫어하는 감각을… 알까요? 알더라도 잘 안 느낄 거 같은데 그 한계점이 굉장히 높아서 깨기가 힘들 거 같은…
>>149 경진주 잘 다녀와요 >>>:D
>>150 오 오 오 옷… 랑이도 I다! 근데 랑이는 I일 거 같았어요. 사람이 쉬려면 혼자 쉬어야지 만나는데 어케 충전이 돼! 라는 느낌(너무갓나) 아무튼 랑이는 약간의 뭔가… 막힌… 폐쇄적인 느낌도 좀 있구 그래서. s 엄청 높다! N들의 상상 이해 잘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그럴 바엔 현실적인 문제를 고찰하지 그런 쓰잘데기없는(?) 상상으로 오ㅔ 힘들어하지? (갸우뚱) 할 거 같은…. 감정 평균보다 높구. 비율이랑 지금까지 랑이가 보여준 면모를 보면요, 약간 이성적으로 보이거나 보이려고 해도 결국은 살짝의 다혈질 적이고 결국은 감정에 따르는 거 같거든요 🤔🤔 P도 맞는거 같구! 계획 잘 안 짤 거 같아요 뭐 그렇게까지 해 걍 놀아 놀아~ 요런 느낌이랄까
>>152 아닛ㅋㅋㅋㅋㅋ (갑자기 소환돼서 깜짝 놀람) 전 그냥 서치를 마니 할 뿐이에용. 박사 아님 잉잉
>>127 하냥이 엠벼지금보앗다… 사진없어서 그냥 모르고 넘겨진 거 같아요 ㅠㅠ 엇 랑이랑 엠벼 같다!!!!! 한양이두 너무 잘 맞게 뜬 거 같은데요? 지쳤을 때 충전하려면 혼자 시간 보내야 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구, 이성적으로 보이나 실은 감성과 관계를 고려해 판단할 거 같고. 그간의 행보를 보면요. 근데 J 아닌 건 좀 의외다! 계획보다 즉흥적이고 융통성인 면이 좀 더 높은가봐요
>>157 낙...낙주에몽?!!!!! >>161 여러분!!!! 낙조 이미지가 점점 ㅋㅋㅋㅋㅋ (댕웃겨)
>>158 애린이두 세나랑 같은 엥뿌삐군아! 사실 저도 T 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S도 좀 추측했었어요. 하지만 상당한 ENFP… 애린이 아직 캐해가 덜 되어서 ;-; 근데 이것두 어울리는 거 같애요 애린이 E아니면 누가 E일 건데 (샤우팅) 근데 잠만 A? (A 검색결과 - 의존적 / 스트레스에 민감)
>>163 마쟈마쟈 희야는 베이비야… (아기각설탕 한입에 호로록 넣기)
>>178 아갓시엿어 역시!!!!!!!!!!!!!
>>184 그 그런가요……(울먹울먹) (이경이에게 한번 ‘악연을 어떻게 잊냐?(씨익)(농담 반 진담 반)’라고 해보고 시펏따....)
>>193 충격! 인듯 납득이 가는……. 왠지 ESTP~ESTJ아닐까 싶었는데 ENTJ였군… 사실 P도 나오지 않을까했어요 널널~한 느낌이라. (하지만아니엇조?)(이정도로 예상 많이하면 누구나 다 맞추겟다 낙조주야) 그거 아세요? 여로 리라 청윤이랑 N F 구간 빼고 같다!! 희야도 여행 가야한다…… 외향! 비현실 상상! 이성! 원칙적! 계획적! 여행썰 같이 플어야
>>199 (집안일하는 성운주 구경중) 엄엄엄 잘 안 탈 거 같애요! 근육이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지럽혀도 엥머야? ㅇ_ㅇ? 할 거 같은 ㅠㅠ
>>202 경진이랑 같은 엠벼다!!!!!!! 류화도 여행에 껴야 하느니라. 경진이랑 같이 E, P들 목줄 쥐어야… >>36 여기 estj 궁예해본 거 있거든요 함 봐조요 맞는지!!!
>>204 빨개애애애 눈 빨개애애!!!! (도망)애린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이이이이이?!!!!!
"막상 번개를 방출하는 것을 이미지화하라고 해도 꽤나 막연한데... 뭔가 적절한 예시가 없을까요?"
그렇게 먼저 요청한 것은 소녀, 유다은이었다. 본격적인 커리큘럼의 첫 단계는 능력을 머릿속에 이미징하는 것. 그리고 그녀가 받아든 이미지는 전기, 번개였다. 손끝에서 뻗어져나가는 번갯줄기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그녀의 첫 과제였다. 설명이 충분하지 못 하다. 무언가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그리면 되는지 요청했다.
그리고 그 요청을 할 때 다은은 번개를 머금은 적란운의 사진이라던가, 작동을 시작한 테슬라 코일의 모습과 같은 현실적인 자료를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설령 자신의 능력이 극적으로 개화해 레벨 5에 다다른다고 해도 신체를 전자화시켜 분산했다가 재구성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을 테고, 전류 아크 플라즈마를 끌어모아 자신의 거대해진 모습으로 빚는 건 또 그게 그럴 만한 효용이 있을까? 전기를 방출하는 예제 동영상이라고 받아오긴 했는데 이건 너무 과장돼 있어서 좀 그러네. 소녀는 얼굴에 실소를 걸었다. 차라리 손가락 사이에 동전이나 너트 같은 걸 끼워서 손가락에 전류를 흘려 레일건처럼 발사한다고 하는 게 더 신빙성있겠는걸.
아무튼 저녁에 잠깐 틈이 난 덕에 오늘치 훈련을 놀치지 않아서 다행이네. 12시가 넘으면 1레벨이구나. 계수가 오르는 속도로 뭔가 의견이 나왔던 것 같지만, 3레벨 이후부턴 경사가 충분히 가팔라진다는 것 같고, 캡틴 말마따나 원작에서 어느 정도 활약상을 가져가는 캐릭터들이 보통 3레벨 이상+캐릭터들의 파워 수준에 맞게 밸런스를 조절해준다고 하니 일단 나는 파워밸런스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해둘게. 야심만만한 다은이를 굴리는 입장에서는 계수가 빨리 올라서 오히려 좋은걸?
여러분들의 의견은 모두 잘 확인했어요! 사실 뭐.. 꼭 레벨3 이상이어야만 활약하는 것은 아니고 레벨0면서도 레벨5..그것도 1위를 몇 번이나 쓰러뜨린 존재도 있고, 레벨이 낮아도 활약할 이들은 활약하긴 하지만... 일단 어디까지나 저지먼트 등에서 뭐 좀 활약한다 싶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레벨3가 많으니까요!
어디까지나 기준은 그렇긴 한데, 딱히 여기서는 레벨3 이하라고 해서 활약 못해! 이런 것은 없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력할게요!
솔직하게 능력이 활약 못해!!! 이걸로 따지면 여로의 존재만으로 반박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레벨로 따지면 랑이의 성장으로 반박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여로의 경우엔 잠든 상대에게만 쓸 수 있는데 보통 잠드는 상황이... 생기... 나? 그런 일 잘 없지 보통. :3c
>>319 다은: 산탄총에 넣어 쓰는 전기충격 슬러그라면 상용화된 제품이 있긴 한데... 테이저 화살은 들어본 적 없네요. 방산업체도 일단 납품을 따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테이저 활과 테이저 권총 중에 뭘 납품받을 거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후자를 고르는 게 현실이라서요. 다은: 기성품으로는 무리겠는데, 일단 개발부서에 한번 문의나 해볼게요. 냉혹한 현장과 달리 개발부서의 괴짜분들은 그런 거에 사족을 못 쓸 테니까요.
병 안의 벼룩 이론. 절망과 후회를 가리키는 상징적 이론이다. -한양이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을 깨우쳐준다고 해도 무언가 당장 바뀌지는 않는다. 잔뜩 엉켜버린 실이 말 한 마디에 풀리지는 않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후회에 너무 좀먹혀서, 엉켜버린 실을 마구잡이로 집어뜯는 것마냥 발버둥치고 있었다는 사실은 성운 스스로도 잘 알았고. 그러나, 그것이 성운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었다. 제삼자가 건네주는 진심어린 충고. 한양의 말은 그 자리에서 잔뜩 엉킨 실을 풀어주지는 않았지만, 성운에게 엉켜버린 실의 끄트머리를 찾아서 꼭 쥐어주었다.
이 순간, 성운은 누군가의 뒷모습과 함께 누군가의 앞모습을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었다.
“샹그릴라라면······ 제가 격리 절차를 해제하기 전에 있었던 사건이라고 들었어요. 어디까지나 부분적으로 그런 게 있었다고 들은 정도라 정확히는 모르는데, 능력 레벨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지만, 지속적으로 먹지 않으면 부작용으로 능력레벨이 급격히 하락하는 약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성운은 자신이 맞게 알고 있는지 확인차 질문을 던졌다. 한양이 성운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주면, 성운은 이내 한양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 막고 치는 거네요.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커리큘럼에 칼리 아르니스 훈련을 추가하기로 마음먹은 성운이었다. 이 인첨공 내에서 칼리 아르니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있냐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한양이 저렇게 칼리 아르니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봐서는 어디선가 지식을 얻거나 교습을 받을 곳이 있을 것이라고 성운은 낙관적인 전망을 갖기로 했다.
“철현이라는 분을 찾아가보고······ 팔굽혀펴기와 스쿼트, 플랭크, 그리고 근지구력.”
선생의 수업을 받는 성실한 학생처럼 한양의 말을 다 받아적은 성운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한양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감사합니다, 부부장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배꼽인사를 하느라고 정수리 위로 쏟아져버린 꽁지머리를 추스르고서야, 성운은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네..후배군이 알고계시는 그대로가 맞아요. 일종의 마약이죠. 지금도 유행하거든요. 스킬아웃들이 그걸 팔아재껴서 돈을 벌고.. 한 번 맛본 학생들은 계속해서 찾으려고 하고.."
파는 녀석들이야 당연히 나쁜 녀석들이고..
최근 우리 게시판에 붙은 저지먼트는 각성하라고, 샹그릴라를 막지 말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분명 목화고의 학생이 몰래 들어와서 붙였겠지. 지금 이렇게 둘이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지만, 상황이 안 좋아. 학교내부의 샹그릴라를 복용하는 학생이 소수라면 그들을 설득하면 된다. 하지만 소수가 아니라면..저지먼트의 인식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갈 수도 있지.
"많이 연습해두세요. 간단하게 보이지만 이런 것들도 꾸준한 반복숙달을 통해서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거니깐."
능력, 육체, 기술, 공부..등 결국에는 꾸준히 반복하고 연구해야 실전에서 발휘되는 거니깐.
나중에 만나면 선생님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꿈이 교사인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말이네요. 고마워요."
성운의 연명부를 파일철에 끼워넣고, 서랍에 넣어두고 말했다.
"상담은 이걸로 끝난 거죠?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니깐 다행이네요. 날도 어두워지는데 어서 들어가보세요."
리라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깜빡인다. 선경은 그런 리라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리라. 요즘 무슨 일 있죠?" "전혀요? 재밌는 일만 있었는데요. 말씀드렸잖아요, 저지먼트 부원들이랑 벚꽃놀이 하면서 왕게임이랑 진실게임 했다고. 아! 게임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켜서 그렇게 나왔... 나?" "그만큼의 일시적인 자극 가지고 이 수치가 나올 순 없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스스로도 알죠?"
침묵이 흘렀다. 리라는 잔잔히 가라앉은 갈색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한다.
"리라 양 얘기만 들으면 나빠질 이유가 없어요.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뭐든지 하나는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나누는 이야기는 뭐든 비밀인 거 알잖아요. 그런데도 말하기 곤란한 일인가요?"
꽉 닫힌 입은 열릴 기미가 없다. 선경은 잠시 지저분해져 시야가 흐려진 안경을 벗어 닦는다. 그러는 동안, 흐린 시야 앞의 리라가 천천히 입을 뗐다.
"선생님한테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선경은 일부러 눈을 내리깔고 안경을 닦는 데 집중하며 대답한다.
"한강공원 이야기요. 여기선 더더욱 이슈 되지 않아서 편했다고 들었는데." "네. 그래서 좀 안심했었는데요." "......아는 사람을 만났나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기분이 어땠어요?" "......"
