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디 쓴 입맞춤이다, 평소처럼 달콤하지 않다. 그럼에도 더욱 더 갈구하게 된다. 입맞춤이 끝나자, 이번에는 이쪽에서 다시금 입술을 포갠다. 더, 더 느끼고 싶다. 네가 나를 아직 사랑한다는, 증거인 것 같아서. 물기로 번들거리는 노란 시선은 눈꺼풀 아래 감추어두지 않고, 보랏빛을 올곧게 바라보았을까. 입술을 떨어트리고 나서도, 그 눈가, 이마, 콧잔등, 뺨, 목에 차례대로 입을 맞추어간다. 내가 너를 온전히 소유하겠다는 뜻으로.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 "나만 볼 수밖에 없게 해줄게."
그 당돌한 발언에도 어째서인지 미워할 수 없다. 그러니, 어울려주겠다. 잔뜩 질투하고 소유욕을 드러낼 것이다.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다름아닌 너니까.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근데, 나도, 많이 아팠으니까..."
아까, 세게 쥐었었던 그 손목을 어루만져준다. 메이사에게서 얘기를 전해듣고, 이곳으로 오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심정을 온전히 느껴야만 했다. 네가 이해할 수나 있을까? 경솔한 짓으로 나를 아프게 한 주제에. 네 턱을 붙든다, 그 시야에 오로지 나만이 담길 수 있도록. 그리고 너와 눈을 맞춘다, 네 입술을 매만진다. 저 보라색 늪에 깊이 빠져서, 질식하고 싶다.
"...앞으로도, 나를 네 「유일」로 삼아줘." 안 그러면 나, 죽어버릴지도 몰라. 절박한 매달림이다, 노골적인 뒷말은 삼켜버렸지만. 네 손을 끌어당겨, 약지에 끼워진 반지에 입을 맞춘다.
>>0 히다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도, 조금 망설였다.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해서 서성이다가 스트라토를 만나서, 짧지만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 뒤에야 다이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합숙 내내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개인적으로 만나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일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우선순위는 확실히 해야 했다. 담당하는 우마무스메와 관련된 일이 가장 중요했으니까.
[ 레이니, 시간 괜찮아? ] [ 괜찮으면 얼굴 좀 보자 ]
장소는 따로 보내지 않았다, 답장이 어떻게 올지 몰랐으니... 그래도 숙소 바깥으로 나온 상태긴 해서, 잠시 숙소 가까이 불어온 바닷바람을 맞으며 답장을 기다린다.
괜찮다는건, 사실 거짓말이지만. 이 정도의 거짓말은 필요한게 아닐까. 추가로 온 메일을 보면, 일을 해야 하는 모양이고... 옷을 갈아입는 것과, 샌달을 신고 방 문을 여는것은 순싯간이다. 레이니는 방문이 다 닫기기 전에, 가볍게 스피드를 내 (물론, 뒤에서 누군가가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듣긴 했다) 숙소를 빠져나온다.
“다이고!”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자, 천천히 속도를 줄인다...! 이대로 뒤에서 끌어안듯 점프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잘못하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런건 생각도 하기 싫었기에 말이다.
달달해!라고 하기엔 이건 아까 잔뜩 넣은 각설탕과 우유 때문이니. 솔직하게 향만 칭찬해두자. 그리고 티라미수라는게 그런 뜻이었구나. 아무튼 티라미수라는거네! 케이크! 맛있겠다~ 잠시 이 티타임의 목적(...)을 잊고 후헤헤 웃으면서 좋아하다가, 시무룩해졌다. 우우...
"그건... 그..."
달리지 못하는 상황. 그치만 서로 다리는 피해서 때렸고.. 물론 발로 차긴 했지만.... 아니 생각해보니 유우가도 그랬지. 먼저 때리기라도 했으면 마구로도 중앙도 물건너가는 거였다고. 산마캔도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해결해보겠다고. ....맞아. 이 싸움 한 번으로 전부 날려버릴뻔했던 거다. 새로운 꿈도, 애써 잡아낸 계약 연장도.
".........매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히잉.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어. 밀크티, 분명 설탕을 5개나 넣었는데도 왜이렇게 씁쓸한거야....
"...하지만!! 변명을 하게 해주세요." "도발도 선빵도 상대가 먼저 했어. 나는 정당방위였다고. 진짜로."
깊이 반성한 후에는? 아무튼 나도 할 말은 있다고! 억울하다! 다시 고개를 번쩍 들고, 진지하게 말한다. 나, 나 정당방위야. 진짜야. CCTV 봐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