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같은 팀의 동료관계라고 해도, 좀 애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레이니 또한 같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을 마무리짓는다. -
하아... 하고 입에서 한숨이 세어나온다... 레이니・왈츠는 아직 남아있는 두 명의 트레이너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명예와 다이고의 다리를 위해 앞으로 나가려는 자신의 다리를 막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건... 저번에도 말 했잖아.” “그게 아니라... 그...” “다른 트레이너와는 다르게, 미스 니시카타는 이런 말을 두 번 한 적이 있거든. 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라고.” “하지만, 내가 미스 니시카타의 담당 우마무스메였다면 다른 말을 했을수도 있었다고.” “다이고는, 내 담당이잖아. 다이고의 시점에선 어떤지, 그걸 묻고 싶었어.”
하지만, 말을 다 끝내고선 다이고를 향해 입을 벙긋거리며 ‘바보’라고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야!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입장으로써, 이번 일도 잘 해결될 거라고 믿는 다이고였다.
"이게 아니었군..."
그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다소 길게 이어지는 설명,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과, 담당이라면 달랐을 거라는 말. 그렇게 생긴 어쩌면 당연한 의문인 '그렇다면, 담당인 당신이 보기에 나는 어떤가?' 라는 질문. 마지막에는 입모양으로 분명히 '바보'라고 마무리.
"그런 얘기였어? 흐음...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지."
알아서 자신이 마음 놓고 뛸 장소를 찾았고, 실제로 어떤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도 조건전에서 1착을 했으니, 트레이너들에게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동시에, 당신들의 도움 없이도 나는 이만큼 해낼 수 있으니 필요 없다. 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에 자신도 그런 아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할 거라는 생각을 거의 못 하기도 했고.
"그런데 담당이 된 지금은... 그렇지, 혼자서 하지 않으면 안 됐으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구나 싶어."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있었으나 그 뒤에 벌어질 일이 두려워서, 과거에 있던 일들이 누군가와 갈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심어준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닌 척 하면서도 한없이 연약해서,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기기보다는 혼자 어디론가 사라지는 쪽을 택할 아이.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식당으로 왔다. 지난 미승리전에서 2착을 하고, 팀을 나간 뒤. 벌써 며칠째일까? 수업에도 나가지 않고, 달리지도 않은 날이 계속된건. 뭐, 딱히 상관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으니. 식욕이 있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젠 일과가 된 옥상에서 구름을 쳐다보며, 시간을 때우는 행동을 하다가. 점심시간 즈음까지도 낮잠을 자고 있었더니, 선생님에게 걸려버렸다. 아아, 별로 지금은 잔소리 듣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별로 화내지도 않았고.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라면서, 천엔이나 줬다. 받기 싫었지만 억지로 쥐어주는 통에, 순간적으로 유키무라 1식을 써버릴뻔 했지만... 결국 내가 질수밖에 없었지. 이 천엔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만나면 돌려주고, 우선 지금은... 카페테리아에서 밥이나 좀 먹을까.
뭘 먹어야 할지. 전부 맛있어 보이긴 하다만, 별로 먹고싶진 않아서. 괜히 당근 주스나 하나 받아들고는, 테이블에 털썩 엎어지듯이 머리를 기대었다. 왼쪽 뺨을 기댄채로, 빨대를 길게 늘어뜨려 쭙, 쭙 하고 천천히 당근주스를 마시다가.
유키무라가 엎드린 채로 당근 주스를 마시고 있던 그 때! 붉은 기가 도는 포니테일 포함 2개의 꼬리를 살랑이며 카페테리아에 들어온 우마무스메가 있었으니, 연습복 차림에 굵고 짧뚱한 단무지 눈썹, 그리고...콧수염! 느긋하게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은 마치 걷는 우마무스메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것인 듯, 그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카페테리아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눈 알레샤는, 오늘 카페테리아에서 준비한 음식들 대신 원가 담긴 찬합을 보자기에 싸서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어라아?"
카페테리아 내에서 찬합에 있는 것들을 먹을 모양일까요? 그렇다기엔 아무 자리에나 앉는 게 아니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말이지요. 네, 바로 당신! 테이블에 엎어진 채 쥬스를 마시고 있는 당신 말입니다!
"벌써 다 먹었어어?" 알레샤는 찬합을 든 채로 몸을 바짝 기울여서 유키무라의 얼굴 쪽으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속도가 느릿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을...지도요.
미간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레이니의 검지를 보곤 웃으면서 그리 이야기하다가, 레이니의 모습에 대한 답이 정확하다는 말이 들리자 정답이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이런 면을 보면 스스로를 잘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으응?" "무슨 소리야, 레이니의 '좋아'랑 다르다니."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트레이너실,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화제에 다이고는 턱을 괴던 손을 내렸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말을 끝내기 전에, 대답을 확실히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닌 것처럼 도시락을 꺼내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서, 다이고는 말을 끝내는 대신 도시락을 가방에서 꺼냈다. 히다이에게 제대로 배운 요리는 에비후라이 하나뿐인데, 오늘 이렇게 같이 먹을 거라곤 생각을 못 해서 에비후라이는 준비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습하는 셈 치고 매번 할걸!
나는... 지금 이 타이밍에 만난다면, 가장 최악인 상대 넘버 원의 영광을 당당히 차지하는, 너를 만났다. 알레샤. 너는 꼬리를 살랑이면서, 연습복 차림인채로. 어느샌가, 네 트레이드 마크가 된 특유의 콧수염을 붙이고. 제발, 모른 척 하고 그냥 가줘. 라는 생각을 해도 소용 없겠지. 눈이 마주치면 넌 그대로 내게 인사를 건넬거고. 숨어도 도망쳐도 소용없나. 애초에 그럴 기력도 없지만...
너는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양,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아. 눈이 맞았다.
".....하아... 안녕... 알레샤 양.."
나는 느릿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네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는, 길게 한숨 쉰 뒤에 인사를 건내었다. 응, 그래, 그렇겠지. 이렇게 말 걸지 않을리가 없다는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뭘 먹을 기운이 없어서. ...근데, 그건 뭐야? 알레샤 양의 도시락? 아니면, 담당 아이에게 전해주려고? 벌써 담당 아이가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