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바가 달려드는 일은 늘상 있는 일이라, 대비하고 있었지만 살짝 뒤로 밀려나는 것도 언제나의 일이다. 잠시 고민한다. 잠시가 아니다. 사실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 금방이라도 숨어버릴 것 같은 진심을 끌어내면서도, 끌어내는 손을 놔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갈등하며— 마사바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음~ 뭐 그냥." "아니, 그냥이 아니라..."
가볍게 울타리를 톡톡 걷어찬다. 아아... 이거,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할 말이 있어서."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나..." "....아하하~ 진짜 어렵네. 이거~"
너무 어려워서 일부러 어색한 웃음으로 감추려고, 평소 버릇대로 해버렸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아니, 역시 없던 걸로 하고 돌아갈까. 아니야, 아니야...
어디로 간다고 하는지 정확히 이야기 해 주지는 않았지만, 가겠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았다는 판단이 들자 울컥 하고 감정이 요동친다. 반 걸음 뒤로 가서는 양 손으로 얼굴을 덮고 거칠게 마른 세수를 한다. 생각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속이 울렁거려서 토할것 같아.
"......"
손으로 얼굴을 가린체로, 손가락 사이에 얇은 틈으로 상대를 훔쳐보며 마사바는 생각을 정리했다. 적어도 그러려고 했다.
".....우와...... 진짜...... 우와..........."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들은 떠나려는 이에게 감히 전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마사바는 대신 더듬더듬 발을 뻗어 메이사에게 다가가 와락 껴안아 보려고 했다. 차라리 얼굴을 보지 않으면 조금 나을까봐.
거친 동작으로 하는 마른 세수를 빤히 보다가 잠시 시선을 위로 올렸다. 가벼운 말을 써도 말만 가볍고, 분위기는 묵직했다. 조금이라도 환기를 하고 싶어서 습관적으로 별을 찾아보지만, 슬프게도 아직 별이 떠오르기엔 이른 시간이다. 샛별조차 이제 막 지평선을 넘어오고 있어 산에 가려질 시간. 결국 올려다본 것은 그냥 하늘 뿐이라. 별 소득 없이 무거운 마음 그대로 고개를 내린다.
"아하하, 마-사바. 고장나버렸어~?"
괜히 장난스레 말해보기도 하지만, 말과 다르게 내 표정도 그리 밝진 않을 것 같았다. 살짝 떨어졌던 거리를 더듬더듬 채우며 다가오는 마사바를 향해, 나도 다시 다가가- 와락 껴안겼다.
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그렇다 , 여름! 여름 하면 무엇인가? 그렇다, 축제다! 츠나지의 여름 축제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들뜨는 지금, 자칫 잘못하면 미리 들떠버린 기분이 나츠마츠리 시작때는 가라앉는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주관적) 전전야제를 내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안전 점검을 맡았다!"
보통의 레이스와는 다른 형태의 레이스인 만큼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법, 즐기러 왔다가 이후에 있을 나츠마츠리나 레이스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학생들을 위해서 안전을 단단히 점검해야!
"어디 보자...그나저나 테스트를 도와줄 만한 학생이 온다고 했었는데..."
히토미미의 몸으로는 완벽히 점검할 수 없으니 당연히 우마무스메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다이고는 그렇게 협력자를 기다리며 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살피고 있었다.
언제나 명쾌한 삶이었기에, 이런 변화에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는 모른다. 차차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와락 껴안은 메이사가 등을 토닥여주면, 마사바도 말 없이 상대를 꽉 끌어안는다.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다. 고장난게 맞을지도 몰라.
"그건 알아. 메이짱이 고민해서 이적하겠다고 마음 먹은것도 알아. 내가 메이사의 평생을 책임질 수도 없고 메이사의 꿈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아. 멀리 떠나가는 게 아니고, 평소처럼 같이 학교 가고, 수업 듣고, 사미다레랑 모여서 노는 삶이 크게 변하지 않을것도 전부 알아. 하지만..."
바로 이 시점에서 마사바 콩코드는 울고 있었다. 쿨쩍거리며 코먹는 소리가 들려온 것도 배슷한 시기의 일이다.
"그냥... 그냥 이적이라는 말이, 메이사가 다른 팀이 된다는 일이 슬퍼. 그리고 울면서 부탁하면 팀에 남아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스스로도 마음에 안 들고... 쿨쩍. 응. 이것 저것.... 슬프고 가슴 아파."
쓴웃음을 지으며 환영한다. 아직 놀란 제키를 진정시키려 쓰담아주며 당신을 보고 있던 것이다.
"뭐어... 우리 아가 되었으이 우리가 잘 돌봐줘야제. 토레나가 돈 써줘가꼬 이정도 해줄수 있는기제. 아 털 윤기보그라. 잘생긴 아 아이가..."
제대로 콩깍지가 끼여 있는 언그레이였다.
"혹시 사바캔짜 정보 쪼까 모아졌나? 아이므는 트레이닝 짜 볼라꼬?"
당신에게 물어보는 언그레이. 그야 그게 아니라도 오지 않을 이유야 없지만, 궁금한 것은 사실이였다. 자신도 현재 사바캔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3주는 레이스를 뛰지 말라는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사실 다리가 근질거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춘기 우마무스메였다.
아마?라는 말에 바로 놀리는 말이 튀어나와 버린다. 뭐, 나름대로는 달래려는 의도가 좀 있긴 했는데... 역시 무리인가?
".......응, 맞아. 하나도 변하지 않을거야. 아니, 하나는 변하겠지. 서로 다른 팀이 된다는 것."
결국 훌쩍이는 소리가 섞여버린 말을 가만히 들으며 등을 토닥인다. 맞아. 내가 팀을 떠난다고 해서 우리의 사이가 영원히 끝나버리는 건 아니야. 평소처럼 같이 학교를 가고, 사-미랑 같이 셋이서 놀러 가고, 수업도 듣고 하겠지. 정말로 평소랑 똑같은 생활이 쭉 이어질거야. 딱 하나만, 빼고.
"...나 말이야, 마사바랑 같이 달리는 거 재밌어서 좋아했어. 그래서 그냥, 같이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이기고 지는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어." "근데 달리다 보니까 점점, 달라진거야. ...지금도 마사바와 같이 달리고 싶은 건 맞아. 하지만..."
스스로도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모르고 싶다고 발버둥치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레이스의 길은 너무 멀고, 그걸로 성공하기 어렵지 않냐고. 자신만만하게 뛰어들었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을 때의 절망감을 미리 겁내서 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어쩌다가 뛰어든 그 길은, 떨어져 나갔을 때의 절망감 보다도 닿지 못했다는 분함이 더 강해서, 스스로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분하고— 너무나도 즐거워서.
"같은 팀의 팀원이 아니라, 제대로 된 라이벌이 되어서— 같이 달리고 싶은 거야."
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말이야. '같이' 달린다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어서.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소꿉친구지만 부디 용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