리라의 시선이 선경의 등 뒤로 넘어간다. 벽면에 걸려 유명하고 화려한 이름을 뽐내는 졸업장들, 인천첨단공업단지의 모 아동청소년복지센터 공동위임장임을 증명하는 증서, 각종 상패... 모든 게 이곳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 시간 끝났다. 저 이 다음에 바로 할 일 있어서 가봐야 될 것 같아요." "리라." "네?" "뭔지는 몰라도 말하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어요." "알고 있어요."
유다은은 최은우에게 자신을 둘 중 하나로 칭하곤 했다. 하나는 평소에 자주 쓰는 그냥 유다은, 저지먼트 부원으로서의 유다은이었으나 이따금 지금과 같이 자신을 부학생회장 유다은이라 칭하는 날도 있었고, 그럴 때는 그녀가 학생회의 일원이자 부학생회장으로서 저지먼트 부장인 은우에게 무언가 제안할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들어오라고 허락을 내리면, 문을 열고 회색이면서도 분홍색이기도 한 단발머리의 소녀가 문을 열고 맵시있게 따각따각 구두 소리와 함께 들어왔다.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에 부장님께 한번 이러면 어떨까 하고 말씀드려봤던 건인데요. '우연히' 지나가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좋은 기회를 잡아서 공식적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소녀의 발걸음에는 묘하게 비서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있었다. 부학생회장이지만, 실질적 역할을 생각해 보면 비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비서와 다른 점은, 다은 스스로 무언가 계획을 짜고 추진하는 추진력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리고 오늘 다은이 품속에 안고 들어온 저 파일도 그녀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계획 중 하나였다. 다은은 얇은 불투명 파일 속에서 클립으로 철된 문서 몇 장을 꺼내어 은우의 책상 위에 은우 방향으로 돌려 얹어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부학생회장으로서 공식적으로 제안드립니다. 저지먼트를 위해 비살상화기 도입을 추진하고자 해요. 여기 비치사성 화기 획득사업 제안서와, 유진디펜스에서 작성하고 학생회 총무부에서 확인한 견적서에요. 유진디펜스 측에서 공식적인 협력 의사를 피력했고, 덕분에 이례적으로 효율적인 예산으로 저지먼트에 충분한 양의 비살상화기를 도입할 기회가 생겼어요. 견적서 옆에는 현 저지먼트의 인원을 고려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도입 물량을 정리해두었구요. 물론 도입 여부의 결정권과 도입물량 결정권은 전적으로 부장님께 있고, 부장님께서 검토를 마치시면 학생회 의결과 안티스킬의 인가를 거쳐 인도 단계가 시작될 거에요. 그러면 검토해주시고, 고진 선처 부탁드립니다."
문서에는 최근 목화고 인근의 부적절한 활동 증가 추세에 따른 치안 수요 증가에 따른 대책이라던가, 무능력자, 저능력자 및 비전투성 능력자에게 충분한 자기방어 준비를 한다던가 하는 구실 좋게 정리된 문구가 쓰여있었고, 다른 문서에는 유진디펜스라는 회사에서 도입할 수 있는 각종 비살상 개인화기들과 탄종들의 목록이 쓰여 있었다. 산탄총과 권총, 기관단총, 고무탄, 파쇄성 탄(분필같은 재질로 만든 탄두로, 탄착할 때 부서져 관통 없이 충격만을 전달함), 최루탄, 섬광탄 등. 그 옆에는 가지런한 손글씨로 권장 물량이 쓰여 있었다.
"뭐어, 엄밀히 말하자면 습관이 되어봤자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을 뿐일까여? 매너, 에티켓 암만 배워도 정작 실생활에 쓰는 사람들은 별로 안보이는 것처럼 말임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책은 단지 그러한 지식을 전수할 뿐이지 그것을 사용할 상황마저 주는 것은 아니니까, 적재적소에 써먹는 것은 그 사람의 삶과 선택에서 얼마든지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녀의 경우엔... 단지 그걸 응용할만한 여건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던것 뿐이리라.
"일단 직접 꺼낸건 상당히 오래간만이란 기분이네여~"
물어오는 당신의 표정은 여전히 수줍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질투하는 느낌이 섞여있었을까, 어쩌면 기분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 그렇다 해도 그녀는 그것을 이해하는데에 약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만약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전적으로도 설명할수 없는 미지의 감정으로까지 팔레트를 넖히는 약이 있었다면, 그녀는 그것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삼켰을까? 문득 든 무서운 상상이었다.
"~~~~~~?"
말을 잇지 못하고, 무언가를 숨기듯 머뭇거리기도 하다가 이내 꼼지락 거리던 당신의 손가락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깍지를 낀 모양새가 되었다. 그 상황 하나하나가 그녀에겐 조금은 자극적이면서도 신기한 경험이었을까,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그립단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하게 떠오르진 않았다. ...그리고 설령 떠올랐대도 금방 지워냈을 것이다. 지금 멀쩡히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두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사람을 떠올린다는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가,
"호에~ 복수임까~? 그것도 확실히 기대되는 부분이네여~ 즈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슴다?"
살짝 당신과 마주치고 있는 시선이 가까워졌을까, 신호가 들어오기 무섭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양 돌아와선 다시금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복수, 인걸까... 복수는 어떤 이유에서든 달콤한 법이라고 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은 언제나 쾌감을 준다고 했다. ...잘 모르겠지만, 그럴 기회가 있다면 그녀 역시 만끽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게... 복수의 다음 행선지는 보복이라고 했으니...
서점 앞에 다다르고서야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종이봉투도, 나무 꼬치도 착실히 버려주고선 당신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의 표정은 여느때와 같으면서도 묘하게 차분해진 모양새였다. 자신은 이곳을 오래간만에 온걸까, 아니면 처음 온걸까. 어딘가 모를 착잡하면서도 가라앉은 기분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은연중에 비춰질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당신이 찾을만한 것이라면 아마 에세이나 시집들이 엮여있는 곳이나 인문학 쪽에도 있을 법했다. 서점과 도서관의 분류는 다르기에 곧잘 헷갈리기도 했지만...
"흐음, 역시 이런데에 올 때마다 종횡무진 누비고 싶지 말임다. 그치만 역시 미리 생각해두었던 곳을 먼저 가야겠지여?"
아무래도 공공장소고 실내다보니 손을 잡는다거나 하는건 피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같이 온 사람을 두고 혼자서 돌아다니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송낙조는 제 몸을 돌보는 타입이 아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확고한 육참골단 형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단단한 턱을 타고 흐르는 진득한 피와 채 마르지 않은 붉은 상흔의 원천임을 부정할 길 없다. 툭, 하고 담벼락에 묵직한 머리를 기대자 노랗고 검고 검붉은 지저분한 장발이 짓눌렸다. 손등으로 입을 쓸자 핏자국이 일자로 늘어졌다. 양껏 힘을 써 날큰한 눈알을 굴리면 구깃해진 저지먼트 완장이 제 팔뚝에서 달랑거리고 있었다. 너덜하고 다 헤진 게 다시 새로 받아야 할 거 같았다. 음, 혼나는 건 아니겠지. 시선을 하늘에 둔 낯에 난색이 잠깐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이걸 차고 다니면 별의별 놈들이 달려든다. 캣닢 향을 맡은 고양이처럼, 이라고 비유하기엔 너무 징그럽군. 일순 끔찍한 상상을 했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인적 드문 골목길 길목에서 마주친 스킬아웃, 무얼 하려 했는지 단단히 무장한 상태였다. 그때엔 귀찮음이 컸어서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저지먼트 완장만 보면 시비를 걸어야 하는 명령어라도 입력되어 있는지, 저가 발걸음을 옮기려 한 발자국 뗀 순간 즉시 속을 긁어대길래. 음. 전치 2주는 안 넘겼다. 최대한 기절만 시키려 노력했지만 조금 얄밉고, 또 걔들이 제법 강했어서. 거기에 약간의 즐거움이 차올라서 불이 붙어버렸다. 패배하여 저지먼트의 명예를 깎진 않았다. 2주도 넘기지 않았다.
하루 앓고나서 며칠을 커리큘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진짜 이럴 줄은 몰랐는데. 혜성의 눈이 다른 방향으로 도로록 굴러간다. 기침이 조금 나오는 거 빼고는 크게 아픈 건 없었지만 이상하게 집중하기 힘든 건 봄이라서 그런거겠지. 딱히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낄 게 없으니까. 일상생활도, 학교생활도 큰 변화 없이 평탄하다. 평화롭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혜성은 벚꽃나무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래도 벚꽃이 완전히 지기 전에 보러와서 다행이다. 예쁘게 핀 사진 속 벚꽃에 눈길을 두고 혜성은 웃었다.
그 옛날이었다면, 적어도 초등학교 시절이었다면 달랐을까. 뒤에 펼쳐진 풍경에 대해 어떤 감정적인 표현은 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놀람, 분노, 슬픔, 안타까움 등등.
지금은 그런 것들이 너무나 아득했다. 서로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시간을 거리로 나타낸 듯이.
그는 내가 그의 행동에 호응해주지 않음에 불만을 표했다. 인간끼리의 상호작용은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의 내게는 없는 요소였다. 팔을 내릴 때 다시 들지 않을까 했으나 그러지는 않았다.
거부하지도 않았으니 순조롭게 머리카락 사이로 손과 손가락을 밀어넣어 그 끝을 두피에 접촉시켰다.
손을 밀어넣을 때 그의 얼굴이 기울어 손바닥에 닿았다. 일부러 그 손은 덜 넣어 온전히 닿게 했다. 그 상태로 능력을 썼으니 머리 어딘가 찢어졌을 부상과 혹시나 있었을지 모를 얼굴의 상처도 회복시켰다.
"...내 능력은 만능이 아니야. 네 일이 다 끝나면, 소장님 호출시켜서 너 보낼 거야."
무슨 심문인지 무엇 때문에 이런 현장을 만들었는지, 무엇도 묻지 않았다. 내가 할 일은 단지 하나였다. 그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여기의 용건을 마치게 한 후, 데 마레의 소장님을 불러 데려가게 하는 것이었다. 뒷처리는 일 축에 끼지도 않을 것이었다.
한편, 얼음에 갇힌 남자는 나를 이 상황에서 구원해 줄 사람으로 본 듯 했다. 뒤에서 우는 소리를 하며 억울함을 주장하기에 힐끔 시선을 돌리자 바로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나는 남자에게 일말의 감정도 들지 않았다. 저물어가는 노을 뒤로 더더욱 어둡게 가라앉는 심해의 눈동자가 무정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볼 때에는 적어도 무정한 빛 만은 사라져 있었다.
"...목적은 달성했어? 그럼 적당히 해. 드러난 곳 정도는 내가 손을 대줄 테니까."
이제 말해줬다는 그를 보고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에서 손을 거뒀다. 더이상 뒷머리에서 통증이나 피가 흐르는 감각은 들지 않을 것이었다. 끈적한 피로 물든 내 손을 보고 시커먼 내 옷소매에 문질러 닦았다. 어느새 컴컴해진 하늘과 골목을 보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가 무얼 하든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단지 한 말은 지키기 위해 기다리겠다는 의미기도 했다.
사실 이런 허락을 굳이 받을 필요는 크게 없긴 했지만, 그래도 물어봐준다면 그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건 유다은. 저지먼트 부원이자 전교 부회장. 그녀를 대할 때의 은우는 조금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지먼트 부원으로서 봐야 할지, 아니면 전교 부회장으로 봐야할지. 특히나 이렇게 부회장으로 칭할 때는 더더욱.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두 직책을 가지고 있고 그때그때 따라서 다르게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자신이 어떻게 잘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안으로 들어온 다은을 마주했다.
"시간이라고 해야할까. 요즘에는 따로 순찰을 도는 시간이 아니면 크게 바쁘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우연히'라..."
공식적으로 찾아뵙다. 학생회에서 보내는 부탁 같은 것일까. 아니면 어떤 권유일까. 일단 모든 것은 들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품에 가지고 있는 파일을 향해 그의 시선이 잠시 향했다. 아마도 저것이, 볼일과 관련된 무언가겠지. 그렇다면 저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가만히 으쓱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지고 제쪽으로 돌려주는 그 파일을 향해서 은우는 시선을 옮겼다.
