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엄청난 나쁜 짓은 뭘 해야하는거지? 담당 트레이너를 말 한마디만으로 울려버리는거? 그거라면 이미 저질렀지만.
"뭐어, 하고는 있는데. 애초에 임시 담당 얘기 나왔을 때부터 말이지, 트레이닝에 크게 개입 안 한다는 조건이었어서. 일단은 자율 트레이닝 중? 그래도 매번 기록해가면서 하고 있고, 맞아, 어제는 개인기록 갱신도 했다고?" "후후~ 안 그래도 언그레이 만났을 때 보니까, 그 아이는 뭔가.. 레이스라던가 상대를 분석해서 뛰는 타입이잖아? 그 분석 노트 봤는데 내 이름 옆에 강적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그럼, 나츠마츠리도 즐겨야지! 여름에만 있는 축제니까, 우마그린도 꼭 빼놓지 말고 즐기라구." "불꽃놀이도 크게 할거니까, 그건 놓치면 진짜 아쉬울거야."
그래. 곧 마츠리다. 온갖 노점과 매대가 기대되는 날이기도 하지. 그리고 불꽃놀이도!! 그날은 꽤나 혼잡할테니까... 상자로 손을 뻗어서 빵들을 챙기면서, 노파심에 슬쩍 한 마디 던지기도 해보는 것이다.
"불꽃 본다고 돌아다니다가 너무 으슥한 곳에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축제날은 신님이 내려오는 날이니까.. 원래는 이런저런게 다같이 섞여있지만, 그 날은 신님이 다니는 길은 정결케 해야하니까, 어두운 곳으로 모두 몰아내거든." "그래서 마츠리가 열릴 때, 길을 벗어나면 거기로 몰려난 무언가랑 마주칠지도 모른다고?"
당연한 이야기다. 다행이다, 그래도 레이니 쨩은 부족하려나? 잘 모르겠다. 사랑이니 연애니, 너무 멀고 낯선 기분이라.
"즉, 신뢰감을 드릴 모습이면 된다는 건가요."
이런! 오늘은 절대 스스로 썬글라스를 벗을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개인사를 말하는 것은 신뢰있는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것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 모습은, 누가 봐도 수상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썬글라스를 내리곤 마이 단추도 풀었다. 짜잔, 저스트 러브 미입니다. 썬글라스는 예전처럼, 셔츠에 대충 걸었다.
"쟈라미, 러브, 어느 쪽이든 Ok. 저스트 러브 미에요~. 왜인지, 닌자라고 불리고 있기도 하고… 아차차, 일단은 데방결이랄까~!" "뭐어, 방해는 아니고. 요 근래, 레이니 쨩이랑 우미야에 갔다가 레이니 쨩이랑 많은 이야기를 하고 온 참이니까요~."
사람을 부수는 게 작은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그런 걸 노릴 리도 없고? 레이스에서의 악당은 동시에 또 누군가의 영웅이니까. 언그레이에게도 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자랑하는 메이사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예전과 결은 좀 달라졌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 싶었다.
"알겠어, 이것저것 많이 준비한다고 들었으니까... 즐기지 않으면 준비해준 사람들한테도 실례겠지."
불꽃놀이 장소를 물색하다가 으슥한 곳에 들어간다든가 하는 일 없이 조심하라는 말에, 다이고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런 경험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걱정 마, 꼭 신님이 다닐 수 있게 닦인 길 주변으로만 다닐 테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지.
"신님이 다른 길로 인도할지도 모르지만 그 땐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지, 누구랑 같이 갈지는 생각해 봤어?"
아마 마사바나 사미다레...일까. 히다이도 후보에 들어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까 레이니한테도 물어봐야 하는데. 마츠리 전에 한 번 봐야겠다.
우웃..우... 벌써 3시 반이 넘은... 다이고주 제가 이제 나가봐야해서.. 마츠리얘기하다 헤어졌단 식으로 마무리?할까 하는데 어떠실까요 킵해도 되지만 제가 오늘은 외박까지 해야해서 내일 오후까진 아마 슬그머니 들어와서 잡담하다 사라지는건 가능한데 일상은 힘들 것 같아서요..따흐흑....
