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철현은 이 대화 주제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듯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했다. 세은의 과거는 모른다. 그녀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고 애초에 정말 세은이 레벨 0부터 시작했는 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녀 스스로가 약자의 삶을 잘 안다 주장한다면 구태여 논쟁하지 말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으로 넘어가야한다.
만약 거짓이라면 곧 알게 될 것이고 진실이라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으니.
"어디 아파?"
철현은 스스로의 가슴부분을 계속해서 문지르는 세은을 보며 물었다.
"말했잖아? 멋진 동생이라고 내가 싫어할 이유가 어디있겠어? 좋아할 이유만 많지."
가끔씩 짜증나는 면이 있어도 착한 동생이었다. 싫어할 이유 따윈 없다. 아니 오히려 좋아할 이유만 많은 귀엽고 예쁘고 착한 싸가지 없는 자식이다.
세은과 남매간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면 세은이 은우와의 이야기를 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꼭 그런 비밀 이야기는 새벽에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하게 되더라?"
여기 앉을까? 크르르르르르륵칽 있잖아 난 솔직히 ~
진실의 이야기 후
춥다. 이제 들어가자 로 마무리되는 한국인들의 진실의 의자가 있다.
뒤이어 세은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에게 처절한 복수를 예고하자 철현도 주먹을 쥐고 천장을 향해 뻗었다.
한양은 청윤을 데리고 학교를 나가서 어느 한 허름한 상가로 간다. 상가로 들어가서 계단을 올라, 겉으로누 허름한 상가와는 다르게 사람이 제법 있는 도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흰 도복을 입고 있다.
"도장 등록하러 오셨나요?"
"누나. 나 한양이."
"....진짜야? 너도 바뀌었어? 바뀐 게 더 나아~ 뉴X스 민지 닮았어. 근데 오랜만에 운동하러 왔어? 전에 좀 배우다가 그만뒀잖아."
"뭔 소리야 갑자기.. 다름이 아니고, 아는 후배 견학시키러 왔어."
한양은 청윤에게 서로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의 보여주며 말한다.
"여기는 '아이키도' 도장이에요. 아이키도는 일본의 경찰들이 배우는 유술이죠. 저도 자세한 역사는 모르지만.. 검을 들고 서로 겨루다보면 초근접전으로 육탄전을 벌일 일이 꼭 생겨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먹이나 발은 소용이 없어요. 갑옷 때문에..그렇기에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서 넘어뜨리거나, 관절을 제압하는 유술이 발달하게 됐죠. 그 유술이 여러 과정을 거쳐서 현대화 된 게 바로 지금의 아이키도에요."
한양의 말처럼 수련자들은 서로 주먹이나 발차기 등의 타격 하나 없이 수련에 임하고 있다. 서로 힘이 들어오는 방향을 역이용해서 적은 힘을 들여서 상대를 던지거나, 손목이나 팔을 꺾는 관절기를 연습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아이키도 특유의 '보법'. 상대를 잡은 뒤에 상대의 뒤나 사각으로 들어가며 자신이 다치는 상황을 만들고, 상대를 안전하게 제압한다. 어떤 회원은 단지 상대의 손목을 잡고 살짝 비튼 것처럼 보일 뿐인데, 상대는 마치 공중에서 회전한 것처럼 뒤집어지며 제압된다.
"작은 힘으로 큰 힘을 가진 상대를 부드럽게 제압하는 무술이죠. 특히나 무기를 가진 상대로도 좋죠."
철현의 물음에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실제로 아픈 것이 아니었기에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저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었다. 제 몸 속에 심어진 시한폭탄과도 같은 생체칩. 그 모든 것을 쓰리게 생각하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여동생이 좋다는 그 말에 세은은 피식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정도가 심하면 시스콘 소리를 들어요. 우리 오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물론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는 듯, 그녀는 일부러 어깨를 보란듯이 으쓱했다. 이어 키득키득 웃으면서 남아있는 쓰레기를 정리하며, 세은은 손을 탁탁 털었다.
"어라. 하지만 지금 앉은 자리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도 아니고 새벽도 아니니까 별로 상관없지 않아요? 지금과는?"
애초에 새벽에 눈앞의 이와 함께 있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적어도 자신은 절대로 없었다. 물론 미래는 모른다고 하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괜히 자신의 짧아진 머리를 손으로 매만지다가 역시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기대는 크게 하지 않고 기다릴게요. 그래도 한명보다는 두명이 나으니까요. 애초에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안티스킬이 다 잡아갔었나?"
"친한 친구가... 거의없지만.. 그래도 쓸 겁니다." 말투가 좀 더 딱딱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존댓말 느낌이긴 하겠지요. 그리고 아지가 장갑에 관해서 묻자. 괜찮습니다. 라고 말하려 합니다. 물론 그 장갑이 소매점에서 흔하게 살 수 있는 물품이니까. 라고 수경이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비료는 제일 마지막에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알비료를 주고 나서 물을 주면 알비료가 녹아서 비료과잉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려 합니다.
"일단은.. 화단 주변을 쓸고 쓰레기를 줍는 거부터 하는게 어떨까요?" 수경이 말한 쓰레기를 제일 나중에 버리자는 건.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와서 물을 주거나 하는게 아니라 쓰레기봉투에 담을 게 또 생길 수 있으니까 봉투는 두고 나머지 일을 하자는 거였을테니.
나는 쒸익쒸익 화를 내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PC방에 와서 게임 한판 때리고 있었는데 허무하게 져버렸기 때문이다! 다 이긴 판을 팀원의 실수 하나 때문에 망쳐버렸으니 화가 안 날수가 없어! 그렇지만 채팅으로 부모님 안부를 물어보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건 멋지지 않으니까.
"아얏."
...너무 흥분해서 그런가 실수로 능력을 써버리고 말았다. 나는 갑자기 오른 정전기에 손을 부여잡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거야 물고기 없는 매운탕은 평범한 매운 국물이 아닌가, 만두야 고기가 빠져도 야채만두라고 허풍 떨수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붕어빵에는 붕어가 안 들어가잖아?
"대구에 대한 사랑은... 범국가적으로 치열하고 치졸한 전쟁까지 일어날 정도였져... 그만큼 동서양 모두가 원한 물고기였지 말임다."
반면 명태는 그 특유의 맛 때문에 매일 찬밥신세라고 했었나? 여러 의미로 희비가 교차하는 어류의 세계였다.
"무인도'까진' 아니라는거 보니 왠지 다른건 있을거 같네여."
이런쪽에서는 또 눈치가 밝은 그녀였다. 그도 그럴게 괴이라면 인두겁이 인상적인 뒤틀린 존재 정도야 있지 않을까? 당장 인첨공에도 소문만 무성하지 아무도 본적이 없다는 허수학구도 존재하는데, 미지의 공간, 미지의 존재, 미지의 지식은 그녀에게 있어 엘 도라도와 같은 것이었다.
최소한 호랑이는 정형화된 형태라도 있지 괴이와 비교하기엔 어폐가 있겠지만... 어차피 그녀 역시 비유를 위해서 한 말이기에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나보다. 글쎄... 애초에 그녀가 평범한 사람들처럼 생각할 리가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해서도 안될 곳임은 확실히 인지한듯 하다.
"...거기까진 생각 못했는데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네여."
사실 하도 재미없어서 쇄빙기콩콩이라도 할까 정도였는데 그것도 어찌보면 바닥을 부수는 거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좌우간 3시간 노잼형은 그녀에게 있어서 꽤 지루할 시간이 될것임은 확실했다.
"...특이, 임까~"
만화에서 가끔 보이는 하이텐션으로 주인공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이려나, 그정도까진 아니라곤 생각했지만...
"그럼 슨배임이 주인공이심까?"
장난스럽게 휘어진 눈웃음이 상체를 살짝 숙여 한층 더 낮아진 시선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 꿀밤도 의외로 좋을지도? 조와써! 가끔은 문제도 좀 일으켜야겠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어긋날 틈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본능대로 행동할테니까...
"옥계임다! 역시 아무리 그래두 그 사람의 이야기는 본인에게 들어야겠져!"
엄지를 치켜올리며 윙크하던 그녀는 뒤이어 들려온 동월의 말에 잠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에이~ 즈는 좀 날뛰긴 해도 참을성까지 없는건 아님다~ 걱정마십셔!"
다행히도, 인내심마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정말 이리저리 치고박고 다닐게 뻔했기에 안그래도 좋지 못한 평가도 더 추락했을테고, 애당초 저지먼트에 입부조차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에게 도움받지도 못했을 거고...
"예씀다!! 앞으로 할 일이 한가지 더 늘어났네여~"
부실 문을 열고 나갈 채비를 하는 동월의 뒤를 얌전히 따라가는 그녀였다.
"아, 정 뭣하면 괴이에서 발견한 애라고 둘러대셔도 됨다? 즈도 즈가 정상인이 아니란건 알고 있으니까여."
그야말로 시덥잖은 농담이었다.
//빠라밤빰!! 막레!!!!!!!!!!!!!!!!! 동월주 고생했샤!!!! 어쩌다보니 루즈해졌을텐데 이상한 나라의 점례랑 잘 놀아줘서 고맙디... 😭😭😭😭 (감격의 눈물)//
그래도 아지가 고래가 그려져 있는 옷은 그냥 흥미만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지가 옷을 고르는 걸 뒤에서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패션에 남녀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냥 친구랑 함께 온 거였다면 자신도 후드나 티셔츠 정도 가볍게 둘러봤을거지만 지금은 옆집 동생의 옷을 보러온 것이라 지켜보는 포지션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남성용 반팔은 간단히 입기 편한데 나중에 따로 올까.
"아! 응, 다녀와."
눈에 들어오는 옷들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생각하던 혜성은 갈아입고 오겠다는 아지의 말에 손을 흔들어 다녀오라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평소 허리에 매여져 있을 방울은 혜성의 손목에 시계를 대신하듯 묶여있다. 막히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곤 하지만 역시 오랜만에 낀 피어싱으로 간지러운 기분에 아지가 옷을 갈아입고 오는 동안 어울릴만한 옷을 보며 혜성은 귀를 손끝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파란색보다는 연청이 더 잘어울릴 것 같은데.. 검은색 바지는 괜찮아. 지금만 입을 게 아니면 연청이랑 검정색 바지는 매치하기 좋으니까."
제일 먼저 입고 나왔던 옷과 그 다음에 매치해 입고 나온 아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은 바지쪽에서 자기 눈에 연노랑빛 상의와 잘 맞을 것 같은 연청바지를 꺼내들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아지에게 다가갔다. 잠깐 몸에 대보고, 허리 사이즈를 모르겠네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혜성은 흠, 하며 아지에게 바지를 건넸을 것이다.
"일단 그거랑 바지 두개는 사자. 그리고 바지만 이걸로 갈아입고 다시 나와볼래? 티 프린팅이 좀 화려해도 괜찮겠다."
그렇게 말하지만 소년은 끝나면 바로 집에 갈 생각이다. 솔직히, 최근 일이 너무 많아서 곤란했다.
"....그, 아까는 현실의 영역이라고 쳐도 그쯤가면 그냥 판타지 아닌가..?"
아니 달리면서 활을 들고 겨누고 화살 당기고 정확하게 쏘라고? 하반신도 격렬하게 뜀박지를 하는 중에? 쏠 수는 있다. 쏠 수는 있겠지만 명중률은 기대하면 안 된다. 활수저 든 엄친아 활잡이라도 그건... 다이스에 걸려있겠지..... 다만 이경은 뭔가 연습을 하고 싶어졌다. 현실의 레인저는 로망이 아닌가. 그보다는 말이 나왔으니 나중에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한.. 반 년 연습하면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원래 요정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귀신이지."
태연하게 헛소리를 지껄인 그녀가 들고오는 약병을 받았다. 어디서 말하고 싶지 않은 냄새가 났지만 다행히 약병은 정하가 잘 씻어주었다. 무겁지는 않나? 물분사 덕분에 괜찮나? 아무튼 약병을 집어넣고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3학년 이XX, 1학년 김XX. 1학년 이XX. 진정하가 알려주는 대로 휴대폰으로 기록해둔 그는 흘깃 정하를 보았다.
"오케~"
보고서 작성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보고서에 '진정하의 기지로 폭력 사태 없이 사건이 해결됨'이라고 기입할 마음을 품으며 이경이 활과 화살을 집어넣었다.
이쪽은 현재 차마 먼저 일상을 구할 자격(현생)이 안되는지라. 크하하핫 8ㅂ8 (하루or이틀에 한번씩 답레 드릴 수 있음) 먼저 찔러주시면 일상.... 함.... 해보도록.......하겠습미다 ⚠️ 주의 ⚠️ 답레가 하루~이틀 사이에 하나 드릴 가능성 99.9%임 퀄 개똥망 (사실 시험기간 아니어도 그럼) 손 개느림 (사실 시험기간 아니어도 그럼) 신데렐라임 (늦어도 12시 되면 자러 가야함) 씽크빅 존재하지 않. 음
>>89 쪼아요!! 호~(위키 다시 정독중) 제이가 한살 선배고(끄덕끄덕) 어떻게 접점을 만들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평소에 서로 형제냐고 오해받았다는 배경설정은 어때요? 왜냐? 이유 투톤임… 둘다 선이 매끄러움! 둘다 한량임! 그리고 게임을 좋아한다? 이거 저지먼트 부실 와서 상남자젠가를 떠야하는 거 아닌지? 사실 일상 구할때 하나 떠오른 일상은 요리실습하다가 혼자 나머지실습하는 낙조랑 만나는 것두 있었구...... 저는 요 정도만 생각나는데 혹시 하고싶은 거 있으신가요!? >;3
공용 주방의 인덕션에 작은 냄비와 손바닥만한 팬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팬을 '손바닥만하다'라고 부르기에는 좀 작은 손을 가진 소년이 집게를 가지고 팬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되었을까? 하고 팬에서 무언가 집어올리는 것을 보면, 그것은 옆으로 잘라 얇게 만든 닭가슴살입니다. 표면에 소금과 후추로 간이 된 그것은 금색으로 알맞게 익어 있습니다. 그도 이 빛깔에 만족했는지, 닭가슴살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버터 한 조각을 더 팬 위로 던져넣습니다. 그리고 도마 위에 다져뒀던 마늘 두 알과 썰어둔 양송이 두 송이, 양파 조금을 팬 안에 집어넣고는, 팬을 익숙한 손길로 몇 번 뒤채어봅니다.