설명을 조용히 들으며 은우는 파일을 눈으로 천천히 읽었다. 일다 구실은 확실해보였고, 권장 물량에, 목록까지. 확실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아 그는 일단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다면 저지먼트의 행정쪽으로 일을 맡기고 싶었으나, 그녀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 욕심을 저버리며 그는 그녀의 설명이 끝나고, 파일을 눈으로 전부 읽은 후에 잠시 허리를 굽혀 제 책상의 서랍 중 자물쇠로 잠겨져있는 것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통에 들어있는 코뿔소 모양이며, 치즈 향기가 솔솔 풍기는 쿠키를 끄집어낸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설명 수고했고 고마워. 이거 먹을래? 오늘 아침에 시간을 내서 구운건데 말이야. 제법 잘 만들어진 것 같거든. 하하. 아무튼... 유진 디펜스라..."
그 이름 정도는 당연히 은우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관련자를 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튼 여러 높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어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그게 정말로 '우연히' 인진 둘째치고, 왜 거기서 갑자기 협력을 한다는 것인지부터 듣고 싶은데. 그런 것은 우리 쪽보다는 다른 군사 시설도 많을텐데...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일단 알고 싶은데. 하핫. ...미안. 미안. 하지만 나는... 조금 이런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볼 수밖에 없어서 말이야. 그리고...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말이지."
그는 이내 저쪽에 걸려있는 자신 전용의 삼단봉을 바라봤다. 스위치를 켜면 전기가 흐르는 간단한 구조였지만 역시 자신은 저것이 조금 더 손에 익었다.
"나는 저 무기가 조금 더 손에 익거든. 그리고 아마 이런 총보다 다른 것이 더 손에 익는 이들도 있을거야.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 게시판을 통해서 먼저 수요부터 확실하게 파악하고 제안해줬으면 하는데... 명분도 좋지만 실리도 중요하지 않을까? 정작 부원들이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돈 낭비잖아. 안 그래?"
/그러고 보니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저지먼트 부실의 문은 저지먼트 부원들에게 주어진 카드키를 소유한 것으로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자동문이에요. 물론 직접 열고 들어올 수 있지만요! 그리고 부장의 집무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실 안에 같이 있다니다!
언젠가 부실 벽에 박힌 못이 신경쓰인 적이 있었었다. 전에 내버려두자니 가구 놓는데 방해가 되고 뽑으려고 해도 마땅한 연장이 보이지 않아서 잊고 있었다가 이제야 생각나서 찾다 다시 발견한 것이었다. 레벨 0이었을 때에는 망치가 없어 좌절했지만 이번에는 능력을 사용해서 뽑아내기로 작정을 했다 못을 손가락으로 쥐고 가볍게 진동을 드드득 주어가며 살살 당기기 시작한다. 곧 오랫동안 박혀있었던 못이 점점 헐거워지다가 사각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뽑힐 준비가 됐다는 신호였다.
"뺀치로 티눈 뽑듯이*... 지금입니다!" *주의: 절대 직접 하지 마시고 반드시 병원으로 가셔서 치료하세요
부스러기와 함께 쑤우욱 뽑히는 쇠못. 예전에 무슨 필요로 박혀있었는지는 몰라도 지금 골칫거리로 변한 이 쇳덩이를 뽑아내자 그 후련함에 한숨을 몰아쉰다. 그가 몇 안되게 쓸만하게 능력을 사용한 경우 중 하나였다. //급하게 시간내어 올리는 훈련레스.. 다시 가라앉습니다 꼬르르르르... 아 그리고 신입 환영해요! 현생과 상판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수강주입니다 반가워요! 그리고 경진주!! 뇌진탕이라니 히익.. 몸 잘 추스리시고 쾌유바라요!
그리고, 성운이 엉켜버린 실을 풀어가지고 한 땀씩 다시 자신의 삶을 기워붙이러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문득 한양의 말 너머로 비쳐보인 것만 같았다. 성운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능력이 발현되지 않아서 답답함을 겪었던 성운에게는 그 마약의 강력한 유혹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너무도 실감나게 와닿았던 탓이다. 자신도 저지먼트가 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격리 절차를 마치고 나온 얼마 뒤에 샹그릴라를 구해서 먹어대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등골이 시렸다.
그러나 샹그릴라에 중독된 자신의 모습은 일어나지 않은 if의 이야기일 뿐이고, 눈앞에 놓인 길이 험할 것이라는 사실은 어차피 자신이 가야 할 길이었다. 그러니 두려울지라도 꺼려지지는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당장 앞에 놓인 실을 차근차근 풀어낼 동기 하나가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많이 연습해두세요, 하는 한양의 말에 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역시 그럴 것 같았어요.”
한양이 자신의 꿈을 소개하자, 성운의 얼굴에 오늘 처음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담긴 웃음이 걸렸다.
“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다음번에 또 드릴 말씀이 있거든 부부장님께 말씀드릴게요.”
하며, 성운은 연명부를 파일철에 끼워넣는 한양에게서 시선을 떼며 의자를 뒤로 밀고 가방을 짊어지고는 몸을 일으켰다. 성운의 하얀 얼굴에, 생기없는 납빛 위로 그 나잇대 소년다운 옅은 혈색이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부부장님. 그러면 돌아가볼게요.”
하고, 성운은 다시 부부장에게 목례를 해보였다.
# 막레를 써왔어요. 성운이와 상담해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성운이를 어떻게 굴리면 될지 조금 더 감을 잡은 느낌이에요 # 이럴 줄 알았으면 부부장님 좀더 일찍 찾아뵐걸(시즌 n호 후회) # 꿈이 교사였군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다은의 눈가에 가벼이 눈웃음이 걸렸다. 좋은 게 좋은 거니 적당적당 넘어가자는 투였다. 이 사회적 입지를 남용할까 말까 하면서 선을 넘나들까 말까 하는 과격한 일처리가 그녀를 부학생회장의 자리에 올려 준 일등 공신이었다. 마치 혈기넘치는 어린 이무기 같다고나 할까. 저지먼트 업무를 병행하면서 학생회 업무는 그대로 하게 된 것은 그녀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지만.
"아, 맛있어 보이네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은우가 내어준 코뿔소 모양 쿠키를 맛본 다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법 정도가 아닌걸요? 맛의 밸런스부터 텍스처까지 어지간한 파티셰리보다 더 괜찮은데요."
너스레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밥을 양보다 적게 먹는 차에, 은우 스스로도 잘 구웠다고 자신하는 쿠키가 정말로 맛있어서 다은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끄덕여진다. 하나 더 달라고도 할까 싶었지만, 일단 품위없는 행동이고 살찔 것도 염려되는데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나눠줄 쿠키이며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참기로 한다.
"금전적인 이해타산 때문은 결코 아니라고 장담드릴게요. 일반적인 입찰에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출혈가이니까요. 유진디펜스의 제품은 안티스킬에도 납품되고 있으니, 품질은 걱정없을 거에요."
그리고 다은은 싱긋 웃으면서 덧붙였다.
"그 아비라고 부르기도 수치스러운 닭대가리의 물건을 제가 뭐가 아쉬워서 대신 팔아주겠나요. 소중한 학우들을 위해서, 가족 찬스를 쓸 수 있는 만큼 쓰는 것뿐이죠."
고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직설적인 언사가,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를 상대로, 자연스레 가십거리 떠드는 것처럼 대수롭잖게 흘러나왔다. 자신의 발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태도로 다은은 은우의 말을 경청했다.
"실제로 개인장비 도입은 손망실 대비해 여유분을 두고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장님 말씀도 충분히 일리있어요. 여유분을 얼마나 둘지에 대한 고려는 정확한 수요조사를 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죠. 수요부터 확실하게 파악하라고 하심은, 수요조사는 제가 맡아서 진행해도 된다는 말씀이실까요?"
>>0 "......" "그래서, 할말은 그게 끝이니?" "ㅖ." "샹그릴라 회수를 위한 스킬아웃 진압, 그 과정에서 교전, 상대야 가벼운 타박상밖에 없지만 너는 열상, 타박상, 창상까지 종합으로 가져왔고?" "...ㅖ." "덤으로 미세골절이랑 염좌도?" "......ㅖ." "지금은 병아리가 몇마리니?" "...어제까진 10마리였지만 지금은 7마리임다."
여성은 얼빠지다못해 어딘가 사나워진 인상까지 품고 있었다.
"내가 너때문에 10년은 도로 늙은 기분인거 알지? 아버지께서 아시면 어쩌려고 그러니?" "어차피 그양반ㅇ," "류애린 학생."
여성의 안경 너머 붉은 시선이 당장이라도 꿰뚫어버릴듯 밝은색으로 변하자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하던 말을 도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자식을 걱정하지 않는 부모는 없어. 설령 그렇다 해도 너한테서 그런 말이 나오게 내버려둘 수도 없고, 내가 여기 온 이유가 뭐라고 했지?" "...세리쌤 슨배임 따라 오셨다 들었슴다." "그래, 그리고 그 선배가 누군진 너도 알지?" "ㅖ..." "...만약 얘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책임자는 누가 되고?" "...세리쌤임다." "지금 널 관리해주는 사람은 누구지?" "...세리쌤임다." "...그래, 알면 됐어."
다그치긴 해도 그 이상 화를 낼 생각은 없었는지, 여성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져선 복잡한 감정을 덜어내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커리큘럼 이행을 안하자니 선배가 이상하게 생각할 거고... 하아..." "...제삼다." "죄송하면 되도록 다치질 말아야지. 여기서 너 걱정하는 사람이 나뿐만인줄 아니?" "......" "일단 사고력, 판단력에 지장은 없는걸로 보이니까, 약만 좀 먹고서 간단한것만 진행하도록 하자." "ㅖ."
꾸벅 인사를 해보이며 연구실 한켠에 있는 문에 손을 가져다 대려던 그녀였다.
"잠깐," "ㅔ?" "오레오는?"
자신을 부른걸 아는지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의 후드를 비집고 나온 토끼가 철제 테이블을 발판삼아 챱챱소리를 내며 바닥까지 내려앉았고, 이내 여성에게까지 달려가선 바로 품으로 튀어올랐다.
"앞으로 1시간동안 오레오 압수야." "에에...~" "빨리 돌려받고 싶다면 오늘 훈련도 열심히 해야겠지?" "알게씀다..." "아, 참고로 이번 훈련은 너의 통상적인 패턴을 복사한 알고리즘이야. 저번 그 스마트폰에 심어져있던 해킹툴이 베이스니까 적당히 리와인드도 되고 좋지 않겠니?" "...그거 기어코 손대신 검까... 어쩐지 저번에 잠깐 훈련하고 왔더니 안보였지 말임다. 오레오가 물고 간줄..." "혼자서 해킹툴만 수십개는 찍어내던 천재 해커씨라면서 자기가 만든 함정에 도리어 당하는 경우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라곤 하지 않겠지?" "...데엠..." "어허, 바른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아부 아닐까 싶은데? 하핫. 물론 고맙긴 한데... 애초에 베이킹을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되어서 말이야. 아직 많이 부족해. 뭐, 그렇다고 쳐도 오늘따라 잘 구워진 것은 맞지만 말이야."
생각보다 평이 좋으니 앞으로 구울 때는 오늘 구운 감각으로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은우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자신이 만든 것을 남이 먹고 맛있다고 해주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요리를 하는 이들 모두의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만든 것이 맛있다고 하는데 기분이 나쁜 이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허나 그런 뿌듯한 시간도 잠시. 다시 일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 은우는 표정을 진지하게 바꿨다. '아비라고 부르기도 수치스러운 닭대가리'. 아버지 관련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런가. 그런 거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한편 제 가족을 나쁘게 말하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는 썩 좋게 비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집안 사정은 제각각이며... 항상 좋은 부모만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자신들의 사정을 거기에 가지고 와서 그런 말을 하지 마라고 할 생각은 그에겐 추호도 없었다.
"확실히 금전적 목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저지먼트에 그런 물건을 제공하는 것보다 다른 돈이 될만한 곳에 제공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테니까. 그러니까... 기업은 그런 거잖아? 이익을 얻기 위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집단. 대충 경제시간에 그렇게 배운 것 같은데...맞나? 아무튼 내가 모르는 다른 숨겨진 이야기는 없다고 봐도 되는 거겠지?"
