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연습트랙에는 우마무스메들이 가득하다. 우니상 3착의 설욕을 되갚고자 저스트 러브 미도, 전과는 다르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우니상 당일날부터 시작된 트레이닝 메뉴를 매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셀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테미너는 쌓지 않는 주의… 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밀렸다. 마지막 최종 직선에서 앞을 내줄 수밖에 이유가 버티지 못해서라는 건 본인도 뼈져리게 느끼고 있으니. 슬슬 쉬어볼까. 열심히 하는 것만큼 휴식도 중요한 법이다. 트랙 가장자리로 나와 스포츠 음료를 마시며 쉬고 있던 저스트 러브 미가 이내 당신을 발견한다.
"ー스트라토 쨩이다."
홀린듯, 당신에게 다가간다. 홀로 고군분투하다가 동료-팀원-을 만난 기분은, 그냥 반갑다로 정의되기엔 아쉬운 법이다.
심야, 나는 집 옥상에서 팩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유카타 차림은 아니었고, 평소 그렇듯이 글러먹은 아저씨처럼 있을 뿐이었다. 그야 마츠리도 이제 32번, 매번 들뜨기에는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같이 즐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하루의 나들이 하루의 궁상이면 충분한 것이다.
뭔가 올해는 많은 일이 있어버렸구나 생각하며 조용히 보고 있다보면, 아래에서 유우키 얼른 올라와 절경이야, 하며 누나와 조카가 올라오고, 나는 담배를 끈다. 어쩐지 아쉬워보이는 얼굴의 유우키에게 눈썹을 으쓱여보인다. 그 기분은 알지만 어쩌겠니. 누나가 나 죽일걸.
펑, 퍼펑.
“유우가.” “응.” “하야나미에서 들었는데, 너 요즘 상당하더라?” “…” “아니아니, 질책하는 게 아니야? 열심히 하고 있단 증거잖니.”
그보다 식당 주인과도 안면 튼 거냐고.
“용기를 냈다는 거잖아?” “근데 잘 안 되더라고.” “원래 다 그래~ 나도 이혼하고 나서 엄청 후회했잖아.” “그건 누나가 남미새라—” “닥치고.”
슬리퍼가 내 발가락을 꾸우욱 밟았다. 우와 30대중반독신싱글맘의 장딴지힘은 왜이렇게쎈거야 아팟악진짜아파
“아 진짜 아프다고!” “살아있단 증거란다.” “뭐라는 기고…” “하여튼, 내 말은.”
불꽃이 누나의 옆얼굴을 밝힌다. 불량 서클에 있을 적에는 볼 수 없던 부드러운 표정. 누나는 계획없이 찾아온 아이를 키우며 많이 바뀌었다.
“내는 니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물론 용기를 내면은, 잘 안 되는 일도 분명 생긴다 안 카나. 용기가 좋은 거라 캐도 백날천날 좋기만할 수는 없다이가.” “맞나.” “어, 그니까 조금은 꼴아박아도 괜찮데이.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지나, 집이 망하길 하나? 걱정 하나도 할 필요 없다.” “…그릏나.” “정 뭔 일이 생기거든 또 다같이 어떻게 햇뻐리믄 그만이제. 유우키 때도 어떻게 잘 해결했고.”
아침에 일들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호흡기에도 큰 문제가 없는 컨디션을 확인해서 낮쯤에는 연습트랙에 돌아왔다. 트레이너 지도하의 트레이닝이 지체되었던 관계로 모자란 몫만큼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게 맞지 않겠는가. 그래서 연습트랙으로 나와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러브씨. 반갑습니다."
스포츠 드링크를 마시면서 휴식을 하고있던 모양이다. 우니상의 3착을 직관하지는 못했지만 중계는 컴퓨터로 보고있었다. 그때는 병원 정기검진도 있었기때문에, 자리를 비운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튼 1착과 2착이 강적이었다 라고 표현해야하긴 했지만, 스테미너 부족에 대한 것은 나처럼 고질병인가 보다는 생각은 들었다.