팬에 눌어있던 폰드가 녹아내리면서 향신채의 향과 뒤섞여 한순간에 유혹적인 냄새가 납니다. 얼마 안 가 갈색이 된 야채 위로, 크림 한 컵을 붓고 버터를 조금 더 넣은 뒤에 버터가 녹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팬을 저어주다가, 조금 졸아든 것 같으면 소금 조금과 후추 조금, 그리고 미리 갈아둔 파마산 치즈를 한 줌, 천천히 부으면서 주걱으로 저어 녹여줍니다. 물론 마트에서 사는 것도 이것 못잖은 맛이 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그것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넣고 싶은 것을 넣을 수 있고, 빼고 싶은 것을 뺄 수 있으니까요.
파스타는 항상 좋아하는 링귀니로 골랐습니다. 옆의 작은 냄비에 한창 끓여두던 것을 급히 불을 끄고 집게로 면을 한 가닥 집어먹어 보니, 조금만 더 삶았더라면 글러먹을 뻔했습니다. 집게로 면을 돌돌 말아 집어올려, 하얀 소스가 가득한 팬 위로 올립니다. 요리를 마칠 시간입니다. 면과 소스를 섞어주면서, 너무 뻑뻑하면 면수를 조금 붓습니다. 파스타와 소스를 다 섞었다면, 도마에 올려둔 닭가슴살을 썰어 면 위에 토핑으로 올립니다. 파슬리는, 시판용 말린 파슬리 가루지만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소년은 저녁을 먹을 수 있습니다.
431 자신이_없는_자리에서_자신의_이야기를_하는_걸_들은_자캐는_어떻게_행동하는가 : 그러든지 말든지~ 하면서 넘겨. 군집 속의 사상과 삶에 대한 고찰을 해봤자 역시 덧없기만 하구나~ 하던 애니까 뭐...
372 첫눈_내리는_초겨울의_어느날_자캐의_하루_묘사 : 눈이 많이 내렸다. 학교도 안 가는 날인데다 늦잠도 잤더니 어느덧 소복하게 쌓인 눈에 하기 귀찮던 세수랑 양치도 속도가 붙는다. 삼촌이 밥 먹고 나가! 라고 해도 눈에 정신이 팔려 후다닥 나가다 휙 붙잡혔다. 목도리를 꽁꽁 둘러 싸매고 나서야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놀았다. 이건 DNA 모양 눈뭉치, 이건 오리 모양 눈뭉치, 이건... 네오 암스트롱 이하생략. 신나게 놀고 있자니 삼촌이 다시 들어오라 성화라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뜻한 레몬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일 때, 뉴스가 흐른다. 첫눈으로 이례적인 폭설……. 이상기후 대책안은? 뉴스를 보다 고개를 돌리니 세상이 새하얗다. 한참이고 새하얀 세상을 보다 눈을 감았다. 따뜻한 공기에 몸도 녹으니 잠이 쏟아진 탓이다.
일대 다수의 싸움이었고, 어디까지나 버티기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누군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물러나야 했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니 재빠르게 달려와 합류해 준 네게 당연히 고마운 마음 뿐이었을까. 고맙다는 말을 강조하며 그렇게 답한 류화는 널 바라보며 작게 웃는다. 금세 표정이 풀린 것이, 아까 낸 화는 그저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의 표현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자며 제압된 상대들에게 타이를 묶기 쉽게 류화는 옆에서 그들의 팔을 모아 잡으며 돕는다. 작업을 끝낸 네가 연락하며 보고하는 것에 네 눈치를 살피며 류화는 그들의 주머니에서 샹그릴라가 담긴 약통을 찾아 손에 쥔다. 등 뒤로 감추고선 네 물음에 어색하게 웃는다.
"아직 폭발 정도를 잘 조절 못하겠으니. 주변 건물이 파손될 것 같아서요. 아까는.... 운이 좋았어요."
잘 못했으면 너도 나도 휘말릴 수 있었으니. 아직 능력에 대한 실전 데이터를 제대로 쌓지 못한 채였으니, 그 위력이 얼마나 클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을까. 샹그릴라를 통해 빠르게 능력 레벨이 상승한 것은 좋았으니. 이런 문제점이 따르는 것이었다. 소리 내어 웃는 너를 따라 웃어 보이던 류화는 네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응. 같은 학년이고, 전학 왔었죠? 옆 반 친구를 통해 이야기 들었어요."
반은 달라고 같은 학년이고, 같은 저지먼트 부원이었으니. 친구를 통해 너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류화는 샹그릴라를 제 뒷주머니에 집어넣고서, 등 뒤로 감췄던 손을 악수라도 하자는 듯 네게 내밀어 보인다.
"...아뇨.. 타인은 원하는 대로이기에.." "반말로 써도 됩니다." 어딘가 어색해진 것 같지만. 어색한 대로 수경은 적절하게 거리감을 유지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누군가와... 특히 아지같은 인물이랑 가깝게 지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풀릴 것 같다는 미묘한 경계감 때문일까..
"제 거이긴 하지만 수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하려 하고는..
"아니요.. 화단은 가꾼 적 없습니다." 고개를 젓습니다. 뭐부터 하겠냐는 물음에 그럼..이라고 말하며 집게를 쥐려는 듯 손을 뻗습니다. 슥슥 쓰는 것보다는 집게로 집는 게 좀 더 번거로울 것 같으니까.. 일까? 물론 그 외에도 능력 연습으로도 집게가 좀 더 나을거란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15 자캐의_방에서_가장_오래된_물건은 기본적으로 낡은 별관이니 별관 자체가 가장 오래됐겠지만, 그걸 빼고 보면 사실 가장 오래된 건 랑이가 아닐까 19년 됐어(?) 나머지 가구들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것들, 스트레인지 내의 문 닫은 가구점에서 가져온 것도 있으니 새것도 있다! 노숙하는 거 같지만 의외로 잘살고있음
315 자캐가_지금까지_살아오면서_했던_거짓말은 거짓말이야 보통으로 하지 않았을까~ 노리고 한 것보단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더 많은 그런 느낌이려나 어쩌다 보니 거짓말! 같은거
뭔가 질문이 애매하니 찬스 넣어볼까 누구든 여기 앵커 걸고 .dice 1 100. = 81 보다 .dice 1 2. = 1 (높으면/낮으면) 제일 무거운 거짓말 하나 풀어주겠다
204 자캐는_점이_몇_개나_있는가 생각안해봤지만 기본적으로 3개 이상? 목 위로만 3개 이상 있따
>>146 음. 말 그대로 랑이가 오기 전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리고..살면서 이런저런 거짓말은 나오기 마련이지요! 점...일단 3개 이상...(메모메모) 음... 뭔가 구석에 박아둬도 쌓이면 버린다고 하니까 금방 깨끗해지겠네요! ㅋㅋㅋㅋㅋ 우와... 뭔가 시적이야. 하지만 이내 녹아내리면 그 부위를 씻어내기 마련이지요!
>>146 19년 된 나 랑(오래됨) < 저 주세요(?) 잘 살고 있다니 다행이구만~ 뭐야 거짓말? 나랑 함 떠보자고 다갓님 눈치챙겨 크툴루 빔~ .dice 1 100. = 40 목 위로 3개... 눈이 녹으면 문장은 뭘까, 랑이가 세상을 보는 시선일까~ >:3 씻어내지는 않으니까... 응... 테마곡 들어보고 싶다 빨리 모카고 금손 나와!!!! 작곡금손 나와!!!!(?)
자신이 내민 연청바지를 받는 모습이 방금전까지 산책나와서 신난 강아지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던 모습과 반대라, 혜성은 그 변화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표정에 티는 안났지만. 다시 잔뜩 진열되어 있는 옷들로 눈을 돌리려던 혜성은 아지가 바로 탈의실로 가지 않고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쟤가 나이를 먹고 능글맞아진걸까.. 아니면 연애를 해서 그런가.."
귀를 만진 건 또 언제 본거래.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귓볼을 뚫는 걸 시작으로 중학생이 되서 본격적으로 하나씩 피어싱 자국을 늘려갔던 걸 봤던 애가 갑자기 저런 소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얼이 빠져서 잠깐 그 자리에 서있던 혜성이 뒤늦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저런 소리를 다른 애들한테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떠오르는 건 역시 아지를 오래 봐온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아지가 밖으로 나오자 다른 옷들을 둘러보고 있던 혜성이 양손으로 짝 박수를 친다.
"어때? 괜찮아?마음에 들어? 남자 옷 골라본 건 인첨공 들어오기 전에 오빠랑 같이 쇼핑하러 갔을 때 말고는 오랜만이라서.."
아지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혜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이어지는 말에 상당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명실상부 유도부의 싸움꾼, 허나 늘 싸움만 하고 사는 건⋯ 맞긴 하지만 24/7 내리 그러진 않는다. 괴물 같은 피지컬에도 휴식은 필요하고, 흥미는 쉬이 바뀌는 법이었다. 해가 솟아오른 점심시간, 봄의 해는 일찍 꺾이고 말아 어느덧 붉은 피를 대신 흘렸다. 용암처럼 흐르는 뭉게구름의 그림자가 저지먼트 부실을 뒤덮었다. 불도 안 켠 채 부실 구석에서 낙조는 홀로 무언가를 지그시 바라보며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때였다. ID 카드에 의해 열리는 부실 문을 넘어 들어오는 인기척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어 힐긋 보면, 투톤 포니테일 헤어와 오드아이. 생긴 거 하나 화려하네. 짧은 상념을 털어내고 다시 젠가 블럭 빼기에 집중하려는 찰나 뇌리를 스치는 것에 픽 웃곤 젠가를 뒤로 물렸다. 송낙조, 너 은제이라고 알아? 친척이냐? 언젠가에 들었던 질문이 귓가에 떠돌아다녀서, 낙조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죽 기대며 익숙한 듯 낯선 이를 쳐다봤다. “왔어, 내- 형제? 우리 드디어 처음 보네.” 농조 가득한 투. 웃음기 서린 입꼬리가 반달을 그렸다. “또 소집이라도 있을까봐 왔는데. 그런 재밌는 일은 멀었나봐. 내기라도 할래? 난 형이라도 형이라고 안 부르거든.” 탁자를 툭 치는 손길이 가볍다.
>>0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이 카페를 점☆령한다! "어서오세요~ 카페00입니다!" 이것 저것 생필품을 사고 돌아다니니 무서울 정도로 돈이 나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잠시 카페 단기 알바를 대타로 뛰어주기로 했다. 밤 늦게까지 조명이 켜져있으니 훈련하기는 좋은데 다행인가
378 자캐가_목도리를_두르는_방식 (짤) “···짜잔!” (처음 보는 요상한 모양의 매듭으로 당신의 목에 목도리를 매어주고, 성운은 어렴풋이 웃습니다)
610 마트에_간_자캐의_장바구니엔_무엇이_담겨있는가 (언제나의 꽁지머리를 한 채로, 성운은 두 손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안에 든 것은 양파, 대파, 이런저런 향신료들... 좋아하는 살라미 햄, 식빵 등입니다) (주로, 요리해서 먹는 식료품들을 많이 삽니다)
349 자캐는_낯가리는편_vs_낯안가리는편 “······” (벽 뒤에 숨어있는 미어캣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있습니다)
서성운: 115 지하철을 탔을 때 캐릭터의 앉아있는 모습은? “···” (다소곳이 무릎을 모으고, 손을 올려놓고 등받이에 기대있는 모습) (하지만, 고개는 진작에 옆으로 삐딱하게 고꾸라져 있고 눈은 감겨 있습니다) (색색)
119 필기구 취향은? “연필이요, 지울 수 있으니까”
069 약한 신체부위나 기관이 있다면? “······” (144cm에 불과한 키. 아직도 가녀려, 엄지와 검지로 쉽게 감싸쥘 수 있는 팔뚝. 살도 근육도 붙을 생각을 하지 않는 가녀린 몸. 채 개화조차 하지 못한 능력) (모두 약해서 오히려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이 없는, 인첨공 최약체)
>>178 호오..그러니까 목도리를 저렇게 하는군요! 상당히 단정해! 그 와중에 남에게 해줬어! 착하다! 음...요리를 잘하는 이의 모습이로군요! 아무리 봐도! ㅋㅋㅋㅋㅋ 숨지 말고 나와라!! 음...뭔가 조용히 잠들어있는 모양이네요. 귀여워라... 으앗...아닌데요! 인첨공 최약체 아닐 것 같은데요!
굳이 말하자면 과잉보호쪽이였지만 그쪽 사정에 대해서 세은은 굳이 더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누가 되었건 그 사정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당연히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청윤에게 보여줬었던 경계심. 그 경계심을 살며시 내비치며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웃길 것이 뭐가 있어요. 애초에 저는 여자고 선배는 남자인데. 몸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건 제 몸이 아니니까. 그리고 농담이라도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말아줄래요?"
오빠 덕후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세은은 찌릿, 정말로 날카롭게 찌릿 눈치를 보냈다.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뭔가 자신도 모르게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침착을 유지하려고 했다. 물론 그렇게 말을 하나 고작 17살 아이. 상당히 쉽게 흔들릴법한 나이였다.
"...시비라고 생각하면 돼요?"
갑자기 머리가 이상하냐니. 이건 또 무슨 어감인지. 지금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가 머리카락 길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뒤로 돌았다. 이어 그녀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163 앗 계시는군여! 다른게 아니라~~~ 여기서 세나가 샹그릴라 챙긴 걸 알아채고 잡아도 될까여?? 울 세나가 눈치가 없어서 지금 아니면 샹그릴라 얘기 못 꺼낼 것 같아서여 헤헤; 원래 그러기로 한 일상이었으니까오! >< 아님 다른 좋은 생각 있으시면 말씀해주셔도 되여!
