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uplay>1596958068>913 라이더 벨트, 그것도 50주년 기념으로 재해석, 독점 상영된 블랙 선에서 .dice 1 2. = 1 (1.BLACKSUN 2.SHADOWMOON)이 사용한 벨트. 한화 약 40만원 상당의 물건이었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완벽해."
그도 그럴 것이, 눈 앞에서 벨트를 착용한 히다이가 작품의 분위기를 읽고 완벽한(?) 변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퍼펙트...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빵 터져버린 히다이를 보며 다이고는 고갤 내저으며 박수를 쳤다.
"최고야... 으흑흑..."
웃음과 함께 요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눈 앞에서 자신 외의 누군가가 이렇게 제대로 된 변신을 하다니 감격을 전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이고는 눈을 가리고는 부들부들 떨다가, 천천히 손을 내려 입을 가렸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걱정했거든."
아무래도 가격이 가격이다보니.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금 두 사람에게는 약간의 취기가 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낯부끄러운 행동이라도 별 문제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감동이 조금 가시자, 그제야 소리 내서 웃기 시작한 다이고는 새우튀김을 하나 집어먹곤 히다이가 준비해 온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나도 하나 가지고 있어, 좀 낡긴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며 어느새 준비해 둔 나머지 한 개의 벨트를 꺼내드는 것이었다... 그리곤 말리고 자시고 할 타이밍도 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는가 싶더니, 벨트를 작동시킨다. 취기가 올라 그 동작은 조금 더 과장되어 있었으나 물 흐르듯 이어진다.
"변신."
취기가 돌고 있었으나 그 표정은 한없지 진지해서... 오히려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다이고 역시도 마찬가지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대로 가면 길에서 또 쓰러져서 잠들거야. 아직 쌀쌀하니까 분명 저체온증이 오고. 그대로 객사해버리겠지... 그렇게 되면 내 꿈자리가 사나워진다고.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만 자고 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딱히 널 위한 게 아니라 온전히 나의 퍼펙트한 수면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곁들인다. 뭐,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 상태로 가면 공부가 아니라 잠만 자게 될 거라고 분명. 내가 그래봐서 알아.
"......불편하지 않아?"
인정하긴 싫지만, 이 우마무스메 키가 크다. 내 무릎에 머리를 뉘이고 다리를 쭉 뻗으니 애매한 자세가 되었다. 다리가 길기 때문이다. 큭.... 딱히 부럽진 않아.. 작으면 작은대로 강점이 있다고. 레이스라던가...
"후히히~ 자비로운 내 무릎에 감사감격하면서 울어도 좋다고?"
사실 울면 당황할테니까 그냥 감사만 해주세요. 생글 웃는 얼굴은 똑같이 웃는 얼굴로 돌려주며 천천히, 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아아- 바람은 좀 차지만, 해는 따뜻해서. 낮잠자기는 괜찮은 날씨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드물게도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고, 벚꽃은 져가는 때라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우수수 흩날린다. 그러니까, 시험공부가 아니라 이렇게 한가하게 있기 좋은 때라는 거다.
함성소리가 들린다. 쩌렁거리는 너의 외침이, 멈추지 않고 달리던 나의 발걸음을 불러세운다. 골로부터는 한참 지난 이곳에서.
아아, 그렇구나.
'달린다는거, 사실 별로 즐겁지 않은 거였구나.'
나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두 손을 모아,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한심하게 떨리는 손. 무심하게, 나는 손을 들어 이마에서부터 흐르는 땀을 닦아내듯. 미련을 털어내듯, 두 손을 이마로 가져다대어. 앞머리와 함께 그대로 죽, 하고 쓸어올리듯 닦아내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왈츠, 나 이제서야 네 심정이 이해가 돼. 달린다는게, 목을 꽉 조이는 느낌이란건- 이런걸 말하는거지? 나는 갑갑하게 조여오는 목에 손을 가져다대어보고. 언그레이. 미안해, 나 너와 함께 달릴 수는 없을 것 같아. 하지만 괜찮아, 여전히 친구로 남아줄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네게 받은게 얼마나 큰지 알고 있으니까. 마사바, 네게도. 그런건 신경쓰지 말라면서, 내게 바보라고 소리치면서 꼬리를 또 꽉 깨물지도 모르지. 하하, 그렇게 된다면 즐겁겠네. 응. 쟈라미, 그때 너. 사실 컨디션이 안좋았던거 아냐? 공부로 지쳤다던지, 부상을 입었다던지. 막 훈련을 마치고 왔었다던지. 아니면 단순히 내 도주 작전에 놀랐다던지. 그때의 승리는 아마, 운이 좋았나봐. 다음번 레이스는 네가 이기는게 확정이겠네. 아아, 아냐. 그런 뜻이 아니었어. 이번에는 멍청한 소리를 하면서, 너희 곁을 떠나지 않을거야. 레이스도 학교도 전부 관두고 멍청하게 틀어박힌다던지 하지도 않을거야. 그렇지만...
앞으론 같이 달릴 수 없겠네.
나는 천천히, 퍼펙트 원더와,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손을 내려. 닿지 않는 그 먼 거리에서 박수를 쳤다.
"축하해."
"네가 이겼어."
"마구로 기념으로는, 너 혼자 가야할거야."
"하지만 괜찮아. 나아간다는것은, 레이스와 다르지 않을테니까."
그렇구나.
웃으면서 손을 내민다는거, 사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네. 느릿하게, 짝, 짝 하고. 나는 너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닿지 않을 말을 전하며, 억지로 옅게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