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찾기 경주라면 경험이 있다.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기대가 되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는 데 있어 마음에 준비가 필요한 성격 탓에 초조하기도 했다.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제비뽑기 상자에 눈 꼭 감고 손을 집어넣는다. 가느다랗게 눈 뜨며 쪽지에 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을 하는데…….
「맨들말랑미끌한달팽이」
……달팽이? 게다가 그냥 달팽이도 아니고 서술이 묘하게 구체적이다. 달팽이는 달팽이인데 점액이 부족한 달팽이라면 아웃인가? 민달팽이는? 달팽이 요리가 된 달팽이는? ……벌써부터 온갖 가정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사방으로 달려가는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초조해진다. 사미다레는 당황해서 저 역시 일단은 달리기부터 했다. 우, 우선, 살아 있는 달팽이를 잡아서 가지고 가는 게 제일 낫겠지. 나무나 풀이 우거진 곳이라면 한 마리쯤은 있을 것이다. ……으, 그치만 벌레는 싫은데……. 사미다레는 옹졸하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학교 뒤뜰로 향했다. 습하고 풀이 많은 곳이라면 그곳부터 생각났기 때문이다.
당신을 들어 올리고 바닥에 내려주려던 마미레는 당신의 그런 대답을 듣고서 멈칫한다. 눈을 가늘게 접으며 제가 제대로 들었는지, 고개를 기울이다가 표정을 구긴다. 그 표정은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그런 표정일까. 담배도 피우고, 땡땡이고 치고, 선생님이라기보다는 한량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래도 일을 할 땐 듬직하게 잘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인데. 방금 전 그 대답으로 당신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이니.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했길레 대자보까지 붙었을까 생각하던 마미레는 당신을 잡아든 채 빙글빙글 돌려 한다. 그렇게 여섯 바퀴 쯤 돈 뒤 내려놓고선, 혼내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믿었는데. 쥬다이 실망이야. 어떻게 학생에게 그럴 수 있어?"
팔짱을 끼고, 잘못을 한 동생을 혼내는 그런 모습으로 서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간 말한다.
지금 츠나센은 물건찾기 경주가 한창! 트레이너의 신발을 삥뜯으러 가는 녀석도 있고, 갑자기 고백과 행복해보이는 미소를 짓는 녀석들도 있고, 고죠의 하반신이 어딨냐며 괴성을 지르는 녀석들도 있는데.
그 중 어느 회색 녀석이 갑자기 수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대체 뭐길래 그러나 하고 따라가보면 뭔가 우물쭈물하며 수풀로 들어가고 있는 녀석이. 설마 '어이어이 네녀석 물건찾기 경주때 반에서 모은 회비봉투를 들고 나에게 와서 상납하라구' 같은 지시라도 받은 건가 염려됐다.
"...거, 거기 우마무스메. 뭐하길래 여기까지 와서 물건을 찾아? 선생님이 좀 도와줘?"
그래도 좋게 생각해 보자. 아직은 봄이니까 여름 만큼 벌레가 많지는 않을 거다. 아무렇게나 서두른 와중에도 벌이 무서워서 화단은 일부러 피했다. 당당하게 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사미다레는 확 쪼그려 앉아서 풀잎 밑을 들춰 보고 있었다. 잔뜩 집중했는지 두 귀까지 앞으로 향한 모양새. 그러다.
"……흐앗! 어, ㄴ, 네에?"
불쑥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홱 돌아본다. 다행히 다짜고짜 발길질을 할 정도의 놀람은 아니었다. 어어, 그러니까……. 놀란 가슴 진정시키면서, 무슨 말이 들렸는지 돌이켜 본다.
"어어……. 매, 맨들말랑미끌한달팽이……를 가져오라고 해서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펼쳐서 보여준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맨들말랑미끌한달팽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미다레는 종이를 한 번, 풀숲을 한 번, 그리고 친절한 선생님을 한 번씩 번갈아 바라보며 우물쭈물하다가…….
>>98 코우의 손에 이끌려 간 공용 테이블에서 보게 된 것은, 꽤나 제대로 잡힌 도시락이었다. 도무지 혼자서 만든 요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한 요리들이 도시락 안에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먹음직 스러운 요리들이다. 뭔가 덴푸라가 많은 것이 튀김을 좋아하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코우의 입맛을 어떻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 비엔나 소시지..., 정말 귀엽네요. 도쿄의 도시락은 이런 느낌이군요. “
문어 모양 비엔나 소시지를 가리켜 보이며 부드러이 웃어보이던 니시카타 미즈호는, “무엇이든 입에 맞을 테니 괜찮답니다. “ 라 덧붙였다. 코우 씨가 해주신 요리니까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런 요리를 매일매일 해드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아, 이건 너무 나간 생각인가.
“후후, 저만 먼저 먹기에는 좀 그러니, 자아. 코우 씨. 아~ 해주시겠어요? “
젓가락 두 쌍중 하나를 집어들려 하며 미즈호는 바로 비엔나 소시지 하나를 집으려 하고는, 코우의 입에 넣어주려 하였다. 분명 먹어야 하는 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코우를 챙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