나는 오늘 점심시간에도 저지먼트 부실에서 간식이나 줏어먹으면서 대충 시간이나 때울 생각이었다. 평소처럼 휘파람을 불면서 부실 안에 들어갔는데, 어디서 본듯 안본듯 낯설면서도 익숙한 학생이 앉아있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대충 인사만 해주고 간식이나 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응? 형제?"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는다는듯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게 하나. '송낙조라고 2학년에 너랑 스타일 엄청 비슷한 애 있더라.' 저번에 친구들한테서 그런 얘기를 들었던게 기억났다. 사실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었다. 투톤 브릿지에 저작권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걸로 태클거는 건 멋지지 않잖아. 그래서 아무튼! 나는 금세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네가 송낙조?"
그제서야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기? 좋지! 형이라고 부를수밖에 없게 만들어주겠어!"
그리고. 다짜고짜 내기 제안을 해옴에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투지를 불태웠다. 그래서 종목은 뭐냐!
"하하 그렇지? 그런데 이상하네.. 그녀석이 정말로 여동생 최고를 외치고 다니는 녀석일 줄은 몰랐는데.."
물론 철현 자신도 은우가 여동생 덕후 따위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처럼 여동생 이야기만 나왔다하면 여동생 칭찬을 나열하는 사람은 아니다. 아니, 아닐 것이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가볍게 농담삼아 세은을 놀려주려고 한 말에서부터 은우에 대한 새로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곳, 집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는 은우가 자신 이상의 여동생 덕후일 수도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맞아. 말이 너무 심했다."
오빠 덕후라는 말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세은의 말에 철현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누군가 부실 밖에서 이 소리를 듣는다면 철현의 웃는 소리와 세은의 까칠한 말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후 머리가 이상하다는 말에 시비 거는 거냐는 세은의 말을 듣고 철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리며 되물었다.
"시비라니? 머리가 짧아져서, 이상해서 매만진거 아니야?"
철현은 세은이와의 대화가 즐거운 듯 책상 위에서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러나 즐거운 시간은 슬슬 끝내야할 것 같았다.
인첨공 밖에서는 그저 먼 꿈으로 열망하기만 했던 것을, 여기에서는 이룰 수 있다. 그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한다면 전율이 일까. 류화는 약통의 뚜껑을 열어 샹그릴라 한 알을 손바닥 위에 털어낸다.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않고, 삼키는 모습은 마치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제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서, 조금 더 지금의 레벨을 유지하고 싶었기에. 류화는 미래의 시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은은 두 손으로 테이블을 쾅 쳤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저 장난이라고 저런 말을 하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은우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넘길지도 모르나, 자신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이어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다.
"그 이상, 그 관련 말을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자신이 민감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조금이라도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아니. 장난으로 한두번은 상관없었으나 아무 것도 모르는 이에게 그런 말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물론 자신을 과잉보호하긴 하지만...그게 어떻게 여동생 최고니 뭐니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그녀는 굳이 더 이상 그 관련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 후우 숨을 내뱉으며 세은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굳이 더 화를 내고 싶지 않다는 듯, 여기서 더 뭐라고 떠들고 싶지 않다는 듯.
어쨌든 일을 도와주겠다니 뭐니 그런 말을 하는 소리에 세은은 잠시 철현을 바라봤다. 이어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도움이 된다면 도와줘도 되지만... 못하겠다 싶으면 그만둬주세요. 저와 부부장 선배의 일이 더 늘어나니까요. 그러니까...지금은... 예산을 정리하고, 영수증을 정리해야하고, 그것을 다 정리해서 계산을 해야하고.. 그 외에는 또.. 순찰 루트를 체크하고, 보고서를 취합하는..뭐, 그런 것들이긴 한데. 할 수 있어요?
단박에 제 이름을 읊는 걸 보아하니 저쪽도 이쪽이 들은 류의 말들을 제법 들었겠구나 싶다.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다. 내면이 아닌 머리칼 색이 두 가지라거나 장발이거나 하는 시답잖은 이유였단 것은 아쉬웠으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어쨌든 누구든 이름이 각인된 상대하고는 싸워보는 게 제 낙이자 가훈 같은 거였다. 느닷없는 제안에도 곧장 수락하는 시원한 태도가 썩 마음에 든다. 낙조는 방긋 웃으며 뒤로 밀어두었던 젠가를 꺼냈다. 몸싸움은 최근에 많이 했다. 스킬아웃하고도 맞붙었었다. 그 방증이 드러난 피부 위의 상흔들이었다. 얼룩덜룩하게 눌어붙은 타박상과 절창은 치료는 받은 건지 어느덧 굳은 흉터로 아물고 있었다. 사고 퍽이나 쳤을 성싶은 낯짝으로 신이 나선 젠가를 재조립하곤 중앙에 떡하니 놨다. 얼굴에 비해 사뭇 양순한 게임이었다. 시작은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졌다. 쳇, 내가 먼저네. 혀를 한 번 찬 낙조를 혀를 빼물면서까지 집중해 5층 블럭을 하나 뺀다. 고층은 쳐다도 안 본다. 스릴을 위해서라면 밑층을 빼는 법! .dice 1 100. = 32 60 이상 무너짐 (패배)
마음에 든다고 하니 다행이지. 정말 진심이라 듯 웃어보이는 아지의 얼굴을 보고 혜성은 안도의 한숨과 같이 다행이라는 듯 다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당연하게도 고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말에, 다정한 웃음은 애매한 느낌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금방이라도 꿈에 나올 것 같은 죽은 눈을 한 고래 그림이 그려진 건 포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주머니가 세탁하시다가 기겁하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뒤따랐기 때문이었다.
"그건 듣던 중 다행이다. 그런 옷 골랐으면 아주머니가 그 옷을 보고 기겁하시지 않을까."
아니지? 아주머니라면 되려 잘 골랐다고 할 것 같으신데. 의외로 간단히 고래에 대해 포기한 아지에게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며 혜성은 처음 아지가 골랐던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의 티셔츠를 고르기 위해 옷걸이를 넘기고 있었다. 옆에서 말을 걸기 전까지는.
"으응? 왜~?"
소소한 잡담이겠거니 생각하며 옷을 고르기 위해 신중히 옷들을 살피고 있던 혜성의 행동이 눈에 띄게 멈췄다. 마치 급하게 긴급정지 버튼이 눌려진 로봇과 똑같았지만 혜성은 옷을 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 흘끗 아지를 바라본다. 반짝반짝 빛나는 저 눈이 지금만큼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혜성의 눈이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라면 골라주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절대 그건 아니겠지.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기 때문에 혜성은 아지를 보고 헛기침 한다.
"내가 지금 입은 옷 말고 이야기 하는 거지? 대중적인 스타일은 적당히 골라줄 수 있는데..."
죄송해요. 아주머니. 저는 아지랑 만날 때 최대한 단정하게 입었어요. 아지가 왜이러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왜 자기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는건지 속이 궁금해서 물끄러미 아지를 바라보던 혜성은 아지의 웃음에 눈가를 찡그리며 어이없는 실소를 짓고 말았다.
"한아지.. 진짜. 누나가 널 만날 때 얌전한 옷을 얼마나 골랐는지 알아? 왜 갑자기 그런 패션을 입고 싶은거야?"
어깨에 가방을 단단히 둘러맨 뒤 옷들이 잔뜩 걸려있는 옷걸이 사이를 헤집는 혜성의 손길이 아까와 다르게 거침없다. 오버핏보다 차라리 포인트를 주는 게 좋을 것 같고, 올 블랙이 나을려나. 하는 둥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혜성은 등에 커다랗고 화려한 그림이 프린팅되어 있는 반팔 티셔츠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검은색 팬츠,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까지 하나씩 골라서 아지에게 건네줬을 것이다.
큰 힘이 되는지의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들려오는 말에 세은은 흐응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철현을 바라봤다. 역시 그냥 하는 말은 아닌 모양이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 정도도 못하는 이들도 많거든요. 참고로 저도 엑셀은 잘 다뤄요. 괜히 행정직이 아니에요."
은우는 그렇다고 쳐도 한양이 자신을 낙하산으로 꽂아줄리가 있겠는가. 잘 안다는 듯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조용히 작업에 집중했다. 톡톡톡. 타자치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그 와중에도 슬슬 자신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딱히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며칠은 더 걸리려나. 지금이라도 펑하고 돌아오면 좋겠는데.
자연히 한숨을 쉬면서 그녀는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다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현에게 이야기했다.
"그거 끝나고 돌아가도 돼요. 그리고 아까전엔 미안해요. ...이쪽은 이쪽의 사정이 있지만... 그걸 이해해달라고 할 순 없는 거니까요."
‘형’ 호칭을 걸고 한 젠가 전쟁은 단 한 판 만에 승부가 났다. 호기로운 소리와 함께 젠가를 뺀 제이, 다만 기합이 너무 들어갔는지 젠가가 진동이 한 번 일더니 우르르 무너져내렸다. 응? 삼 초 간의 정적. 상황 파악이 더뎠다가 끝마쳤을 때. 낙조는 덜컹 소리와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와악! 하고 소리를 마구 내질렀다. 석양빛 하나에 의지한 불도 안 켠 부실에서 만세하고 있는 낙조는 어찌나 신이 난 건지 기쁨이 흘러나와 대신 형광등이 될 것만 같았다. “야호, 야호! 은제이, 이제 내가 형이야.” 건방지게 삿대질까지 하며 득의양양하게 선언한다. 암만 봐도 이 승부를 물릴 기색이 없어뵌다. 그러나 이내 흠, 하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자리에 착석하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어. 다른 게임으로 하나 더 걸고 할까?” 뭐가 좋을까⋯. 아. “다음 저지먼트 소집 때 동물 코스프레(머리띠+발 장갑)하고 오기.”
N[평소 모습]강철현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공부를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대학은 어떻게 가냐?"
N[차이나복]강철현 마과를 입고 포권을 한 철현 "니 취 팔로마"
SUR[화면 너머로]강철현 당신을 본다. "라고는 했지만 그림이 없으니 내 얼굴을 못 보잖아? 부원명단의 픽크루 한장과 활자들로 내 모습과 상황을 머리속에서 상상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해!" "철현은 당신을 보며 싱긋 웃는다. 오늘 하루도 잘 지냈어? 라고 묻는다"
R[노을 진 언덕길]강철현 "노을이 빨갛다" 노을 진 언덕길을 걸으며 산책한다.
N[리본]강철현 머리에 빨간 리본을 묶고 있는 철현 "이거? 동네 꼬마가 달아줬어"
R[뾰로통한 모습]강철현 "하하하. 그것 참 재밌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죽은 눈인 철현
SR[마피아]강철현 "왜 그리 심각해? 웃어봐. 내가 입도 찢어줬잖아?" 웃는 얼굴로 입까지 찢어줬는 데 웃지 않고 우는 것은 무슨 코미디냐며 미친 듯 웃는 철현
내가 블럭을 빼는 것과 동시에 젠가가 와르르 무너지자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테이블에 엎어졌다. '젠장 당했다'의 그 자세 맞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니!
"평생 오야붕으로 모시겠습니다, 낙조 행님."
분하다며 길길이 날뛰던 것도 잠시 나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절을 올렸다! 오야붕이라는건 장난이지만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만큼은 진짜라구. 후배를 형이라고 불러야하는 건 조금 자존심 상하지만? 그런거에 일희일비하는 건 멋지지 않아! 낙조 형(...)이 자리에 앉으면 나도 따라 앉았다.
"안심하십셔, 그냥 허튼짓 못하게 대비하는 거에여. 머, 대충 몇분 정도는 얼얼하고 몇십분 정도는 찌릿하겠지여."
시종일관 입을 오물거리다가도 똑바로 말하는 모습이 조금은 우스웠을까, 강하게 느껴지는 얼얼함에 손과 발을 떨며 겨우 앉아있는 남자가 무어라 말하려고 했을즈음 그녀는 한창 우물거리던걸 후우 불더니 남자의 바로 앞에서 팡 터뜨렸고, 코와 입에 찰싹 달라붙은 풍선껌이 숨을 막아 괴로운듯 팔을 사용해서라도 그것을 떼어내려 했다.
"선물임다. 그거,"
남자의 정수리를 알미늄 배트로 톡톡 두드려주고선 그의 옆에 있는 단말기를 한동안 바라보다 손을 뻗었을까,
"근데 이렇게 해도 접속흔적이 남을라나여?" -흥-
토끼로서는 사람의 기술이나 사회같은건 알수 없었다. 여전히 초점없는 퀭한 시선에 대신 밝은 빛이 반사되고 있었고, 남자가 무어라 외치는 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또 떠드시면 이번엔 죽방멸치를 먹여드릴 검다. 아슬아슬하게 2주치 채울만큼여."
...어쨌든 전치 2주는 중대사항이었다.
"...아."
비릿한 혈향이 허리춤에 스쳤을까, 마치 고장난 인형처럼 기이하게 꺾일것 같은 시선, 더 검게 말려들어간듯한 보랏빛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손을 떠는 와중에도 나이프를 던졌고, 그게 허리를 지나갔던 모양이다.
-까악-
빠르게 손을 떠난 쇳덩이가 정확히 입가에 명중했고 그때서야 남자는 뒤로 고꾸라지며 조용히 하기를 택한 모양이었다.
"...치과예약빵임다." -흥-
토끼는 마치 쓰러진 남자를 조롱하듯 얼굴 위로 쪼르르 올라가 몇번 뒷발질을 하고선 잠금이 풀린 문으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재빠르게 뒤쫒았다.
