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 짐도 다 쏟아져 있고,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있는 모습이 마치 곰에게 습격당한 여행자 같은 모습일까. 당신의 부름에 마미레는 앓는 소리를 내며 싫어어, 하며 잠꼬대를 한다. 외상도 없고 그러는 모습을 보면 그냥 곯아떨어져 있을 뿐. 어디가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식은땀을 흘려가며 끙끙대던 마미레는 당신의 츳코미에 깜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키며 앉는다.
"아냐, 공부 하고 있었...!"
방금 전 꿈에서까지 공부에 시달리는 악몽을 꾸고 있던지라.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 말에 깨어난 마미레는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제가 잠깐 벤치에서 졸아버렸구나 하는 걸 깨닫고는 두 손을 얼굴에 덮고선 마른 세수를 한다. 긴 한숨을 내쉬고서 손을 슬쩍 떼어네며 당신 쪽을 바라보니, 나약한 어조로 묻는다.
몸을 가까이하고 소리를 죽인 목소리로 말하길래 뭔가 싶어 이쪽도 몸을 좀 숙이고 가까이 간다. 그렇게 들은 내용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게 그냥 뜬소문이 아니라 진짜였다고? 심지어 눈 앞의 이 아저씨가 증인이라고???
".....아저씨, 혹시 [대화]당하지 않았어?"
그런 걸 봤는데 무사히 보내줬을리가 없다. 그래. 데이트를 방해했다가 잡혔을 때의 그 날처럼. 다시 살아나는 그 날의 트라우마에 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웃, 우...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라... 평소엔 그냥 조용하고, 말을 좀 돌려서 하는 느낌인데..." ".....그렇네. 어떤 사람이냐..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거의 다 숨기고 있을 사람이야."
잠겨있던 문, 그 안쪽 방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트로피. 주니어 시즌 내내 우리에겐 알려주지 않은, 다이애나 포그린이라는, 다시는 뛸 수 없게 된 중앙 우마무스메의 흔적. 물어보지 않았으니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물어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계속 비밀로 하고 있었겠지. 우리가 그 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우리는 그 이야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었겠지.
"담당 우마무스메에게도 비밀이 꽤 있는 사람, 일까나." "아- 근데 난 마-사바가 권유해서 팀에 들어갔던거라, 또레나가 직접 스카우트 했던 건 아니고. 이래저래 조금 덤 같은 위치라서. 나보다 마-사바나 유키무라한테 물어보는게 좋을걸? 어쩌면 스트라토 한테도?"
스트라토는 그 또레나가 내기까지 걸면서 영입하고 싶어했던 애니까. 그 말을 남기고 살짝 쓰게 웃었다.
귀여운 얼굴에 다소곳한 몸가짐, 괜한 말은 내지 않으나 수틀리면 나기나타로 다 썰어버리는 캐릭터성이지 보통. 그리고 대체로 어른스러우나 백치미도 있는 것으로 서브컬처에서는 묘사된다.
속을 모르겠고 일견 상냥해 보이지만 숨기는 것이 있으며, 타인과 자기 사람의 경계가 명확하고(이 기준은 명확하진 않아보였다. 메이사 말대로라면.) 자신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엔 괴력을 쓰는 것도 주저치는 않으나,
유키무라의 말마따나 사람이라고. 참 신기한 일이로세.
"...고맙다. 꽤 도움이 됐어. 정말로."
이젠 니시카타 미즈호라는 사람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은 알게 되었으니까.
"근데 이건...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지만. 네가 왜 덤이라는 거야?"
...가끔 싸가지 없게 말이 튀어나오는 점이 내 문제다. 덤이라고 대뜸 묻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어서, 나는 뒤늦게 설명을 덧붙였다. 데이즈한테도 이랬었는데, 좀 고쳐야겠다.
"넌 저번에 2착했잖아. 1착에 목숨거는 게 우마무스메들이라지만 입상이라고. 그것도 간당간당했지. 나는 솔직히 네가 다른 녀석들처럼 좀... 깐족거리고 실속은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레이스를 보고 다시 봤거든. 미안해, 나쁜 말 해서.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네가 훌륭한 우마무스메이자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한다."
진솔한 인정을 과감히 내비쳤다. 이건 마음에서 우러나온, 레이스를 지켜보며 나온 순수한 감상이었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다.
"네 트레이너가 너를 소홀히 여길 사람으로는 안 보이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궁금해."