으, 으응? 그러니까 나니와… 아니 언그레이 씨를 애칭으로 부르는 게 그렇게까지 비밀스러워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사미다레로서는 유키무라의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어찌되었든 바라지 않는 일을 억지로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어엇, 네……."
그렇게 대답을 했으나 약속에 못을 박는 게 필요했던 걸까? 유키무라는 갑자기 의자 하나를 가져오더니…… 서걱. 의자가 '썰렸다'. 그야말로 깔끔한 박력, 예술에 가까운 일격이다! 사미다레는 그것을 보고서…… 어라, 어쩐지 눈이 반짝거리고 있는데.
"우, 우와……! 정말 멋졌어요! 하, 한 번만 더,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유키무라가 왜 난데없이 의자를 잘라버렸는지 생각할 겨를이 있었다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아니었다. 이렇게 멋진 발차기를 봤는데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있겠는가! 사미다레는 MMA 선수 출신 어머니를 둔, 어쩔 수 없는 육체파무스메였다. '소녀의 비밀'은 이미 머리에서 싹 날아가버린지 오래라, 아마도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유키무라의 기백도 마냥 초롱초롱하게 튕겨내어 버렸다. 그야 이런 기세는 어머니에게서 자주 접해 온 탓에……. 역시 이 세상은 아방한 사람이 이긴다.
그리고 유키무라는, 그런 기백을 뿜어내던 게 언제였냐는 듯 이제는 바닥에 쓰러져 가녀린 숨을 내뱉고 있다. 애교를 보여달라는 말을 유언처럼…….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속아넘어갈 것만 같은 연기력이다. 사미다레는 그런 유키무라를 잔뜩 상기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은 홍당무보다도 새빨개지고, 입은 너무 굳게 다문 나머지 입꼬리가 부들거린다. 결국 다시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 푹 숙인다.
트로피는 수장했다. 사츠키상부터 재팬컵까지. 모조리 바다 밑으로 던져 넣었다. 정말로 트로피만 수장했을까? 코우가 돌아가고 나서는 다이애나 관련 서적들까지 모조리 다 맨션 옥상에서 불태우는 일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니시카타 미즈호 본인 스스로 쓴 다이애나 관련 서적들의 초판본들을, 미즈호 스스로 불태웠다. 출판사에는 아침에 아예 절판 요청까지 하는 길이었으니 이 정도면 얼마나 강한 마음가짐을 먹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이애나 포그린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진작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의 심정은 후련하다..... 얼마만에 활짝 걷힌듯한 기분을 느낀 것인지 모를 만큼, 단순히 트로피를 버린 거만으로도 어느정도 강박에서 벗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업무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그리 이야기한다. 평소 설렁설렁 뛰던 본인의 모습을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었는지. 제 발 저렸다는 뜻이 되시겠다. 타올로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짠 바람이 텁텁하게 피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끈적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괜히 그런 기분이라 피부를 문질러본다.
그나저나 이쪽은, 말만 들어본 사이고. 제대로 이야기를 할 시간은 없었던가. 해본 이야기래봤자 정식 팀원이 되기 전에 선글라스를 끼고 무단침입했던 그 날 말곤 크게 따로 이야기를 해본 기억은 없다. 시선을 굴리며 괜히 에너지드링크를 기울이는 것이다.
"…스트라토 쨩, 팀은 어떤 느낌인가요~? 생각했던 대로? 아니면, 뭐……. 아무튼 말이죠~."
……팀원끼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팀이 생겨본 것이 오랜만이라, 다소 삐걱이는 점이 없지 않아 있다.
트로피를 수장했다. 같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다이애나와 관련된 서적의 화형 사실이나 이사를 간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후자(이사)는 트레이너 비상연락망에 적히게 되어서 알 수도 있지만.
"안녕하세요. 니시카타 트레이너." 미즈호를 찾아온 피리카는 간단하게 용건을 말하려 합니다.
"귀하의 부원이었던 스트라토 양이 제 팀에 속하게 되어서 그 사실을 고지하기 위해 왔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알릴 의무가 있는지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어도(fa 된 지 시간이 좀 지났고. 이적 완료도 공지되었을 거라 생각하므로) 피리카는 직접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겼기에 말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