“음. 좋아, 좋아.” 양손을 허리에 얹고 근엄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당한 승부에도 매번 걸고넘어지는 제 유도부 부원들과 달리 아주 깔끔한 마무리.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고 다시 자리에 착석한 뒤 게임이 든 서랍을 뒤적였다. 이건, 머리 쓰는 거니까 제외. 이것도. 심리 게임? 안되겠군. 제외. 무수히도 많은 심리 추리 두뇌 보드게임들이 낙조 손에 의해 던져졌고, 드디어 하나를 건져냈다. 탁자 위에 탁 놓여진 게임은- ~ 펭귄팡팡 얼음깨기 게임 ~ 아주 깜찍한 펭귄이 그려진, 자그마한 장난감 망치로 얼음땅을 두들겨 와르르 무너지는 쪽이 지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시작은 어김없이 가위바위보인데. 또 졌다. 거짓말! 낙조는 투덜거리기도 잠시 덩치에 안 맞게 조심스러운 손길로 얼음 바닥을 톡톡 두들겼다. .dice 1 100. = 58 60 이상 무너짐
한 저지먼트 부원이 부실의 빈 냉장고를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었다. 게시판에 적힌 샌드위치에 눈을 번쩍이며 냉장고문을 열어젖혔지만 이미 누군가가 해치운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확인사살로 추가 쪽지까지 붙어있는걸 본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순찰당번인거 확인하다 늦게온게 잘못이지.
게다가 오늘은 같이 돌기로 한 부원의 급한 사정으로 홀로 순찰을 돌게 되었다. 지금 그가 달고 다니는 걸로는 장식용인 삼단봉(지시용으로 쓰거나 묘기부릴때 쓰는), LED손전등(궁금해서 얼굴에 비췄다가 몇분동안 눈을 뜨지 못했다), 호루라기(안털고 불어봤다가 먼지에 사래들렀다) 뿐.
여차하면 도망가고 볼 일입니다! 이 조건에서 가장 우선하는 가치였다.
설마 전달받은 것도 없는 거동수상자가 존재하겠냐는 확신으로 순찰길이었던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 수강보다는 커보였다. 평범하게 걸어다니는 모습이었지만 뒷모습만 볼 수 있었던 수강은 왠지 모르게 그 얼굴이 궁금했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저지먼트의 권한을 이용해서 신원 확인을 하려는 괘씸한 생각이 들려다가 머리 한구석에 박혀있던 매뉴얼이 간신히 떠올라 손전등으로 후드의 주변을 비추며 저지먼트가 순찰중임을 넌지시 알리려 한다. 제대로 전달됐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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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까지 불어대며 여유를 부리며 걸음속도를 내며 그 후드를 따라잡으면서 옆모습을 힐끔 쳐다보려 한다
캡틴, 혹시 계시면 조금 있다 올릴 독백을 웹박수로 검토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 인첨공 내부의 이런저런 시설들(이번 독백의 경우 양호실이나 의료시설)에 대해 완벽히 파악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겸해서 여쭈어보고 싶어서요 그냥 올려도 되겠다 싶지만.. 시트 조정과정에서 폐를 너무 많이 끼쳐드려서 👀
—막활까지 너무하네. 또 쟤 스타일링만 눈에 띄잖아. 하얀색이 뭐냐, 하얀색이? 우린 다 쌩 검정인데. —리라도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이의 제기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게 맞냐고, 뭐라도 좀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야야. 걔가 그러겠냐? 가만 있어도 알아서 떠먹여 주는 거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데. —아! 꼴보기 싫어, 진짜! 우린 들러리야? —회사에 도는 썰 진짜라니까. 그게 아니고서야 이 정도로 쟤만 밀어주겠냐? —...그거 x나 믿기 싫었는데 솔직히 이젠 모르겠다. 순진한 척 착한 척 친한 척 다 하더니. 더러워.
리라는 대기실 문 앞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들을 가만히 귀담아 듣다가 문을 두드렸다. 6인분의 음성이 단숨에 가라앉자, 리라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문고리를 쥔다. 셋, 둘, 하나.
"저 왔어요! 언니들! 이제 무대 올라갈 시간~"
빨리 빨리! 대놓고 차갑게 굳어 있는 표정들을 무시하고 장난스레 등을 떠민다. 자꾸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상대의 손을 마주잡으려 노력하다 질세라 팔짱을 끼면 거세게 떨쳐지고, 그러면 결국 애매한 웃음기만 남은 얼굴로 맨 뒤에 서서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모두가 기다리던 그룹이죠! 가요계의 샛별, 온더로드! 마지막 활동인 만큼 강렬한 퍼포먼스와 훌륭한 곡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엄마가 기겁할 것이란 말에 키득키득 웃는 것이었다. 이 소년은 너무 긍정회로를 돌린 나머지 미적 감각마저 지나치게 수용적이 된 게 아닐까 의문이다. 정지 화면을 본 것처럼 멈춘 혜성을 보며 아지는 봐달라는 듯 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으응... 누나가 친구들이랑 다닐 때 입는 옷 같은 거~"
혜성이 sns를 한다면 그곳에서 봤는지 어디에서 지나치듯 봤는지 누군가에게 주워들었는지 혜성의 친구들과 다닐 때의 패션을 알고 있다! 혜성이 실소할 때 쯤에는 양손에 든 티셔츠의 옷자락으로 얼굴을 거의 가리고 숨듯이 한다. 옷자락 뒤에서 수줍은 웃음소리와 함께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아지다.
"에헤헤~"
옷자락을 구겨지지 않도록 살짝 놓고서 거침없이 옷을 고르는 혜성을 옆에서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것이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 입지 않을 옷들이 빠져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없는 박수를 친다.
"와아~ 멋지다아~"
혜성이 골라준 옷들을 느릿느릿 살펴보면서 싱글싱글 웃는 모양이 생일이라도 맞은 소년 같다. 그것들을 계산대로 가져가고 나서 옷걸이에 걸쳐두었던 비교적 얌전한(!) 옷과 바지도 계산대 위에 놓은 다음 직원에게 말한다.
"이것들 살게요~"
포스기에 찍히는 가격대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손을 가져가며 뭔가 기어들어가는 기묘한 소리를 내지만 무르지는 않으려는 것 같다. 아지가 혜성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그냥~ 변덕~"
쑥쓰러운 듯 소리내어 웃으며 방긋방긋 웃는다. 옷이 잔뜩 담긴 종이봉투를 양손에 쥐고서 혜성을 돌아본다.
"누나아아 옷 골라줘서 고마워어" "이제 밥 먹으러 갈까~? 스테이크~ 스테이크~"
하지만 정작 가면 누나가 먹고 싶은 걸로!! 라고 할 한아지다. 물론 그 전에 이곳저곳에 정신이 팔리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식당가 입구의 가챠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식당가가 어디에 있었더라~ 층별 안내도를 봤던 기억을 더듬는다.
평온한 하루... 는 아닌가. 뭔가 큰일이 있던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은 좀 바쁘다. 그 왜, 그런 애들 있잖아? 겉으로는 모범생인척 하면서 뒤에선 애들을 괴롭히기 일쑤인 그런 애들. 원래의 동월이라면 눈치가 적은 관계로 그냥 지나쳐버렸겠지만.... 아무래도 꼬리가 길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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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날뛸대로 날뛰고서, 5명의 쓰레기들을 바닥에 투기했을 때 즈음, 누군가가 근처에서 나타났다. 평소였다면 그저 못본척 넘어갔을 동월이지만...... 지금은 5명이나 들러붙어있기도 했고, 피를 좀 많이 본 관계로 예민해져있는게 실수라면 상당히 실수였다.
" 뭐냐, 넌? "
얼굴에 묻어있는 붉은 액체를 신경질적으로 닦아내고, 서늘한 흰색 눈빛이 상대를 향한다.
상대에게 '너도 한패냐?'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예민한 동월에게 문답은 불필요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멋대로 '쟤도 한패다' 라고 마음에 정해버렸다.
>>386 >>389 >>391 >>392 >>393 >>395 빌드업일 뿐인 짧은 글인데 봐주니까 기쁘다 헤헤 원래 이건 더 나중에 풀 예정이었지만 일부니까 상관없겠지! 리라....행복해질거야! 라기엔 이러고 있어서 신뢰가 안갈 거 같은 발언인데 진짜로 다들 고마운 것이야 내가 지금 쪼끔 피곤해서 한명한명 반응도 못 다는데 독백 봐주니까 기분이 좋구 그렇네~~
>>397 >>4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어떻게 이런 발상을 좋은 생각?일지도??(??)
길을 걷다 보면 때때로 예상치 못한 것과 맞닥뜨리곤 한다. 그건 일종의 사고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예정된 문제일 수도 있다. 일단 지금 마주친 건 사고 같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바닥에 쓰러진 다섯 명의 모습은 썩 보기에 좋진 않았다. 좀 심하게 당했다고 봐야 하나.
"...뭐냐, 너."
그리고 혼자만 서 있는 인영 하나, 붉은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딱 봐도 붉은 액체가 묻어 있어 흉흉했다. 이건 현행범인가. 그냥 지나쳐도 되겠지만, 이미 다섯 명이나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걸 또 누가 발견하게 되면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조금 지친 것 같으니 여기선 제압해 둘까.
들어올 거라면 들어와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땅을 뒤로 밀어낸 랑은 월의 턱을 노리고 손을 뻗었다.
[필수 숙지 설정] • 인천 첨단 공업단지, 인첨공의 설립은 올해로 15년을 맞이한다. • 인첨공에 한 번 발 들인 사람은 특별한 조건을 가져 일시적인 외출 기회를 얻는 것을 제외하고는 '영원히' 나갈 수 없다. > 해당 조건은 감시 인원의 배치와 특수 초커를 착용하는 것으로 수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외출 기한을 어겼을 때 폭발한다. • 인첨공에는 스킬아웃보다 더 깊숙한 어둠에 맞닿은 암부가 있으나,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한다. • 인첨공 학생들은 인첨공 내부 대학에만 재학할 수 있다. • 인첨공의 내부 생활 및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는 '국가 기밀'로 취급된다. > 바깥응 위한 대외적인 선전용 인물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나, 이들은 모두 '무능력자'다. (설정집 참고) •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골조이다.(의문을 품어도 달리 저항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 생활] • 미성년자 아르바이트, 즉 아동노동이 가능하다 • 인첨공은 각 학구가 모여 지방 자치를 이룬 형태로, 치외법권(커리큘럼과 스킬아웃, 암부를 비롯한 각종 비윤리적 행태 성행)이 일부 있으나, 대다수의 기본적인 사회구조는 바깥의 통념을 기반으로 굴러간다. > 단, 그 치외법권에 물들어 모호한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첨공에 오래 머물면 자연스레 윤리관이 일부 무뎌지는 부류도 있기 마련이다. • 대다수 바깥 사람들은 이 생활을 모르기 때문에, 인첨공을 '꿈을 이룰 수 있는 인첨공 드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과 비슷하다. • 각 학교마다 저지먼트가 존재하며, 자경단에 가까운 포지션이다. 안티스킬과 협력하기도 하며, 20명 이상부터는 대형 조직으로 간주한다.
[과학 기술 및 정권] • 생체 이식 칩 기술이나 안드로이드, 홀로그램, 호버 택시를 비롯한 사이버펑크에 가까운 과학 기술이 발전했으며 이는 학생들의 커리큘럼 연구와 협력 등 각종 연구 표본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 목화 고등학교를 비롯한 대다수의 3학구 학교는 2학구 연구소와의 협업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연구 자료를 빼간다'는 인식과 더불어 2학구의 악명 탓도 있다. 특수한 사례가 아니면 규칙 위반으로 간주하나, '돈이 궁해 몰래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 인첨공의 정권은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 위크니스 설정과 활동 내역을 모조리 감시하는 ID 카드, 암부 등 학생을 감시하고 개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권한 등.
>>430 뭔가...뭔가 먹을 것에 그다지 투자를 하지 않는군요. 고기도 먹고! 어! 맛있는 것도 먹고! 어!! 음... 확실히 그런 미련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후부터는 앞을 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흐릿)(동공지진) 아니아니... 혜우가 폭력적이 되어가고 있어!
>>446, >>448, >>449 훗...봐버렸나... 그럼 이제 그만 잠들어라!!!!!!!(??) 원래는 안 보여줄거 두번이나 트라이해서 보여준 거니까 더 이상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핫하(????) 궁금하다면 훗날을 기약하도록 이몸은 비설 푸는걸 매끄럽게 잘 못하니까 언제 확풀릴지 몰?루
리라 과거랑 다들 진단 해주는거 잘 봤따... 이몸 슬슬 12시 되어가면 몸이 점점 시동이 꺼지는지라... 반응이 느리거나 힘들구나 양해하도록 해라(??)
>>0 "...전치 2주라..." 정말 애매하디 애매한 기준이다, 에초에 2주만에 전치가 될만한 상처가 상처인가? 자상, 골절, 타박상, 뇌진탕. 뭐가되던 살짝만 폭력적이여도 2주는 넘을것같은데. 특히, 내가 주 수단으로 삼는 액체의 진동으로 인한 가열 및 진동파괴의 경우... 인체에 사용할 때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혜우씨한테 던져줘서 2주안에 낫는거...면 좀 그런가."
약간 인상이 흐릿한, 그리고 항상 밝지는 않은 표정을 하고 있던 저지먼트 내 유일한 치료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생각한 뒤, 다시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혜우씨도 본인 나름의 생활이 있을테니까. 에초에 내가 제압해서 남한테 치료를 넘긴다니, 너무 무책임하잖아.
거의 책상에 처박힐 기세로 고개를 숙인 이레는 시험지를 본다. 괄호 사이의 빈칸을 노려보아도 정답이 팍 떠오르는 기적은 없다. 차라리 그 옆에 적힌 게 문제로 나왔으면 좋았을 것을! 애석하게도 꼭 모르는 부분이 항상 문제로 나오는 거다. 애초에 외우는 것조차 못하는 제 잘못이니 핑곗거리일 뿐이지만.
이레는 힐끔 시선을 올려 시계를 본다. 마감 시간까지 고작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정확히는 9분 하고 몇 초. 그리고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마저 계속해서 줄어든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녀는 다시 시험지를 본다. 아. 정말. 뭐였더라... 애꿎은 시험지 가장자리를 구기는 동안에도 초침은 멈추지 않았다.
" 마니또 이름은 의식의 흐름대로 써버렸네요. 솔직히 아직, 개인적으로 만난적은 없지만 여러 소문들은 들어봤어요. 얼마 전에 병원에서 벌어진 작전탓에 병원에 입원하셨었죠? 이거라도 드시고 빨리 나으시길 바랄게요. 어차피 부장님이 긁으시는거니까. 일부러 좀 비싼걸로 샀어요. 그럼 빨리 학교에서 뵙길 바랄게요. 당신의 마니또, 코뿔공룡이."