다른사람이 반격하는건 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격해오는 상대가 시라기 다이고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베에- 하고 혀를 내밀어 메롱을 해보인 레이니・왈츠는 퉁명스럽게 그리 말하고선 덥석, 하고 다이고의 손가락 채로 팥 초코를 입에 넣었다. 핫하! 복수다!! 히토미미!!! (매우 하찮다)
“...나, 레이스, 나가볼게.”
초콜릿을 우물우물하느라, 조금은 씹히는 발음으로.
“골인했을때, 관객석에 다이고가 안 보인다면, 다음날 발로 차줄거야.”
어쩌면 한 대 만으로는 안 끝날지도. 라는 건 비밀으로 해두었다. 뭐, 시라기 다이고라면, 분명 그럴 일도 없을테니까.
“...고마워. 고마워, 다이고.”
억지웃음이 아니라, 이번이야 말로 평온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레이니・왈츠는, 그리 말하였다.
// 오츠... 데스........ 고생하셨습니다........... 왜 이렇게........ 길어진거지.............. 레이니는 무엇이 문제인 것 이 지.........
다이고의 표정을 보아하니 타인의 기준에서도 합격점인 새우튀김이었나보다. 다행이다. 옅게 웃었다. 사실 필살 레시피로 개량해오느라 밤을 좀 새웠거든. 눈이 평소보다 퀭했던 건 그것 때문이다.
"그래, 마시면서 선물을 까볼까. 언박싱이라니 기대되네~"
내가 선물을 다 받아보고. 뭐랄까, 고민을 거듭한 실물의 선물보다는 꽃다발을 더 많이 받아본 인생인지라.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마음은 곱씹을 때마다 들뜬다. 잘 히야시된 아사히 맥주캔을 꺼내왔다. 치익, 깍. 하고 상쾌한 소리와 함께 맥주를 들이키고 새우튀김을 또 집어먹으면 취하지는 않아도 마음은 편안해진다.
"그럼, 언박싱 가볼까요. 일단 큰 상자부터 따볼까나."
큰 상자부터 고른 이유는, 보통 작은 상자에 본론이 담겨있는 편이라. 그리고 나는 유치한 사람이라 큰 것부터 따보고 싶다는 게 본질이긴 했다. 후, 하.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포장을 조심스레 뜯어보면 뭐가 나오려나.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상자를 열었다.
차라리 테마에 맞춰서 금붕어 건지기, 선향불꽃 매대, 가면 뽑기... 같은 코너를 운영했으면 모를까, 이건 그냥 나츠마츠리를 매일매일 아무 지문 다이스 복불복으로 만드는 거잖아... 그럼 결국 각자 나츠마츠리를 어떻게 즐길지에 대한 생각이 다 있는데 그걸 망칠 수가 있다구
도움이 된건가 이게? 잘 모르겠지만, 그런가보구만. 다시 슬쩍 몸을 뒤로 젖히다가, 뜬금없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떠버렸다. 에에... 그쪽? 보통 그걸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나??
"에, 어, 아니 잠깐잠깐잠깐 왜 갑자기 그러는거야!! 잠깐만!"
왜 갑자기? 칭찬을?? [정말로 네가 훌륭한 우마무스메이자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는 부분까지 듣자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으악! 하지마! 그만해!!! 두 손을 마구 저으면서 저항해보지만(사실 입을 막고 싶었지만 다칠까봐 못했다) 이미 끝나버렸다. 망했군. 왜 갑자기 이런 공격을!!
"아우우우... 뭐냐고 갑자기이...."
그대로 푹 엎어져서 침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가라앉기 전엔 고개 못 들거야 진짜. 아무튼... 왜 덤이라고 생각하냐는거지...?
"......아저씨는 담당 있어? 아- 없으면 있다고 상상하고 생각해. 담당 우마무스메가 레이스에 나가서, 2착이든 3착이든 아무튼 입상했다고 쳐. 그러면, 레이스 직후에 어떻게 할래?" "..보통은 출주한 애한테 가서, 뭐 칭찬하거나. 칭찬이 아니라도 대충 격려라던가, 다음엔 이 부분을 보강해보자던가 뭐 그런 이야기... 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트레이너들만의 다른 방법이 있나?"
그래도 보통은 찾아가서 말도 걸고,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지-
"그 날 레이스가 끝나고 날 찾아온 건, 또레나가 아니라 우마그린... ...다이고였거든." "의도한게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행동은 때론 말보다 많은 걸 보여주니까... ...라고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