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시타 씨도 좋아하는 거 있잖아? 고양이? 그러고보니 마츠시타 씨의 취미 얘기는 따로 들어본 적 많지 않았긴 하네."
장난스레 린에게 되묻는다. 종교인이라고 들었던 것 같지만 종교와 별개로 또 취미를 가질 수도 있지. 그러다가 린이 넌지시 계속 말해달라는 뜻을 표하자 잠깐 의아해하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한다.
"계기? 아 그렇지 그렇지. 내가 이야기를 하다가 말았구나. 그게 계기였어. 내가 저 아이템을 다루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걸 자각한 거. 레벨도 당시 20레벨에서 27레벨까지로 꽤 많이 올려야 했고 그 당시에는 없었던 기술도 두 개나 새로 익혀야 했지. 그러니 많이 좋아하지 않았다면 사용 제한 따위 어찌되든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두기만 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내 힘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잖아? 그 과정에서 마도도 겸사겸사 수련해서 수준을 끌어올리기도 했고. 사용 조건 중 하나인 '불협화음'은 악기 연주의 효과를 바꿔 공격력을 부여하는 마도의 일종이니까."
나는 그녀의 웃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웃음이 서투르다. 웃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웃고, 장난스러울 분위기가 아닌데 장난스러워진다면. 그것은 대체로 만들어냈다는 뜻이다....마는. 크게 지적하진 않기로 했다. 왜냐면 종교인들에게 종교란 터부 같은 문제라서, 자칫 잘못 건드리면 격분하는 법이니까.
"그럴 땐 그냥, 솔직하게 '믿을만한 사람이니까요' 라고 말해두면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어. 왜냐면 나는 널 그리 생각하기 때문에 말하고 있거든."
아직 멀었구만, 하고 웃는다. 종종 얘기하지만, 가끔은 솔직함과 신뢰도 화법이 되는 법이다.
"뭐, 그 부분은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들을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만, 그녀가 지금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닐테니까.
"네...?" 고양이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아기 고양이 앉아서 그루밍하는 다 큰 고양이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와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홀로 돌아다니던 불야성의 어두운 골목에 밝게 빛나는 두 눈동자가 얼마나 반갑던지. 아무튼 예상치 못한 불시의 기습을 받은 린은 당황한다.
에에 재미없어. 만약 린의 정신연령이 조금 많이 어렸다면 대놓고 뺨을 부풀리며 이렇게 투덜거렸을지도 모른다. 윤시윤은 마츠시타 린을 당황시키거나 담담한 말로 의도 치 않게 놀리는 재주라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해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왠지 시윤씨는 종교를 믿을 것 같지 않아서요." 그토록 인간의 의지를 믿는 사람이니까. 뒷말은 괜시리 뾰루퉁해져 하지 않는다. 겉보이는 얼굴은 굳어진 게 습관이 되어 담담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상대라면 그 마저도 알 것 같았다. 재미없다.
"재미없어요." 솔직하게 결국 감상을 말하고 만다. 재미없다는 말은 이제 두 번째다. "너무 정론이라 할 말이 없네요. 역시 선생님이라 불러드릴까요." 흐리게 웃으며 내려놓은 듯, 농을 치듯 가볍게 말하지만 묘하게 투덜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 그들은 그저 죽은 자들의 기억을 옮겨놓은 토둔에 불과해요. 비록 그 주체가 주체인지라 감쪽같지만요."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알렌군과 깊게 관련이 있을거라 추측, 아니 거의 확신해요."
강산은 린의 반응을 살피더니 깔깔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작은 무언가를 하나 꺼낸다. 포항장인단지에서 강산이 산 고양이 장식품이다. 척 보기에도 저번에 의뢰 때문에 테스트하고 있던 회전하는 고양이상과 흡사하여 같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을터다. 비록 아무 의념의 힘도 없는 것이긴 했지만 귀여우니까.
"백두를 다룰 수 있게 된 것도 벌써 두세 달 전 일이긴 하네. 나만의 기술...이미 있다면 있는건가? 돌고 돌아 의념기도 악기 연주 기반이 되었으니 말이지. 아무튼 고마워."
이때까지만 해도 강산의 얼굴은 밝았지만... 제주도 이야기가 나오자 "아 그거..."하며 흐려지는 말끝과 함께 무표정에 가깝게 변해간다.
"가보니 이미 정보원이 변을 당하셨더군. 그래도 계속해서 희생자가 나오는 상황이고, 뭔가 찜찜하기도 해서 더 조사해보곤 있는데...우리 상대가 될 빌런이 다윈주의자들에 맞먹는...아니 그보다도 지독한 놈인 것 같다."
눈을 감는다, 아니 그보다 하늘에 떠오른 해를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하늘로 시선을 돌린다. 조사 과정에서 본 빨간 것들이 다시 떠오르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