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6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리라니 진짜로 무리!!!! 죽는다고!!! 안전장치가 되어있다지만 솔직히 너무 무서워!!! 거기다 진로에 화분도 있고! 아아아! 무리!!! 하지만 무리라고 안 내려갔다간 오늘 밤을 이 6층 지붕에서 지내야겠지. 그건... 더 무리..
"우우... 으랏샤!!!"
결국 화분을 걷어차서 저 멀리 날려버리고 말았다. 사실, 일부러 좀 힘을 담아서 찼다는 건 비밀이다. 아- 조금 후련해지기도 했고? 이제 다음 지붕으로 가볼... 아니... 왜 1층으로 내려왔더니 또 6층이냐.... 게다가 안테나도 있잖아? ......누구야...? 이런 배치 생각해낸 사람...?
마지막은 배려라도 해주는 것마냥 5층이 연달아 있고, 장애물도 딱히 없었지만.. 이미 앞선 장애물들 때문에 너덜너덜해진채로 골인했다. 아... 힘들어.... 힘든데 점수도 별로 없잖아...
트레이너실의 빈 자리.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 진위 여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소문보다는, 눈 앞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기에. 정말로 아픈 건지, 무엇이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인지 몰라도, 자신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퇴근길, 코우는 곧장 그녀의 맨션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고민했다. 그래봤자, 결론은 「벨을 누른다」였지만.
>>198 문이 열리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무엇에 의해 오래 걸렸을 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잔뜩 흐트려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벨을 누르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문이 열리고, 보랏빛 파자마를 입고 있는 니시카타 미즈호가 머리를 빼꼼 하며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낯빛은 확실히.......눈가도 그렇고 좋지가 않다. 어딘가 창백한 듯한 낯빛으로, 애써 괜찮다는 듯 미즈호는 웃어 보이려 하였다.
"어서오세요, 코우 씨. 좋은 오후랍니다. " "조금 많이 흐트러졌지요?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답니다..... 자아, 자. 안으로 들어오시도록 하세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활짝 열어보이려 하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려 하였다. 문을 닫기 전까지는 미즈호는 그렇게 태연하려는 모습으로 계속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그 니시카타 미즈호가 트리플 반다나의 첫번째 관문, 우니상을 코 앞에 두고 병가를 냈다. 츠나센은 규모에 비해 활기찬 트레이닝 학원이긴 하지만 결국 시골의 자그마한 건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중앙에서 내려온 명문가 트레이너 아가씨가 병가를 냈다는 속보는, 벌써 비밀 네트워크를 타고 한 바퀴 돌아, 알 사람은 다 아는 정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레이니・왈츠는,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트레이너실의 문을 열어재꼈다.
“...정말로 없네.”
자주 오지는 않지만, 미스 니시카타의 자리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다. 부자연스럽게 텅 비어있는 미즈호의 자리에 시선을 잠시 고정했다가, 곧 목적지를 향해 고개룰 돌리고선, 다가간다.
“미스터 시라기. 시간 있으신가요.”
다이고라면, 적당히 옆에 앉으라고 할테지. 지금 니시카타가 없는건,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 따윈 주지 않겠다는 당당한 표정으로, 다이고의 자리로 다가간것이다.
>>218 "괜찮답니다. 되려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 되어 마사바 씨에게 죄송할 뿐이에요. " "가장 중요한 대상경주 시기인 만큼 철저히 케어해 드려야 하는데...... " 왜 나는 중요한 감정 관리도 못해서 폐를 끼치는 걸까요? 많이 아프냐는 코우의 물음에는 미즈호는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며 맞잡은 손을 꼬옥 잡아보이려 하였다. 너무 이런 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저 이런저런 일이 많이 겹쳤을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코우를 꼬옥 끌어안으려 하며 미즈호는 나직이 말하려 하였다.
"......저도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코우 씨. "
생각보다 많이 보고 싶었던 것인지, 껴안은 팔에는 약간 힘이 들어가있다.... 그렇다고 해서 코우가 못 떨쳐낼 정도는 아니다. 지금의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런저런 일로 인해 약해진 상태이므로 얼마든지 코우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수 있다.
미즈호가 병가를 냈다. 이유는... 직접 듣지 않아서 잘은 모른다. 개인 사정으로 병가를 낸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그래도 한 번 쯤 병가 중에 방문이라도 해서 간식거리라도 사다 줄까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지만 바로 나섰던 다른 때와는 달리, 다이고는 가만히 멍 때리며 앉아 있다가, 점심시간과 함께 열린 문 너머로 들어온 레이니의 목소리에 사색에서 깨어났다.
"으음, 아, 레이니구나. 점심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괜찮을 것 같네."
점심을 먹을 시간이긴 하지만 점심시간 시작되자 마자 온 것 같고, 간단하게 먹는다든가 하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가 길어진다든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당당하게 다가오는 레이니를 보면서 무슨 일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