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상자가 두개나. 마음같아서 당장 두개 모두 뜯어보고, 크리스마스를 맞은 아이처럼 기뻐하고 싶지만, 튀김의 유통기한은 온기가 있을 때까지. 시시각각 맛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튀김이 맛있을 때 먹어야겠지. 그래야 제대로 만들었는지 확인을 할 수 있으니까..."
라고 대답했다. 정말로, 피눈물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의 새우튀김(질투의 누아르 튀김이다.)과 다이고의 새우튀김 두개가 완성되었다. 황금빛을 내보이는 모습은 예술처럼 보이기까지 했고, 자취방 조명 아래에서도 영롱하게 빛났다. 씹어보면 하 후 하 후 소리가 절로 나는 따끈함. 입안에 아직 버겁게 뜨거운 새우는 알이 탱글하고 고소했다. 카사삭, 하고 씹히는 튀김옷은 입안에 들어갔어도 아직 그 힘을 잃지 않고 식감의 킥을 담당했다. 온기와 새우, 튀김옷의 합작. 한 단어로 말하자면 그거지.
"극락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와 다이고의 것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굳이 집자면 튀김옷 모양의 균일함 정도인데, 원래 손으로 만드는 것은 완벽하면 재미없다. 저쪽이 더 사랑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
이제는 정말 벼락치기뿐이라. 아는 것이 하나 없으니 전날 공부를 하느라 밤을 새웠고, 그에 한숨도 제대로 잠을 못 잔 것이었다. 누가 보기에도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눈 아래 진 그늘이나,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평소보다 더 피곤해 보였다- 비척비척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던 마미레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피로에 근처 벤치에 쓰러지듯 누워 버린다. 그러며 책이 담긴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고, 교과서며 노트며 쏟아지는 것이지만. 그걸 다시 주워 담을 기운조차 없고.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아니 이왕 공부를 시작한 김에 제대로 하여 끝을 보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당장 내일인데 미쳤냐 하며 어떻게 할지 결정도 못 내리고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결국 밀려오는 피로를 버티지 못하고 마미레는 그대로 눈을 감고 졸기 시작한다.
"큰 수술이 있던 것도 아니고, 이것도 학원 산재로 처리한 거라 바로 내일쯤 퇴원이야. 시간 잘 맞춰 온 거지, 네가."
그리고 내가 빨리 퇴원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요양할 거면 집에서 하고 싶었다. 병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메이사가 내미는 사과를 먹으려다 그 '으으, 빨리 먹으란 말이야 허접트레이너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이번뿐이야 모오 바카' 하는 얼굴을 잠시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 이것도 극락이네요!!!
하지만 너무 놀리면 이젠 주먹이 나올 것 같으니 잠자코 받아먹었다. 아앙도 한 입이면 족하고 나머지는 내가 하겠다는 듯 포크를 빼앗아왔다.
"...그러고 보면 네가 팀 프러시안이었던가."
요즘은 우마무스메 버닝 기간, 말하자면 탐문수사에 힘쓰는 주간이다. 거기에 마침 곤란한 인간과 깊게 엮인 사람이 있고, 없다곤 했지만 나에게 빚을 졌으니 지금 아니면 물어보기 어려워보였다.
"메이사, 넌 니시카타 트레이너를 어떻게 생각하냐? 별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이유야 물어보면 못 가르쳐......줄 것도 없긴 하다만, 이녀석은 어쩐지 소문의 유통을 잘 시켜줄 것 같단 말이지.
츠나지 어딘가에 위치한 이자카야. 츠나센 학원의 트레이너들은 이곳에 모여 회식을 하고 있다.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기 위함인 경우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특정 대상을 위해서 모이게 된 회식이였다.
불과 며칠전에 있었던 G3의 이와시캔 레이스. 1착의 주인공이였던 언그레이의 담당인 야나기하라 코우 트레이너의 축하회다. 트레이너끼리는 결국 경쟁 상대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우마무스메가 중상 경기에서 이겼다는 사실은, 축하할만한 일이였으니. 트레이너들은 어른이였기에 그것과 이건 다른 것이라 여겼다.
다만, 몇몇은 그 햐쿠모 마리야가 이 회식에 참석할꺼라고는 감히 예상치 못했겠지. 그녀의 면모를 그다지 잘 알지못하는 몇몇 트레이너들은 그에 동의했다. 반면에 마리야와 회식을 가졌었던 트레이너들은 참석할만도 했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오늘의 주인공은 코우였기에 아마, 그의 건배사가 시작되면 다들 오늘의 축하회가 시작될 듯하다. //건배사!
