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으면 감기가 걸리면 다행이고 폐렴을 걱정해야 했던 때도 있으며, 신발끈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발목이 돌아가서 깁스를 해야 하고 병원의 간호사 언니랑 친해지는 것은 당연했던 날들. 달리기를 꿈꿨지만 닿지 않으리라 여기며 꿈은 꿈으로 여기던 날들이 분명히 있다.
"너도 비슷하구나. 지금은 괜찮아? 아니면 아직까지 어디가 안 좋은가?"
"공감... 이라고 말 해 봐도 잘 모르겠지만, 다들 어린애가 아프니까 오냐오냐 해준거지. 달리고 싶다, 누구보다 빠르고 싶다- 따위의 말은 어떤 우마무스메라도 쉽게 갖는 감정이니까. 빈말이라도 좋았던 응원들이 이제는 내가 달릴 토대가 되어준 거야. 실제로는 달릴수 있을 리 없다는 믿음도 스스로 달릴 수 있다고 외치고, 듣고, 노력해서... 꿈을 가졌다는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꿈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랬다고. 스트짱은 어때?"
왈츠라는것은, 본디 혼자 추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기에 부던한 연습이 필요했다. 손과 손을 맞잡고, 껴안은채로. 선율 위에서 물 흐르듯 춤추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그러기 위해서는 합을 맞춰야 하고, 발걸음을 맞춰야 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허나 때로 넘어지면 어떤가. 때로 발을 밟거나, 발에 걸려 우스꽝스럽게 얽힌채로 넘어지면 어떤가. 킥킥거리며 작게 웃고, 계속해서 흐르는 선율 위로 또 다시 일어서면 될 일이다. 서툴러도 괜찮다. 조금은 수줍게 귀를 물들여도 괜찮다. 그게 첫사랑이니까. 풋풋하게 청록색으로 빛나는, 조금 이른 계절의 첫 사과처럼. 이제 막 피어나, 봄이 온다고 미리 귓가에 속삭여주는, 때 아닌 눈 덮인 연둣빛 새싹처럼.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마침내 꽃 피우고. 달콤한 과실을 이루리라. 너무도 아름다워 선뜻 춤을 추기 어려운 쇼팽의 왈츠보다도, 우리는 누군가가 불렀는지도 모를,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푸근한 왈츠를 추고 싶을테다. 너와 나 만의 작은 무도회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부드러이 미소를 그리며, 서로의 도화지에 사랑이라는 그림을 그려나갈수 있다면. 그렇게 첫사랑이라는 이름의 유화를 완성할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 따스한 말이 두려운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힘겨운 세상의 풍파를, 줄곧 자신의 탓으로 돌려왔기에. 그것이 가진, 부정적인 중독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허나, 네가 내게 그랬듯, 나는 얼마든지 네게 따스한 말을 건네주리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네가 싫다면, 내가 옆에서 내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다고 알려주고 싶다. 벌써부터 부족한것이 두렵다면,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 역시, 절망과 좌절의 가장 깊은곳에 빠져있을때, 네게서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과 따스함을 받을 수 있었다. 서서히 깊은 바다 아래, 차가운 물에 질식해 죽어가는 내게, 너는 기꺼이 자신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했던 온기와,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건네주었다. 당당히 나타나 내게 라이벌 선언을 해주었고, 괜찮다며 계속 날 다독여주었다.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에도, 달리기가 싫어졌다고 이야기함에도 너는...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런 너의 말을 믿는다. 그것이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왈츠를 추는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다. 서로 마음속으로 전하지 못할 말을 남겨두고, 따스한 말을 건네면서도 어딘가 두려워하는 이 사이가. 노래가 느려지길 바란다. 너와 함께 달빛 아래서 블루스를 추며 조금 더 가까이 있고 싶다. 가슴 속의 말을 서로 전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신뢰할수 있었으면 한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그런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했다. 앞에 그런 말이 붙는것은,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고, 달콤한 말과 때로는 수줍은 입맞춤을 주는것. 그런 것들 앞에 붙는다면 충분했다. 그러니까, 너와는 재즈를 추고 싶어. 신나게 웃으며, 서로가 경쟁하듯 대등하게 승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시간과 함께, 서로에게 조금 더 익숙해진다면 해결되리라고 믿는다. 그 시간동안 너에게는 더 많은것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웃게 해줄게.”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어쩐지 네게 입맞추고 싶어져서. 조심스럽게 네 이마에 입을 맞추려, 고개를 숙였다. 닿았다면 분명 내 입술의 감촉이, 네게도 전해졌겠지. 뺨이 조금 복숭아빛으로 물들었고.
”불꽃놀이도, 같이 보고 싶어. 눈 앞의 나츠마츠리부터 같이 즐기면서, 이것저것 같이.. 해보지 않을래?”
수군거리면서 사람들이 속삭여도 괜찮다. 우리를 향한 가시돋친 말들이 섞여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군중이라는게 무서워서, 사람들의 속삭임이 무서워서. 하지만 이렇게 직접 다른 사람들과 대면해보니, 꼭 그런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첫 만남인데도 내 슬픔에 기꺼이, 같이 고민해주는 아이도 있었고.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졌음에도 꿋꿋이 앞으로 걸어가는 아이도 있었고. 나를 닮아 상처가 많지만... 더 성장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이란건, 그런거겠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어서.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때론 조소섞인 속삭임으로 우리를 조롱할지라도. 그 감정은 열등감이나, 질투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걸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랬기에. 그리고,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기에... 근본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고 싶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같은건 상관없어. 중요한건 너, 그리고 나의 마음. 그렇지 않아? 대등하다는것은 그런거니까. 돈 같은 부가적인 문제는,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게끔 만들어주고 싶었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그리 유복한 편도 아니었지만, 그리 부족한 편도 아니었으니. 너와 나는 이미 짊어진게 많았다. 그러니까 더욱, 적어도 지금 만큼은 너와 함께 아이이고 싶었다. 어리광은 부리고 싶은 만큼 부려줬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면,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도 자연스레 해결책을 찾게 될터였다. 사실 뭐, 결혼하고, 맞벌이를 한다면 너와 네 소중한 가족들까지도 잘 책임져 줄 정도로는 벌수 있지 않을까? 같은 상상을 하고 있으니까. 중앙의 우마무스메가 되지 못한다면, 너와 함께 중앙의 트레이너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이렇게 행복한 미래를 그릴수 있게끔 변한건 네 덕분이니까.
”...에, 그만큼 먹으면 힘이 안날거라구? 라멘같은 국수류는 금방 배가 꺼지니까. 적어도 우마무스메 사이즈 곱배기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어?“
큰일났다. 이 우마무스메, 자신의 소중한 연인을 부타무스메로 만들어버릴 계획인가! 나니와 190cm 190kg 계획은 정말 실존했단 말인가! 그것보다... 이 우마무스메, 일전의 오징어 대접을 얘기했을때 나열했던 그 수많은 요리들... 특x10 우마무스메 로열 킹 곱배기 사이즈로 내와서, 정말 당분간 이 츠나지의 오징어 씨를 말려버릴 무시무시한 계획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