학교 수업을 들은 것을 떠올리며, 은우는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이내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맡아도 괜찮아. 만약 쓰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내 사비로도 얼마든지 지원해줄 생각은 있어. 하지만, 그 물건을 여기로 들이겠다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이들을 귀찮게 하지는 말 것. 그게 조건이야. 만약 한 명이라도 그 물건을 강요받았다는 말이 들린다면 나도 이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할 수밖에 없어."
이어 그는 쿠키를 하나 꺼내든 후에 이번엔 자신의 입에 답았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꽤나 일품이라고 생각하나 역시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며 그는 파일을 닫은 후에 다은에게 내밀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그런 거 막 말해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네 신분이라던가 그런 거 말이야. 나는 솔직히 그런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고, 달마다 받는 지원금도 적지 않아서 떡고물도 흥미가 없지만, 내가 욕심이 많은 이였다면 너에게서 떡고물 좀 뜯어먹으려고 머리를 굴릴지도 모르는 거잖아. 안 그래?"
"부장님이라면 더 대단한 일을 능히 하실 분이란 걸 알지만, 「할 수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며 사시기로 하셨을 때, 그게 파티셰라면 꼭 불러주세요."
갑자기 날카로운 이야기를 불쑥 꺼내 곤혹스럽게 만든 것을 책망할 권리가 은우에게는 있었다. 그 점을 지적하면 다은 역시 은우의 앞에서 불쾌한 이야기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었고. 애초에 다은이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하지도 않았지만, 이 순간 다은이 은우의 앞에서 대놓고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를 비하한 것은 자신에게 사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없다고 과격하게 강조하는 제스쳐였다.
"부장님과 저지먼트 측에 숨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장담드릴게요. 저지먼트의 전체적 역량을 강화하고, 저능력자 및 비전투 능력자 친구들에게 쓸모있는 자기방어 수단을 마련해주는 것. 그게 제 의도에요."
물론 지금 이 젊은 이무기같은 소녀의 의도가 정말로 그것뿐인지 보증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선도, 미소도 흔들림없이 유지하는 데에 아주 능숙한 이 부학생회장의 얼굴 밑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 확실한 것은 다은이 제시한 수량이나, 수요조사를 거치면 더 적어질 이 물량의 비치사성 화기를 가지고는 딱히 무언가 수작질부릴 껀수가 없다는 점일까.
"총무부에서 인가를 받았고 학생회와도 이야기가 되어있으니, 부장님이 저지먼트가 아니라 전교생 몫의 제품을 발주하시는 게 아니라면야 학생회 측 예산으로 OK일 거에요."
은우의 입에서 OK가 떨어지자 미소를 더 분명히 한 다은은, 은우가 뒤에 조건을 붙이자 눈을 깜빡이며 느릿하게 손사래를 쳤다. 조건이라고 할 것도 없는, 서로간의 신뢰에 기반한 발주 계약에서의 기본 규칙이다. 발주자가 수요를 제기하고, 수주자는 제기된 수요만큼 제시하는 것.
“설마, 그럴 리가요. 본인이 필요없다는데 억지로 권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하며 다은은 파일을 받아들다가, 은우의 말에 느릿하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까지의 계산된 눈웃음과는 조금 다른 솔직한 눈웃음이다.
“그야 당연히 부장님이니까 말씀드린 것 아니겠어요? 보여주면 안될 패를 보여주는 사람은 아니랍니다. 무엇보다 이 테이블에서 우리는 같은 편이잖아요. 테이블을 떠난 뒤에도 부장님이 옛날 패를 가지고 뭐라 하실 분도 아니고, 이 테이블 밖에서라도 부장님을 상대로 만나고 싶은 생각은 한푼어치도 없는걸요.”
/ 일단 지금은 다은이 의도가 정말 순수히 저게 맞아! 다은이가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웹박수로 뭔가 들어갔겠지~ / 그러나 아직은 캐릭터인 은우가 다은이를 필요한 만큼만 신뢰해줬으면 해서 묘사를 약간 수상하게 했어 >:3 / 그리고.. 다은주는 이 답레를 침대에 누워서 썼으므로... 시나브로 사라지면 잠든 줄 알면 되어
>>589 그것은 다은이가 가슴 팍팍친다 >83 인첨공으로 도망온 거 아니면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배다른 남매들에게 다시 암살시도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할머니라도 다 커버가능한 건 아닌데다 할머니가 또 다은이만의 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다은이도 남매들 손에 안 죽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거든 (오히려 포지션만 놓고 보면 할머니가 만악의 근원)
사실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레벨이 높으니까, 퍼스트클래스니까 넌 이 일을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자신은 거역할 수 없었다. 자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 동생의 문제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조금은 회의적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미소를 유지하며 일단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쨌든 정말로 자신은 아무런 꿍꿍이도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은우는 딱히 사람을 의심하고 수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딱히 의심하거나 수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저지먼트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자신의 선택 하나로 이것저것이 바뀔 수도 있고,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상당히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좋아 무기의 보강이지, 자칫 잘못하면 저지먼트는 '총을 들고 위협하고 말을 안 들으면 쏜대'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과연 그게 저지먼트로서 올바른 모습인진 아무래도 조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흉기를 들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정도 수단을 써야겠지만...
"전교생 몫이라니. 그런 짓을 학생회에서 허용해줄 것 같진 않은데... 사실 내 생각이지만, 저지먼트 내부라고 쳐도 꽤 아슬아슬할 것 같아서 말이야. 어쨌건 총은 안전을 보장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강력한 경계를 사기 딱 좋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솔직히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난 총을 그렇게 찬성하진 않아. 어쨌건... 필요하다면 가스총이나, 그런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슬며시 밝히는 생각은 개인으로서는 영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살상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일단은 눈을 감아주겠다라는 말이었다. 애초에 그것을 강제로 따르라고 할 순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 이들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기에.
"나니까 말했다라. 하핫. 신뢰해주는 것은 고마운데. 뭐, 말했다시피 나는 딱히 그런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솔직히 평생 먹고 살 돈이라면, 일을 하지 않아도 만들어낼 수 있고... 쓸데없이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자리거든. 이 퍼스트클래스라는 것은. 조금 무서울 정도로."
괜히 어깨를 으쓱한 후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입안에 남아있는 쿠키를 마저 씹어 꿀꺽 삼켰다.
"제법 교섭과 협상을 잘하네. 역시 부회장님인걸? 내년에는 학생회장이 되어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야. 물론 난 그땐 없겠지만."
>>599 오너는 다 알고 이해하지만 혜우우는 이해 못할것... 그냥 다은이 밖에서의 삶을 살았었고 그쪽을 선택할 수도 있었던 '권리'가 있었다는 점이 혜우의 역린을 건들거야 근데 근데 있지 그냥 서로 가정사 듣고 그랬구나 하고 넘기면 아무일 없을 수 있음 다은이가 혜우 가정사에 어떤 감정적 반응이라도 보이는 순간 폭발하는 거임 미리 알려줌
>>601 에에에 싫ㅇ다 거절한다 그거 풀려면 먼저 물어야 할거 있어서 안 풀거다 니게룬다요!
>>594 네번... 일단 술술 넘기기 좋은 전개긴 한뎈ㅋㅋㅋ 슬마 제가 뽕채워서 한번 더 도셨던 검까... 감개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혜우우주는 게임할때 불살엔딩 먼저 하고 몰살엔딩 하는 편인가보구나!!!😲 (아님) >>602 사쿠라쟝... 나 우러요... 혼자 삽질 설정... 이제보니 확 느껴지긴 하네 어, 라? 그럼 흐콰도...? (덜그럭) 썸넬 인물... 아마 응애린 관련 떡밥은 그쪽 통일 아닐까 싶고?
도통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시간의 흐름이란 그런 법이다. 과거가 언제까지고 이어질 수 없다. 끝없이 변화하고, 무뎌진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더 그렇다. 기억 속의 사람은 성장하여 그때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야는 당신에게 그때의 모습을 계속해서 투사하고 있는 듯 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보드라운 볼을 손바닥에 능숙하게 기대고 눈을 가늘게 떴다.
"삼촌은 싫어- 오늘 엄-청 혼날 걸요? 얌전히 집에 돌아갈래. 그건 안 될까?"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며 다시금 불만을 토로했다. 삼촌은 싫다. 또 한참이고 말이 없다가 한숨만 푹 쉬고 잘못이 없다고 얘기해줄 것이다. 그건 싫다. 어려운 이야기만 가득 듣는 것은 사절이다. 희야는 떠나는 손길에 마지막으로 고개를 느릿하게 움직여 손길에 뺨을 비비려 했다. 동시에 눈이 마주친 남성은 간절한 눈빛으로 눈물을 흘렸다. 추위 때문에 턱을 닥닥 떨며 우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얼어죽기 직전의 사람 같다. 그렇지만 그는 매정하다 못해 자신을 흐르는 운명의 선 대로 내버려 두는 모습에 점차 몸에 열기가 올랐는지, 딱딱대던 턱의 움직임이 멈췄다. 울다가도 저렇게 울음을 뚝 그치고 당신을 쳐다보는 것이, 추위 때문에 연약해진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았다.
희야는 눈을 굴렸다. 떠나는 손길이 아쉽다는 듯하던 눈동자가 굴러 남성을 쳐다보고, 이내 흥미를 가졌다는 듯 반쯤 감겼다. 남성은 벌벌 떨리는 숨소리와 함께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락바락 외쳤다.
"저, 저, 저게, 형이, 내, 내 여친 조졌는데, 왜! 왜 내가 개쓰레기가 됐는데, 지, 지랄 말고, 도, 도와달라고, *발. 나 죽기 싫다고…… 아, 아는 사이 같은데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줘…. 나 진짜 감각이 없어, 제발, 이거 장난 아니라고. 이 형, 이, 이 새끼 이거 진짜라고……."
희야는 뒤로 물러난 당신을 한 번, 그리고 남성을 한 번 보다가 무언가 가늠하듯 고개를 기울이더니, 그대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히, 히익, 히이이- 이 형, 이 형 진짜 사람 죽인단 말이야!! 내, 내, 내가 봤단 말이야, 그때, 그, 그때, 형이었잖아요, 3년 전에, 3년 전에 호버!!! 나, 나 진짜 죽기 싫어!! 싫다고!! 개*아, 도와달라고!!"
어둠 내려앉은 골목에서 흰 눈동자가 온전히 금빛 색채 발하며 제비 물 차듯 휘어진다. 오로지 눈만. 그리고 상황을 깨달은 남성이 사달 벌인 것은 찰나였다.
"씨, 씨*. *같은 새끼들……. 그래! 죽여! 그냥 죽여!!"
희야는 순간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려는 듯 멍하니 서있다가도, 제 얼굴에 묻은 침을 닦아내며 천천히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눈동자 홉뜬 채.
>>614 그렇습니다 다은이 사정과 상황이 어찌되었든 혜우는 누리지 못 했던 시간과 권리를 누렸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발작 버튼이 눌려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은이는 인첨공에서도 당당하고 진취적으로 생활하니까 그것도 시기의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솔직히 다은이 시트 볼 때부터 워후...했는데 진짜 이렇게 정통으로 트리거가 되는 설정을 가진 캐가 올 줄은 몰랐지 어쩜 이렇게 갓캐를 짜오셨어요 선생님
" 그래서 말이야. 너네, '괴이' 라고 알아? " " 그게 뭐야. " " 괴상하고 이상한? "
백물어라고 했던가. 몇 명이선가 친구집에 둘러앉아 여러가지 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밤을 지새우는, 그야말로 오컬트 마니아들에겐 필수적인 놀거리라고 해도 무방한 이벤트다.
" 그렇게 말하는 것도 틀린건 아냐. " " 저는 처음 들어보는 걸요~ 현상 같은 건가요오~? "
그의 말에 방글방글 웃고있는, 회색 머리의 친구가 질문을 던진다. 백물어에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지만... 주변 사람들은 귀여우니 넘어가는 느낌이다. 푸른머리의 소년은 잠시 침을 삼키고 말을 이어간다.