1A+등급 살치살 한근 선물세트
2.글레이즈드 도넛 -> 여로
"안녕, 오늘부터 마니또가 된 나는 글레이즈드 도넛. 앞으로 잘 부탁해.
오늘 날씨가 정말 좋지? 봄바람 휘날리고 벚꽃잎도 흩날릴 땐데, 우리 주먹이 휘날리고 샹그릴라 판매한 돈다발이 흩날리는게 문제지만. 병원에서도 무서웠잖아. 앞으로 이런 사건이 계속 될지도 몰라서 불안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봄은 짧고, 금방 여름이 오니까 이 수난도 금방 끝날 거라고 믿자.
그때까지 우리 힘내자.
아참, 얘, 봄 도넛이 그렇게 맛있다더라? 도넛 6개짜리 한 박스 샀으니까 맛있게 먹어. 친구랑 나눠먹어도 좋고. 친하게 지내자는 뇌물이야.
글레이즈드 도넛이 여로에게."
글레이즈드 도넛 6개가 들어있는 상자
3.버려진 슬리퍼 한짝 -> 낙조
"친구야 안녕 🙂 나는 낙조 친구의 마니또가 된 슬리퍼의 요정님이야 🧚🏻 앞으로 잘 부탁해 😊 이건 요정님이 주는 선물 🎁"
토끼 모양의 슬리퍼 한 켤레( https://m.ssg.com/item/itemView.ssg?itemId=1000541381893 )
4.코마 -> 아지
"마니또 부르셨나요? 안부르셨다고요? 하지만 마니또가 왔어요! 무르는 건 안돼요. 처음을 기념해서 꼭 닮은 인형과 키우기 편한 화분을 함께 메세지와 함께 동봉할게요 이걸 받고 꼭 웃어주길 바래요^-^"
"언제나 열정 넘치는 검도부 활동 잘 보고 있어요! 운동하면 땀 많이 나니까 수건 많이 쓰실 거 같아서 준비했어요! 요긴하게 쓰시길 바랄게요! 그럼 안녕!"
고급 수건 10장 세트
9.들쥐두마리 -> 혜우
공부 열심히 해~‘ 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따봉고양이 스티커
모 디저트 카페의 에프터눈 티 서비스 2인 이용권
10.소파 -> 수경
"아무튼 비싼 거로 골랐으니 좋은 걸걸?"
한우(1++) 300g
11.안전제일메론소다 -> 희야
"달콤한 하루 보내요"
색색의 과일모양 사탕이 들어가 있는 유리병. 금색 리본이 묶여져 있다.
12.뜨개모자 -> 한양
"안녕.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첫번째 힌트는 저지먼트 부실이야. 선물은 너에게 가장 필요해 보이는 것으로. 뜨개모자."
튼튼한 검은색 가죽 장갑
13.코드네임 -> 세나
<결 투 장>
"덤벼라 한세나. 네가 고수라고 들었다. 기다리고 있으마."
가장 최근에 발매한 격투 게임
14.수박고구마 -> 소예
"많은 말을 하기에는 글을 잘 못 써. 이것도 인연이니, 한동안 이게 좋은 경험이 되길."
수박맛 젤리
15.유노마네임 -> 류화
"저지먼트 활동도 좋지만, 몸도 아끼자. 화이팅!"
종합 비타민 한통
16.리콜 -> 나랑
"마니또 리콜이 당신에게 선물을 줍니다! 감사히 쓰라구! 전에 보니까 귀에 뭔가 많더라! 이제 따뜻해질 일만 남았는데 이걸 주는 게 맞나 싶었지만~! 몰라! 다른 거랑 같이 주지 뭐!"
붕대, 연고, 소독약, 밴드, 진통제로 구성된 수제 구급세트. 그리고 검은색 털귀마개
17.nineteen`s kitsch -> 리라
"어떤걸 좋아할지 생각했는데 역시 첫 인사니까 가벼운 선물을 준비해봤어! 언제나 파이팅~힘내는거야 o(`・∀・´)○"
이온음료와 에너지바
18.고래상어 -> 제이
"요즘들어 감기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다 들었습니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혹여나 하여 감기 예방에 좋은 차를 몇가지 동봉하여 보내드립니다. 별것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받아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시길 기원하며, -당신의 마니또, 고래상어-"
>>0 땅을 박찬다. 시작과 착지 지점의 간격이 준수하게도 넓다. 사각사각. 연구원이 기록을 적어내려가면 낙조는 자연스레 다시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 능력 발동을 시도하며 제자리 멀리 뛰기를 시도한다. 바람을 저항하는 힘을 뚫고, 가속을 받는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묵직하게.
여로는 샤프 끝을 아랫입술 중간에 지그시 눌렀다. 연산식을 연신 노트에 써내려가고 있는데, 레벨이 올라가면 뭘 하고 싶냐는 연구원의 질문을 받았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천국으로보냈다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암시?" 나락으로떨어뜨리는것도괜찮겠지 여로가 미소지었다.
"레벨4나 되어야, 그게 가능하잖아요-" 낙원은없다 그 말에 연구원은 그 나이대 답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편하구나-
양 옆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뒤로 피했다. 반응이 빠르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불쾌한 감각,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월의 발차기에 마스크가 스쳤다.
"글쎄."
그게 무슨 상관이냐 싶었지만, 뒤로 물러서서 나무막대 하나를 집어드는 걸 보면 대강 머릿속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했나 보군 싶다. 근접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인가, 월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달라붙는 게 랑의 최우선 목표였으니까. 손에 무기를 쥔 이상 접근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 방금처럼 달려드는 대신 거리를 유지한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 이쪽이 불리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휘둘러지는 나무막대. 붙잡는 걸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잘못 잡았다간 손이 다치겠지, 이럴 땐 신장을 좀 이용할 수밖에. 랑은 휘둘러지는 막대를 피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낮추고 다리를 움직였다, 이대로 발목을 걸어 볼까.
셀룰러 스티물레이션은 어디까지나 세포의 생장을 촉진시켜서 그게 상처 치유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지? 재생이 아니라고 했으니까 그럼 한 대상이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 능력으로 부상을 치료하면, 결과적으로 노화를 앞당기게 되는 걸까? 이걸 뭐라 해야해... 치료는 되지만 내구도가 깎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인걸까?
연구원은 커다란 캔버스 앞에 앉아 연필로 스케치를 하는 리라의 등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본다. 집중 커리큘럼은 그림을 완성한 날 리라의 실신으로 장식되며 화려하게 마무리 되었고 그는 분명 그의 담당 학생에게 난이도 조절을 권했다. 그런데 저 애는 또 여기 와서 저러고 있는 거다. 워낙 본인의 의사가 강경했던 데다가 검진 수치 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 중이지만...
"어, 저거. 저거 봐.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연구원은 혀를 차며 커리큘럼실의 잠금을 풀었다. 그러게 쉬라니까 말 한번 더럽게 안 듣고. 하지만 그걸 허락한 건 결국 자신인 것도 맞다. 뒷맛이 쓰다.
똑, 또옥.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리라는 천천히 눈을 뜬다. 수많은 소설책에 나오는 문장처럼, 소독약 냄새와 하얀 천장이 그를 맞이했다. 고개를 돌려보면 팔에 꽂힌 커다란 바늘이 보인다. 좀 아프다 아니 얼얼하다 무겁다. 뽑아버리고 싶다. 비이성적인 생각이 한번 머리를 훑고 지나가면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시각의 범위가 이윽고 조금씩 확장된다. 리라는 그제서야 어깨 위로, 몸 아래로 늘어진 것을 발견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섬뜩함에 바늘을 꽂지 않은 반대 손으로 입고 있던 겉옷의 주머니를 뒤지면 조그마한 손거울이 튀어나온다.
"—헉!"
"머리카락은 커리큘럼 부작용이고 저혈압과 스트레스, 피로 누적을 제외하면 검사 상 신체에 다른 이상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알겠습니..."
쨍강. 양호실 담당 교사와 대화하던 연구원은 안쪽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파열음에 하던 말을 멈추고 급히 걸음을 옮겼다. 하얀 커튼을 걷으면, 경악에 가득 찬 얼굴을 한 그의 담당 학생이 있다.
"여기 어디에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엉뚱한 질문을 내뱉자 연구원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의무실입니다. 이리라 학생 쓰러졌어요, 또. 그러게 그냥 간단한 거 하자니까. 뭘 하겠다고 고집을—" "의무실인 걸 몰라서 이러는 것 같아요? 여기가 어디냐고요. 방송국이에요?" "......뭐라고요?"
찡그린 얼굴이 단숨에 심각해진다. 설마 뭔가 잘못됐나. 인첨공의 커리큘럼이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뇌를 건드리는 것인 만큼 부작용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디 손상이라도 온 거면 곤란한데.
235 자캐가_무슨_일이_있어도_믿고_싶은_것이나_사람은 나는 살아있다. 저기 거울 안에 있는 것은 나다 나는 살아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탄내를 풍기는 건 나다 나는 살아있다.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살아있다. 여기에 있다 나는 살아있다. 꿈을 꾸는 게 아니다 나는, 살아남았다.
180 자캐가_악몽을_꾼다면_그_내용은 시야를 가리는 불꽃. 꺼지고 남은 자리의 검은 재. 재 속의 나.
520 자캐가_슬픔을_가라앉히는_방법은 비를 맞으러 간다. TIP: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샤워기 아래에 서는 걸로 대신할 수 있다
그게 아마 오늘처럼 알프레도 파스타를 먹었던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연속되는 커리큘럼에도 전혀 개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 몸뚱아리에 한창 초조해져 있던, 짧은 가을을 짓밟고 불어오던 찬바람은 온데간데없이, 비구름에 익사한 줄로만 알았던 태양빛이 따갑게 내리쬐던 어느 초가을날. 「선생님」의 뭐라도 먹어라, 하는 말에, 마트에서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인스턴트 크림파스타를 들고, 기숙사로 터덜터덜. 그걸 데웠다가 언제나처럼 전부 빼앗겼습니다. 마침내 먹기 좋을 만큼 식어서 젓가락을 쪼갰는데, 친구니까 한 젓가락만, 하고 그릇을 빼앗겨 거의 다 먹혀버리고 소스와 건더기 부스러기만 조금 남은 플라스틱 통을 돌려받았습니다.
원래라면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을 테지만, 그 날은 선생님에게서 뭐라도 먹으라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이건 한 젓가락이 아니라 한 그릇을 다 먹었잖느냐, 선생님이 먹으라고 해서 먹는 거다, 똑같은 것을 사달라고 따졌습니다. 대답으로는 따귀가 돌아왔습니다. 경화 능력을 가진 친구의 바위같은 주먹으로 몇 대를 얻어맞고 깨진 이마에서 흐른 피가 눈으로 흘러들어 온통 붉었습니다. 그때 빨간 시야에도 선명히 보이는 초록 완장을 한 누군가가 달려와, 경화 능력을 가진 친구와 싸웠습니다. 어떻게 쓰러뜨렸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온통 눈이 빨개서 보이는 것이 없었거든요.
정신을 차리고, 나중에 병원에서 그 초록 완장의 주인과 다시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도 그 친구가 반항하는 통에 다쳤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넌 잘못 없어,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별말씀을 다,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부러워요, 하고 말씀드리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삼사탕보다는 약과가 나은가 보다. 어쨌든 방과후 약과가 든 상자를 들고서 걸음을 옮기는 아지였다. 저지먼트 부실에 도착하면 그대로 간식 상자에 약과를 넣어놓을 생각이었다. 친구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며 싱글벙글 복도를 걷고 있던 아지였는데, 급하게 복도를 뛰어가던 모르는 학생과 부딪치고 말았다. 약과 생각을 하느라 늦게 알아챈 탓에 피하는 게 느렸던 탓도 있을 것이다.
"아앗~"
아지가 가지고 있던 상자에서 약과가 우르르 쏟아진다. 다행히 개별포장되어 있었지만 멀리 흩어진 바람에 무엇부터 주워야 할지 난감한 상태가 되었다. 지나간 학생이 무언가 날카로운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소매의 일부가 찢어진 것도 모르고 한아지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약과가 도로 상자로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그게 아마 주방에서 다 만든 알프레도 파스타를 접시에 담아가지고 돌아가던 길이었을 겁니다. 덩치 큰 다른 반의 애가 갑자기 굵은 팔로 작은 아이의 어깨를 짓누르며 야 냄새 좋다? 내 것도 좀 만들어주라, 하고 말을 걸어왔었습니다. 그러면 같이 만들래, 만드는 법 알려줄게. 에이, 친구끼리 뭐 그러냐. 그냥 한 번만 만들어주라. 금방이잖아? 응, 그러니까. 친구끼리 같이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작은 아이의 순식간에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염동력으로 다리가 붙들려, 거꾸로 집어들립니다. 아니 만들어달랬지 만드는 거 가르쳐달랬냐고. 말귀 드럽게 못 알아듣네. 접시가 와장창 엎질러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이거 내려. 그 목소리는 제삼자가 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방금 다리를 거꾸로 붙잡혀 매달린 작은 아이의 입에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튀어나온 항의였습니다. 까만 눈이 흔들림없이 덩치큰 아이를 응시합니다. 눈 깔어, 이 *끼야. 커리큘럼에서 오늘 기분더럽게 깨지고 왔는데 0레벨 나부랭이까지 날 우습게 아네··· 퍽. 거꾸로 매달린 머리가 걷어차기 딱 좋은 높이에 있어, 옆으로 감아찬 발등이 작은 아이의 얼굴을 후려갈깁니다. 니가 뭔데 개기는데? 한번 더 퍽. 난 저지먼트야. 그만둬. 대답 대신 퍽. 저지먼트면 뭐 어쩌라고? 깃털 하나도 못 움직이는 게 무슨. 그리고 이번엔 아랫배에 주먹이 퍽. 케흑, 하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한번 더 퍽. 야. 정신 차려. 0레벨짜리 주제에 3레벨한테 어디다 대고 이래라저래라야. 완장 찼다고 보이는 게 없나··· 너같이 약한 게 어떻게 저지먼트야, 누구 완장을 훔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딴 수작이··· 그리고 다시 한 번-
그 다음 번의 소리는 퍽이 아니라, 뻑이었습니다. 무언가 더 육중하고 옹골찬 것이 육박하는 소리, 뺨에서 튕겨나가는 야구공, 그리고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덩치큰 아이. 복도 저편에서, 1학년생 하나가 넌 3레벨이라고 보이는 게 없냐! 하고 소리를 빽 질러옵니다.
