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 먼저, 유키무라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 나잇대의 여자아이가 보여줄 수 있는,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면모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달릴 수 없다는 절망과 고통에 잠긴 아이의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앵시어스 웨이브의 다양한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인 유키무라입니다만, 그 내면에는 쉽사리 상상해볼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이 캐릭터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슬로 스타터가 지니는 고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미 클래식이 시작한 시점에서, 조건전에 출전해야만 하는 건 크나큰 압박입니다. 그러나 같은 슬로 스타터인 두 아이들(원더, 레이니)는 각자의 이유로 조건전에 임할 때 압박으로 인해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오직 유키무라만이, 그 조건전에 거는 간절함 만큼 아파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즉 유키무라는 대부분이 외면하거나, 당연한 듯 지나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클로버 밭에 들어갔을 때, 네잎클로버가 아닌 세잎클로버를 집어들고 책갈피로 만들 만한 아이라고나 할까요, 유카무라는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주변의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그럴 때 그런 것들은 전혀 사소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유키무라는 더 아파합니다, 더 커다란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주변의 자그마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나가고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하나의 커다란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저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아이는, 사실 그 목표를 위해 포기해 왔던 것들로부터 더 큰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바로 직전, 조건전에서 2번 연속 2착을 기록할 때까지 말입니다. 바로 직전, 조건전에서 2번 연속 2착을 기록할 때까지 말입니다.
츠나센에 돌아온 유키무라는, 하나 둘, 친구들을 만나며 스스로가 포기해 왔던 것이 너무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달리는 것이 여전히 너무나 소중하고, 모두가 자신을 기억해줬으면 하지만. 반대로 자신은 모두를 잊어가고 있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재능의 한계, 한 발자국 앞에서 좌절된 목표.
그러나 유키무라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결국 꽃을 피울 것입니다. 팀에서 떠나는 것은 포기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자포자기한 듯 보이는 그 모습은 전혀 자포자기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잊어왔던 것을 되찾으러 떠나는 것일 뿐.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으며, 점차 그 꽃봉오리는 부풀어 오를 것이고, 진흙 한 가운데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는 법. 모든 것을 되찾아, 소중하게 여길 모든 자그마한 것을 기억하게 될 때, 비로소 그 꽃은 피어나 모두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494 마사바의 경우에는 조금 어려운데, 종잡기 어려운 성격과 행적 때문입니다만... 그런 점이 마사바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인만큼 도저히 빼놓고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상당한 기분파에 마이페이스, 호불호가 확실하고 그에 따른 반응도 강렬합니다. 다만 그 강렬함은 또 다른 강렬함으로 대표되는 원더와는 다른 방식인데, 특유의 성격 덕에 빠르게 반응이 전환됩니다. 그럼에도 유사한 점이 있어서 원더와 합이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마사바는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친구로 삼기 다소 불안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특유의 성격으로 훌륭히 해소하고 있습니다. 행동력도 뛰어나고 말이죠.
덕분에 많은 사건의 중심에는 마사바가 있습니다. 세상이 한 사람만을 위해 돌아가진 않습니다만, 마사바는 마치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건 먹보 답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마사바가 먹보인 이유는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 아니라 끝없는 호기심과 경험을 찾아 떠나는 마음가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 그러한 탐험과 도전 끝에 얻어낸 것을 품에 꼭 쥐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도 마사바는 진취적입니다. 병약한 시절부터 존재 자체로 뿜어냈던, 도전의 에너지는 중앙에서 비극을 겪고 온 한 트레이너의 마음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습니다.
즉 탐험가이자 개척자! 탐험가, 개척자는 길이 막혀 있다고 해서 돌아가지 않습니다. 길을 개척할 뿐! 이전까진 병약한 몸 만이 그러한 기질을 억누를 수 있었으나, 병약함을 극복한 지금, 마사바에게 장애물이란 없습니다! 2착을 했다면 다음 번에 1착을 쟁취하면 그뿐, 끝없는 탐구와 호기심에서 비롯된 자신에 대한 믿음은 결국 음속을 돌파하여 가해지는 부담마저 이겨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