" 그러니까 말이야, 인첨공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아주 낮은 확률로 인첨공이지만 인첨공이 아닌 공간으로 빠지게 된단 말이야. 그 공간은 옛날에 인첨공에 있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철거되거나 사라져버린 곳이거든. 그런 공간을 우리는 '괴이' 라고 불러. " " 그거, 허수공간 얘기 아냐? " " 아니, 비슷하지만 달라. 허수공간의 소문은 엄청 다양하잖아? 들어가면 바로 죽는다느니, 잡혀가면 실험을 당한다느니. 근데 괴이는 그런게 아니야. " " 그러면요~? " " ......알기 쉽게 말하자면, '귀신' 정도인가? " " 그럼 그렇지. 어차피 또 심심한 애들이 만든 헛소문일거 아니야. "
푸른 머리의 소년은 불만 가득하게 찌푸려진 얼굴을 하고있는, 푸른빛을 머금은 흑발의 소녀를 노려보았다.
" 너 집에 안가냐? " " 목검으로 마사지 당해봤어? "
둘의 찌릿거리는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회색의 아주 긴 머리를 가진 소녀가 분위기를 환기하듯, 푸른 머리의 소년을 쿡쿡 찌른다.
" 그으래서, 귀신인검까? 잡히면 빙의 당하는 검까?? " " 아니, 그런 녀석들은 아니야. 말로는 귀신이라고 했지만.... 사실 생긴것만 그렇고, 하는 행동은 사람같다고 해야하나. " " 에엥~ 그럼 그냥 할로윈 분장한 사람이랑 뭐가 다름까? " " 다르지. 걔들은 진짜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흉내내는것에 불과하거든. "
푸른 머리의 소년은 목이 칼칼한 듯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소년보다 조금 더 짙은 푸른색을 가진, 검푸른 머리의 소녀가 물을 한통 건넨다.
어떤 식으로든 그런 습관을 체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습관을 내보이지 않고 마음에만 품고 있던 것일까. 자신에게 그렇게 보여준 이유를 류화는 궁금해한다. 그리고 네가 오래전에 그런 말을 건네었던 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애정을 속삭이는 것 같은 그런 말에, 그 사람이 특별한 사람인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너는 깍지 끼며 잡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을까. 마주하고 있는 시선이 가깝다. 그런 네 도발적인 말에 류화는 눈썹을 씰룩 거린다.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고 싶을까. 깍지 낀 손에 더 힘을 주며 널 자신에게 가까이 당기려 했을 것이었다. 서점 안에서도 여전히 류화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바로 옆에 있을 베스트 셀러라 나을 살펴보나 맘에 드는 것이 없어 금방 시선을 거둔다.
"그치. 응. 에스코트해주기로도 했고."
데이트, 에스코트해주기로 했던 네 말. 그러니 널 놓지 않는다. 너를 따라 인문학 서적이 놓인 곳으로 향하면 수많은 작가와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류화는 잠깐 네 손을 놓고서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과, 봄이 담겨 있을 시 각각 두 권을 들고서, 너를 바라보며 묻는다.
>>633 히히후후헤헤하히후헤호 >>::33 근데 진짜 대립물로 나왔으면 다른 의미로 뻥뻥 터졌을지도 모르지... 그러고보니 모카고 시리즈는 쭈욱 한 진영뿐이었던가...
>>634 ㄴㅇ0ㅇㄱ 세상에 심지어 훈수맨이기까지 했서. 엄청난 혜우우주! 그러니 살려주세요. 아이돈원투다이, ㅓ...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쪽이랑 다른거 하나 더 섞었서. 혹시 프리드리히 2세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니? :) 만약 안다면 그 이상은 말하면 안된단다. (총 뺏)(철컥)
한창 괴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처음엔 그게 뭐냐는 듯 별 반응이 없던 아이들도 어느덧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집중하고 있었다.
" 그럼, 거기 빠져들면 아예 나올 수 없는거야? " " 그건 아냐. 빠져나올 방법은 있어. 그 괴이의 법칙을 따르면 돼. " " 법칙? " " 그것까지 얘기하면 너무 길어지고... 이번에 얘기할 괴이는, 그 중에서도 제일 악질인 괴이야. "
드디어 본방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기다려 왔다는 듯, 더 자세하게 듣기 위해 푸른 머리의 소년에게로 몸을 조금 기울인다.
" 이 괴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고 하는데, 사실 실체가 있다고 하긴 애매해. 진입하면 그 때부터 괴이의 법칙이 시작되거든. " " 예를 들면? " " 아주 익숙한 곳으로 데려가. 정신차리면 언제나 지나가던 길이든, 집이든... 빠진 사람이 가장 익숙해할만한 장소로 데려가지. " " 그럼..... 자기가 괴이에 빠졌다는 사실은, " " 모르는거지. "
침묵. 다들 알아차렸을까, 이 말의 의미를.
" 그 괴이에서 제일 중요한건, 아무것도 먹어선 안 돼. " " 왜? " " 아까 말했지?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던 괴이라고. 그런곳의 음식은.... " " 썩어있는걸론 안끝났겠군요. " " 정답. " " 히익..... "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 '아주 오랫동안 방치된' 음식의 말로를 상상하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 푸른 머리의 소년은 만족한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 그래도 음식만 안먹으면 나름 희망차. 끝에 끝까지 먹지 않으면 돌아올 수 있거든. " " 근데, 슨배임이 그러셨잖슴까? 거긴.... " " 맞아. 끌려간 사람한테 익숙한 공간이라고 했지. " " 그럼 절대 몰라. 자기가 있는 곳이 괴이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할거야. " " 그렇네. 아마 눈을 뜨자마자 앞에 음식이 있어도 별 생각 없이 먹어버릴지 몰라. " " .....너무 불합리한거 아닌가요? " " 그게 괴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불합리한 것. 그래도, 그것도 나름 파훼법이 있어. " " 어떤건데요...~? "
겁먹은 듯한 회색 머리의 소년과, 그를 다독여주는 흑발의 소녀를 잠시 바라보던 푸른 머리의 소년이 말을 잇는다.
" 괴이부에서 신청한 것 중에 신기한 장비가 있어. 음식물이 닿으면 팽창하면서 밖으로 밀어내는 종이. 입에 뭘 넣었더라도 한 번은 튕겨나오지만, 아무래도 종이다보니까 녹거든. 그래서 딱 한번. 거기에 목숨을 거는 셈이지. " " 와, 그거라도 없으면 바로 이승 빠빠이임까? " " 그런 셈이야. 내가 거기 한번 들어가봤거든? 좀 길어지긴 하겠는데, 그것도 얘기해줄까? "
소년은 너무 말을 많이 한 탓인지 몇 번인가 마른기침을 뱉어낸다.
" 오, 재밌겠다. " " 네, 네에~! " " ...목 아픈거 같은데, 역시 마시고 하시죠. " " 어어, 땡큐. " " 빨리 마시고 얘기해. " " 썰어버리기 전에 조용히 해. "
뚜껑을 따내고, 커다란 페트병에 담아낸 물을 종이컵에 쏟아내는 동안 아이들은 조바심이 나는지 다리를 떠는 모습도 보인다. 푸른 머리의 소년은 그렇게 재밌나, 생각하며 피식 웃고는 종이컵에 든 물을 입 안으로 확 집어넣는다.
촤악!
그때, 입 안에 무언가가 꽉 차는 느낌이 들며 마셨다고 생각했던 물이 전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동월은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든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한 뼘 너머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쩔쩔매게 하고, 껴안아서 달래주고 싶게 만드는 가증스러운 울음이다. 마음 약한 제 누나라면 몰라도, 나는 그 울음소리가 죽도록 싫었다. 어느 날부턴가 불쑥 찾아온 남매는 부르지 않은 객이오, 환영받지 못한 존재들이었다. 시작부터 불우한 태생을 차마 축복할 수 없었던 부모님은, 뻣뻣하게 굳은 손길로 아이들의 등을 연신 쓸어내렸다. 옻칠한 듯 뻑뻑한 분위기를 환기시킨 건 누나였다.
"와! 귀엽다!"
아이들을 안아 들고 귀엽다, 귀엽다 업어 키운 건 바쁜 부모님이 아닌 누나였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유독 누나에게 달라붙었다. 누나가 주는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살이 오르고 혈색이 돌았으나, 누나는 해마다 황폐해졌다. 나는 그 아이들은 누나의 생기와 혈색을 야금야금 갉아먹다, 종래에는 누나가 아예 쓰러져 버릴까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신경질로 무장하여 아이들에게 성을 내기를 몇 번 반복하자, 아이들은 더 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빛 바란 만화책을 쥐여준 후 벽에 기댄 누나는 나이에 맞지 않는 피로를 두르고서는 들숨과 날숨만을 겨우 반복했다. 눅눅한 단칸방 한 켠에 위치한 라디오에서는 정부의 선전이 연신 흘러나왔다.
"인천 천담 공업 단지는 행복을 ㅂ..장... 걱정 없ㄴ... 도시..."
떠듬떠듬 들려오는 선전에 행복을 위한 지름길은 없다며 코웃음 치던 누나는 어느새 말이 없었다. 깊은 생각에 질식된 얼굴에 나는 덜컥 겁이 났으나, 차마 누나에게 말을 붙이지는 못했다. 서로가 멀어질 수 없는 이 좁다란 거실에서, 누나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부터인가, 나는 누나의 영혼이 답답한 반지하 방이 아닌 다른 곳에 향해 있음을 깨달았다. 비린내 나는 쇠 철창살 너머로 누나가 보던 건 사람들의 분주한 걸음뿐이 아니었던 거다. 대신 이곳과 정 반대에 위치해 아주 멀고, 단절되어 있으며, 말뿐인 약속으로 무장된 황금의 땅을...
"건우야, 있잖아..."
누나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1년이 다다를 때쯤, 자다 깬 누나가 내 뺨을 더듬더듬 건드렸다. 꿈결에 잠긴 목소리로 누나가 속삭인다. 평소보다 부드럽고, 또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였다. 그때 나는 반쯤 졸고 있었기 때문에 초점 잡히지 않은 눈으로는 누나의 표정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곳에 가면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대. 그러면 우리 아주아주 높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 방도 아주 많고, 화장실도 아주 많은 집이어야해. 우리는 사람이 많잖아. 그리고 텔레비전도 큰 걸로 하나 사고, 침대도…."
아지랑이처럼 누나의 얼굴이 흩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누나에게서 제대로 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웅얼거리는 틈 사이로 새어 나온 숨결만이 누나가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는 지표였다. 나는 오랫동안 삼켜온 말을 또 한 번 삼켰다.
그럼 나는?
귓전으로 누나의 중얼거리는 소리, 아이들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한데 뭉쳐 들려오다 서리가 되어 사라졌다. 누나의 숨결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고, 창문 너머를 뚫고 찾아온 시린 냉기만이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뭐냐~ 동월주가 쓰는 괴이 개꿀잼 컨텐츠잖냐~ 누가 누군지 예상하면서 보는게 재밌었어 동월주 꽤나 캐해 잘알이잖아 많은 사람 독백에 녹이기 쉽지 않을텐데 :3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을게
>>727 ................................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잔혹한 현실에 건실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그만...
>>731 혜승: 안됩니다. 실제로 혜승은 자기 동생들한테 오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요 :3
여담이지만 동생이라 저런 진지한 독백이 나온겁니다 혜승은 사실 기억도 잘 못해요 (애초에 동생을 화자로 정한 이유) 혜승이 자체가 깊게 생각 안하고 넘기기 때문에 삽질 안하는 성격.... 음? 아, 그냥 중학교때 성적이 안 나와서 이대론 안되겠다 왔지! 하하하! 정도로 기억합니다....
다은의 퍼스트클래스의 삶에 대한 지식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 그것은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영역에 있는, 인첨공 안의 지식이니까. 퍼스트클래스의 삶에 대해서는 화려하고 좋은 이야기만 잔뜩 들었을 뿐, 큰 힘에 따르는 의무나 그 뒤의 어둠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정황이나 썰 등을 통해 어림짐작만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어림짐작으로도 알 수 있다. 전략병기와 동급으로 취급받는 능력자가 쿠키를 구우며 소박하게 살아가기를 높으신 분이 원할 리가 없겠지. 그러나 능력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행복했으면, 하고 소녀는 생각해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행동거지나 말씀씨가 어쨌건 아직 소녀인지라.