덩치큰 아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관자놀이를 짚습니다. 이젠 새파란 1학년까지 개기네.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두릅니다. 다시 한 번 세상이 휙 뒤집히더니, 작은 아이의 몸이 복도 벽에 퍽 부딪히고 나동그라집니다. 너같은 미치광이한테 선배대접 해줄 생각 없는데? 그리고 복도가 발칵 뒤집힙니다. 덩치큰 아이는 1학년 아이의 발목을 잡고 들어올리려고 시도하지만 1학년 아이가 재빠르게 내달려 좌표를 피해내는 통에 애꿎은 타일들만 뜯겨올라오고, 1학년 아이가 고속으로 던져오는 화분이며 책 등등은 덩치큰 아이가 염동력으로 들어올린 정수기와 타일들에 막혀 나동그라집니다. 그때, 덩치큰 아이의 뒤에 나동그라져 있던 작은 아이는 별안간 잘 가눠지지 않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대뜸 덩치큰 아이의 등뒤로 뛰어올라 한쪽 팔로는 목을 감고 다른 팔로는 눈께를 감아서 가려버립니다. 이건 또 뭐야! 하고 순식간에 염동력이 작은 아이의 덜미를 잡아채 로비 바닥에 태질을 쳐버렸지만, 그 다음 순간 1학년 아이의 온몸을 던진 날아차기가 정확히 덩치큰 아이의 얼굴에 직격합니다.
덩치큰 아이는 그대로 뻗어버렸고, 작은 아이 옆에 나동그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켈록거리고 있는 작은 아이를 걱정스레 살펴보던 1학년 아이는 우선 응급실에 연락을 넣습니다. 선배 저지먼트시네요, 수갑 남는 거 있어요? 아니, 없어... 그러면 다른 저지먼트 분께 연락드릴게요. 괜찮죠? 응, 그렇게 해줘. 성운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곤 고개를 픽 떨어뜨립니다. 맞은 데가 아파서 눈물이 찔끔 흐릅니다. 그때, 엉망진창이 된 성운을 바라보던 1학년 아이가 문득 입을 열어서는 성운을 위로합니다. 괜찮아요 선배. 강하지 않아도 돼요. 강하지 않은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저지먼트에는 다른 강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다른 분들이 지켜줄 수 있으니까요.
응, 고마워, 라고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작은 아이의 입이 멋대로 움직입니다. 강하지 않아서... 뭐가 되는데? 그리고 작은 아이는 까만 눈을 들어올립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 병원 천장입니다. 몸이 뉘어져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얼굴에는 뭐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말도 꺼내지 못하고... 기절했습니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커튼을 걷어봅니다. 의사선생님과 눈이 마주칩니다. 1학년생 하나가 자신을 업어다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몸에 받은 충격은 많지 않으니, 오늘 하루는 병원에서 경과를 보고, 내일 아침에 보고 괜찮으면 학교에 보내고 아니면 며칠 더 치료를 하자고, 선생님은 그렇게 말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고는, 소년은 침대 커튼을 다시 칩니다. 누우려다가, 문득 다리를 쪼그리고 무릎을 끌어안습니다. 팔다리는 생각보다 아픈 데 없이 가뜬히 움직이고, 머리도 그렇게 걷어차인 것치고는 이명이나 두통 같은 것이 없습니다만, 마음에는 멍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의 뒤를 쫓아 저지먼트에 들어오긴 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아무것도 아닙니다. 완장을 달아도 무언가 변하는 건 없습니다. 마음만은 빛나는 등을 바라보고 있는데, 몸은 여전히 작은 그대로입니다.
오늘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언제까지 지킴받기만 해야 하는 걸까요. 나는 언제서야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나는 언제쯤에나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요.
나는, 많은 것을 잘못했고, 많은 길을 잘못 들었고, 많은 결정을 잘못 내렸지만... 적어도, 이렇게까지 쓸모없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상이 유성운 학생의 금일자 관찰이었습니다. 관찰 결과, 능력이 아직 의식으로 발현될 정도로까지 개화하지는 않았으나, 몸에 충격을 당할 때마다 반사적 및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신체의 중량을 저하시켜서 충격을 미소하게나마 흡수하는 것이 관측되었습니다.
저쪽에서 알아봐준다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내심은 기쁜 마음이 더 컸다. 후후, 아무렴. 돌풍같은 전학생은 학원물에 있어선 빅이벤트 같은 거니까 슬슬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하던 참이라고! ...라고 할지 어차피 저지먼트 같이 하고 있으면 면식은 생길 수 밖에 없는 거지만. 타하하~
"응, 너도 고생했다! 남은 건 이제 스킬아웃들이 이녀석들을 연행해 가는 것 뿐인가~ 후후."
상쾌한 기분에 웃음을 흘리며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맞잡아 가볍게 흔든다. 뭐, 조금 위기는 있었지만 이정도면 기분 좋은 제압이었다. 최악의 상황만 면한다면 뭐든 만사는 오케이니까 전혀 문제 없다. 이 애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도움을 청한 것이 마침 류화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같은 녀석이 한 명 더 있었다고 해봤자 이렇게 쉽게 일이 마무리 되는 일 같은건 없었을테다. 능력이라는 건 역시 대단하네- 아직 능력을 쓸 수 없는 ㄴ자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이 아주 잠깐이지만 괜스레 비교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는 얼굴도 하나 늘었고, 어떤 능력을 사용하는지도 알게 됐다. 다음에는 조금 고려해서 움직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말야."
그렇게 이 만남이 마무리 되는 거라면, 좋겠지만-
"방금 주워갔던 그거. 돌려줄 수 있을까?"
그런 기대 대신에, 어느새인가 악수를 위해 잡았던 나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호기롭게 차올린 발은 마스크를 살짝 스치긴 했지만, 보기좋게 허공을 갈랐다. 아무래도 저어기 누워있는 5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인것 같다. 대장쯤 되려나?
무기를 든 것 만으로 생각이 많아졌다. 어쩔 수 없지. 무투파들이 경계하는게 무기인걸. 리치가 늘어나는것도 늘어나는 건데, 아무래도 제대로 맞았다간 곧바로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막는것도 조심해야 하니 생각이 많아지겠지.
" 뭐... "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지 피해낼 줄은 몰랐다. 솔직히 잡을 줄 알고 큰 상처가 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을 흘려두었는데. 간파한건가? 그럴 리 없다는건 알지만 약간의 동요가 빈틈을 가져왔고, 랑이 발목을 걸려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버렸다.
" 칫. "
피하거나 막기엔 늦었다. 그렇다면 몸이 공중에 뜨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잘못하면 후속타에 뼈도 못추리기에, 랑을 따라 몸을 낮추고, 발목이 걸리는 느낌이 들자 마자 양 손으로 낙법을 시도했다. 슬프게도 무너진 자세로는 한계가 있었고, 머리를 살짝 부딪히는 피해를 감수하고서 데굴데굴 굴러 뒤로 물러났다.
" 아, 이런. "
아무래도 돌에 살짝 긁힌 건지, 머리에서 액체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덕분에 머리는 맑아진 느낌이다. 너무 열이 올라있었으니, 조금 가라앉힐 필요가 있겠지.
" 내가 정신을 좀 차려서 그런데. " " 장난치는 거냐고 화내지 마라? "
어느새 입가에는 호기로운 미소가 걸쳐지고, 나무막대를 칼을 납도한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 일격. "
중얼거림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가는 동월은, 달리는것에 비해 조금 천천히 칼을 뽑는 모습을 취한다.
" 벽력일섬 "
둘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동월은 칼을 놓았다. 무기가 있으면 그 무기에 시선을 쏠리는 법. 칼을 놓고 주먹을 꽉 쥐어, 랑의 복부에 주먹을 꽂으려 할 테다.
>>663 저기요 2번 뭐죠 토끼주야 2번??2??번??????? 누가 우리 회색아기토끼를 때렸지??? 다 비켜 리라가 거대 쓰레기통 그려서 그 안에 다 집어넣어버린다 후... 1번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인 거 좋고 오레오 만난 게 터닝포인트 아니란 건 조금 충격이네 저지먼트가 포인트였구나 음음~
여느 날과 다를바 없던 방과 후의 어느 시간. 저지먼트 소집도 동아리 활동도 없기에 무척 한가한 날이었다. 달리 약속도 없던 이레는 곧바로 기숙사로 향할 생각이었다. 단지 며칠 전 공예부 부실에 두고 온 휴대용 반짇고리를 챙기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을 뿐. 작은 플라스틱 함을 품에 안은 채 복도를 걷던 그녀는 복도를 막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아. 다시 보니 사람이다.
이레는 가만히 멈춰 선 상태로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곤경에 처한 것 같아 보이는 이를 그대로 두고 지나칠만한 성정은 못 되었다. 설사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레는 품에 안고 있던 반짇고리를 내려놓으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약과 하나를 주웠다.
피한 건 아무래도 좋은 판단이었던 모양, 공격이 허공을 가르면 그만큼 반격을 허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걸 노린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리를 거는 데는 성공해서 넘어뜨리는 것 자체는 성공했다. 월이 날렵한 만큼 애초 상정한 효과만큼은 보지 못했지만.
"...쯧."
여기서 띄웠으면 바로 머리를 땅에 찍어버렸을 텐데, 잽싼 녀석이다. 물러서는 월을 뒤쫓는 대신 몸을 일으켜 세운 랑은, 어째 방금 전보다 침착해진 듯한 월이 꺼내는 말에 대답 대신 시선을 고정했다. 나무막대를 쓰는 보통의 방식과는 다르게, 검을 쥐듯 옆구리에 거꾸로 쥔 채 몸을 숙이는 월, 게다가 이어지는 말까지, 이 녀석... 뭐지?
"무슨."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워서, 앞으로 달려드는 월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예상되는 건 나무 막대를 검처럼 휘두르는 건데. 그렇다면 뒤로 물러서는 게 낫나? 아니면 궤도를 생각해서 붙잡아? 예측되는 대로라면 위협은 크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계속 머릿속에서 찌릿거리는 감각이 있는 건지, 불쾌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리던 랑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붙는 월이 나무막대를 놓고 주먹을 내지르자 이를 악물었다. 잔머리도 굴리는 건가.
"흐읍...!"
이미 가까워진 만큼 피하는 건 무리다, 뒤로 물러선다고 해도 이미 가속이 붙어 달려드는 월을 따돌릴 수는 없고, 몸을 트는 걸로도 한계가 있으니까, 랑은 하는 수 없이 있는 힘껏 복근에 힘을 주며, 주먹이 닿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앞으로 숙였다, 체중이 실린 공격이기에 그대로 받았다면, 나가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어도 균형을 잃고 비틀댔을 것이다.
"이 자식이... 장난치냐?"
기술명 같은 거나 외치면서 교란까지 하고, 간신히 균형을 잃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줄인 랑은 월의 손목을 붙잡아 특유의 악력으로 조이려 했을 것이다. 복부에 타격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관절을 빼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힘을 낼 수 없어서 잘 해 봤자 멍 좀 들고 말 것 같다.
>>781 이 부분은..사실 캡틴을 한 이라면... 정말로 다 공감하겠지만 그 균형이라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서.. 다시 예를 들자면 저번 스토리에서도 은우가 본격적으로 뭘 했으면.. 청윤이는 다칠 일이 없었고 애초에 그 병원에서 그 난동 자체가 일어날 일이 없었지요. 이게 참..네.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네. (옆눈) 추리는...이미 제가 다 알고 있기도 하고... 잠입은... 세은이가 능력을 쓰면 한방이고..(옆눈)
그래, 남은 것은 스킬아웃을 연행하는 것. 그러고 나면 너와 나는 웃으면서 헤어질 것이고, 그걸로 끝날 일이었다. 헌데, 네가 악수하며 맞잡은 손을 놓는 대신, 묵직하게 힘을 주어 잡자 그것은 류화의 불안감을 유발한다. 그 불안은 적중하여 현실이 되니, 심장이 조여지는 것만 같다 느낀다. 널 응시하던 류화의 눈동자에 불안이 일렁이니, 네가 잡고 있을 손이 가늘게 떨렸다.
"뭘요?"
불안한 기색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류화는 네게 묻는다. 눈꺼풀을 절반 잡아 가느스름하게 뜨니, 류화는 짐짓 태연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본래 샹그릴라를 발견하였을 때는 처분이 원칙. 그렇지만 너라면 거짓말에 속아주지 않을까. 류화는 맞잡고 있는 손이 불편해 빼내려 하며, 이전부터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지 준비해왔던 거짓말을 하며 당신을 노려본다.
"압수품을 말하는 거라면, 보고용으로 제출하려 하는 건데요."
방금 전까지 당신을 보며 밝게 웃던 모습은 사리지고, 당신을 경계하는 모습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도 일단 붙잡은 시점에서, 흐름은 자신 쪽으로 넘어왔다고 랑은 생각했다, 바짝 붙으면 어떻게든 뭉개버릴 수 있다. 그게 기본적인 기조였으니까. 무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좀 까다롭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저돌적으로 나올 줄이야, 이미 다섯이나 때려 눕혔고, 이상한(?) 대사도 치고 그러는 걸 보면 보통 불량배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손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지만 복부에 입은 타격으로 인해 힘이 살짝 빠지기는 하고 있었다, 복부를 조이는 힘과 손에 들어가는 힘을 따로 빼기는 힘들다 보니...
"잘 아네."
