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죽히죽 웃으면서 유키무라가 앞에 앉아 주문하는 걸 빤히 바라봤다. 약지에 반지라... 보석까지 박힌건가. 나니와랑 맞춘 거겠지? 은근히 주변에 커플 많구만 어이.
"못보던 새에 반지가 생겼네? 헤에~ 나니와랑 같이 맞춘—"
그렇게 장난스럽게 꺼내던 이야기와, 히죽거리던 표정이 잠시 얼어붙었다. 방금, 유우가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아는 그 유우가? 애써 무마하려고 했지만, 그 뒤에 들어오는 추가타-좀 전에 쇼핑을 했고 옷을 골라줬다는 얘기에 얼어붙은 걸 무마하기는커녕,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래?"
입에서 튀어나온 건 당황이 묻은 물음인지 뭔지 모를 말 뿐이었다. 담당 트레이너가, 다른 팀의, 다른 트레이너의 담당과 함께 쇼핑을 했다고.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니겠지.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냥 그럴수도 있을 거라고 볼 거야. 뭐라고 할 자격도 없지. 그치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란 그런거니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란, 대체 뭘까. 담당이라는 관계는 대체 뭘까. 잔디가 땅을 푸르게 물들이기 시작하던 때, 나무그늘 아래에서 레이니와 나눴던 대화가 되살아난다. 잠시 눈을 깜빡였다. 이런 거, 레이니와 나 둘이서가 아니면 말할 수 없어. 왜냐하면... 우리 둘이 아니라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남들은 이런 생각, 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어쩌면, 나의 담당 트레이너조차도 말이다.
"......"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이 기분- 정확하게 무어라 정의해야할지 좋은 말을 찾지 못했다-이 사라지진 않아서. 확실하게 정의를 내리기 위해, 그리고 말을 고르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사이다와 야키소바가 잔뜩 나왔다.
"좋아, 오늘은 특별히 칠칠맞은 동생 흘리면서 먹지 말라고, 야키소바 먹여줄수도 있는데~"
느긋하게, 네게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졌다. 이런 감각, 이렇게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편하다. 너와 있는건. 정말 동생이 생긴것 같은 기분. 츠나지에는, 어째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있는걸까. 메이사도, 마사바도, 사미다레도, 레이니도, 원더도... 사랑하는 나냐도. 좋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남은건, 가을과 겨울을 어떻게 보내냐는거겠지.
"...왜?"
느릿하게 띄우던 미소가 점점 옅어지다, 사그러든다. 밀려오던 파도가 다시 되돌아가는것처럼. 지금의 이 감각, 그리고 이 상황. 묘한 데자부가 느껴지면서도, 아직은 알아채지 못했으나. 잘 맞아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끼긱, 하고. 삐걱이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는건, 어렴풋이 느껴졌다.
"...유우가, 네 트레이너라고 했던가? 소문으로 들은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지 못하는 채로. 나는 그의 이름을 서스럼없이 부르며. 주문한 야키소바와 사이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지만, 시선은 여전히 네 눈동자에 고정된 채로. 무슨 생각 해? 알려줘.
마자마자 나냐쨘 그 모지 몬가.... 나냐쨩 쪽에는 피?폐 영향이 안 가는 범 위에서생 각해보고 잇 어요 히 다이에게 친 근하게 한 다던지??? 메 이사도 나 냐에게 미 소지으면 서다 가간다던지는 업 을거 에요 유 식이도 피 폐루트로 빠 지지는 안 을것같 고..... 단?순 유 열이나 혐 관선에서 끝 나지 안을가요????(나데나데)
느긋하게 던지는 농담도 한 귀로 흘려보내면서... 아니, 애초에 흘려보냈는지 어쨌는지도 잘 모르겠다. 뭐라고 대답은 해야겠는데,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꽤 친한, 가보네."
아, 또 불렀다. 그것보다도. '내' 트레이너인걸 알면서도 그러는 거구나. 아직 이름붙이지 못한 무언가가 불쑥 올라오려는 것을 애써 누른다. 뭔지도 모르는 걸 말할수도 없는 데다가, 솔직하게 말하면 모든 일을 망쳐버리는 나의 나쁜 징크스같은 것이.... 결국 내뱉은 건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 한마디였다. 둘이, 친한가보네.
"—아니야, 아무것도."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맞아. 유우가는 팀 프리지아의 트레이너이자—"
손을 뻗어서 라무네 병의 입구를 톡톡 건드린다. 냉장고에서 나와 뜨듯미지근한 바닷바람을 쐰 유리병엔 물방울이 가득 맺혀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