"대외비로 들여올 생각이지만, 직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확실히 경계를 사겠지요. 그 점이 염려되셔서 저지먼트의 화기 보유를 금지하겠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이 안건은 바로 중단할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가스총도 아니고, 안티스킬들에게 납품되는 것과 똑같은 사양에 탄환만 비치사성 탄환을 사용하는 물건이라서요. 제 것처럼요."
저지먼트에게 맨손보다 강력한 제압 수단을 소개해주는 것은 다은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총을 다룸에 있어 태도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합리적인 규정을 정하는 것은 은우가 해야 하는 일임은 사실이다. 총열과 총구에 형광색 도색을 하여 비치사성 화기임을 표시하거나, 상대가 흉기를 들거나 다수인 등 특수폭행의 요건이 만족될 때 꺼내고 저지먼트에게 바디캠을 부착시키는 정도의 방안이 있겠지. 경찰이면 바디캠을 사용하는 일이 흔하니, 학교의 경찰인 저지먼트가 바디캠을 쓴다고 이상할 일은 아니다.
"결정이 어려우시면 잠시 보류하시면서 상황을 보셔도 괜찮아요. 유진디펜스의 협조에 따로 기간은 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이득보고자 하는 거래가 아니라 저지먼트를 위한 협의였기에, 다은은 결정에 있어 신속함보다 신중함을 은우에게 권하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은우의 말에, 다은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말씀대로, 퍼스트 클래스라는 사실이 제가 부장님께 패 몇 장을 솔직히 보여드리기로 결정한 데에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다른 퍼스트 클래스 분들께는 결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에요."
은우가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그가 쿠키를 삼키기를 기다리던 다은은 은우가 꺼내는 말에 겸연쩍게 웃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상황설명 : 혜우가 아지에게 가정사 오픈하고 거리두기 시전하려는데 아지가 혜누한테 나는 네가 필요해 나도 부모님 원망한 적 있어 라는 대사를 쳤을 때
"...너한테, 내가, 필요하다고? 어째서? 너는 다 가졌잖아. 너를 사랑해주는 부모님에, 가깝게 지내는 주변 사람들에 친구에, 다 가졌잖아. 거기에 나 하나 빠진다고 뭐가 달라져? 아, 아니면 그거니? 나 같이 비참한 인생 하나는 옆에 있어야 네 삶이 행복하게 느껴지고 그래? 그래서 내가 필요한거구나? 그럼 나는? 나는 뭐가 이득이니? 내가 뭘 얻는게 있어서 너랑 더 어울려야 해? 내 관점으로 말해줘? 나는 너 없어도 돼. 너 없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삶도 아니고 차라리 저 연구소들이 나를 더 의미있게 써줄테니 그게 나아. 그래. 나는 필요 없어. 너도 누구도. 다. ...그래도 기회를 한 번 줄까? 한아지. 아지야. 네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네가 말해봐. 내가, 왜,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753 실제로 못먹는거 맞습니다!!!! 저 괴이 안에서는 뭔갈 먹는다는 행위가 죽음이든, 실종의 결과로 직결되니까요!!!!!! 그래서 못먹게 그런 장비를 착용한거죠!!!!!! 먹더라도 정신 차리라는 의미기도 하고요!!!!!!!!! 헤헷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755 우 와 악 류화 네카 예쁘다!!!!!!!!!!! (야광봉) 저 쿨한 미소 어떡할거야...!!!!!!!!!
>>763 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동월주의 반응이 느려서 죄송합니다...!!!!!!!! (석고대죄) 저도 다 본건 아니지만 명장면이라 할만한 장면들은 몇개 봤었습니다!!!!!!!! 고어하긴 해도 액션신이 재밌었다거나 충격적인 장면들 덕분에 기억에 많이 남았던지라...!!!!!!!! 🤔🤔(근데 생각해보면 진짜 괴이세계 같긴 하다)
뭐임? 류화. 엄청난 미인. 이잖냐..... 이걸로 포.상이다. 트릭오어트릿이구나..... (널부렁)
>>760 궁금해서 인면양.만 치고 밴드 커버 안 쳤다가... 이상한 것만 보고 온 혜승주... (._. 뭐 아무튼 징그럽게 생긴 것 같아 약간 블록피쉬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희야 매번 갖고 다니는 인형도 다를 것 같지 왠지 베개 대용으로 갖고 와서 베고 잘 것 같은 인상
>>764 엣... 에? 엣 (다시 조심스레 읽고 이해함) 뭐 뭐냐구,,,,,,,,,,, 이거 산치체크해야하는 부분아냐? 동 월이 예승은 했지만 굉장히 멘탈 강하다!라는 느낌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일단 내가 아니라 실제로 그걸 사용할 이들의 생각이 중요할 것 같으니까 일단 생각을 들어보고, 제공되는 물건이나 실제로 위험한지의 여부, 그리고 그 이외의 여러 사항을 고려한 후에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안 그래도 요즘은 시끌벅적하니 말이야."
얼마전에 게시판에 붙었던 '저지먼트는 각성하라'라는 쪽지를 떠올리며 은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저지먼트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지는 지금 이 시점에, 총까지 대놓고 들고 다닌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런지. 허나 그렇다고 무조건 막는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저지먼트는 어쨌든 치안을 담당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강경한 수법도 써야한다는 것이 은우의 생각이었으니까. 그것에 찬성을 하건, 반대를 하건, 어쨌든 올해 자신은 그렇게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후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보류할 필요는 없어. 아까전에 말했던대로 그대로 진행해볼 생각이야. 그 후에, 최대한 사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면 되겠지. 그만큼 패널티도 확실해야 할테고. 자고로 사람은 말이야. 갑자기 강한 무기를 지니게 되면, 돌변하기 마련이니까. 우리 저지먼트에 그럴 이가 없기를 바라지만..."
제 눈으로 직접 CCTV를 확인한 결과를 떠올리며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일단 이 부분은 차후 소집때 또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기에, 그는 굳이 더 말을 꺼내진 않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퍼스트클래스는 6위이자 월광 고등학교 저지먼트의 부장인 웨이버. 7위인 목화 고등학교 저지먼트의 부장인 에어버스터. 둘 뿐이잖아. 다른 이와 대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는 없을걸? 아마. 웨이버는 애초에 이런 것엔 관심조차 안가질테고."
무기의 힘을 빌리다니 비겁하잖아!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다은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겸손하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도 협상이지. 아무튼 일단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내면 될 것 같은데... 더 할 이야기 있을까?"
사적인 이야기도 상관없고, 다른 공적인 이야기. 혹은 이 이야기의 연장이어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이미 끝난 이야기를 더 끌어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은우는 다은에게 다른 이야기가 더 있는지를 물었다.
"아무튼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도 괜찮아. 다음에 이 관련으로 이야기를 할 때는 우리 저지먼트 부원들이 실제로 얼마나 이걸 원하는지의 데이터만 보여줬으면 해."
동월이 독백 봤다... 아이들도 전부 괴이였던 걸까? 그들의 시선이... 라는 부분에서 소름 쫙 돋았어... 약간 그 뭐지, 자각몽 꾸고 있는 사람이 자기 손가락 꺾는 걸로 꿈인 걸 눈치 챈다고 친구한테 얘기해줬다가 친구가 "그랬구나?" 하고 쳐다본 뒤에 꿈인 걸 깨달은? 그 이야기가 연상되네... 덜덜덜... 동월이 산치 괜찮은 거 맞지???🥺
그리고 혜승이... 동생 시점에서는 정말 아득할 것 같다... 의지하던 누나가 홀린 듯 인첨공으로 가버렸을 텐데 약간 그게 빼앗겼다?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737 보고 그만 비명을 질러버림 어째서 어어어째서야 크아악ㄱ
>>774 젠장 이걸 끌어내다니 아지주 이 설정도굴범 같으니 (부들부들) 그치만 나도 아지 반응 궁금해 으아악 저 반응은 사실 아지한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긴 해 거의 모든 캐들이 해당할걸 자존감 낮고 나홀로 피해의식 쩌는 애가 폭발하면 어케되는지에 대한 좋은 표본 혜우우
>>778 미쳐 오지만 않으면 된다! (따봉~) 아무튼 돌아왔다는 거 아냐?! 여담이지만 요즘 발매된 월드 오브 호러 동월주가 좋아할 것 같아 :3 약간 그런 느낌 맞지?!
>>781 (따봉~) 그만 문신 언더아머 어쩌고가 되어버린 것이에요 >.0 나중에 축제때 저 모습으로 찾아와서 혜승이 뒷목 잡을 예정...
>>716 나도 독백 tmi를 쫌쫌따리 풀어보자면...
1. 혜승이네 집안은 원래 돈이 좀 있는 집안이었는데 아버지 사업 실패로... 어렸을 적 반지하로 이사온 설정. 아버지 고향인 경상남도 바닷가(확정은 아님)로 이사갔다는 설정이야 :3 실제로 가족이랑 이야기할때는 사투리를 쓰는데... 오너 본인이 경상남도 사투리를 잘 몰라서 독백에서는 못함...
2. 독백에서 건우가 자기 동생 보고 불청객이라고 묘사하는데 말 그대로 계획에 없던 쌍둥이라 그래. 애기들 태어나고 얼마 안돼서 엄마도 돈 벌겠다고 맞벌이 생활 + 혜승이도 한동안 동생만 챔김. 건우 입장에서는 동생들한테 애정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편
3. 건우만 엄청 심각했는데 혜승이는 별 생각 없었다... 사실 인첨공에 온 것도 중학교 당시 내신 망해서 (학원 안다니는데다가 애들 돌보느라 시험 공부도 제대로 못함) 충동적으로 인첨공 신청한거야. 사실... 도망치듯 온게 맞기는 하지 :3 (혜승: 도망치는게 뭐가 나쁘지?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마인드라 딱히 타격은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리락쿠마... 진짜 귀엽다 악.과 리락쿠마... 하지만 상어 인형 진짜 하찮게 생겼으니까 귀여움은 확정이구... 희야 인형 받자마자 신나서 방방 뛰면서 담날 학교에 베개로 데려오기까지 했을 거야~ >:3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이제 안고 담요 둘러매고 슬리퍼 직직 끌면서 매점 내려갔다 옴
>>795 혜성: 악. 이구나. 이름 귀여워(악과 악.의 차이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찰해버림)
리락쿠마랑 기타등등 폭신거리고 모찌모찌한 인형들과 기타 작은 장식품들 등이 자취방에 있음. 당연히 희야랑 같은 여고생이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교에 가져오는 거 귀엽네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ㅋㅋㅋㅋㅋㅋㅋ가져온거 보고 이혜성 빵긋 웃으며 대리만족하는 건 기정사실이죠. 당연함 집에 인형 둘 곳이 없을듯. 희야가 둘러맨 담요 질질 끌리면 혜성이가 둘둘 말아서 올려주고 싶다
확실히 자신의 말을 도발의 일종으로 받아들인 걸까? 만약 그랬다면 대략 절반정도는 노림수였을지도, 눈썹을 씰룩거리는 당신을 보니 그 예상은 확신이 된 모양이었다. 깍지를 끼고 있던 당신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선 가까이 당기려는 느낌이 들자 '뎃,' 하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저항없이 딸려가는 그녀였다. 일단 당신은 키부분에서도 자신보다 좀 더 큰편이었고 보기엔 그러지 않아보여도 쥐고 있던 손에서 확실한 힘을 느낄수 있었으니까, 다만 자신을 가까이 끌어당기는 그런 행동의 저의는 알고 있었기에(무엇보다 도발을 한건 자신이었기에) 그저 장난스럽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어차피 손 잡고 돌아다니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니깐, 누구에게 눈치보일 일은 아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머, 그렇긴 하지여? 100% 잘할수 있단 말은 함부로 못하겠지만 말임다."
상황도, 인물도 다르니...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을 최대한으로 지키는 사람이긴 했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훑다 이내 관심이 없었는지 금방 시선을 거두는 것도, 같이 둘러보는 것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어가 좋다 이야기야 했지만 막상 들어서서는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는것 아닌가, 그래도 최소한 당신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나보다. 그점이 다행이기도 했지만,
"호오... 두권 다 그럴듯 하네여?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던 사람이라면 확실히 모두가 공감할만한 대중성이 있는 작품일 거구, 봄을 위한 시집은 이 시기에 가장 적절하지여."