벤치에 누워있는 우마무스메, 그 아래에는 떨어진 가방과 원래 가방 안에 있었을 교과서와 노트들이 흩어져 있었다. 뭐야. 누가 습격이라도 했나? 우마무스메를 습격하다니, 설마 요즘 소문이 돌고있는 수상할 정도로 힘이 센 히또미미 괴한 같은 거라도 나타난건가? 츠나지도 많이 흉흉해졌네...
"다친 곳은 없나...? 어-이. 괜찮아?"
벤치에 누운 우마무스메를 이리저리 보지만 일단 눈에 띄는 외상은 없는 느낌이다. 음, 뭘까. 일단 일어나라고 부르는 겸, 괜찮은지 확인 겸 좀 큰 소리로 불러보면서, 아래에 쏟아진 책과 노트를 주섬주섬 모아서 털어 가방에 넣는다. 뭐 일단 정리는 해둬야.. 나중에 일어나서 가져가기 편하겠지.
"저-기-요. 어디 다친... 아니, 자는거냐!"
나니와한테 옮은 걸까. 츳코미가 나와버린다. 아니 그치만 이 우마무스메, 책을 뿌려놓고 졸고 있다니 이상하잖아!
바로 안 먹고 이쪽을 보는 눈빛이 수상해. 한쪽 주먹을 꽉 쥐었지만... 사과가 아니라 주먹이 날아가기 전에 받아먹어서 살짝 아쉽다. 그리고 아예 포크를 채가는 걸 보니 이제 알아서 먹겠거니 싶어 다시 편하게 의자에 앉는다. 그나저나 내일이면 퇴원이라니, 진짜로 타이밍 잘 맞췄네. 까딱하면 사과하러 오지도 못했을 거야...
"응? 뭐 일단은."
갑자기 소속 팀에 대해서 물어보는가 싶었는데, 정확히는 팀이 아니라 트레이너 쪽에 대한 걸 알고 싶었던 걸까. 니시카타 트레이너-또레나에 대해 물어보는 말에 잠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는다.
"또레나인가... 음, 뭐.. 좀 특이하다고 할까, 보통 트레이너가 우마무스메랑 같이 병주하진 않는데, 또레나는 엄청 자주한단 말이지. 정장을 입고 트랙에 오면 그 날은 무조건 같이 뛰는 날이야. 진짜 특이하지? 그리고 힘도 엄청 세고... 듣기로는 우마무스메용 아령을 들었다나봐. 그리고 와인잔을 맨손으로 쥐어서 깨트린 적도 있고." "그리고..... 에~ 잠깐만. 나 이렇게 말했다가, 아저씨가 또레나한테 말해가지고 혼나게 되는 거 아니지?"
튀김은 식으면 그 맛이 반감된다, 식었을 때 더 맛있는 음식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먹기로 한 에비후라이는 아니다. 선물을 나중에 본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니니, 다이고는 히다이의 말에 동의하며 젓가락으로 에비후라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바삭, 하고 튀김옷이 바스라지는 소리에 이어서 부드러운 새우살이 씹힌다. 기름기와 어우러지는 짭잘한 새우의 맛은 그야말로 진미.
"맛있다..."
눈이 저절로 반짝거릴 것 같은 맛, 집에서 한 요리라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굉장한 맛이었다. 구태여 다른 소스를 뿌려먹지 않아도 좋을 것 같은 맛에 다이고는 바삭거리는 튀김옷과 함께 새우를 씹어 삼켰다. 뜨거워, 하지만 맛있다!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이정도 인 것 같은데... 나중에 혼자 할 때 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운 대로 열심히 해 볼게."
여전히 다이고의 눈에는 히다이의 새우튀김이 더 먹음직스럽고,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았기에 그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곤 웃으면서 새우튀김을 하나 더 집어든 다이고는 히다이를 보며 물었다.
언그레이 데이즈의 이와시캔 우승 기념 회식, 학원의 트레이너들이 모인 그 자리에는 코우 역시 있었다. 하지만 왠지 어색하다. 이런 친목회, 축하연을 겪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모인다 하더라도 면식이 있는 소수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 적어도 중앙에서는, 그랬다. 그렇기에 이번 회식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그리고 축하의 대상도 자신이 아닌 그녀였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무리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린다. 코우는 대충 목을 가다듬고서, 즉흥적으로 건배사를 읊는다. 축하를 위해 이 자리에 모여주셔서 감사드리며, 츠나센의 모든 학생들과 트레이너들의 성공을 기원하는... 그런 흔한 얘기를.