기만일지도, 마지막 녀석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들어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상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다시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4착이나 3착이어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웃을 수 있던 때로는, 쉽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곳은 츠나지, 이곳은 츠나센. 아직, 링 밖으로 밀려나지는 않았다. 손등으로 눈을 벅벅 닦는다. 눈가가 붉어진다.
"트레이너 씨, 남을 이기는 건 자신을 이기고 나서부터, 잖아요?" "손수건은 괜찮고… 돌아가면 트레이닝을 부탁해도 될까요? 당장. 경기 직후니까 쉬란 말은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잡았다.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물었다. 물론 곧장 바로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닌가보다. 다 마신 오렌지 주스 캔을 찌그러트리며 시선을 굴렸다.
"사실은, 줄 게 있었어서."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USB. 우미야에서의 녹음 기록이 이 USB 안에 담겨있다. USB를 잠시 바라보던 저스트 러브 미가, 그것을 주먹으로 쥐곤 당신 앞에 내밀었다.
"이야기는, 연애 관련 이야기. 레이니 쨩,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녹음해버렸지 뭐에요~? 하지만, 저는 친절하고 선량하니까, 선택지를 드릴게요~." "여기, 레이니 쨩과 나눈 이야기가 녹음되어 있어요. 트레이너 씨가 궁금할 내용이 여기 총집합 되어있단 말씀.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굳이 USB를 통해 듣지는 않아도 된단 말이죠."
굴린 시선이 당신을 똑바로 향한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직접, 레이니 쨩이랑 이야기 해보실건가요? 아니면, 제 자료를 빌리시겠나요~?"
레이니・왈츠는, 니시카타 미즈호가 한 없이 껄끄럽기만 하다. 트레이너 명문가의 자제, 중앙에서의 화려한 이력, 그리고, 트레이너로써의 몰략까지. 어느 하나 그녀를 닮지 않은 부분이 없었으니까. 그 생각은, 다른 의미에서도, 맞았다.
당신. 지금 그거, 메이사양의 이야기가 아니잖아.
레이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미즈호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프러시안의 부실에, 의자가 내동댕이쳐지는 요란스러운 소리가, 잠시 들렸다.
“.......... 해도........ 없......... 니까.....”
머리가 참을 수 없이 간지럽다. 나, 나 말이지, 미스 니시카타에게 뭘 물어보려고 했었지? 레이니는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는다.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이다가, 한 움큼 쥐어잡는다. 악력에 의해, 옥색의 머리카락은 형편없이 뜯겨나간다.
“뭐..... 뭐야..... 이런........... 에게........ 해서.....”
한 걸음, 두 걸음. 고장난 로봇마냥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레이니・왈츠는 뒤로 물러난다. 왜 이런걸, 나한테 말하는거야? 왜? 나는 당신의 담당도 아니고, 나는, 나는... 아니, 담당이라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이야? 이런게? 나, 다이고한테, 무슨 짓, 한거야?
끄응, 궁금해, 궁금하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줄 게 있었다며 쟈라미가 꺼낸 USB를 쳐다보았다. 응? USB?
"불만...말이지."
무작정 주겠다는 게 아니다, 선택할 기회라... USB를 받아갈지, 아니면... 다이고는 한숨을 쉬고는 입가를 가렸다. 이걸 어쩐다. 레이니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이야기해 줄까? 아니, 직접 물어본다고 해서 숨길 것 같진 않지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게 맞을까?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미리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
"...쟈라미 양, 나는..." 그 사이에 무슨 대화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다이고는 USB를 쥔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로 쟈라미와 마주보고 있었다.
"쟈라미 양, 연락처 좀 알려줄래?"
녹차를 한 모금 꿀꺽 마신 뒤, 텅 빈 캔을 손으로 구긴 다이고는 쟈라미에게 그리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