손을 놓치기 전에 여기서 한 방 때려넣어야 된다. 손목을 단단히 쥔 채, 랑은 반대쪽 손을 들어 있는 힘껏 쥐었다, 꽈아악...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굳게 쥐어진 주먹, 월의 턱을 노리고 휘두른다. 정타를 노리긴 했지만, 손에 힘이 빠지고 있었고, 월이 계속해서 몸을 뒤로 빼고 있었으니 어떻게 될지는...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이레는 내심 안도했다. 실제 부상을 입은 사람을 상대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불러와주는 게 고작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일 테니까.
"왜, 왜요? 어디 아프... 아. 옷이..."
갑자기 큰 소리 내기에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약과를 떨어트렸다. 크게 뜨여진 눈이 곧 찢어진 소매로 향하고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마치 제 옷이 찢어지기라도 한 마냥 이레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가여운 천을 바라보았다. 소매만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멀쩡해보이는데 퍽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문득 이레의 시선이 옆에 내려놓은 반짇고리로 향한다. 잠시 플라스틱 함과 찢어진 아지의 소매 사이로 시선이 방황한다. 적당히 견적을 내자면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더 망쳐놓게 되는 건 아닐지 어쩔 수 없는 걱정이 뒤따라온다.
"그, 혹시 소매요. 제가... 으... 아니에요. 이거 드릴게요."
우물쭈물 이어지던 목소리는 결국 다른 말로 꺼내졌다. 이레는 방금 떨어트렸던 약과를 포함해 몇 개를 주워 아지를 향해 내민다.
정신이 멍하다. 희야는 흐린 정신 속에서 무얼 하려고 했는지 가늠했다. 분명 아는 얼굴들을 보았다. 순찰은 아니더라도 샹그릴라 복용 장면을 보았으니 압수하려 했고, 하나는 순순히 주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거절을 하더니 도망치려 들길래 붙잡으려 했다. 그러자 갑자기 벽으로 몸이 날아갔는데……. 희야는 울렁거리는 시야를 뒤로 먹먹한 대화를 들었다.
"너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내가 뭐? 난 그냥 살짝만 밀쳐내려 한 건데……!" "그러다 저분께서 품으로 돌아갔으면 어쩌려고! 그분께서 우리를 보고 계실 건데!" "너, 너 말 잘했다. 너 말 잘했어. 그분? 나는 더 이상 그분이고 나발이고 드, 듣기도 싫어."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뭐라고 했냐고? 귀 열고 들어 이 씨*. 에어버스터 그 개*끼 때문에 그분인지 그 새끼인지는 행방불명이고, 우리는 전부 흩어졌는데 저게 더 이상 쓸모가 있다고 봐?" "그렇지만 저러다가 죽겠어!" "그게 뭐? 이참에 그냥 죽게 내버려 둬! 우리 여기로 옮기고 나서 그런 게 한두 번이야? 품으로 돌아가라고 해!"
희야의 몸이 움찔 떨렸다. 옥신각신 목소리를 높여 싸워대는 두 사람을 뒤로 손을 들어 소매로 대충 이마를 훑었다. 소매가 붉다. 땀이 나는 줄 알았는데 피였다. 아찔한 시야에 누군가 잡혔다. 희야는 따지는 사람을 향해 적반하장으로 목소리를 높이더니, 거칠게 어깨를 밀어대며 골목 구석에 모는 인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떠벌거리는 목소리는 점차 격양되더니, 이내 폭발하듯 거세게 밀쳐내며 외쳤다.
"─애초에 그 씨*것이 실존하긴 했어?! 품이 있긴 하냐고!"
그리고 발치에서 서서히 돋아나던 고드름은 일순 강하게 뻗어나가 날카롭게 발목을 찔렀다.
"아악!! 뭐, 뭐야!!" "처벌이지."
희야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으켰다. 전치 2주. 그렇지만 이건 순찰이 아니라 개인적 용무였으니 상관이 없길 바랄 뿐이다. 발목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기가 무섭게 바닥에 짚은 손바닥을 고드름이 다시금 얕게 파고 들었다.
"너, 너." "너."
희야는 황급히 떼려는 손바닥을 신발로 꾹 지르밟았다. 비명 소리가 울렸다.
"소, 손! 손 떼! 떼라고!" "네 눈에는…… 내가 양지에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희야는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했다. 새하얗다 못해 홀로 발광하는 듯한, 그리고 상대를 같은 존재로 보지 못하는 저 너머의 제3자의 것이 틀림없는 눈동자가 어린 양을 정확히 마주했다.
"내가 뭔 짓을 해도 너는 여전히 그림자에 묻혀 사라진단 뜻이다. 네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겠다는데, 폐기해야 마땅하지."
희야는 자신의 바짓단을 잡는 누군가를 향해 뒤를 돌았다. 방금 전까지 말다툼을 하던 자는 눈을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벌벌 떨며 고개를 숙였다.
"자, 잘못했습니다. 저 자는 혼란할 때 들어와 저렇게 어리석습니다. 그러니 제 잘못입니다. 벌하실 것이라면 저를 벌해주세요……." "……." "양, 양광의 초석이 되어도 상관 없으니까, 제 친구의 폐기만은……."
고드름이 점차 줄어들더니 눈꽃이 되어 휘날렸다. 손을 찔렸던 자는 훌쩍이기 시작했고, 희야는 엎드려 비는 사람과 발치에서 우는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 상황과 맞지 않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뭐-! 지금은 저지먼트니까요. 아하하, 너무 무섭게 하면 에어버스터한테 엄-청 혼이 날 테니까- 응, 그게 좋겠다- 봐줄게요! 오늘은 실전을 했다고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이 있으니 참 다행이에요. 그렇죠?" "……." "그렇지만요- 이거 아프네요- 가다가 쓰러질지도 모르겠어요. 이건 잘못이에요-" "……마, 맞습니다. 제가 감히 미숙한 형제를 다루지 못해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렇다면 네 죄를 저 자와 함께 짊어져요. 가서 자수해요! 그게 내가 내릴 벌이랍니다." "자, 자수요?" "응. 대신 흩어진 이후 일만. 너는 내게 죄사함 받아 마땅한 존재요 양지에선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기억해요." "네?" "계시 받은 자가 어디에서나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다, 당연하죠! 제가 어떻게 속이겠습니까!" "그러니 가세요. 마지막 기회예요."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급히 앞으로 기어가 부축하는 모습이 한 번, 그리고 우는 소리와 구석으로 끌고가는 소리가 점차 줄어들 때, 희야는 익숙하다는 듯 손목을 두 번 두들겼다.
─ AI 생체 시스템 분석 완료. 구급대에게 긴급 구조 요청과 자동 위치 수신을 시작합니다. 해당 작업은 5초 정도 소요됩니다…….
자료 송신이 완료되는 소리가 나기가 무섭게 희야는 뒤로 넘어가듯 쓰러졌다. 세상이 암전되는 순간, 희야는 가장 무언가를 떠올리며 정신을 잃었다.
웃음소리가 꽤 쓰다. 아지네 집 형편에 산지 얼마 되지 않은 교복을 새로 산다는 건 조금의 출혈을 동반한다. 게다가 얼마 전 새 옷을 사는 바람에 더더욱 그렇다. 엄마의 선심쓰기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정의 경제형편때문에 인첨공에 들어오기까지 한 아지는 돈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네에~?"
느릿하게 대답해보지만 아니라는 말에 그저 배시시 웃고 마는 것이다. 이레가 건네준 약과를 받아 상자에 마저 담으면서 말한다.
"고마워요~"
약과를 모두 상자에 집어넣은 아지는 옆구리에 상자를 껴넣는다. 그러다 이레가 한 말에 눈을 깜빡거리는 것이다.
"음~"
어떻게 말해야 구질구질하게 보이지 않을까? 찢어진 소매여도 접어서 보이지 않게 하고 한동안 입고 다니려 한다는 계획을 남에게 말할 때는 말이다. 사실 그저 지나쳐가는 사람이니 거짓말을 해도 될 터이다. 그게 상대도 마음이 편하고 괜히 안 좋은 소리 듣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야겠죠~?"
털끝만치도 버릴 생각은 없으면서 시치미떼며 소매를 둘러보고 대답한다. 그 와중에도 긍정회로는 돈다. 이 정도면 팔을 베일 수도 있었는데 안 다친 게 다행이라는 것이다.
>>831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살갑게 굴었거나 아니거나, 성운이는 지금 완장을 차도 무력한 자기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있는 상태라서 >>603의 선배(랑주께서 제시해 주신 대로라면, 랑이)를 피해다닐 것 같으니까요. 당시 랑이의 태도가 딱히 살갑지 않았다고 한다면 더 개연성이 있겠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방과 후 커리큘럼을 가려고 했으나, 뜻밖의 연락이 왔다. 시설에 점검할 일이 있어 봐줄 인원이 없으니 휴식이라는 내용이었다.
갑작스러운 여가시간은 되려 불편했다 주어진 일정을 어지럽게 만드는 요소에 불과했다.
폰을 꺼내 한참 시간을 보았다. 그대로 기숙사에 돌아가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바깥 활동을 조금 하려고 했다. 마침, 하려고 했던 일도 있었다.
빈 교실에서 가방을 챙겨 나와 곧장 기숙사로 향했다. 옷은 그대로에 가방만 다시 챙겼다. 학교용 가방이 아닌 가방이었다. 집업을 끝까지 올려 여미고 후드를 푹 눌러 쓴 후 밖으로 나갔다.
순찰하는 것도 아닌데 외곽을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지먼트의 완장도 차지 않고 그늘에 숨듯 돌아다니는 이유란.
한참 돌아다니던 걸음이 어느 벽 뒤에서 멈췄다. 그 너머에선 다수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내다보자 한 남자가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전부 쓰러뜨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어쩐지 그 뒷모습이 낯 익은 느낌이었다. 남자가 떠난 뒤 현장을 잠시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 뒤를 쫓았다.
중간에 길을 한 번 잘못 들었지만, 다시 그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의 흔적은 외곽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다. 총총 따라가니 뜻밖에도 학교 담장이 나왔다. 그 담장 아래 주저앉아 있는 그를 보고 다가갔다. 가까이 보니 그가 입은게 교복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앞에 서서 잠시 내려다보다가 몸을 숙여 앉아선 말했다.
"저기요. 살아있어요?"
물끄러미 지켜보고 저 배에 꽂힌 칼부터 어떻게 해줘야 할 것 같아 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곤란하다. 일반적인 불량배였다면 대충 한 방 맞아주고서 반격을 노렸을텐데... 힘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고는 해도 방금전의 악력, 그리고 턱을 노리고 들어오는 깔끔함. 이걸 허용했다간 그대로 쭉 뻗을테다. 하지만 쉴 틈 없는 난전 덕에 이쪽 체력도 거의 바닥. 손까지 잡혀있어서 피하기는 이미 글러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흘리기다. 턱으로 들어오는 주먹을 위로 흘렸다간 안면 폭발 펀치를 맛있게 한입 해야하니 그건 논외. 그렇다면 밑으로 흘려야 하는데... 이것도 잘못하면 목이나 명치를 맞게 된다. 그건 또 그거대로 아웃이란 말이지. 하지만 어쩌나, 옆으로 쳐낼 만큼의 각은 이 찰나의 순간에서 안나온다. 최대한 빠르게 아래로 쳐내야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맞을 수 있다.
가능할까 머릿속에서 어지러운 생각들이 교차하는 와중에, 랑의 손에서 힘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원펀맨 당하지는 않을테다. 질러지는 주먹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면서, 자유로운 팔을 이용해 팔을 쳐내 진행방향을 아래로. 명치와 목을 피하기 위해 몸을 틀면... 어떻게 되냐고?
" 커흑....! "
어떻게 되긴. 좀 덜 아프게 처맞는거지. 그래도 다행히 급소는 피했다. 한 가지 슬픈 점이라면 나가 떨어졌다는 걸까? 악력도 악력이지만 힘이 굉장히 강하다. 풀 컨디션으로 싸웠어도 무기가 없으면 이기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까 바닥에 처박아둔 나무막대에 손을 올렸다.
" 미안한데, 좀 쎄게 맞았어도 저지먼트로써 누워있을 순 없거든. "
불량배를 상대로 누워버리면 부장한테 혼날지도 모르니까. 막대기를 지지대 삼아 포근한 바닥과 굿바이 인사를 나누고 다시 일어나 칼을 겨누듯이 랑에게 막대기를 겨눈다. 다리 후들거리는 것 같은데, 몇 합이나 더 주고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아지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이레의 시선은 찢어진 소매를 향해 있었다. 추측컨대 천이 찢겨진 모양새를 보니 아마도 날카로운 물체가 원인이었으리라. 하나 그런 것 치고는 깔끔하게 모양이 난지라 미싱기까지도 필요 없을 성싶었다. 이레에겐 나름대로 100%...까지는 아니지만, 90% 정도는 원상태로 복구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치만... 그치만 다른데는 멀쩡한데... 꼭 버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꿰맬 수도 있고..."
옆에 놓아두었던 반짇고리를 다시 집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그렇게 물었다. 마치 제 옷을 버리겠다는 것마냥 아까워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다시 멀쩡히 입을 수 있는 것을 버리겠다는데, 어찌 아깝지 않을 수가 있으랴. 이레의 시선이 다시 한번 왼손에 쥔 반짇고리로 향한다. 그 사이 떠나려는 듯한 아지의 말에 급한 대로 손이 먼저 나간다. 이레는 찢어진 소매를 피해 아지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저기, 저기요! 그, 있잖아요. 마침 제가 바늘이 있는데, 어, 시간도 좀 있고요. 아. 그쪽분도 시간이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괜찮으시면..."
>>887 꺄악 (잡힘)(파닥파닥) 연구소나 시설이라... 희야가 7살 때면 가능하긴 한데 8살 이후에는 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에서 자랐다는 설정이라(위키 독백 - 녹취록 참고) 만남이 쪼끔 짧을 텐데 괜찮겠어? 아니면 그 이후에도 데 마레에서 혜우우를 잠시 더 케어했다?도 있고. 혜우우는 바이오키네시스지만 주변 연구소 교류같은 설정은 충분히 있을 테니까.
소녀E, N, S의 완벽한 협공에 소녀A는 또다시 당해버렸고, 고개를 가로저음과 동시에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다가가는 소녀R은 소녀A의 자켓을 잡고 지퍼를 확 내렸다.
