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는 현재 츠나센에서, 심지어는 트레센 기준으로도 압도적인 피지컬의 보유자입니다. 즉 겉모습만 보았을 때에는 그 강인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만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드러난 바를 통해 알 수 있듯, 원더는 일종의 거대한 모래성에 가깝습니다. 그 위용에 감탄하게 되지만, 동시에 파도 한 번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그런 점에서 원더는 병약한 미소녀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일반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자신이 본래 달리고자 했던 곳에서는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요, 실제로 부상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달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렬한 열망이 원더를 츠나센으로 이끌었고, 원더는 자신의 연약함을 큰 목소리와 강렬한 열망으로 덮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위풍당당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 그러나 그 몸에 깃든 정신은 강철보다 단단했으므로, 그 모래성은 파도에도 쓰러지지 않은 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한계가 분명한 때, 원더는 운명이 점지한 트레이너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햐쿠모 마리야, 이제 막 인턴을 끝내고 정식으로 계약한, 어떻게 보면 검증되지 않았을 그 트레이너에게 원더를 이끈 것은 운명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분명 마리야의 지도 방식은 문답무용에 가깝지만, 철저히 담당하는 우마무스메의 전력을 온존하는 방향입니다. 이는 언제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원더를 지탱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방침이었으니, 이제야 비로소 원더는 시작점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원더와 마리야는 일심동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강철의 의지와 그 의지를 담기에는 연약한 몸, 그 몸이 버틸 수 있도록 전력으로 조력하는 트레이너. 이보다 완벽한 조합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트레이닝은 회피할 게 분명해 보이는 원더이지만, 마리야의 지시를 군말없이 따르는 것은, 마리야의 조력이 원더의 강철을 더욱 강하게 연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속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지지만, 조금만 조절을 실패한다면 부러지고 맙니다.
냉정으로 감싼 열정은, 열망에 감싸인 연약함을 따뜻하게, 때로는 차갑게 치유하고 있습니다. 부러지지 않도록, 더욱 단단해져 결국은 그 강철의 의지가 온 몸을 메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세상은 분명히 다가올 때를 기다립니다, 위풍당당한 성의 문이 열리고, 출정하는 왕의 모습을 말입니다.
>>401 먼저, 유키무라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그 나잇대의 여자아이가 보여줄 수 있는,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면모이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달릴 수 없다는 절망과 고통에 잠긴 아이의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앵시어스 웨이브의 다양한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인 유키무라입니다만, 그 내면에는 쉽사리 상상해볼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있다는 점이 캐릭터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슬로 스타터가 지니는 고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미 클래식이 시작한 시점에서, 조건전에 출전해야만 하는 건 크나큰 압박입니다. 그러나 같은 슬로 스타터인 두 아이들(원더, 레이니)는 각자의 이유로 조건전에 임할 때 압박으로 인해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오직 유키무라만이, 그 조건전에 거는 간절함 만큼 아파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즉 유키무라는 대부분이 외면하거나, 당연한 듯 지나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클로버 밭에 들어갔을 때, 네잎클로버가 아닌 세잎클로버를 집어들고 책갈피로 만들 만한 아이라고나 할까요, 유카무라는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주변의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그럴 때 그런 것들은 전혀 사소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유키무라는 더 아파합니다, 더 커다란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주변의 자그마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나가고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하나의 커다란 목표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저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아이는, 사실 그 목표를 위해 포기해 왔던 것들로부터 더 큰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바로 직전, 조건전에서 2번 연속 2착을 기록할 때까지 말입니다. 바로 직전, 조건전에서 2번 연속 2착을 기록할 때까지 말입니다.
츠나센에 돌아온 유키무라는, 하나 둘, 친구들을 만나며 스스로가 포기해 왔던 것이 너무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달리는 것이 여전히 너무나 소중하고, 모두가 자신을 기억해줬으면 하지만. 반대로 자신은 모두를 잊어가고 있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재능의 한계, 한 발자국 앞에서 좌절된 목표.
그러나 유키무라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결국 꽃을 피울 것입니다. 팀에서 떠나는 것은 포기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자포자기한 듯 보이는 그 모습은 전혀 자포자기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잊어왔던 것을 되찾으러 떠나는 것일 뿐.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으며, 점차 그 꽃봉오리는 부풀어 오를 것이고, 진흙 한 가운데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는 법. 모든 것을 되찾아, 소중하게 여길 모든 자그마한 것을 기억하게 될 때, 비로소 그 꽃은 피어나 모두에게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