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사에게 고개를 살살 저어보였다. 협박이라도 한 거처럼 보지 마. 조금의 경고는 했지만 딱 그 정도지, 협박은 안 했다고. 담당을 뭘로 보는 거야 이 녀석!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금 하는 말은 다 니시카타가 자기 의지로 하는 말이다. 더도 덜도 하지 말라곤 했지만 이 정도의 진심쯤은 용인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지금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 낌새만큼은 나도 아니까. 나는 가볍게 준비만전👍 시그널을 해보였다.
유우가는 고개를 살살 젓고 있었다. 음, 뭐, 그렇겠지. 그럴 사람은 아닐테니까. 저쪽도 뭔가 느낀게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준비만전이라는 듯한 신호를 보내길래 일단, 나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다시 니시카타 트레이너 쪽으로 돌린다. 으음, 근데 왜 이렇게 떠는거야 그럼...
"아- 맞다 그런 말도 했었지." "트로피룸 보고 나왔을때였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어쩐지, 서로 엇나가는 느낌은 그래서였구나."
협박받아서 하는 사과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떨면서 하는 거야.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건데? 대체 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유우가를 무서워하는 기색은, 확실히 아니다. 오히려 저쪽으로는 눈길도 안 주고 신경도 안 쓰는 느낌. 밖에 있는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아니, 그러면 문 쪽으로 한 번이라도 시선이 갔을텐데... 그것도 아닌거같고.
그럼 하나밖에 없잖아. 대기실 안에 있고, 계속해서 니시카타 트레이너의 시선이 향하고 있고, 대놓고 공포의 감정을 보이고 있는 대상. —나?
"저기, 그것까지 미안할 건 없잖아. 서로 생각이 다를 뿐인데..." "근데, 그... 왜 그렇게 떠는 거야...?"
왠지 기습 공격을 당한 것만 같아 다시금 두 뺨을 슬그머니 감싼다. 그렇지만 이번엔 금방 떼어내고선 볼을 긁적였다. 이윽고 유키무라의 살벌한 선언이 들려온다. 사미다레 역시 이에 지지 않는다는 듯 굳센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 오시죠……. 받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미다레의 기세는 .dice 1 100. = 49 정도 되었을 것이다.
"어, 어어. 동, 생이요……?"
갑, 갑자기……? 영문을 모르겠어 눈을 깜빡인다. 그런데 동생은 없고, 본인이 동생인 입장이라서 허접동생 취급이 그렇게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사미다레는 어렸을 적부터 언니와 사이가 좋았던 희귀종 자매인지라……. 유키무라 씨는 동생을 가지고 싶으셨던 걸까?
"그, 머리는, 지금도 만지셔도 되는데……."
소심하게 힐끗 눈치를 보다 이런 대답을 한 건 그런 생각 때문이다. 물론 머리 만져도 괜찮다는 부분도 사실이고.
"ㄴ, 네. 당연하죠. 저는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그, 그래서, 뭔지 알 것 같고……."
그래서 백합소설 중고거래까지 하게 되었다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은 닥치지 않은 일이다 보니 그저 좋은 화제에 반가워하고만 있지만. 사미다레는 유키무라의 손짓을 따라 몸을 뒤로 돌려 멀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으음……. 토끼?정확히 무슨 가게인진 몰라도 흥미만큼은 확실하게 끌렸다. 사미다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키무라의 옆에 섰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데. 아니, 안 괜찮다 정도는 딱 보면 알지. 근데 문제는 '왜' 이렇게 불안해 하고 있는 건가. 이유야 모르지만 무언가 방아쇠를 당겨버렸다는 느낌이 온다. 그건 메이사도 똑같이 받고 있을 거고, 그건 메이사에게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위닝라이브도 앞둔 녀석에게.
그건 좋지 않아. 내 목표가 아니니까.
나는 뒤에서 니시카타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한번 흔들어 다잡았다.
"니시카타 미즈호. 너 지금 상태 안 좋다. 네가 해야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좀 쉬어."
이제 니시카타는 내가 잡을 수 있다. 레이니 때처럼 갑자기 폭주하더라도 일단은 괜찮아. 나는 니시카타 어깨 너머의 메이사를 마주봤다.
"메이사, 니시카타는 네 기분이 상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니 물어볼게."
"네 기분이 어때? 니시카타의 사과가 불쾌했어? 덤으로 느끼게 만들었단 거 미안하다고 이야기도 들었고. 이유에 대해서 약간이나마 설명도 들었고, 나중에라도 이야기해주겠다고 했지. 혹여 부족한 게 있었다면 말해주면 돼. 니시카타는 거기에 대해 피드백하면 그만이고."
"그러면 그만인 일이야. 알지?"
니시카타와 메이사 둘에게 주지시키듯, 나는 힘주어 말했다.
"이건 전혀 대단한 일이 아니야. 누가 죽거나 다친 것도 아니고, 큰 손해를 본 것도 아니야. 마음이 상한 걸 바로잡는 일일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