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같은 말로 수줍게 넘어가지만, 둘이서 걸어갈때 레몬쨩이 얼굴을 붉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에스커쨩도 시선을 슬쩍 피하면서 손으로 붉어진 뺨을 가리며 "...바보..."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게 정설입니다 제 뇌내망상에서는 이미 정설이 되었어요.... 너무 아름다워.............. 라는 의견을 "백합과 불온서적의 왕" 사미쟌에게 여쭤보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갑분인터뷰)
나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돌이켜보면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제법 있었다. 첫 모의 레이스에서, 다가오는 네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묵묵히 다시 트레이닝을 하러 간 것이나. 네가 내게 라이벌 선언을 했을 때, 자신은 그럴만한 사람이 아니라며 울었던 것. 네가 내게 고백을 할 때도, 나는 먼저... 그런 것들을 이야기 했었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남들에게 힘든 이야기를 뱉었던 것인지. 내가 이만큼 슬프다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도 오히려 감정적인 짐을 짊어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몇번이고 말해줄게. 나는... 네가 좋아."
"너도, 내가 좋을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더이상 슬픈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해."
나는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고 있다. 몇번이고 말해줘도 괜찮을 정도로. 하루하루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다면 너는 믿을까. 그날, 네게 고백받았을때부터, 내 삶은 많이 달라진것같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러니까, 내가 네게 억지로 맞춰주고 있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전부 긍정해준다거나. 너 자신을 비하하며, 은연중에 너와 함께 걷는다는게, 손해가 아닐까 하고. 그리 말하는것을 들을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서. 그래서, 일전에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할 때... 네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를 생각하면. 그리고, 나와 비슷한 말을 하는 네 말을 들을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파와. 나도 네게 어쩌면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르지. 너도, 나도. 은연중에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주변으로부터의 압박감,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은 점, 사람간의 관계가 서툰 것. 거리감을 잘 모르는 내 자신이 이토록 싫었던 적이 없을 정도로, 싫어서. 그러니까.
"나냐, 나는 네가 싫어지지 않아."
"떠나지, 않을거야. 내가 널 놓아주지 않을거니까. 추하게 매달려서, 오히려 네가 날 싫어하게 되더라도,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거니까."
"그러니까... 조금 더, 서로를 믿으면서, 시간이 우리를 치유하도록 하면 안될까."
"너와 나, 많은 그림을 그리고, 추억을 쌓아가면서... 지금은, 네가 나를 믿고, 내가 너를 믿는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그때가 다가온다면, 너와 나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거야."
"의지해줬으면 좋겠어. 힘든게 있으면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런 슬픈 말을, 그런 슬픈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고 싶어."
나는 옅게 웃으며, 너와 시선을 맞추었다. 맞잡은 손에 힘을 꼭 주었고.
"나는 네가 좋아. 너는, 너 자신인 채로 아름다우니까. 이 마음을 참을 수 없이, 사랑하고 있어."
"정말 좋아해."
그렇게 말하면서, 옅게 웃었다. 흐드러지는 벚꽃잎처럼.
"에~ 나냐쨘, 불꽃놀이 데이트, 기대하고 있는거야? 기뻐."
키득거리면서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나냐, 네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 사실 나, 가끔은 못된 상상을 하고는 해. 너를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버리고 싶다고 한다면, 너는 어떻게 반응할까? 케이크 위에 올라간 딸기를 아끼고 아껴서 마지막에 먹는것도 좋지만, 한입에 통채로 넣어서 먹는게 더 맛있으리라고 생각해. 혀 위에서 춤추는 달콤한 맛의 포로가 되어, 헤어나올 수 없는것도. 그런 바보같은 사랑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너와 손을 잡고 천천히 한 걸음씩 맞추는것도, 참을 수 없을만큼 즐거워. 어쩌면 사랑의 포로가 된 것은 내 쪽일지도 몰라. 이미 헤어나올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구름 안에 파묻혀있는거겠지.
"헤헤, 고마워."
말을 마치고는, 쭈뼛거리며 안아오는 너를 꼭 안았다. 너는 따듯하고, 부드럽고.. 좋은 냄새가 나서. 손을 뻗어 네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