당신의 선택이 꽤 흥미로웠는지 잠깐 눈을 반짝였다. 다만 뭐라 해야 할지, 그녀는 미묘한 부분에서 힙스터 기질이 있었을까? 대중성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영향을 많이 받았을지도 모를 일, 그녀는 누군가의 생각, 사상, 가치관이 오롯이 들어간 책을 더 선호하긴 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자극적인 요소도 많겠지만...
"즈는... 대강 이거려나여? 이것도 나름 볼만함다. 무난... 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여?"
자신이 추천할만한 것을 묻는 당신에게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 한권, 또 한권을 집어냈다. 소설쪽은 '충격의 그 작품, 드디어 세상에 공개!' 라는 커버가 씌워져있었고 시집쪽은 알 사람들은 알만한 '자신의 일생을 시로 녹여냈다'는 작가의 작품이었다. 물론 이쪽 역시 봄이 테마였다.
>>813 좋아하는 편이지만 맵 외우고 숨고 도망쳐야하는 3D 게임은 잘 못하는 편이야... (아웃라스트나 소마 이런 류) 뭔가 해야하는게 많고 스토리가 복잡하면 힘들어하는 편이라 ㅋㅋㅋ 그와 별개로 일본 동인류의 쎄한 건 좋아하는 편 :3 괴담류나 코스믹 호러류도 좋아해
>>831 맞워오~~~~~~~~~~~~~ 점례가 유일하게 관심가질 수상한 약... 월월이랑 괴이탐험하다가 그런거 있으면... 어... (눈치덕) >>834 으어어어어어얽 (짤짤 털림) 🤔🤔🤔🤔 머, 모두의 팁이니깐... 점례시는 자기를 '아가씨' 라고 부르는것 자체는 아무렇지 않아해! 하지만 절대로 '공주님' 이라고 부르면 안돼. 만약 공주에 대한 로망을 품는 점례가 있다면 즉시 동월쿤에게 말을 걸것, 그리고 지금 일상팁이 있다면... 절 대 로 동 화 코 너 에 가 지 마:D
진정한 고독은 사람들 속에 들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여덟살 그 해 이른 봄날이 절망을 깨달은 때라면, 더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 폰을 보며 무너졌던 그 초겨울은 고독을 깨달은 때였다.
못 본 사이 나도 그도 자랐다. 그것이 몸의 성장만 일컫는 것인지 정신의 변화도 아우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어떨까. 역시 잘 모르겠다.
여전히 나를 과거 그 어릴 적 보던 눈으로 보고 있으나,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점은 그대로였다. 제멋대로인 점. 그는 내가 뺨에 손을 대니 부비고, 이 상황에 맞지 않게 투덜댔다.
"네가 순순히 집에 갈 지, 다른 곳으로 빠질지, 내가 어떻게 알고."
나 또한 그에게 맞춰 담담히 대화를 나누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그의 일이니 그가 직접 마무리를 짓고 나는 그 뒤를 챙겨주고 돌아서면 그만이었다. 완장도 차지 않고 나온 이상 저지먼트의 권위를 쓸 자격 따윈 없었다.
그러니 저 얼음 속 남자도 얌전히, 조용히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었다. 그랬으면 조용히 끝났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자는 얼음에 갇힌 모습과 달리 금방이라도 깨고 나올 듯 발악했다. 듣기에 불쾌한 고성은 한층 더 듣기 꺼려지는 욕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튀어나온 키워드, 3년 전 호버와 진짜 죽인다는 것 만이 고막에 꽂히듯 들어왔다.
그리고 홉뜬 금빛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희야의 과거가 어쨌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또 한 걸음 나아가며 시선을 얼음 속 남자에게 옮겼다.
"네 말대로 내가 희야와 아는 사이라면, 더더욱 너를 도와줄 이유는 없지 않나?"
또 한 걸음 나아가며 어깨를 가로질러 멘 가방에서 무언가 꺼냈다. 은빛 메스날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였다.
"오히려 내가 따져야지. 너나, 네 깔*이 뭔가를 저질렀으니 응당 대가를 치른 것을, 감히 억울하다 해?"
어느덧 남자의 코 앞에 서 있었다. 콱, 인정사정 없이 그 얼굴 잡아 고개를 뒤로, 얼음에 박다시피 꺾어주며 고저 없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밑바닥 버러지들이 감히 희야에게서 피를 보게 해?"
메스의 끝이 남자의 턱 끝에 닿았다. 기껏해야 1미리. 그러나 피부에 금을 내기에는 안성맞춤인 깊이. 메스는 천천히 선을 그으며 내려와 쇄골 중심까지 길게 내리 그었다. 그리고 목 중간을 가로지르는 긴 선을 다시 그었다. 죄 지은 자의 표식은 붉게 물들고 내 손은 천천히 그 머리에서 떨어져갔다.
"무지한 버러지야. 왜 그건 생각을 못 했어. 나라고 뭐가 다를지."
내가 남자에게 행한 것은 그저 아주 얕고 쓰린 자상을 남긴 것에 불과했다. 아주 천천히, 피부가 갈라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행했을 뿐이었다. 행동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끝이 아주 살짝 붉은 메스를 들고서, 그렇게 말했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정리해. 누구 눈에든 띄면 귀찮아져."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여자의 머리를 워커의 밑창으로 한 번 걷어찼다. 목각을 들고 있는 손의 주인이었으니까.
- 덜컹덜컹. 나는 어느새인가 버스 안에 학교의 후배와 둘이 타고 있었다... 반쯤 영혼이 나간듯한 얼굴로 눈을 깜빡인다. 분명 여기에 있었지만,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처럼 멍했다. 방금까지 학교에 있던 내가 지금은 버스 맨 뒷칸에 타고 있을 줄이야...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젓고 양 뺨에 손을 짝 붙인다.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피서라니 이거 맞어??"
지금 이 상황은 뭡니까? 소문의 시간 왜곡 능력이라든가 그겁니까! 그런 겁니까! ...확실히 시간 왜곡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직 봄인 걸로 아는데... 적어도 일본의 [여름이다! 바다다! 오키나와다!] 라는 초 유명한 캐치 프레이즈도 여름정도는 껴있는 법인데! 갑자기 봄에 바다로 가버리는 사람이 어딨냐고오오오!
"―라곤해도, 너무 얼떨결이라 나도 무심코 무장하고 나와버렸단 말이지..."
큭, 그렇지만 나도 참 나란 녀석이다... 그 사이에 이정도 피서 준비를 마칠 수 있을 줄이야. 참 대단하십니다 한 세나 여사. 간단한 물건 정돈 넣을 수 있는 방수백에, 옷은 덥지도 춥지도 않도록 오프숄더 반팔 티와 단이 짧은 반바지로 갈아 입었다. 그게, 요즘은 좀 날이 더워졌으니까 말이지. 이정도는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여차하면 허리에 묶은 청자켓으로 커버 될 것도 같구. ...그보다, 문제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몸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짧게 놀고 온다고 해도 바다는 다녀오면 벌써 저녁이 아닌가. 설마 허락해줄까~ 싶은 마음으로 카페에 전화를 걸었더니 "...응, 다녀오렴." 하고 쿨하게 한 마디하고 끊을 뿐이었다. ...뭐야 이게! 쌀쌀맞아! 순식간에 짤린 줄 알았다고! 나중에 들은 말로는 내가 없는 가게가 오히려 일이 줄어서 좋다나. 뭐라나. 큭...! 설마 우리 관계 그 정도였냐구요 매니저 언니...!!
"하아-...~"
설마 이 내가 특수기호를 세개나 쓸 정도의 한숨을 해 버릴 줄이야. 이런 날도 다 오고 인첨공 참 마이 변했네 그려. 인생이란 살고 볼 일이다. (※전학생입니다. 18살입니다.) 뭐,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나는 이미 피서행 버스에 올라 있는 채였다. 버스는 불규칙적으로 덜컹거리고, 창 밖으로는 해안가의 풍경이 바쁘게 비춰지고 있는 아주 전형적인 피서 버스. 나는 문득 옆자리의 신나있는 후배님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설마 이 나조차도 범접 불가능한 텐션이, 꼬리라도 있었다면 이미 헬리콥터급으로 붕붕 거리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인간 대형견...같은 게 실존하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아이러니일까, 그모습을 보자 천천히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놀러 온 거 잖아? 전학 왔다지만 후배 앞이잖아? 까짓거 즐기지 않으면 손해라고.
"~근데? 여긴 어디 바다야? 뭐 어디 사전에 봐둔 장소라도 있던 거야?"
나는 천천히 분위기에 타볼 심산으로 들떠있는 후배 옆으로 살짝 더 움직여 창 밖으로 시선을 던져본다. 과연 소문의 인천... 푸르다. 생기가 전해져온다. 비록 끝나가는 봄이었지만, 바다는 확실하게 바다였던 것이다.
“그래서, 학생 이름이 뭐랬죠?” “서성운이요.” “좋아요, 성운 씨. 칼리는 왜 배우려고요?” “학교 선배에게 추천받아서요.” “아뇨아뇨, 어떻게 알았냐가 아니라.” “아··· 무능력자인데, 저지먼트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지먼트 활동 간에 스킬아웃들을 저지하는 것도 있는데, 이 무술이 적합하다고 선배에게 추천받아서요.” “저지먼트 활동을 위해 칼리를 배운다. 그러면 무술까지 배워가면서 저지먼트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돌이킬 수 없는 선택도 했고, 이것저것 잃어버리면 안 될 것들도 잃어버렸고, 그러다 보니 제 자신도 제대로 추수르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데 어느날, 따라가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요.”
“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보니, 따라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이 사람들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엔가 내가 잃어버린 것을 전부는 아니겠지만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찢어진 것들을 전부는 아니겠지만 꿰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절대로 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걸릴지 모를 길이지만 그 사람들을 따라가고 싶은데, 이 작은 팔다리 갖고는 따라가기가 벅차서요.”
“그래서,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하는 거에요.”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 그리고 그걸 따라가는 데 필요하다. 성운 씨 스스로 그렇게 결정하신 거죠.” “네.” “우리 체육관은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에요. 기초부터 천천히,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쌓아가는 수련이에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둘 다, 제게는 필요해요.” “우리 체육관의 관원이 되신 것을 환영해요, 성운 씨. 그러면 오늘은 손발의 협응력과 근지구력을 단련하기 위한 줄넘기부터 먼저 하시고, 휴식 타임 가지신 다음에 칼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봉술 기초를 시작하게 될 거에요.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텐데 괜찮으신가요?” “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877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다고 노출되는거냐구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절대 말려...!!!!!!!!!) 뭐 나름 동월이 전문가(?)니까? 같이 가면 침식될 일은 없?을지도....!!!!!!!!!!
>>881 저어는 그냥 카인 할래오.....!!!!!!! (??) 진짜 가을이면 너무 늦는거 아닌가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동화구연이면 월월이도 같이 탈주할듯?? (?) 물론 점례만큼 동화와 관련해서 끔찍한 트리거가 있는건 아닐테지만...???!!!!!!!
기껏 골랐는데, 읽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책장에만 넣어두고 잊어버릴 것이 분명해서. 이왕 마니또의 선물로 받은 상품권이니 끝까지 읽고 싶었을까. 표지에서, 작가에, 첫 페이지의 내용까지. 둘 다 관심이 가는 것이지만. 이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너의 추천 또한 들어보는 것이었으니 류화는 네가 고른 소설과, 시집을 본다. 어느 쪽이든 다 관심이 간다는 듯 류화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자신이 골랐던 책들을 내려놓고서 네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선다. 시선을 살짝 내려, 네 손에 들린 시집의 띠지에 적힌 내용을 읽어보던 붉은 눈동자가 너와 마주한다.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뜨고서, 입술을 늘어트리며 옅게 미소 짓는다. 시집을 든 네 손을 다시 잡아 쥘 듯하며, 시집을 건네받아 살피려 한다.
"나보다 더 책과 친할 네 선택이라. 이것도 좋을 거 같은데."
살짝 책을 펼쳐, 바로 보이는 시를 읽던 류화는 흐음, 소리를 낸다.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마음에 드는 것일까. 시집을 덮으면 류화는 널 보며 빙긋 웃어 보인다. "이게 더 마음에 드네." 하면서 시집을 손에 든다. 그러며 널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슬쩍 고개를 기울이며 묻는다.