"옴맘마!" "꺄아~ 한밤중에 뭔일이래~" "둘이서 뒹굴려면 딴데가서 놀아~ 게임 하는데 방해되니까~" "......"
지퍼가 내려가기 무섭게 튀어나오는 것은 아직 작은 아기토끼, 소녀R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너, 우리가 동물까지 키울 여력이 된다고 생각해?" "뭐 어떻슴까! 그래도 늘 해결했지 않슴까! 여차하면 그거 쓰면 그만이고 말임다!" "그 카드는 어디까지나 정말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고 말한건 너잖아." "그 때가 지금 이런 경우지 말임다!" "진짜 제멋대로네..." "그치만... 오늘은 모처럼의 파티잖슴까? 우리같은 애들 생일 챙겨줄 사람은 우리들밖에 없잖아여..." "......"
소녀A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소녀R은 혀를 차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다른 소녀들은 한동안 눈치를 보다가 저마다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야, 근데 이거 충전은 언제 되는 거냐?" "입 좀 여물고 기다려봐, 내 레벨이 후달려서 그런걸 어쩌라고..."
한동안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지만, 언제나 그 정적을 깨는건 소녀A였다.
"그럼... 안되는 검까? 그치만, 이 아이도 갈곳 없고..." "안된다고 한적은 없어." "그럼 되는 검까!?"
소녀A에게 화색이 돌았지만 소녀R은 여전히 냉정했다.
"대신 책임지고 키우도록 해. 숨 붙어있는걸 멋대로 데려온건 너니까," "으에~ 좀만 좋게 말해도 될걸 겁나 살벌하게 얘기하심다. 슬마 중2병 뭐 그런검까? " "우리도 슬슬 그럴 때가 되긴 했지~" "여기서 핀 몇개만 빼면 저 비계가 무너졌던가..." "ㅅ... 살려줘. 내 꿈은 재벌아가씨한테 시집가는 거란 말이야... 최소한 꿈은 이루고 죽게 해줘..." "그럼 쟤한테 대시하면 되잖음? 뭘 돌아서 가려고 그래?" "?" "롸?" "아... 취향은 존중해드립니다..."
소녀R의 한숨이 건물을 무너뜨릴 기세로 들려온다.
"시끄럽고, 하자면서? 파티." "오~케바리 다금바리~! 안그래도 방금 다 끝났다- 이 말씀~"
소녀S의 가벼운 손짓 몇번에 건물 안이 파티장과 맞먹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물론 기껏해야 음향기구 몇종류와 노트북뿐이었지만 소녀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수 있었다.
"야, 그나저나 우리도 이름 같은거 붙여야 하는거 아냐? 언제까지 그냥 친절한 동네이웃 스킬아웃이라고만 불릴 거야?" "왜? 죽으면 이름이라도 남기게?" "살벌한 소리하고 앉았네, 우리 위상 좀 떨쳐보자 그거지!" "떨거지집단에서 뭘?" "오합지졸 어떠냐? 우리랑 잘 어울리는데," "그건 너고," "...토끼굴."
단칼에 자르듯, 부정의 뜻을 즉답으로 내놓는다. 방금 전까진 사람 좋게 웃고 있었을 뿐인 나였지만, 이젠 웃음기 따윈 없는 얼굴로 눈 앞의 류화를 보고 있었다. 나의 모든 시선, 모든 신경이 그녀에게 향해있었다. 그리고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니, 그건 거짓말이다. 너는 압수 따위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어. 만약 그랬다면 내게 말하지도 않고 약을 주머니에 챙기면서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었겠지. 왜냐하면 샹그릴라는 원칙상 발견하는 즉시 폐기하도록 전달 되고 있으니까. 그리고 게다가-"
'저지먼트? 샹그릴라?' '넌 누구냐? 친구끼리 대화하고 있을 뿐이었다만?' '평범한 약인데요. 그쪽이 착각하는 거 아닌가요?' '...뭐? 손을 때? 그 이상은 용서 안 한다고?' '증거있나요?' '재밌는 말을 하는 년이잖아.' '이거 합법적인 조사인가요?' '야, 얘들아.' '저지먼트가 이래도 되는 건가요? 상부 안티스킬에 연락할 거예요.' '죽여라.'
"지금의 너에게서는 마치... 내가 봐왔던 그 녀석들의 모습이 똑같이 비춰져 보이고 있잖아."
...내게는 딱히 추리를 하는 뇌가 있거나, 약삭빠른 눈치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더럽게 튼튼한 몸은 가지고 있다. 냄새를 쫓아 여기저기 기웃대며 들이 받아보면, 자연스럽게 경험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덥잖은 말을 하는 놈들은 구린게있다, 라고.
"정말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 뿐이라면, 이 눈을 똑바로 보고 다시 말해 봐!"
이가 아득하고 물려져온다. 그에 지지 못하게 손은 이 녀석의 손을 꽉 그러쥔다. 류화를 내쪽으로 끌어당겨서 이쪽의 눈을 내보였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 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한 진실 따위는, 이 골목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야?"
화가 난다, 불합리한 현실에. 후회 된다,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한 내 약함이. 실망이 인다, 내가 마주하게 된 사실에.
"왜 그런 약 따위에 네가 피해를 받지 않으면 안 됐던 거냐고...!!"
그렇지만, 무엇보다 같은 동료의 탈선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비통하다. 나는 분명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안물어본 새벽 혜성이 tmi 혜성이 오빠(3살 위,이름미정)는 현재 타투이스트다. 혜성이가 피어싱이 많은 것, 옷이 스트릿패션이 주가 되는 것 모두 오빠 영향이 큼. 초등학교 첫 피어싱 이후는 오빠랑 손잡고 갔음. 부모님이 가정교육관이 프리함....진짜 프리함... 아지 옷 골라줄 때 애먹은 이유는 오빠가 입는 스타일과 아지가 입을 스타일이 너무 반대여서.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아지는 엄마에게 부탁할 생각을 하지만 장사하느라 바쁜 엄마에게 또 부담을 얹어주자니 미안한 것이다. 주말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그 동안 아지는 찢어진 소매로 다녀야 하겠지... 그나저나 상대방의 안타깝다는 말투가 꽤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사람 친절하구나~ 이레를 향해 웃어보인다. 하지만 뭔가 사정이 있어 곤란하다는 느낌이 뚝뚝 묻어나는 웃음이다.
"네에~?"
옷자락을 쥐여지자 멈추어서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여학생이 바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손에 든 것도 반짇고리인가 보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라 이레가 몇 번이나 반짇고리를 신경쓰며 쳐다보았는데도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꿰매줄 수 있어요~?"
밝은 표정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주말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다.
"아~ 저는~ 시간 괜찮아요~" "꿰매주면 고맙지요~"
싱글벙글 웃다가 입가에 손을 대고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부탁하면 좋으려나~? 복도에서 서서 꿰매게 하기도 어려운 일이지 않나. 그러나 우선은...
희야는 병실에서 눈을 떴다. 병원 특유의 각종 소독약과 화학 약품의 냄새가 비강을 채우고 깊숙하게 폐부를 찔렀다. 익숙한 냄새다. 2학구 내부 병원인지 생체 스캐너 소리가 멀리서 삑삑대며 들려오고, 자동 호흡 유지 장치가 웅웅대며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희야는 한층 밝아진 세상 속에서 눈을 굴렸다. 생체 스캐너는 자신의 부상 부위를 실시간으로 홀로그램 단면도로 그려내고 있었고, 의식이 돌아오는지 확인하려는지 다시금 철컥 소리를 내며 레이저를 한 번 투사하더니 규칙적인 삑 소리를 냈다. 자동 호흡 유지 장치는 투명한 막으로 이루어져 병실 전경을 보였고, 유지 장치 밖에 간신히 하나 빼둔 자신의 손은 누군가 꽉 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기도에 가까운 무언가를 읊조리고 있었다.
"삼촌." "……희야야."
데 마레의 연구소장, 승환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유지 장치 안에 있는 희야를 마주하다,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코는 빨개지고, 눈에는 주름이 진다. 한 번 훌쩍이던 승환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갛게 쳐다보던 희야는 투덜거리듯 아랫입술을 쭉 내밀었다.
"손 저려." "너- 내가 너 때문에 진짜……."
승환은 한숨을 푹 쉬었다. 울음기 가득한 떨리는 숨 너머로 안도감과 분노가 동시에 느껴졌다. "내가 너를 두고 살 수가 없다 아주." 눈물을 손으로 대충 훔친 승환은 다시금 큰 한숨을 쉬었다. 속이 답답하니 한숨이라도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너, 박 교수가 그러는데 늑골도 부러지고 자칫하면 뇌손상까지 갈 뻔했단다." "아, 진짜요?" "그래! 이 불효막심한 놈아. 어쩌다가 그랬어?" "샹그릴라 먹길래 압수하려다가." "너 오늘은 순찰 아니잖아." "그래도 저지먼트니까 해야죠." "난 네가 저지먼트 하는 게 이젠 지친다. 며칠 안 지나서 병원 테러에 휘말리질 않았나, 팔이 너덜너덜해져서 오지를 않나, 이젠 이렇게 일상에서 크게 다쳐서 와?" "그렇지만 삼촌, 나는 계속 저지먼트 하고 싶은데." "그렇게나 저지먼트가 좋디." "응." "네 목숨 버릴 만큼? 이 녀석, 네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그건 생각도 안 해주냐?" "아하하!"
희야는 한 번 웃고 말았다. 뒷말은 안 해도 됐다. 승환은 희야를 마주하고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한 손으로 미간을 짚어 눈을 덮어 가렸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그렇지만 삼촌." "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희야는 유지 장치 너머를 빤히 쳐다보았다. 허공에서 자그마한 결정이 생기더니 이내 자기 멋대로 뭉쳐 눈뭉치가 되고, 곧이어 툭 하고 투명한 유지 장치 아크릴판 위로 내려 앉았다. 시야가 눈사람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승환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죽고 사는 건 하늘의 뜻에 달렸잖아."
산소 유지 장치가 호흡에 맞춰 필요한 산소를 내부로 뿜어냈다. 오늘따라 숨 쉬는 것이 편했다.
"그래서 퇴원은 언제 할 수 있는데요?" "빨리 해야 이틀 뒤. 너 많이 다쳤다고 했지." "에이이이. 학교 가고 싶은데." "안 돼." "이이이이."
>>893 스으읍 그러고보니 혜우 들어온 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안 정했네 혹시 그 후원 재단은 특별한 입소 절차가 필요한 곳이야? 아니라면 아예 처음 만난 걸 같은 후원 재단으로 하고 희야가 데 마레에 소속될 때도 잠시 같이 있었다가 어떤 이유로 멀어져 연락이 끊겼다던가 그러고보니 희야는 처음부터 데 마레에서 커리큘럼을 시작한 거였던가...?
입소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도 있긴 한데 악 이거 말을 안 했다... 멍청이 희야주 대굴박 할게~~~ (머리꿍) A가 죽은 이후로 B 뒷배의 압박에 결국 재단이 문을 닫았다는 설정이 있어... 이 설정은 나중에 독백으로 가져오려 했는데... 싸비스로 낙낙히 넣어드릴게 0.<
아니면 응애 혜우우... 데 마레에서 같이 지냈던 건 어때? 혜우우야 여기 커리큘럼 맛도리야(?) 희야도 처음부터 데 마레에서 커리큘럼 시작했고, 지금까지 쭉 여기서 커리큘럼 받기도 하니까...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소에서 인계하기 전까지 혜우우를 데 마레에서 맡아 키웠다면...?
>>897 하아... 오레오를 처음 만난 거랑 토끼굴... 그 저번 훈련에서 본 음성 알파벳에서 나온 그거의 이야기구나... 토끼굴 소녀들이 대체 어떤 경위로 서로 모여서 토끼굴이 됐는지, 스킬아웃이라 불린 이유는 뭔지 궁금해지고...🥺 점례야... 점례주 부럽다 저 다음 내용 알고 있어서...(?)
>>941 우와 뜻밖의 서비스 감사합니다 (호로롭) 어어 그러면은 데 마레에서 금전적 후원을 받고 혜우를 맡아 길렀다는 설정 가능할까? 혜우네 집안에서는 대외적으로나마 '애를 버린게 아닌 제대로 된 연구소에 맡겼다'는 명분이 필요하니까 그냥 막 보내지 않고 나름 인망? 있어뵈는 시설에 넣었을 수도 있어서 이 경우는 몇 살까지 가능해?
희야는 뭐랄까... 볼수록 그 천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뭔가 그 진짜 천사의 모습이라고 하는 그런거 있잖아 무서운거 그런 존재가 인두겁을 쓰고 인간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상호간의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솔직히 미지의 존재를 봤을 때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지만 그 미지의 존재도 우릴 처음 보는 거라면 무섭지 않을까 싶은 그런...
허락하는 대답이 돌아오자 이레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의류함에 버려질뻔한 가여운 교복을 구해냈다! 물론 그 외에 순수하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무척 기쁘다. 얼마 안되는 재주가 이렇게 쓰일 때마다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지의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 스르르 천이 손가락을 스치며 빠져나간다.
"네, 네! 저 할 수 있어요. 처음이랑 똑같지는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굳게 다짐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반짇고리를 양손으로 잡는다. 내심 반짇고리를 공예부 부실에 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도움이 될 기회를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음... 저는... 그, 편하신 대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갈아입으신다면 기다릴게요."
아주 적은 확률이라도 실수로 바늘로 찌를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건 퍽 쉽지 않은 일이라 제가 받은 질문을 다시 상대방에게 떠넘겼다. 어찌되었든 이레에겐 상대의 의사가 더 중요했다.
이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실과 바늘만 있으면 되기에 복도에서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통행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이레는 적당한 곳을 떠올리려고 했다.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익숙한 곳이라면 역시 저지먼트 부실이다. 하지만 외부인을 들여도 되나? 이레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사람 얼굴을 잘 외우는 편이 아니다.
"혹시 앉을 만한 곳이나, 음, 있어도 괜찮은 곳을 아시나요? 제가 아는 곳이 있긴 한데, 다른 사람을 들여도 되는지 모르겠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