>>904 헉..... 세나주 이런 얘기 엄청 조아해여....... (겜창 음~~~ 애리니는 왠지 본작의 양파기사 같은 포지션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오~~~~~! 바보같아 보여도 의외로 성능 장비 끼구있고 잘 사는 나라의 기사인데다 포기하지 않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조! 겜에서 대부분의 난관은 물론 플레이어가 대신 뚫어주지만여 ㅋㅅㅋ
...라곤 하지만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나기 전의 사전작업은 확실했다. 당연하겠지. 인생은 스킵이 되지 않는 법이니까, 당신이 그럴만한 여건이 되는지 재차 확인했고, 제대로 즐길수 있는 비품이 있는지도 확실하게 짚고 갔다.
...그나저나 이 선배님도 만만치 않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경악을 금치 못하던 반응과는 다르게 준비 하나는 완벽했으니...
혹시 당신 또한 그녀가 항상 말하고 다니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대비하는'류의 사람인 걸까?
"......~"
덜컹거리는 버스 안, 꼬리가 달려있다면 아마 뱅글뱅글 돌리다 못해 떨어져나갈듯이 꼬리콥터를 시전할 대형견 같은 그녀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지라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던 당신이 있었다. 사실상 무작정 끌려온 셈이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본거라곤 저지먼트 활동 때가 전부인 후배가 갑자기 놀러가자고 제안한다? 그것도 둘이서만? 같은 저지먼트라는 부분만 쏙 빼버린다면 당장 수상한 배를 탄다거나 항구에서 얘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거란 생각을 먼저 하지 않을까?
"봄바다가~ 맛있대여~ 음흠흠~ 봄 봄 봄 봄 봄이 왔슴다~"
겨우 좋은쪽으로 사고의 발상을 돌리기 시작한 당신이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녀는 누군가와 같이 논다는 생각으로 가득찬지라 말을 걸기 전까진 그녀만의 세상에 붙잡혀있었을 것이다.
"ㅔ?"
얼마 뒤에 들려온 당신의 질문에 그녀는 얼빠진 소리를 먼저 내었다.
"머, 글킨 함다? ...라곤 해도, 여기에 바다가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슴까~"
아직 돗자리도, 파라솔도 펴지 않았지만 그녀는 형형색색의 선글라스에 챙이 넖게 퍼진 비치햇을 쓰고서 이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엄청 오버사이즈인 셔츠만 입고 있는것 같지만, 안에는 확실하게 수영복이 있었을까? 평소에도 그러했지만 더욱 도드라지는 실루엣이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던지라 그녀는 마치 말을 도로 집어넣으려는 것처럼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았다. 그녀에겐 뭐든 사면 그만이라 해도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엔 당신이 도서상품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있기에,
혹시나 자신이 잘못 말한건 아닐까 해서 한동안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어선 당신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다가도 눈이 마주치겠다 싶으면 금방 휙휙 돌려버렸겠지,
고민하듯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갔던 당신이 그녀가 골랐던 책에 시선을 주다가 자신의 손까지 잡을듯 책을 건네받아 살피자 그때서야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풀렸을 것이다.
"어... 정확히 말하면 책 자체보단 그 책에 있는 지식하고 친한 거지만 말임다?"
살짝 뻘쭘한 반응, 마치 무언가를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반응과 닮아있을까?
당신의 반응, 느리게 감았다 뜨는 눈, 늘어뜨려진 입술에서 보이는 옅은 미소가 다시금 기억을 되짚어보게 했다. 확실히... 아무리 여자라곤 하지만 같은 여자에게도 인기가 많았을 모습이었다.
자신이 골랐던 책을 펼쳐 보는 당신의 모습에 그녀는 시험지의 답안을 듣는 학생처럼 긴장했을까, 꽤 진지하게 살펴보면서도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은걸 보니 그럭저럭 합격점이었나보다.
"그-렇슴까? 그건 좀 다행이겠네여~"
아니, 솔직히 다행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싶었을 상황이다. 사람은 언제나 변할수 있는 변덕의 생물이다. 그녀의 뇌리에서 스쳐지나갔다.
당신이 슬쩍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오자 그녀는 따라서 고개를 기울이다가 몇초정도 생각에 잠겼을까?
"그럼 즈는 슨배임이 고르셨던걸 한번 봐야겠슴다. 원래 이럴 땐 서로가 서로 추천한걸 보고서 감상을 꺼내는 씬도 있다고 하니까여."
마치 각본을 읊어나가는 것처럼, 게임 선택지를 훑어보는 이처럼 말하던 그녀가 당신의 손길이 닿았던 책들을 집어들었다. ...아무리 힙스터라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려면 그들의 행동양상을 알아야 했다.
"음, 확실히 봐둔게 몇개 있긴 했지여?"
조금 더 주변을 살펴보다가 서점으로 향하기 전 자신이 언급했던 그 성장소설 하나를 찾아냈다. 꽤 그리운 문구도 함께 쓰여있는, 제법 감성적인 책이었던가... 물론 청춘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무거움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곧잘 보며 눈물을 흘려야 할만한 대목에선 조금 착잡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총구 둘이 나를 향하자 저절로 몸이 흠칫, 반응하면서 괜스레 나를 숨기듯 양 팔로 몸을 가려버린다. 갈 곳을 잃은 시선이 버스 내부 여기저기를 방황한다.
"겍...! 이, 이건... 그러니까, 그냥-"
'네게 어쩔 수 없이 잡혀왔을뿐', 이라고?
'?!'
진심이냐? 정말 그렇게 말할 셈이냐? ―과거에나 유행하던 금발 트윈테일 츤데레처럼 굴 생각인 거냐? ...큭, 아니야. 그렇지 않잖아. 사실 너도 알고 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여기서 해방해라! 지금까지 줄곧, 마음 속에 품고있던 네녀석의 포부를 말이다!
"...후후... 아아, 물론이지-"
순식간에 기세가 변하여 숙인 고개 그대로 조용히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이내 눈빛 가득히 불꽃을 태우며, 주먹을 가슴 위에 얹어 경례하며 이렇게 당당히 선언하는 것이다-
"이몸, 18세 청춘 한 세나의 사전에 대충 논다는 말이 있을까보냐!!!"
... ... - 덜컹덜컹. 순간이었지만 버스 안을 가득 매운 목소리. 그만큼 대비되어 후폭풍처럼 몰려오는 정적. 반응하는 것은 버스의 덜컹거림 뿐... 결국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알고는 있었다만 뒤늦은 무안함이 밀려온다. 마침 버스 안에 우리 둘 말곤 아무도 없는게 다행이었다. 크윽... 봄바다 피서에 감사하게 될 줄이얏.
"...타하하~ 뭐어뭐어~ 어차피 곧 여름 시즌이고 말이야. 마침 나도 인첨공 바다는 제대로 봐두고 싶었고? 그리고, 요즘은 얼리엑세스라는 게 보통인 모양이고... 응."
그렇다해도 역시 시즌상 얼리얼리-엑세스인 감이 없지는 않나 싶긴하지만. 뭐, 이제와서 됐나? 신경쓰는 쪽이 손해다. 나는 살풋이 웃음지으며, 장난스럽게 주먹 뼈 끝으로 후배님의 팔뚝 살을 조금 쿡 찌르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오늘 실망시키지 말라고? 후배님."
...그나저나 이녀석, 나보고 준비만전이니 뭐니 하더니 역시 자기가 더 준비만땅이잖아! 뭐냐, 이 본격적인 패션! 뭐냐, 이 퍼렁레모네이드는! 하기사- 날 끌고 온 본인이 정작 준비도 없이 오면 그것도 조금 김빠지는 일이다. 그러면 나만 신난 꼴이 되는 거기도 하고. 그렇게 잠깐이지만 후배의 상태를 스캔뜨는 사이, 내 시야는 다시금 질주하는 바깥의 풍경에 이끌려 그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눈썹 위에 손날을 붙이고 조금 더 창에 가까이 붙어본다. 반짝이는 수면 위에 분홍빛으로 흩날리는 저건...
"오~ 뭐야뭐야, 벚꽃이잖아! 이런 바다 가까운 곳에 벚꽃나무도 있는 건가... 헤에."
굉장하네 인첨공. 순수한 감탄을 흘린다. 정작 저 나무는 과학과는 일정 관련 없을텐데도 나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그렇지만, 인첨공에 와서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많이 만들었다. 전학, 이능력, 저지먼트- 그리고 이번 경우, 바다 바로 근처에 서있는 벚꽃나무라... 후배의 말을 잠깐 빌려 표현하자면 이곳은, 확실히 "죽여주는 해안가"였다.
"선배." "왜." "요즘 왜 자꾸 커리큘럼에 간섭하세요?" "그야 대상의 레벨이 올랐으니까 그렇지." "그것 뿐이에요?" "그거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아니,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선배가 자꾸 저를 커리큘럼에서 빼는 것 같아서요. 저번 연주 때도 그렇고." "별 걸 다 신경 쓴다. 너 피아노 칠 줄은 아냐?" "어... 아뇨." "그러니까 내가 들어갔지. 그리고, 너 요전까지 논문 쓰느라 바빴어 안 바빴어?" "그거야, 바빴죠? 당연히?" "이유 다 알고 있네. 더 필요해?" "그, 음, 아닙니다. 충분해요." "오냐. 오늘도 내가 들어갈 테니까 넌 가서 위에 올릴 보고서 준비해." "네. 이따 뵈요." "오냐."
"......" "눈치 빠른 새X. 쓸데없이 감만 좋지." "그 좋은 감 엉뚱한데 쳐 쓰니 그런 소리 듣는 줄은 알까." "에휴."
"야. 나 왔다. 저 저 표정 봐. 미간 안 펴? 인사는?" "...안녕하세요." "그으래. 아주 엎드려 절 받는 기분 째진다. 후딱 누워. 시작하게." "네."
"그럼 오늘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아, 최근 있었던 일부터 말해봐." "...얼마 전에, 저지먼트에서 모임이 있었어요." "무슨 모임?" "꽃놀이... 였던 것 같아요. 장소가 공원 벚나무 아래였어요." "애들은 팔자도 좋다. 모여서 뭘 했어?" "간식... 이것저것 먹고, 떠들고, 놀고." "놀았다라. 뭔가 했나?" "게임, 이요. 왕게임, 진실게임." "흐음. 재밌었겠구만. 그랬어?" "...아뇨." "재미 없었어? 왜?" "불편... 했어요.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있었고, 시끄러웠고, 원하지 않는 거, 말하거나 먹거나, 그랬고..." "하지만 너는 그런 불편함 못 견디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 그 자리를 지켰지?" "그것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지먼트의 부원으로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어? 그저 일, 단순한 일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 "그 날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기억해? 너에게 누가 말을 걸고, 누가 무엇을 했는지?" "......" "그게 정말 네가 불편해 할 일이었나? 의무적으로 참가해야만 하는 업무의 연장선이었어?" "......" "사실 너는."
쿠당탕! 탁탁탁탁...
"아, 이런, 또 도망갔군. 정말이지 갈 길이 멀다니까." "깔끔히 포기하지도, 선뜻 인정하지도 못 하고..." "애들의 특권이란 좋구만. 부럽다. 부러워."
사물뿐만 아니라 특정 공간을 실체화 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리라는 다양한 집의 인테리어가 담긴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문득 생각한다. 꼭 이런 거창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땅에 원을 그려 일시적으로 숨을 수 있는 굴을 만들거나, 함정을 파거나, 혹은 어떤 만화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다른 곳으로 금세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거나...—
뭐가 됐든 지금의 레벨로는 안될 걸 안다. 리라는 잡지를 넘긴다. 해당 페이지에는 곧 다가올 여름을 위한 어린이 물놀이 장난감과 수영복 등이 배치되어 있다. 리라는 개중에서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물총을 눈에 담는다.
"끈끈이 풀이나 그물, 후추 스프레이. 아니면 안개가 나와서 연막탄 역할을 대신하거나."
또 어떻게 활용이 가능할까. 위험성을 가진 걸로 하려면 산성을 가진 액체가 들어있다고 설정하거나 물 대신 불이 들어있다고 설정하면 적당하겠지... 고민하던 사이 연필심이 부러졌다.
"아."
너무 못된 생각 하지 말라는 건가. 종이 위를 구르는 심을 집어들며 잠깐의 반성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